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5. 후계자

오늘의 쉼터 2015. 1. 1. 15:04

5. 후계자

 

 

(1)

 

고속도로는 차량 통행이 적었으므로 이동천은 차에 속력을 내었다.

주위는 짙은 어둠에 싸여 있어서 전조등에 비친 아스팔트 도로가 아젤하게 다가을 뿐이다.

앞쪽을 달리는 차량의 브레이크등이 마치 붉은 창에 검정 눈동자를 가진 괴물의 눈처럼 번쩍였다가

뒤쪽으로 밀려갔다.
차 안은 숨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했다. 엔진은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지만

차 안의 그들에게는 낮게 울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타이어의 마찰음과 부딪치는 공기의 소음이 오히려 더 굵고 날카로웠다.
   앞쪽을 바라보고 있던 양유경이 입을 열었다.
   "전 이제까지 남자 친구를 가져 본 적이 없어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조용했던 차 안이 그녀의 말소리로 가득 찬 느낌이 되었다.
              

"사귈 만하면 아버지의 부하 직원이 나타나 남자를 몌어냈거든요.
어떤 방법을 쌨는지 그 바보들은 나만 보면 도망쳐 버리더군요."
               

"한번은 대학 4학년 땐데 웨 캔찮은 남자를 만났어요. 친구 오빤 데 박사 과정을 발고 있었죠."
              

이동천이 에어컨의 스위치를 켜자 곧 강한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1는 펀을 조정하여 바람을 낮추었다.
              

"아버지 부하 직원의 감시를 피해 네 번인가 만났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남자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더군요.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한데 대들었어요."
"집을 나가TE다고도 했고, 죽어 버리겠다고도 했어요.

그런데 아버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더군요."
"생각이 있으딘겠지."
앞을 바라본 채 이동천이 말했다.
"나름대로.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자식을 생각해서 말이오."
"회사를 생각한 거예요. 동원 그룹이란 기업을,

난 그 기업의 상속자로 아버지 마음속에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오빠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미국으로 
유학가서 정치학과를 때려치우고 연극을 시작하자

아버지는 인연을 끊어 버렸지요."
이동천은 이천 톨게이트로 차를 회전시키면서 속력을 줄였다.

이 천을 지나 국초를 10킬로미터쯤 달린 다음 오른쪽 샛길로 들어서자  

 

 

(2)

 

 

 

 

천기석이 옆에 앉아 있는 기무라를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기무라 씨가 서울의 신 희장깨 부탁을 주었어. 놈이
서울로 튄다 해도 그쪽 사람들이 손을 써줄 것이다. "
    한국말이었지만 기무라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지 가법차 머리를
끄덕였다.
   좌우의 동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서울의 신 회장이라면
신용수일 것인데 이제까지 이쪽은 신용수와 한번도 연결된 사업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하겠는데."
   천기석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보다 큰 규모로 사윰을 확장해 갈 것아고 민원도
충원이 될 것이다. 우선 여기 앉아 있는 기무라 써를 중심으로 서
재일 동포 형제들이 우리와 같이 일하게 되었어."
   다시 자신의 이름이 불리ar기무라는 번뜩이는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와 시선이 잠간동안 맞부딪친 오종갑은 숨을 멈춘 채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기무라의 시선이 슬쩍 옆으로 비켜 갔으므
로 그는 소리 죽여 숨을 내쉬었다.
   그 시간애 조성표는 부산 지검의 부장검사 정동재와 마주앉아 있
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운대의 선샛 호텔 스카이라운지였다.
   조성표가 의좌페 둥을 기며 담를 입에 물었다.
   "안도섭은 애국잡니다. 일본에 사는 어는지 몰라토 그곳에서 번
재산을 조국애 투자한다는 것은 얘국 행위라고 봐 줘야 돼요."
   정동재는 40대 후반으로 깔끔한 용모의 사내였다. 금테 안경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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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치켜 올리며 그가 머리를 」I덕였다.
   "그렇긴 해요. 그 돈으로 어떤 사업에 투자하느냐가 문제이긴 하
"서울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어요."
조성표가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내려놓았다.
"당 고위층에서도 적극 환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지방자치제 시대에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안도섭의 자금을 보다
많이 끌어들여야 합니다. 시장닝 생각도 나하고 같더군요."
   "시 장님이야 당연히 ."
   "서울에는 야마구치조 세력이 기반을 굳히고 있습니다. 양승일이
가 가토 노부야스와 밀착되어 있지요."
   "부산에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일본놈이 발을 붙이다니 요. 내가
있는 한."
   "조 사장님."
   정동재가 정색을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요즘 조직 내부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더군요. 소문이 왜 넓
게 퍼져 있단 말입니다. 사래 한 명을 쫓고 계시다던데."
   "나도 그 말씀을 드리려고 뵙자고 한 거요."
   조성표가 자리를 고쳐 앉았다.
   정동재와는 같은 부산 출신으로 그가 검사 초년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어서 술좌석에서는 형님 동생 하는 사이였다.
   "최태진 살해범이 그놈이오. 놈은 블라디보스토크 마피아의 일원
110 밤의 대통령 제식즌 - I
으로 지난번 영도의 총격 사건도 그놈이 일으킨 겁니다. "
   조성표는 말을 잠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놈은 한국의 밤 세계를 뒤흔들어 놓으라는 밀로체프의 지시를 받
고 움직이고 있는 거요. 마피아는 야쿠자의 기반이 룬어 있는 일본에
는 발을 붙일 수 없으니까 한국에 진출하려는 겁니다. "
   정동재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글쎄, 저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데요."
   "놈은 전위대요. 그리고 놈은 기관총과 권총으로 무장하고 있단
말이오.놈을 잡아서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
   "일본의 야쿠자나 러시아의 마피아가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상황
이오. 그런데 아무도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단 말이오. 오
히려 당이나 정부의 몇 놈은 그놈들과 결탁하고 있단 말입니다. "
   조성표의 눈이 열기로 번들거렸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다.
   시계를 내려다본 우길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밤 10시 25분이었
으니 약속 시간인 11시에 넉넉하게 맞출 수가 있을 것이다. 회사 빌
딩이 있는 을지로 1가부터 장충동에 있는 국악원까지 직선 코스도
머리속에 기억해 두었다. 주대흥이 도중에서 차를 탈취할 것을 예비
하여 그가 운전하는 승합차의 전후에 두 대의 승용차가 붙어 갈 것이
31다.
   그가 현관으로 나오자 승합차와 승용차 주위에 모여 있던 부하들
이 일제히 몸을 굳혔다. 1들 사이엔 서 있던 박철규가 1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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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 끝났습니다, 시장님 ."
   준비고 자시고 돈만 넘겨 주면 끝나는 일이다. 걸음을 멈춘 우길
만은 주위의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사건의 발단은 자신이 세컨드의
아파트 현관에서 주대홍에게 2억 5천을 강탈당한 것이었다. 물론 일
식집애서 작전을 떠벌린 유재복이도 자신의 부하였으니 그것도 자신
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사건을 끝내려는 양숭일의 행동이 도무지 이
해되지 않았다. 양승일의 행동 대장격인 박철규가 웃음을 띠고 서 있
는 것도 못마땅했다. 번번이 작전에 실패하고도 부끄러워하는 태도
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놈이다.
   "그놈은 이 돈으로 왜 큰 일식집을 차릴 수 있3a군."
   턱으로 승합차 쪽을 가리키며 우길만이 말했다. 물론 박철규를 비
펄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박철규는 웃음 면 얼굴 그대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사장님."
   "주방장 한 놈한테 내가 이런 꼴을 보이다니 우습구만."
   "회장님의 지시였습니다. 그저 이것으로 일을 끝내자고."
   그리고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운 박철규가 손을 뻗쳐 운전석 문
을 열었다.
   "자, 타시지요. 시간이 되었습니다. "
"저 새끼가 아무래도 국악원으로 가는 것 같은데
운전대를 잡은 손달섭이 백복동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주대흥인가 그놈하고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오,국악원
172 밤의 대통령 제4달 -I
 에서 ."
     검정색 승합차는 오른쪽 국악원으로 회전해 들어갔으나 앞뒤에서
 호위하듯 따르던 승용차는 곧장 직진하여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
 다.
     "어떡할까요, 형님?"
     국악원 근처에 이르자손달섭이 물었다.
    "지나쳐. 그리고 신호등 밑에서 유턴해서 내려가자."
    "차에서 내려서 지난번처럼 들어가잔 말씀이오?"
    "우길만이가 승합차에 혼자 타고 있는 것이 수상해."
    "허지만 지난번처럼 이쪽 저쪽에서 개미 새끼들처럼 기어 나을 줄
 누가 압니까?"
    "지난번,지난번 하지 마라.오늘은 아무래도 다르다. "
    그는 머리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았으므
로 미행차가 있다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우길만이 회사를
며날 때부터 따라왔지만 백복동은 이쪽을 미행하는 차량은 찾아낼
수 없었다.
    아래쪽의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워 둔 그들은 서둘러 길을 건넜
다. 국악원 됫길로 해서 지난번처럼 들어갈 작정이었다.
   "주대흥이가 신용수의 부하가 된 것을 아직 양승일이가 알 리가
없어요, 형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손달섭이 허덕이며 말했다. 길은 잘
포장이 되어 있었지만 가로등이 없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흥득준이가 주대홍이더러 동생이라고 불렀고 주대흥이 반쯤 꺾
어진 대답을 하는 걸 보면 바로 아랫동생격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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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국악원 뒤쪽 담장을 향해 서둘러 다가갔다.
   손달섭의 동생뻘인 마라기는 어첫밤 홍득준을 따라 노래방에 갔었
다. ]는 오늘 아침에 손달섭을 만나자마자 주대흥에 대해서 장황하
게 설명을 하였다. 한 손으로 카운터에 있던 사래의 목을 쥐고 번책
들어올렸다는 이야기며, 체중이 2백 킬로그램이 넘는데도 바람같이
소리 하나 없이 걷는다고도 했다.
   그의 말을 들은 손달섭이 백복동에게 전한 주대흥의 인상과 행동
은 그야말로 사람이 아니었다. 백복동은 그의 말을 반쯤 꺾어 들었지
만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인에 괴력의 소유자였다. 어쪘든 주대홍이
신용수의 수하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양승일과 외로운 싸움을 하는 입장이었으니 만치 그것은 모습답지
않게 영리한 처신이다.
   백복동은 이제 주대흥이 도화선이 되어 양승일과 신용수의 전쟁이
시작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들은 담장에 다가가 머리 높이의 담장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앞
쪽에 국악원의 시커먼 건물이 밋밋한 뒷면을 희미하게 보이며 서 있
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끈적거렸으므로 백복동은 셔츠의 단추를 풀었
다. 건물 옆쪽 언덕에 올랐을 때 둘이는 지쳐서 한동안 헐떡이며 앉
아 있었다.
   잠시 후 백복동이 시야를 가린 잔 나무를 해치고 아래를 내려다보
았다. 계단 앞에 승합차 한 대가 덩그렇게 서 있는 것이 금방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은 승합차 안의 룸 라이트와 전조등이 모두 켜져 있기
때문이었다.
174 밤의 대통령 제갈』 - I
   우길만도 보였다. 그는 차 앞에 서서 담배를 피워 물고 있는지 가
끔씩 입 주위에서 불똥이 반짝거렸다.
   핸드폰의 벨이 울리자 우길만은 서둘러 스위치를 켜고는 귀에 대
었다.
   "여보시오."
   "우 사장, 차를 두고 돌o'1가."
   주대홍의 목소리였다.
   "키는 꽂아 두었겠지?"
   잠자코 핸드폰의 스위치를 끈 우길만은 몸을 돌렸다. 인적이 없는
광장을 걸어 아래쪽 인도로 내려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너편
길가에 검정색 승용차가 미등을 켠 채'세워져 있었다.
   그가 길을 뛰어건너 차 안으로 들어가 앉자 운전사가 몸을 돌려
÷1를 바라보았다.
   "사장님, 어디로 가실까요?"
   "집으로."
   그는 수건을 꺼내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대치동으로."
   집이 두 곳이었으므로 불현듯 생각난 듯 말을 덧붙인 그는 의자에
등을 묻었다. 그때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의 벨이 다시 울렸다.
   이를 악문 그는 핸드폰을 귀애 대었다.
   "여보시오."
   "사장님, 접니다. "
   박철규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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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어디 계십니까?"
   "집으로 가는 길이야. 놈이 차를 두고 가라고 해서."
   "삼성동입니까?"
   "아니, 대치동으로."
   "알았습니다. 그럼 ."
   전화기의 스위치를 끈 우길만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양승
일과 직접 통화를 할 수도 없고 만나지도 못하는 입장이었다. 그것은
일단 그의 신임을 잃었다는 신호라고 봐도 되었다'.
   "두 놈이 끈질기게 따라 붙었는데 차 번호를 조회해 보니까 건설
회사에 다니는 김 아무개란 놈의 찬데 타고 있는 놈들은 우길만이나
양숭일의 부하는 아니었어."
   흥득준이 말을 이었다.
   "놈들 사진을 찍어 두었으니 곧 알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엔 경찰놈
들 같아.아니면 안기부원이든가, "
   그러고는 머리를 들어 주대홍을 바라보았다.
   "왜?돈 못 받아서 서운하냐?"
   주대홍이 입술을 부풀리며 웃었다.
   "내가 돈 욕심이 나서 그랬던 것이 아니여. 서운헌 것도 없고 화날
것도 없소."
   "그렇다면 싱거워지는군."
   앞자리애 앉은 흥득준이 따라 웃었다.
   "넌 생긴 것만큼 괴짜다. 너 같은 녀석이 이제까지 주방에서만 색
고 있었다니."
176 밤의 대통령 제긱부-I
   "나는 솔직히 주방 생활이 그립소."
   그들은 서울 호탤 특설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탁자 위
에는 이미 양주가 새 병 올려져 있었다.
   "혀지만 10억이 적은 돈이냐?"
   술잔을 집어 든 흥득준이 말다. 국악원 계단 앞에 버려진 차를
끌고 온 것은 일당을 받은 택시 기사였고 그 택시 기사는 또 다른 기
사에게 인계를 하는 식으로 다섯 번쯤 서울 시내를 돌린 다음 새벽 5
시쯤 되어서야 흥득준의 부하가 승합차의 짐을 점검하였다. 그리고
그는 승합차애 실려진 다섯 자루의 마대에는 책과 신문 뭉치가 들어
있다고 보고를 해온 것이다.
   "어쨌든 너는 이중애서 움직이지 말어. 당분간은 말이다. "
   술잔을 든 채 흥득준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능을 했다.
   "봐라, 없는 것이 없다. 마실 것, 먹을 것, 델래비전에 비디오까지
사우나도 있고 운동 기구도 있어. 여자도 보내 줄테니까."
   그의 말대로 서울 호텔 최상층에 있는 특실은 하뜻밤애 백만 원짜
리 호화판 궁전이었다. 신용수는 호텔에 다섯 실밖에 없는 특실 중의
하나를 주대홍의 은신처로 제공 준 것이다.
   "회장님은 네가 더이상 소동을 부리지 않고 잠잠해질 때까지 이곳
에서 지내라고 하셨어. 녀한레 특별 려를 해주신 거다. "
   "고맙다고 전하슈."
   "우리는 너 같은 녀석이 필요했어. 네가 때를 잘 맞춘 거다. "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이 열렸다. 사태 두 명이 커다란
쟁반 위에 음식을 받쳐 들고는 방으로 들어섰다. 아침 식사가 온 것
이다.

밤을 새우며 술을 마셨으나 주대홍은 말할 것도 없고 홍득준도

멀정한 얼굴로 아침 상을 받았다.

주대홍이 태어난 후 처음 먹어 보는 진수성찬의 아침 식사였다.
검찰청 건물 지하 1충의 커피 자판기 앞에 선 이동천이 커피 두 잔을 뽑아

한 잔을 백복동에게 건네주었다.

그들은 커피잔을 들고 복도의 플라스틱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아침 시간이어서 오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승합차를 여섯 시간 동안이나 따라다니느라고 손달섭이는 녹초가 되었습니다.

지금 자러 간다고 나갔습니다. "
백복동이 가볍게 말했다.
"서울 시내를 아마 세 번쯤 돌았을 겁니다. 어떤 장소에 가면 운전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인계를 받더군요.

미행을 떨쳐 버리지 못 하더라도 미행자를 알아내기가 쉬워지지요.

그렇게 오래 끌면 말입니다. "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백 형사."
 "고생은 무슨.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뭘."
 백복동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을 계속했다.
"어쩠든 놈들은 저희들이 파라다니는 걸 눈치챘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들한테 손을 대지 않은 걸 보면 우리 신분도 대강 눈치챈 것 같기도 하고."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결국 천호동 고수 부지에 승합차가 멈췄는데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승용차 두 대에서

사내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승합차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그리고는 잠시 후페 도로 나오더니 차를 몰고 가버렸습니다. "
   "처음 보는 놈들이었지만 신용수의 부하라고 생각됩니다.

주대홍이가 신용수의 부하가 되었으니까요."
   "신용수와 호흡이 맞는 모양이군."
   "그럴 겁니다. 그래서 사내들을 쫓아갈까 하다가 버려진 승합차로 가봤습니다.

차 안에는 다섯 개의 마대 자루가 칼로 겨져 있었는데 내용물이 모두 쏟아져 나와 있더군요.

잡지책과 신문 뭉치들이었숱니다. "
   "제 생각입니다만 주대홍이가 돈을 요구했는데 우길만이 속인 것 같습니다. "
   "양 회장 쪽에서는 주대흥이가 신용수와 손을 잡았다는 것을 알까요?"
   "손달섭이가 신용수의 똘마니 입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처럼 양회장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요. 신용수의 부하도 몇백 명이 넘으니까요. "
   "주대홍이가 속았다면 다시 우길만에게 연락을 하거나 분풀이를 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그것은."
   백복동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제가 보기에는 원한을 가지고 있는 쪽은 양 회장 쪽입니다.

  주대홍이한테 당하기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상처도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으로 다르니 두고 봐야겠습니다. "
    "양 회장과 신용수가 부딪칠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렇지요!"
    "그렇죠. 주대홍이 문제로 더욱."
    빈 종이컵을 오그라뜨려 쓰레기통에 던진 백복동이 힐끗 이동천을 바라보았다.
    "저가 지금 압력을 조금 받고 있습니다. "
    "압력이라니요?"
    "제가 검사님과 자주 접촉하는 것이 위에까지 알려진 모양입니다. "
    "어재 김 부장검사가 부르시더니 맡은 일만 하라고 하더군요."
   "김성길 부장이 말이오?"
   "예. 사무실로 저를 불러서는."
    김성길은 장일도보다도 선배였고 서열이 높은 부장이다.

   따라서 이등천에게는 까마득한 상전이었다.
   "그 양반이 백 형사를 왜?"
   이동천이 눈을 치켜 뜨고 물었다.
   "다른 이야기는 없습디까?"
   "쓸데없는 일에 뛰어들어 질서를 깨면 안된다는 겁니다.

  잘 새겨 들으라고 다짐까지 하시더구만."
   "그자는 이용덕 총장의 사람이오.고등학교 후배가 되지."
   "차기에 지검장을 바라보는 분이지요."
   "상관없소, 문제가 생기면 내 지시 문이었다고 말하새요.

  내가 책임질데니까."
   "어쪘든 조심해야겠습니다, 검사님."
   자리에서 일어난 그들은 잠자코 동서로 갈라져서 각각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이동천이 자리에 앉자 박인규가 다가와 섰다.
    "검사님, 양움경 씨한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더군요."
    "고맙소."
    잠자코 자리에 돌아가 앉는 박인규를 향해 이동천이 입을 열었다.
   "박 형,오늘 신문에 난 사건 기사,저어 보았지요?"
   "어떤 사건 말씀입니까?"
   "부산사건 말이오. 러시아 마피아가 살인을 했다는."
   "애, 저어 보았습니다. 두 명을 죽였다는데 부산이 시8러워지TR습니다. "
   "참고로 하려고 그러는데 그자, 배 뭐라는 자의 경찰 기록을 받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
   "영장이 발부되었다니까 부산 지검애도 연락을 해서 그자에 대한 기록이 있으면 그것도."
   그때 전화 벨이 울렸다.

 

 

 

(3)

 

 

 

 

아침 10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었으나 창 밖은 벌써부터 강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여보세요."
"저예요."
양유경의 밝은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 나왔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글, 아직은 모르겠는데. 회의가 길어질지 어쩔지."
"아버지가 뵙자고 하세요, 저녁때."
"이태원의 대명이란 중국집 아시죠?그곳에서 8시에."
"알았어, 가지 ."
전화기를 내려놓은 이동천이 머리를 돌려 박인규를 바라보았다.
"박 형 . 난 저녁에 일찍 퇴근해야 할 것 같아요. 약속이 있어서."
"알겠습니다. 염려 마시고."
서류에서 시선을 든 박인규가 웃음 떤 얼굴로 말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난 주대흥은 화장실에 들어가 샤
워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찬물을 맞으며 한동안 서 있었다. 흥득준과
새벽까지 폭음을 하였으나 머리만 멍할 뿐 찬물 샤워 한번이면 멀정
해질 것이다. 온몸이 차가워지도록 샤워를 하고 나서 옷장에 들어 있
는 새 옷을 갈아 입고 나자 전신이 가뿐해졌다.
   소파에 몸을 기댄 주대홍은 옆에 놓인 전화기를 들었다. 아래층에
묵고 있는 고덕균이 궁금해진 것이다. 그가 다이얼을 누르는데 노크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면서 앞장서서 들어오는 것은 홍득준이다. 그
리고 낮선 30대 사내가 뒤를 따랐고 맨 나중에 들어선 것은 신용수 회장이다.
   주대홍은 기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용수의 얼굴은 언젠가 매스컴을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이봐, 회장님이 오셨어."
   홍득준이 엄숙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어서 인사 드려."
   주대홍이 허리를 90도로 꺾자 신용수는 머리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았다.
   "aofl."
   신용수가 눈으로 옆쪽 의자를 가리켜 보이고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과연 듣던 대로군. 너한린 주먹이나 칼이 통하지가 않겠다. "
   신용수는 횐 머리가 반쯤 섞인 머리에 피부는 윤기가 흘렀지만 검었다.

   횐 창이 많아 보이는 쌍꺼풀 진 커다란 두 눈이 똑바로 주대흥을 쏘아보았다.
   "참으로 무모한 짓이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혀지만 오 갈 수는 없지 ."
   그리고는 주대홍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 있는 흥득준과 사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사건이 잠잠해지면 내 주변에 있도록 하고 싶어. 알아듣겠나?"
   "fl "
   흥득준이 깊게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횐 얼굴의 사내가 헛기침을 했다.
   "대단한 사내군요. 눈빛을 보면 싸움의 달인이라는 것도'알 수가 있습니다. "
   일본말이었으므로 놀란 주대흥이 눈을 정벅이며 세 사내를 둘러보았다.

그는 일본어를 전혀 몰랐다.
   "대흥이,넌 오늘 이 사람을 따라 부산으로 가라."
   신용수가 턱으로 기무라를 가리켜 보이면서 말했다.
   "부산에 가면 조성 표라는 사람이 있다.

 부산 시의원이고 사업체를 여겆 가진 기업가야.가서 그 사람을 도와 줘라."
   여전히 눈을 끔벅이고 있는 주대홍에게 그가 말을 계속했다.
   "물론 행동은 여기 있는 기무라 씨와 같이 한다. "
   "이 사람, 일본 사람입니까?"
   주대홍이 묻자 신용수는 머리를 저었다.
   "재일 동포야. 하지만 한국말을 모른다. "
   "전 일본말을 」:릅니다. "
   "그건 걱정할 것 없다. 해결이 될테니까."
   "가서 어떤 일을 합니까?"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
   "널 잡으려고 양승일이 눈에 불을 켜고 있어.

더구나 네가 우리하고 같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곧장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
   "내가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너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기억해 둬라. 앞뒤가 이해가 가나?"
   "애, 회장님."
   "당분간이다. 잠잠해지면 올라오게 할 것이다.

기무라 씨가 올라 왔길래 네 티야기를 했더니 마침 잘 되었다는 거야.

조성표 사장이 너 같은 독불장군 한 놈한테 당하고 있다는 거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난 놈인데, 그놈을 잡는 데 너를 쓰겠다는 것이다. "
   그러면서 신용수가 횐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우연인지 어천지, 이에는 이로, 승냥이는 승냥이끼리 싸움을 붙이자는 거지."
   "일석이조다. 넌 너대로 피신처를 가져서 좋고 나는 조성표에게 생색을 내어서 좋다.

 그렇지, 또 있군."
   신용수가 턱으로 석상처럼 앉아 있는 기무라를 가리켰다.
   "여기 기무라 씨는 나와 조성표 양쪽에 처음으로 다리 역할을 하게 되었어. 너 때문에 말이다. "
   주대흥을 만나고 난 신용수가 2충의 사무실에 내려와 평소에 즐기던 녹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녀 흥득준이 들어섰다.
   "회장님, 방금 전참수로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만."
   그는 신용수의 앞에 와 섰다.
   "우길만이 집 주변에 경호원들이 없습니다.

삼성동 본가는 물론이고 대치동 세컨드 집에도 말입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이맛살을 찌푸린 신용수가 녹차잔을 내려놓았다.
   "경호원이 있거나 말거나 무즌 상관이이?

이제 주대흥이는 더이상 그 지랄을 하지 않을탠데."
   "양 회장은 말할 것도 없고 김양호, 박철규, 최기대. 하다못해 동원 그룹 계열의

 월급쟁이 간부들한테도 아직 경호가붙여져 있다는 겁니다. "
     "우길만의 주변만 무방비 상태로 열려져 있는 겁니다, 회장님."
     "함정을 판 것인가? 아마 그렇겠지.

눈에 띄지 않게 어디 숨어 있다가 주대흥이가 나타나면 잡으려고.

그렇지, 휴지를 마대에 넣어 잔뜩 약을 올렸으니 까 말이야."
     "그런데 전창수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함정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군요."
     "상관없어, 못 찾아도."
    신용수가 그제야 턱으로 앞자리를 가리켜 보이자 흥득준이 엉덩이를 걸쳤다.
    "주대홍이의 서울 게임은 끝났어. 양승일이 혼자서 달밤에 체조하라고 해. "
    "우길만이는 김양호와 함께 양 회장의 양쪽 팔 노룻을 해왔습니다.

대외 관계는 김양호가 맡았고 조직의 내부 관리는 우길만이 맡았는데 . "
   "이번 일로 체면이 깎였겠군."
   "체면 정도가 아님나다, 회장님. 양 회장의 신임이 떨어졌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
   "그것이 내가 주대홍이를 귀여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야."
   그러면서 신용수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노상 첫다리 짚는 꼴이 우습기도 하구만. 주대홍이는 부산에서 뛰놀고 있을텐데

저쪽은 열심히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꼬락서니가 말이야."
   방문을 열고 들어션 양숭일이 웃음 띤 얼굴로 이동천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검사, 바쁘실텐데 시간을 내주어서 고맙습니다. "
   "아닙니다, 회장님. 초대해 주석서 영광입니다. "
   이동천 옆에 선 양음경의 얼굴도 밝았다. 그들이 원탁에 둘러앉자
지배인이 다가왔다. 중국 식당 대명은 정 ·재계의 거물들이 출입하는
곳으로 소문이 났는데 이동천은 처음이었다.
   주문을 받은 지배인이 방을 나가자 밀실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방음 장치가 잘 되어 있어서 바깥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 대신 방안 사람들의

조그만 소리까지 모두 들렸다.

이 호화롭고 폐쇄된 방에서 정치인들과 재계의 거물들이 밀담을 나누었을 것이다.
   이윽고 양숭일이 입을 열었다.
   "내가 유경이의 남자 친구를 정식으로 만나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오."
   그의 말소리는 부드러웠다.
   "난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저놈의 생활에 간섭을 했지요."
   양유경이 밉술 끝으로 가볍게 웃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 일을 거들고 이어 가야 할 놈으로 생각했으니까.

자연히 저놈와 남편감을 떠을리지 않을 수가 없었소."
   "믿을 것은 가족밖에 없다고 팽각했지.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소."  

   "자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텐데 요.

   또는 믿고 있던 가쪽이 말입니다. "
    이동천이 3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의 그룻은 저마다 다르고 야망도 각각입니다.

 그릇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리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줍니다. "
    그러자 양승일이 입을 벌리고 소리없이 웃었다.

번들거렸던 눈이 거의 감겨지자 전혀 다른 사람같이 보였다.

시을 농부같이 소박한 인상이 된 것이다.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 맞는 말이오."
    방문이 열리고 종업원들이 음식을 가져 왔으므로 그들은 이야기를 잠시 멈추었다.

해산물 중심의 요리였는데 대화에 방해를 받지 않으려는 듯

양숭일이 한꺼번에 들여 오도록 지시한 것이다.

종업원들이 나가자 그들은 잠자코 식사를 했다.
    양유경의 오늘 저녁 태도는 여느 매와 전혀 달랐다.

그녀는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뿐 전의 당당하게 까지 보였던 분위기는 간곳이 없다.
   "이 검사에게 참고로 내 국가관을 말해 드리겠소."
   쎌던 것을 삼진 양승일이 말했다.

"첫로 난 반공주의자요. 공산주의자를 철저하제 배척하는 사람이란 말이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어깨를 폈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국시는 반공이오.

요즘은 사회의 모든 곳에 공산당 프락치가 심어져 있지만

아직까지는 감히 그것을 고치자는 놈은 없습니다. "
    "만일 그런 놈이 나타난다면,물론 요리조리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게 빠져 나가면서 농간을 부리겠지만 그뻔 내가 나서서 놈을 처단 할 If요."
    이동천이 머리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이제 자신의 본색을,
털어놓는 것같이 보였기 문이다. 처란한다는 표현은 기업가가 쓰는 말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국경 없는 경제권들의 경제 전쟁 시대에 살고 있소.
이 검사도 잘 알고 있다시피 일본, 러시아의 조직들이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국으로

침투해 오고 있어요."
    "지금의 밤의 세계는 조선 말기의 상황과 비슷하단 말이오.

어설픈 무력으로 쇄국을 하느냐, 받아들여서 그들을 이용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소."
    양숭일이 엽차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일본의 기업은 이제 첨병으로 밤의 조직을 활용하고 있어요.

이것은 비공식적이지만 그들은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을 상패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소?"
   이동천이 잠자코 있자 양승일이 결론지어 말했다.
   "이쪽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그들을 상대해야 하는 거요.

그래야 늦지 않습니다. "
   "늦지 않다니요?"
   이동천이 입을 열었다.

   "얼마든지 그들을 적발해낼 힘을 우리 정부는 가지고 있습니다, 회장님."
   "낮이 있으면 밤이 있듯치 조직 세계가 없는 시대가 없었고 없는 사회가 없어요.

  이 검사, 우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해 가야 한단 말이오."
   "며칠 전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 조그만 예라고 봐도 되73지
마피아 조직원 한 놈이 휘두르는 총에 부산의 거대한 조직이 혼들렸소.

이 검사도 신문을 보았겠지만."
      "총과 기관총, 그리고 첨단 장비로.무장한 놈들이오,

그들은. 우리는 아직도 야구 배트와 회칼로 뛰는데."
     "아버지 "
     양유경이 부르자 그들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잊고 있었던 표정들이었다.
     "이제 다른 애기 해요. 그런 얘기말고."
     그러자 양충일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난 너애게 처음 외박을 허락한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
     그러자 양유경희 얼굴이 금방 새빨개졌다.

양승일의 시선이 이동천에게로 옮겨졌다.
     "이 검사의 그런 행동은 예상 밖이었지만 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거요.

그리고 내가 먼저 가슴을 열어 보이자고 작정을 했어.

그래서 오늘 이렇게 만난 것이고."
   "말씀 고맙습니다. "
   앉은 채로 이동천이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유경 씨와 같이 있었던 것은 결코 하룻밤의 유희는 아닙니다. "
   "자세는 반골이야. 그리고 경솔한 사내도 아니고."
   양숭일이 이제 말을 놓았다.
   "30년이 넘도록 사내들만 상대해 온 나야.난 남자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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