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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간발의 차이-3

오늘의 쉼터 2015. 1. 31. 16:23

(10) 간발의 차이-3

 

 

 

 

 

 

“어머, 미안!”

 

“야, 그냥 친구처럼 동생처럼 편하게 지내라는 거지.

 

너랑 대화가 통할 거 같아. 나랑은 코드가 좀 안 맞는 거 같아.”

 

“뭐 하는 사람인데?”

 

“미대 대학원생이야. 내 제자.”

 

“하긴 내가 그림을 좋아하긴 하지.”

 

“응, 게다가 영화나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뭐 살림이나 요리 이런 거에도 일가견이 있더라구.

 

근데 난 그런 덴 젬병이잖아.

 

너 전화번호 벌써 따줬는데.

 

박용준이라는 남자가 전화할 거야.

 

그냥 편하게 대화상대로 생각해 봐.”

 

“어우, 야!”

 

 

“사실 남 주긴 좀 아까워. 핸섬 가이야. 되게 귀여워.

 

그래, 이름이 그래선지, 배용준도 좀 닮았어.

 

내가 그 남자 전번하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네 폰으로 지금 전송해줄게.”

 

곧바로 휴대폰의 메시지 도착음이 들렸다.

 

과연 유미는 정보와 속도로 보나 연애박사답다.

 

화질이 선명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인물이 짝퉁 배용준 정도는 되었다.

 

그 박용준이 전화를 한 것이다! 남자치고 해맑은 목소리 톤에 호감이 갔다.

 

지완은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소녀처럼 아니, 갱년기 장애 증상처럼 얼굴로 후끈 열이 뻗치며 땀이 솟아났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나자 박용준이 말했다.

 

“오 선생님 말씀이 여성적이고 우아하고 지혜가 많은 분이라 하시더군요.

 

제가 도움을 많이 받을 거 같아요.”

 

“어머, 뭘요.”

 

“언제 한 번 뵙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 서로 멀지 않은 동네에 사는 거 같더군요.

 

가끔 만나 쇼핑도 함께 하고 산책도 하고.

 

참 궁금한 게 있는데 뭐 좀 여쭤 봐도 되나요?”

 

은근히 궁합이 맞나를 가늠하겠지.

 

그래, 혈액형이든 별자리든 다 물어봐라.

 

A형에 처녀자리다.

 

얼마나 여성적인가. 

 

“방금 전에 다림질을 했거든요.

 

그런데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살짝 옷이 눌었어요.

 

그게 좀 비싼 옷이거든요.

 

어디서 무슨 방법을 들었던 거 같은데 도무지 생각이 안 나서요.

 

혹시 아세요?

 

오 선생님께 전화 드렸더니……

 

유지완씨, 이렇게 불러도 되죠?

 

지완씨에게 물어보면 거의 걸어 다니는 살림백과사전이라고 하면서 전화해보라고 하셨어요.”

 

이게 무슨 소린지……. 뭐 생활의 지혜 같은 걸 가르쳐 달라는 건가?

 

취미 생활이 혹시 살림인가?

 

그리고 나이도 한참 어린 남자가 날더러 지완씨라?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그때 눌은 자국을 없애는 요령이 갑자기 생각났다.

 

뭐 꼭 인생의 지혜뿐 아니라,

 

생활의 작은 지혜도 나누는 게 나쁠 거야 없지 않을까.

 

“양파를 잘라서 눌은 자국에 대고 한참 문질러 보세요.”

 

“아! 맞아요.

 

그런 거 들은 거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참 그럼 혹시 이것도 알려 줄 수 있어요?”

 

이번엔 또 뭘까?

 

왠지 살짝 긴장이 되는데다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여성스러운 톤으로 말끝을 살짝 흐렸다.

 

“네,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저기, 콩나물국을 끓이려는데요.”

 

지완은 풋, 웃음이 터졌다.

귀엽다고 해야 하나. 황당하다고 해야 하나.

 


하긴 유미의 말대로 이런 식의 대화라면 주부 10년차인 자신과 잘 통할지 모르겠다.

 


들으나마나 콩나물국을 끓이는데 비리지 않게 끓이는 방법을 묻겠지.

 


훤히 보인다.

 


훤히. 이런 어린 남자와 소꿉장난 같은 살림을 차려도 재미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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