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4. 영역확보

오늘의 쉼터 2015. 1. 1. 23:12

4. 영역확보 

 

 

 

  유리 밀로체프는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 블라디보스토크의 KGB
간부를 지낸 사내였다. 50대 후반의 나이였지만 아직도 보드카 한
병을 앉은 채로 병나발을 부는 주력과 체력을 겸비한 인물이다. 그는
똔한 일본어와 영어를 막힘없이 구사할 수 있는 데다가 아마추어 수
준 이상의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기 전부터 그는 세력을 규참하여 블라디보
스토크를 중심으로 영역을 장악하기 시작했는데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의 교통 운송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남아
와 일본,그리고 미국의 상품 대부분이 블라디보스토크에 하역되어
시베리아 철도를 타거나 트럭에 실린다.
   그는 모든 운송 수단을 장악하고 있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어떤
상품이든 가격을 폭등 또는 폭락시킬 수가 있었다. 밀수와 운송 수단
에서 챙기는 거대한 이익과 외국 투자, 진출 기업에서 받는 매출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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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퍼센트인 보호비에다 때로는 각 공화국 정부와 합동으로 사업을
 벌여 이익을 나누는 경우도 있는 터라 밀로체프는 거대한 부를 소유
 하게 되었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 교외의 흐루시초프 수상이 별장으로 사용
 했던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밀로체프의 별명은 '백정'이었다. 또다
 른 별명으로는 '머리몌기'가 있는데 그것은 몇 년 전만 해도 그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머리에 총을 쏘았기 때문이다.
    그날도 밀로체프는 2충의 응접실에서 커피와 보드카를 반씩 섞은
 아침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알몸에 일본산 실크 가운을 걸치고 한 손
 에는 하바나산 시거를 들고 있던 그는 2충 계단을 올라오는 부하에
 게 시선을 주었다. KGB출신인 그의 경호 대장 알렉세이였다.
    "대령 동지, 곧 이고우에 씨가 도착할텐데 준비를 하셔야."
    알렉세이와 그는 KGB 시절에도 상하 관계였다. 알렉세이가 지휘
 하는 그의 경호부대는 최신예 무기로 무장되어서 크레물린 궁의 경
호대보다도 더 위력적이라고 소문이 났다. 더욱이 그들보다 수십 배
의 수당을 받고 있으니 사기는 말할 것도 없다.
    "좋아. 곧 내려가TR다, 알렉세이."
   커피를 단숨에 마신 밀로체프가 더운 숨을 뱉으면서 일어섰다.
   "이노우에 그놈에게 열병을 시켜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령 동지."
   마른 얼굴의 알렉세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곳은 흐루시초프의 별장이었다가 나중엔 브레즈네프까지 사용
했던 이름난 곳이다. 그것만으로도 방문자들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
지만 가끔 밀로체프는 정문에서 저택의 현관까지 1킬로미터가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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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무장한 경호 부대를 도열시켜 자신의 위세를 보였다. 오늘 방문
하는 일본 자민당의 실력자인 이노우에 간사장에게도 그것을 보일
필요를 느긴 것이다.
   30분쯤후에 아래층에 이노우에 일행이 들어서는 기척이 나자밀
로체프는 계단을 내려갔다. 이제 육중한 몸에 산뜻한 분위기의 양복
을 걸치고 있었다.
   이노우에는 일흔이 넘은 노인이었지만 눈동자에 총기가 있었고 몸
놀림이 날렵했다. 밀로체프와 인사를 나눌 때도 악력이 세었다. 1는
일본 여당의 간사장이어서 여당뿐만이 아니라 정부에도 영향력을 행
사하는 인물이었다.
   응접실에 들어간 그들은 장방형의 테이블에 나누어 앉았다. 밀로
체프 옆에는 보좌관인 포보비치가 앉았고 이노우쉐는 좌우의 두 사
내와 함께였다.
   밀로체프가 입을 열었다.
   "시장을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되셨습니까?"
   "예, ]것이 ."
   옆에 앉은 사내를 힐끗 바라본 이노우에가 말을 이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검토해 보겠다고는 했습니다만."
   "그럼 기다려 보셔야겠군요, 이노우에 씨."
   운음 떤 얼굴로 밀로체프가 말하자 이노우에가 헌기침을 했다.
   "그것 때문에 내가 찾아온 져니다. 시장은 허가하는 데 의의가 없
었숨니다. 다만‥‥‥‥
   "다만 뭡니까?"
   "밀로체프 동지하고 상의를 하라고 합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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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우에의 얼굴에 웃음기가 번져 나갔다. 산전수전을모두 겪은
정객답게 노회한 처신이었다. 그의 옆에 앉은 마쓰다 해운의 관계자
가 아직 얼굴의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마쓰다 해운은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근처의 땅 10만 평방미터를
시 정부로부터 빌려 선착장과 창고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들은 시장
과 시 간부 모두에게 막대한 뇌물을 주었고 주 정부의 관리들도 이미
구워삶아 놓았던 것이다.
   "허어, 나에게?시장 동지가 왜?"
    밀로체프가 옆에 앉은 사내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포보비치, 시장이 왜 그러는지 자레는 이유를 아나?"
   "목숨이 아깝기 때문입니다, 대령 동지."
   코사즈 종족은 호전적인 성격이다. 그래서 그들은 소비에트 연방
정부로부터 끊임없는 견제를 받아 왔다. 제정 러시아 시대에 유명했
던 코사즈 기병단 대부분은 황제에게 충성했었기 때문에 공산주의자
들로부터 배척을 받았던 것이다.
   코사크인 포보비치가 일본인들을 둘러보았다.
   "뇌물을 잔뜩 먹었으니 허가를 내주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며칠
안에 시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령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은 가볍게 말을 주고받았는데 시선은 앞쪽의 일본인들을 향하
고 있었다.
   "그 동안 정부 쪽에서 여러 차 연락이 왔었습니다. 마쓰다 측에
서 무슨 이야기가 없었느냐고 묻는 내용이었지요."
   포보비치의 낮은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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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쓰다 측은 우리를 무시하고 정부만 상대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숩니다. "
   "아니, 그것은."
   옆에 앉은 통역의 말을 들은 이노우에가 재빨리 나섰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이것은 국가간의 사업이라, 마쓰다 해운은
그런 일을 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온 것이지요."
   "국가간의 사업이라."
   통역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밀로체프가 포보비치에게 말했다.
   "T.보비치, 우리는 국가간의 사업에 참여할 수가 없나?"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국가 사업이지요, 대령 동지. 시 정부
의 사업에서 우리를 거치지 않은 사업이 없습니다. "
   통역을 통해 그들의 말을 전해들은 이노우에의 얼굴이 굳어졌고,
마쓰다 해운의 관계자는 이미 얼굴이 흙빛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포보비치, 우리 입장을 말해 보아라."
   밀로체프가 말하자 포보비치는 헛기침을 했다.
   "마쓰다 해운은 오래 전부터 시장 조사를 해왔던 터라 현지 상황
을 잘 알고 있습니다. "
   "그런데도 우리를 무시한 것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대령 동지,
설령 이제야 우리를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
   "내 생각인데, 이것은 통엮이 말을 잘못 전달한 것 같은데."
   그러자 그들의 말을 분주히 통역하던 사할린 출신 일본인의 얼굴
이 하알게 굳어졌다. 그러나 더듬거리며 밀로체프의 말을 전한다.
   "그렇다면 통역의 시체를 시청 앞에 던져 놓으면 우리의 체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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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설까?"
   통역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이노우에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깐만 밀로체프 대령 ."
   그가 말했으나 밀로체프는 포보비치를 돌아보았다.
   "난 대가리를 쏘는 버룻이 있으니 안되Tf다. 얼굴을 보여야 할테
니까."
   "예, 대령 동지."
   앉은 채로 권총을 쁩은 포보비치가 통역의 가슴을 향해 두 발을
쏘았다.
   요란한 총성과 함께 통역이 의자에 앉은 채로 뒤로 넘어짰지만 이
노우쉐와 마쓰다의 관계자는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봐, 대흥이."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주대홍은 칼질을 멈추었다. 주방 입구에 선
배장근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방에 있던 사내들이 그들을 힐끗
거렸다.
   "잠간 나 좀 보자."
   샐다 만 무를 두고 주대흥은 허리에 걸친 행주치마를 풀면서 잠자
코 그를 따라 식당으로 나왔다.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들은 비어 있는 식당의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이봐, 주방일보다 다른 할 일이 많아."
   이맛살을 찌푸린 배장근이 말했다.
   "여기 있는 놈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 더구나 네가 데려온 부
하들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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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면은 무슨 얼어죽을."
    주대흥이 입술을 부풀리며 웃었다.
    "하는·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낫지. 그러고 주방일은 내 주
특기여."
    "네가 요리를 하지 않아도 이놈들은 아무거나 잘 먹는다. 라면이
일급 요리라니까."
   "사람 무시허지 말어 그러고 사람 입이 얼매나 간사헌지 알어?
꽁보리밥 먹던 놈도 사흘만 쌀밥 먹으면 꽁보리가 안 넘어가는 거
여."
   "형님은 널 주방일이나 하라고 나에게 보내지 않았어."
   "허어 ."
   입맛을 다신 주대흥이 측은하다는 듯이 배장근을 바라보았다.
   "윌 모르는고만, 이 양반은."
   "아니, 뭐를."
   "밥 안 먹고 사는 놈 있어?그런 놈은 귀신이지."
   "여그 사는 놈치고 세끼 처먹으러 식당에 내려오지 않는 놈 없
어."
   "밥 처먹을 때마다 날 보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정신이 들 것이
여."
   "하긴 . "
   배장근이 피식 웃고는 입맛을 다셨다.
   "국이나 밥에 독약을 풀지나 않았나 하고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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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애고 싶은 놈이 있으면 말만 해, 허지만 음식을 상하게 하면 못
쓰는 법이여."
   "그게 무슨 말이이?"
   "목을 돌려서 쥑이든지 하다못해 총으로 쏘아서 쥑여도 상관없지
만 음식에다 무엇을 넣어서 음식을 상하게 하면 안된단 말이여."
   어깨를 늘어뜨린 배장근이 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하여간 네 덕분에 내가 마음놓고 일하게 되었어."
   "나도 여그 와서 마음이 잡혀."
   주대홍의 얼굴도 부드러워졌다.
   "경치도 좋고 말여, 일헐 것도 있고."
   "너, 여자 있어?"
   "없어 ."
   "여자가 있으면 더 마음이 잡힐텐데."
    "말도 안되는 소리 ."
    다시 주대홍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뭘 잘 모르는구만, 이 양반은."
    "윌 모른단 말이냐?"
    "여자는 요물여. 여자가 필요하면 돈을 주고 사오면 돼."
    "마누라도 살 거냐?"
    "암먼 , "
    배장근이 문득 팔목시계를 내려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갈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도 수배중인 신분이었으므로 배장근은 전화기를 귀에 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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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오전이어서 피자 가게에는 손님이 보이지
 않았고 그를 따라온 부하 두 명이 입구 쪽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다.
 종업원들과 가게 사장인 강씨는 냉장고 앞에서 재료를 정리하고 있
 었다.
    이 피자 가게는 지하 1층과 함께 배장근이 임대한 건물로 지하 1
 층은 나이트클럽으로 영업중이었다. 피자 가게는 백 평이 넘는 면적
으로 장사가 잘되었는데 강씨는 그의 아버지의 고향 사람으로 사업
에 실패하고 무위도식하던 사람이었다. 신호가 여러 차례 울리고 나
서야 투박한 러시아어가 들렸다.
    "여보세요."
    "여긴 서울의 배장근이오. 밀로체프 동지를 부탁합니다. "
    그의 능숙한 러시아어에 종업원들이 힐끗 이쪽으로 머리를 돌렸
다. 전화 추적을 당하더라도 그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떼도
록 교육을 받고 있었다.
   "아,배 동무, 난 포보비치요."
   사내가 반가운 듯 말했다. 밀로체프의 보좌관으로 이야기만 나누
었지 얼굴을 본 적은 없다.
   "안녕하시오, 포보비치 씨."
   "그런데 급한 일입니까? 밀로체프 동지는 지금 식사중이신데."
   "바러 주지 않겠습니까? 여기선 전화하기가 어려워서."
   "그럼 기다리시오, 배 동무."
   대개의 러시아인들과는 달리 그는 전부터도 동무 호칭을 쓰고 있
었다. 잠시 후에 밀로체프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 배.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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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목소리는 활기에 차 있었다.
   "지난번 물건 잘 받았지?"
   "잘 받았습니다, 밀로체프 대령 ."
   "가격을 잘 받을 수 있fl지?"
   "물론이오. 50만 달러 이상은 받을 겁니다. "
   "f4t, f4t."
   밀로체프가 웃음 띤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번 배에서 내린 밀수품
을 말하는 것이다. 최상급의 수달피 가죽과 밍크, 그리고 어디서 긁
어모았는지는 모르지만 5킬로그램 정도의 금괴는 금방 서동팔과 김
억수에 의해 처분될 것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윤경산 씨에 대해섭니다, 대령,"
   "윤?그래, 말해 보게."
   "저 혼자도 이제까지 잘 해왔는데 왜 이제 와서 그 사람의 지시를
받아야 합니까?그자는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일에 방해만 됨니다,
대령."
   "목숨을 걸고 사업을 일으켰는데 왜 난데없는 자가 나타나 군림한
단 말입니까?난 대령의 직접 지시만을 받고 직접 보고하고 싶습니
다. "
   "배, 그자는 고문관이야. 실제로 자네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어."
   "그자는 자신이 대령의 명령을 받고 나에게 지시하는 체제가 되어
야 한다고 합니다. "
   "그래서 일주일 동안 그자의 연락이 없었군,그래,배.자레 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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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해치됐나?"
     밀로체프의 말소리에 운음기가 섞여 있었다.
     "아니면 가둬 두었나?"
     "가둬 두지는 않았습니다, 대령, "
     "그러면 감시를 붙여서 변소까지 파라다니게 만들었군, 앗하하."
    소리내어 웃고 난 그가 말을 이었다.
    "오해가 있었어. 윤경산은 내 대리인이 아니야. 놈이 제멋대로 제
 위치를 올린 것이지. 마침 전화 잘해 주었어, 배."
    "대령 , 그렇다면 ."
    "그렇다고 윤경산이를 제꺽 없애지는 말게. 나에게도 필요한 놈이
 니까."
    "그럼 돌려 보낼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내가 사람을 보내어서 그자의 위치를 정
 확하게 바로잡아 주겠네. 그 동알은 자네가 그대로 데리고 있어. 가
둬 놓든 어쩌든."
    "그렇다면 그자는 제 보좌관으로‥‥‥‥
    "그령지. 자네의 지시를 받는 보좌관이야. 놈은 제 경력만 믿고 자
네를 누르려고 했어. 그러다가 잘못 걸린 것이지."
   "고맙습니다, 대령. 믿어 주셔서."
   "천만에. 마침 잘 알려 주었어. 그리고 루벤스키를 보내겠네. 자네
가 좋아하는 자이니까 말이야. 그럼 뤘나?"
   "됐습니다, 대령 ."
   전화기를 내려놓은 배장근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주위를 둘러보았
다. 그러나 그와 시선을 마주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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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 안은 환풍도 되지 않았고 슬라브 지붕이 마치 불고기 철판처
럼 달아을라 있어서 건 사우나탕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윤겯산은 손바닥으로 얼굴의 땀을 썬었다.
    "다리에 총 맞은 놈은 포로로 잡아온 모앙인데,놈이 누군가는 알
아내었나?"
    "아직 모릅네다. 문 앞에서 밤낮으로 지키고 있어서."
    저고리의 단추를 풀어 혜치고 김달수는 박스 조각으로 바람을 부
쳐 넣었다.
   "하지만 큰 싸움이 벌어졌던 모양이오. 양재동이와 고대철이는 열
명 가깝게 쏘아죽였답니다. "
   "그놈들이 알지 모르는데, 잡혀온 놈이 무얼 하는 놈이고 어떤 싸
움이 벌어졌는지."
   "놈들은 이제 배 사장 편입네다. 내가 물어도 슬슬 눈치만 보구서
리 ."
   입맛을 다신 윤경산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주방에 있는 놈은 누구o 여섯 놈 중에서 두목 같던데."
   "주대홍이라고 본래가 주방에서 일하던 놈이었습네다. "
   창고에는 가득 상품이 쌓여 있었으므로 움직일 여유도 적다. 다시
얼굴의 땀을 훔친 윤경산이 입을 열었다.
   "배장근이가 설마 눈치 챈 것은 아니겠지? 사흘 후에 러시아에서
사람들이 온다는 걸 말이야."
   "알 리가 없습네다,고문관 동지."
   김달수가 자신있게 말했다.
   윤경산은 배장근에 의해 구금당하다시피 되어 있었지만 이제 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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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력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대부분이 러시아에 가족이 있는 사내들
 로서 수시로 모여 수군대고 있었으므로 모텔의 분위기는 어수선했
 다. 30여 명의 사래들 중에서 반수 가량인 15명 정도가 그의 세력이
 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윤경산이 명령을 내리면
 무기를 잡을 골수분자들이었다.
    그 다음이 관망파로 양쪽의 눈치를 보는 7,8명의 사내들이 있었는
 데 김달수는 그들의 리더격이었다. 김달수는 윤경산과 밀담을 나누
 면서도 배장근의 측근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배장근의 확실한세력은나머지 8명으로 러시아에 연고가 없거나
 한국에서 기반을 굳히기로 작정한 사내들이다. 그들은 러시아로 돌
아가고 싶지 않았으므로 이 기회에 밀로체프와 단절하기를 바라는
자:I 있었다. '
    창고를 나온 김달수가 식당으로 들어서자 낮선 사래가 그를 스치
고 지나갔다. 이번에 온 주대홍외 부하였다.
   주대홍과 그의 부하들까지 합하면 배장근의 세력은 이제 윤경산의
골수분자들과 비둥하게 되어 있었다. 배장근이 평온을 찾은 것도 이
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어이, 김 동무 마침 잘 왔어."
   주방에서 불쑥 거구를 드러낸 주대홍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주방
안에서 언기척이 들릴 빤 식당은 비어 있었다.
   "내가 동무한테 헐 이야기가 있었어."
   "무신 이야기요?"
   배장근을 찾아왔던 터라 김달수는 반쯤 몸을 돌린 채 물었다.
   "저녁 식사 이야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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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홍이 그의 앞으로 바짝 다가와 섰다.
   "동무, 동무도 저녁 먹으러 올 거지?"
   "동무 소린 례라우."
   눈을 치켜 뜬 김달수가 말했다.
   "듣기 거북해."
   "이런 웃기는 동무 좀 보게."
   주대흥이 바짝 다가섰다.
   "넌 조선족도 아니고 이북에서 넘어간 놈이라면서?"
   "그렇다. "
   김달수의 목소리도 쨍정채졌다. 그러자 주방 안의 인기척이 뚝 그
쳤다.
   "북에서 러시아로 넘어갔다. 어쩔테냐?"
   "듣자허니 공산당 놈들이 주동이 되어서 편을 가른다던디."
   "너허고 그 비쩍 마른 놈이 주동자고."
   김달수가 눈을 치켜 떴다.
   "말 삽가라우."
   "너한티만 비밀을 알려 줄테니, 잘 들어."
   눈을 부릅뜬 주대홍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오늘 저녁 밥하고 국에다 청산가리를 넣을 것이다. 공산당
놈들한테만."
   "주방장의 특권이여. 그러니 밥 처먹다가 직사허기 싫으면 넌 방
안에 처박혀 있으란 말이다. 알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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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개rl의 ."
    몸을 돌린 주대흥이 주방 안으로 들어서자 주방 당번인 사내 둘이
서 분주한 척 몸을 놀렸다. 아마 바깥 식당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 말아 "
    배장근이 혀를 차고는 머리를 돌렸으므로 김달수는 그를 쏘아보았
 다.
    "그건 정말 장난이 아니라우요, 형님. 놈은 음식에 청산가리를 넣
는다고 했습네다. "
    "글쎄,쓸데없는 소리 말라니까?"
    이제 배장근도 정색을 했다.
    "그놈은 음식에 무얼 넣을 놈이 아니란 말이다. 음식을 상하게 하
는 것도 죄가 된다고 하는 놈이야."
   "음식을 상하게 하다니요?"
   "아,글쎄,그놈은 음식에 장난을 하는 놈이 아니야."
   자리를 고쳐앉은 배장근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윤경산이 조직 안을 휘젓고 다니며 선동하는 모양인데 이제 곧
러시아에서 사람이 와서 조정해 줄 것이다. "
   "글쌔 윤경산은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저는 분명히 고문관이지
형님의 보좌관이 아니라고 합니다. "
' "놈을 가둬 둘 수도 있어, 더 이상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하지만
밀로체픈는 죽이지만은 말라고 했다. "
   "도대체 언제 오는 겁니까?루벤스키가 말입네다. "
136 밤의 대통령 제삭」 -lf
   "곧 온다. "
   "윤경산은 제가 전문을 보낸 줄로만 알고 있습네다. 그자는 그자
대로 러시아에서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숨네다 "
   "보내지 않았다고 말하지 그래?"
   그러자 김달수가 배장근을 쏘아보았다.
   "저는 북에 부모님이 계십네다, 형님."
   "부모님은 제가 북조선을 빠져 나온 후에 자강도의 수용소로 가셨
습네다. "
   "그런가?"
   "저 패문에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할 수는 없습네다. "
   "윤경산이 협조하면 네 부모를 수용소에서 내 준다고 하더냐?"
   "협조하는 시능이라도 해줘야 합네다. "
   식당에서 나온 주대홍은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로비를 지나 반대
쪽의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커피숍은 사무실로 쓰여지고 있었는데 그가 들어서자 방안은 순식
간에 조용해졌다. 이제 모두 안면이 있는 터였지만 조선족 사래들은
그에게 경외감을 품고 있어서 쉽게 접근해 오지 않았고 주대흥도 한
번도 말을 건 적이 없었다. 그는 안쪽의 전화기로 다가갔다.
   "어디에 전화 하시는 겁니까?"
   책상에 앉아 있던 사내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모텔에 한 대밖에
없는 전화였는데 배장근의 명령으로 통화시에는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를 빤히 올려다보는 사내는 배장근 계열의 사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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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전화기를 든 주대홍이 무뚝뚝하게 말하자 사래는 노트에 꼼꼼히
 적기 시잘했다.
    "서울 누구한테 거십니까?"
    "집에 ."
    다이얼을 누른 주대흥은 사래로부터 등을 돌렸다. 벽시계는 저녁
8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보세요."
    신호가 떨어지자 곧 고 여사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접니다, 주대홍이."
    "아이구 이게 웬일인가?"
    고 여사가 반색을 했다.
    "자레 지금 어디에 있나?"
    "시골에 있어요."
   "시골?시골에 내려갔어? 거기 어딘데?"
   "멉니틀, 어머님."
   "그래, 이 사람아. 그 돈, 우리가 염치없이 받아서는 안되는데."
   "f, 미정이 있습니까?"
   그러자 고 여사가 우뚝 말을 멈추었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
르더니 고 여사의 한숨 소리가들렸다.
   "미정이는 집에 없어. 회사에 취직했는데 기숙사에서 다닌다네."
   고 여사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떨어져 있었다.
   "어느 회산데요?"
   "화장품 회산데 판애 사원이라 회사로 연락이 안돼, 기숙사에는
138 밤의 대통령 제』닥 -H
전화를 할 수가 없고."
   "하지만 매일 전화를 해. 이틀에 한 번 꼴로 다녀가고."
   "이사는 가셔야지요?"
   "그 돈은 못 써. 저금을 했더니 한 달 이자만으로도 두 식구가 살
겠어.이 집이 헐릴 때까지 있다가옮길 거야."
   "그럼 제가 다시 전화 하지요."
   "미정이 오면 꼭 전화 번호 받아 놓겠네. 아이고 참, 자네 전화 번
호 알려 주게."
   "저도 이쪽저쪽 옮겨 다니고 있어서요. 나중에."
   "그럼 꼭 전화하게, 주 서방."
   전화기를 내려놓은 주대흥이 잠자코 앉아 있는 방안의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모두 딴전을 피우고 앉아 있어서 그와 시선을 마
주친 사내는 없다. 턱을 세워든 주대홍은 휘적이며 사무실을 나왔다.
   천기석이 방안으로 들어서자 기무라와 박철규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 오시오, 천 실장님."
   기무라가 운음 떤 얼굴로 말했는데 한국말이다.
   "이분이 아까 말씀 드렸던 박철규 씨로."
   "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
   천기석은 박철규와 악수를 나누었다.
   해운대의 중국 음식점 해동의 밀실 안이다. 밖에는그들이 데려온
수행원들이 서로 소 닭 보듯 하고 있었지만 자리에 앉은 세 사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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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담담했다.
   기무라가 천기석을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가 투자한 업체는 여기 계신 박 선생께서 직접 관리하
실 겁니다. 서울에서 그런 경험이 많으시니 별 지장은 없겠지요."
   "잘 알고 있어요, 기무라 씨."
   천기석이 박철규에게로 몸을 돌렸다.
    "양 회장의 보좌관으로 계셨지요?"
    "그랬지요."
    "양 회장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안됐습니다. "
   "자, 그러면 업체를 정리해 보실까요?"
   천기석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서류를 =1들 앞에 나눠 주었다.
   "우리가 같이 투자한 업체하고,그쪽이 단독으로 투자했지만 우리
가 관리하고 있는 업체들 내역이오."
   그들은 잠자코 서류를 펼쳤다.
   "지분이 반씩 나누어진 업체들은 모두 여덩 개이고 그쪽이 단독
투자한 업체는 다섯 곳이 됩니다. "
   u업체별로 구분하면 모텔이 두 곳, 쇼핑 센터가 두 곳, 전자 부품
회사가 하나, 운수업체 하나, 파칭코가 세 곳,그리고 나머지 네 곳은
유흥업소지요."
   박철규가 머리를 들었다.
   -우리가 단독으로 투자한 파칭코 세 곳과 쇼핑 센터는 내가 직접
관리하겠습니다. "
    140 밤의 대통령 제4부 -fl
    "우린 이미 관리업체를 설려해 놓았으니 문제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관리자들을 바꿀 작정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린 모두 준비가 되어 있어요."
   천기석이 기무라를 바라보았다.
   "합자 회사들은 전에 계약한 대로 1쪽과 우리의 관리자를 동수로
해야 될 거요."
   "그렇습니다, 천 실장님 "
   기무라가 머리를 」1덕였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관리자가 당신측사람이었지
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것을 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러자 박철규가 주머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어 천기석에게 건
네 주었다.
   "이것이 우리 쪽에서 관리에 참여할 조직도요. 이대로 해주시면
고맙겠는데."
   서류를 훌어본 천기석이 머리를 들었다.
   "알겠소. 사장님께 보고를 드리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박철규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조 사장께서 차용해 간 돈 말인데, 투자 비용을 제하고 2백억 씬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 한화로 1천 6백억 원 정도
이지요."
"그 돈을 상환하기 어려우시면 조 사장 명의의 몇 개 업체를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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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았으면 하는데."
   "글쎄, 그것이 ."
   천기썩이 기무라에게로 다시 머리를 돌렸다.
   "기무라 씨, 이것은 약속과 다른데. 그 일은 우리 사장님과 안 부
회장님이 별도로 만나 결정하실 일 같은데,"
   "이건 우리 부회장님의 말씀이오, 천 실장님."
   "사흘 내로 결정해 달라는 말씀이셨습니다. "
   그러자 박철규가 서류를 덮고 말했다.
   "다른 곳에 상의를 해보셔도 별로 도움이 안될 겁니다,천 실장
님."
   그 시간에 이동천은 법원 근처의 일식집에서 정동재 부장과 마주
앉아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었으므로 술 손님들의 떠들썩한 소음이 미닫이문
바깥에서 들려 오고 있었다. 이동천이 정종잔을 비우고는 정동재를
바라보았다.
   "조성표 At장과는 잘 알고 지내는 사이지요?"
   "아니, 그게 달슨 말이이? 잘 알고 지내다니?"
   정동재가 눈을 크게 떴다.
   "말에 뼈가 있는 것 같구만 그래."
  "내가 허튼 소리 하려고 만나자고 한 줄 아시오?"
   그러자 정동재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이봐, 이 검사. 아니, 이동천이."
142 밤의 대통령 제카부 -lf
   "잔말 말고 내 말이나 들어!"
   눈을 치켜 뜬 이동천이 말했다.
   "넌 소신도, 지조도 없는 놈이야.넌 조성표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
면서 매달 1천만 원씩을 수당으로 챙겼어. 해운대와 설악산의 콘도
한 채씩을 받았고, 네 동생은 조성표의 파칭코 한 곳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아마 그곳에서 한 달에 2천은 나을 것이야."
   "아니 이 자식이."
   사람 좋아 보이는 정동재의 얼굴이 이제 벌겋게 달아올랐다.
   "너, 나에게 협박하는 거냐?"
   "그렇다. "
   이동천이 그를 쏘아보았다.
   "내가 중거도 없이 이릴 것 같으냐? 네가 아무리 용을 써도 파면
정도로 끝나지 못해.추징금으로 먹은 걸 몽땅토해 놓고 형을 3년쯤
살아야 될 것이다. "
   그는 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내어 회접시 위에 던지듯 놓았다.
   "증거 서류들이다. 사진에,등본에,매월 네 동생의 처남 구좌로
입금되는 돈의 내역에다가 네 여편네의 쇼핑 목록까지 카피해 왔다.
한 번에 1천만 원씩 쇼핑을 하더구만."
   "네 본가나 처가는 모두 밥술이나 겨우 먹는 집안이야. 지금은 네
덕분에 호강들을 하고 살지만, 너는 사정 차원에서 시범 케이스감이
다. "
   "이놈, 이동천이."
   서류를 내려다본 채 정동재가 이를 악물었다. 이동천은 잔에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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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고는 한모금에 삼켰다.
   "나는 이제 조성표의 동업자로 일하게 되었어. 너도 이미 들어서
알겠지만."
   술잔을 내려놓은 이동천이 말을 이었다.
   "또다시 쓸데없는 짓을 했다가는 그 길로 너는 끝장이야. 똑똑히
기억해 둬, 정동재."
   "네가 오 검사를 시켜 경찰을 호텔로 보낸 것,넌 그것만으로도 죽
은 목숨이야.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
   "네 가족이 몽땅 그렇게 사라질지도 모른단 말이다. "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정동재가 물컵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
의 시선은 이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조성표의 하수인 노룻은 그만할 것, 그리고 놈의 부탁이
있으면 즉각 나에게로 연락할 것, 그래야 네가 산다. 내가 조성표의
부탁을 처리할 방법을 알럭 줄테니까 말이야."
   이동천의 말소리는 차츰 부드러워지고 있었지만 정동재의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고베의 가이간 거리에 있는 가토 노부야스의 저택에서는 메리켄
부두가 바라보였다
   본래 야마구치조는 1915년 야마구치 하루키치가 고베 항구의 부
두 노동자들을 모아 결성한 조직이다 따라서 본부는 고베에 있었고
전국에 42개 지역 본부를 두었는데 조직원 수가 2만 4천 명으로 전
144 밤의 대통령 제4부 -ll
체 야쿠자의 30퍼센트를 차지하는 최대 조직이 되었다.
    앞뒤의 미닫이문을 활짝 열고 반들거리는 마루방에서 가토 노부야
스는 두 사내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정원의 쟌디를 스친 바닷바람
이 마루방을 시원하게 훌고 지나갔다.
   상좌에 앉은 가토 노부야스의 하오리 왼쪽 가슴에는 가문의 문장
인 벚꽃 세 개가 수놓아져 있었다.
   "아이즈 고데츠 놈들에게 당한 것이 아니다. 놈들의 용병에게 우
리의 용병이 당한 것이다. "
   가토가 부채 끝으로 마룻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의 말
투는 엄격했지만 표정은 부드러웠다.
   "용병끼리의 싸움이었지. 그러나 대리전이기는 했지만 우리가 졌
다. 구와베와 스즈키 등 네 명이 실종되었어."
   왼쪽에 앉은 사내가 상체를 세웠다. 긴 얼굴에 가느다란 눈이 치
켜 올라간 사내였다.
   "보스, 아이즈 고데츠의 계략에 말려든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좀더 신중했어야 했습니다. "
   "네 말이 맞다, 사이토. 내가 너무 경솔했다. "
   가토가 빙그레 웃었다.
   사이토 구시다는 마쓰야마 지부의 지부장으로 이번에 승격이 된
인물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중량급의 지부장이 된 것은 파격적인
입신이었다. 그러나 사이토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만큼 그는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가토가 허리를 펴고 사이토를 바라보았다.
   "사이토, 이제까지 우리는 양승일의 용병을 썼지만 지금부터는 우
                                                 영역 확보 145
 리가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
    사이토와 그와 보좌관인 노무라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양승일과 신용수, 그리고 조성표가 얼굴이었던 한국에 새로운 놈
이 나타났어 바로 이동천이라는 전직 검사다. "
    "양승일의 사위가 되려다 만 놈이지요."
    "그렇다. 나도 려어 보았지만 담이 큰 놈이다. 양승일이 눈독을 들
인 놈이야."
    "이번에 최기대를 친 것도 1놈 아닙니까?"
    "그렇다. 그놈이 치고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 아이즈와 손
을 잡고."
    "양 회장이 죽은 후에 그놈을 잡았었다면서요?그때 처치했어야지
요."
    가토가 웃음 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너 같았으면 그렇게 했겠지. 그래서 한국에는 네가 필요하다. "
    사이토가 마룻바닥에 두 손을 짚고 가토를 쏘아보았다.
    "보스, 마쓰야마 지부는 조의 제12번째 지부이고 저는 야마구치조
의 서열 15번째 보스올시다. 격에 맞는 대우를 해주십시오."
   "넌 서울 본부의 임시 본부장이 되는 것이다. "
   가토가 칼로 내리치듯이 말했다.
   "서울 본부는 곧 부산, 대구,대전, 광주, 제주 둥 5개 지부를 관리
해야 될 것이니 네 격은 네 능력에 따라 급격히 올라가게 될 것이
다. "
   그러자 사이토가 두 손을 짚은 채로 말했다.
   "신설되는 본부이고 아직 생기지도 않은 지부로 생색을 내시는군
146 밤의 대통령 제4부 -lf
요,보스."
    "넌 마쓰야마로 만족할 놈이 아니야."
    "히데요시가 낭인들을 조선으로 보낸 경우와는 다르겠지요, 보
스틱"
   그러자가토가 붉은 입안을 보이며 웃었다.
   "우리는 히데요시처럼 과대 망상에 사로잡히지도 않은 데다가 이
미 조선 정부와 조선의 최대 조직이 우리 수중에 들어와 있어. 사이
토, 넌 히데요시보다는 편한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최기대가 실종된 후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허대수였는데 그는
동원 실업의 기획 실장을 맡고 있었던 자였다.
   동원 실업은 무역 회사로 연간 매출액이 3천억 원이 넘었고 사장
은 은행 출신인 이인재가 맡고 있었다. 그는 60대 초반의 전문 경영
인이어서 조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으므로 양승일은 허대
수를 기획 실장 자리에 앉혀 두었다. 따부분의 회사들은 양승일의 직
접 지시를 받는 엘리트 조직원이 요직에 심어져 있었던 것이다.
    허대수는 40대 초반이었는데 조직의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내
였다. 조직에서도 성장하려면 능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필수적이다
그는 기지가 뛰어난 데다 배짱이 세었다. 학력은 고졸이었지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독학으로 일본어를 깨우친 그를 양승일은 높계
평가하였던 것이다.
   허대수가 이제 1룹의 부회장실이 된 국제 호텔의 사장실에 들어
서자 김양호가 눈으로 앞쪽 의자를 가리켰다. 그는 책상에 앉아 서류
를 읽고 있던 참이었다.
                                                영역 확보 147
"이동천의 소식이 아마 양유경이한테 들어갔겠지?"
서류를 덮은 김양호가 그를 바라보았다.
"예, 부회장님. 알고 있을 겁니다. "
허대수가 체격에 비하여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조직 사회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
"최기대를 습격한 것도 그놈이야.그놈과 박철규가 했어."
   "당장에 잡아 넣어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허대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살아 나온 부하는 그들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종된 시체들을 찾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고 해도 무엇하러 제방에 엎드려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할말이 없다.
   김양호가 입을 열었다.
   "조성표가 당분간 어려워지겠어. 러시아 놈들도 골칫거리였는데
이동천이까지 명함을 내밀어서."
   "합자한 업체들을 공동 경영 한다고 들었는데 그렬게 되면 당연히
주도권 싸움이 일어납니다. "
   "싸움이 볼 만하겠군."
    김양호가 가죽 의자에서 등을 몌었다.
   "아이즈가 조성표하고 갈라서니까 서울의 신용수가 긴장되는 모
양이야.요즘은 파칭코 문제로 시비를 걸지 랴아."
   "하긴 아이즈가 등을 돌리면 신 회장도 큰소리 칠 입장이 못되지
요. "
   "이번에 일본에서 코카인 4킬로그램이 왔어."
148 밤의 대통령 제4력 -ll
    김양호의 말소리가 낮아졌다.
    "콜롬비아 산인데 품질은 최고급이야. 지금 안도가 가지고 있어."
    "사람을 보내지요."
    "절대로 우리가 관계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구."
    "그건 염려하지 마십시오. 놈들은 우리가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
    머리를 』1덕인 김양호가 입맛을 다겼다.
    "마약 장사는 안할 수가 없어. 원체 마진 남는 것이 커서, "
    "한꺼번에 많이 공급시키지만 않으면 됩니다. "
    마약은 당국에서 철저히 단속하고 있었으나 공급이 끊길 수는 없
었다. 단속이 심할수록 가격이 폭등했으므로 목숨을 걸고 들여왔다.
잘만 되면 일확천금을 거머쥐는 장사인 것이다.
    "저도 실은 판매책을 모릅니다. 이제까지 거래해 왔지만 원체 위
장술이 뛰어나서요."
   허대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국제 신문의 광고란을 통해 연락을 하고 물건과 돈을 교환할 때
도 한번도 얼굴을 마주쳐 본 적이 없습니다. "
   "이쪽은 저쪽을 모르는데 저쪽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그럴 리는 없습니다, 부회장님. 저쪽도 저를 알 필요가 없을테니
까요. 저처럼 말입니다. "
   "하긴 그렇군."
   "우리하고만 거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놈들도 그자와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
   "그놈이 한국의 마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모양이군."
   "판매망이 확실한 려니다. 우리한테서 사간 값의 다섯 배는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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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상에게 넘기겠지요. 그놈들은 다시 산 값의 다섯 배를 받고."
    "엄청난 이윤이 남을 겁니다. "
    "이봐, 그런 위험한 생각은 잊어라."
    "예 , 부회장님 ."
    "우린 그저 넘기기만 하면 돼 깊게 들어갔다가는 혜어나지 못
해."
   "알고 있숨니다. "
   김양호가 책상 위의 벨을 누르자 금방 문이 열리더니 비서가 나타
났다. 건장한 체격의 사내였는데 이번에 새로 증원된 경호원이었다.
   "혹석동에 갈테니까 차 준비해."
   "예, 부회장님 ."
   사래가 몸을 돌리자 허대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양호는 양유
경에게 가려는 모양이었다.
   창 밖으로 정원이 바라보이는 응접실의 소파에 양유경이 두 사내
와 마주앉아 있었다. 김얀호와 이번에 야마구치조의 한국 본부장이
된 사이토 구시다였다. 사이토는 밝은 색의 양복 차림에 가슴에는 화
려한 색깔의 손수건을 꽃고 있었다.
   "한국말을 잘하시는군요."
   양유경이 사이토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씀하시는 걸 보면 한국 사람으로 알겠어요."
   "제 부하에 한국계가 있었습니다. 그놈한테서 틈틈이 배웠지.5.."
  사이토1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150 밤의 대통령 제식준 -교
    "우리 야마구치조에 한국계가 20퍼센트 정도 됩니다. 의리가 있고
 강한 놈들입니다. "
    "보스급으로도 있나요?"
    "있지요. 우린 인종차별 같은 건 안합니다. "
    그러자 양유경도 입술 끝을 올려 웃어 보였다. 오늘은 사이토가
서울 부임 인사차 들른 것인데 분위기가 좋았다. 가토 노부야스는
50대로 스모 선수 같은 체격에다 무뚝뚝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도 거
의 없었다. 그러나 사이토는 30대의 젊은 나이에다 인상도 깔끔했고
무엇보다도 서툰 한국말로 열심히 말하려는 자세에 호감이 갔다.
    "이젠 가토 아저씬 뵙기 힘들3a네, "
   혼자소리처럼 양유경이 말하자 사이토가 머리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래도 자주 오실 겁니다. 이번에도 저에게 안부를 전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
   "그럴 분이 아녜요."
   이제는 양유경이 횐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가 잘 알아요. 그건 사이토 씨가 지어낸 말이에요,"
   "예. 실은 그렇습니다. "
   사이토가 머리를 숙이자 옆에 앉아 있던 김양호까지 얼굴을 괴고
웃었다.
   "그런데 참, 부산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양유경이 두 사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얼굴의 웃음기는
어느덧 가셔 있었다.
   "아이즈 고데츠는 내버려 두실 건가요?"
   김양호와 사이토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영역 확보 151
   "그럴 수는 없지요."
   김양호가 대답했다.
   "내부 정리는 끝나 가고 있습니다. 실종된 직원들의 가족에겐 수
당이 지급되었고 외국에 나갔다고 해서 정리를 끝냈습니다. 안기부
와 경찰청에도 손을 써놓았으니 그 일이 드러날 리는 없습니다. "
   "피해를 당한 우리가 됫수습을 하는군요."
   "여론이 일어나면 안되니까요.그펀 어떤 힘도 먹혀 들어가지 알
숨니다. 7
   "아이즈 고데츠와 이동천 씨가 손을 잡은 것이 확실한 이상 주저
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알고 있숩니다. "
   김양호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회장님께 세부 사항은 말씀드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습니
다. 나머지는 저와 여기 있는 사이토 씨가 알아서 처리 하겠습니다. "
   그러자 사이토가 양유경을 바라보았다.
   "이젠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부산에도 지부를 세울 계
획이니까요."
   "잘 되었네요."
   "동원 그룹의 일은 우리 일이기도 합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자주 찾아와 주세요. 가토 아저씨는 서울에 오셨을 때는 거의 매
일 아버지를 만나셨어요."
   사이토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저도 그러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가토 씨보다 더 자주
뵙게 될지도 모륩니다. "
112 밤의 대통령 제』부 -lf
   "내가 최기대를 잡은 것은 김양호를 매장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놈
만 제거하면 동원 그룹은 해방이 된다. "
   이동천이 말하자 박철규가 머리를 들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렵습니다. 최기대가 설령 증언을 한다고
해도 김양호는 호락호락한 놈이 아닙니다. "
   이동천이 머리를 끄덕이자 그가 물었다.
   "해방시키고 나서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그러자 백복동까지 머리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젠 내 꿈을 말할 때도 되었군 그래."
    "난 한국의 조직 세계를 통일하고 외세를 몰아낼 것이다. 그리고
조직 세계를 정화한다. 그것이 내 꿈이다. "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
    입을 연 것은 박철규였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돌아가신 양 회장님도 알고 계셨을 것 같
습니다. "
    "김양호가 말한 대로 난 양 회장에게 정책적으로 접근을 했어. 그
것을 양 회장도, 양유경 씨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러셨을 겁니다. 그리고는 형님을 동화시키려고 하셨겠지요. 조
직 세계는 이상만 가지고는 살아가기 힘든 곳이니까요."
   그러자 잠자코 있던 백복동이 헛기침을 했다.
   "문제는 양 회장의 조직을 김양호가 송두리째 틀어쥐고 있다는 거
요. 놈은 이제 부회장이 되어서 전권을 장악하고 있단 말입니다. "
   이동천이 머리를 끄덕이자 그가 말을 이었다.
                                                 영역 확보 153
   "김양호는 이제 동원 그룹의 모든 업체에 심복들을 포진시켜 놓았
숩니다. 그리고 조직의 업무를 왁전히 장악하고 있어서 양유경 씨는
조직 관계의 사업에선 곧 손을 게 될 겁니다. "
   그는 정보망을 동원하여 동원 그룹을 조사괘 온 것이다. 박철규가
이동천을 바라보았다.
   "당연합니다. 조직 세계는 자금만 푼다고 운영이 되지는 않습니
다. 힘이 있어야 됩니다. 그리고 배경이 있어야지요."
   그러자 백복동이 말을 받는다.
   "곧 업체들의 명의 이전이 될 것이고 조직 관계의 업체들은완전
히 김양호의 소유가 될 겁니다. "
   조직 관계의 업체들은모두 양승일이 지정한사람들의 명의로등
록이 되어 노출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과 양승일과는 비밀 협정
이 이루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양승일이 죽고 없어진 마당이다. 김양
호3가 =1들에게 명의 이전을 명령한다면 힘의 논리에 의해 거부할 이
유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협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제 생각은 김양호의 기반이 굳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것입
니다. "
   백복동이 말을 멈추고는 이동천을 바라보았다. 문득 자신들의 입
장을 돌이켜본 것이다. 이제 막 아이즈 고데츠의 후원으로 조성표의
조직 일부를 넘겨받은 상황이었다. 아직 조직 내에 있는 조성표의 끄
나풀들을 솎아내지 못한 데다가 반발하는 자들도 있는 것이다.
   벽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신은 무얼 하는 사람이오?"
154 밤의 대통령 제4부 -ll
    윤경산이 묻자 최기대가 눈을 치켜 뜨고는 피식 웃었다.
    "꺼져, 이 머저리 같은 공산당 놈아."
    "넌 우리 모두를 공산당으로 보는 모양인데, 너야말로 머저리다. "
   문을 반쯤 열고 밖을 바라본 윤경산은 문을 닫고 그의 옆에 앉았
다.
    최기대는 다리에 두 발을 맞았으나 한 발은 종아리를 스쳤고 다른
한 발이 허벅지를 관통한 상태여서 이제는 절름거리면서도 보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방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도록 감시가
붙여져 있어서 교도소보다 더 행동의 구속을 받고 있는 것이다.
   "걱정 마. 밖에는 경비원 대신 내 부하가 경비를 서고 있으니까."
   윤경산이 말하자 최기대는 찬찬히 1를 바라보았다.
   "네 부하라니?넌 누구야?"
   "나도 네 신세하고 비슷해. 여기 있는 놈한테 배신을 당해서 "
   윤경산이 조금 과장을 섞어 자신의 위치와 입장을 설명하는 동안
최기대는 숨을 죽이고 그의 말을 들었다.
   이윽고 말을 마친 윤경산이 그를 바라보았다.
   "자, 그러면 네가 누구이고 왜 이 꼴이 되었는지 말해 보아라."
   "난 서울의 동원 1룹 소속 사장이다. "
   최기대가 입을 열었다.
   "이동천이와 아이즈 고데츠가 판·함정에 걸려 들어서 이렇게 되었
다. "
   "동원 그룹이라면 서울의 최대 조직인데, 이동천이라니? 신흥 세
력인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 피라미들이다. 내 실수였어."
                                                  영역 확보 155
    "놈들을 치려다가 걸렸군."
    윤경산이 힐끗 문 쪽을 바라보았다.
   "한국도 어지럽군. 동원 그룹이 신흥 조직과 아이즈 고데츠의 연
합 조직과 싸우고, 우리 러시아조직은 부산의 조성표 조직과 전쟁이
고."
   "곧 놈들을 모두 분해시킬 것이다. "
   "이령게 침대에 앉아서 말인가?"
   그러자 최기대가 끔대에서 두 다리를 뻗고 방바닥에 발을 대었다.
그리고는 윤경산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넌 나보다 행동이 자유로운 모양인데, 나하고 같이 이곳을 빠져
나가자. 서울로 가면 넌 WP대접을 받을 수 있고 네가 원한다면 내
부하들로 이곳을 절단낼 수도 있어."
    "그리고 이 기회에 우리와 연합할 수가 있어. 한국에서 기반을 굳
히려면 우리와 손을 잡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
    "난 안돼."
   윤경산이 머리를 저었다.
   "내가 나가면 내가 포섭해 놓은 부하들이 위험하다. 난 이곳에 남
아 있어야 돼, "
   최기대가 눈을 빛내며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널 어떻게든 도망치게 해주겠다. 그 대신 넌 내 일을 해줘야 돼."
   "좋아. 무슨 일이든 하Td다. "
   "블라디보스트크에 연락을 해주면 돼. 내가 연락할 것은 떠나기
전에 줄테니까."
156 밤의 대통령 제실즐 -lf
   "당장에 연락하지,나가는 대로."
   "그 전에 네가 나에게 해줘야 할 것이 있어. 서약서, 보증서, 그리
고 네가 아이즈 고데츠와 싸우다 잡혔다는 사유서 둥이다. 네가 말한
그대로 쓰면 되겠지."
   "서약서는 동원 그룹과 우리 코사크 마피아가 손을 잡는다는 내용
이고, 또 보증서는 네가 목숨을 걸고 보증한다는 내용으로."
   "난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고 살아온 사람이라 사람의 말은 믿지를
못해. 증거가 되지 않는단 말이다. "
   "좋아, 쓰지 ,"
   "내가 형식과 내용은 조금 후에 알려 주지."
   윤경산이 걸터앉았던 플라스틱 의자에서 일어섰다.
   "서로 돕고 사는 거야.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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