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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남몰래 흐르는 눈물-2

오늘의 쉼터 2015. 2. 1. 00:14

(15) 남몰래 흐르는 눈물-2

 

 

 

 

 

 

용준이 그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었다.

 

“성 매니저님, 쥐뿔도 없는 저 같은 남자도 결혼할 수 있나요?”

 

그녀는 상냥했다.

 

“그럼요. 그러니까 저희 같은 전문가가 있는 거죠.”

 

“아니, 듣고 보니 기분 나쁘네요.

 

뭐 저 같은 남자는 짝을 맞추기가 어렵다,

 

이렇게도 들리는데요.

 

도대체 제가 몇 등급이나 되는 겁니까?

 

인간이 무슨 한우도 아니고. 은행에서 돈 좀 빌리려 해도 신용등급,

 

결혼을 하려 해도 등급! 등급, 등급!”

 

“혹시 좀 취하신 거 같은데요.

 

그리고 지금은 업무시간이 아니라서 상담은 곤란합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저녁 아홉시가 넘어 있었다.

 

대학원 입학등록금 때문에 월세방 보증금을 빼야 할 지경이 되었다.

 

은행에 가서 대출을 좀 받으려니 그놈의 신용등급이 문제였다.

 

답답한 기분에 국밥집에서 소주를 반주로 걸치고 거리를 쏘다녔다.

 

거리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졌다.

 

라이터를 찾으려고 주머니를 뒤지다 그녀의 명함을 발견했던 것이다.

 

“아, 오늘 같은 날, 댁에 계실 텐데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라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녀가 유부녀라는 민수의 말이 생각나서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용준이 전화를 끊으려는데 휴대폰 너머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잠깐만요!”

 

“예?”

 

“지금 어디세요?”

 

“시내요. 오늘 같은 날, 혼자 거리를 쏘다니고 있어요. 명동입니다.”

 

“그럼 지금 강남으로 넘어오실래요?”

 

“집에 계시는 거 아니에요?”

 

“아뇨. 저도 방금 파티장에서 나왔어요.

 

오늘 매칭파티가 있었거든요.

 

와인 바에서 와인 한 병 시켰는데 혼자 다 못 마시거든요.”

 

“그런 거라면 제가 도와 드릴 수 있어요.”

 

용준이 호기롭게 말했다.

 

“이리로 오세요. 베네치아라고….”

 

그날 그렇게 그녀를 만났다.

 

와인은 반 병도 더 남아 있었지만, 이미 그녀는 살짝 취해 있었다.

 

그날, 그녀가 파티를 주관해서일까?

 

빨간 투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평소보다 예뻐 보였다.

 

그러나 파티장에서 나왔다는 그녀는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저 원래 와인 한 잔이면 빨개지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취하고 싶었어요.”

 

“왜요?”

 

그러자 그녀는 대답 대신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용준은 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애틋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요. 저도 오늘은 좀 취하고 싶었어요.”

 

“용준씨는 참 착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착한 거로 치면 최상등급이죠.”

 

미림이 살짝 눈을 흘겼다.

 

“저는 이런 일을 하지만 사람을 그런 식으로 보지는 않아요.

 

등급은 도살장에서나 매기는 거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끌림 같은 것은 그런 등급을 초월하는 거예요.

 

어떤 에너지 같은 거죠.”

 

그녀의 그말이야말로 정말 끌리는 말이었다.

 

용준은 그녀에게 서서히 끌리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그때 그녀가 물었다.

 

“오늘, 옆에 있어 주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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