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 사나이
(1)
백복동은 형사 생활 20년의 베데랑 수사관으로, 경찰청에서 차출
되어 특수2부에 배속된 형사중의 한사람이다.
내일 모레로 줬을 바라보는 나이여서 배속 형사 중 쟤일 나이가
맡은 데다가 성격이 까다로워서 싫은 일이라도 뒤로 미루거나 하지
않았다. 작달막한 키에 앞머리가 벗겨진 그는 경찰청으로 돌아가 파
출소장으로 퇴직하는 것이 꿈인 사내였다. 따라서 그에게 일을 시키
는 검사는 드물었는데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바로 이동천이다. 아
니 백복동이 이동천을 따른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 될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본인이 말 주지 않아서 모르지만 백복동은 자
주 이동천의 사무실을 들락이떠 시키지 않는 일도 하려고 들었다. 오
늘도 그는 열린 문으로 서슴없이 들어서서는 박인규 서기는 알은 체
도 않고 이동천을 향해 머리를 꾸벅 숙였다.
"검사럼, 식사허셨습니까?"
f Affol 89
전라도 군산이 고향인 그의 말에는 사투리가 조금 섞여 있다.
"아, 예. 백 형사도 식사하셨소?"
서류를 읽던 이동천이 의자에서 몸을 고쳐 앉았다.
"백 형사,요즘 바쁘시오?"
"안 바쁩니다. 시킬 일 있으시면 말씀 허시지요."
이동천이 눈으로 옆의 밀실을 가리켰다.
"나하고 잠간 이야기 좀 합시다. "
그들은 세 평쯤 되는 밀실에 마주앉았다. 소파만 달랑 놓여 있는
이곳은 이동천이 피로할 때 잠깐 눈을 붙이는 장소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백 형사, 이건 공식 조사가 아닙니다. "
"상관없습니다. "
거침없는 그의 대답에 이동천이 입술을 찌푸리며 웃었다.
"잘못하면 나는 물론이고 백 형사가 다칠지도 몰라요."
"그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요?옛날에 선거 공작할 때,재벌들
뒷조사할 때, 야당 사람들‥‥‥‥
"아, 됐어요."
이동천이 손을 저었다.
"그보다 더 위험한 일이오, 이것은."
"야쿠자의 배후를 조사해야겠소."
양미간을 좁힌 백복동이 이제는 잠자코 그를 바라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국제 호텔의 김양호 사장, 그리고 동원 그룹의 양승일 회장을 조
90 밤의 대통령 제4부 -I
사해야겠는데 김양호부터 시작하는 것이 쉽겠지요?"
"그건 그렇습니다. "
백복동의 말소리도 가라앉아 있었다.
"양승일은 전면에 나서지 져을데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왜?"
"백 형사는 그들이 야추자와 제휴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들었습니다. "
"그것에 관한 또 다른 소문은?"
"정부 고위층과 아주 가깝다는 것이지요. 정치권과 말입니다. "
"정부와 가깝다면 우리 같은 졸짜는 손을 들어야지요. 그저 시키
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
"왜 골치아픈 조사가 되겠는디요. 그런디 왜 허시려는 겁니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오."
"야쿠자가, 러시아 마피아가 쏟아져 들어와 정치권과 결탁한 놈들
과 손을 잡고 나라를 좀먹고 있어요. 이제 밤외 세계가 그들에게 흡
수되면 낮의 정부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돼요."
"내가 혼자라도 나서서 문제를 일으켜 보다가 안되면 사라지겠소.
그럴 작정이오."
"각오를 단단히 하고 계시는군요."
"죽을 각오까지 되어 있습니다. "
f fflol 91
"왜 나를 고르셨습니까?"
"백 형사가 내 고동학교 시절의 한자 선생님과 비슷했기 때문이
오."
"어쩐지‥‥‥ 그럴 줄 알았습니다. "
백복동이 턱을 들고는 웃었다.
"나 같은 사람이면 상대방의 시선만 보아도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요. 이 검사닝이 저를 대하는 분위기가 다른 사랑들하고 다르다 했더
니. 그래서 따른 것이지만, "
"싫으면'안해도 됩니다. 부담 느낄 것 없어요."
"아니, 천만에요, 검사님."
상체를 세운 백복동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할랍니다. 날 이렇게 믿어 주신 값을 해야지요. 우선 오늘 중으로
생명 보험을 들고 시작허』f습니다. "
"허지만 날 한자 선생님으로 보셨다니, 난 한자는 먹통입니다. "
커튼을 드리운 방안은 한낮이지만 어두웠다. 한차례 정사가 끝난
뒤라 더운 공기 속에서 남녀가 분출한 분비물 냄새가 맡아졌다. 열정
이 식어 가는 어색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지다가부스럭거리는소리
와 함께 여자가 몸을 일으켰다. 미끈한 나신을 보이며 창가로 걸어가
는 것은 문재은이다.
그녀가 창문의 커튼을 걷자 환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양승일
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사 후에 그녀의 나신을 보기를 즐겨 하는 그
에 대한 배려였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92 밤의 대통령 제살」 - I
밝은 방안에 똑바로 선 문재은의 몸은 완벽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젖가슴은 탄력있게 솟아올라 있었고 힘을 주지 않았어도 배는
밋밋한 곡선을 이루었다. 그리고 어깨의 선도 둥글거나 모나지 않고
날씬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두 다리를 조금 벌리고 있었으므로
검은 숲 사이의 붉은 우물의 주름도 드러났다.
"이용덕 총장은 어젯밤 11시쯤 되었을 때야 나타났어요. 안 오시
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문재은이 선 채로 말했다.
"스카치 한 잔만 마시고는 가방을 가지고 나갔어요. 클럽에 머문
시간은 5분도 되지 않았을 거야, 아마."
양승일은 팔베개를 하고 누운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문재은
은 그의 직속 참모나 마찬가지였다. 야니 어느 직속 부하보다도 그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여자였고 그들이 하지 못할 일들을 해오고 있
었다.
"이번에는 달러로만 준비한 것은 왜죠? 자금 추적을 걱정할 정도
로 조심해야 될 상황인가요?"
침대로 다가온 문재은이 엉덩이를 침대 끝에 걸치고는 그를 내려
다보았다.
"아냐.그저 그자의 소심성 때문이지."
양솎일이 손을 뻗쳐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쓸었다.
"일본놈들의 돈은 처음이니까."
"일본 사람들의 돈이에요?"
놀란 듯 문재은이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인사 명목으로 주는 돈이야."
세 사나이 93
"백만 달러씩이나, 인사로?"
"청탁할 때가 되면 그 몇 배, 몇십 배가 되겠지."
문재은이 허벅지를 오므려 다리 사이에 들어온 그의 손을 죄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현금 뭉치를 건넬 필요가 없어. 일본놈들
은 모두 이용덕의 계좌에 입금시키기로 했으니까."
시트 자락을 들친 문재은의 손이 자신의 남성을 건드리도록 놔두
면서 양승일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t보다, 이동천이 그놈이 요즘 내 신경을 천드리는데. 유경이는
놈한테 딱지를 맞은 모양이고."
"유경이가요?세상에 그럴 리가‥‥‥‥
"눈치를 보면 알아. 그놈은 내가 유경이를 미끼로 던진 줄로 알고
있어 ."
"어머나, 말두 안돼. 그농 정신 나간 놈 아라요? 당신이 그놈한테
약점을 잡혔다고."
말을·그친 문재은이 이제 우뚝 선 그의 남성을 두 손으로 움켜쥐
었다.
"없애 버려요. 아니면 시골로 쫓아내든지.
택시에서 내린 오세미는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정문으로 다가갔
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정문 근처의 가게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늦게 귀가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그녀와 함께 정문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오늘은 회사에서 회식이 있어서 저녁 식사를 한 뒤 함께 노래방까
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맥주도 서너 잔 마신 탓에 아직도 얼
94 밤의 대통령 제갈1-I
굴에는 열기가 낭아 있었다. 그러나 기분 좋은 밤이었다.
정문에 들어선 그녀는 오른쪽으로 꺾어진 샛길로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125동은 아파트 단지의 오른쪽 끝에 위치해 있었다. 담장 위
쪽에 매달런 보안등이 회미하계 비치고 있는 샛길에서는 향긋한 풀
냄새가 풍겨 왔다. 길 양쪽으로 잘 손질된 화단이 이어지고 있어서
오새미는 언제나 이 길을 좋아했다.
자신의 또각이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걷던 그녀는 문득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가슴이 철링 내려앉는 것을 느끼
면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바로 한두 걸음 뒤에 낮선 사내가 따라오
고 있었던 것이다.
"오세미 씨."
사래가 부르자 오세미는 걸음을 멈추었다. 바로 옆쪽의 122롱 건
물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목소리가들려 왔다.
"누구시죠?"
오세미가 다가선 사래에게 물었다.
"두 시간이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단정한 옷차림에 잘생긴 응모였다. 짙은 눈샙과 곧은 롯날미 남자
다웠고 횐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호감을 주는 사내였다.
그러나 오세미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이제 제법 몇 차래의 실전
을 겪은 스물다섯의 베테량인 것이다.
"도대체 누구신데 그러세요. 난 얼른 집에 들어가야 돼요,"
부부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그들을 비켜 지나갔다.
사내가 다시 웃었다.
"난 말재주가 별로 없어서. 특히 여자한테는."
그러나 오세미는 몸을 돌렸다. 호감은 가지만 도와 줄 수는 없었
다. 그 순간 오세미는 눈에서 불이 번쩍이는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
다. 그러나 그녀가 땅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사내는 팔을 휘어 감더니
몸을 돌려 둥에 업었다. 사내가 주먹으로 턱을 친 것인데 오새미는
아직 영문을 몰랐다. .
오세미는 온몸이 공포감으로 얼어붙었고 팔다리를 휘저어 보았으
나 그것은 마음뿐,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가느다란 신음 소리만 및어질 뿐이다.
그녀를 업은 사래는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정문을 나찼다. 스쳐
가는 사람들이 그들을 힐끗거렸지만 아무도 오래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다. 오세미는 이윽고 자신의 몸이 차 안에 던져지듯 누여지는 것
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엔진 소리가 들리면서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님, 왜 미인이우다. "
사내의 걸직한 목소리가 바로 얼굴 근처에서 들렸다. 오세미는 신
음 소리를 뱉어내었다.
"북조선에서는 이런 통통한 미인은 보기 힘듐네다. "
김달수는 재빨리 손을 놀려 그녀의 입에 스카치 테이프를 붙이고
팔과 다리를 묶었다. 그녀는 곧 됫좌석의 바닥에 짐짝처럼 깔렸다.
운전대를 잡은 배장근은 앓을 바라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어서 도로는 제법 한산했다. 차는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해운대 앞바다예 정박해 있는 한산호는 2백 톤급유람선이다. 희
게 칠한 선체의 미끈한 모습이 외국의 어느 호화 유람선 못지않았다.
96 밤의 대통령 제갈』 -I
한산호는 조성표가 아끼는 소유물 중의 하나였다.
그는 배를 구입한 후에 대대적으로 내부 수리를 해서는 자신의 별
장처럼 꾸며 놓았다. 넓은 선실의 사방이 유리로 덮여 있어서 전망도
훌릉했고 손님을 위한 선실도 스무 개가 넘었다. 조성표는 귀한 손님
은 대부분 한산호에서 접대했다. 오늘도 배 중앙의 응접실에서 조성
표와 천기석이 두 사내와 마주앉아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조성표 앞에 앉은 인상이 날카로운 5☞대 사내는 아이즈 고데츠의
부희장인 안도섭으로 체격은 왜소했지만 목청이 컸다.
"가토 노부야스가 우리에게 한국 진출을 단일화하자고 제의해 왔
었소. 말하자면 저회들이 주도권을 잡고 한국을 주무르겠다는 생각
인at."
그는 물컵에 담긴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어림없는 수작이지. 우리는 미래패도 한국인의 피를 받은 야쿠자
야. 일본땅이라면 몰라도 한국땅에서 야마구치조나 이나카와 카이
(블끼습), 스미요시 카이 놈들한테 꿀릴 것 없어."
"야마구치조는 이미 서울의 양승일과 연합하고 있어요. 안 형, 지
난번에 가토가 서울을 다녀갔다면 양승일을 만났을 거요."
조성표가 술기운에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한국의 심장은 서울이오. 부산의 경제는 서울의 10찰지 1밖에 되
지 않습니다. "
"모르는 소리 ."
안도섭이 머리를 저었다.
"조 형께서는 모르시는구만, 한국에 진출하려면 부산부터 시작해
야 됩니다. 부산과 대마도는 지척이고 하물은 대부분 부산에서 움직
세 사나이 97
인단 말이오."
안도섭이 손 끝으로 타원형의 한국 지도 모양을 만들더니 부산 근
방을 짚었다.
"부산에서부터 을라가는 거요, 조금씩 조금씩. 임진왜란 때에 왜
군이 처올라가던 것처럼 "
조성표와 천기석이 잠자코 그의 손 끝을 바라보고 있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야마구치조는 단숨에 서울을 장악할 모양인데 쉽지 않을 거요.
우리가 신용수 회장을 밀어 줄 거니까."
"그러면 우리의 당면 문제를 이야기해 봅시다. "
안도섭의 말에 조성표가 머리를 들었다.
"당면 문제라니?뭐 말이오?"
"조 형이 지금 애를 먹고 있는 문제 말이오."
"애를 먹고 있다니, 나는 그런‥‥‥‥
"배장근이라고 했던가요, 이름이?"
그러자 조성표가 혀를 찼다.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오, 안 형."
"큰 문제요. 놈은 밀로채프의 끄나풀이니까."
"끄나풀이 아니고 무역 대리인일 뿐이오."
그러자 이번에는 안도섭이 혀를 찼다.
"조 형, 우리가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야마구치조도. 정부
당국도 아니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마피아인 밀로체프 일당이
란 말이오."
98 밤의 대통령 제길』 -I
"놈들은 이제 한국으로 진출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오. 그런
상황에서 』I나풀 한 놈과 시비가 붙었으니 놈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
들어 준 거요."
"놈을 없애고 무기를 뻬앗으려고 했다는데 그것은 밀로체프를 홍
분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입니다. "
안도섭이 옆에 앉은 40대 사내를 돌아보았다.
"내놔라."
검은 얼굴의 사내가 탁자 위에 가방 하나를 을려놓았다. 알루미늄
으로 만든 쾌 무겁게 보이는 가방이었다.
안도섭이 눈짓을 하자 사내는 가방의 뚜껑을 열었다.
"우선 권총 일곱 자루에 실탄을 가져 왔습니다. 간부급들에게 나
누어 주시오. 다음번에는 더 가져 오겠소."
불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무기를 내려다보며 조성표와 천기석은 한
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야마구치조뿐만 아니라 밀로채프와 맞서려면 총기가 있어야 합
니다. 이제 한국의 밤의 세계는 총격전으로 시작되어 끝날 것이오."
안도섭의 말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소주 한 병 가져다 줄 수 없어요?"
배영근이 묻자 문 앞에 선 사래가 기가 막히다는 듯 입을 벌리고 웃었다.
"나, 이 새끼,증말"
(2)
그리고는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주먹을 휘둘러 배영근의 옆구리를
쳤다.
"한번만 더 그 따위로 주둥이를 놀렸다가는 아예 적일테여."
사내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몸을 비꼬는 배영근의 엉덩이를 발길로
찼다.
바닥에 이부자리만 달랑 놓여 있는 샐렁한 분위기의 온돌방이다.
창문도 나 있지 않아 낮에도 전등을 켜야만 하는 이곳에 갇힌 지 오
늘로 사흘가 되어 간다.
사내가 방을 나가자 배영근은 옆구리를 움켜쥔 채 벽에 기대어 앉
았다. 이제 자신이 잡혀 온 이유가 형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고 형이
밤의 조직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
나 천성이 낙천적인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자들이 주는 세 끼
식사를 남기지 않았고 아침과 자기 전에는 꼭 양치질을 했다. 그는
언젠가는 꼭 풀려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다만 칩에서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배영근을 걷어 차고 방을 나간 허상수는 응접실에 서 있는 사내를
향해 놀란 듯 허리를 굽혔다.
"형님, 오셨습니까?"
오종값이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이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예. 저 새끼가 건방지게 술을 달라고 해서요. 그래서 조금 손을
봤습니다. "
"=1래 . "
응접실에 놓인 날은 비닐 소파에 앉은 오종갑이 주머니를 뒤져 만
100 밤의 대통령 제긱부 - I
fL L -u-tl._1.
원짜리 몇 장을 꺼내더니 탁자 위에 던졌다.
"소주 댓 병 사와라.술 생각이 난다. "
"예, 형님."
그랬지만 허상수도 배영근의 감시 책임자로 열 명 가까운 부하들
을 거느리고 있는 신분이다. 그는 부하를 불러 술 심부름을 시키고
나서 오종갑의 앞자리에 앉았다. 오종갑 못지않은 떡 벌어진 체격에
나이도 비슷했다.
"형님 순서는 끝났습니까?"
"교대했어. 그냥 놀러온 거야."
"잘되었습니다. 난 교대도 얼고 사흘간 죽치고 있는 참인데."
"그래도 넌 집안애 있으니까 낫다. "
방안에서는 인기척이 없는 대신 집안은 사내들이 내는 소음으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바깥 경비를 서고 있던 부하들이 들어와 주방에
서 물을 마시고 나갔고 주방에서는 술안주를 만드느라고 사래 둘이
덜그럭거렸다.
"형님, 나도 이것 받았습니다. "
허상순가 셕츠를 들쳐 보이며 웃었다. 허리춤에 쑤겨 넣은 권총의
손잡이가 드러났다.
"군대 있을 적에 몇 번 쏘아 봤던 모제르여서 손에 딱 잡힙니다. "
아마 수명이 50년이 넘는 모제르일 것이다. 6·25 때 수십만 정이
쏟아져 들어온 데다가 월남전이 끝나자 미군이 몽땅 한국군에게 넘
겨 주고 간 모제르는 이제 군에서 고철이 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그 새끼는 기관총까지 갖고 있다는데 조금 걸립니다. "
허상수가 눈을 점벅이며 그를 바라보았으므로 오종갑은 머리를 끄
세 사나이 101
덕였다.
"그놈이 이곳을 찾을 수는 없어. 넌 그런 걱정 안해도 돼."
부하들이 술과 안주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술은 소주였는데 대
여섯 병이 넘었다.
"자,술이나 한잔 마시자. 애들한테도 한 병씩 나누어 주고."
"아마 이 새쪄들은 미리 챙겨 갔을 겁니다. "
허상수가 이빨로 술병의 마개를 뜯어 뱉으면서 말했다.
"안 나누어 줘도 니다, 형님."
새벽 3시가 되었을 때 오종갑은 눈을 떴다. 앞쪽 의자에 누워 코를
골고 있는 허상수가보였다. 응접실 바닥에도 두 명이 누워 있었고
배영근의 방 앞에도 한 명이 가로로 누워 잠이 들어 있었다. 사내들
이 뿜어내는 술 냄새로 가득 찬 집안은 가스에 덮여 있는 느낌이었
다. 불을 켜면 즉시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
오종갑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
내들은 모두 취해 곯아떨어져 있으므로 쉽게 깨어날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발을 떼어 배영근이 갇혀 있는 방 앞으로 다가갔다.
가로로 누운 사내를 타고 넘어 문의 손잡이를 돌리자 쉽게 문이 열렸
다. 방안으로 들어선 그는 손을 뒤로 돌려 조심스럽게 등뒤의 문을
닫았다.
불을 끈 방안은 어두웠다. 그러나 벽 쪽에서 부스럭대며 인기척이
났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1쪽은 들어서는 이쪽을 선명하게 보
았을 것이다. 배영근은 깨어 있었던 모양이다.
"조용히, 쉿."
102 밤의 대통령 제4부 -I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벽에 붙어 앉은 배영근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의 앞으로 다가간 오종잠은 방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
았다. 이제 배영근의 얼굴 윤곽이 보였다. 그는 숨을 죽인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접실로 나가면 곧장 현관이 나오는페 그곳으로 가지 말고 왼쪽
창고로 들어가라."
오종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창고의 창문으로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창문 밑은 축대를 쌓
아 놓은 곳이어서 높다. 그리고 아래 길에는 감시가 있어. 그러니 축
대를 타고 20미쯤 앞으로 기어 나가, 그러면 옆집 담에 닿을 거다.
거기서 길로 뛰어내려."
빠른 말투로 말하고 난오증잠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곧장 어디로든 도망쳐라. 절대로 집앤 들어가지 말고. 부
모님께 연락은 해야 한다. 걱정하고 계시니까,"
그러자 배영근이 그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댁은 누구십니까?그리고 왜??
"잔소리 말어, 이 새끼야."
낮게 태려붙이듯이 말한 오종감이 바지 주머니에서 지폐 한 주먹
을 꺼내어 그에게로 내밀었다. '
"이전 차비다. 내가 기침을 두 번 하면 조금 기다렸다가 나와. 그
러나 기침 두 번에 다시 한 번을 하면 위험하다는 신호다. "
몸을 돌린 오종갑은 방문으로 다가가 문을 조금 열고 살핀 다음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기침 소리가 두 번 울리자 배영근은 벌떡 일어나 방문 앞으로 다
새 사나이 103
가갔다. 그리고는 잠시 기다렸으나 더 이상 기침 소리는 들리지 않았
다. 코고는 소리만이 이곳저곳에서 들려 왔다
그는 문고리를 조심스렇게 비틀어 문을 살짝 열고는 밖을 내다보
았다. 그의 발 앞에 사내 한 명이 얼굴을 이쪽으로 향한 채 누워 있
었다. 그리고 앞쪽의 소파에 기대 누워 있는 것이 조금 전에 방에 들
어왔던 사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반쯤 눈을 뜨고는 눈동자를 굴려 옆을 가리켰는데 그곳에 나
있는 문이 창고로 통할 것이다. 그의 앞에 이쪽으로 등을 보이며 사
내 한 명이 소파에 기대 누워 있었고 왼쪽의 응접실 바닥에도 사내
한 명이 누워 있었다.
배영근은 반쯤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와 손을 뒤로 돌려 문을 닫
았다. 발 앞의 시래를 넘어 응접실로 들어션 그는 소파를 뒤로 돌아
발소리를 죽이며 창고로 다가갔다. 문에서 창고까지 직선 거리로 5
미터도 되지 않았고 시간은 5초도 걸리지 않았으나 그에게는 다섯
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창고의 문고리를 잡아 비틀어 열었다. 문이
낡은 탓에 뼈걱이는 소리가 났다. 그는 숨이 철렁하였지만 반쯤 열린
문으로 믐을 비집고 들어섰다. 문을 닫은 그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길게 숨을 내뱉고는 소매로 얼굴의 땀을 닦았다.
. 창고는 어두웠지만 창문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바깥 불빛으로 회
미하게 윤곽이 드러났다. 어지럽게 쌓인 박스와 신문 쑹치, 그리고
빈 병들이 이곳저곳에 쌓여 있어서 창까지 다가가는 데 한발 한발을
조심스럽게 떼어야 했다.
창문의 고리는 쉽게 풀렸고 배영근은 그것을 천천히 밀어 열었다.
104 밤의 대통령 제4닥 -I
서늘한 새벽 공기가 로 스며들어 왔다. 그는 저도 모르게 크걔' 숨
을 들이 마시면서 머리를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까마득한 축
대 밑에 있다던 감시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래가 이야기해
준 대로 축대 위끝의 벽을 타고 이웃집 담장까지 기어 갈 작정이었
다.
그는 조심스럽게 창문 위로 몸을 올리고는 발끝으로 축대의 끝을
짚었다. 침착해야 된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면서 몸의 중심을 잡고는
창문을 ure애서 닫았다. 이쟤 소굴을 벗어난 것이다. 그는 두 손으
로 축대 끝을 짚고는 엉금엉금 기어 가기 시작했다.
배장끈이 방으로 돌어서자 오새미가 의자에서 뜅기듯이 일어섰다.
두 눈이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둥그래졌다.
"놀랄 것 없어."
그녀에게 다가간 배장근은 입에 붙여진 스카치 테이프를 때어내었
다. 그리고는 두 갈을 묶은 나일론 끈을 풀어 주자 오새미는 길게 숨
을 내쉬었다. 그러나 여전히 두 눈은 치켜 뜬 채였다.
"앉아. 이야기할 것이 있다. "
두 손으로 어깨를 누르자 오세미는 상체를 흔들어 그치 손을 떨어
내는 시능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배장근은 의자를.끌어당겨 그녀를 마주보고 앉았다. 이틀 밤을 꼬
박 새운 때문인지 오세미의 두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화장기가 없는
부드러운 피부였지만 입술 가에는 테이프 혼적이 보였다. 집으로 데
려온 날 밤 저항이 심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묶어 두었던 것이다.
"어두워지면 보탤테니까 걱정하지 마."
fl Atlol 105
배장근은 부드럽게 말했다.
"왜 저벽이냐면 우리도 이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야. 그 동안 준
비를 해야거든."
"그 이유도 말해 주는 것이 낫겠군. 네가 이 집과 위치를 보았으니
널 놓아 주면 이재 우리가 위험하단 말이다. "
"그래서 인질범들은 인질을 없애서 증거를 남기지 않는 모양히
야. "
"난 말하지 않겠어요.돌려보내 준다면."
오세미가 입을 열었다. 납치당하고 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말을
하는 셈이다.
"당션들애 대해서도, 그리고 이곳에 대해서도."
배장근이 빙그레 웃었다.
"네가 무멋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알려 줘야겠군."
"례 오빠, 아니, 네 오빠의 조직이 내 동생을 납치해 갔어. 그래서
오종감이의 동생인 너를 잡아 온 것이다. "
"네 오빠에게 연락을 했지. 내 동생을 풀어 주지 않으면 널 없애겠
다고. "
"그랬더니 내 동생을 오늘 새벽에 풀어 주었더군. 아무도 모르게
말이야. 네 오빠는 너 때문에 조직을 배신한 거야."
106 밤의 대통령 제갈L - I
"나쁜 놈."
"나쁜 놈은 나나 네 오라가 아니다. 네 오빠가 속한 조직이지."
아랫입술을 깨문 오세미가 머리를 떨구었으므로 배장근은 의자에
서 일어섰다.
"네 오빠의 조직은 날 잡으려고 악을 쓰고 있어.하지만 쉽게 잡히
지는 않을 것이다. "
방문으로 다가간 배장근이 문의 손잡이를 잡고는 몸을 돌렸다.
"네 오라에게 약속을 지켜 줘서 고맙다고 해라. 그리고 나도 그 인
사를 받고 싶다고.내가 기억하겠다고도 전해."
창가의 자리에 앉은 이동천 앞으로 화사한 웃음을 떤 문재은이 다
기왔다.
"웬일이세요?오늘은 9시도 되지 않았는데 일쪘 오시고."
그녀는 짙은 향수 냄새를 풍기며 앞자리에 앉았다.
"전 이 검사님을 영 못 뵐 줄 알았는데."
"그 말 들으니 기분이 션뜻한데."
의자에 등을 기댄 이동천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왜 그런 재수 없는 생각을 한 거요?"
"우선 제가 못마땅하셨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아요?"
문재은이 장난스레 웃으며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웨이터
가 다가와 지난번에 그가 먹다 남긴 술병과 잔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유경이는 그런 경험이 처음일 거예요, 아마."
그의 잔에 술을 따르며 문재은이 말했다.
"딱지를 맞은 경험 말예요."
fl Affol 107
"천하의 양충일 겨 고명딸이 말이지."
"그런 배경이 없더라도 그애는 뛰어난 애죠. 그렬계 생각지 않으
세요?"
"그 얘긴 그만둡시다. "
술잔을 든 이동천이 한 모금 삼키고는 내려놓았다. 어둠에 익숙해
지자 주위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직 이른 시
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경이가 내 이야기를 했지요?"
문재은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자 문득 이
동천의 가슴이 벅차 을랐다. 이것은 그가 욕정을 느낄 때의 육채적인
현상이다.
"어떤 이야기 말이오?"
"저와 양 회장님과의 관계 이야기 "
"글쎄, 못 들은 것 같은데."
"제가 대학생 때 그애 가정교사를 했어요.유경이는 중학생이었
고."
"그애는 날 순순히 받아들였어요.그서 처음에는 그냥 고맙기만
했는해,"
문재은이 자신의 잔애 술을 따르더니 한 모금 삼켰다.
"시간이 지나니까 알겠더군요. 그앤 영리해요. 아버지를 거역하면
손해라는 것,그리고 현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애에요."
"알고 적응해 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는 성격 같
던데 ."
108 밤의 대통령 제살L -I
‥‥ ; -
"이 검사님도 이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글쎄, 그 얘긴 이제 그만."
이동천이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교훈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잰 그만합시다. "
"그럼 저도 그렇게 믿겠어요. 이해하신 줄로."
술병이 바닥을 보였으므로 문재은이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렀다.
"제가 한 병 살게요. 잘 아시다시피 돈 벌려고 이 장사 하는 게 아
니니까요."
이동천이 마리온을 나왔을 몌는 밤 1 1시 반이었다. 빌딩 앞의 택
시 정류장애는 기다리는 승객들이 서너 명뿐이었고, 차량들은 통행
이 뜸한 차도 위를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초여름 밤의 눅눅한 습기가 피부에 내려앉아 온몸이 끈적이는 데
다가 바람 한 점 볼지 않았다. 그는 넥타이의 듭을 풀어 내리고는
느릿한 걸음으로 승객들이 기다리는 뒤쪽에 가서 섰다. 그때 검정색
승용차 한 대가 택시 정류장으로 다가와 멈추어 섰다.
"여기요, 이동천 써."
뒤쪽 창문이 내려지더니 자신을 부르는 여자목소리에 이동천은
머리를 들었다. 양유경의 웃음 면 얼굴이 보였다.
"이번에는 집까지 모석다 드릴게요."
그가 잠자코 서 있자 이쟤는 뒤쪽 문이 열렸다.
"어서 타세요."
이동천이 차 안으로 들어가 앉자 벤츠는 곧장 속력을 내었다.
"문 마담의 연락을 받고는 아까부터 빌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섀 사나이 109
요. "
양유경의 목소리는 밝았다. 횐색 투피스 차림의 그녀에게서 은근
한 향내가 맡아졌고 차 안은 서늘했다. 끈적이는 습기에 젖어 있던
피부는 금방 보송보송해져서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술 많이 하셨어요?시원한 것 드릴까요?"
"아니 괜찮습니다. "
이동천이 머리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문 마담이 뭐라고 합디까?"
"문 마담 말을 전해 들어서 어쩌시려구요?"
웃음 띤 얼굴로 양유경이 말을 받았다.
"그 말의 진부를 가려 주시려구요?"
"저에게 직접 말해 주세요. 거치지 말고."
"어서요."
재촉하듯 말하면서 양유경은 시선을 때지 않았다.
"미련이 있었던 거요."
이동천이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같이 자극적인 여자를 만난 것은 처음이오."
"난 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했소. 허세를 버리기로 했단 말
이오."
"7179요."
잔잔해진 표정을 지으며 양유경이 말했다.
110 밤의 대통령 제라」 - I
"우린 아직 서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재 무언가를 시작할 준비
는 되었네요. la?"
늦은 밤이어서 차는 탄력있게 도로를 달려가고 있었다.
이동천이 손을 턴어 옆에 놓인 양유경의 손을 쥐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손을 잡힌 양유경은 앞쪽으로 시선을 준 채 움직이지 않
았다. 차 안에는 짙고 억눌린 정적이 내려앉고 있었다.
시흥의 1벼형 임대 아파트 안.
현관에서 주방과 안방이 각각 두 걸음밖에 되지 않은 좁은 아파트
안에서 아까부터 날렵한 도마질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가볍고 경
패한도마 소리를 내며 주방에 서 있는 사람은 터리가천장에 닿을
것 같은 체격의 주대홍이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허리에는 짤은 행주
치마를 두르고 팔을 걷어붙인 그는 지금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쪽의 벽에 고덕균이 기대 앉아 있었다.
못마땅한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형님,짜장면이나 시켜 먹읍시다. "
"지금 저녁 허고 있지 일커?"
주래흥은 양파 써는 데 열중하여 대답도 건성이다.
"조금만 참어라. 저녁 곧 된다. "
"젠장 시켜 먹으면 될 걸 가지고."
"시B러, 이 새끼야."
주대흥이 한마디로 그의 말을 잘랐다. 양파 썰기를 끝낸 그는 이
제 고개를 다지기 시작했다. 도마질 소리가 더욱 자지러지게 났다.
"7171ㅁ1, "
섀 사나이 1 1 1
고덕굴이 머리를 돌려 창 밖을 내다보았다. 3층의 of파트 창문을
통해서는 건너편 아파트의 빨래 감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좇같이."
벌써 나흘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중인데 주대홍은 하루 세 끼
식사 시간이 되면 두드리고 샐고 볶고 지지는 일에 신바람이 나는지
한 시간이 넘게 주방에서 보내지만 이쪽은 할 일이 없었다. 그가 장
만해 주는 갖은 요리를 먹어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젠 질려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주대홍은 밖으로 내보내 주지도 않았다. 그가 이곳
으로 오면서 반찬거리를 가득 사 왔으므로 시장에 간다고 나팔 수도
없었다.
"형님 도대체 얼마 동안이나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거요?"
고덕균이 묻자주대흥이 다시 간단히 대답했다.
"몰라."
"그러면 여기서 평생."
"이리 와. 이것 간 좀 봐라."
주대홍이 국자를 들고 그를 바라보자 고덕균이 와락 인상을 깼다.
"아, 싫어요."
"내일은 모처럼 회를 쳐줄탱게 아침에 시장에 나갔다 와."
"음식은 얼마든지 맛있게 맹글 수가 있는 것이여, 그런디도 대충
먹어치우는 놈들은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
"요리는 예술이여. 사람한티 제일 중요허고 사는 디 없어서는 안
될, 먹는 것에 대한 예술이란 말이다. 그런디 개똥철학 하는 놈들은
112 밤의 대통령 재4부- I
_. _즈
이것을 무시한단 말이여."
고덕균이 입맛을 다셨으나 그는 말을 이었다.
"인자 앞으로는 요리도 특허를 내어서 특허권 사용료를 받어야 헌
다. "
"찌개 끓이는 데 간장 두 숟가락을 넣을 때는 얼마,하고 말이오?"
"그러면 더 좋고."
"빌어먹을."
"내일 그놈들하고 협상을 헐 거여."
법비애 고기를 넣으면서 주대흥이 말하자 정신이 번쩍 든 고덕균
이 그를 바라보았다.
"협상을 요?"
"그려.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어."
"어떻게 말이오?"
"고놈들한티 내 퇴직금을 받어낼 작정이다. 주방 파장 노룻은 인
자 끝이니까."
"아니구, 형님." ~
고덕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발 그만두슈.그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나 아쇼?"
"깡패 새끼들이지 뭐긴 뭐여?"
"놈들은 조직이오, 정부 조직보다 센."
"그래도 부술 수 있어."
"그 회칼로 말이오."
주대흥은 대답 대신 이번에는 칼자루 끝으로 마늘을 찧기 시작했
다. 구수한 쩌개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4 Affol l13
"형님, 여기 얘들은 모두 내 친구하고 동생들이오. 야들아, 형님한
테 인사해라."
고덕균이 수선을 떨자 뒤쪽에 모여 선 사래들이 일제히 허리를 기
역자로 꺾었다. 모두 7, 8명이 넘었는데 긴 놈, 짧은 놈, 좁은 놈, 넓
은 놈으로 각양각색이다. 주래흥이 턱을 쳐들고 사내들을 천천히 둘
러보았다. 모두 자동차 절도범들이 어서 재빠르게는 보였지만 믿음성
이 가지는 않았다.
"모두 시간 맞출 수 있지?"
주대홍이 묻자 그의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질려 있던 사내들이 일
제히 대답했다.
"fl !"
대답 소리에 놀란 주대흥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초저녁이어
서 고수부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끔 이쪽을 흥미있게 바라보는
남녀들도 있었다.
입맛을 다신 주대흥은 그플에게로 한딸짝 다가섰다.
"9시까지는 준비해 놓아야 되고, 9시에 연락을 받으면 12시 정각
에 일을 저질러야 헌다. "
사내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주대홍을 바라보았다.
"만일, 이건 만일인디."
주대홍이 말을 이었다.
"돈만 먹고 도망치는 놈이 있다면 내가 끝까지 찾아래어서 회를
떠줄 거여."
그는 허리춤에서 번쩍이는 회칼을 쓰윽 레들었다가는 눈깜짝할 사
이에 다시 쑤셔 넣었다.
(3)
"그런 일은 없어요, 형님."
고덕균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얘들을 무시하지 마쇼, 형님."
주대홍이 사내들을 다시 훌어보았다.
"믿어도 되겄냐?"
"fl !"
"좋아. 그럼 를어져."
그러자 저회들끼리 갑론을박을 하고 부르고 꾸짖고 웃으며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주대홍은 돌아서서 입맛을 다셨다.
사내들을 보내고 난 주대흥과 고덕균은 세워 둔 차에 올랐다.
"형님,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
운전석에 앉은 고덕균이 머리를 돌려 됫좌석의 주대흥을 바라보았
다.
"현금으로 10억이면 만원 권으로 다섯 자루는 될 게요. 차 한 대에
가득 실어야 돼요."
"그러고 우길만이가 돈을 준비할 리가 없어요. 어떻게든 형님을
잡으려고만 할 거요."
"난 오늘 돈 받을 것이라고 생각 안헌다. "
주대홍이 불쑥 말했다.
"오늘은 겁만 주는 거여."
"서울 바닥이 시끄러워철덴데, 형님."
"그러라고 하는 짓이여."
"그러면 다시 또 일을 벌일 거요?"
ae꼰 ·
새 사나이 115
"물론이지."
주대홍이 손을 들어 앞쪽을 가리졌으므로 고덕균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저녁 7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승용차는 고수부지를 나
와 올림픽대로로 들어섰다.
머리를 떨구고 앉아 있던 우길만이 굳어진 얼굴을 들었다.
"면목 없습니다, 회장님.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
"책임을 어떻게 진단 말인가?"
양승일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방안을 울렸다.
30평이 넘는 동원 그룰 회장실 안이다. 상석에 앉은 양승일의 온
몸에서 찬기운이 뿜어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석에 앉은 우길만
은 얼굴의 진땀을 감히 닦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자네가 할복을 해도 끝날 일 같지가 않아."
양승일이 말을 이었다.
"그놈이 노리는 것은 자네가 아냐. 우리 그룹을 상대로 하는 거
야. "
"어떻게든 잡겠습니다, 회장님."
"입 닥쳐. "
조금도 언성을 높이지 않았지만 양승일의 한마디에 우길만은 돌부
처가 되었다. 양승일은 긴 테이블 아래쪽의 박철규를 바라보았다.
"주방에서 일했던 놈치고는 참으로 대담한 놈이야.더구나 혼자서
말이야."
"도와 주는 놈이 한두 놈 있는 것 같습니다만."
' 조심스럽게 박철규가 말했다.
116 밤의 대통령 제라」 -I
"말씀대로 뱃심이 대단한 놈입니다, 회장님."
"회칼을 쓰는 솜씨도 훌릉하고."
"fl ."
이번에는 박철규가 머리를 떨구었다. 그날 밤에 서진 호텔로 보낸
것은 그의 부하들이었기 문이다. 회를 먹으며 떠벌렸던 유쟤복이
는 책임을 물어 추방을 시켰는데 이쟤 두번 다시 서울땅을 짧지 못할
것이다.
한동안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사건은
여섯 시간 전인 오후 2시경에 우길만에계 걸려 온 전화가 발단이었
다. 자신을 주대흥이라고 소개한 사내가 대뜸 10억을 요구하면서 그
것은 자신의 정년 때까지의 퇴직금이라고 했던 것이다.
주대흥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던 우길만은 이를 갈면서 말도 안되
는 수작 말라고 고함을 지르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주대흥은 끈질겼다. 이번에는 그룹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10억을 준비하지 않으딴 회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공갈을 쳤다. 그가
정한 시간은 밤 10시였다. 그리고 9시 정각에 전화가 올 것이었다.
"나, 이거야, 원."
양승일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턱을 들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요즘같이 중요한 몌애 피라미 한 놈이 소란을 떨다니. 기가 막히
는군. "
모두들 숨을 죽이고 앉아 있었다. 다시 방안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흘렀다.
양승일이 입을 열었다.
"이젠 총을 가지고 나가. 경찰에서 긴장하겠지만 꼬투리만 잡히지
새 사나이 tll
출또
않으면 돼. 모두 알겠나?"
"fl ."
모두 일제히 대답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머리를 돌려 우길만을 바라보았다.
"동원 기획에서 일어난 일이 그룹에까지 피해를 입히게 되었어.
아주 사소한 실수가 이렇게 되었단 말이야."
이를 악문 우길만이 머리를 숙이자 양승일이 말을 이었다.
"우선 박 보좌관을 도와 일을 해결하도록. 이 문제부터 끝내도록
하지 ."
말을 마친 양승일이 물러가라는 듯 턱을 들자 그들은 모두 자리에
서 일어섰다. 8시 15분이었다.
백복동은 동원 그룹 빌딩의 앞쪽 분수대애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남매문로에 있는 30충짜리 동원 그룹 빌딩은 앞쪽에 분수대
와 화단, 벤치들이 놓여져 있어서 시민들의 휴식 장소로 인기가 있었
다.
오늘 밤에도 쾌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젊은 남녀들이었다. 그
들의 모습을 출어보덖 백복동은 다시 빌딩 현관에 시선을 주었다. 오
늘은 회사에 나오지 않던 양승일이 오후 6시에 일단의 심복들을 이
끌고 빌딩에 들어가서 아직 나오지를 않고 있는 것이다. 김양호는 국
제 호텔에 남아 있었지만 백복동은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손목에 찬 고물 시계는 밤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동천은
김양호를 집중 감시하라고 했지만 백복동은 수사에 한해서는 고지식
118 밤의 대통령 제살』 -I
. -_그_쓰
한 사내가 아니었다. 이동천의 의도를 안 이상 독단으로 응통성 있게
행동했다. 그는 김양호가 움직이지 않으면 양숭일을 쫓아다녔던 것
이다.
다시 현관으로 시선을 돌린 그는 엄거주춤 엉덩이를 들었다. 한
무리의 사내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앙에 양승일이 서 있었다. 그
순간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양충일 앞애 벤
츠500이 다가와 서는 것을 보면서 그는 핸드폰을 귀에 대었다.
"여보세요."
"형님 접니다. "
현관 옆 화단가 벤치에 박아 두었던 손달섭이다. 그는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0., 형님?"
백복동은 양숭일이 박철규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차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벤츠500과 그 뒤로 덩치가 큰 포드 한 대가 현관 앞에 서 있
었다. 그것은 경호원용이었다.
백복동은 마음을 정했다.
"네가 양승일을 따라가. 나는 여기 있을테니까."
"알았습니다. "
그리고는 전화가 끊겼다. 벤츠와 포드가 현관을 빙 돌아 도로로
나오는 동안 박철규를 위시한 20여 명의 부하들은 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백복동은 옆쪽의 길가에 세워져 있던 소형 승용차 한 대가 차도로
나서는 것을 보았다. 손달섭의 차였다. 절도 전과 5범인 그는 세 번
을 백복동에 의해 잡힌 인연이 있는 관계였는지라 그로부터 임무를
세 사나이 119
부여받고는 흥분해 있었다.
박철규가 손목 시계를 내려다보면서 부하들에게 무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몸을 돌려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입맛을 다신 백복동은 다시 분수대 위의 돌바박에 앉았다. 박철규
는 밖으로 나을 것이다. 놈의 직책은 그룹 비서실의 보좌관이었지만
양승일의 행동대장 중의 하나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박철규의
적성에 맞는 일은 작전 계획을 짜는 일과 전투일 것이다.
백복동은 박철규가 공수 부대 소령으로 예편하고는 곧장 양승일의
보좌관이 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 주대흥이올시다. "
핸드폰을 움켜쥔 주대흥이 소리치듯 말하자 저쪽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보쇼, 거기 우 사장 없어?"
"말해, 주대흥이 ."
"어허, 빨랑 대답을 헐 것이지."
주대흥이 혀를 찼다.
"느긋허게 생각들을 허는 모양인디, 니들이 아직 나를 몰라서 그
려."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하고 난 주대흥은 전화기를 고쳐 쥐었다. 고
덕균이 운전하는 승용차는 지금 막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대로로 들
어서는 중이었다.
"돈 준비했어, 우 사장?"
주대흥이 말을 놓았다.
120 밤의 대통령 재4부 -I
"10억 말이여, 현찰로."
"만나서 이야기하자, 허튼 수작 말고."
"너나 말어, 이 새끼야."
버럭 고함을 치자 고덕균이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2억 5천 먹고 신세 조질 놈 같으냐?내 몸 값이 그것밖에 안
된단 말이여? 안된다. 10억도 모자란다, 이 새끼야."
"네 놈은 도대쳬 우리를 뭘로 보고."
"뭐긴 뭐여? 깡패 새끼들 모아 놓고 공갈쳐서 돈 뜯는 놈들이지
이놈들아 내가 바로 저승 사자여. 네놈들은 내 밥이고."
기가 막힌 모양인지 우길만은 잠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 랄리 대담혀, 10억 낼 거여, 안 낼 거여?내가 10시까지 준비
하라고 fa을델디 ."
"좋아, 장소가 어디냐?"
우길만이 결심한 듯 말했다.
"장소를 말해라."
"남산의 국악원 계단 앞이여.차애 돈을 실어식 한 놈만 보내."
"국악원 계단 앞."
"10시 정각이다, 알았어?"
"10시, 알았다. "
"허튼 짓 허면 네 놈 희사아 몽땅 불을 지를태니깐."
"알았다. "
핸드폰의 스위치를 끈 주태홍이 고덕균을 바라보았다.
"애들찬태 연락혀라. 계획대로 진행허라고."
"국악원 앞으로 돈을 가지고 나을까요?"
fl Alfol 121
고덕균이 묻자 주대홍이 풀썩 웃었다.
"미친 놈, "
"누가 미쳤단 말이오?"
"돈을 누가 가져온단 말이냐? 아마 백 명도 넘게 국악원 앞으로
몰려가 있을 것이다. "
"형님은 생긴 것하고는 달라요."
"머리가 커서 뇌세포가 맡기 때문인 모양이오."
"시끄러, 이 새끼야."
차는 강남대로를 좌회전하여 논현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한동안 앞쪽의 아파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직 10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파트
의 창문은 모두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이윽고 주대흥이 발을 어 아파트 단지 정문으로 들어섰다. 허리
를 굽힌 데다가 머리를 숙였으므로 큰 키가 조금 작아 보였지만 그래
도 컸다. 고덕균은 그의 뒤를 따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가는 사
람 중에서 이쪽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이곳은 그들에게 낯이 익은 장소였다. 우길만의 돈을 강탈해 간
곳이기 때문이었다. 125동 1005호에는 우길만의 제노호 부인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125동이 좌측으로 길게 보이는 어린이 놀이터의 벤치에
앉았다. 근처의 주민이 한가하게 바람을 쏘이려고 나온 것처럼 꾸미
려고 했지만 고덕균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자주 힐끗거렸다.
122 밤의 대통령 제4부 -I
"형님, 이걸 꼭 해야 되는 거요?"
고덕균이 묻자 주대흥이 머리를 끄덕였다.
"허를 찌르는 것이여. 잔말 허지 마라."
"제에기, 우길만의 세컨드를 건드려서 뭐가 나온다고."
"이 새끼야, 건드리기는 누가 건드린단 말이냐?. 겁만 주고 가는
것이여."
"어떻게 겁을 준단 말이오?"
"돈이나 값나가는 보석,그런 것들을 싸가지고 나오는 것이지."
"그럼 강도로구만. 주방 과장이 강도가 되었어."
주대홍이 눈을 부릅떴으나 욕설을 뱉지는 않았다. 그는 오래 전부
터 고덕균의 행동을 한수 접어 두는 버룻이 있었다. 동생처럼 여기
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에 신고를 못할테니 걱정할 것 없다. "
나무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 주대흥은 두 팔을 휘저으며 125동으로 다가갔다.
고덕균도 서둘러 뒤를 따랐다.
밤 10시 정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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