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3. 그림자 전쟁

오늘의 쉼터 2015. 1. 1. 23:10

3. 그림자 전쟁 

 

 

 

   마산의 오리엔트 호텔은 별 세 개짜리 중급 호텔이지만 바다로 뻗
 어 나온 만 끝에 자리잡고 있어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수려한 전
 망을 자랑하고 있었다.
    인공과 자연의 조화로 이루어진 3백 미터쯤 길게 뻗은 이름 없는
 만은 부두로는 쓰일 수 없을 만큼 안쪽 바다가 암초투성이였다. 소형
목선도 만의 안쪽으로 대기를 겁내는 곳이었으므로 낚시꾼도 찾지
않았는데 끝 쪽에 호텔이 들어선 것이다. 그러자 길기만 하고 쓸모없
이 보였던 만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호텔을 위해 만이 존재했던
것처 럼도 보였다.
   그만큼 풍광이 좋은 호텔이 세워졌는데 선견지명을 가졌던 건립자
는 곧 보증을 잘못 서준 바람에 호텔을 잃었다. 그 후로 10여 차졔
주인이 바뀌었지만 오리엔트 호델은 마산의 명물로 남게 되었다. 비
바람에 칠이 많이 벗겨졌지만 1층의 원통형 건물에서는 다도해 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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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천기석과 그의 부하들을 태운 다섯 대의 숭용차가 호텔로 향하는
만 위의 길로 들어선 시간은 저녁 T시 낄랄이었다.
   모두 부산 번호판을 붙인 국산 대형 승용차들은 왜 세차게 불어오
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호텔의 현관 앞으로 다가가 멈추어 섰다. 차들
의 문이 일제히 열리자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너 명의 사내들이
그들을 맞았다.
   차에서 내리던 천기석은 자신의 부하와 안도섭의 부하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았다. 로비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서 있던 기무라가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천 실장. 그런데 조 사장님은?"
   그의 시선이 천기석의 뒤쪽으로 향했다.
   "곧 오실 거요. 집안에 일이 생겨서."
   "그렇습니까?"
   기무라는 더 이상 묻지 야고 몸을 돌렸다. 그들은 엘리베이터 앞
으로 다가갔다.
   이쪽은 기무라 한 사람인데 천기석 일행은 10여 명이 된다. 엘리
베이터 앞에 서자 천기석이 뒤쪽을 돌아다보았다. 로비는 물론이고
커피숍에도 손님이 보이지 않는다.
   "호텔 빌콜시느라고 애꽈셨군요."
   그의 말에 기무라가 빙긋 웃었다.
   "돈이 조금 들었지요. 투숙객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고 숙박
비를 지불했지요. 호텔에도 사용료를 주고요."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의 라운지로 올라갔다. 회의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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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진 곳이다. 라운지의 입구에 정렬해 있던 이쪽과 저쪽의 부하들
 이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앞장선 기무라가 라운지의 문을 열었다. 회의실로 개조된 라운지
애는 이미 아이즈 고대츠의 간부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상석에 앉
아 있는 것은 부회장인 안도섭이다.
    천기석과 그의 일행이 일제히 머리를 숙이자 그는 웃음 떤 얼굴로
머리를 B덕였다.
    좌석 배치는 가로로 길개 두 줄이 만들어지고 한쪽 끝 부분아 짧
은 새로줄로 이어진 구조였다. 가로줄의 한쪽 끝에 앉은 안도섭의 앞
으로 그의 부하들이 길게 앉아 있었고 그들과 마주보며 천기석과 그
의 부하들이 앉았다.
   안도섭이 옆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조 사장은 조금 늦으시는가?"
   "예, 부회장님. 곧 오실 검니다. "
   "그럼 우리끼리 시작해도 되겠군.기다리면 조 사장이 미안해 할
데니 ."
   "예,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오리엔트 호텔은 1층쉐서 6충까지가 객실이었는데 지금은 객실
전체가 짙은 정적에 덮인 빈집이 되어 있었다. 종업원들도 1충의 종
업원 대기실에서 나오지 말도록 요구를 받았고 호델의 전화 교환실
에는 기무라의 부하가 교환원 뒤에 앉아 있었다. 가끔 저녁의 데이트
를 즐기려는 남녀가 들어서기도 했지만 내부 수리중이라는 표찰을
보고는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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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가 시작된 지 10분쯤 지나자 라운지 밖이나 복도, 로비와 현
관 앞애서 대기하고 있던 양측 경호원들은 처음의 긴장이 풀린 모양
이었다. 서로 담배를 나누어 펴우고 끼리끼리 모여서 잡담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운음 소리도 가끔씩 들렸다. 동맹 관계의 조직인 것이다.
   제분쯤 되었을 였다. 호탤의 현관 앞애 서 있던 조성표의 부하
한 사람이 시내 죽에서 만으로 들어서는 차량의 불빛을 보았다. 그것
은 보통 차량이 아니다. 경고등을 번쩍이는 경찰차였다. 그 경찰차를
선두로 서너 대의 차량이 뒤를 따르고 있다.
   "빌어먹을. 경찰이다. "
   외마디 소리처럼 그가 외쳤고 주위와 사태들 모두 그것을 보았다.
서너 명이 로비 안으로 뛰쳐 들어갔고 나머지는 무전기를 』얘 대고
어지럽게 소리들을 질러댔다.
   라운지에 있던 안도섭과 천기석이 뛰쳐 들어온 부하들로부터 보고
를 받고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누군가 신고를 한 모양인데요."
   찌푸린 얼굴로 천기석이 말했다.
   "회의는 이만 중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대충 이야기는 되었으니 다시 회의를 할 필요는 없3a군."
   안도섭이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부산의 조직에서 50명을 선발해 주는 것을 합의한 것으로 믿어
도 되』f!소?"
   "시장님의 생각이셨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럼 사흘 안에 기무라에게 연락해 주시오."
   안도섭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양쪽의 보스들도 모두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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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경찰도 재빠른 데가 있군."
    안도섭이 천기석을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가 그들 눈에 띄면 입장이 곤란한데 천 실장, 당신이 나가서
해결해 주지 않겠소?"
    "그래야지요. 일본에서 오신 분들은 모두 객실로 피하도록 해주십
시오."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천기석이 말했다.
    "차가 여러 대가 왔다는 걸 보면 조금 골치 아파질 것 같습니다. "
   그러자 무전기를 귀에 대고 있던 부하가 천기석에게 말했다.
   "경찰들이 현관 앞에 멈추었습니다. "
   "우리 애들을 객실로 모아라! 어서!"
   안도섭이 낮게 소리치자 부하가 무전기에 대고 다급하게 그의 지
시를 전했다.
   "그럼 우리는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 "
   "부탁하오, 천 실장."
   몸을 돌린 안도섭이 한쪽에 서 있는 기무라를 바라보았다.
   "기무라, 자레가 따라가 봐."
   머리를 숙여 보인 천기석이 부하들을 이끌고 서둘러 빠져 나가자
라운지는 갑자기 샐렁해졌다.
   "이제 우리만 남았군."
   안도섭의 말소리가 라운지를 울렸다.
   "자, 우리도 가볼까?"
오정한 검사는 앞에 선 천기석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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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보시오.할말이 있으면 경찰에 가서 이야기합시다. 여기서
 갑론을박할 일이 아냐."
    그는 천기석의 뒤에 몰려서서 어지럽게 항의를 하고 있는 사래들
 을 죽 훌어보았다.
    "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온 사람이야.촌스럽게 영장 찾지 말아
 요.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날 고발하시오."
    그는 옆에 선 형사를 돌아보았다.
    "모두 몇 명이라고 그랬지?"
    "서른네 명입니다. "
    "흥, 서른네 명씩이나 모여서."
    오정한이 얼굴에 쓴운음을 지었다.
    "당신들,조직 결성 하려는 거지?"
    천기석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옆쪽으로 돌렸다.
그의 시선이 한쪽 구석에 서 있는 기무라에게 부딪치자 그는 슬쩍 한
눈을 감았다.
   "이것 보시오, 검사님. 내 직업은 항도 실업의 기획 실장이오. 그
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우린 사원 단합 대회를 하고 있었단 말이
오."
   그러자 뒤쪽에 서 있던 부하들이 다시 떠들색하게 항의를 했다.
둘러선 형사들을 밀치고 삿대질을 하는 소란이 일어났는데 오정한이
버럭 고함을 치자 조금 조용해졌다.
   "어쨌든 가서 이야기합시다. 가서 죄 없으면 날 고발해요."
   "좋습니다. 갑시다. 세상에 이런 법이‥‥‥‥
   그러면서 머리를 돌린 천기석의 눈애 이제 기무라의 모습은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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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았다.
   "김 반장, 숫자 맞아요?"
   실랑이에 지친 듯 오정한이 소리치자 경찰을 인솔하고 온 듯한 사
복 차림이 한참을 손으로 혜아리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맞숱니다. 서른넷. 틀림없습니다. "
   "데려잠시다. "
   "이거 트럭을 불러야겠는데요."
   "트럭은 무슨."
   오정한이 천기석을 바라보았다.
   "당신들 차 가져왔지요?"
   "그렇소."
   "경찰들이 당신네 차에 나누어 타면 되겠구만. 김 반장 어때요?"
  그는 한시라도 바져 이 아수라장을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 새끼들, 많이도 모였군."
    조태환이 옆에 엎드려 있는 부하에게 말했다.
    "꼭 채로 걸러서 모래는 빠지고 콩알만 남아 있는 꼴이구만.
    "형님, 채가 뭐요?"
   "몰라도 된다, 이 자식아."
   그때 무전기외 불이 반짝였으므로 그는 서둘러 스위치를 켰다.
   "여보세요."
   "형님, 나요."
   옆쪽의 이준구였다. 그도 다섯 명의 부하를 데리고 방파재의 시멘
트 블록 사이에 엎드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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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놈들이 떠납니다. "
    그의 목소리가 커다랗게 들렸으므로 조태환이 무의식중에 앞쪽을
 바라보았다.
    호렐의 정문은 50미터쯤 앞이었다. 현관을 가득 메운 사내들이 분
 주히 움직이면서 차를 끌어오고 소리를 지르는 소동이 일어나는 중
 이었다. 경찰이 누구인지 조성표의 패거리가 누구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다.
    "알고 있어. 모두 떠날 때까지 엎드려 있어."
    그에게 이르고 난 조태환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이 엎드려 있
는 곳은 오른쪽 제방으로 위쪽애는 찻길이 나 있다. 바닷물이 발밑에
서 철색이다가 가끔씩 물보라를 뿌리는 바람에 옷이 흠뼉 젖어 있었
다. 찻길 건너 왼쪽의 제방에 엎드려 있는 이준구네도 마찬가지일 것
이다.
   호텔 현관 앞의 소동은 조금궉 가라앉고 있었다. 차들이 이리저리
엉키고 있었지만 서너 명씩 차에 타면서 질저가 잡혀 갔다.
   이윽고 선도하는 경찰차가 경고등을 번쩍이며 머리를 이쪽으로 돌
렸으므로 조태환은 몸을 숨겼다. 경찰과 조성표의 일당들이 모두 빠
져 나가면 오리엔트 호텔에 남은 것은 아이즈 고데츠의 무리뿐일 것
이다.
   그때 무전기의 불이 다시 반짝였다. 그는 시멘트 블록 사이로 상
반신을 묻고는 스위치를 켰다.
   "여보세요."
   "나다. "
   최기대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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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되었어?"
    "지금 막 출발합니다,형님."
    그러자 경찰차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하얗게 빛나는 전조둥의 빛
이 찻길 위로 쏟아지고 있다.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형님."
    "아, 여기서도 보인다. "
    최기대가 서두르듯 말했다.
   "이쪽으로 오는구만."
   최기대는두 팀을 끌고그의 」0미터쯤뒤쪽에 엎드려 있는 것이
다. 바다 쪽으로 손가락처럼 길개 뻗은 만의 끝에 호텔은 손톱처럼
붙여져 있다. 암초투성이의 앞바다는 배도 다니지 못하는 곳이었으
니 놈들은 제 발로 막다른 곳으로 들어온 셈이 되었다.
   그의 머리 위로 꼬리를 문 차량의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호델은 이제 깊은 정적에 싸여 있었다. 1층과 2층,그리고 7충의
 불만 켜진 채로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태환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야광침이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
 다. 그는 옆에 놓인 우지 기관총을 손에 쥐고는 안전고리를 젖혔다.
소음기를 끼워서 다소 우스왕스려게 보였지만 1분에 6백 발이 발사
되는 성능 좋은 총이다.
    그는 머리를 들어 호델 앞의 주차장을 둘러보았다. 다른 곳은 비
어 있었지만 왼쪽 주차장에 일곱 대의 승용차가 나란히 주차되어 있
는 것이 보였다. 저것이 안도섭과 그의 부하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다. 차량의 숫자로 보아 30명 정도의 인원이고 천기석의 부하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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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으로 일러 준 숫자도 대략 30명이라고 했다.
    다시 무전기의 불이 번쩍였으므로 그는 스위치를 켰다.
    "여보세요."
    "아직 기척이 없나?"
    "예, 형님, 아직 나오지 않숱니다. "
   "t:·;H , "
    최기대는 전화를 꾼었다.
   그로서는 조바심이 나는 모양이었다. 안도섭 일행이 나오면 만의
찻길을 가로막고 최기대는 정면에서 공격할 계획이었다. 이쪽의 그
와 이준구는 그들의 퇴로를 꿉고 뒤쪽에서 치고 들어갈 것이다.
   총을 움켜쥔 손에 땀이 배어났으므로 조태환은 바지에 손을 문질
러 닦았다. 나오기만 하면 몰살을 시킬 자신이 있었다. 눅눅한바람
이 피부를 스치더니 얼굴에 한두 방울의 물이 떨어졌다. 파도가 부딪
치면서 흩뿌린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비가 내릴 모양이었다.
   "저기 오른쪽에, 보이지요?"
   하고 물은 것은 양재동이다. 그는 배장근이 데려온 특등 사수로
전차섭의 이마를 쏘아 맞힌 경험이 있다.
   "모두 다섯 명입네다. 그리고 왼쪽에는 네'명. 아니, 다섯 명인데
A."
   그가 보고 있는 것은 A또소총에 부착된 적외선 망원경이다.
   "그렇군. 모두 열 명쯤 된다. "
   무거워 보이는 암시 장치를 눈에 댄 채 박철규가 말했다. 그들과
의 거리는 약 60미터 정도였는데 모두 이쪽으로 등을 보인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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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을 향해 엎드려 있었다.
     박철규가 암시 장치에서 눈을 례고 옆에 놓인 무전기를 집어 들었
 다. 150미터쯤 앞에 검은 바다를 등지고 1, 2충과 1층쉐만 불이 켜진
  오리엔트 호텔이 괴상한 모숩으로 서 있었다.
     "여보시오, 기무라 씨."
    신호가 가자 그가 대뜸 말했다.
     "이쪽은 열 명이.er 당신들 앞쪽은 몇 명이나 됩니까?"
    "재방 양쪽으로 다섯 명썩 이쪽도 열 명이군요."
    기무라의 매끄러운 한국말이 들려왔다.
    "지금 개구리처럼 엎드려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그림 시작합시다. "
    "알겠소, 박 선생 ."
    무전기를 내려놓은 박철규가 양재동의 어깨를 가볍개 쳤다.
    "이봐, 너회들이 송씨를 보여 줄 때야."
    "문제 없숱네다. "
    양재동과 그의 옆쪽 사래가 팔굽으로 땅을 단단히 받치더니 소총
에 부착된 스르라이프 스코프애 눈을 가져다 대었다. 흐린 날씨였지
만 호텔에서 흘러나온 빛이 달빛 정도는 되었고 그 정도면 300미터
전방까지 관측이 가능하다.
   박철규는 그의 옆에 엎드린 채 좌우를 둘러보았다. 제방 양쪽에는
자신을 포함하여 여덟 명이 엎드려 있었는데 그중 두 명은 배장근 쪽
에서 데려온 사수였다. 그리고 그들은 o만 암시 장치까지 부착된 고
성능 소총을 휴대한 저격수들인 것이다.
   이제 밤의 세계의 싸옴도 낮의 군대처럼 총기로 무장되어 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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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화력이 센 총기를 휴대한 군대가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그때
옆에서 몽둥이로 모래 주머니를 두드리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 왔
다.
    상체를 반쯤 세우고 앞쪽의 호텔을 바라보고 있던 바로 옆의 부하
가 땅에 엎드리면서 블록 위에 놓여 있는 무전기를 떨어뜨렸다. 그러
자 그 옆에 있던 다른 사래가 상체를 번쩍 새우고는 신음 소리를 내
더니 블록 위로 구겨지듯 엎어졌다.
    "01봐. "
   이맛살을 찌푸린 최기대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 거야?"
   그 순간 다른 사래 한 명이 머리를 치켜올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최기대는 잠자기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블
록 위로 엎드렸다. 다시 단말마의 신음 소리를 뱉으면서 사래 한 명
이 온몸을 비틀었다. 그제서야 나머지 사내들은 사래를 알아차렸다.
   뒤쪽이다. 뒤쪽에서 조준 사격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벌떡벌떡 몸을 일으킨 사래들은 최기대의 명령을 기다리지도 않고
호텔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시멘트 블록이래야 머리통보다 조
금 큰 규격으로 요철을 만들고 있었으니 몸을 숨길 데도 없는 것이
다.
   "서라! 그 자리에 서란 말이다!"
   상체를 일으킨 최기대가 말하는 순간 재방 위의 찻길을 달리던 사
내 두 명이 허공을 움켜쥐면서 쓰러졌다.
   최기대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블록 위에 똑바로 서서 뒤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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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보았다.
   "잠간, 저놈을 죽이지는 말아라."
   암시 장치를 눈에 대고 있던 박철규가 소리쳤다.
   "저기 제방 위에 사 있는 놈 말이야."
   "어떻게 할까요?"
   양재동이 한쪽 눈을 적외선 렌즈에 붙인 채 물었다.
   "사로잡아야겠다. 다리를 쏴."
   그러자 양재동이 쥔 저격용 A딘소총에서 둔한 발사음이 두 번 들
렸다.
   "다리가 두 개라서 두 개 다 쐈습네다. "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상체를 든 조태환이 호텔 현관을 바라보다가 무전기의 스위치를
켰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잡음만 들리고 대답이 없자 조태환은 몸을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
다.
   "지기미 저긴 또 어떻게."
   그 순간 그는 가슴을 움켜쥐고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호델의 4출과 5충, 그리고 1층애서돈 번쩍이는 불빛과 함께 총탄
이 쏟아져내렸다. 저쪽은 이곳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였고 총구
애서 뿜어나오는 섬광의 숫자만 해도 열 개가 넘는다. 서너 명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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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사래들이 호텔을 향해 응사해 보았지만 엄폐물도 마땅치 않은 곳
잎었다. 3분도 지나지 않아 조태환과 이준구를 포함한 두 팀의 특공
대 중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기무라가 6충의 객실로 들어섰을 때 안도섭은 소파에 앉아 위스키
잔을 들고 있었다.
    "부회장림, 끝냈습니다. "
    기무라가 말하자 안도섭이 잔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끝난 게 아니야, 기무라. 이제 시작이다. "
   그들이 방을 나오자 소총으로 무장한 부하들이 일제히 비켜 섰다.
    "시체 처러를 확실하게 해야 돼. "
   로비를 빠져 나가면서 안도섭이 말했다.
   "10년 전 다카파가 다 이긴 싸움을 시체 한 구 때문에 망쳐 버렸
다. "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
   그들은 현관 앞에 대기시켜 놓은 차에 올랐다. 조태환이 고대하던
순간이었으나 그는 이제 시체가 되어 트럭의 짐칸에 쓰레기처럼 던
져 올려지게 될 것이다.
   제방을 달리면서 안도섭이 기무라를 바라보았다.
   "시내에서는 아직 소식이 없나?"
   "곧 올 겁니다, 부회장님."
   "이동천이 멋지게 해내었군."
   그들이 탄 차는 제방의 양쪽에서 시체들을 들어올리는 사래들 때
문에 속력을 늦추었다. 트럭 한 대가 길가에 세워져 있었는데 사래들
은 시체를 짐짝처럼 짐칸에 던져 올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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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섭은 시선이 부딪친 사래들을 향해 차 안에서 손을 들어 보였
다.
   "전에는 같은 조직이었는데 이재는 서로 죽이고 죽는군."
   안도섭이 다시 손을 들어 보o,1며 흔자말을 했다.
   "비가 내려야 할텐데. 그야 차도의 핏자국이 지워지는데."
   승용차 두 대에 나누어 탄 안도 시고쿠와 부하들은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가끔씩 텟발이 뿌리기 시작했으므로 시야는 흐렸다.
전조등의 불빛도 멀리 련어 가지 못하고 앞쪽만 흐리게 비추었다.
   "서둘러라. 지금쯤 상황이 끌났을 것이다. "
   시계를 내려다본 안도가 말하자 승용차는 불쑥 속력을 내었다. 9
시 리분이었다.
   "안도, 서두를 것 없어. 우린 확인만 하면 되니까."
   옆에 앉은 구와베가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암살 전문가로
가토 노부야스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었으나 이번 작전에 일본측이
참관인 역할만 하fl 되자 의욕을 잃고 있었다.
   "교토에서 날아와 시체 확인이나 하고 가다니,챗."
   "닥쳐, 구와베. 네놈이 뭔데 일을 가린단 말이냐?"
   안도가 쏘아-9이자 구와데는 코웃음을 쳤다.
   승용차는 갑자기 속력을 줄이더니 만의 입구에서 멈추어 섰다. 사
거리에서 붉은 신호등을 받은 것이다.
   빗발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바람에 날리는 굵은 빗발은 후둑
후둑 떨』지면서 유리창에 널게 물자국을 내었다.
   만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 했으므로 운전자는
100 밤의 대통령 제살1-H
 좌측의 신호등을 켰다. 좌측의 어둠 속에 불을 밝히고 있는 오리엔트
 호텔이 보였다.
    "저건 뭐o 벌써 나오는 중인가?"
    구와배가 만의 입구를 가리켰으므로 안도는 머리를 돌렸다. 앞차
에 가려 그의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았으나 운전석 됫자리에 앉은 구
와베에게는 만의 찻길에서 우회전해 나오는 차량을 볼 수 있었던 것
이다. 이쪽은 아직 좌회전 신호를 받지 못했지만 저쪽은 우회전이다.
그가 보고 있는 사이에도 네 대, 다섯 대, 여섯 대의 차량이 로리를
물고 만에서 빠져 나와 그의 옆을 지나고 있었다. 어둠 속이고 룸라
이트를 켜지 않아서 차 안은 보이지 않는다.
   "야, 경적을 울려 봐라."
   구와배가 운전자에게 말했다.
   "일 끝났나 물어 보게."
   "그만둬."
   안도가 짜증난 듯 말했을 때 좌측 화살표가 켜졌다. 앞얘 멈추어
선 차는 두 대였는데 그들도 오리앤트 호탤로 가는 모양이었다.
   좌회전해서 만의 입구로 들어서던 안도의 승용차는 앞을 달리던
두 대의 승용차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앞 차의 후미를 들
이받을 뻔하면서 멈추어 섰다. 요란한 브레이크의 마찰음이 났다.
   "이런 제기."
   운전자가 투덜거렸다.
   앞 차는 두 명의 사래에게 제지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신사복 차
림으로 온몸이 비에 젖어 후줄근했다.
   "아직 덜 끝난 모양이야. 저렇게 통재하고 있는 걸 보면."
                                               그림자 전쟁 101
    구와베가 앞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하는 데 정말 저런 것들이 골치라구."
    앞쪽의 차량들에게 하는 소리다.
    "내가 나가 봐야겠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서 구와베가 말했다. 심드렁해 있던 그는
 사건 현장에 오자 비를 맞은 개구리처럼 생기가 돌았다.
    "저놈들처럼 쫓겨나지 않으려면 말이야."
    사래들과 앞 차에 탄 사람들과는 이야기가 끝난 모양이었다. 앞
차의 백램프가 하얗게 켜지더니 뒤로 후진해 왔으므로 이쪽 차량들
도 우선 뒤쪽으로 물러나면서 그들에게 길을 내주었다.
    "내부 수리중이래요!"
    그들을 지나치던 운전석 옆자리의 사내가 소리쳤다.
   "고맙습니다!"
   운전석의 부하는 한국어에 능통했다. 안도는 머리를 들어 구와베
를 바라보았다.
   사래들에게 다가간 구와베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다 끝났소?"
   능숙하지는 않지만 정확한 한국말이다. 한국에 파견된 부하들은
의무적으로 한국어 교습을 받아야 했는데 구와베도 의사 소통은 되
었다.
   "누구십니까?"
   사래 한 명이 얼굴의 텟물을 손마닥으로 훔치며 물었다.
   "우린 야마구치조요. 최기대 씨가 저기 안에 있습니까?"
   구와베가 턱으로 제방길을 가리 켰다.
102 밤의 대통령 제』부 -H
"잠깐만요. 보고 가기만 하면 돼요."
    "우리는 검사만 하면 되니까."
    사래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고 그것을 승낙으로 안 구와베가
이쪽으로 머리를 돌리더니 손을 흔들었다. 손바닥을 안으로 해서 팔
을 당기는 것은 이쪽으로 오라는 표시였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기어를 풀었을 때 텟발이 비치는 전조등 빛에
사래 한 명이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것이 보였다. 권총이다.
    입을 쩍 벌린 안도가 불끈 몸을 세웠을 때 구와베도 몸을 돌려 그
것을 보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총구에서 횐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구와베는 두 손을 휘저으며 쓰러졌다. 그리고 곧장 총구는 옆쪽으로
돌려졌다.
   "뒤로!"
   안도가 악을 깼다. 이제 섬광을 뿜어내는 총구는 두 개가 되었다.
   운전자가 급작스럽게 차를 뒤로 자 뒤의 차와 세차게 부딪치면
서 차체가 옆쪽으로 뒤틀려졌다. 차창을 뚫고 총탄이 쏟아져 들어왔
다.
   "으윽!"
   운전자가 짧은 신음 소리를 뱉더니 핸들 위에 머리를 떨구었다.
그러자 경적이 크게 울리면서 끊이지를 않는다.
   안도는 차의 문을 열고 뛰쳐 나가면서 사내들을 향해 권총의 방아
쇠를 당겼다.
   "타앙! 타앙!"
   어둠 속에 요란한 총성이 울려퍼졌다. 앞 차에 타고 있던 네 명 중
                                              그림자 전쟁 103
이제 살아 있는 것은 안도뿐이다.
   뒤쪽의 차에서 부하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사내들을 겨누고
무작정 쏘아 대기 시쓱했다. 그러자 제방 쪽에서 번쩍이는 불빛이 달
려오는 것이 보였다.
   "안되겠다. 가자!"
   안도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그 순간 차 뒤에 엎드려 있던 부하 한 명이 신음 소리를 내며 쓰러
졌다
   "어서 떠나자!"
   안도는 절규하듯 외치며 몸을 돌렸다.
   제방에서 살아난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조태환의 부하였다.
   호텔에서 텟발처럼 쏟아지는 총탄을 피하려고 다른 사람들이 우왕
좌왕하면서 아수랴장이 되었을 때 그는 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가 물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암초에 걸려 멀리 나갈 수는 없었
다. 그는 제방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암초를 잡고 바다 위에 떠 있었
다. 그는 사람들이 오락가락하면서 바로 눈앞에서 죽은 동료의 시체
를 트럭에 던져 싣는 것을 보았다.
   만의 입구에서 수십 발의 총성이 울린 조금 후에 제방 위의 사내
들은 서두르듯 만을 빠져 나갔다. 이제 눈앞의 만에는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파도에 흔들리면서도 뭍으로 나가려 들
지 않았다.
1003 밤의 대통령 제4부 -H
   천기석이 조성표와 만나기로 한 해운대의 더치 클럼에 도착한 것
은 밤 11시 10달전이었다.
   더치 클럽은 조성표가 투자한 업소 중의 하나지만 명의는 다른 사
람의 이름으로 해놓은 것이다. 고급 룸살롱으로 술값이 비싸기로 소
문난 곳이었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술을 마실 수가 없을 정도로 손님
이 밀렸다.
   그것은 수준급 이상의 미모와 교양을 갖춘 아가씨들이 철저한 프
로 정신으로 손님에게 봉사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손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했고 결코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취했고
괴팍한 성격의 남자라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고 상태방이 어떻개
받아들였는가는 기억하고 있는 법이다. 더치 클럽은 명성을 더해 갔
고 그것은 곧 조성표의 자랑이기도 했다.
   더치 클럽은 해운대 호텔 옆쪽 담을 따라 백 미터쯤 들어간 곳에
있는 3층 빌딩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현관 양옆에 나란히 서 있던 사내들이 천기석을 향해 일제히 머리
를 숙였다. 조성표의 경호원들이다. 그가 클럽의 로비에 들어서자오
정기가 다가왔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
   그의 안내를 받아 안쪽의 밀실로 들어서자 방에 흔자 앉아 있던
조성표가 벌개진 얼굴로 웃음을 띠었다.
   "오 검사가 왜 깐간하지?"
   "아닙니다, 경찰에 들어가자 곧 착오가 있었다면서 보내 주었습니
다. "
   "그 친구는 조금 실망했을 거야. 한건 한 것으로 생각을 했을테니
                                               그림자 전끙 105
까. "
    조성표가 천기석에게 잔을 건네주었다.
    "최기대한테서 아직 연락이 없어. 하긴 우리에게 보고할 의무도
없지마는."
    "밥상까지 차려 주었으니 먹기만 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렇지. 그러니 인사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조성표도, 천기석도 모두 기분 나쁜 기색은 아니었다. 그들
은 술잔을 들어 건배하는 듯이 한모금에 삼키고는 더운 입김들을 내
뿜었다.
    "안도섭이 없어지면 아이즈는 끝장이야. 강외수 회장은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병자라 조직을 이끌 사람이 없어."
   조성표가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간부가 몇 명이나 되었지?"
   "가토,혼다,시마루라,다카다에다 기무라까지 간부급만 7, 8명
되었습니다. "
   "모두 모였군. 역사적인 날히야."
   조성표는 오늘따라 라르게 마셔 대고 있었다. 다시 잔을 비운 그
가 빈 잔을 천기석에게 건네주었다.
   "자, 아이즈가 제멸당한 기념이다. "
   "인원이 30명 가깜게 되었습니다. 시체 처리도 보통일이 아닐 것
입니다. "
   "최기대와 야마구치 패거리가 알아서 했겠지. 내가 알기로는 시체
들을 바다에다 버릴 것 같던데. 공해상에 말이야."
   이제는 천기석이 스스로 잔에 위스키를 채우고는 입안으로 털어넣
106 밤의 대통령 제갈L -H
었다.
    "이제 계약서는 무효가 되었어. 그리고 안도섭이와 그자의 대리인
명의로 되어 있는 지분에 대한소송을시작해야돼.이미 말을 해놓
았으니 금방 끝나겠지만."
    국제 호텔의 특실 안이다. 벽에 걸린 시계는 밤 1 1시 반을 가리키
 고 있었다.
    웅접실의 소파에 육중한 몸을 파묻고 있는 가토 노부야스의 얼굴
 은 검붉은 색깔이었다. 아베 스스무는 무표정한 얼굴로 1를 바라보
 고 있었는데 가끔씩 잔기침을 했다. 넓은 응접실에 마주앉아 있던 대
조적인 두 사내 중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베였다.
    "가토 씨, 아무래도 아이즈 고데츠 놈들에게 정보가 샌 것 같소."
    헛기침을 한 그가 말을 이었다.
    "조성표가 부주의했는지 아니면 최기대가 경솔하게 움직였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서전에서는 우리가 졌소."
    가토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최기대까지 포함해서 스무 명이 실종되었소. 아이즈 고데츠의 세
력이 기세를 을리겠어."
   "천만에."
   조그만 머리를 흔든 아베가 말을 이었다.
   "이번 싸움은 대리전에다가 기습과 역습이라, 세상 사람들은 알지
도 못할 거요."
                                               그림자 전쟁 107
    "아이즈 고데츠가 내가 최기대를 쳤노라 하고 기세를 올린다면 그
순간에 한국 경찰의 표적이 되지. "
    아배가 주름진 얼굴을 펴며 웃었다.
    "그저 자기 방어를 한 것뿐이오, 가토 씨 물론 스무 명은 지금쯤
건물의 기초 공사 콘크리트에 들어가고 있거나 바다에 묻히고 있겠
지만."
   "조금 전에 김양호한테서 전화가 왔었소. 불안한 모양이야."
   이제 가토도 조금 진정이 되는지 얼굴색이 정상으로 돌아가 있었
다. 그러나 여전히 이맛살을 찌푸린 채였다.
   "나도 김양호한테 체면이 말이 아니오."
   "체면 같은 것은 도시락 싼 종이 같은 것이지."
   아베가 소파에 등을 묻었다.
   "얼마든지 새로 쌀 수가 있어요, 가토 씨. "
   "어꼈든 아이즈 고데츠의 기반은 단단해졌소."
  "그 대신 김양호의 세력은 약해졌겠고."
    "그렇게 되면 우리에차 더욱 의존하게 되겠지. 그령지 않소? 당신
말대로 체면은 조금 구겼지만 말이오."
   "그야, 우리는 별로."
   "아이즈가 조성표의 배신을 알고 있는가가 궁금한데, 만일 알고
있다면 조성표가 위험해요."
   "구와베와 몇 명이 당했지만 병력은 많아. 하지만 지금 우리가 움
직일 순 없소."
   "물론이오.그러니 안도섭에게 전갈만을 보내자른 거요."
108 밤의 대통령 제길L -ll
   아베가 가볍게 몸을 일으켜 똑바로 앉았다.
   "김양호 일당이 당한 것에 대해서 우리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사
를 알려 주기만 합시다. 그것으로 안도섭은 진정될 거요."
   "한국에서야 그림자 전쟁이3a지만 일본에서는 명성이 올라갈테니
까 수입도 늘 것이고."
    "아니 , 뭐라구?"
    조성표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두 눈을 치켜 뜬 그는 앞에 선 오정
기를 노려보았다.
    "서울애들이 모두? 그게 정말이냐?"
    "예, 방금 제가 안도 시고쿠한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
   안도 시고쿠라면 이번에 가토가 내려보낸 야마구치조의 보스로 조
성표도 만난 적이 있다. 조성표가 역시 얼굴이 굳어져 있는 천기석에
게로 머리를 돌렸다.
   "천 실장, 어떻게 된 거야?"
   다그치듯 물었으나 천기석의 입에서 뽀족한 대답이 나을 리가 없
다.
   "스무 명이 한 놈도 남김 없이‥‥‥ 그럴 리가 없어."
   조성표가 어금니를 물었다.
   "그렇다면 안도섭이가 역습을 했다는 말인데."
"천 실장."
"예 , 사장님 ."
                                                 그림자 전쟁 109
     "정보가 샌 것이다. "
     "그령게밖에 생각 안됩니다. "
     "이런 빌어먹을."
     조성표가 방안을 둘러보았는데 무의식적인 동작이다. 불안한 것이
 다.
     그가 머리를 돌려 오정기를 바라보았다.
     "안도섭은 지금 어디에 있다더냐?"
     "그건 모릅니다, 사징림 ."
    술이 다 깨어 버린 조성표가 자리에서 일어설 차비를 했다. 그러
 자 문이 열리더니 종업원 한 명이 들어섰다. 그는 손에 전화기를 쥐
 고 있었다.
    "사장님, 전화가 왔습니다. "
    방안의 세 사내가 일제히 시선을 주자그는 당황했다.
    "안도섭 부회장님이십니다. 말씀 드릴 것이 있다고 하셔서 "
    얼굴이 굳어진 조성표가 천기석을 바라보았다. 천기석이 잠자코
있었으므로 그는 손을 뻗어 전화기를 닌아챘다.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도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아,조 사장.저녁때 호텔에서 못 봤소."
   안도섭이 말했다.
   "하지만 늦길 다행이오. 경찰이 몰려와서 천 실장 이하 한국 사람
들을 모두 연행해 갔으니까."
   "그렇습니다. 착오가 있었다고."
   "천 실장은 곧 풀려 나왔다고 들었소. 다행이오."
110 밤의 대통령 제』달 -ll
    "0141, fl ."
   "그런데 조 사장."
   "예, 말씀하십시오."
   "아무래도 난사업 기반이 일본이어서 말이오.한국에서 벌여 놓
은 사업에 몰두할 수가 없어. 그런데 조 사장은 조 사장대로 바쁜 것
같고. "
   "그래서 내 지분으로 명의를 분산시켜 놓은 것을 모두 옮길 작정
이오. 새로운 대표자에게 말이오. 물론 조 사장에게 투자한 금액에
대한 계약서도 그 사람에게 이전시켜야겠고."
   "다른 사람에게 말입니까?"
   "상관 없겠지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동천이란 사람이오. 아마 이름은 들으셨을 것 같은데."
   "OIOt."
   "아마 그 사람하고 같이 일하시는 것이 나보다 수월할 거요. 능력
은 있는 사람이니."
   "그렇다면."
   "아니, 난 한국을 떠나는 것이 아니오. 난 예전처럼 일합니다. 다
만 이동천이 내 얼굴이 되는 것이지요. 가토의 얼굴이 김양호인 것처
럼 말이오."
   그러면서 안도섭은 웃음 소리를 내었다.
   "그럼 합의한 것으로 알겠소."
   통화가 끝난 전화기를 들고 조성표가 멀리 보는 눈으로 천기석을
                                              그림자 전쟁 1 1 1
바라보았다.
   "이동천."
   흔자소리처럼 그가 낮게 말했다.
    이동천이 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사내들의 말소리가 뚝 그쳤다.
    광안리 해수욕장 위쪽의 어구용 창고여서 비린내가 풍겨 나왔지만
안은 넓었다.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백 와트 전구가 주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사내들 사이에서 박철규가 다가왔다.
    "형님, 자백을 했습니다. "
    그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이동천을 바라보았다.
    "제가 했다고 합니다. 네 명을 데리고."
    이동천은 그와 함께 의자에 앉혀진 최기대에게로 다가갔다. 최기
대는 양재동의 총에 양쪽 다리를 맞아 양다리에 붕대를 두껍게 감고
있었다.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그를 바라보는 얼굴이 창백했다.
   이동천을 따라온 백복동이 최기대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깨끗이 털어놓아주어서 고맙다. "
   그는 힐끗 이동천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우리 형님을 위해 다시 한번 이야기해 줄래?"
   "이야기할 것도 없어. 내가 했다는 것밖엔. 내가 직접 쏘았어."
   최기대가 뱉듯이 말했다. 그의 시선이 이동천과부딪쳤으나내려
지지는 않는다.
   "나머지는 너희들이 알아서 생각해라."
112 밤의 대통령 제샬L _Ir
   "배은망덕한 놈."
   다시 듣는 말일텐데도 박철규가 어금니를 물었다.
   "널 갈가리 찢어 죽일테니까, 이 새끼야, 조금만 기다려."
   "마음대로."
   최기대가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구차하게 살지는 않아. 네놈처럼 감상에 젖지도 않고."
   이동천이 잠자코 바라보자 최기대가 다시 웃었다.
   "무슨 말라 비틀어진 신의냐? 의리가 무슨 필요가 있어? 난 신의
를 지킬 놈도 없고 부담을 느낄 놈도 없다. 모두 날 이용했고 나도
내 몫을 받은 것뿐이다. "
   이동천이 머리를 끄덕였다.
   "쓸 만한 놈이다. "
   그러자 주위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박철규는 물론 백
복동과 20여 명의 부하들, 그리고 구석에 서 있는 주대흥까지 그를
바라보았다.
   "대홍이 어디 있냐?"
   이동천이 주위를 돌아보자 주대흥이 사내들을 혜치고 다가왔다.
   "왜요, 형님?"
   "이놈을 들어라."
   "그런 일 시킬라고 부른 거요?"
   노크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배장근은 침대 밑으로 손을 넣어 권총
을 쥐었다. 옆에서 자고 있던 오세미도 상반신을 일으키고 있었다.
   문에서 다시 노크 소리가 났다.
                                               그림자 전쟁 113
     "누구요?"
     "접니다. "
     그의 심복인 이명오였다. 오세미가 긴장이 풀린 듯 침대머리에 등
 을 기대고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웬일이냐?"
    바지를 레면서 그가 물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불안해
 진 것이다. 요즘 들어 다리 쭉 뻗고 마음 편하fl 자본 적이 없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
    이명오가 문 밖에서 말했다.
    "이동천 씨가,마을 입구에서 들어가도 좋으냐고 하시는데요."
    "들어오시라고 해 "
    이동천이 마을 입구에 와 있는 모양히었다.
    "그런데 사장님."
    이명오가 다시 말했다.
    "사람들이 많답니다. 7, 8명이 된다는데요."
    셔츠를 걸친 배장근은 혁띠에 권총을 찔러넣고 셔츠를 내렸다.
    "7, 8명 ?"
    그러면서 방문을 열자 이명오가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시할린 태생 조선족으로 고아 출신이다.
   "예. 다친 사람도 있고, 양재동이하고 고대철이도 같이 있답니다. "
   이명오를 보내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로비에 서 있던 김달수가 그
를 올려다보았다.
   "형님, 이동천 씨가 새벽에 웬일일까요?"
   "글쎄 ."
114 밤의 차통령 제칼t -ll
    "혹시 도망쳐 오는 것 아닙니까?싸우다가 밀려서."
    김달수는 양재동과 고대철을 이동천이 데려갔을 때 무척 궁금해
 하였다. 그들은 모텔의 옆으로 나와 황무지 쪽을 바라보고 섰다. 바
 람 한점 없는 칠혹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그러자 곧 이쪽으로 다가오
는 차량 두 대의 불이 보였다.
    "이런 시간에 찾아와서 미안하네."
    차에서 내린 이동천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배장근의 안내를 받아
사내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가 앉았다.
   "형님, 저 사람은 누굽니까?"
   배장근이 눈으로 최기대를 가리켰다. 최기대는 막 주대흥에 의해
의자에 앉혀지는 참이었다.
   "대흥이 이리 와 봐라."
   대답 대신 이동천이 주대홍을 불렀다. 주대흥이 옆자리에 앉자 그
는 배장근과 김달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기 다친 놈은 양승일 회장의 살해범이야. 내가 당분간 잡아 둬
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아."
    "여기 있는 주대홍이 하고 부하 다섯 명을 두고 가겠네, 저놈도 감
시할 겸해서 말이야. 그런데 대홍이."
    이동천이 주대홍을 바라보았다.
    "넌 나이도 배 사장보다 어리니 앞으로 배 사장을 형님으로 모셔
라. "
   "나이로만 따지먼 대통령 선거 할 필요도
   "이놈아, 그만해."
                                                그림자 전쟁 115
   그의 말을 자른 이동천이 배장근을 바라보았다.
   "서로 전의 감정은 풀도록 해. 자레는 부하를 잃었지만 그곳에서
대흥이는 동생을 잃었네."
   "내가 여기 오면서 이야기해 두었는데 막상 대면시키니까 딴소리
군 그냥 심통을 부리는 거야."
   "고맙습니다, 형님."
   배장근이 머리를 숙였다.
   "여러가지로 신세를 끼칩니다. "
   틱을 든 주대흥은 딴전을 피웠고 김달수는 눈을 깜박이며 잠자코
앉아 있었다.
    "어쨌든 이동천이 아이즈 고데츠의 동업자로 등장한 거요."
    커피잔을 내려놓은 가토가 쓴웃음을 지었다. 국제 호델의 사장실
안이었는데 호화로운 내부 장식과는 어울리지 않게 분위기는 가라앉
아 있었다.
    "그놈이 어떻게 해서 안도섭과 손을 잡았는지는 곧 알게 되」E지."
    "이봐요, 가토 씨."
    김앙호3가 찌푸린 얼굴을 들었다.
    "이동천과 박철규가 뭉쳐 있다는 소문이!조직 안에 퍼져 있습니
다. 놈이 우리한ri 어떤 감정을 품고 있으리라는 건 당신도 잘 알텐
fl . "
   "증오하고 있겠지. 양승일의 후계자로 대권을 이어받으려다가 쫓
겨났으니."
116 밤의 대통령 제4부-ll
"그 정도면 다행이오. 놈은 권토중래를 노리는지도 모른단 말이
   "초조해 할 것 없어요. 당신보다 급한 건 조성표니까. 그는 안도섭
의 통보를 받고는 반쯤 정신이 나갔던 모양이야."
   "당신 부하들이 그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모양이고. 그래
서 지금 잔뜩 불안해 있소."
   입맛을 다신 김양호가 의자에 둥을 기대고는 팔짱을 끼었다. 두
눈은 똑바로 가토를 쳐다보고 있었으나 초점은 멀다.
   "어쩌면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놈이 얼굴을 내민 것이 말
이오. "
   김양호가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안도섭의 동업자로 명함을 내밀었다니. 어쨌든 실체는 드러낸 셈
이니까, "
   주스잔을 든 양유경은 정원의 나무 그늘 밑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저녁 해였지만 햇살은 아직도 뜨져다. 그녀의 앞에는 이제
막 도착한 김양호가 손수건을 꺼내어 이마의 땀을 닦는 중이다. 1는
며칠 전에 그룹의 통괄 부회장으로 승격이 되어 있었으므로 명실상
부한 실권자였다.
   "도원 섬유의 강 사장이 어제 날짜로 사표를 내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군요."
   김양호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외부에서 사람을 하나 데려오려고 합니다만. 전에 경제기
                                               그림자 전쟁 117
획원에 국장으로 있던 사람입니다. "
    "이용덕 총장이 추천한 사람입니다 "
    "알아서 하세요."
    미지근해진 주스잔을 내려놓은 양유경이 한쪽 다리를 꼬아 앉았
 다. 횐색의 원피스 자락 밑으로 그녀의 무릎이 드러났고 샌들이 맨발
끝에 겨우 걸려 있었다.
    "그런데 부회장님."
    양유경이 똑바로 김양호를 바라보았다.
    "이 동원 그룹을 끌고 가려면 아무래도 내가 남아 있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하겠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눈을 껌벅이며 김양:그가 바보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을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회장님이 안 계시면 그룰을 누가
이끌어 간단 말입니까?"
   "그럴 거예요. 난 동원 그룹의 명백한 상속자이고 그 그늘에서 조
직 관련 업체들이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내가동원 그룹을 떠나면
혼란이 오겠지요."
   "부회장님은 지금처럼 조직 관련 업체들을 관리하시기도 힘들 거
예요. 그때에는 동원 그룹은 주인이 바뀌었거나 아니면 회사별로 다
른 회사에 매각이 되었을테니까."
   "아니, 회장님."
   김양호가 정색을 하였으나 양유경이 말을 이었다.
118 밤의 대통령 제』부-ll
   "그렇게 되면 부회장님은 동원 그룹의 부회장이 아니라 김양호 조
직의 보스로 불려지실지도 모르겠네요. 하긴 지금 그렇게 부르는 사
람들도 있다고 들었지만."
   "회장님, 저는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잠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
는지 . "
긴장한 얼굴로 김양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
"난 고집을 부려 이동친 씨와 결혼할 수도 있었어요. 그를 좋아했
써까‥‥‥‥
으L
   "난 내 의지로 그를 버렸습니다. 그룹을 위해서요. 조직을 위해서
라고 해도 되겠군요. 아버지도 안 계신데 그를 통제할 자신도 없었습
니다. 살을 비비고 같이 살면서 그의 이상대로 조직이 정비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김양호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버지가 계실 때의 남편이고 후계자라는 것을 깨달게 된 거예
요.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건 금방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그렇숨니다, 회장님, "
   정색을 한 김얀호가 입을 열었다.
   "잘 보셨습니다. 회장님 ."
   "나에 대해서 신경 쓰실 것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이전 이야
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양유경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난 아버지만큼은 안되지만 그 피를 받은 딸이에요. 아버지를 사
                                                                      그림자 전쟁 119
랑한 만큼 당신이 이룩한 모든 것에 애착이 있습니다. "
   "그러시겠지요."
   "돌아가시기 직전에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그는 조직 세계를 부
정했던 자라고. 지금도 그것이 남아 있다고."
   "그리고 정책적으로 너에게 접근했을 것이라고."
   양유경이 이를 드러내며 다시 웃었다.
   "그리고 아버지하고 손발이 맞는다고도 하셨어요. 그런데 한쪽이
없어진 지금 그는 우리에게 위험한 존재가 되겠지요."
   "그렴숩니다, 회장님. "
   김양호가 커다랗게 머리를 」1덕였다.
   "그자는 지금 부산에서 두각을 나타내었습니다. 아이즈 고데츠와
손을 잡고서."
"그자의 목표가 우리라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
    이동천이 회의실로 들어서자 원탁에 앉아 있던 사내들이 일어섰
다. 박철규와 백복둥, 그리고 이동천의 정면에 서 있는 것은 기무라
였다.
    "오늘부터 제가 옆에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
    기무라가 창백한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물론 이제는 한국어
를 쓴다.
   "우선 투자 금액과 업체의 현황에 대해서 말씀 드리지요. 말씀 드
릴 것이 많습니다. "
120 밤의 대통령 제4력 -H
    "그보다도 가토 노부야스의 부하들이 부산에 남아 있어요, 기무라
fl . "
    박철규가 그의 말을 잘랐다.
    "어젯밤에 만의 입구에서 우리가 세 명을 쏘아 죽였소. 내 부하도
한 명 당했고.가토는 가만 있지 않을 져니다. "
   "이제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
   이동천을 바라보며 기무라가 말했다.
   "오늘 아침 일찍 가토 노부야스가 우리 부회장님께 전화를 해왔습
니다. "
   "그저 안부 전화였지요. 하지만 이것은 7년 만에 걸려 온 전화였
숱니다. "
   "7년 전에 오사카에서 우리가 야마구치와 싸움을 치렀었습니다.
그때는 부회장님꼐서 안부 전화를 했었습니다. "
   "휴전하자는 의미 인가?"
   리동천이 묻자 기무라가 머리를 0덕였다.
   "예, 형님. 가토는 휴전을 제의해 온 겁니다. "
   "하긴 그자는 별로 손해가 없지."
   이동천이 기무라를 바라보며 웃었다.
   "대리 전쟁이었으니까. 아니, 그림자 전쟁이란 말이 맞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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