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난봉기 5
개발 1팀에서 준비한 건 개발 2팀의 브리핑을 보조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우선 무대 위에 진짜 인도 여성이 직접 속옷을 입고 등장한 것부터 달랐다.
“개발 2팀에서 말한 ‘카르마’라는 속옷 업체는 ‘비라’를 능가할 정도로 큰 회삽니다.
자산 규모 역시 비라를 능가합니다.”
중경이 브리핑을 했다.
“개발 2팀에서 모르고 있는 모양인데 ‘카르마’는 중국에 이미 4년 전부터
진출해 있을 정도로 진취적이고 글로벌 한 회삽니다.”
개발 2팀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다. 사장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갔다.
“보시다시피 속옷 역시 매우 파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게 현재 인도의 현실입니다.”
개발 2팀에서 준비한 인도의 자료가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개발 1팀이 준비한 모델이나 자료는 대학생 수준이었다.
진국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브리핑 역시 강 실장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일이었다.
인도 여성 모델들은 무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회의실 안을 무대 삼아 워킹을 했다.
임원들과 간부들은 색다른 느낌의 모델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중국 브리핑을 위한 자리가 인도 브리핑의 자리로 바뀌어져 버렸다.
개발 1팀의 인도 브리핑이 끝난 후 중국 쪽의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브리핑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과 말이 어긋났다.
게다가 미리 샘플로 제작한 속옷들을 모델이 아니라
마네킹에 입혀 상대적으로 초라해지고 말았다.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포장이 엉망인 꼴이었다.
브리핑이 끝난 후 회의실엔 사장과 개발 2팀원들만 남았다.
“아직은 무린가?”
사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팀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병달이 개발 1팀의 술수에 대해 입을 열려다
진국의 만류에 그만두고 말았다.
사장도 그쯤은 알고 있을 터였다.
“오성에서 온 사람들이 문제구만.”
브리핑을 시작할 때 보았던 낯선 사람들이 오성 사람들이었던 모양이었다.
“어차피 시작한 일….”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표면적으로는 우리가 독립된 회사이긴 하지만 아직도 오성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회장님은 나보다 강 실장을 더 신뢰하고 있구요.
나 하나 어찌되는 건 별반 문제될 거 없지만 만약…”
사장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곤 조용히 회의실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우릴 엿 먹일 작정이었습니다.”
“엿 먹은 우리가 바보지.”
마평수가 털털하게 말했다.
“이 일은 우리 직원들 절반의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애란이 항변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중국에 가서나 잘 해 봅시다.”
진국이 마무리를 지었다.
성과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역시 단순하고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진국이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이렇게 조바심 낼 게 아니라 오늘은 하루 쉽시다.”
마평수가 분위기를 바꾸었다.
다들 그 동안의 노고가 물거품이 되 버린 기분이었다.
사기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오늘 맥주나 한 잔 합시다.”
진국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하네, 나도 회장님의 뜻을 모르겠네.
그리고 오늘 회식은 자네들끼리 하지.
나는 생각할 일도 좀 있고.”
진국이 휴대폰의 퓰립을 닫을 때까지 팀원들이 귀를 기울였다.
“뭐라십니까?”
“우리 사장님말야. 오성 회장 막내아들 아니었습니까?”
진국은 호프잔을 만지작거리는 애란에게 물었다.
“아니긴요, 맞아요.”
“막내아들이긴 한데, 좀 사연이 있습니다.”
마평수가 호프 잔을 들고 500cc를 단숨에 비웠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우리 사장님, 모친이 자살한 건 알고 있습니까?”
진국도 그 얘긴 금시초문이었다.
“그럼 회장님 부인이?”
화련은 이미 눈이 게슴츠레 풀려 있었다.
이틀 밤을 꼬박 새고 술을 마시니 그럴 법도 했다.
“회장 부인은 부인인데 사장님 모친이 세 번째 부인인가 그럴 겁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뭐. 그렇겠죠.”
“그런데 중요한 건 오성 회장이 사장님 모친을 증오했다는 거지.”
마평수의 말에 진국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몇몇 소수만 아는 사실입니다.
항간에는 지병으로 죽은 걸로 되어 있지만 말입니다.”
“그럼,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시켰다는 말인가?
그리고 의도적으로 방해하라고 시켰고?”
병달이 숨을 씩씩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더 재미있는 건 우리 사장님 한때는 미국으로 입양되어 갔었습니다.”
“입양이요?”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화련까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진국 역시 술기운이 모두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근거 없는 소문 아닙니까?”
병달은 이야기가 좀 지나치다 싶었던 모양이었다.
“사장님 모친이 한국으로 불러들이지 않으면 자신을
강제로 추행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 모친 역시 설마 자신의 아들이 입양되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니까요.
오성가에서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만약 사실이면 큰일 날 소립니다.”
애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느라
진국 일행에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이 저를 스카웃 하러 오셨을 때 모든 문제가 정리된 줄 알았는데…”
마평수는 소문 같은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럼 좋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우리가 반년 가까이 걸려 한 작업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화련은 이제 술에서 깬 듯 마평수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면 더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불가능한 일 한번 해봅시다.
제가 사장님 스카웃을 받아들인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마평수의 이마에 힘이 들어가 깊고 굵은 주름살이 생겼다.
의기투합된 다섯 명은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술을 마셨다.
오성 회장에 대한 분노와 강 실장에 대한 증오
그리고 ‘코지’ 사장에 대한 동정심이 그들을 취하게 만들었다.
다섯 명이 마지막으로 간 포장마차에서 나왔을 땐 하나 둘 사라지고 진국과 애란만 남았다.
택시를 기다리는 애란과 진국은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에요, 그쵸?”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하는 애란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진국 역시 다리에 힘을 잔뜩 주곤 있었지만 몸이 휘청거렸다.
마침 택시가 앞에 와서 멈췄다.
진국이 애란을 택시에 밀어 넣고 자신도 차에 올라탔다.
아무래도 혼자 보내기가 염려스러웠다.
“애란씨 집이 어디죠?”
“그것도 몰라요? 난 진국씨 집이 북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난 남촌.”
진국은 그녀가 개발 2팀의 상급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촌이 어딥니까? 산너머 남촌?”
“남촌은 말이죠. 일제 때 일본놈들이 많이 살던 남대문과 서울역 쪽을 가리키는 겁니다.”
“그럼 서울역으로 갑니까?”
“후암동 45번 버스 종점.”
애란은 그 말을 남기고 진국의 무릎 위로 폭 고꾸라졌다.
택시 기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알아서 후암동으로 택시를 몰았다.
진국도 술기운 때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손님, 다 왔습니다, 손님!”
잠깐 눈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택시기사가 진국을 흔들어 깨웠다.
진국이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애란씨, 다 왔답니다. 어서 내립시다.”
애란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애란씨!”
진국은 그녀를 억지로 일으켜 뺨을 두드렸다.
하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아, 얼른 업고 내리세요.
여자가 무슨 술을 그렇게 마시노, 쯧쯧”
택시 기사가 짜증을 부렸다.
진국은 만원 짜리 한 장을 던지듯 건네준 후 애란을 택시에서 끌어내렸다.
너무 긴장하지 않고 술을 마신 터라 진국 역시 몸 가누기가 힘들었다.
‘이래선 안되는데.’
생각만 그렇게 할 뿐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애란씨, 집 어디예요?”
어쨌든 애란을 집에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진국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라장이라는 네온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진국은 애란을 엎고 비틀거리며 신라장으로 향했다.
“아이고, 요즘은 처녀들이 술을 더 먹는다니까.”
중년 여인이 등에 업힌 애란을 보며 혀를 찼다.
그녀가 열쇠를 건네주었다.
진국은 그녀를 업은 채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내려왔고 한 쌍의 남녀가 내렸다.
대학생들 같았다.
그들은 거리낌없이 진국의 앞을 지나가며 낄낄거렸다.
진국은 그들을 무시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우리가 오늘 이렇게 술 마시는 게 아닌데. 화련인 잘 갔나 모르겠네?’
진국은 그 와중에도 소화련이 걱정이 되었다.
진국의 등에 착 달라붙은 애란의 말캉한 젖가슴이 그제야 서서히 느껴졌다.
축 처진 애란을 침대에 던지다시피 눕혔다.
그 바람에 그녀의 몸이 한바퀴 구르면서 치마가 말려 올라가 흰 허벅지와 둥근 엉덩이가 드러났다.
진국은 희한한 광경을 구경하듯 한참 그녀의 엉덩이를 쳐다봤다.
‘허, 안 그럴 줄 알았는데 T자 팬티네.’
진국은 자신도 모르게 침대에 걸터앉았다.
술기운 때문인지 어질어질했다.
‘일을 그만둘 때까지 못해도 여자 오십 명쯤 하고 자보는 게 목표였는데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진국은 애란 옆에 벌렁 누우며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손가락을 아무리 꼽아보아도 취직한 뒤 함께 침대에서 뒹군 건 유일하게 수영이 하나였다.
진국은 슬그머니 애란을 다시 쳐다봤다.
‘그냥 보는 건 괜찮겠지.’
진국은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가다듬고 모로 누웠다.
애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진국은 손으로 슬쩍 애란을 밀어보았다.
애란은 답답한 몸을 뒤척이듯 똑 바로 누웠다.
이번엔 Y 곡선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훤한 망사였다.
거웃이 너무 많아 어떤 놈들은 망사를 뚫고 삐죽삐죽 나와 있었고
어떤 놈들은 아예 속옷에 담기지 않아 밖으로 삐져 나와 있었다.
진국은 술기운이 모두 달아나는 듯했다.
“애란씨, 일어나 봐요.”
자신이 듣기에도 간지러울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진국은 혼자 키득거렸다.
진국의 아랫도리가 슬금슬금 요동을 쳤다.
‘술기운이라고 한번 그냥 저질러 봐.’
진국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
당장 내일부터 그녀를 사무실에서 마주 대할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그래도 감상하는 것만은 괜찮겠지 싶었다.
진국은 손을 들어 블라우스의 단추를 잡았다.
술에 취한 눈으로 봐서 그런지 그녀도 제법 예뻤다.
진국은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 둘 조심스럽게 풀어나갔다.
단추를 모두 풀고 블라우스를 양옆으로 펼쳤을 때 진국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녀는 거웃만 풍성했던 게 아니라 진국이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여성보다 젖가슴이 풍성했다.
가장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임에도 그녀의 가슴을 온전히 담지 못했다.
진국은 가슴 큰 여자를 좋아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그 느낌을 특히 좋아했다.
진국은 침을 꿀꺽 삼키고 그녀의 가슴에 천천히 손을 대었다.
그녀가 동료라는 생각은 아예 싹 지워져 버렸다.
진국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완전히 거머쥐었을 즈음 그녀가 느닷없이 벌떡 일어났다.
진국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듯 누워버렸다.
‘이런 개망신이 어디 있나’ 싶어 눈도 뜨지 않았다.
죽은 듯이 꼼짝하지 않았다. 온 몸의 신경 세포와 청각 세포가 대신 활발히 움직였다.
한동안 인기척이 나질 않아 슬며시 눈을 떴다.
그녀는 꼿꼿하게 앉아 옷을 하나 둘 벗기 시작했다.
이곳이 여관인지, 진국이 같이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블라우스를 벗어 던지고 브래지어도 벗어 진국의 얼굴 위에 내려놓았다.
엄지손가락 만한 붉고 탐스런 유두가 툭 튀어 나왔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치마도 벗어버리고 종이짝 같은 속옷마저 벗어 던졌다.
진국은 침대 위에 누워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애란은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향했다.
그石?알몸으로 진국 앞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말끔한 피부와 채연을 능가하는 불륨 있는 몸이 눈앞에서 흔들거렸다.
진국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혹시 들킬세라 침도 삼키지 못한 채 실눈으로 몸매구경만 했다.
그녀가 화장실로 들어간 뒤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한동안 출렁거리던 침대가 잦아들었다.
진국은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차마 그녀를 범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술 취한 여자였다.
그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진국은 그녀의 알몸을 내려다보며 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진국은 식판을 들고 눈앞에 지나가는 애란을 모른 척했다.
진국은 국을 입에 떠 넣으며 딴청을 부렸다.
“조 팀장님.”
애란이 진국의 어깨를 치며 옆자리에 앉았다.
깜짝 놀란 진국이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 사레 들렸어요? 죄송해요.”
진국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삐져나오는 눈물을 닦았다.
그녀의 풍만한 살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애써 모른 척하는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민망했다.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다행히 마평수와 소화련이 식판을 들고 와 진국 앞에 앉는 바람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비행기 표랑 가서 묵을 민박집이랑 예약이 다 끝났습니다.”
마평수가 국을 먼저 뜨며 진국에게 말했다.
다음 주 토요일이면 운명을 건 한판의 승부가 시작될 중국으로 떠나야 했다.
진국은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강 실장에게 마지막 보고서를 한번 더 올려야 했다.
그리고 내일쯤 에이꼬가 한국에 오면 그녀를 만나 채연을 소개시켜 주어야 했다.
이번 주말엔 채연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했다.
중국으로 떠날 채비는 이미 다 갖추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팀장님, 어제 누가 날 여관으로 데려다 줬어요?”
애란이 북어국을 훌훌 마시며 물었다.
그 바람에 진국은 다시 사례가 들었다.
“누군 누구예요, 조 팀장님이죠.”
소화련이 대꾸했다.
“팀장님~, 죄송해요.
그렇게 술 마시긴 처음이에요.
그런데 제가 집도 못 찾던가요?”
“집을 찾았으면 제가 여관으로 모셨겠습니까?”
“여자 혼자 여관에서 자는 건 위험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절 혼자 두고 가셨어요?”
애란이 진국을 무심하게 쳐다봤다.
마평수와 소화련도 밥 먹다 말고 진국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그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남자랑 여자랑 한방에 있으면 뭔 사단이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또 제가 여관 종업원에게 단단히 주의를 줘놔서…”
진국은 횡설수설했다.
그는 식판을 들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애란이 술에 취한 척 굴면서 진국의 존재를
일부러 모른 척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진국은 먹다 만 식판을 반납하고 부리나케 사무실로 향했다.
휴게실에 앉아 커피를 뽑아 마시는데 애란은 마평수,
화련과 함께 깔깔거리며 휴게실 쪽으로 걸어왔다.
진국은 괜히 제 발이 저렸다.
그녀가 자신을 두고 이야기하며 깔깔거리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팀장님, 어젠 정말 고마웠어요.”
애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진국은 그녀의 속을 모르니 답답했다.
엎질러진 물.
그녀가 손으로 용두질을 하는 자신을 보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좆 팀장님, 전화 왔어요.”
병달이 사무실에서 고개를 불쑥 내밀고 진국을 불렀다.
“너 발음 좀 약하게 하면 어디가 덧나냐?”
“좆 팀장님을 좆 팀장님이라고 부르지 그럼 거시기 팀장님이라고 부를까요?”
병달은 지난번 봉수 부친상을 치르러 고성으로 가던 버스에서 그를 빗대 했던 야설을 두고
진국에게 복수하고 있었다.
그날 버스에서 누군가 팀장 이름을 입력하는데 성 ‘조’를 치고 ‘진국’의 ㅈ 을 칠 즈음,
진국의 야설이 클라이막스에 달했다.
그 이야기를 듣느라 손가락을 키보드에서 떼었더니 화면에 ‘좆’이라고 남아 있었다.
야설과 그 글자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옆 자리에서 키득키득거리는 웃음이 터져나왔고, ‘팀장님 이름이야’라는 소곤거림이 번지면서
좆팀장님이 되고 말았다.
“저희는 그럼 앞으로 거시기 팀장님이라고 부를까요?”
마평수가 농을 쳤다.
애란이 깔깔거렸다.
진국은 아무래도 그녀가 실눈을 뜨고 자신을 구경했을 것만 같아 앉아 있던 자리가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