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6장 난봉기 6

오늘의 쉼터 2015. 1. 18. 00:00

제6장 난봉기 6

 

 

오사카에서 열린 속옷 전시회에서 궁지에 몰렸던 진국 일행을 도와줬던 에이꼬가 한국에 왔다.

 

진국은 공항 게이트에서 나오는 그녀를 보고 반갑게 달려갔다.

 

에이꼬 역시 진국을 발견하고 뛰듯이 걸어 그에게 다가갔다.


“오랫만이야.”

 

진국은 스스럼없이 에이꼬의 손을 잡았다.

 

그녀를 못 본지 1년 가까이 된 듯했다.

 

그녀는 오사카에서 봤을 때보다 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여성이 되어 나타났다.

 

처음 진국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머리스타일도 바뀌었고 옷차림도 정장이라 낯설었던 것이다.

 

진국의 기억에 그녀는 늘 편안한 옷을 입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잘 지냈어?”

 

“누나는?”

 

“나야, 바쁘게 살았지.”

 

진국은 그녀의 짐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롯데 호텔로 방을 잡았는데 괜찮지?”

 

“너네 집이 아니라 호텔이라구?”

 

“우리 집?”

 

진국은 잠시 망설였다.

 

“내가 호텔에 떨궈놓을 만큼 가치가 없는 여자였나?”

 

에이꼬가 눈을 흘겼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누나는 아무래도 호텔에서 지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오랫만에 네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나 먹어보자.”

 

에이꼬는 진국의 승용차 조수석 문을 열고 날름 올라탔다.

 

“집으로 가는 거지?”

 

진국은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사카에서 그녀에게 큰 도움을 받았고 게다가 지금은 채연을 써달라고 부탁해야 했기 때문이다.

 

“네가 끓인 된장 찌개를 얻어먹은 게 언제였더라?”

 

진국은 차에 시동을 걸며 오래 전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진국이 대학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놓은 가을이었다.

 

그때 에이꼬는 유명해지기 시작한 모델이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늦은 새벽이었다.

 

에이꼬는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끝내고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녀의 오피스텔은 구기동에 있었고, 마침 북한산 야간 산행을 끝낸 진국은

 

24시간 하는 술집에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술집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섰고 에이꼬가 내렸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몸매를 지녔던 에이꼬라 진국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뒤에 빨간색 스포츠카가 라이트를 끈 채 따라붙는 게 진국의 눈에 띄었다.

 

진국은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어 그 차의 뒤를 따랐다.

 

아니나 다를까, 에이꼬가 막 오피스텔로 들어설 무렵

 

스포츠카에서 세 명의 남자들이 내렸고 그들은 에이꼬를 골목으로 끌고 갔다.

 

북한산과 인접해 있던 오피스텔이라 으슥한 골목이 많았다.

 

사내들은 처음부터 에이꼬를 겁탈할 목적으로 그녀의 뒤를 밟아왔던 것이다.

 

진국은 위기에 처한 에이꼬를 구해 주었고 그게 인연이 되어 에이꼬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까지 자주 만났던 것이다.

 

“벌써 한 5, 6년 됐지.”

 

진국은 차를 북촌으로 몰아갔다.

 

에이꼬는 잘 익은 사과처럼 깊은 냄새를 풍겼다.

 

어리거나 풋풋한 기운은 사라졌고 대신 진하고 강한 관능의 기운이 몸에서 배어 나왔다.

 

1년 사이 에이꼬는 다른 여자로 변해 있었다.

 

“누나, 나이를 먹으면서 더 예뻐졌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에이꼬가 운전하는 진국의 어깨에 착 달라붙었다.

 

진국은 순간 마음이 울렁거렸다.

 


진국은 콘솔박스를 꺼내 리모콘을 꺼냈다.

 

진국의 차는 붉은 벽돌로 지은 아담한 집의 주차장 앞에 서 있었다.

 

진국이 리모콘을 누르자 주차장 문이 위로 서서히 올라갔다.

 

바로 진국이 혼자 사는 집이었다.


“집은 좋은 데 살면서 차는 왜 늘 중고차를 몰고 다니니?”

 

차를 파킹시키고 거실로 향하는 계단으로 올라섰을 때 에이꼬가 진국에게 물었다.

 

“이 집이 어디 내 집인가?”

 

“결국 네 집이 되는 거잖아.”

 

“설령 내 집이라고 해도 친한 사람들한테 위화감 주기 싫어서 그래.”

 

주차장에서 올라온 계단과 맞닿은 문을 열자 유리로 꾸며진 복도가 나타났다.

 

유리벽밖에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있는 집의 정원이 내다보였다.

 

복도가 끝나는 곳에 집안으로 들어서는 문이 또 하나 달려 있었다.

 

진국은 디지털 잠금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잠금장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진국이 들어서자 거실 등이 자동으로 들어왔다.

 

“여기도 얼마만이냐.”

 

에이꼬가 팔을 활짝 펴고 춤을 추듯 빙글 돌았다.

 

거실은 담백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한 켠엔 간이 바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베이지 톤의 패브릭 소파가 놓여 있었다.

 

에이꼬는 쟈켓을 벗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된장찌개 해 줄 거지?”

 

“알았어, 샤워실은 어딘지 알지?”

 

에이꼬는 소파 위에 치마와 블라우스를 벗어 걸어놓았다.

 

진국은 자기 집마냥 훌러덩 옷부터 벗어던지는 그녀를 못 본 척하며

 

바의 진열장에서 위스키를 꺼내 잔에 따랐다.

 

에이꼬는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으로 바 앞으로 다가왔다.

 

“어때?”

 

그녀가 속옷 모델처럼 진국 앞에서 한 바퀴 핑그르르 돌았다.

 

엉덩이 부분에 레이스가 달린 T자형 팬티에 V라인 브래지어를 입고 있었다.

 

중요한 부분들을 가린 속옷이라지만 모두 손바닥만했다.

 

속옷의 색상은 모두 까맸다.

 

“조, 좋은데.”

 

진국은 거리낌없는 그녀가 오늘은 왠지 불편했다.

 

그 동안 마음에 다른 여자들이 드나든 때문일 것이다.

 

“그냥 좋아?”

 

“섹시해.”

 

“이번에 회사에서 새로 나온 신제품이야.”

 

에이꼬가 진국의 코앞으로 바짝 다가들었다.

 

여성 특유의 강한 호르몬이 진국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진국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음, 채연이라는 아가씬 하겠대?”

 

진국은 바에서 돌아 나와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

 

에이꼬는 거침없이 진국의 곁에 바짝 다가앉았다.

 

백옥보다 흰 피부와 부드러운 굴곡의 몸이 진국의 눈을 파고들었다.

 

“한다고 내가 전화 안 했나?”

 

에이꼬가 눈을 흘겼다.

 

“그러고 보니까 니가 그 아가씨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아, 아냐.”

 

진국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너 변한 거 알아? 옛날엔 여기 들어오면 내가 숨 돌리기도 전에 끌어안곤 했잖아.”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까.

 

마음은 싱숭생숭한데 도무지 손이 나가질 않았다.

 

진국은 침만 꿀꺽 삼켰다.


“아름다운 걸 지켜보기만 할거야?”

 

에이꼬가 진국의 무릎 위에 앉았다.

 

뜨겁고 열정적이고 숨찬 육체가 진국의 아랫도리를 짓눌렀다.

 

“너도 알잖아, 나 쿨하다는 거.”

 

에이꼬가 브래지어 끈을 잡아 내렸다.

 

가슴을 가리고 있던 브래지어가 흘러내리며 잘 익은 두 개의 가슴이 드러났다.

 

흰 가슴 한복판엔 오디처럼 붉은 두 개의 유두가 진국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된장찌개는 나중에 해줘.”

 

진국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에이꼬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채연과 수영에게 참았던 욕정이 단숨에 터져 버렸다.

 

진국의 에이꼬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가슴을 애무했다.

 

“진국이 사랑을 받는 아가씨가 누군지 정말 행복할 거야.”

 

진국은 그녀의 엉덩이에서 손수건 조각 같은 팬티를 벗겨냈다.

 

에이꼬도 진국의 몸을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모양이었다.

 

그래, 이게 몇 년만이던가?

 

에이꼬에게서 여성 특유의 습하고 훈훈한 기운이 뻗어 나왔다.

 

“니가 천거하는 여자니까 나 그냥 믿는다.”

 

에이꼬가 자잘한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누나도 오사카에서 한번 봐서 알잖아. 잘 할 거야.”

 

“몸매는 좋더라. 뭐 사람도 그런 대로 괜찮았고. 나도 그 정도면 뭐…”

 

진국의 손이 그녀의 다리 사이로 미끈거리며 들어갔다.

 

에이꼬의 다리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누나 말대로 그냥 쿨하게 생각하자. 내가 언제부터 도덕군자였다고.’

 

진국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가슴을 더욱 깊이 파고 들었다.

 

진국은 그녀의 부드러운 유방에 얼굴을 문댔다.

 

“중국 출장이 언제야?”

 

에이꼬가 몸을 떨며 물었다.

 

“다음 주 토요일.”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은 나 매일 만나 줄 거지?”

 

“바쁜데…”

 

진국은 두 손으로 에이꼬의 엉덩이를 꽉 쥐며 농을 치듯 말했다.

 

“집에도 안 들어올 거야?”

 

에이꼬는 몸을 비틀며 투정을 부렸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한 쌍의 부부 같기만 했다.

 

진국은 그녀와 살을 섞던 지난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일본에서 남자 없었어?”

 

“일본 놈은 일본 놈대로 그리고 한국 놈은 한국 놈대로 나를 어떻게 한번 먹을까

 

그런 궁리만 하는 놈들은 천지에 많았지. 물건도 시원찮은 놈들이 말야.”

 

에이꼬가 손을 떨구어 바지 속의 물건을 슬며시 쓰다듬었다.

 

“그새, 더 커졌어?”

 

에이꼬가 진국의 얼굴을 가슴에서 떼어내어 두 손으로 잡았다.

 

“그게 어디 애들 키처럼 자라는 거야?”

 

진국의 심정은 뜨겁고 아슬아슬했다.

 

들큰한 날숨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원래 때가 되면 순식간에 자라는 거 아니었어?”

 

에이꼬가 끈적한 숨을 내뱉으며 깔깔거렸다.

 


‘이제 와서 내가 정말 무슨 도덕군자라고.’


에이꼬가 진국을 소파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혁대를 풀고 바지를 내렸다.

 

“너한테 시집 올 여잔 정말 복받은 거야.”

 

“누나가 올래?”

 

“애는~, 난 혼자 산다니까. 그게 나한텐 맞아. 한 남자 수발 들며 난 못 살아.”

 

진국은 채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녀와 송림의 관계가 의심스러웠다.

 

채연을 바래다주며 본 게 전부였지만 둘 사이는 매우 특별해 보였다.

 

에이꼬가 진국의 팬티를 끄집어내렸다.

 

“내가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정말 커졌어.”

 

“누난, 아니라니까.”

 

“그래도 어쨌든 대물이잖아. 왜 이런 걸 한 여자만 즐기게 하냔 말야.”

 

에이꼬가 덥석 진국의 아랫도리를 물었다.

 

“누나 정말 일본에 얘인 없어?”

 

“있으면 또 어때.”

 

에이꼬가 아랫도리에서 얼굴을 떼어내며 대답했다.

 

“그래, 누나는 언제나 화끈했지.”

 

“난 화끈하지 않아. 그냥 그때그때 내게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즐길 뿐이지.

 

그런 내게 결혼은 굴레야. 너도 그냥 혼자 살아라. 나처럼.”

 

에이꼬가 다시 진국의 아랫도리를 끌어안았다.

 

“누나도 알다시피 난 너무 혼자 오랫동안 살았잖아. 그래서 가정을 갖고 싶은 거야.”

 

“그걸 누가 모르니. 요즘 남자들 마흔에도 장가 잘만 가더라.

 

그리고 너 정도면 마흔에 장가를 간다고 해도 여자들이 줄을 설 걸.

 

그러니까 내 말은 최대한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를 만끽하다 가란 말이지.”

 

에이꼬는 그야말로 자유부인이었다.

 

진국은 그녀의 화통한 성격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진국의 부탁이라면 자신의 일도 접고 흔쾌히 나섰다.

 

그게 진국이 아니었다고 해도 누군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면

 

발벗고 나서는 게 그녀의 성격이었다.

 

진국은 손을 그녀의 겨드랑이에 넣어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그녀를 돌려 세웠다.

 

에이꼬는 흥흥거리며 허리를 굽혀 소파 등받이를 잡았다.

 

‘언젠가 가정을 가져야겠지.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닌 모양이다.’

 

진국은 그녀의 뒤를 공격했다.

 

그녀의 양쪽 허벅지가 부르르 떨었다.

 

“내가 만난 남자들이 너 절반만 돼도 결혼 같은 거 한번 생각해 볼 거야.

 

이건 번데기 만한 걸 내놓고 그래도 테크닉이라고 주절대질 않나,

 

물건은 큰 데 막상 들어오면 눈 깜짝 할 사이에 도망가는 거야.”

 

에이꼬가 허리를 꼬았다.

 

땀에 젖은 살들이 맞물려 부드럽게 서로 녹아들었다.

 

진국은 달리고 또 달렸다.

 

어둔 과거를 떨쳐내기 위해 달렸다.

 

30년 넘게 혼자 삭혀온 비밀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진국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에이꼬가 유일했다.

 

그녀는 사내들보다 입이 무거웠다.

 

진국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멀었단 말야.”

 

에이꼬가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진국의 아랫도리를 조여왔다.

 

진국도 숨을 고르며 그녀에게 보조를 맞춰 주었다.

 

그녀완 속궁합이 기막히게 맞았다.

 

그런데 에이꼬는 가정을 원하지 않았다.

 


진국은 소파에 벌렁 누워 고개를 점점 떨구고 있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 보았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방사를 한 뒤끝은 흐뭇했다.

 

샤워실에선 에이꼬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채연씨 내일 만날까?”

 

에이꼬의 목소리가 물소리에 뒤섞여 들려왔다.

 

진국은 머릿속으로 남은 일들을 점검해 봤다.

 

서류들은 내일 모두 결재가 끝나면 중국 출장 준비는 거의 마무리된 거나 다름없었다.

 

중국에서 만날 사람들과 숙소, 비행기 표 등을 확인하는 일만 남아 있었다.

 

바짝 시간을 조여 일한 덕에 여유가 조금 있었다.

 

“그래.”

 

“그리고 강남에 매장 계약하러 갈 건데, 같이 가 줄 거지?”

 

“몇 시에?”

 

“너 퇴근한 후에.”

 

“그럼 채연씨는?”

 

“뭐 같이 만나지.”

 

에이꼬가 가운 차림으로 샤워실에서 걸어 나왔다.

 

가운의 앞을 여미지 않아 거의 벗은 거나 다름없었다.

 

몸에는 이슬처럼 물기가 맺혀있었다.

 

서른 중반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녀의 몸은 싱그러웠다.

 

죽어 있던 진국의 아랫도리가 다시 슬금슬금 일어서고 있었다.

 

진국은 얼른 일어나 앉았다.

 

에이꼬가 냉장고 문을 열고 물병을 들고 진국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내일 몇 시 출근이야?”

 

“샐러리맨이 늘 그 시간이지, 뭐.”

 

“그런데 넌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왜 직장 생활을 하는 거야?”

 

“난 그냥 조직사회가 좋아.”

 

“오랫동안 혼자 자라서 그런 걸까?”

 

진국은 에이꼬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켰다.

 

50인치 벽걸이 텔레비전이었다.

 

봉수나 회사 동료들이 진국의 집을 찾아온다면 다들 진국의 실체에 대해 의심할 터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자신을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홉 시까지?”

 

진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 잠 안 재울 거야, 각오해.”

 

에이꼬가 진국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옆으로 쓰러뜨렸다.

 

“누나, 밥 먼저 먹자. 나 배고프거든.”

 

“네가 끓인 된장찌개.”

 

“알았다고.”

 

진국은 된장 찌개를 끓여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문득 어머니가 떠올랐다.

 

‘코지’의 사장인 차몽현의 어머니나 진국의 어머니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진국은 조금 우울해졌다.

 

“엄마, 생각해?”

 

“내가 나이가 몇인데…”

 

진국은 숟가락을 재게 놀리며 딴청을 부렸다.

 

어머니, 우리나라 제1회 미스코리아 출신.

 

대그룹 총수의 2세와 눈이 맞아 세간의 바람을 일으켰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진국은 그의 자식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그와 눈 맞기 전 만났던,

 

사랑했던 한 순수한 문학 청년과의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었다.

 

친어머니는 진국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에이꼬만은 진국의 출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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