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위대한 피에로
논현로에 있는 그랜드 호텔 특실 안이다. 응접실의 테이블 주위에
는 네 사래가 둘러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를 가득 덮고 있는 것은 지
도였다. 오후 1시였으나그들은 아직 점심 전이었고 재떨이에 담배
꽁초만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특전 사령관 엄상호가 머리를 들고 사
내들을 둘러보았다.
"그럼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하지 않는 경우를 계획합시다. "
박현식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럴 경우에는 대통령이 정상 회담을 제의하기 전에 일어나야 할
데니까 11월 8일 이내여야 돼. 이번에 11월 10일경으로 예비 회담이
열릴테니까."
"그러면 11월 8일 자정으로 잡읍시다. "
엄상호가 말하자 수방 사령관 이일섭이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이틀 남았군, 그것도."
20고 밤의 대통령 제실근 -및
"오늘 아침의 청와대 안보 회의 분위기는 당장에라도 계엄령을 선
포할 것 같았어."
박현식이 주위의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포보비치의 살해 사건 이야기가 나오자 대통령은 책상을 치면서
계엄령을 선포해서라도 폭력배를 소탕해야 된다고 하더군."
"그건 그냥 하는 소리일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은 믿을 수도 없습니
다. "
잠자코 있던 기무 사령관 조영찬이 말했다.
"경솔하고 변덕이 심합니다. 그래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요."
"회의 끝나고 수석실에서 김재선과 이야기를 했는데 그자도 이런
상황 아래서는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계엄령이라도 선포해서
국가 기강을 잡아야 한다고 했어."
그러자 이일섭이 투덜거렸다.
"망할 자식. 버려 두었던 군인을 이제 와서 정권 잡으려고 이용하
려는군, 그놈도. "
"그놈이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놈이야, 지금은."
박현식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대선 후보는 김재선이야.이rT 이용덕은 물건너 갔으니 그
놈을 눈여겨봐야 돼. 모스크바에서 어떤 비밀 협상을 했는지 모르지
만 정상 회담을 제의하는 것은 우리 쪽이 될 거야. 그래야 업적으로
기록될테니까. 지금 김재선은 그 기회를 노리고 있을 거야."
그러자 조영찬이 그를 바라보았다.
"계엄령과 정상 회담이라는 두 개의 중대 조처를 거의 동시에 내
리기가 어렵다면 대통령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겠습니까?"
위대한 피에로 203
기무 사령관다운 분석이다. 박현식이 머리를 8덕였다.
"좋은 지적이다. 내치를 위해서는 계엄령을 내려야 할 것이고 정
권을 위해서는 정상 회담을 택할 거야."
"그렇다면 정상 회담이다. "
이일섭이 대뜸 말했다.
"내기를 해도 좋다. 둘 중 하나를 잡는다면 대통령은 정상 회담이
야. "
계엄령이 내려지지 쟈았을 경우도 이제 계획해 둔 때문인지 이일
섭이 부담없이 말했다.
"군대를 움직이는 것은 망설일 것 같아. 그 사람은 군인을 알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고 있으니까, "
"내 생각엔 대통령은 두 개를 동시에 할 사람이야."
박현식이 말하자 모두 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계엄령이 선포되든 말든 우리가 일어설 것이고
그뻔 회담이고 자시고가 없으니까."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
"부산 경찰청에서 부산의 분위기를 서울로 보고했는데 경찰 고위
층에서 막혔어. 아무래도 김양호가 손을 쓴 모양히야."
그러자 엄상호가 흔자소리처럼 말했다.
"김양호가 또 로비를 한 모양이군. 하긴 전단에 기록된 경찰 고위
충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으니까."
"이건 모두 제각기의 계획이 있군."
이일섭이 식은 찻잔을 들며 입을 벌리고 소리없이 웃었다.
"모두 며칠 후면 사라질 존재들이."
204 밤의 대통령 제샬』 -방
"오늘 밤 몇 시에 시작됩니까?"
조영찬이 묻자 박현식이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밤 9시경이니까 이제 여덟 시간도 안 남았군. 아마 이동천의 부
하들이 먼저 치고 들어갈 거야."
"숭산이 있습니까?"
"그놈들은 정예야. 포보비치를 죽이고 죽는 것을 봐. 숫적으로는
열세지만 확률은 반반이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폭력배 간 전쟁이 되겠군."
엄상호가 흔자소리처럼 말했다.
"쌍방 1천 명이 넘는 인원이 총격전을 벌인다면 그것은 내란이야.
경찰로는 수습이 안돼 ."
부산 지역에만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거사에는 지장이 없다. 대통
령이 계엄을 선포하는 순간부터 혁명군은 계엄 사령부를 스스로 설
치하고 정부를 장악하게끔 계획이 세워진 것이다.
이일섭이 의자에서 등을 세우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아, 동지들. 이것은 5· 16과El 12· 12와도 성격이 다른 거사다.
우리가 국가 기틀을 바로잡고 일년 이내에 물러선다면 역사에 남을
군인으로 기록될 것이고 나는 이에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
그러자 조영찬과 엄상호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몇 번씩이나 들
어왔던 소리여서 귀에 익었다는 시능이기도 했지만 공감의 표시이기
도 했다. 그리고 이번의 거사처럼 지휘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예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던 엄상호가 흔자소리처럼 말했다.
"이동천이 기폭제 노룻을 하는군. 대단한 놈이야."
위대한 피에로 205
뒤를 따르던 조영찬이 빙긋 웃었다.
"대단한 피에로지요."
그 시간에 김재선은 사무실에서 이갑종 비서관과 차를 마시고 있
었다. 청와대 식당에서 점심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이잠종을 부른 것
이다. 이갑종이 녹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아직 이 총장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경기도 지
구당 위원장들과 저녁에 모임을 갖습니다. "
김재선이 잠자코 있자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3, 4일 후에는 자신이 애비 회담에 빠진 것을 알게 될 것
이고 그렇게 되면 반발이 심할 져니다. 이제 각하의 집권 기간도 3개
월밖에 남지 쟈았으니까요."
"그자 성격으로는 그럴 만도 하지."
김재선이 머리를 천천히 2덕였다.
"아마 각하께 불손한 행동을 할지도 몰라, 그자는."
"그래서 미리 대책을 세워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말해 보라는 듯한 김재선의 시선을 받은 이갑종이 입을 열었다.
"김양호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이미 이 총장이 수백억의 뇌물을
먹었다는 것은 전단으로 전국에 뿌려져 친습니다. 그래서 김양호의
입으로 그 사실을 자백케 하는 겁니다. "
그러자 김재선이 입술 끝으로만 웃었다.
"과연 그렇군. 그펀 박 부장을 시키면 적절하33어.그렇지 쟈은
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
206 밤의 대통령 제식즌 -템
"시기라니?"
"김양호는 지금 대선 후원 자금을 준비해 두고 있을 겁니다. 아마
대선 후보가 결정이 되면 건네줄 계획이겠지요."
"전단에서 보셨다시피 덩치가 큽니다. 아마 몇백억 이상의 자금을
준비해 두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 자금을 받으신 후에."
"그렇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몇 달만 고생하고 나오라면 됩니다. 기반을 보장해 주고 말이지
요. 그래도 고마워할 겁니다. "
머리를 』1덕인 김재선이 이갑종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박현식 씨 말이야."
"나한테 접근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권력입니다. "
이잠종의 명쾌한 답변이었다.
"그것 외에는 없습니다. 안기부장 정도가 되면 여론이나 사회 분
위기를 제일 빨리 읽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그것으로도 수석
님의 가능성을 알 수 있습니다. "
나른한 오후의 식곤증을 즐기려는 듯 김재선이 의자에 등을 기대
자 이잠종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방을 나갔다
차에서 내린 하영철 중령은 앞쪽에 서 있는 박철규에게로 다가갔
다. 예전에는 해산물 창고로 쓰이던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비어 있었
고, 부서진 상자와 쓰레기 더미만 쌓여 있어서 을씨년스러웠다.
위대한 피에로 207
"30분이나 늦어서 죄송합니다, 박 선배. 서울을 빠져 나오는 데 시
간이 걸렸습니다. "
그가 예의 바른 태도로 말했다. 한쪽 문이 부서져 떨어져 있는 창
고 안에는 대여섯 대의 승용차가 문 쪽을 향해 나란히 주차되어 있었
는데 하영철이 타고 온 회색 숭용차만 그들과 마주보고 세워져 있다.
승용차 주위에 둘러선 20여 명의 사래들은 침 소리 하나 내지 않
았으므로 하영철의 말소리는 창고 안을 울렸다.
"아냐, 자네가 수고했어."
박철규의 말소리도 울렸다.
"그래,가져온 걸 볼까?"
머리를 끄덕인 하영철이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승용차 옆에
서 있던 두 사내가 트렁크를 열더니 무거워 보이는 가방 세 개를 들
어 내었다. 그들이 가방을 하영철 앞으로 운반해 오자 하영철이 입을
열었다.
"권총 20정에 기관총이 두정 있숱니다. 실탄은권총용이 1천 발,
기관총용이 200발 정도가 됩니다. "
박철규가 뒤에 서 있는 부하들에게 눈짓을 하자 서너 명이 다가와
가방을 열었다. 권총은 낡았는데 여러 종류였다. 콜트에 모제르, 그
리고 구경도 각각이었다.
"총번은 모두 지웠지만 쓸 만합니다. 제가 발사 시험도 해보았습
니다. "
머리를 』1덕이던 박철규가 시선을 멈추었다. 가방 한 개에서 수류
탄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수류탄은 어림잡아 스무 개가 넘었다.
하영철이 그의 시선 끝을 보더니 말했다.
208 밤의 대통령 제4력 -및
"수류탄 25발입니다. 사용법들은 아시지요? 안전핀을 쁩아도 손
잡이를 쥐고 있으면 폭발하지 쟈습니다. 그러나 손을 몌면 고초 후
rT ."
"그건 알아."
박철규가 그의 말을 잘랐다.
"몰살시키기 딱 알맞은 물건을 가지고 왔군."
"수류탄은 모두 신제품입니다. "
"어쌨든 고맙네 ."
"참. "
잊었다는 듯이 그가 허리를 굽혀 붉은 손잡이가 달린 수류탄을 집
어 들었다.
"이것은 화염탄으로 한 방이면 2충집 한 채는 불덩이가 됩니다. "
"빌딩에 던져도 조건만 맞으면 전소시킬 수가 있지요."
"고맙군."
"직접 도와 드리지 못해서 유감입니다, 박 선배."
사복 차림이어서인지 그는 머리를 약간 숙여 보이고는 몸을 돌렸
다. 그들이 차에 올라 몌어진 반쪽 문을 통해 밖으로 사라지자 박철
규가 옆에 선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총을 나눠 주어라."
"fl , "
그렇지 않아도 빙 둘러서서 총을 내려다보던 부하들이다. 창고 안
은 이름을 부르고 꾸짖는 소리들로 찬동안 떠들썩했다.
"형님 ."
위대한 피에로 209
차에 기대어 서서 담배불을 붙이는 박철규에게로 부하 한 명이 다
가왔다.
"형님, 수류탄은 어떻게 나눌까요?"
"그건 놔둬."
"f1?"
"인마, 못 알아들어?그대로 두란 말이다. "
부하가 몸을 돌리자 박철규는 차 안에 던져 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어 들었다. 다이얼을 누르면서 부하들을 돌아보자 분배를 마친 그들
은 제각기 흘어지고 있는 참이었는데 손에 쥔 총을 흔들어 보는 부하
도 눈에 띄었다.
저녁 8시 15분.배장근이 관리하는업체인 중구라마호델 근처의
피닉스 나이트클럽 앞이다. 이제 막 손님이 몰려드는 시간이어서 클
럽 입구는 혼잡했다. 언제나 그렇듯 이쪽 저쪽에 무리를 지어 모여
있는 젊은 남녀들의 소란으로 클려의 분위기는 활기차 있었다.
"이것, 이 상태에서 치고 들어오면 당할 수밖에 없는데."
플럽 입구를 바라보며 말한 것은 배장근의 부하 고대철이다. 그는
옆쪽 빌딩의 현관에 서 있었는데 그의 주위에는 10여 명의 부하들이
둘러서 있었다. 클럽의 반대쪽에도 10여 명의 부하들이 있었으므로
그들은 정면만을 비워 둔 셈이다.
옆에 서 있던 부하가 무전기를 귀에 대더니 그를 바라보았다.
"가든 살롱 안에서 모두 나왔답니다. "
고대철이 잠자코 머리를 』1덕이자 부하가 흔자소리처럼 투덜거렸
다.
210 밤의 대통령 제』닦 -lH
"앞이나 안에 있다가 치고 나와야지 이렇게 양쪽으로 비켜나 있으
면 당하고 시작하는 거라우요."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호텔 경비원 생활을 했었고 갱들의 습격
을 받은 경험도 있었다. 습격자의 목표는 상대방 업체의 파괴와 조직
원의 제거인데, 이렇게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일단은 정면에서 숩격
자를 받아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조금 전에 내려온 명령은 모두
업체에서 떠나 좌우를 지키라는 것이다. 그것은 조직원을 보호할 의
도인지는 모르지만 업체를 고스란히 내어준 모양히 되었다.
고대철이 힐끗 부하를 바라보았다.
"늙은이처럼 잔소리 그만하라우 다 형님들이 생각이 있어서 그럴
데니까."
"어쪘든 총 한번 신나게 쏘아보3ft시다. "
부하가 허리춤을 두드려 보이는데 고대철의 주머니에 든 무전기가
울렸다. 긴장한 그는 무전기를 들었다. 양쪽 도로 끝에서 감시하고
있는 부하들일지도 모른다.
"여보세요."
"나다. "
배장근의 목소리였다.
"그쪽은 어떠냐?"
"아직 이상 없습니다, 형님."
고대철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챘다. 앞쪽의 차도에는 시속 30킬로
미터 정도의 속력으로 차들이 지나고 있었다. 그가 맡은 지역은 사거
리 두 개 범위 안에 있는 네 개의 업체였는데 피닉스 클럼은 중심 부
분에 있다.
위대한 피에로 211
"그래, 애들은 모두 밖으로 레놓았지?"
"예, 형님."
"안에 있는 종업원들한테 반항하지 말라고 했고?"
"예, 형님."
습격자의 기세에 눌려 조직원도 아닌 종업원들이 반항을 할 리도
없다.
"그런데 형님,저쪽은 아예 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모양인데
요."
"나도 알고 있어."
배장근이 그치 말을 잘랐다.
"어fa든 놈들이 안으로 치고 들어가도록 놔둬라."
"그렇다면 안에다 가둬 놓고 몰살을 시키지요."
옆에 선 부하를 바라보며 고대철이 말하자 배장근이 짧게 웃었다.
전화를 마친 배장근이 옆에 서 있는 이동천을 바라보았다.
"애들은 모두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이제 업체들은 무방비 상태가
되었습니다. "
"상관없다. "
피우던 담배를 땅바닥에 버린 이동천이 배장근의 손에서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다이얼을 누르자 곧 신호가 갔다. 그가 서 있는 앞쪽으
로 서너 대의 차량이 나란히 주차되어 있었는데 모두 머리가 이쪽으
로 향해져 있다.
"여보세요."
전화기에서 사내의 굵은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212 밤의 대통령 제4부 -lU
"정 일훈입니다. "
"지금 식사중이시오? 아니면 가족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든
가?"
"거기 누구시오?"
이동천이 던지듯 말하자 사래의 목소리도 거칠어졌다. 그는 부산
경찰청장 정일훈 치안 정감이다.
"나, 이동천이오."
"이동천?"
"모른다고는 안하시겠지. 물론 몰랐으면 좋을테지만 당신은 부산
의 경찰 총수요. 어떻든 간에 부산의 치안은 당신 책임입니다. "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척 전화 꿀겠다. "
"오늘 밤 전쟁이 일어납니다. 원하신다면 전화 꿀을데니 텔래비전
을 보시지요."
"그리고 나서 대통령한테 정보가 업었다고, 쬐송하다고 하실지는
모르지만 방관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곧 알려질 것
이오.왜냐하면 내가 지금 알려 드리는 사실이 증거로 잡힐데니까
요. "
"이건 도무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목소리로 정일훈이 말했다.
"전쟁이라니?무슨 말이냐?"
"당신이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는 생각지 않소. 지금 부산
에는 1천 명 가까운 조직원들이 총기를 휴대하고 전쟁 태세에 들어
가 있습니다. "
위대한 피애로 213
"전쟁이 일어날 지역은 동구와 남구,중구와 영도구의 유흥업소가
밀집된 지역이오. 서울에서 내려온 김양호의 부하들이 나를 치는 점
니다. "
"당신이 서울 고위충에서 무슨 연락을 받았든 간에 이동천이 사전
에 당신에게 전쟁을 알려 주었고, 그것을 막을 기회를 주었다는 증거
로 이 전화 내용이 제출될 겁니다. "
그러자 전화가 끊겼으므로 이동천이 잠자코 배장근에게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공원의 나뭇가지를 스치고 불어온 가을 바람이 그의 머
리칼을 날렸다.
"형님 ."
전화기를 쥔 채 배장근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전쟁은."
그는 이제 이동천이 부하들을 업체에서 멀찍이 몌어 놓으라는 이
유를 알았다. 이동천이 차의 문을 열다가 그의 시선을 받9fl.
"전쟁은 전쟁이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지."
그 시간에 주대홍은 승용차의 됫좌석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고 있
었다. 양재동의 부하가 운전하는 승용차는 동구청을 지나 아래쪽으
로 달럭가고 있는 중이다.
"이봐, 다 왔다. 조금 천천히 ."
옆자리에 앉은 양재동이 부하에게 말하자 차는 속력을 줄였다.
이곳은 좌우로 사무실 빌딩이 늘어서서 밤이 되면 찬산해지는 거
214 밤의 대통령 제살」 -llf
리였는데 사거리만 우회전하면 눈부신 네온사인이 빛을 내는 상가
와 유홍업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차가 사거리를 우회전하기 전에 길가에서 멈추자 주대흥이 차에서
내렸다.
"형님, 그럼."
묵직한 비닐 가방을 건네준 양재동이 차 안에서 머리를 숙여 보였
다. 주대흥은 가방을 든 채 곧장 옆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지리는 익
혀 두었으므로 골목길로만 해서 은하 살롱의 뒤쪽까지는 10랄이면
도착할 것이다. 은하 살롱은 구속된 조성표의 부하를 대신하여 최기
대의 부하가 관리하고 있는 종업원 20명 정도의 룸살롱이었는데 특
징이 별로 없기 때문인지 매출 실적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 분
위기가 되자 이곳에도 최기대의 부하 10여 명이 파견되어 앞됫문을
지키는 중이었다.
공격당할 것에 대비하여 앞쪽 골목을 아예 차 한 대로 가로막아
놓아서 통행인들을 한 명씩 모로 서서 골목 안으로 들어오게 해놓꼰
고 안에서 잠가 버린 됫문 앞에도 부하들을 첩첩이 배치해 두었다.
장사는 안중에도 없는 행동이었다. 당연한 일로 일곱 개의 룸 중에서
단 한 개의 방만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종업원들은 모두 정신이 딴곳
에 있었다. 모두 상황을 알고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주대흥이 은하 살롱의 됫문이 바라보이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그
로부터 10랄 후였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주택가의 끝 쪽으로 모퉁이
를 돌아 20미터쯤 카면 살롱의 뒤쪽으로 통하는 길이 나온다.
담에 기대어 선 주대흥은 골목의 입구에 서 있는 사래 두 명을 보
았다. 됫문 쪽을 경비하는 사래들이 이곳까지 나와 있는 것이니 제법
위대한 피에로 215
철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시계를 들여다본 그는 담에서 등을
라었다.
그때 양재동은 두 블록 떨어진 빌딩의 옥상에 올라 가쁜 숨을 몰
아처고 있었다. 비상 계단으로 해서 올라온 것이다. 큰길가에 세워진
10층짜리 오피스텔 빌딩이어서 아래쪽이 모두 내려다보였다. 불야성
을 이루고 있는 도로 주변과 회고 붉은 앞뒤의 둥을 켠 채 꼬리를 물
고 달려가는 차의 행렬을 훌어보던 그가 이윽고 시선을 멈춘 곳은 앞
쪽 길 건너괸의 커다란 건물이었다. 3층 건물은 아직도 이곳 저곳에
불을 밝히고 있었는데 옥상에서의 직선 거리는 300미터쯤 되었다.
그는 가방의 지퍼를 내리고는 칼라쉬니코프 소총의 부품을 꺼내어
익숙한 솜씨로 조립하기 시작했다. 싸늘한 가을 바람이 열기가 배어
있는 그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래쪽에서 갖가지의 소음이 들
려 왔지만 자신의 손에서 채워지고 넣어지는 소총의 금속 소리만이
선명하게 그의 귀를 울렸다.
이윽고 그는 소음기를 부착해서 더욱 길어진 소총을 쥐고는 가방
에서 꺼낸 헝겊으로 총구를 덮었다. 그리고는 길 건너편의 건물을 향
해 총구를 겨누었다.
중부 경찰서 수사관인 김만조 형사는 절도 피의자로 잡혀 온 20대
사래를 의자에 앉히고는 눈을 부릅떴다.
"이놈의 새끼, 너 때문에 내 바지 버렸어, 이 새끼야."
중국 음식점 금고를 들고 나오다가 잡힌 절도범이었는데 데리고
오는 중에 달아나는 것을 다시 잡은 것이다. 그 와중에 김 형사의 바
216 밤의 대통령 제삭L -111
지 한쪽이 어졌던 것이다.
말을 하다 보니까 화가 또 나는지 한대 쥐어 박을 듯이 주먹을 쳐
들었던 김 형사는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머리를 들었다. 정문 쪽으
로 나 있는 대형 유리창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 있었고 그 중심 부분
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한 구멍이 나 있다. 형사계 안에 있던 10
여 명의 사람들도 모두 그쪽을 쳐다보았다.
"총알이다!"
누군가가 소리쳤을 때 다시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구멍이 생겼다.
"총을 쏜다!"
형사계 안은 금방 수라장이 되었다.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는 사
람, 밖으로 뛰어나가다가 부딪쳐 넘어지는 사람. 그러나 김 형사는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책상 위의 전화기를 끌어내렸다. 비상을 걸려
는 것이다. 그때 절도 피의자가 수감을 찬 채로 밖으로 튀었다.
"야, 이 새끼야!"
목청껏 고함을 지르다가 김 형사는 그대로 주저앉아 다이얼을 눌
렀다.
중부 경찰서 정문에서 왕복 8차선 도로만 건너면 직선 거리에 조
성표가 자랑하는 물랭루즈 나이트클럽이 있다. 정문 앞에 사람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듯이 늘어서 있던 최기대의 부하들은 손님들을 어깨
사이로 들여보내면서 긴장을 풀지 않았다.
양재동은 다시 조준경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중부 경찰서는 이곳
에서 도로 건너편의 비스듬한 위치였지만 나이트클럽은 바로 직선
위대한 피에로 217
위치여서 거리도 가깜다.
그는 늘어서 있는 사내들 중 제일 큰 키의 사내를 겨누었다. 그와
의 거리는 250미터가 조금 넘는다. 방아쇠를 당기자 어깨에 묵직한
충격이 왔고 망원 렌즈 속의 사래가 입을 쩍 벌리며 뒤로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사내 두어 명이 그를 돌아보았으나 아직 영문을 모르는
모양히었다.
양재동이 다시 방아쇠를 당기자 옆에 서 있던 사내가 빙글 돌면서
주저앉았다. 그러자 사내들이 놀란 듯 사방을 둘러보았다. 다시 한
발이 날아가 사내 한 명을 쓰러뜨리자 양재동의 귀에 총소리가 들렸
다. 겁에 질리고, 울화통이 치민 서너 명의 사래가 권총을 어 들었
는데 앞쪽을 달리는 차량 한 대가 수상했던 모양이었다.
인민군 시절에 저격병 훈련을 받은 양재동이다. 250미터의 거리에
서는 가늠자만 있어도 맞힐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밤이다. 그의 총이
다시 한 명을 쓰러뜨렸을 때에는 클럽 앞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길거리로 뛰쳐나간 손님 하나가 달리는 차와 부딪쳤고 그 서슬에 뒤
차 두어 대가 연쇄 추돌을 했다.
돌멩이에 송사리몌가 흘어지듯 손님들은 사방 팔방으로 뛰는데 최
기대의 부하들은 제각기 간판 뒤에,또는 우체통 옆에 엎드려 있었
다. 이쪽에서는 훤히 내려다보였으므로 등짝을 맞힐 수가 있었지만
양재동은 총구를 경찰서 쪽으로 옳겼다.
사래 두 명을 골목 안쪽의 벽에 기대어 앉혀 두고 주대흥은 은하
살롱의 됫문을 향해 다가갔다. 걸으면서 가방 안에 든 화염병 한 개
를 꺼내어서는 손에 쥐었다. 어둠에 덮인 골목은 두 사람이 겨우 다
닐 수 있을 정도로 좁았고 양쪽은 공장의 시멘트 담이 길게 뻗어 은
218 밤의 대통령 제식근 -및
하 살롱 앞에까지 연결된다.
은하 살롱의 됫문이 30미터쯤의 거리로 다가왔을 때 그는 앞에서
어른거리는 물체를 보았다. 사람이다. 됫문 앞에도 경비원을 세운 것
이다.
벽에 몸을 붙인 주대홍은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갔다. 주위는
어두됐고 은하 살롱은 2충에서 비치는 불빛으로 겨우 아래쪽이 보일
뿐이었지만 이쪽은 직선 거리에 있다. 총을 쏜다면 반듯이만 겨누어
도 맞을 상황이었다.
20미터쯤의 거리로 다가갔을 때 주대홍은 살롱의 됫문 좌우에 사
내 두 명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말소리도 들린다.
이윽고 주대흥은 다가가기를 멈추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가방에서
다시 화염병 두 개를 꺼내 든 그는 세 개의 화염병 목을 한손으로
틀어 쥐고는 몸을 돌렸다. 사래들에게 불빛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이
다. 라이터를 꺼내어 부싯돌을 켜자 불길이 올라오지 않았다. 가스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옘병할."
입술로만 투덜거리는데 뒤쪽 사내들의 말소리가 그쳤다.
"누구냐? 정규냐?"
사내 하나가 소리쳐 물었으므로 주대흥이 대답했다.
"엉 "
"거기서 뭐해?"
그동안 대여섯 번 켰던 라이터에 드디어 불꽃이 올라왔다. 화염병
의 심지에 대자 금방 불길이 붙는다.
주대흥은몸을돌리면서 병 하나를 던졌고 그것이 떨어지기도 전
위대한 피에로 219
에 다시 하나를 던졌다. 좁은 마당이어서 피할 곳도 없었으므로 두
번째 화염병이 터지면서 사내 한 명의 옷에 불길이 치솟아올랐다. 사
내가 목이 터질 듯한 비명을 질렀는데 다른 사내는 이쪽을 향해 몸을
웅크렸다.
"탕!"
밤하늘을 울리는 총소리가 났고 그 순간에 주대흥은 손에 쥔 병을
던졌다. 다시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사내의 발 밑에서 화염병이
터졌다.
어깨에 뜨끔한 느낌이 왔으나 주대흥은 불길에 싸여 길길이 뛰는
사래들에게로 휘적이며 다가갔다. 가방에는 아직 화염병이 서너 개
더 남아 있었으니 이제 됫문을 걷어차고 안에다 불을 지르면 되었다.
"쳐들어간다!"
자리를 차고 일어난 최기대가 둘러선 부하들에게 말했다.
"계획대로 쳐들어가라고 해 !"
부하들이 일제히 핸드폰과 전화기를 움켜쥐었다. 9시 5분전이었
다. 본래의 계획은 9시로 잡아 놓았는데 그것도 그의 지시가 있어야
만 공격하라고 했던 터였다. 섣불리 공격했다가 함정에 빠질 염려 때
문이었는데 놈들의 업소가 모조리 무방비 상태로 열려 있는 것이 꺼
림칙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물랭루즈가 총격을 받아 그쪽 도로가 마비 상태가
되어 있는 데다가 은하 살롱이 화염병 공격을 받고 불타오르는 중이
라는 보고를 금방 받은 참이다. 그는 연락을 하는 부하들에게 다시
소리쳤다.
220 밤의 대통령 제4부 -fll
"치고 들어가서 때려부수고 빠져 나와라! 오래 머물지 말라고 그
래. 함정에 빠질 염려가 있다!"
그 시간에 정일훈 부산 경찰청장은 옷을 차려입고 응접실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막 나가려다가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의 옆에
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내가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이? 경찰서로 총알이 날아왔단 말이이? 아니, 그러면 그놈들
이 경찰서를 공격했단 말인가?"
그가 버럭 고함치듯 묻자 중부 경찰서장은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
다.
"아닙니다. 저회들끼리, 서로 싸우다가 총알이 날아온 것 같습니
다. 그, 문제의 클럽이 바로 경찰청 앞에 있어서."
"총격전이라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
"예, 그래서 제가."
"비상이야! 모두 비상 출동이야!"
"f1? fl ."
"지금 당장 출동시켜! 거리마다 검문 검색을 해서 무기 소지자, 수
상한 자는 체포하고, 그리고 그, 폭력배들의 유흥업소에 병력을 집중
투입해!"
"예, 청장님."
몸을 돌린 그는 서둘러 방을 나가면서 핸드폰의 다이얼을 눌렀다.
경찰청에 연락을 해서 시내 전역에 비상 검문을 실시해야 할 것이고
시장한테도 사후 보고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위대한 피에로 221
고대철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이맛살을 찌푸렸다.
"지금 당장 말입니까?"
"그래, 지금 당장, "
배장근이 짜증난 듯 말했다.
"애들 몰고 당장에 포항으로 출발해라. 두 시간 후에 그곳에서 집
결한다. "
"예, 그런데, "
"잔소리 말아, 이 자식아! 나머지 애들은 이미 출발했단 말이다!"
"알았습니다. "
그제야 다급해진 고대철이 주위의 부차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포항으로 출발이다. 모두 주차장으로 가!"
꾸물거리던 부하들이 그의 기색을 보고는 허둥거리는 몸짓으로 그
를 따랐다. 도망치는 것이다. 모두의 어깨는 늘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한사람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런 씨팔, 어떻게 된 거이?"
이렇게 투덜거린 것은 하영철 중령이다. 그는 밴의 됫좌석에 앉아
경찰 상황실의 무전 연락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부산 전역의
경찰에 비상출동 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귀가해 있는 경찰은 즉시
복귀할 것이고 각 경찰서의 전경은 이미 출동 태세를 갖추고 있다.
"청장이 이거 웬일이o1?"
사건이 아직 시작 단계인 것이다. 시가지에서 방화와 폭발이 일어
나고 양쪽이 격렬한 총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출동해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222 밤의 대통령 제4부-
그는 밴의 창문에 덮인 커튼을 들치고 밖을 내다보았다. 길가 빌
딩의 주차장에 세워진 밴에서는 영도의 번화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길 양쪽으로 휘황한 네온사인을 내걸고 조성표와 배장근의 업체들이
경쟁하듯 늘어서 있었는데 그들은 아직 한방의 총도 쏘지 않았다.
그때 옆에 놓인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차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
으로 모여졌다.
"나, 민이오."
전화기를 들자 대뜸 안기부 조사관 민영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
다.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가 묻자 하영철은 다시 창 밖을 내다보았다.
"아무 일 없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곧 비상출동해 올 모양인데
요."
"그건 나도 압니다. "
민영택도 경찰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가 말을 이
었다.
"이동천이 공격을 시작했으니 최기대도 곧 치고 나을 거요. 조금
만 기다려 봅시다. "
"경찰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글쎄, 나도 예상 밖이오."
물론 민영택과 히영철은 실무 책임자로 양쪽 세력의 충돌 이후에
일어날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안기부와 기무사
가 공식적으로 공동 작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그들은 수뇌
부의 비밀 지시를 받아 각자의 소속 기관도 모르게 협조 관계를 맺고
위대한 피에로 223
있는 것이다.
하영철이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입맛을 다셨다.
"지금 출동하면 양쪽이 모두 돌아가 버릴텐데, 싸움이 붙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
"글Hil ."
바로 그때 밴의 앞쪽 자리에 앉아 있던 부하가 도로의 앞쪽을 가
리켰다. 급한 동작이었으므로 하영철이 전화기를 쥔 채 상반신을 앞
쪽으로 내밀었다.
10여 대의 차량이 그들의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승용차에 승합차
도 끼여 있는 대열이었다. 그들은 앞에 끼여 드는 차량을 밀어붙이면
서 거칠게 달려가더니 곧 100미터쯤의 앞쪽 길가에 일제히 차를 세
웠다. 그리고는 수십 명의 사래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영철의 눈이 번들거렸다.
"민 형! 시작이오! 최기대의 부하들이 배장근을 공격합니다!"
약 150미터 앞에는 배장근이 관리하는 업소가 세 곳이나 연달아
있는 것이다. 그때 밴의 안에 있던 그들에게도 총소리가 들려 왔다.
하영철에게 그것은 마치 축제를 시작하는 축포 소리처럼 들렸다.
"총을 쏩니다! 들립니까?"
"아니, 안 들리는데."
그러면서도 민영택의 목소리는 가벼워졌다.
"이제 전쟁이 시작된 모양히로군."
양쪽의 싸움이 격렬해지면 경찰이 달아오른 양쪽을 진압하기란 거
의 불가능하다. 수십 군데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싸움이었
고 더욱이 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있는 것이다.
224 밤의 대통령 제』달 -및
"총을 쏘는 놈은 총으로 제압하라!"
이미 중부 경찰서로 수십 발의 유탄이 날아온 사건을 보고받았던
터여서 정일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각 경찰서는 책임지고 담당 지역의 폭력배를 소탕하라?
이미 경찰서의 병력들은 대부분이 출동해 있었다. 그 사이에 남구
에 있는 배장근의 파칭코 한 곳이 화염병 공격을 받아 불에 타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대여섯 군데의 업체가 지금 일제 공격을 받고 있는 중
이다.
"도로를 붕쇄하고 철저히 색출해낼 것!"
무전기의 스위치를 끈 정일훈이 옆에 서 있는 김상만 총경을 바라
보았다.
"치안 본부장을 바러."
정보 과장 김상만은 상황실 한쪽에 놓인 전화기로 다가갔다. 상릉
실은 각 경찰서와의 무전 교신으로 마치 전쟁 상황의 지휘부처럼 보
였다. 그에게로 전영무 제1차장이 다가왔다. 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청장님, 내무 장관 전화입니다. "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귀에 대었다.
"정일훈입니다, 장괌님 "
"고생이 많아.5. 정 청장. 그런데."
내무 장관 최현은 서두르고 있었다.
"시장한테서 이야기를 듣고 바로 치안 본부장과 경남 지사에게 협
조 지시를 해놓았어요. 지금쯤 마산과 창원, 김해와 울산의 경찰 병
력이 준비하고 있을 거요."
위대한 피에로 225
"감사합니다, 장관님 ."
"그런데 상황은 어떻습니까?"
"심각합니다, 장관님."
"총격을 하고 방화를 하고 있습니다. "
"어허, 이것 야단났군."
"그런데 한쪽 세력의 일방적인 공격입니다. 상대방은 당하고만 있
습니다. "
"사상자는? 많이 죽었소?"
"그건 아직."
"내가 듣기로는 조성표의 잔당과 이동천 사이의 싸움이라던데."
"아, 예. 그건 확인을 하겠습니다. "
"아마 지금쫌 대통령 각하께도 보고가 들어갔을지 모릅니다. 조금
전에 청와대하고 연락이 되었으니까."
"OIOt, fl ."
"다시 지시가 내려가겠지만 강력히 진압해 주시오."
"예, 장관님 ."
전화기를 전영무 경무관에게로 넘겨주자 이번에는 김상만이 전화
기를 들고 다가왔다. 치안본부장이 나온 것이다.
9시 10분. 셔츠 차림의 대통령은 거실에 앉아 김재선의 보고를 듣
고 있었다. 탁가 위에튼 엽차잔도 놓여 있지 않았는데 심기가 불편한
대통령이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김재선의 상황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확인하듯 물었다.
226 밤의 대통령 제딘부 -트
"이동천이라는 자와 조성표 세력이 충돌했단 말인가?"
"그령습니다, 각하. 부산의 기존 세력인 조성표는 얼마 전에 살해
되었지만 그 잔당들과 이동천의 싸움이라고 들었습니다. "
"총격과 방화를 하면서 싸우다니, 이건 마치 전쟁 아닌가?"
대통령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대한민국을 무법 천지로 만드는 놈들 아닌
가?"
"그래서 경찰 병력이 투입되었습니다. 치안 본부장이 지금 부산으
로 내려가는 중이고 경남의 경찰 병력도 대기하고 있숱니다, 각하."
"철저하게 소탕해야 돼. 이런 일은 아예 뿌리를 뽑아야 돼. 알TE
나?"
"알고 있습니다, 각하."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이런 시기에 일어나느냔 말이야?"
찌푸린 얼굴로 대통령이 김재선을 노려보았다.
"정상 회담 제의를 하면 국·내 치안도 해결 못하면서 무슨 정상 회
담이냐고 그럴 것 아닌가?"
"더구나 부산에서 폭동이 일어나다니. 아니, 이것은 내란 아닌
가?"
"각하, 그렇게까지는."
"아, 총을 쏘고 불을 지르는데 몇백만 시민이 어떻게 생각하3a어?
집에 숨어 떨면서 누굴 원망하겠느냔 말이야!"
"이것은 정부와 국민, 그리고 나에 대한 도발이고 반역이야! 용납
위대한 피에로 227
할 수 없어!"
머리를 숙이고 있는 김재선을 향해 대통령의 말이 쏟아 부어지듯
떨어졌다.
"통치권 누수네 뭐네 하면서 국가 기강이 흔들린다는 말을 이 기
회에 바로잡아 주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 각하."
"누구 누구 오기로 했지?"
대통령이 묻자 김재선이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총리와 내무 장관, 안기부장과 국방 장관입니다, 각하."
9시 반. 본관의 집무실로 노타이 셔츠 차림의 대통령이 들어섰다.
굳어진 얼굴의 그는 각료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하고 자리에 앉
았다. 좌우로 나누어 앉은 사래들은 총리와 내무 장관,국방 장관, 안
기부장에 비서실장,그리고 김재선까지 여섯 명이다. 잠간주위를 둘
러본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들었을테니 생략하고 지금 상황부터 들융시다. "
그의 시선이 내무 장관에서 멈추었다.
"지금 상황은 어떻소?"
"예, 각하. 경찰이 투입되어서 쌍방의 충돌은 거의 없숨니다만 파
괴와 방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
"사상자는 얼마나 났소?"
"사망 3명에 부상자 25명입니다. "
생각보다 적은 숫자였는지 대통령 이마의 주름이 조금 엷어졌다.
쌍방의 충돌이 없다는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228 밤의 대통령 제4력 -르
"아직도 총을 쏘고 다니는가?"
"아닙니다. 이제는 총성이 그쳤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시내
를 돌아다니며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은 조성표의 무리들뼘입니다. "
"그렇다면, 한쪽은 도망쳤나?"
"지금 확인하는 중입니다. "
"오늘 밤 안으로 진압이 될까?지원 병력까지 출동을 했다는데."
"현재 14명을 체포했습니다, 각하. 부산 외곽의 도로를 모두 차단
했고 3만 명의 경찰 병력이 진압에 나서고 있으니만치."
그러자 비서실장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그의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부산 경찰청장과 연락을 했는데 소요가조금 가라앉는
것 같다고 했숱니다,각하."
"부산의 번화가는 화염이 충천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입을 연 것은 안기부장 박현식이다.
"시민들은 도로에 차를 버리고 달아나고 있어서 중심가의 도로는
마비 상태이고 폭도들이 경찰서 무기고를 습격하려고 한다는 정보도
들어와 있습니다. "
"무엇이?"
대통령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1는 5· 18의 광주 사태를 떠을
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물론 주체와 목적이 모두 달라서 지금은 조직
폭력배 간의 패권 다툼이었지만 상황이 커지고 길어질수록 시민의
분노는 폭력배에게보다 정부 쪽에 더 쏟아질 것이었다.
박현식이 말을 이었다.
"제가 보고받기로는 폭도들은 수류탄과 기관총까지 소지하고 있
으며 총기를 소지한 폭도들의 숫자는 500명이 넘는다는 것입니다. "
위대한 피에로 229
대통령이 멍해진 얼굴로 사래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국방
장관에게서 한순간 멈추었다가 지나갔는데 국방 장관 권성무가 머리
를 들었다.
"각하, 저도 기무사에서 같은 보고를 들었습니다. 이 폭도들은 싸
움꾼들이어서 지극히 위험하다는 보고였습니다. "
대통령의 시선이 다시 총리와 비서실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재선
에게로 다가와 멈추었다.
"각하, 치안 본부장이 곧 그곳에서 상황을 보고해 올 것입니다. 그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정을 하시는 것이."
김재선의 말에 대통령이 천천히 머리를 」1덕였다.
"난 거실에서 자지 쟈고 기다릴테니까 보고 사항을 듣고 대책을
생각해 두시오."
대통령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난관을 혜쳐 온 우리요.모두 기운을 냅시다. "
그 시간에 김양호는 그의 비밀 아지트인 역삼동의 한 빌딩 안에서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
"이봐,그렬다면 놈들이 모두 도망쳤단 말이냐?"
김얀호가 소리치듯 묻자 최기대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런 모양입니다. 하지만 놈들의 업체 대부분을 부수었숱니다.
우리가 피해를 입은 곳은 처음에 당한 세 군데뿐입니다. "
"경찰 전 병력이 풀려 나왔어. 알고 있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가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230 밤의 대통령 제4부 -르
"경찰은 어떻게 된 겁니까?이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움직인 것
같습니다만."
그러자 김양호가 입맛을 다셨다. 경찰은 그야말로 즉각적인 대응
을 해왔던 것이다. 조직 간의 규모 충돌이 일어난다면 경찰이 출동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김양호는 경찰의 속성을 알고 있었으
므로 부산 경찰쳔이 이렬게 빨리 쩐 병력을 투입 올 줄은 뜻밖이었
다. 지금 부산은 재엄 상태와 마찬가지로 경찰이 시내 곳곳으로 진주
해 오는 중이었고 그외 부하들콰부딪치고 있었다.
김양호는 전화기를 고쳐 쥐었다.
"잘 들어. 지금 당장 부하들을 철수시켜라. 더 이상 공격도, 방화
도 하면 안된다. 모두 철수다. 알아들었어?"
"알았습니다. "
최기대가 기운차게 말했다.
"어든 저회들은 이겼습니다. 이동천의 업체들은 이쟤 몇 달 간
영업을 못합니다. "
김양호가 전화기를 내려놓자 옆애서 기다리고 있던 허대수가 다시
다른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아, 접니다. "
그의 목소리를 들은 저쪽얘서 서두르듯 말했다. 서울 경찰청의 장
경감이다.
"김해, 창원, 울산의 경찰 병력이 시 외곽을 막고 부산 경찰은 전
병력을 투입헤서 소탕 작전을 회게 돼 있습니다. 이것은 부산에서 금
방 들은 정보입니다. "
"고맙소. 그런대 별일 아닌 걸 가지고 왜 이렬게 서두르는 거지?"
위대한 피애로 231
"별컷 아니라니요?지금 부산은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요."
그는 부산에서 난동을 부리는 자가 최기대인 것을 모른다.
"1, 뭐냐. 중부 경찰서에 총알이 날아오자마자 부산 경찰청장이
각 구의 경찰서에 비상 출동 명령을 내렸다는 겁니다. 경찰 본부와
내무 장관한테도 보고를 하구요."
"지금 치안 본부장이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각료들이 청와대에
서 비상 회의를 하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
"어쩠든 부산 경찰청장이 재빨리 손을 써서 경찰이 진입할 모양이
니까 곧 소탕이 되겠던데-a. 거기와 상관 있으십니까?"
"상관은 무슨. 좌우간 고맙소. 다른 소식이 있으면 알려 줘요. 나
도 부산 일을 알아야 되니까."
"여부가 있습니까」"
전화기의 스위치를 끈 김양호가 허대수를 바라보았다. 초점이 긴
시선이었다.
"너무 빠르다 했더니 정보가 새었다. "
흔자소리처럼 그가 말했다.
"어쩐지 놈들이 도망쳤는지 보이지 쟈는다고 하더니‥‥‥‥
"그령다면 그놈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피한 것입니까?"
허대수가 묻자 그는 머리를 저었다.
"아마 그놈들이 정보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 교활한 이동천, 그
놈』1 , "
그러자부하 한 명이 그에게로 다가와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232 밤의 대통령 재』닦-111
"이 총장이십니다. "
"어떻게 된 일이오?"
핸드폰을 귀에 댄 이용덕은 잠옷 치림으로 응접실의 소파애 앉아
있었다. 이 시간에 대한민국의 밤과 낮의 주요 인물 중에서 잠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이제 그밖에 없다.
"부산에 소동이 일어났다고 누가 그러던데. 그리고 텔레비전 뉴스
에도 나왔고."
10시 10랄이었고 부산의 사전은 첫 방송이 된 것이다.
"글쎄, 조성표의 잔당과 이동천 섀력 간에 충돌이 생긴 모양입니
다
김양호가 말하자 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조성표 조직은 김 회장이 관리한다고 하지 랴았소?"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소동을 일으킨 것은 제 관리아 반발하
는 놈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부하들을 철수시키는 중입니다. "
"철수시키다니? 왜8?"
"경찰이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서 흑시나
사건을 덮어쓸까 해서요."
"사건이 웨 큰 모양이군."
"쟤법 그렇습니다. "
"김 회장은 당분간 몸을 사리는 것이 낫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
겠지요?"
"심려 끼쳐 드리지 않겠습니다. "
"그럼 끊겠소."
위대한 피에로 233
양쪽이 똑같이 전화를 끊었다. 김양호는 찬동안 찌푸린 얼굴로 앞
쪽을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관직 생활을 해온 김양호였으므로 그는
권력을 쥐고 있는 자의 척도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점보였다. 자신
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권력자에게는 끊입없이 정보가 쟤공되게 마련
이다. 지금 이 순간 김양호는 처음으로 이용덕의 험에 의흑을 품게
되었다.
천기석은 핸드폰을 귀에 대었다.
"여보시오."
"천기석 써.0.?"
귀에 익지 않은 목소리의 사내가 물었으므로 천기석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당신 누구요?"
"나 장근이오."
"아. "
천기석은 어를 굳히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A뚜!실콰 꺽상 위나
의자에 아무령게나 걸터앉고 서 있던 부하들이 그외 사선을 받았다.
"그래, 무슨 일이o1?"
앞애 있으면 당장에 칼을 날릴 듯한 분위기로 그가 물었다.
"당신차고 만나야갰는태. 이것,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난감해
서."
배장근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물론 내가 만나자는 것이 아니야. 우리 형님이, 이동천 형님이 말
01야."
2싸 밤의 대통령 재꾸문 -르
"미친 놈."
천기석이 쓴운음을 지었다.
"또 슬슬 함정을 파고 있는 모양인데, 이 새끼들. 내 눈에 띄었을
때는 간을 꺼내 먹을데니까. 그래, 만나자."
"이봐, 열 받지 말고 잠간만 기다려. 형님깨서 직접 말씀하시겠다
니까."
그리고는 천기석이 미처 대꾸하기도 전애 목소리가 바러었다.
"나, 이동천이오."
이동천의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거기 천 형 아닙니까?"
"그렬소."
주위의 부하들이 그를 바라본 채 움직이지 압았다. 대화의 상패방
이 바꿔 것을 안 것이다. 이동천이 말을 이었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천 형하고 말이오. 지금 어디 계신지
알 수가 얼지만 부산시 외곽으로 라지지 마시오. 경상남도의 경찰 병
력이 거의 다 집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
"당신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다니, 이것 우습군."
"내 상대는 김양호였지 천 형이 아니었소. 그리고 조 사장을 살해
한 것이 내가 아니라는 것도 아실 것이고."
"또 이번 싸움은 이동천과 조성표의 잔존 세력 간의 싸움으로 정
부에 알려져 있다는 것도 아실덴데 그래서 경찰이 쫀는 것은 나와
천 령이지요. 김양호와 최기대는 명단에 없습니다. "
위대한 피애로 235
"그런 상황이니 김양호가 이번 싸움에 이기건 지건 간에 조사장
의 조직을 송두리째 인수하게 된다는 걸 아시겠지요? 지금 이런 소
동을 일으킨 조성표와 이동천을 내버려둘 당국이 아니오."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이유나 압시다. "
그러자 아동천의 낮은 웃음 소리가 들렸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군, 요약해서 말하면 나
는 한국의 밤세계를 통일하고 싶기 문이오."
"외세를 몰아래는 것이 내 첫번 목표였소. 그래서 주관과 명분
이 있는 강락한 세력을 만들고 싶었소."
"지금 최기대는 나름대로 몸을 숨길데지만 천 형, 당신은 경찰의
목표가 되어 있소. 경찰이 찾는 건 나와 당신이오."
그의 말소리가 엄격해졌다.
"우선 몸을 피하고 봅시다. 내가 배를 한 척 보내3a소. 바닷가로
나와 그 배를 타시오. 배의 무전 번호를 알려 줄타니까 연락을 해요.
물론 배에는 선원들만 타고 있으니 당신이 원한다면 다른 곳으로 가
도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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