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2

오늘의 쉼터 2015. 1. 31. 15:36

(2)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2 

 

 

 

 

 

배란일이라고 쫄 필요는 없다.

 

10대 소녀도 20대 처녀도 아니다.

 

그녀는 한 번의 출산 후에 자궁내 피임장치를 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가끔 이벤트처럼 그녀는 콘돔을 사용하기도 한다.

 

임신의 가능성이란,

 

남자들의 공포심을 조절할 수 있는 여자만의 권력일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는 유미가 맛을 볼 차례다.

 

매번 인규는 유미에게 감탄하며 심지어 감동하기도 한다.

 

유미처럼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가 자신의 물건을 마치 따끈따끈한 핫도그의 소스를 핥듯,

 

딱딱한 비비빅 하드를 물듯 살뜰하고 맛나게 먹다니!

 

정말 그렇게 맛난 물건이라면 ‘페니스의 상인’으로 떼돈을 벌 수 있을 텐데,

 

인규는 객쩍은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유미의 서비스에 우쭐한 인규는 유미의 두 다리를 만세 부르듯 번쩍 들고 돌진하고 있다.

 

유미는 인규의 머리를 안고 감탕질을 하다가 창으로 고개를 돌린다.

 

밤의 한강이 펼쳐져 있다.

 

아아…지금 이 순간,

 

이렇게 한강의 야경이 눈에 샅샅이 들어오다니.

 

오늘은 어째 몰두가 잘 되질 않아…아아, 그일 때문일까?

오늘 오후, 문화센터의 강좌를 끝내고, 꺼두었던 휴대폰의 폴더를 열었다.

 

오랜만에 정효수에게서 부재중 전화와 두 건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정효수가 웬일일까?

 

문자를 무시하고 삭제 버튼을 누르려다 열어본다.

‘도대체 뭐 하느라 전화는 꺼놨니? 전화줘.’

‘설희 문제야 당장 전화 줘!’

설희…유미는 애써 진정해보려 한다.

 

유미는 일단 사람들이 없는 주차장으로 가서 차 안으로 들어갔다.

 

설희의 문제라니. 문제아 설희는 이번에 또 무슨 문제를 일으킨 걸까.

 

유미는 어쩔 수 없이 설희의 법적 보호자이자 친부인 정효수에게 전화를 한다.

 

숫처녀의 몸으로 정효수와의 불장난 같은 단 한 번의 섹스로 설희를 낳았다.

 

지금 생각하면 유미에겐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였다.

 

그것이 정효수와의 결혼으로 연결되었고, 또한 그것이 인생 최초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컬러링 뮤직으로 촉촉하게 빈센트가 흐른다.

 

스테리 스테리 나이트…감미로운 선율을 깨고 효수의 성마른 목소리가 대뜸 튀어나왔다.

“전화기는 왜 꺼놓은 거야?”

첫마디부터 시비조다. 유미는 짜증이 인다.

 

자기가 엑스 허즈번드면 허즈번드지.

 

이 × 같은! 그럴수록 유미는 더 목소리를 깔았다.

“강의중이었는데. 왜?!”

효수가 금방 꼬리를 내렸다.

“어, 잘 있었어?”

“응, 나야 뭐 늘…설희가 왜?”

“벌써 다 끝나긴 했겠다. 너 전화 안 받는 새에.”

“뭐가 끝나?”

“설희, 그 기집애. 오늘 수술 받아.”

“어머! 뭐라고? 무슨 수술?”

깔았던 목소리가 탁구공처럼 튀어올랐다.

“어휴, 내 참!”

“어디가 아픈데?”

“거 뭐냐, 소파수술….”

“뭐, 뭐? 소파수술?”

유미의 어깨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열일곱살 설희가 임신을 했다니…

 

바보 같은 기집애. 누굴 닮아서…

 

아니 모녀는 닮아있다.

 

축복받지 못한 첫 임신을 했다는 점에서는. 유미는 속상했다.

 

으이그, 발랑 까진 게 밭은 좋아 갖구선. 기집애, 콘돔은 뒀다 뭐 해!

 

풍선이나 불려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