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난봉기 4
“올 년말부터 우리 속옷이 인도 쪽으로도 진출하기로 했다는 거 알고 있죠?”
강 실장은 진국에게 깍듯이 물었다.
“네.”
진국은 강 실장이 느닷없이 인도 이야기를 왜 꺼내나 싶었다.
진국은 테이블 위의 유리에 비친 강 실장의 얼굴을 보았다.
흐트러짐 없는 눈매와 머리카락. 각이 진 턱.
유리에 얼비친 모습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차가웠다.
“그래서 말인데, 서서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강 실장이 진국을 쳐다보았다.
진국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그건 개발 3팀이 준비하기로 되어 있는 게 아니었습니까?”
“개발 3팀? 지금 개발 3팀이 어디 있는데?”
그 말을 하는 강 실장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 그러니까 제 말은 새로 팀 조성이…”
“조 팀장. 새로 팀을 꾸리라니?
팀장씩이나 되가지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 몰라서 그러는 건가?
우리한테 남는 인력이 어디 있는 줄 아나?
그렇다고 새로 사원들을 뽑을까?”
진국은 할말을 찾지 못해 테이블 위에 놓여진 찻잔만 쳐다보았다.
찻잔 속에 담긴 얼굴이 일그러졌다.
“요즘 철 밥통이라는 은행에서도 천명씩 감원하는 판국이야.
그래도 우린 감원을 안하고 있지 않나.
그러면 사원들이 알아서 두 몫 세 몫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아시아 쪽 유통 개발은 개발 2팀 몫이잖아.”
강 실장의 말이 하나 틀리지 않았다.
“홈쇼핑 쪽은 인도 쪽 케이블 방송 업체들과 유통 체결 진행을 위한
기획서를 만들어 오셨는데 개발부가 그렇게 늦어서 쓰겠어?”
강 실장의 곁에 앉아 있던 박춘만이 진국을 쳐다보며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홈쇼핑 부서가 개발부와 협상도 하지 않고 인도 진출을?’
의외의 일이었다. 홈쇼핑 파트 역시 강일환의 손에 있는 모양이었다.
“실장님, 우리야 지난 모델들과 재고 정리 차원입니다.”
박춘만이 붉어진 진국의 얼굴을 보고 두둔했다.
“지난 모델이든 재고 정리든 진취적이시니까 그런 기획을 하신 거 아닙니까?”
박춘만을 쳐다보는 강 실장의 눈은 변화가 없었다.
박춘만은 슬며시 고개를 떨구고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모레 인도 사람들의 속옷에 대한 취향과 업체들의 현황 등에 대해 브리핑 준비하라고 부른 겁니다.”
“모레면 중국 쪽 브리핑을 지시하신 날입니다.”
“그날 같이 받겠습니다.”
잔을 들어 차를 마시는 강 실장의 손이 창백해 보였다.
손등에 난 실핏줄이 푸르다 못해 투명했다.
누가 봐도 심술이었다.
“중국 쪽 브리핑 준비만으로도 시간이…”
진국은 타는 속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조 팀장.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연초에 이미 인도 시장 개발을 지시해 둔 상탠데,
설마 아무 것도 준비가 안 되어 있단 말은 아니겠지요?”
아뿔사! 강 실장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개발 2팀은 사장의 말만 믿고 중국 쪽에만 전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사장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저 우리 직원 중에 어제 갑자기 상을 당한 직원이 있습니다.”
강 실장이 진국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면 그 직원을 위해서 회사 전체가 쉬어야 합니까?”
진국은 실장실에서 나오자 마자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분통이 터져 참을 수가 없었다.
복도 문을 열고 계단 홀로 나오면서 진국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한 데다가 갑자기 일이 밀려 머리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봉수한테도 갔다와야 하는데.’
진국은 담배꽁초를 이빨로 잘근잘근 물었다.
“아예, 잡아먹어라! 잡아먹어!”
진국이 실장실이 있는 쪽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때 문이 휙 열리더니 강 실장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다.
진국은 이빨로 물고 있던 담배를 입안으로 쑥 집어넣었다.
그 뒤에 박춘만이 서 있었다. 강 실장이 진국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진국은 입을 꾹 다문 채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코에서 연기가 살금살금 흘러나왔다.
금방이라도 재채기가 터질 것만 같았다.
“아직도 담배를 핍니까?”
강 실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박춘만과 함께 계단으로 내려갔다.
진국은 뒤돌아 서서 담배꽁초를 뱉었다.
입안은 말짱했다.
뒤돌아보니 강 실장과 박춘만이 아래 층 계단을 밟고 있었다.
진국은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힘있게 들어 보였다. 빡큐다. 빡큐!
“조 팀장님!”
진국이 기겁을 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실장실의 미스 신이었다.
“누구 보고 그러시는 거예요?”
진국은 손사래를 치며 계단 홀에서 복도 쪽으로 잽싸게 빠져 나왔다.
부서로 돌아가 인도 이야기를 꺼내려니 발이 무거웠다.
하지만 숨길 수도 없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중국 브리핑하고 바로 인도 브리핑을 받겠다구요?
개발 1팀은 뭐하고 있답니까?”
병달이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
“왜 나한테 화내고 그래? 우리 불찰도 있어.”
“그 동안 우리가 뭐 놀았습니까?
중국 쪽 마케팅 플랜 짜느라 몇 달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뭐 그 일?했습니까?
일본은 일본대로, 방콕하고 홍콩 쪽 유통에도 신경 쓰느라
우린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구요.”
병달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일은 해야겠고 시간은 빠듯하고 봉수에게도 다녀와야 했다.
강 실장이 의도적으로 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하지만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팀장님, 우리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마평수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뭐 묘안이라도 있습니까?”
“어쨌든 시간이 없는 게 문제잖습니까?”
진국의 주변으로 모여든 직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좀 들겠지만 버스를 빌립시다.”
“버스요?”
소화련이 마평수를 쳐다보며 눈을 흘겼다.
“코트라 있을 때 한번 썼었는데. 31인승 버스가 있습니다.
하루 쓰는 데 30만원쯤 할 거구요.
그런데 그 버스는 뒷 공간에 테이블이 있는 겁니다.
잠을 잘 공간도 있구요.
무선인터넷 되는 노트북 챙기고 여분 배터리랑 휴대폰만 챙겨 가면
일도 하고 고성에도 다녀올 수 있고 에 또~ 우린 모처럼 바람도 좀 쐬고 말입니다.”
“더치 페이로?”
하나 둘씩 얼굴이 밝아졌다.
병달만은 여전히 똥 씹은 얼굴이었다.
버스는 다섯 명이 일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넉넉했다.
버스 뒤쪽의 절반은 원탁과 책상, 의자 등 사무실로 꾸며져 있었다.
버스가 도착했을 때 소화련은 언제 나갔다 왔는지 배낭까지 준비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하자 진국은 울적한 병달이를 달래느라 우스갯소리를 꺼냈다.
“…한양으로 시험은 보러 가야겠는데 그 기생을 하루도 못 보고는 못 배기겠던 거야.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웠으면 똥을 다 싸달라고 했겠어.”
“설마 똥을 싸달라고 했겠습니까?”
“머리카락도 싫다, 거시기 털도 싫다.
몸에서 나온 걸 원한다고 했더니 별 수 없잖아.”
“아무튼 똥을 싸 갖다고 쳐요. 그 다음엔요?”
진국의 말에 버스를 몰던 운전기사까지 귀를 기울였다.
“그 선비는 자신을 수행하는 하인에게 말했지.
한양으로 올라가는 동안 된장찌개를 끓일 때 그 똥을 조금씩 넣어서 끓이라고.”
“된장찌개를요?”
소화련이 되물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야설이니까 그런 줄 알고 들어요.
구역질이 나도 어쩌겠어.
하인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기생의 똥을 조금씩 떼어내 된장국 끓일 때마다 넣었지.
선비는 그걸 떠먹으며 눈물까지 흘리면서 기생을 그리워했지.”
버스는 신도림을 지나 서부간선도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버스는 부드럽게 달렸다.
어차피 꼬박 밤을 새워 일을 해야만 했다.
이왕이면 즐겁게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한양에 거의 다 도착을 해서 밥을 먹을 때가 됐는데
선비가 생각하기에 좀 이상하단 말이지.
기생의 똥이 다 떨어질 때가 넘었거든.
선비는 밥을 먹으면서 하인에게 물었지.
혹시 그것이 떨어질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야.
하인 왈, 진작에 떨어졌습죠.
그래서?라고 선비가 물으니,
그래서 제 똥을 받아서 조금씩 넣고 끓였습니다.
선비가 먹던 밥을 다 토해냈지.”
운전기사가 낄낄거렸다.
소화련과 애란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쿡쿡 웃었다.
진국의 이야기가 누굴 보고 하는 이야기인지 알아차린 때문이었다.
“뭐 재미도 없네. 시시하기만 하네.”
병달은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저녁 내내 인화와 통화하는 폼을 보고 진국이 똥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었다.
병달 역시 인화의 똥이라도 싸올 판이었다.
“음, 병달 씨도 뭣 좀 싸오지 그랬습니까?”
늘 과묵해 보이던 마평수가 병달을 쳐다보며 농담조로 말했다.
그 이야기에 애란과 화련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래도 병달은 그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버스가 서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버스가 요람처럼 흔들렸다.
버스 안이지만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병달과 화련 그리고 애란이 인도 쪽 일을 맡아 진행시켰고 진국과 마평수가 중국 쪽을 담당했다.
진국은 중국 진출 브리핑 자료를 작성하면서 간간이 창 밖을 내다보았다.
날이 맑아 밤이었지만 차량 흐름이 뜸한 곳을 지나 칠 때면 밤하늘의 별이 총총했다.
진국은 문득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어디서 뭘 하며 살고 있을까.
“조 팀장님, 가장 걸리는 게 물류빕니다.
한꺼번에 총판을 스무 개를 낸다는 건 중국에 곧 공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냥 단순하게 총판만 내서는 되는 일이 아니다 이거죠.
물류비가 생산원가를 다 까먹을 판입니다.”
마평수가 자료를 들춰보며 무겁게 말했다.
진국 역시 알고 있었다.
일을 진행해 나가며 이번 일이 무리수라는 걸 조금씩 깨달았다.
버스가 고성의 한 장례식장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버스 기사가 사정을 알고 빨리 달려 준 결과였다.
진국이 앞서 장례식장으로 들어섰다.
봉수 아버지의 장례식장은 지하에 있었다.
진국이 팀원들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이르렀을 때 마침 송화가 올라오고 있었다.
“송화야.”
그녀는 검정 색 정장 차림이었다. 제법 성숙해 보였다.
“언제 왔니?”
“좀 전에 왔어요.”
팀원들이 송화를 쳐다봤다.
“봉수랑 같이 일하는 분들이야.”
진국이 일일이 팀원들을 소개했다.
“봉수씨한테 말로만 들었는데 미인이네요.”
화련의 팔짱을 끼고 있던 애란이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진국은 순간 애란이 봉수를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봉수는?”
“상주라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진국은 사람들을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들어섰다.
7호실. 상복을 입고 있는 봉수가 보였다.
진국은 팀원들과 함께 봉수 아버지의 영정 앞에 섰다.
봉수를 쳐다보니 눈 두덩이가 붉게 부어 있었다.
향을 올리고 영정에게 절을 한 후 팀원들이 봉수와 맞절을 했다.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늦은 시각이지만 제법 사람들로 붐볐다.
구석 자리엔 한패가 불콰한 얼굴로 화투를 치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 같이 피부가 검고 건장해 보였다.
화련과 애란 그리고 송화가 지날 때마다 남자들의 눈길이 달라붙었다.
“갑자기 쓰러지신 거야?”
진국과 팀원들이 음식을 두고 둘러앉아 봉수를 쳐다봤다.
“그나저나 바쁠 텐데 어떻게들 온 거야. 내일 모레 브리핑 있잖아.”
“지금 그게 문제냐.”
화련이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이야기를 봉수에게 해주었다.
“다들 고맙습니다. 바빠서 못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봉수는 적잖이 울먹거렸다.
“내가 참 무심했지. 땅 팔고 밭 팔고 그것도 모자라 바닷일 하면서
내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말야.
이제 좀 숨통이 트일만하니까 갑자기 가시네.”
봉수는 호흡을 가다듬고 남의 일 이야기하듯 말했다.
송화가 그의 곁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영락없는 아내의 형상이었다.
또 다른 문상객이 왔다.
봉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원들은 말없이 밥을 먹었다.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만 했다.
“봉수 선배가 맏이었습니까?”
병달이 진국에게 물었다.
진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봉수와 일주일 뒤에 보기로 한 팀원들은 아쉬운 듯
그의 손을 오래잡고 있다가 장례식장을 빠져 나왔다.
바다가 멀지 않은 지 파도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팀장님, 봉수씨 한테 죄송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까 우리 밤바다나 보고 갑시다.”
마평수가 제안했다. 진국은 애란을 쳐다보았다.
애란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진국 역시 잠깐이라도 만사를 잊고 싶었다.
버스는 어둔 밤바다를 향해 달렸다.
잠깐 눈도 붙이지 못했는데 어느새 브리핑 날이었다.
“노 팀장, 조 팀장. 인도 건부터 브리핑을 시작하지.”
강 실장이 애란과 진국을 쳐다봤다.
회의실엔 사장을 비롯해 주요 간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해외 개발 1팀의 직원들도 들어왔고,
사내에서 못 보던 사람들도 있었다.
“중국부터 하기로 했잖아요.”
애란이 진국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강 실장이 인도부터 하라는 데 어쩝니까?”
진국이 강 실장의 눈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꾸를 했다.
“설마 준비가 안 된 건 아니겠죠?”
강 실장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들렸다.
“어서 시작하지.”
강 실장이 재촉했다.
인도 쪽의 브리핑은 애란이 맡고 있었다.
애란이 자리에서 일어서 교탁 앞으로 나갔다.
“불 좀 꺼주시겠습니까?”
회의실에 불이 꺼졌다.
그녀가 리모콘을 누르자 회의실 정면 스크린에 란제리 패션쇼 영상이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그다지 세련된 무대가 아니었다.
속옷을 입고 워킹을 하고 있는 여성들도 세련된 맛이 떨어졌다.
모델들도 인도 여성이 아니라 다른 국적을 지닌 여성이었다.
“보시고 있는 쇼는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에서 열린 한 란제리 패션쇼 장면입니다.”
애란은 화면을 바꿔가며 인도 여성들의 속옷 취향과 성향을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 인도에서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카르마’라는 속옷 업체를 소개했다.
하지만 ‘카르마’에 대해선 시간이 워낙 촉박해 준비한 자료가 부족했다.
회의실의 불이 켜졌다.
애란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다들 신통치 않은 표정이었다.
“자넨 인도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강 실장이 느닷없이 질문을 했다.
“네?”
“인도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저 그게…”
강 실장이 애란의 눈길을 차갑게 외면하고 사장을 쳐다봤다.
“사장님, 저희가 준비한 걸 연이어서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개발 1팀도 인도를?’
진국은 놀란 눈으로 강 실장과 개발 1팀의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임원 여러분들도 다들 아시겠지만 중국도 중요하지만 인도 역시 중요한 나랍니다.
인도를 잡으면 그 주변 국가들 그러니까 스리랑카나 파키스탄,
좀 멀게는 이란이나 이라크까지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진국이 강 실장을 쳐다봤다.
어떻게 된 일이지? 그의 곁에 나란히 앉아 있는 중경의 모습도 들어왔다.
중경 역시 강 실장만큼이나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메일로 공문을 보냈는데 확인하지 못한 얼굴이군.”
개발2팀의 팀원들만 어리둥절할 뿐 나머지 사람들은 수긍을 했다.
진국이 병달을 쳐다봤고 병달이 마평수와 소화련에게 눈으로 물었다.
진국은 그제야 오사카에서 박람회가 열렸을 때
누군가 고의적으로 공문 내용을 누락시켰던 일이 떠올랐다.
설령 알았다고 해도 이젠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
“준비를 하셨으니 봐야겠지요.”
사장도 알고 있었던 일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