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6장 난봉기 7

오늘의 쉼터 2015. 1. 22. 23:44

제6장 난봉기 7

 

 

진국은 자꾸만 머릿속을 스치는 어머니 모습을 잊으려 숟가락을 내려놓자 말자

물 컵을 든 에이꼬를 덮쳤다.


“어머머머…”

 

에이꼬는 흥분과 즐거움이 반반씩 섞인 비명을 질렀다.

 

어머니는 진국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진국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지금 이 집을 마련해 준 신 회장이라는 여인이었다.

아버지를 연모했고 그래서 지금껏 홀로 살고 있는 여인.

 

진국의 몸 위로 에이꼬가 올라왔다.

 

“설마 채연씨랑도 벌써 그런 거 아니지?”

 

진국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뭐, 형님 아우 사이가 되면 어때, 그래도 좋고.”

 

에이꼬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녀의 가슴이 거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추임새라도 넣듯 흔들렸다.

 

진국은 신 회장을 떠올렸다.

 흰 백발로 늘 정원을 산책하다 진국이 찾아오면 친어머니 이상으로 반겨주는 그녀였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를 통해 간간이 들을 뿐이었다.

그녀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관음보살의 미소가 떠오르곤 했다.

진국을 어려서 키운 스님이 신 회장의 오빠였던 걸 보면,

그녀의 미소가 괜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너도 나랑 같이 일 안 할래?”

 

에이꼬가 진국의 목을 잡고 자신의 가슴 앞으로 잡아당겼다.

흰 무덤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슨 소리야?”

 

“한국에 매장을 몇 개 더 낼 지도 몰라.

한국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도도 생길 거고 방콕이랑 홍콩, 중국에도 매장이 생길 거야.

그럼 그걸 관리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재주는 없고 네가 아시아 총괄 본부장 같은 거 해주면 안될까?”

 

에이꼬는 말은 말대로, 몸은 몸대로 놀았다.

그녀의 중심이 강하게 조여들었다.

 

“난 판매는 별루야. 개척이 좋지.”

 

“피, 어차피 팔아먹는 일인데 뭘.”

 

“남의 명성을 등에 업고 편하게 질주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알잖아.”

 

“허긴 그러니까 네가 지금까지 샐러리맨이나 하고 있지.”

 

에이꼬가 앉은 자세 그대로 몸을 돌려 등을 보여주었다.

활처럼 휜 그녀의 등뼈가 선명했다.

 에이꼬는 진국의 손을 잡아 앞으로 끌어당겼다.

 

‘어머니를 뵌지도 오래 됐네.’

 

진국은 에이꼬의 등을 보며 신 회장을 떠올렸다.

오로지 한 남자만을 사랑한 그녀의 삶이 숭고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미련 맞아 보이기도 했다.

 

진국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에이꼬 역시 오르가슴을 느꼈는지 그녀의 몸 전체가 수축되었다.

 

진국과 에이꼬는 벗은 채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운 뒤 함께 들어가 앉았다.

두 사람이 앉기에도 넉넉한 공간이었다.

 

“누나랑 만나기 전에 말야. 나 변두리의 허름한 단칸방에서 살았거든.”

 

“에이, 설마. 신 회장님이 가만히 놔뒀겠어?”

 

“그땐 나도 고집이 있지.”

 

에이꼬가 진국의 어깨 위로 물을 끼얹었다.

 

“내가 이룬 게 아닌 건 뭐든 불편했어.”

 

“아무튼 네 근성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에이꼬가 장난스럽게 진국의 사타구니 쪽으로 손을 불쑥 들이밀었다.

 


다음날 아침,

에이꼬가 깊이 잠든 걸 확인한 진국은 식탁 위에 아침을 차려놓고 출근했다.

 

낡은 승용차를 몰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허둥대며 출근했다.


“요즘 팀장님, 왜 그렇게 바빠요?”

 

병달이 진국에게 커피를 건네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출근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혹시 투잡족 아닙니까?”

 

병달이 커다란 안경을 위로 밀어 올리며 눈을 흘겼다.

 

“투잡은 무슨, 지금 중국 일에 매달리기도 벅차다.”

 

“뭐, 대충 다 끝났잖아요.”

 

진국은 자신의 책상 위에 올라온 결재 서류들을 들춰보았다.

이제 강 실장에게 결재를 맡고 다음 주 주말 중국으로 떠나면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오늘 결재 맡으실 거죠?”

 

마평수가 다가왔다.

 

“그래야죠.”

 

결재판을 다시 한번 보고 있는데, 슬며시 잠든 에이꼬가 떠올랐다.

그녀가 정확하게 지적한 근성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중에

진국이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그런가 하면 적당한 바람기는 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게 분명했다.

지금도 세간에선 친어머니의 스캔들로 간혹 떠들썩해지기 때문이었다.

 

“팀장님, 강 실장님이 찾으시는데요.”

 

기다렸다는 듯이 강 실장에게서 호출이 왔다.

진국은 결재 서류들을 빠짐없이 챙겨 실장실로 향했다.

 

강 실장은 진국이 내민 결재 서류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음,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런데 말야…”

 

강 실장이 진국이 볼 수 있도록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이 부분은 아직 명확하게 파악을 하지 못한 모양이군.”

 

강 실장은 아침이고 밤이고 늘 차가운 표정이었다.

진국은 그가 내미는 서류를 보았다.

중국에 총판을 낼 경우 물건을 한국에서 가져갈 것이냐,

중국에서 만드느냐에 대한 여러 방안의 기획서였다.

 

“일단 총판을 형성한 후의 문제라고 판단해서 결정은 아직 내리지 못한 상황입니다.

일단 총판이 순조롭게 개설될 경우라면 한국에서 물건을 직접 보내도

그다지 무리가 없을 듯한데,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물류비 감당이 너무 커서

중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다는 것입니다.”

 

강 실장이 냉소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조 팀장.”

 

그의 말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

 

“자넬 팀장으로 승진을 시킨 건 그래도 어느 정도 혜안이 있을 것 같아서였어. 그런데 이게 뭔가?”

 

진국은 그가 또 무슨 꼬투리를 잡나 싶었다.

진국은 뒷짐 쥔 손을 만지작거렸다.

 

“지금 중국 인건비가 어떻게 되는 지 알고 있나?”

 

“인건비요? 현재 수준으로 봤을 때 우리보다 3배 가량 낮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현재 중국에 ‘코지’ 총판이 있다는 말인가?”

 

“네?”

 

진국은 강 실장의 눈길을 피하고 싶었다.

 


“지금 중국의 인건비가 얼마나 치솟고 있는 줄 아냔 말입니다.”


강 실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진국은 괜한 꼬투리가 아니다 싶었다.

 

“그건 둘째치고 중국에서 속옷을 팔아먹을 생각을 하면서 한국에서 물건을 가져가든

아니면 중국에서 생산을 하든 간에 누구랑 일을 할건지,

그들은 얼마에 납품을 할건지. 왜 아무런 대안이 없습니까.

그저 중국 출장갈 여비나 챙기려 하고 그 여비 깎아서 회사에 보태주면 회사가

하루아침에 벌떡 중견그룹으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프로답게 하세요, 프로!”

 

기어코 강 실장이 서류철을 진국 앞에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조 팀장ㅡ 한 가지만 가르쳐 주지.

총판이 목표대로 중국에 들어설 경우 짧게 잡아야 1년인데 1년이면

중국 쪽 인건비가 이미 우리랑 맞먹는 수준이 될 거라는 거 알고 있습니까?

그렇다고 손재주가 뛰어나냐, 그것도 아닙니다.

 너도 나도 중국에서 물건 만들어 오니까 싼 줄 알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다간 물릴 수도 없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걸 왜 모릅니까.

도대체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왜 모르냔 말입니다.

길거리 가판대에 나가면 흔한 게 경제 잡진데 조 팀장은 그런 거 하나도 안 봅니까?”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돈이라는 말이었다.

진국은 서류철을 주섬주섬 챙겼다.

 

“내일까지 프로답게 해 오세요.”

 

강 실장은 찬바람을 휙 일으키며 의자를 창 쪽으로 돌려 앉았다.

그의 까만 머리가 차갑게 반들거렸다.

진국은 조용히 그의 방에서 나왔다.

 

“조 팀장님, 괜찮으세요?”

 

강 실장의 비서가 의자에서 일어나 진국을 쳐다보았다.

진국은 힘없이 웃어 보이고 사무실로 향했다.

 

“이번엔 또 뭡니까?”

 

“우리가 빼 먹은 게 있어.”

 

진국은 이번 실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강 실장이 자꾸 훼방을 놓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왜 그러지?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 주면서 일을 추진해야 하는데,

무조건 윽박이나 지르니.’

 

진국은 서서히 의구심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뭐가 빠졌습니까?”

 

마평수가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진국은 강 실장에게 들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주었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병달은 이야기를 들으며 히죽거렸다.

 

“너는 내가 쪽 당하고 온 게 즐겁냐?”

 

진국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그게 아니라…”

 

병달이 자신의 서류함을 뒤져 서류 몇장을 꺼냈다.

 

“그런 건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죠.

지금이야 일단 총판 개설하는 게 우선이라

제가 조사해 놓은 걸 말씀드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팀원들이 회의실로 모였다.

 

“…그러니까 베타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의 실질적인 납품 공장이 북한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 손재주가 현재까진 아시아에서 최고구요.

그러면서도 현재 중국의 인건비보다 싸고…

달리 생각하면 북한 경제적 발전에 지원도 하게 되는 거죠.”

 


병달은 매우 꼼꼼하게 준비를 해두었던 것이다.

 

심지어 원단을 한국에서 가져가도 재단이 되지 않은 상태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딱지를 붙일 수 없으며 재단을 해서 제봉 과정만 중국이나 북한에 맡길 경우에라야만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는 것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중국에서 원단까지 사서 물건을 만드는 완사입의 경우 들어가는 자재비와 인건비,

그리고 중국의 공단 중에 어느 곳이 인건비가 가장 싸고 꼼꼼하게 작업을 하는 지에 대한

기록까지 모두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진국은 병달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강 실장이 의도적으로 훼방을 놓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중국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말은 강 실장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총판 개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중국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것보단

한국에서 생산해서 가져가는 게 더 득이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소량일 경운 중국이나 북한에서 생산하는 게 낫구요.”

 

병달은 일일이 중국 화폐인 위안화와 달러 그리고 북한 돈까지 상대적 가치를 비교해서

인건비와 자재비 등까지 면밀하게 만들어 놓은 서류를 팀원들에게 돌렸다.

 

“역시 병달씨 중국 통이라니까.‘

 

“허, 코트라에서 중국 담당하던 제가 다 놀랄 정돕니다.”

 

“헤헤, 그게 다 우리 인화 덕분입니다.

인화가 중국에선 그래도 엘리트 아닙니까.

인화가 상해 쪽에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상해는 지금 땅 값이나 뭐 아파트 인건비가 한국보다 비싸면 비쌌지 싼 곳이 드물 정도랍니다.”

 

“그만한 소비가 이루어지겠다는 말인가?”

 

“그렇죠.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인데 총판을 먼저 내는 것도 좋지만

좀 늦더라도 우선 상해에 있는 백화점을 먼저 공략해서 일단 인지도를 높인 후에…”

 

“그런 걸 왜 이제 말해?”

 

“선배님이 언제 물어 보셨습니까?

사장님도 총판 쪽에만 관심을 두셔서 그냥 저만 알고 있었죠.”

 

병달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진국 역시 그런 정도는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

황무지에 맨 몸으로 달려가 꽃을 피워야 하는 처지라는 걸 팀원들은 물론 사장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은 새로 사업 기반 다지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텃세가 강한 나라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미 ‘비라’는 물론이고 세계 유수의 속옷 업체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기반을 다져온 터였다.

 

“그래도 일단 부딪혀봐야지. 안 그래요?”

 

애란이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곤 얼굴 위로 올려 보였다.

어차피 떠난 배였다.

이제 시한은 겨우 반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팀원들이 자리로 흩어졌다.

 

퇴근 후,

진국은 에이꼬와 채연을 같이 만나기로 약속한 강남으로 달려갔다.

이제 회사 일은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었다.

 

“일찍들 나오셨네요.”

 

카페에는 에이꼬와 채연이 먼저 나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언제 채연씨를 구해줬다며?”

 

에이꼬가 진국에게 눈을 흘겼다.

진국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두 여자는 견주기 힘들 정도로 아슬아슬한 옷차림에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럼 나쁜 놈들이 포르노 찍자는 데 가만히 냅둬요?”

 

“누가 그러래. 이런 예쁜 아가씨가 그런 일 할 때까지 뭘했냐 이거지.”

 

에이꼬가 진국을 쳐다보며 살짝 윙크를 했다.

 


“회사는 어때요?”


채연이 커피 잔을 들며 물었다.

 

“그냥 그래요.”

 

“송림이한테 들어보니까 회사가 어려운 모양이던데…”

 

“다른 회사들 감원할 때 저흰 감원을 안하고

그 인력 그대로 끌고 왔으니까 아무래도 좀 그렇겠죠.”

 

“중국 다음 주에 가시죠?”

 

양손으로 턱을 받치고 테이블 가까이 다가와 앉은 에이꼬의 옷 앞섶이 벌어졌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듯했다.

에이꼬는 무심한 척 하면서 자신과 채연을 비교했다.

 

“다음 주 금요일 저녁에 출발합니다.”

 

“그럼 무지 바쁘실 텐데 저까지 신경 써주시고 너무 고마워요.”

 

‘말로만? 그럼 한번 주지.’

 

진국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불쑥 그런 말이 맴돌았다.

하마터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원래 진국이가 오지랖이 넓어요.”

 

에이꼬가 화사하게 웃었다.

에이꼬는 채연을 구해주었을 때의 상황을 꼬치꼬치 물었다.

진국은 어쩔 수 없이 그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네가 쓰는 그 무술 스님한테서 배운 거지?”

 

에이꼬가 느닷없이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스님이요?”

 

채연이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였다.

진국이 에이꼬에게 눈치를 줬다.

 

“진국이 대학 다닐 때 공부한답시고 절에 들어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배웠다고 했지?”

 

에이꼬가 눈치있게 말머리를 돌렸다.

스님 이야기를 꺼내면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야만 했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와 한번도 찾아오지 않는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가죠.”

 

진국은 빈 커피잔을 내려다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여자가 쫄래쫄래 진국을 따라왔다.

두 여자 모두 평생을 같이할 반려자론 손색이 없는데 뭔가 한 가지씩 부족했다.

에이꼬는 결혼할 생각이 없고 채연은 뭔가 진국이 알지 못하는 게 있는 듯했다.

게다가 진국 자신은 아직 젊었다.

남들 생각하고 남의 일에 참견하는 본성은 신 회장 말로 유추했을 때 아버지 성격을 닮아 그런 듯했다. 그래도 어쨌든 두 여자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행복했다.

 

세 사람은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동화빌딩이라는 건물로 들어섰다.

그곳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의 하나였다.

매장 자리론 그만이었다. 에이꼬가 전화를 걸자 잠시 후 부동산 업자가 나타났다.

마른 몸매에 깔끔한 인상의 젊은 남자였다.

그를 보자 문득 회사의 김중경이 떠올랐다.

 

그는 세 사람을 관리 사무실로 안내했다.

에이꼬가 인사를 하고 명함을 서로 건넨 후 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 속옷 매장이 이 건물에 들어오는 걸 건물 사장님께서 무척 반기십니다.

더군다나 이 건물은 강남역에서 지하로 바로 연결이 되니까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보통 노른자가 아닐 거구요.”

 

진국은 그의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새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저희 사장님도 기대를 하고 계신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문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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