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6. 마피아 별동대

오늘의 쉼터 2015. 1. 1. 15:10

6. 마피아 별동대  

 

 

 (1)

 

 

 "이보쇼. 다 알고 왔는데 개소리 할 거이?

선장놈 데리고 와서 대질시켜 줄까?"
강준열이 버럭 고함을 치면서 주먹으로 탁자를 쳤다.
   "도대체 뭘 믿고 오리발을 내미는 거야?"
   "이봐, 선장이 뭘 안다고 그래?

내가 받은 건 코끼리 밥통 50개뿐이었어.

 마약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다구_"
   전차섭도 만만치 않았다.

그의 옆에 쭈그리고 앉은 부하 두 명은 머리를 들지도 못했지만

별개진 얼굴로 그가 다시 말했다.
   "도대체 어떤 씨발놈이 그런 이야기를 해?

내가 혜로인을 3킬로나 들여 왔다고? 기가 막혀서."
   "정말 끝까지 이럴 거야?"
   강준열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라서 말해. 이번에 들여 온 건 코끼리 밥통 50개뿐이란 말이 
   "그렇다니까?"
   강준열이 주위에 모여선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곳은 사하구의 바랄가에 있는 조그만 찻집 안이었는데

손님들은 한 사람도 없는 대신 건장한 사내들만 가득 모여 있었다.

그것은 찻집 주인인 전차섭이 방 10시가 되자 종업원을 내보내고

문을 닫아 버렸기 때문이다.
   "이 새끼, 좋아. 해보자는 거지?"
   두 손으로 탁자를 짚은 강준열이 전차섭을 내려다보면서 으르링거렸다.

스물다섯 살의 그는 천기석의 별동대로 이재까지 밀수 조직으로부터

보호세를 걷어 오는 역할을 해왔다.
   "네가 앞으로 이 장사를 할 수 있을 것 Tf어?"
   나이가 열 살 이상 아래인 강준열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었지만

차성은 대들지 못했다.
   강준열이 다시 말했다.
   "야 이 새끼야, 우리는 그 물건이 고베에서 실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다.

 이 개자식아."
   "그걸 건네준 일본놈이 누구이고 돈을 얼마 주었는지도 아는데 밥통 50개뿐이라고?"
   그는 부릅뜬 눈으로 찻집 안을 훌어보았다.
   "당장에 마약 3킬로를 내놔.그러면 이제까지 일은 없었던 일로 할테니까."
   그 순간 그들의 뒤쪽에 있는 현관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서지면서 열렸다.

그리고는 사래 세 명이 뛰쳐 들어왔는데 손에는 제각기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움직이지 마. 이 간나 새끼들아,"
    중앙에 선 사내가 가는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권총의 총구에는묵직한 소음기가 끼워져 있다.
    "아니, 이 간나 새끼가."
    그가 다시 소리치는 순간 그의 총구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이면서 묵직한 발사음이 났다.

몸을 옆으로 크게 틀었던 강준열의 부하 한 명이 뒤로 벌떡 넘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모두 번쩍 손을 들어!"
    그의 고합 소리가 찻집 안을 울렸다.
    "벽으로 붙어 서라! 날래 움직이라우! 이 간나 새끼들아,"
    강준열의 부하는 그까지 포함학따 여럴 명이나 되었고 전차설 일당도

세 명이었지만 기습을 당한 판이니 도리가 없다.

바닥에 쓰러져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부하를 제외한 나머지 사내들이

모두 벽에 등을 대고 서서 두 손을 들었다.
   "이 집 쥔이 뉘기이?"
   사래가 총구를-쟈꾸로 돌리면서 물었다.
   "날래 나서라우! 다 책이기 전에!"
   그때 사내 한 명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조금 몸을 움직였던 장준열의 부하 한 명이 신음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두 손으로 옆구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뉘기야!"
   "나다. "
   전차섭이 입만 벌려 말했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세 사내 중 어느 한 명의 총에 맞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내가 주인이다. "
   "네 놈이 밀수꾼 두목이군."
   사내가 총구를 전차섭의 가슴에 겨누었다. 보통 체격으로 펑퍼짐한 얼굴에

가는 눈을 가진 평범한 사태였다.
   "난 두말하지 않을테니 잘 들어라.

네놈이 어젯밤에 일본에서 가져온 마약을 내놓아라."
   전차섭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멈추었다. 사내가 말을 이었다.
   "3킬로에서 1그램이라도 모자라면 여기 있는 놈들을 플살시킬테니까."
   "날래 가져오라추!"
   사내가 버럭 고함을 치자 전차섭이 두 손을 든 채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권총을 쥔 사래 한 명이 전차섭의 목덜미를 잡아 뒤쪽으로 끌어내었다.
   "넌 누구냐?"
   두 손을 들고 벽에 기대 선 강준열이 입을 열었다.
   "네놈들이 이러고도 부산바닥에서 살아 나갈 것 같으냐?"
   "이제까지 잘만 살아 나왔다 "
   찻집의 현관 근처에서 누군가가 대답하더니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배장근이다.
   강준열이 눈을 치켜 뜨고는 숨을 멈추자 배장근이 말을 이었다.
   "이제 네놈들의 밀수 조직은 내가 장악한다.

  그렇게 조성표한테 전해라."

 전차섭을 따라갔던 사내가 검정색 알루미늄 가방을 들고 돌아왔다.

 그에게 총구로 등을 밀리며 다가오는 전차섭은 이를 악물고 있었다.
     "찾았습니다. "
     사내가 말하자 배장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압수한다. "
     "이보시오."
    전차섭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그렇게 레앗아 가는 법이 어디 있소?"
    "보호자를 잘못 만난 탓이다. "
    배장근이 권총의 총구를 강준열에게로 겨누었다.
    "그것은 네 보호자인 저놈들에게 항의해라.

그리고 이제까지 바쳤던 보호세를 돌려 달라고 해."
    "다른 조직도 마찬가지야.

나는 네놈들이 밀수해 온 귀중품을 모두 압수할 작정이다. 알아듣겠나?"
   그리고는 배장근이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는 전차섭을 향해 웃었다.
   배장근이 송정 북쪽의 해변가에 있는 대양 모텔을 본거지로 삼은 것은

첫째로 해수욕장이나 상가 둥과 1킬로미터쯤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어서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전망이 좋다는 것은 경치가 좋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바다를 향한 모텔 정면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선착장에 닿았

반대쪽은 사방이 확트인 밋밋한 자갈밭이다.

찻길이 가운데에 뚫려 있었으므로 누구나 모델로 다가오려떤

1킬로미터 전방에서부터 몸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김달수의 표현대로 방어에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모텔은 2층 건물로 방이 20개에 식당과 커피숍까지 있었지만 밝았다.

지은 지 15년이 지나 곳곳에서 물이 새고 벽이 갈라져 있어서
작년부터는 손님도 받지 않는 곳이었다.
    배장근이 사람을 시켜 1년 동안 임대 의사를 묻자

울산 사람인 모텔 주인은 두말도 하지 않고 계약서애 도장을 쩍고는

돈을 챙겨 떠났다.

그로서는 운수가 대통한 샘이었다.

폐업도 하지 못하고 갖가지 세금에 시달리는 판에 모든 걸 싸안는다는 조건으로

임대 계약이 되었으니 이쪽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배장근이 모텔로 돌아왔을 때는 밤 If시가 조금 넘어 있을 때였다.

그들이 탄 승용차가 벌판을 달려 올라가는 동안 두 번의 수하를 받았는데

그들은 모두 러시아에서 건너온 조선족이었다.
   이틀 전에 배장근은 부산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선 베레노프 호에

어둠을 틈타 발출한 12명의 조선족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시할런 출신 조선족에다 시베리아 벌목장을 발출한 북한 노동자,

그리고 중국 출신 조선족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는데 모두 밀로체프 취하의 마피아 단원이었다.
   이재 그들의 보스는 배장근이었고 깅달수가 행동 대장격이 되어 있어서

조직의 틀이 잡혀 가는 중이었다.
   모텔의 현관 앞에 차가 도착하자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대 한 명이 불빛 속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종갑이다.
    "형님, 일 잘 끝냈습니까?"
    그는 배장근을 서슴없이 형님이라 불렀다.
    "물론이지. 강 아무갠가 그놈은 살려서 보냈다. 두 놈은 안 죽을 데를 골라서 봤고."
    고들은 아래충의 커피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달수는 부하들을 둘러보러 갔으므로 커피숍에는 그들 둘만 남았다.

탁자 위에는 가방 한 개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전차섭으로부터 빼앗은 마약 3죔로-1램이다.
   오증갑이 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약 판매책은 송한섭이라는 자입니다.

그자에 대해서 알려진 건 이름뿐인데 그것도 가명인지 모르지요,"
   "그놈이 이걸 기다리고 있겠군."
   배장근의 말에 오종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큰놈이 들어온 건 흔한 일이 아니지요."
   "조성표와 송한섭이와는 관계가 없나?"
   "제가 아는 바로는 없습니다, 형님."
   "전차섭이한테서 이제까지 보호세로 마약을 3분지 1 정도를 앗아 갔지 않어?

그것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것 아닌가?"
   "그건 저는 모릅니다. "
   오종갑이 가방을 손예 쥐었다.
   "그럼 1킬로그램을 고 나머지를 전차설에게 도로 가져다 주겠 습니다. "
   "아니, 잠간."
   배장근이 가방을 바라보며 말하자오종갑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오늘 밤 전차섭을 습격한 것은 미리 그와 계획한 행동이었다.

성표 일당 앞에서 이쪽에게 마약을 강탈당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시 전차섭에게 2킬로그램을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것은 보호세의 수취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전차섭에게 송한섭과 약속을 하라고 해, 가방은 그때 우리가 가지고 간다. "
    배장근이 머리를 들고 오종갑을 바라보았다.
   "물론 송한섭에게서 돈을 받으면 3분지 2는 전차섭에게 줄 것이다.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형님."
   오종갑이 머리를 」I덕였다.
   "약속만 지켜주신다면 전차섭이도 시키는 대로 할 겁니다. "
   "세 명의 부하를 데리고 왔었다면 이젠 그름이 세력을 모아 가는 모양인데."
   천기석이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경찰이 지명 수배를 해준 바람에 그놈은 대번에 명사가 되었어,
똘마니들을 모으는 데 편리할지도 모르겠군."
   "북한 사투리를 쓰는 놈이 있었습니다. 실장님."
   강준열의 말에 천기석이 눈을 치켜 뜨고는 머리를 끄덕였다.
   "밀로체프가 보낸 놈일지도 모른다.

그쪽에는 조선족이 왜 살고 있으니까."
   안씨라는 40대의 뫼죄죄한 사내가 기무라 옆에 붙어 앉아 낮은 목소리로 통역을 하고 있었다.

그외 및자리에 앉은 것이 주대홍이다.
 1는 아까부터 회의가 지겨운지 목을 뽑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가
천기석의 사무실 안에 있는 집기들을 찬찬히 훌어보고는 했다.
    "조금 전애 전차섭이가 나한태 항의를 해왔어.

그 개자식은 마약 빼앗긴 것이 억울한 모양히야."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던 놈입니다. 우리가 책임질 일도 없습니다. "
    "이번 사건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는 회장님의 지시다.
성자 병원 쪽에는 내가 단단히 일러두었지만 너회들도 입조심을 해야돼." .
    그러자통역의 말을 듣고 난 기무라가 머리를 들었다.
   "전차섭이라는 그 밀수뿐,그자의 입도 막아야 할 저요,천 실장."
   "말해 두었소. 제놈 찻집에서 일어난 일이니 사건이 노출되면 제놈도 좋을 일이 없어."
   천기석이 일본어로 말을 받았다.
   "하지만 밀수 조직들 사이에는 금방 소문이 퍼져 빠갈탠데,천 실장. "
   "그건 어쩔 수 얼지."
   "관리하기가 힘들지 않겠소, 그렇다면?"
   "천만에.우리의 도움 없이는 놈들은 오렌지 주스 한 통도 들여 올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테니까."
   그러면서 천기석이 끝 쪽에 앉아 있는 오종잡을 바라보았다.
   "놈들이 마약을 가졌으니 그것을 처분하려고 할 것이다.

그만한 양을 가져갈 놈은 송한설밖에 없어."
   잠자코 그를 바라보는 오종잠을 향해 그가 말을 이었다.
   "송한설이와 연락이 닿는 놈은 전차설이와 서동팔이 등 몇 놈밖에
얼어. 자,3러면 배장근이는 어떻게 할 것 같으냐?"
   "전차섭이나 서동팔애까 연락을 할지도 모르TR군요. 특히 전차섭 애게."
   "아마 몫을 나눠 주Tn다고 제의를 할지도 모릅니다. "
   그러자 천기석이 머리를 돌려 기무라틀 바라보았다.
   "기무라 써, 당신이 데려온 그 거인을 델러시다.

듣자 하니 기습의 명수라면데, 그자를 쓸 테가 있소."
   통역의 말을 들은 주래홍이 이맛살을 찌푸렸으나 입을 열 형편이 아니다.
   "그러려고 신 회장해 부탁해서 데려온 거요."
   기무라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보스급 한 사람을 붙여서 같이 움직이게 야 합니다.

곳 사얘 익숙저 못하니까."
   "오종갑이,네가 저 친구와 같이 행동해라."
   천기석의 말에 주대흥과 오종갑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알았습니다, 형님."
   오종장이 며리를 숙이자 기무라의 일본말을 통역이 을겼다.
   "기무라 써의 직속 부하 여섯 명을 주대총 애게 붙일 작정이니
ll쪽은 두 명아면 됩니다. "
   "그렇게 해. 종같이 네가 찬 명을 데리고 파라."
   천기석이 말을 받았다.
   "주 형이 한 명을 대리고 있으니 모두 해서 열 명이군. 별동대로는 적당해. "
    터미널에서 부모를 배웅하고 난 오세미는 택시 정류장으로 갔다.
 한낮의 더위에 지친 행인들은 걸음을 흐느적거렸고 그늘에 모여 선
 사람들의 어깨도 늘어져 있었다. 습기가 많은 대기 속을 조금만 움직
 여도 온몸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택시에 오른 오세미는 숨을 들이마셨다. 냉방 장치
 가 잘 되어 있는 차 안이어서 금방 정신이 든 것이다.
    "송정으로 가주세요."
    그녀의 말에 운전사가 힐끗 백미러를 올려다보았다.
    "해수욕장입니까?"
    "아녜요. 송정에서 조금 올라가요."
    택시가 움직이자 오세미는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얼굴의 땀을 닦았다.

눈가의 땀을 닦는데 갑자기 코가 매워지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제 서울로 떠났으므로 이곳에는 오빠와 둘이 만 남게 된 것이다.

부모님은 더욱 난감한 심정이었으리라고 생각하자 눈물이 다시 앞을 가렸다.
   책임이 오빠인 오중갑에게만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날 조금만 일찍 퇴근하여 그자들에게 납치당하지만 않았더라도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일로 인해 오종잠은 조직을 배신하게 되었고 가족은 보복을 피하여

똴딸이 흩어지게 된 것이다.
   택시는 해수욕장을 지나 도로변에 10여 채의 건물이 세워진 마을 앞에서 멈추었다.

 어촌도, 농촌도 아닌 어중간한 마을이었는데 건물의 반 이상이 상점과 음식점,

다방과 술집이었다.
    헛살이 하얕게 부서지는 길 위에 서서 오세미는 방금 떠난 택시가
일으켜 놓은 먼지를 피하려는 듯 얼굴 앞에서 손수건을 저었다.
   그때 상점 문이 드르르 열리더니 사래 한 명이 밖으로 나왔다.

려한 남방 셔츠에 밝은 색 바지를 입고 눈에는 짙은 선글라스를 긴 사내였다.
   "오세미 씨 아닙니까?"
   그가 다가오며 묻자 오세미는 머리만 』1덕였다.
   "저기, 저 집 옆에 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기로 가시지요."
   사내는 마을 끝 쪽의 건물을 자리켜 보이더니 몸을 돌렸다.

마을 끝에는 오른쪽으로 빠지는 샛길이 있었는데

그 샛길 위에 회색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건물에 가려 길도, 자동차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오세미가 다가가자 운전석에서 사래 한 명이 서둘러 나오더니

녀의 가방을 테앗듯이 들었다.

그리고는 됫문을 열어 그녀를 타게 한 다음 가방을 앞자리에 던져 놓았다.

에어컨을 켜놓은 차 안은 서늘하였지만 오세미는

지금부터 다가올 일에 대한 긴장으로 그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모텔 현관에 서 있던 배장근은 오세미가 다가오자 얼굴애 웃음을 띠었다.
   "어서 오시오. 날씨도 더운데 오시느라‥‥‥‥
   그리고는 그녀를 위해 현관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모텔의 현관과 커피숍, 그리고 2충 계단에서도 사내들이 보였다.

 

 

 

 

 

 (2)

 

모두 단정한 셕츠 차림이거나 맥타이를 맨 정장 차럼이었는데 손님
같지가 않았다.
    장근은 그녀와 텅 빈 커피숍에 마주앉았다.

커피숍의 구식애 작은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신형 에어컨이 찬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건물 안얘는 남자들밖에 없어요. 당신이 유일한 여잡니다. "
   배장끈이 말했다.
   "당분간은 이곳을 우리 본거지로 할 생각이오. 지금은 넓어 보이지만 곧 사람들이 더 옵니다. "
   "지난번에 일어났던 일, 사과합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해어진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낍니다. "
   오섀미가 눈을 깜박이며 1를 바라보았다.
   "제가 할 일은 뭐죠?"
   "곧 러시아에서 사람들이 더 옵니다.

그 중에는 여자들도 몇 명 있는데 당신이 1들을 통솔해 주셨으면 해서."
   "러시아 사람들인가요?"
   "모두 조선족이오. 말은 통하지만 플화애 익숙지가 않아요."
   "러시아 마피아지요.딘그들의 한국 진출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
   "전 그런 건 잘 몰라요."
   "깊게 끌어들이지는 않겠습니다. "
   "오라는 어디 계세요?"
   "밤애 들를 겁니다. "
   장근이 커피숍 입구에 서 있는 사래를 손짓해 부르면식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사람이 안내해 드젼 겁니다. 여자가 없어서인지 이곳저곳애 부족한 것투성일 겁니다. "
   사내를 따라 커피쏩을 나오면서 오섀미는 그의 얼굴에 그늘이 있음을 엿보았다.
   승용차가 강남대로에서 논현로로 회전해 들어가자 우길만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1시 10락전이었다.
   "이봐, 삼청 호텔로 들어가라. 사우나나 하고 나와야겠다. "
   삼청 호텔은 바로 100미터쫌 앞헤 있었다.

운전사는 3차선으로 차선을 바꾸면서 신호등을 졌다.

승용차가 언덕을 올라 호탤 현관 앞에서 멈추자 우길만은 차에서 내렸다.
   "한 시간쯤 걸릴 거야."
   운전사에게 말하고 난 그는 곧장 호탤 안으로 들어섰다.

사우나는 지하 1층이었으므로 그는 곧장 로비를 가로질러 계단을 내려갔다.
사우나 입구가 바라보이는 곳으로 내려간 우길만은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은 호텔 후문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그가 호텔 후문을 나오자 검정색 대형 승용차 한 대가 소리없이 다가와 그의 옆에 멈추어 섰다.
   그는 문을 열고 빨려 들어가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우 사장, 오랜만입니다. "
   안쪽에 앉아 있던 홍득준이 말했다.
   "작년 초에 정 사장 장례식 때 보고 처음이지요?"
   승용차는 호텔 옆길을 달려 내려가 큰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우길만이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난 신 회장님을 뵙자고 했는데, "
    "회장님도 오려고 하셨지만 꼬리가 붙을지 몰라 안 오신 거요.

그렇게 되면 우 사장도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겠소?"
    "홍 전무를 믿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야."
    "나도 알고 있어,"
    정색을 한 흥득준이 우길만을 바라보았다.
    "할 이야기란 뭐요?"
    "녹음하고 있나?"
    "글퇘. 이렇게까지 되었는데 녹음 안했다고 빠져 나갈 수 있을까?
 당신이 날 이렇게 만난 것만 해도 끝날 일인데."
    "그렇다고 내가 끌려들 것 같은가?"
    우길만이 입술 끝을 비틀며 웃었다.
    "자레도 알다시피 난 조직에서 소외되고 있어."
    "잘 알고 있어. 엿먹고 있다는 것."
    "말 비틀지 마라."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야. 알아?"
    홍득준이 바짝 얼굴을 가람게 대었다.
    "그 승합차에 실려 있던 마대 속이 휴지 조각으로 채워져 있었다는 것을 듣고

우리는 금방 알아차렸지. 당신 집 주위의 경호가 해제 되었길래 우린 그것이 함정인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것이 아니더구만. "
   "당신 쪽에서 정보가 흘러나오는 거야, 우리한테. 경호가 해제되어서 무방비 상태라고."
    "그것이 어떤 의미라는 것을 알겠지? 주대흥이가 당신을 없애도 좋다는 뜻이야."
    "내가 연락해 올 것도 짐작했었나?"
    "언젠가는."
    "그렇다면 시간이 촉박하군."
    "그렇지. 양 회장이 이것도 예상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난 동일 그룹 내부 관리를 맡고 있던 사람이야. 현재의 사업과 미래의 계획까지도."
    이제는 흥득준이 눈을 번들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우길만이 말을 이었다.
   "일반 사람들하고는 달라서 신 회장은 놀라지 않겠지만 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어.

 이것은 양 회장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거야."
   "그러리라고 짐작했었어."
   흥득준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그래,조건이 뭐야?그것을 넘겨 주는 조건으로 바라는 것이 "
   "50억. 그것을 달러로 바러 외국 은행에 입금시켜 줄 것."
   "흠, 50억이라."
   홍득준이 손 끝으로 턱을 쓸었다.
   "왜 큰 돈인데."
   "너희들이 얻는 이익은 그 몇십 가 될 것이다.

얼마든지 그 자료를 이용할 수 있을테니까."
"난 한국에 있는 내 재산을 정리할 시간도 없다. 버리고 가는 재산도 상당한 금액이 돼.

그 손해를 신 회장이 조금쯤은 변상해 줘야지. 그렇지 않나?"
  눈을 뜬 양유경은 이동천과 시선이 부딪치자 촬짝 웃었다.

금방 잠에서 깨어난 것 같지 않게 두 눈이 반짝였고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왜 옷을 입었어요?"
    그렇게 묻는 그녀는 알몸이었다.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워 그를 바라보면서 몸을 가리려는 시능도 하지 않았다.
    "난 잠간 나갔다 와야 돼. 약속이 있어."
    "지금이 몇 신데요?"
    "10시 반."
    "그럼 나도 가겠네."
    상반신을 일으키자 그녀의 젖가슴이 출렁이며 흔들렸다.

미끈할 어깨의 선을 따라 시선을 내리던 이동천은 다시 숨이 막히는 듯한 욕정을 느쪘다.
   그에게 양유경은 전혀 새로운 여자였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여자였다.

이제까지 수많은 여자를 겪어 은 이동천이었지만 이렇듯 꾸밈없이 성을 탐하면서

상패방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녀가 이천 별장에서 첫경험을 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몸과 마음은 성숙해 있었지만 성에는 아직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오늘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다가 그외 시선을 받자

양유경의 얼굴은 금방 달아올랐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그들이 아파트에 들어온 것은 두 시간 전이었던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새요?"
   팬티를 입으면서 양유경이 물었다.
   "절 데려다 주고 가시면 연래요?"
   "시간이 없어."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팬티 차림의 벗은 몸을 가습애 안았다.
   "난 먼저 나갈테니 천천히 나와. 집에 연락해서 차를 부르고."
    약속 장소가 먼곳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 건너편의 길가에 있는 3총쪄리 건물 2충 생맥주집이다.

그가 차도를 건너 생맥주집에 들어섰을 는 10시 55분이었다.
    백복동은 손달섭과 합깨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 앞얘 커다란 맥주잔과 안주 접시가 놓여 있는 걸 보면 온 지 웨 된 모양이다.
   이동천은 ÷I들 앞자러에 앉았다.
   "밤 늦게까지 고생들을 시켜서 미안합니다. "
   "뭔 천만에요."
   무표정한 얼굴로 백복동이 말했다.
   "저는 신이 안 나면 일을 안하는 사람 이럽니까?그런 말씀 안하
셔도 됩니다. "
   그는 손등으로 입가의 물기를 닦았다.
   "급히 보고 드릴 일이 있어서 뵙자고 한 려니다. "
   어두운생맥주집 구석에 한무리의 학생들이 앉아서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백복동이 탁자 위로 몸을 숙였다.
   "오늘 저는 우길만을 맡았고 여기 있는 손달섭이는 흥독준을 맡았지요.

주대흥이가 그쪽에 붙었타길래 흥득준을 미행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
   차분한 얼굴로 백복동이 말을 이었다.
   "오후 6시 반쯤 되면서부터 일이 재미있게 되더군요.

저하고 달섭이가 점점 가까워지는 겁니다.

서로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다 보니까
우리는 딱, 삼청 호텔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죠? 우길만이와 홍득준이 만났습니다.

달섭이가 보았는데 홍득준이의 차에 우길만이가 타고 30랄 동안 영동을 돌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
   이동천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머리를 끄덕이자 그가 다시 말했다.
   "두 놈이 만날 이유가 없지요. 그렇다면 이유야 뻔합니다.

우길만이가 요즘 찬밥 신세가 되고 있거든요."
   "배신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주대홍 사건 이후로 우길만이 양 회장의 신임을 잃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
   "주대홍의 습격을 제일 경계해야 할 우길만의 경호가 풀려 있었습니다.

조직에서 중요 인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지요."
   "주대흥 소식은 들었습니까?"
   이동천이 묻자 손달섭이 나섰다.
   "서울을 떠났다는 소문입니다. 하지만 제 정보원도 자세한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 "
   "수고들 하셨습니다. "
   이동천은 주머니를 뒤지더니 봉투 하나를 꺼내어 탁자 위에 내려 놓았다.
   "그 동안 교통비도 부족했을텐데 이것을 쓰시오."
   "무슨 돈입니까?"
   백복동이 봉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검사님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러십니까?"
   "나라고 돈 만드는 재주가 얼을 것 같습니까?어서 넣어요."
   "공금이라면 쓰겠습니다만."
   "그렇소. 어서 ."
   백복동이 손을 뻗쳐 봉투를 집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저회들은 먼저 가겠습니다. 그리고 이 돈, 받겠습니다. "
   그리고는 그들은 서두르듯 맥주집을 빠져 나갔다.
   야쿠자는 이탈리아 마피아, 흥롱의 삼합회(프음를:Triads)와 함께 세계 3대 폭력단의 하나이다.

15체기 애도시대에 도박꾼조직에서 변형된 것으로 섯다판의 8-9-3(끝수 0=손해 의미)의

발음을 따서 야쿠자로 불린 것이다. .
   일본 야쿠자의 4대 조직은 야마구치 쿠미, 이나카와 카이, 스미요시 카이,

그리고 아이즈 고데츠 순인데 2위의 이나카와 카이와 4위의 아이즈 고데츠 회장은 재일 동포이다.
   1992년 말 일본 경찰 집계에 의하면 야쿠자 단체 수는 3,380개에 구성원은 6만꾸천 명인데

야마구치 쿠미가 전체의 30퍼센트를 차지 하고 있다.

또한 야쿠자 집단의 일년 수입은 1992년을 기준하여 1조 5천억 엔으로 한화 B~la조억 원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거품 경제 전에는 야쿠자의 수입과 경기가 좋았지만 거품 경계가 끝나자

경기가 나빠져 협박이나 테러가 전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추세이다.

1991년애서 92년까지 일본 경찰은 야루자조직 소탕 작전을 개시했으나

조직들은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그러나 야쿠자는 최근 들어 프론트(「rent) 기업,즉 합법적 활동을 보장받을 목적으로

표면에 내세운 업체를 통해 각종 기업에 진출하고 있어서 야쿠자즌 이제 재5의 권력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빠라서 야쿠자가 각종 규계와 경찰의 감시를 받는 일본을 피해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충분한 무력과 재력, 그리고 조직력으로 무장되어 있는 데다가 정부 권력층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보더라도 야쿠자의 해외 진출은 해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가토 노부야스는 턱을 치켜든 자새로 거대한 몸을 혼들며 방으로 들어와 양승일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를 따라온 우에다 산자에몬이 김입호를 라주보고 앉자 밀실의 방문이 닫혔다.
   이곳은 데혜란로에 있는 타이티 클럽으로 방은 일곱 개밖에 되지 않지만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아무나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원제를 적용하고 있어서 회원이 아니면 들어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가토 씨, 여자는 조금 있다가 부르기로 합시다. 우선 이야기나 마치고 나서."
   양승일이 허리를 펴고 가토를 바라보았다.
   "아이즈 고데츠의 기무라란 자가 서울과 부산을 왕래하면서

신용수와 조성표와의 연합을 추진하고 있어요.

우스운 일은 이번에 서울에서 소란을 일으킨 주대흥이란 놈을 부산으로 데려갔다는 겁니다. "
   양숭일이 얼굴애 웃음을 띠었다.
    "나도 조금 전애야 알게 되었는데 주래홍이를 데려간 것은 기무라 었소.

그놈을 부산에서 써먹을 모양인데."
    머리를 끄덕인 가도가 입을 열었다.
    "조성표는 하나라도 더 손이 필요할 거요.

러시아 마피아를 상대하게 되었으니까."
    "러시아 마피아라니, 이번에 신문에 보_도된 놈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배 아무개란 놈이지요."
    "마피아의 일원이라고만 들었는데, 그놈이 무슨 새력이 있단 말이오f"
    그러자 가토가 옆애 안은 우애다 산자에몬을 바라보았다.
    "우애다, 네가 말씀을 드려라."
    "얘 ."
    머리를 숙인 우애다가 양승일을 향해 자리졸 고쳐 앉았다.

그는 40대 후반으로 다부진 인상의 사내였는데 카토의 보좌역이었다.
    "배장근은 이쟤 마피아의 한국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근리고 그의 휘하에는 러시아에서 보낸 10여 명의 조선쪽 부하들이 모여 있습니다. "
   "정보에 의하면 10여 명이 더 보내질 것이고 막대한 자금도 지원될 예정입니다.

이쟤 그자의 세력을 만만히 볼 수가 얼게 되었습니다, 회장님." 

 

 

 

 

(3)

 

 

양승일이 굳어진 얼굴로 김양호를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처음 듣는 정보였으나 서툴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야쿠자는 사할린과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 단단한 정보망이 있는 것이다.
우에다가 말을 이었다.

    "따라서 부산 지역은 이제 러시아 마피아를 상대로 조성표와

일본에서 건너온 아이즈 고데츠 연합 세력이 대결하는 양상이 되었습니다. "
    양승일이 입을 열었다.
    "서울의 신용수도 조성표를 돕는 상황이니 연합 세력이 단단하군."
    "그렇습니다, 양 회장."
   가도가 나섰다.
   "배 아무개 사건을 계기로 아이즈 고데츠의 중개자 역할이 빛을
내고 조성표와 신용수의 연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
    "우리는 배 아무개를 뒤에서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당분간은 러시아 마피아를 키워서 그놈들을 견제시켜야 한단 말입니다. "
   양승일이 김양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김양호는 눈을 치켜 뜬 채로 그의 시선을 받을 뿐이다.
   이윽고 양승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신웅수와 조성표가 이 기회에 결속한다면 놈들의 상패는

내가 될 것이 뻔하니까 말이오."
   "밀로체프는 내가 잘 압니다. 놈은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인물이오.

이번 사건도 조성표가 밀로체프를 얕보고 그의 대리인인 배 아무개에게

무기 대금을 주지 않고 무기만 강탈하려고 했던 것에서 시작 되었지요.

하지만 성격이 단순해서 우리가 조종할 수 있어요."
   양숭일이 만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
   "자, 그럼, 가토 씨, 여자들을 부릅시다. 기다리고들 있을데니까 말이오."
    가토와 우에다의 접대를 김 양호에게 맡긴 양승일이 마리온 클럽에들어선 것은

12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클럽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했고 서너 팀의 손님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 클럽은 문재은의 기분대로 밤 10시에 문을 닫을 때도 있고

어떤 때에는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하기도 했다.
    "어서 오세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재은이 다가와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한 시간이 넘게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녀는 그를 창가의 자리로 안내했다.

도시의 야경이 현란하게 박혀진 유리창가에 앉아 있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이동천이다.
   "이 검사,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날 보자니."
   앞자리애 앉으며 앙승일이 물었다.

그는 이제 서슴없이 말을 내리고 있었는데 자연스러웠다.
   문재은이 돌아가고 둘만 남게 되자 양승일이 이동천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가 있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말해 봐,무슨 일이든."
"제 일이 아니라 회장님 조직 안의 일인데요."
"우길만 사장이 신용수 회장의 온른팔인 홍득준을 만났습니다. "

"어쟤 오후에 삼청 호텔 후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홍득준의 차에 타고."
 이동천이 백복동에계 들은 상황을 이야기하는 동안 양승일은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정황으로 보아 우 사장은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동천이 말을 맺자 양승일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우선 고맙다고 말해야겠군."
   "경호』죠없애면서 감시를 툴일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어, 내 참모들은."
   "20년 가람게 수족처럼 지내온 자야,

우길만이는. 하지만 요즘 들어 사생활이 문란해지고 돈 씀씀이가 혜퍼졌지.

바짝 긴장해야 할 시기에 재 사리사욕만 채우고 있었어.

주대홍 사건 때문에 소외된 것이 아피라레."
"이서 남은 믿지 못한다는 거야. 결국은 독립해 나가거나 딴 생각을 하게 되지."
   잉승일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자레의 정보원, 웨 솜씨 있는 자 같은데."
   "노련한 사람입니다. "
   "요즘 밤의 』계가 긴장되고 있어. 밖으로는 들출되처 나타나지 않지만."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
   "자네, 부산으로 내려가 주지 않겠나?"
   라자기 양숭일이 그렇게 물었으므로 이동천은 눈을 정벅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부산에 말입니까?"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부산 지검장도 내가 움직일 수 있어."
   "이건 자레가 내 사위라는 전제하에 말하는 거야.

물론 자레도 그런 생각이 있었으니 나에게 우길만이 이야기를 해주었을 것이고."
   "부산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전쟁이 일어날 거야, 곧. 러시아 마피아와 한일 연합 조직 사이에"
   "부산의 조성표와 아이즈 고데츠, 거기에다 서울의 신용수가 지원군을 보냈어.

그자들은 배장근이라는 러시아 마피아를 소탕하려고 하레."
   "장근이라면 ‥‥‥‥
   "신문에 났던 수배자야. 서울의 주대흥이도 조성표를 도우러 내려갔어 ."
   양승일이 부산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는 동안 이동천은 온몸을 굳히고 앉아 있었다.
   "부산에 내려가면 강력부에 배속되도록 하겠네,

그놈들에게 가장 직접적 구속력을 가진 집행 기관이지,"
   "현장에서 쥐어 보게, 그러면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내 후계자가 되어서 밤의 세계를 지배해야 할 자레야."
   "아이즈 고데츠가 신용수와 조성표를 엮어서 마피아를 밀어낸다
면 곧 그자들의 세력이 부쩍 커지겠군요."
   이동천의 말에 양승일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그렇TR지, 그러면 자레 어떻게 하겠나?"
   "배장근이를 지원해서 그자들을 괴롭혀야겠지요.

오래 끌수록 양쪽의 피해는 더 클 겁니다. "
   "그래서 양쪽이 지쳤을 때 한꺼번에 소탕해야 합니다. "
   잠자코 그를 바라보던 양승일이 입을 열었다.
   "내일 저녁에 집으로 오게. 유경이 엄마도 만나야 할 것이고,

그리고 다른 할 일도 있으니까."
   거구를 흔들며 찻집 안으로 들어션 주대흥은 카운터 앞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침 10시여서 손님은 한 사람도 없었고 종업원 둘이 막 청소를 마치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참이었다.
   구석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전차섭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체격 큰 놈을 많이도 보아 왔지만 저렇게 험악하게 생긴 놈은 처음이었다.

두 눈의 시선과 딱 맞부딪치자 그는 숨을 멈추었다.

놈은 나를 찾아온 것이다.
    사내가 발자국 소리를 묵직하게 내면서 그에게로 다가왔다.
    "당신이 전차섭이여?"
    목소리가 놋쇠 울리는 소리 같았다.
    전차섭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소만. 댁은?"
   "그건 알 것 없고."
   주대홍이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것이 신호인 것처럼 서너 명의 사내들이 찻집 안으로 들어섰다.
   "아침부터 이러기는 싫은디."
   앞자리에 털색 앉으며 주대홍이 말했다.
   "묻는 말에 정직허게 대답만 허먼 살려 줄티여."
   주방으로 사내 한 명이 들어가자 곧 그룻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나머지 사내들은 찻집 안의 이곳 저곳에 앉거나 서 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전차섭도 만만한 사내가 아니다.

하는 일도 목숨을 걸어야만 될 때가 많았으므로 배짱도 있다.
   그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당신이 뭔데 날 죽이고 살려?"
   그러자 주대홍이 붉은 입 안을 보이면서 소리없이 웃었다.
   "나는 뱃집이 든든한 놈이 좋다. "
   "그래,넌 조 사장이 보낸 놈이구나.좋아.마음대로 해봐라."
    전차섭이 들고 있던 신문을 탁자 위로 내동팽이쳤다.
    "날 쥐어짜도 나을 건 없어."
    "송한섭이하고 배장근이가 곧 만날린디, 그것에 대한 정보를 내."
    "미친 놈."
    전차섭이 이를 악물고 주대흥을 노려보았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이냐?"
    "배장근이는 송한섭이와 접촉할 수가 얼어. 너를 통해야만 한단 말이다. "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 나도 이가 갈리는 판이야. 그만해 두고 어서 꺼져, "
   "아무래도 네가 배장근이하고 미리 손발을 맞추어 둔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개새끼들, 그만해 둬."
   "놈이 네가 마약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우리가 널 찾아왔을 때 매맞추어 습격해 왔다는 것도 그렇다. "
   주대홍이 불쑥 한 손을 뻗쳐 전차섭의 멱살을 틀어 쥐었다.
   "자존심 때문에 금방 입을 열지는 못할 거여.

그러니 천천히 시작하자. 시간은 넉넉하니까, "
   어젯밤에 킬로프 호에서 내린 열한 명의 사래 중에는 루벤스키가
피여 있었다. 요즘 들어 세관의 감시가 철저해졌고 특히 러시아 끈적
선에 대해서는 감시선이 밤낮으로 붙어 있었으므로 이번에 들어온
사내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밤 11시에 그들이 러시아에서 준비해 온 잠수복을 갈아 입고 빈 로미터쯤을 해엄쳐

어선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에 옮겨 타고 모텔 앞의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수평선이 밝아 을 무렵인 새벽 5시가 되어 있었다.
    루벤스키는 서너 시간밖에 자지 않았지만 원기를 되찾은 듯 얼굴에서 생기가 흘렀다.
    "이건 300만 달러야. 대장은 더 보낼 수도 있으니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어."
   루벤스키가 부하들에게 나누어 가져 오게 한 검정색 비닐 가방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10여 개의 비닐 가방이 탁자 밑에 방여 있었는 데 그 안에는 모두 달러가 들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 루밴스키가 들어을  각종 무기도 가져 왔기 때문에 이재 준비는 끝난 셈이다.

자금과 무기, 그리고 인력까지 갖추어진 것이다.
   "자레가 세운 계획 모두를 대장이 승인했어.

특히 밀수 조직을 장악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했어."
   루벤스키가 텁수룩한 수염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모피와 금,무기에 여자까지 얼마든지 공급할 수가 있어,배 사장."
   배장근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선배가 경영하는 조그만 무역 회사를 인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금에 쪼들려서 곧 문을 닫아야 할 회사였으므로

그 선배로서는 꼭두각시 사장으로도 감지덕지 할 판이다.
   "이번에 한국의 마약 공급책이라는 송한섭을 알게 되면 마약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어.

대장은 그에 대해 기대가 커."
   "이번 마약은 송한섭이라는 자에게 넘기겠지만 마약 사업은 아직 위험해."
    배장근이 말했다.
    "마약에 관계된 일이라면 정부에서 눈을 까뒤집고 달려든단 말이야. 꼬투리를 잡히면 치명적이야."
    "이제까지 마약 사업이 잘되어 왔지 않아? 조성표의 보호를 받고 말이야."
    "보호세는 받았지만 조성표는 직접 손을 대지는 않았어.

전차섭이 가들여온 양의 3분의 1을가져 가거나그만한액수의 돈을 받았을 뿐이야."
    "그렇다면 우리도 그런 방법을 쓰도록 해야겠군."
    배장근이 퍼뜩 시선을 들자루벤스키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이를테면 내가 송한섭과 직접 거래를 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말이야.

자네와 지체 사업과는 관계가 없도록 말이지."
   식당 문이 열리더니 오세미가 들어섰다.

진 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은 가뿐한 차림이었다.
   "시장에 다녀오겠어요."
   그의 앞에 선 오세미가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식구가 스무 명이 넘어서 식료품을 트럭으로 들여와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대형 냉장고도 두 개 사고."
   "두 사람을 딸려 드리지요.돈은 얼마든지 쓰셔도 좋습니다. "
   힐끗 루벤스키에게 시선을 준 오세미가 몸을 돌려 식당을 나갔다.
   문이 닫힐 때까지 그녀의 됫모습을 바라보던 루벤스키가 머리를 돌렸다.
   "미인이군. 갓 잡은 생선같이 힘차고. 저 여자가 오종갑의 동생인가?"
   "그래, 지금 우리한테 그들 들이가 가장큰 조력자야.

동생은 안에서 오빠는 밖에서 우렬 돕고 있어."
   "저 여자를 납치했던.것은 잘한 일이었군. 그런데 오종갑이는 지금 어디에 있나?"
   오종갑이 복도로 나오자 휴지통 옆애 서 있던 조세준이 다가왔다.
점심 시간이어서 복도에는 왕래하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형님, 주대흥이가 전차섭을 만나러 갔습니다. "
   바짝 다가선 조세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 실장이 지원해 준 애들 다섯 명을 데리고 아침에 나갔다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
    "그 괴물이 왜 우리한테는 연락도 하지 않고 나갔을까?"
    오종잠이 머리를 들고 조세준을 바라보았다.
    "넌 이곳에 남아 있어라."
    "어디 말입니까?"
   "OIffl ."
   오종갑이 턱으로 사무실을 가리켰다.
   "난 잠깐 다녀을 데가 있다. "
   "어딜 다녀오시려구요?"
   조세준이 물었으나 그는 잠자코 몸을 돌렸다.
   회사 빌딩을 나와 택시를 잡아 탄 그가 내린 곳은 전차섭의 찻집이 보이는 건너편 길가였다.

바닷가에 일자로 늘어선 상가의 맨 끝에 있는 찻집은 장사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전차섭의 연락 사무실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그가 찻집 안으로 들어서자 카운터에 앉아 있던 종업원이 눈을 둥그렇게 텄다.

서너 번 안면을 익힌 여자였다.
    "이봐, 전 사장 어디 있어?"
    찻집 안에는 대여섯 팀의 손님들이 있었지만 전차섭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묻자 종업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침에 남자들이 데려갔어요."
    "누카?"
    "어떤 큰 사람이, 남자들을 데리고 와서."
    "어디로?"
    "그건 몰라요.·우린 주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해서."
    한동안 종업원을 바라보던 오종갑은 몸을 돌렸다.
   찻집을 나온 그가 차도 쪽으로 서너 걸음 나섰을 때였다.
   "이봐, 오종갑이 ."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그는 몸을 돌렸다.

찻집의 옆쪽 모퉁이에 기대 서 있던 천기석이 웃음 떤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긴 뭐 하러 온 저냐?"
   "실장님은 여기에 웬일이십니까?"
   "글, 내가 먼저 물어 보았지 않아?"
   천기석의 뒤에서 사내 두 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기무라의 부하들이다.
   "난 주대흥이가 이곳에 왔다길래 뒤쫓아온 겁니다. "
   "그래?극비로 움직였는데 너한테 벌써 새었군."
224 밤의 대통령 제』떨 -I
   벽에서 몸을 뗀 천기석이 손을 들어 자신의 뒤쪽을 가리켰다.
   "너하고 이야기할 것이 있다. 저쪽으로 가자."
   찻집 옆은 공터였고 한쪽에 망가진 비치 파라솔과 의자들이 어지럽게 쌓여져 있었다.

공터를 지나면 아직 개장을 하지 않은 해변이 나온다.
   "가시죠. 그런데 실장님, 안색이 좋지 않으시군요."
   그를 따라 공터로 가면서 오종잡이 말했다.

야쿠자 두 명이 양쪽에 붙어 섰지만 그는 본 척도 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부두애서 놀던 한 놈을 이렇게 해치웠지요.

2뻔 내가 설장님처렇 어에다 힘을 주었었습니다. "
   천기석이 폐 타이어 더미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그를 바라보았다.
   "배영근이가 도망치도록 네가 애들에게 술을 먹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적에 나는 묵살됐었다.

넌 우릴 배신할 이유가 없었거든."
   "그런데 이번의 전차섭 사건은 누군가가 배장근이에게 정보를 주었어야 가능했던 일이다.

그것도 보스급에서,"
   "양쪽의 일에 모두 관계된 것이 너야. 네가 배장근이하고 통하고 있어 ."
   오종갑이 입술 끝을 비틀며 웃었다.
   "왜 이러십니까? 재판을 하려면 사장님 앞에서 합시다.

당신은 그럴 권한이 없어. 증인과 증거를 대고 말이야."
   그는 양쪽에 서 있는 야쿠자들을 둘러보았다.

 

"이것들은 뭐요? 설마 이것들 둘로 날 어떻게 할 생각은 아니겠a1?"
   "결정은 이미 내려졌어."
   천기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가족이 모두 종적을 감추었다는 것을 어젯밤에 알게 되고 나서 판결이 내려졌다. "
   "기회는 있다. 불면 목숨만은 살려 준다. 추방시키는 것으로 끝낼 테니까,"
   한낮이었다. 공터와 바닷가에도 인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푸른 바다 끝 쪽에 배 한 척이 그냥 떠 있었다.
   이윽고 바다에서 시선을 멘 오종값은 천기석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그순간몸을 날린 그는 옆에 서 있는 약주자의 사타구니를 발 끝으로 찍어 을리면서

모래밭 위에 몸을 던졌다.
   그러자 그의 등 위를 일본도가 바람 소리를 내며 스치고 지나갔다.

사타구니를 차인 사내는 모래밭에 무릇을 꿇고 앉아 그곳을 움켜 쥐고 있었다.

다른 한 사내가 일본도를 번쩍 치켜 들고는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오종잠은 손에 움켜쥐고 있던 모래를 사내에게 뿌렸다.
흙먼지가 섞인 모래였다. 얼굴을 찌푸린 사내가 두 눈을 치켜 뜨려다
다시 감고는 칼을 내려쳤지만 땅바닥을 렸다.
   빙글 몸을 돌린 오종잠이 튕기듯이 일어서면서 주먹으로 사내의 턱을 쳤다.

사내가 휘청거리며 칼로 땅을 짚는 순간사타구니를 쥐었던 사내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는 것이 보였다.
    천기석은 그의 옆쪽에 선 채 움직이지 않는다.
    오종갑은 칼을 쥔 사내의 팔목을 내려치면서 다시 땅으로 굴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모래를 집어 사내에게 뿌리면서 다른 손으로는 땅에 떨어진 칼을 잡았다.
    "잘한다. "
    천기석이 짧게 외쳤다.

사내는 이제 권총을 어 들었으나 눈에 들어간 모래 때문에 아직 조준을 하지는 못했다.
   오종갑이 모래밭 위를 두 번쯤 굴어 갔을 때 사내가 쏜 총탄이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시 두 번째 총탄이 어깨를 찢고 지나갔을 때 다시 한번 몸을 굴린 오종갑은

누운 채로 칼날을 사내의 가슴 깊이 박았다.
   "어억 . "
   처음으로 비명 소리가 났다.

오종잠이 몸을 한 번 더 굴리며 칼을 비틀어 빼자 핏줄기가 분수처럼 쏟아졌고

사내가 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얼굴에 핏물이 된 오종잠이 아수라와 같은 형상으로 일어섰다.

그는 칼을 한 손에 쥐고 천기석을 노려보았다.
   "잘한다. "
   시선이 마주친 천기석이 운음 띤 얼굴로 말했다.

어느덧 그는 소음기가 끼워진 권총을 그의 가슴에 겨누고 있었다.
   오종잠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깨가 부풀려지면서 두 눈이 부릅떠졌다.

두 손으로 칼을 움켜쥔 그가 칼을 높이 쳐들고 한 걸음을 뛰고 두 결음째

천기석에게 짓쳐 들어갔을 때였다.

그는 총구에서 횐섬광이 뿜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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