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재물
"난 부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소."
"당신도 아시다시피 아이즈 고데츠는 나하고 손을 잡은 후에
영도와 해운대에 두 개의 호텔을 짓는 중이고 유흥업체와 여행사 등
다섯 개의 사업체를 차릴 수 있었습니다. "
"호텔 설려 인가에서부터 등록, 면허, 허가, 승인, 모든 걸 내가 맡았지요.
한국에서는 공장을 하나 짓는 데도 도장을 천번이나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요?
세계에서 도장업이 제일 발달한 나라가 한국이오.
아무도 나와 손잡지 않고는 부산에 진출할 수가 없습니다. "
우에다가 굳은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요즘 러시아 마피아가 그래서 고생하고 있군요.
그 배장근이란 자가 말입니다. "
"어TE든 우리에겐 좋은 소식입니다.
곧장 보스에게 연락을 하지요.
부산에서 우리와도 동업 관계를 맺고 싶다는 말씀 아닙니까?"
"그렇소.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
"우리는 곧 서울로 진출할 거요."
"서울이라."
우에다가 눈을 꿈백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서울의 기존 세력이 가만히 있을까요?신 회장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양 회장이 ."
"그 양 회장을 맡아주시오."
"맡아 달라니, 어떻게 말입니까?"
"야마구치조와 양 회장이 동업 관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야아구치조에서 그를 눌러 주시오."
"신 회장은 아이즈 고데츠 쪽에서 다독거려 줄 거요. 그들에게 손해 갈 것이 없으니까, "
"위험한 생각이신데."
"하지만 당신들에게는 유리한 제안이지,
한국 조직들의 세력이 서로 비등해져 있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그래야 그 동안에 이쪽 저쪽을 이용해서 기반을 닦을 수가 있을 갓 아뇨?"
"그런가요?"
"당신들은 낮 세계의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을 탐탁피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밤의 한국 조직도 통일되는 걸 원치 않고 있소;"
그러면서 조성표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물론 나도 그런 것 상관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오, 지금까지는.
그 시간, 렛발이 굵어지기 시작하는 해안 도로를 승용차 한 대가
횐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가고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검푸른 바다가 비안개에 싸여 출렁였고 왼쪽은 드문드문 세워진 건물들이
비에 젖어 있는 한적한 길이었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라."
뒷좌석에 앉은 사내의 말에 차는 더욱 속력을 내었다.
국산대형 승용차는 비에 젖어 번들거리는 포장 도로를 맹렬한 속도로 달려 나갔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뿌려지고 있었다.
"다 왔습니다, 형님."
조수석에 앉은 사태가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와이퍼 사이로 회색 건물이 보였다.
승용차는 이제 해변을 뒤로하고 샛길을 달라가는 중이었다.
앞쪽의 회색 건물 윗부분에 국제 모텔이라고 씌어진 붉은색 간판이 보였다.
손바닥만한 모텔 로비를 지나 박철규는 곧장 오른쪽 커피숍으로 들어샀다.
커피숍은 열 평도 안되었는데 아직 휴가철이 아니어서 손님이라고는
이쪽을 바라보고 앉은 이동천 한 사람뿐이었다.
"비행기가 늦게 도착해서 30분이나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박철규가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갑자기 웬일입니까?"
그렇게 묻는 이동천의 이맛살이 찌푸려져 있었다. 부산 위쪽의 해
안 도로 가에서 만나자고만 했지 박철규는 이유를 말해 주지 않았다.
앞자리에 알을 박철규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이제부터 검사님의 수족입니다. 회장님의 지시로 모시게 되
었습니다만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동천이 잠자코 있자 그가 말을 이었다.
"회장님은 검사님이 활동하시는 데 여러가지 위험이 따를 것이라
고 말씀하셨습니다. "
"회장님의 뜻은 고맙지만 나는 관직에 있는 사람이오. 박 형과 함
께 있을 수가 없는데 ,"
"그래서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서 뵙자고 한 것입니다. "
박철규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검사님째 폐를 끼치지 알겠습니다. 백 형사에게도 우리를 노출A,1키지 않겠습니다. "
"백 형사를 알고 있는 모양이군."
"서울에 있을 때 우릴 밤낮으로 쫓아다닌 사람이라 제 부하들 대부분이 알고 있습니다. "
그러자 이번에는 이동천이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
"엊그제 다대포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말씀입니다. "
박철규가 다시 정색을 했다.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여자 종업원이 다가와 커피 주문을 받고
돌아갔으므로 박철규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횟집 남강의 주인 한윤호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습니다.
그자는 일명 송한섭이라고 불리는 마약계 대부의 하수인이지요."
"마약은 대부분 서울에서 판매되고 소비됩니다.
따라서 수십 명의 판매책들이 있지요.
요즘 판매책들 사이에 일본에서 순도 백 퍼센트의 헤로인이 건너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
"송한섭은 절대로 마약을 들여오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위험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표면에 나타나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이제까지 들여온 마약만 처리했단 말인가?"
어느덧 이동천도 이야기에 빠져 들어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번도 검경에게 증거를 잡혀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까지 걸려 든 것은 마약을 들여온 놈들과 중간 판매책들, 그리고 소비자들이었지요."
"그 한윤호가 송한섭의 하수인이란 말이오?"
"예, 검사님. 서울의 판매 책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죽은 전차섭이 마약을 들여온 자였군."
"예. 그리고 마약이 없어졌다는 소문이 난 걸 보면 배장근이 그것
을 탈취해 간 것이 틀림없습니다. "
"전차섭이는 조성표에게 보호세를 바치는 입장인데."
이동천이 박철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일도 조성표와 배장근의 싸움인지도 모르겠군 "
박철규가 날카로운 눈꼬리를 내리면서 웃었다.
"정보전입니다, 검사님. 저도 오늘부터 애들을 부산 바닥에 모두
풀어 놓을 생각입니다. "
"그렇게 해주시오."
이동천이 결심한 듯 말했다.
"이왕 시작한 일이니 끌려다닐 수만은 없어. 잘 와주었소."
배장근이 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앞쪽에 서 있던 서동팔과 김억수
가 주춤거리며 다가왔다.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다.
"오랜만입니다,두 분, "
배장근이 내민 손을 그들은 공손히 잡았다가 놓는다. 전에 한두
차례 얼굴을 익힌 사이였는데 그때는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역을 한답시고 서류를 들고 다니는 배장근을 어린애 취급 하였던
것이다.
창고의 천장에서 텟물이 호스로 뿜어내는 것처럼 쏟아지는 바람에
바닥에는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함석으로 만든 천장 이곳 저곳이
270 밤의 대통령 제길』 -I
찢겨져 나가 흐린 하늘이 보였다.
배장근이 녹이 빨갛게 슨트랙터의 발 디범쇠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자 서동팔과 김억수가 제각기 나무 상자 위에 따라 앉았다. 함석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요란했고 그들의 어깨와 머리에 빗방울이
뿌려졌다.
"내가 두 분을 부른 이유를 대충 짐작하시리라고 보는데."
배장근이 그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이제 부산에서 제법 크게 일을 하시는 분은 두 분이지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세 분이었지만, "
"전차섭이는 두 번을 배신했지요. 처음엔 조성표를, 다음이 나였
소. 세 번째 배신하기 전에 내가 머리에 야구공이 들어갈 만한 구멍
을 내주었지."
"난 당신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소."
그 순간 창고의 열려진 문으로 두 명의 사내가 들어와 벽을 등지
고 섰다. 그들이 두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것은 기다란 소총이다. 반월
형으로 구부러진 검은 탄창이 두드러진 A또소총이었다.
"조성표와 관계를 끊으라는 것이 아니오.1놈과는 예전과 같이
거래를 하시오. 해양 경찰이나 단속반에 있는 그놈의 끈들을 이용해
야만 할테니까."
"그렇다면 우리한테 원하는 건 핍니까?"
서동팔이 물었다. 그는 택시 회사 사장으로 50대 중반의 비쩍 마
른 사내였다.
"당신한테도 보호세를 내라는 겁니까?"
"아니 . 천만에."
웃음 떤 얼굴로 배장근이 머리를 저었다.
"내 물건을 처리해 달라는 거지. 오히려 내가 이윤을 듬뿍 떼어 주
겠소."
"어떤 물건입니까?"
이제까지 굳어진 얼굴로 꼼짝 않고 있던 김억수가 입을 열었다.
40대의 그는 자동차 대리점 사장이다. 모두 내로라 하는 직업을 가진
밀수 조직의 보스들인 것이다.
배장근이 다시 웃었다.
"러시아에서 들여 오는 보석, 금, 필요하다면 석유와 원목까지, 물
건은 얼마든지 있소."
그는 턱을 들어 문 앞에 선 사내들을 가리켰다.
"모두 특둥사수들이오. 저건 망원렌즈가 부착된 칼라시니코프 소
총인데 우린 기관총에 미사일까지 갖추고 있지."
"내가 이런 제안을 서슴없이 하는 것은 내 제안이 당신들에게 하
등 손해될 게 없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어서이고,둘째는 저런 내 부
하들이 있기 때문이지."
"배신한다면 미사일 한 방으로 당신들 가족을 몰살시켜서 뼈도 못
찾게 할 거요. 알겠소?"
"이미 내가 말을 꺼낸 이상 나하고 거래를 할 수밖에 없소. 당신들
272 밤의 대통령 제살』 -I
#.츠
은 거절할 수가 없어. 알마들었소?"
"압니다. "
서동팔이 입을 열었고 배장근의 시선이 김억수에게로 옮겨지자 그
도 머리를 끄덕였다.
"합시다. 하지만 계산은 분명히 해주시오. 동업하는 입장이니까
말이오."
"당연하지요."
배장근이 머리를 』1덕였다.
"물건이 오기 전에 미리 가격을 절충합시다. 당신들은 아마 이제
까지 만지지도 못한 물건들과 돈을 만지게 될 거요."
이제 서동괄과 김억수의 얼굴에도 긴장이 풀렸다. 빗방울에 온몸
이 길었지만 =I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배장근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의 계약 기념으로 며칠 안에 놀이를 한번 보여 주겠소. 그렇
지, 중국의 불꽃놀이 같은 놀이 말이오."
"놈들은 지난번에 바다에 외 있는 배에서 사격해 왔습니다"
기무라가 탁자 위에 펼쳐 놓은 지도 위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부
산시와 부근을 확대한 지도여서 좁은 골목길도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짚은 곳은 다대포 앞바다였다.
"여간내기가 아니오. 머리가 좋은 놈입니다. "
"놈을 잡아서 회를 칠 거여."
주대홍이 지도에서 눈을 어 머리를 들었다.
통역이 어떻게 전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무라는 머리를 」1덕
제물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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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곧 그럴 기회가 올 거요. 놈은 아직 마약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으
니까,"
"멍청한 놈들이 아직도 못 찾아됐단 말이여?"
주대홍이 눈을 부릅떴다가 이내 머리를 돌렸다. 며칠 사이에 그의
얼굴은 깎지 않은 수염과 더욱 붉고 커진 눈망울로 무시무시한 형상
이 되어 있었다. 아파트 이곳 저곳에 수없이 굴고 있는 빈 소주병
에다 치우지 알은 옷가지가 분위기를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기무라가 통역과 함께 찾아와 있었으므로 해장술
도 마시지 못하고 있다.
"천 실장이 이야기해 주었는지 모르겠는데 "
기무라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부산 지검으로 내려온 이동천이라는 검사가 있어요. 그자
가 사건을 맡게 되었습니다. "
"그게 어쨌단 말이여?"
주대흥이 퉁명스렴게 물었다.
"검사가 사건 맡지 공사 맡나?"
"이동천은 양승일의 사위가 될 놈이오."
"조 사장이 긴장하고 있어요. 놈이 내려온 목적은 첫째 우리들을
견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를 잡는 것이겠구만, 장인 영감의 명령으로."
"그것도 그렇지만 부산에는 러시아 마피아가 소란을 일으키고도
있으니까."
274 밤의 대통령 제갈1-I
· .-준턴
"그래서 조심하라고 전해 주려고 온 거요. 이동천은 고집이 세고
끈기가 있는 놈이라고 알려져 있소."
"그걸 딱 그치게 해주지, 모가지 뼉다구를 분질러서."
"당분간 출입을 삼가해 주시오. 일이 있으면 부하들을 시키고. 애
들 세 명을 항상 대기시켜 두겠소."
주대홍이 혀를 차면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배장근이를 언지 찾을 거여?"
"그놈도 당신만큼 이를 갈고 있을 거요. 당신이 부하 두 명을 죽였
으니까 "
기무라가 창백한 얼굴을 찌푸리며 웃었다.
"당신들 둘이는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어 그러니 서두르지 마."
저녁때가 피었을 때 주대홍은 저고리를 걸치고 아파트를 나왔다.
며칠 만의 외출이어서 그런지 저녁의 신선한 공기를 들여마시자 정
신이 났다.
며칠 동안 계속되던 장마비는 오후부터 그쳐서 대기는 싱그러운
땅 냄새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비록 습기가 조금 섞였지만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오고 있어서 행인들의 발걸음도 가볍게 보였다.
아파트 앞의 택시 정류장에 선 그는 빈 택시가 다가오자 뒤를 돌
아보았다.
"어서 TIflf."
그러자 뒤쪽에 서 있던 두 사내가 당황한 듯 얼굴을 마주보았다.
기무라의 부하들로 그의 경호를 맡고 있는 자들이다 그가 뒷좌석에
제물 215
오르자 사내들은 그의 옆과 앞자리에 나누어 탔다.
"남포동으로 갑시다. "
그가 운전사에게 행선지를 말하자 옆자리의 사내가 그를 바라보았
다. 30대의 직장인처럼 단정한옷차림에 골격이 가는 사내였다.
"형님, 어디 가십니까?가시는 데를 말씀해 주시면 제가 미리 ."
"집어쳐, 인마."
주대흥이 한마디로 그의 말을 잘랐다.
"나도 어디 갈지 모른다. "
"술 먹고 오입허러 가는 거여, 이 시키야."
사내들이 잠자코 있었으므로 주대흥도 의자에 둥을 기대었다.
남포동 입구에 이르자 택시에서 내린 그들은 번화한 거리의 인파
속으로 컴쓸려 들어갔다. 주대흥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지도 발걸
음을 멈칫거리지도 않았다.
사람들을 혜처며 곧장 걸어가던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서진이라
고 영문으로 네온 간판을 붙인 룸살롱이었다. 제법 규모가 큰 곳이어
서 현관 앞까지 붉은색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나비 넥타이를 맨 서너
명의 사내들이 문 옆에서 =I들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서진이라, 이름이 좋다. "
그가 뒤에 선 사내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가 서울의 서진 호텔 일식부 방 과장이었다는 사실을 말할 필요까
지는 없었다.
주대흥이 현관으로 다가가자 나비 넥타이의 사내들이 일제히 허리
를 숙였다.
276 밤의 대통령 제4!」 - I
' __ _-』즈
"어서 오십시오."
룸살롱은 지하 1층께 있었다. 양탄자가 깔린 계단을 내려가는데
찬에서 나비넥타이를 맨 40대의 사래가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우린 세 명이야."
"아닙니다, 형님. 저희들은‥‥‥‥
뒤를 따르던 부하가 입을 열었다가 주대흥이 눈을 치켜 뜨자 입을
닫았다. 그들은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방에 들어가 앉았다.
"자아, 술, 여자," .
주대흥이 소리치듯 말했다.
"나는 여자 두 명을 데려와. 하나는 고덕균의 몫이여. 그러고 술은
니가 좋아허는 술로 우선 열 병을 가져와라."
"olr . "
지배인이 황당한 모양으로 우선 머리부터 숙여 보이고는 물었다.
"저어, 안주는?"
"이런 씨발놈이"
주대홍은 주머니를 뒤져 한 움큼의 10만원긴 수표를 내던졌다. 수
표가 어지럽게 방안을 뒤덮으며 떨어져 내렸다.
"니 마음대로 가져와, 이 시키야."
지배인의 시선체 퍼뜩 빛이 났으나 곧 다시 머리를 숙였다.
"예, 시』님 ."
"돈을 집어라."
주대흥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어서 집어, 이 시키야."
제물 277
린t -.,
"예 , 시징검 ."
지배인이 수표를 집는 동안 방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복도에
서 여자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가 그것도 곧 사라졌다. 이윽고 허리
를 편 지배인이 한 움큼의 수표를 두 손으로 쥐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곧 준비하겠습니다. "
그러나 주대흥이 시선도 주지 않았으므로 그는 몸을 돌렸다.
그 시간에 이동천은 숙소로 정해 놓은 해운대의 아파트로 향하는
택시 안에 앉아 있었다. 귀에 댄 핸드폰을 고쳐 쥔 그는 힐끗 운전사
를 바라보았다.
"말해요, 박 형. 난 지금 택시 안에 있으니까."
그러자 박철규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저는 지금 주대흥이 들어간 룸살롱 근처에 있습니다. "
"아니, 그렇다면."
퍼뜩 시선을 든 이동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떻게 찾은 거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합니다, 검사님 "
복잡하다고는 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활기가 느껴졌다.
"조성표가 놈을 제물로 바친 것이지요. 조성표는 야마구치조의 우
에다 산자에몬을 만나 해명을 했다는 겁니다. "
"아이즈 고데츠와 손을 잡은 것은 단순히 사업 관계뿐으로 구속받
지는 않는다고 했답니다. "
"나쁜 놈, 배신하는군."
278 밤의 대통령 제4부 - I
"그렇습니다. 놈은 아이즈 고데츠나 신 회장이 자신의 서울 진출
에 비협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그리고 진출해 온다고 하더
라도 우리와 야마구치조의 견제를 당해낼 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양다리를 걸친 것이지요. 주대홍이를 제물로 바치고 말입
니다. "
"그자는 지금 술을 마시고 있소?"
"예, 검사님. 10분쯤 전에 부하 두 놈하고 들어갔으니 시간이 즘
걸리겠군요."
"거기 위치를 자세히 말해 봐요."
그러면서 이동천이 운전사의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쳤다.
"기사 양반, 차를 돌립시다. "
그가 남포동의 서진 룸살롱 근처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이 지난 후였다. 담배 가게 앞에 서 있던 밖철규가 사람들을 헤치며
다가왔다.
"아직 나을 시간이 안됐습니다, 검사님."
박철규가 모난 얼굴의 표정을 풀면서 말했다.
"식사를 아직 안하했을덴데 저기 국밥집이 있는데요."
"박 형은 했소?"
"검사님이 오신다고 해서 저도 아직입니다. "
밤 따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서진 룸살롱은 음식점에서 50미터도
떨어지지 않았고 그 주변에는 박철규의 부하들이 깔려 있을 터였다.
그들은 국밥집에 들어가 순대국을 시켰다.
"아이즈 고데츠는 야마구치조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요. 자금이나
제물 279
조직 면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반찬을 씹어 삼킨 박철규가 말을 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인데, 정부 차원의 로비가 없습니다. 야마구치조
는 일본 정치인들을 움직여 한국정치계 거물들에게 로비를 해주거
든요. "
"약삭빠른 조성표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지요. 일단은 아이즈 고
데츠의 자금을 이용해서 제 실속도 차렸지만 길게 갈 상대가 아니라
고 생각했을 겁니다. "
국밥의 밥알이 너무 불어 있어서 이동천은 국물만을 삼키고 수저
를 내려놓았다. 국밥집은 젊은 남녀들이 내는 소음으로 옆사람의 말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주대홍이는 그런 상황인데도 술을 퍼마시러 돌아다니 다니, 어이
없는 놈이로군."
이동천의 말에 박철규가 입술을 구부려 웃었다.
"무모한 놈이지요. 곧 보시게 되겠지만 멧돼지 같은 놈입니다. 놈
이 20년 전에만 태어났어도 서울 바닥의 한쪽은 쥐었을 겁니다. 그
때는 주먹만으로도 가능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도 서울에서 놈에게 허점을 찔렸지요. 너무 자만했던
것 같습니다. "
"박 형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오?"
문득 이동천이 묻자 박철규가 눈을 껌벅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도 이제는 수저를 내려놓고 있었다.
280 밤의 대통령 제샬t - I
..료
"우리의 미래라고 하졌숱니까?"
"그렇소."
"검사님도 우리에 포함시켜서 말씀하시는군요."
"물론이오.난 양 회장의 후계자로 이젠 마음을 굳혔소."
"제 미래는 없습니다, 검사님."
박철규가 똑바로 이동천을 바라보았다.
"검사님의 미래가 재 미래입니다. 저는 지시'받은 대로만 움직일
겁니. 양 회장님으로부터 그렇게 가르침을 받았지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저에게도 편합니다. 앞으로 저를 그렇
게 부려 주십시오."
"인자 그만."
빈 술병을 내려놓은 주대홍이 허리를 펴고 좌우를 둘러보자 주위
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기무라의 부하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고 옆
의 여자들도 ·마찬가지였으므로 주대홍만 마신 셈이 되었다.
"인자 되었어 . 그만 나가자."
주대홍이 양쪽에 앉은 여자들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옷 갈어 입고 와,둘 다. "
"둘 다요?"
한쪽에 앉은 짧은 머리가 물었다가 주대흥이 잠자코 노려보자 얼
른 자리예서 일어섰다. 여자들이 방을 나가자 왼쪽에 앉은 김건이 그
를 바라보았다. 단정한 옷차림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눈빛도
맑다.
제물 281
료-. . #· .4-,』 .-
"형님, 제가 연락을 해두었습니다. 모시러 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
다리시면 "
"어디에다 연락을 했단 말이여?"
양주를 일옵 병이나 마셨으므로 어지간히 취기가 돈 주대홍이 그
를 쏘아보았다.
"필요없어. 나가자. 너회들도 한탕 뛰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방문이 열리더니 지배인이
들어섰다. 그의 뒤를 따라 서너 명의 사내들이 들어섰는데 종업원 복
장들이 아니다.
"뭐여?왜 기집애들은 안 오고."
주대홍이 소리쳐 묻자 지배인이 빙그레 웃었다. 긴 얼굴에다가 웃
으면서 드러난 치아까지도 길었으므로 꼭 말이 웃는 모습 같았다.
"부산바닥에서 노는 놈이라면 내가 모르는 상판이 없는데 너희들
세 놈은 처음 보는 화상이야."
그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래서 너희들이 술 퍼먹는 동안 노는 애들에게 종업원 읏을 입
혀 들여보냈었지. 모두 네놈들은 처음이라는 거야."
그러자 김건이 입을 열려고 하는 것을 주대홍이 손을 들어 막았
다.
"아자뛰, 그러면 우리들을 어절라고 허쇼?처음이라먼 말요.#
"내가 이 생활 20년에 오늘같이 열통이 터지는 날은 처음이다. 이
새끼, 내 얼굴에 돈을 던져?"
그가 눈을 치켜 떴다.
"윅여 버리기 전에 어서 무릎을 꿇어, 이 새끼야. 그러고 잘못했다
282 밤의 대통령 제4력 - I
·:'4.:')- ,;류.F
고 빌어라."
"허어 ."
주대흥이 입을 쩍 벌리고는 김건과 다른 부하의 얼굴을 둘러보았
다. 김건은 그의 눈이 활기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기무라가 부하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선 것은 그로부터 10분쯤 후
였다.
잔뜩 언짢은 표정으로 방안을 둘러보던 그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는 몸을 굳혔다. 대여섯 명의 사태들이 한쪽 구석에 포개지듯 쌓여
있었는데 그쪽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앞애 뭔잠을 지고 서
있던 주대홍이 머리만 돌려 그를 바라보더니 싱긋 웃었다. 그의 옆에
있던 김건과 다른 한 명의 부하가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어떻게 된 거이f"
기무라가 김건에게 소리쳐 물었다. 그러나 시선은 쌓여진 사내들
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김건이 빠른 일본어로 그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주대홍이 한 사내의 목덜미를 잡아 밑 쪽애서 끌어내었다. 어
디를 다쳤는지 사내가 죽는 소리를 내었다.
"내가 너한티서 기념품 한 개만 가져가야겄다. "
엎드려 있는 사내에게로 몸을 숙인 주대홍이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기무라는 주대흥이 허리 근처에서 회게 번쩍이는 회칼을
빼내는 것을 보았다. 미처 기무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래흥은 지배
인의 한쪽 귀를 잡고는 송두리4 베어내었다.
귀가 섬뜩한 것을 느긴 지배인이 머리를 들고 주대홍을 올려다보
았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이 자신의 귀라는 사실을 알아차
린 것은 5초쯤 지나서였다.
제물 283
그재사야 그는 방안이 떠나갈 듯한 비명을 질렀다가 주대흥이 한
발 다가서자 덥석 입을 다물고는 숨을 죽였다.
"기무라까지 들어가다니 오늘은 여우굴만 잘 지키면 소득이 대단
하겠습니다. "
박철규가 생기 있게 말한다.
1들은 서진에서 3enl터쯤 떨어진 24시간 매장 안에 들어가 유리
창 밖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기무라가 랴려온 사내 중에서 세 명이
현관 앞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대여섯 명은 기무라
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으므로 열 명 가까운 사내들이 온 것이다.
"이곳이 장소가 좋습니다. 행인들이 많아서 피아를 구분할 수 없
는 데다눈 길뉵 사방으로 뚫라 있지 않습니까?"
박철규가 낮게 말하는 사이에도 부하들이 창 밖을 지나면서 이쪽
과 눈을 맞추었다. 이동천이 보기에도 훈련이 잘된 사내들이었고 숫
자도 열 명이 넘었다. 그리곤 그 중 서너 명은 총기를 휴대하고 있어
서 기습은 성공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아, 저기 나옵니다. "
박철규가 낮게 소리쳤지만 이동천은 이미 서진의 현관을 나오는
사내들을 보았다. 기무라의 분하들이 빠른 걸음으로 나온 다음 기무
라와 주대흥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진으로만 보아 왔던 =1들이었다. 기무라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횐 피부와 윤곽이 뚜렷한 용모의 사내였다-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
를 훌어보았는태 섬뜩했다.
주대홍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그의 옆에 서 있었다. 기무라보다 머
304 밤의 대통령 재4력-I
·끝'
리통 하나만큼 키가 컸고 어깨의 폭도 두 배 정도가 되어서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거인이었다. 부리부리한 눈과 굵은 주먹코, 그리고
심통이 난 듯 부풀려 있는 굵고 넓은 입술은 도무지 호감이 가는 인
상은 아니다.
박철규가 머리를 돌려 이동천을 바라보았다.
"시작할까요?"
주대홍에게서 시선을 뗀 이동천이 머리를 저었다.
"오늘은 그냥 보냅시다. "
"집도 알아 두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끝낼 수 있을 거
요. "
"알았습니다. "
짧게 대답한 그가 매장을 나가 문 앞에 서 있던 부하에게 무언가
를 지시하자 부하는 금방 행인들 사이에 묻혔다.
박철규가 돌아와 다시 그의 옆에 섰다.
"두 패로 나누어 기무라와 주대흥 양쪽을 쫓으라고 했습니다. 이
잰 놈들은 주머니 속의 물건입니다. "
"배장근이의 행방만 찾으면 부산 지역의 정황을 한눈에 볼 수 있
겠는데."
혼자딸처럼 이동천이 말하는 순간 기무라와 주대흥이 행인들과 함
께 그들의 앞쪽을 지나갔다. 장의 서가 뒤쪽으로 몸을 가린 그들은
숨을 죽이고 그들의 옆모습과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택시에서 내린 오세미가 샛길의 입구로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인
제물 285
기척이 났다. 벽에 붙어 서 있던 김달수와 부하가 그림자처럼 나타난
것이다.
그녀를 알아본 사내가 다시 몸을 감추었은므로 주위는 짙은 적막
에 싸였다. 밤 12시가 넘은 때여서 국도를 달리는 차량의 통행도 거
의 꾼겨 있었고 상점의 불도 꺼진 지 오래였다.
차량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샛길 2킬로미터는 걸어서 30랄도
넘는 거리였다. 앞쪽에서 불어 오는 바닷바람에 머리칼이 날렸고 얼
굴 피부는 금방 끈끈해졌다. 별빛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을 그
녀는 어깨를 펴고 걸었다.
길가에 드문드문 박힌 돌멩이로 겨우 길을 분간할 수 있었지만 이
제는 무섭지 않다. 5백 미터쯤 더 가면 길가의 바위 틈에 김달수의
부하가 보초를 서고 있을 것이었다. 낮에는 시야가트여서 보초를 내
보내지 않지만 밤에는 샛길 입구와 바위 틈, 그리고 모텔 근처의 잡
목숨에 한 명씩 교대 근무를 한다.
오세미는 메고 있던 가방을 다른쪽 어깨에 고쳐 메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제는 창고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를 타고 모텔로 들
어갔지만 오늘은 배차 여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거기 누구요?"
앞에서 들리는 말 소리에 오세미는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목소리
가 낮이 익었다.
"전데요."
누구라고 이름을 밝힐 필요는 없다. 모델에서 생활하고 있는 20여
명 가운데 여자는 그녀 한 사람뿐인 것이다. 앞쪽에서 그림자가 흔들
리는 것 같더니 바짝 다가선 사람은 배장근이다. 그들은 샛길 한복판
286 밤의 대통령 제긱부 - I
즈
에서 마주보고 섰다.
"바람을 f:이러 나왔다가."
배장근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차가 시내에 나가 있어서."
"조세준을 만났어요."
그들은 아직 불빛도 보이지 않는 모텔을 향해 걸었다. 오세미가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오빠가 살해당한 후로 조직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더군
요. "
"나한테 정보를 주기로 했어요. 이틀에 한 번썩 만나서요."
"잘되었군."
경사진 길을 다 오르자 앞쪽으로 불빛이 반짝이는 모텔이 보였다.
주변에는 인가가 한 채도 없었으므로 모텔의 불빛은 유난히 눈에 띄
었다.
"쉬어 가지 않3n소?"
배장근이 머리를 돌려 3녀를 바라보았다. 샛길 옆쪽에 앉기 좋게
잡초가 깔린 평지가 있었다. 그들은 모텔을 바라보며 잡초 위에 앉았
다. 바다는 보이지 않았지만 거침없이 불어 오는 바람에서 바다 냄새
가 생생하게 맡아졌다.
"나는 조성표의 조직을 산산조각 낸 다음 흡수하겠어."
배장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밀수 조직들은 내가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그리고
우리 자금을 투자한 기업체와 유흥 업소가 여털 군데가 되었소. 그것
ie물 287
』요료그~~‥‥‥4_.뜨4‥‥‥‥그~‥‥‥‥:‥‥‥‥‥‥‥‥‥‥‥‥‥
을 기반으로 세력을 넓혀 갈 거요."
오세미는 스커트 밑의 두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 주위는 풀벌레
소리가 귀를 울릴 뿐 적막에 싸여 있었다.
"한국은 썩었어요. 아시오? 조성표 같은 놈은 정부 관리와 결탁해
서 한 달에 수십억을 걷어들이고 있어요. 돈으로 매수한 관리들이 모
두 그의 동업자가 되어 있단 말이오."
"나라고 그렇게 못되라는 법이 없어. 이왕 낮에 얼굴을 내밀고 다
닐 수 없는 이상 밤의 세계를 장악할테요."
그는 머리를 돌려 오세미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좋아하고 있어."
"당신이 떠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뛰었어."
그는 팔을 뻗어 오세미의 어깨를 안았다. 오세미가 두 손을 들어
그의 가슴에 대었으나 밀지는 않았다. 풀밭 위에 누인 오세미의 얼굴
에 곧 그의 뜨거운 숨결이 부딪쳐 왔다.
"잠깐만요."
오세미가 덮쳐 오는 그의 가슴을 밀었다.
"제가 벗을게요."
상반신을 일으킨 오세미가 스커트를 벗어 옆쪽에 놓았다. 그리고
는 재킷의 단추를 침착하게 풀어 다시 그 위에 포개 놓는다. 이제 그
녀는 브래지어와 펀티 차림이 되었는데.어둠 속이었으나 그녀의 횐
색 브래지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배장근은 서둘러 바지를 내리죠는 그녀의 상반신을 다시 안았다.
288 밤의 대통령 제식즌 - I
-표
거칠어진 숨소리가 주위에 울렸지만 거칠 것이 없다.
배장근의 입술이 부딪쳐 오자 오세미는 두 팔을 들어 그의 목을
감았다. 이어서 그외 한쪽 손이 팬티를 끌어내리자 허리를 들어 그것
을도왔다. 바람이 벌거벗은 하체를 스치고 지나는 느낌도 잠간이다.
배장근의 뜨거운 몸이 겹쳐 오자 그녀는 두 다리를 벌려 그를 맞
았다. 곧 그의 뜨거운 남성이 느껴지면서 저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
소리가 뱉어졌다.
바람이 스쳐 지나면서 풀숲에서는 맵고 비린 풀 냄새가 풍겨 왔다.
들기며 살아가는 두 사람이었지만 이곳은 별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인 데다 바람파풀벌래 소리만 들리는 황야인 것이다.
배장근의 거친 몸놀림을 받아들이는 오세미가 느끼는 감정은 회열
과 화쥬로움이었다. 억압에서 해방된 것 같은 기쁨이 그의 조그만 동
작 하나에서도 느껴졌고 그것을 그녀는 서슴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거친 숨을 플아처면서 배장근은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일 때마다 기
뽐의 탄성을 뱉어내었고 오세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다리를 어둠
속으로 휘저으며 황야에 내지르는 자신의 신음 소리가 귀에 들릴 때마
다 1녀 또한 하늘로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듯한 희열을 맛보았다.
해운대의 해장국집 안.
간밤에 마신 술이 덜 깨었는지 두 눈이 충혈된 서너 명의 사내가 말
없이 국물을 떠먹고 있을 뿐 식당 안은 한적했다. 아 9시가 지났으
니 지금 해장국집애 있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직장인이 아닐 것이다.
벽 쪽에 앉아 국물만을 대여섯 번 혀마신 백복동은 수저를 내려놓았
다. 해장을 할 만큼 위장이 찌들어 있지는 않았다. 어젯밤에는 술을 입
재물 289
.론죠
에 대지도 않았다.
"이거 보쇼. 댁은 어젯밤에 술 왜나 마신 것 같구만."
찌푸린 얼굴로 백복동이 말하자 박철규가 셉고 있던 국밥을 삼키고
는 빙그레 웃었다.
"이 집이 소문난 집이오, 맛이 "
"젠장. "
입맛을 다신 백복동이 의자에 둥을 기대었다.
"당신 나이가 몇이오?"
"왜 그러십니까?백 형사님."
박철규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동천이 박철규를 만나 보라고 했을
때 백복동은 놀라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자신과 박철규는 아동천을
낮과 밤의 세계에서 보좌하는 역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막상 박철규
의 상판을 면전에서 보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박철규가 입을 열었다.
"주대흥치의 거처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 언제든지 그놈 명줄을 딸
수 있지요."
입맛을 다신 백복동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박철규가 말을 이었다.
"놈을 없애지 않은 것은 놈이 조성표한테서 우리에게 제물로 바쳐
진 상태이기 때문이오. 그 둔한 놈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도 모릅니다. "
박철규가 우에다 산자에은과 조성 표와의 밀담 내용을 말해 주자 백
복동의 얼굴이 점점 긴장으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아이즈 고데츠는 그것을 모르고 있겠군?"
290 밤의 대통령 제』력 - I
코
Tff교
"물론이오. 조성표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거요."
"그래서 그건 일단 그대로 두고, 검사님은 배장근이를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
"그건 나도 알아,"
"난 30명을 데리고 내려왔어요. 애들을 몽땅 풀어 놓았는데 아직
놈의 종적이 잡히지 않습니다. "
"흥. "
백복동이 턱을 쳐들고 천장을 보았다. 어쨌든 수사는 그의 천직이
다. 백복동의 얼굴에 가소롭다는 표정이 역력히 떠오르자 박철규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것 보시오, 백 형사. 나도 좋아서 당신을 만나는 것이 아니오.
그러니 서로 예의는 지킵시다. "
"지킬 것도 많은데 예의까지 어떻게."
"아니, 뭐야?"
박철규가 눈을 치켜 뜨자 백복동이 헛기침을 했다.
"조성표의 심복으로 천기석이가 있고 그놈의 일급 부하로 오종갑
이가 있었어,"
"그 오종갑이가 칼에 려 죽었는데 경찰은 이제 그놈까지 배장근
이가 죽였다고 추정하고 있더구만, 아마 근래에 부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살인 사건은 모두 배장근이 몫이 될 거야."
"그래서 이쪽 저쪽에 귀를 대어 보았더니 조성표의 조직에서 오종
제물 291
갑이를 처단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더구만."
"잠간만, 그게 배장근이하고 무슨 상관이 있소?"
"내 말을 끝까지 들어."
백복동이 눈을 흘겼다.
"오종갑이가 배신을 했다는 거야. 그래서 오종갑 부하로 있던
놈들을 찾아나섰어. 심복으로 있던 두 놈을 교대로 감시했지. 어떻게
든 내막을 알아보려고."
"오종갑이와 배장근이 혹시 통하지 않았나,그래서 배신했다는 소
문이 떠돈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이 있었어. 그런데‥‥‥‥
이제 박철규는 꼼짝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는 중이다.
"어제 한 놈이 한 여자를 만났어. 오종갑 부하가 말이야. 그리고
그 여자는 오종라 동생이었어."
백복동이 주머니에서 구겨진 사진 한 장을 꺼내어 탁자 위에 내려
놓았다. 명함판 사진이었는데 끝부분이 떨어져 있는 것이 어디에서
떼어낸 모양이었다.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 사진을 잠간 실례했지, "
박철규가 사진에서 시선을 떼었다.
"오종갑 동생과 부하가 만난 것이 어쨌단 말이오?"
"난 여자를 미행했어, 어젯밤에."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댄 백복동이 분위기를 즐기려는 듯 담배를 꺼
내어 입에 물었다.
해운대 앞바다에 정박한 유람선은 남빛 바다 위에 횐 자태를 뽐내
292 밤의 대통령 제샬# - I
듯 떠 있었다. 장마가 지나가고 푸른 하늘이 더욱 높아 보이는 맑은
날씨였다.
한낮의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었으나 시원한 바닷바람에 더위가 느
껴지지 않았으므로 해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아직 해수
욕을 즐기기에는 이른 Al기였다
갑판에 서서 해변 쪽을 바라보던 안을수는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
선실에서 박종호가 나오고 있었다.
"야, 주방 냉장고에 돼지 다리가 있던데 덕배한테 고걸 삶으라고
해라."
안을수의 말에 박종호÷가 눈을 점벅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형님, 괜찮습니까?"
"병신."
안을수가 웃었다. 그는 자신을 건달이라고 불러 주는 것을 좋아하
는 서른 살 난 전과 3범이었다. 학력은 고졸로써 특별한 재능도 없고
성실하지도 못했지만 눈치가 빨랐고 악착 같은 근성의 사내였다. 폭
력 전과로 세 번 별을 달았다는 것이 그의 자랑이라면 자랑이었다.
"잔말 말고 덕배한테 가서 말해. 배가 출출하단 말이다. "
안을수가 눈을 치켜 뜨자 박종호는 다시 선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조성표가유람션에 올 일이 없고,내일도 그렇다. 유람선의 경호 책
임자로서 냉장고 안의 음식물쯤이야 얼마든지 꺼낼 수 있다는 것을
박종호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안을수는 유람선 근무 일주일째인 박종호에게 철저히 교육을 시켜
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근무자 일곱 명 전원에게 기합을 넣
을 필요가 있다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제물 293
토쑈
"여보슈, 선생님."
앞을 지나가던 어선이 속력을 줄이더니 이쪽으로 다가왔다. 2톤짜
리 밝은 어선이었고 선미에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사내 두 명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안을수가 정그린 얼굴로 짜증난 듯 물었다. 가끔가다 낙지나 생선
횟감을 팔려고 이렇게 추근대는 놈들이 있었다. 어선은 이제 바로 코
밑으로 다가와 멈추어 섰다.
"선생님, 이것 한번 잡숴 보시지 않겠습니까?"
밀짚 모자를 눌러쓴 사내가 허리를 굽혀 상자 속에서 고기를 집어
들려고 한다. 선실에 있던 부하 한 명이 밖으로 나와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마, 치아라! 안 사! 꺼져!"
"잡숴야 합니다. "
허리를 편 사내가 집어 든 것이 얼핏 분간이 가지 않았는데 그것
에서 횐 불꽃이 뿜어 나왔고 가슴에 격렬한 충격을 받는 순간그는
깨달았다. 총이다.
안을수는 선실의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의식이 끊겼다. 부하 한
명도 다른 사내가 겨누어 쏜 총에 맞아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그때 어선의 폰바닥만한 조타실에서 세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
내었다. 그리고는 익숙한 동작으로 양쪽 배를 고정시키면서 유람선
으로 뛰쳐 올라갔다.
사내들은 우선 쓰러진 두 사내를 선실 안으로 끌어다 놓고는 권총
을 겨누고 응접실과 조타실, 주방과 침실을 수색해 나아갔다.
294 밤의 대통령 제식준 - I
응접실에서 텔레비전올보고 있던 두 명의 경호원이 먼저 의자에
앉은 채로 총에 맞아 숨이 끊어졌다. 선장은 집에 볼일이 있다면서
외출했고 대신 배를 지키고 있던 항괘장은 조타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다가 총페 맞았다. 그리고 박종호와 주방장은 주방에서 돼지 다리
를 들고 있는 채로 죽었다.
마지막으로 침실에서 자고 있던 경호원을 처치하고 난 김달수는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시체들을 한곳에 모아라. 서둘러."
배의 중심 부근에 있는 응접실에 시체를 쌓아 놓고 휘발유를 배의
구석구석에까지 뿌린 다음 ]들은 배를 떠났다.
어선이 파도에 흔들리며 2킬로미터쯤 떨어진 바다 위를 달리고 있
을 때 선미에 서 있던 부하가 소리쳤다.
"불이 났숱네다. "
유람선 선실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
도 잠간, 연기는 곧 시뻘건 불꽃으로 바뀌었고 유람선 전체가 하나의
불덩이로 변했다.
"잘 탄다. "
누군가가 감탄하듯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배장근의 짓입니다. "
천기석의 조심스러운 말에 조성표는 이제 막 침몰해 가는 유람선
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람선 주위에 새까맣게 모여 있는 소방정과 경비정, 그리고 크레
인선 등도 그저 속수무책이었다.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떼는 선체가
케물 295
,모두 불덩어리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물줄기를 뿜어대는 것이 오히
려 기름을 붓는 격이어서 ,불길은 더욱 거세어졌던 것이다.
배는 선체가 큰 탓도 있었지만 끈질기게 버티며 물 위에 떠 있었
다. 조성표가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때는 화재 발생 후 한 시간
이 지난 후였지만 그때까지도 새까맣게 그을린 선체에서는 계속 불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생존자를 구출하러 배에 을
라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후 소방 헬기가 날아와 막 약품을 뿌리려는 순간 배에서 폭
발이 일어났다. 기름통이 터진 것이다. 소방 헬기는 놀라 달아났고
. 그때서야 배는 선수를 위로 쳐들고 기울기 시작했다. 폭발이 여러 차
례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에 소방정들은 멀쩍이 도망쳤다가 모여들기
를 재속 반복했고 근처의 바다 위에는 배에서 날아온 파편들이 어지
럽게 떠다니고 있었다.
해변가는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배를 타지 못한 텔레
비전 방송국· 기자들이 이리저리 뛰며 신바람을 내는 중이었다.
"주방에서 가스가 폭발한 것이라고 해."
낮은 목소리로 조성표가 말하자 옆자리에 앉안 있던 천기석은 알
아듣지 못한 듯 그에게로 똑을 뽑았다.
"예?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
"소방서에 로비를 하든지 해서 가스 폭발로 발표하게 만들란 말이
1. "
"알겠습니다. "
그제서야 천기섞은 그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외부에서 방화한 것
으로 발표되면 조직의 체면에 먹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
296 밤의 대통령 쟤411-I
쏘
도 배장근희 준동에 방계 조직들이 흔들리는 낌새가 보이는 중이다.
유람선은 선수에 불꽃을 피워 올리면서 곤두서고 있었다.
1들은 해안가에 새워 놓은 차 안에서 숨을 죽이면서 의 마지막
을 지켜보았다. 차 안애 켜놓은 라디오에서 배 안에 몇 사람이 승선
하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배는 바닷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거품이 끓어오르다가 그것마저 서서히 사라
지면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이재 소방정들에 바다 위에 빙
둘러서 있을 뿐이다.
"배에 몇 명 타고 있었지?"
바다에서 시선을 떤 조성표가 묻자 앞쪽 자리애 ·임아 있던 사내가
그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선장은 집에 있습니다. 배에 남아 있던 사람은 항해장학고 안을
수, 그리고 다섯 명입니다. "
"한 명도 배 밖으로 발출하지 못한 걸 보면 아무래도‥‥‥‥
"가스 폭발이다. "
"애, 사장님 , 가스 폭발입니다. "
조성표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천기석을 바라보았다.
"배장큰애 패한 정보를 주는 자애게 10억의 현상금을 걸어라. 물
론 이번 배 사건과는 관련짓지 말고."
기무라는 걸음을 멈추고는 상점에 진열된 마네킹을 바라보았다.
저녁 무렵이어서 오가는 행인들이 많았으므로 그는 유리벽에 바학
블어 섰다. 그의 뒤를 따르던 부하두 명도 제각기 신문 카판파 앞에,
졔물 297
퓨교· 4·%
한 명은 택시 정류장의 대열 끝에 섰는데 조금 당황한 듯 시선을 이
리저리 굴리고 있다.
기무라가 진열대에 전시된 모든 옷가지를 점검하듯 유심한 시선을
주는데 그의 옆으로 헐렁한 노타이 셔츠 차림인 대머리 사내가 다가
와 섰다. 작달막한 키여서 셔츠가 커 보였다.
"기무라 씨, 당신이 여자 옷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기무라가 머리를 돌려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쪽은 시선만
보내 올 뿐 입을 열지는 않는다. 뒤쪽에 있던 경호원들이 제각기 이
쪽으로 발을 떼었다가 기무라가 혼드는 손짓에 멈추어 섰다.
"요즘 조성표가 되는 일이 없군.안그래?서울에서 데려온주대
홍이도 골치만 색이고."
기무라가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난 한국말을 모르는데 ."
"개소리 말어. 넌 한국말을 잘해."
백복동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이봐, 난 한국의 수사관이야. 베테랑 형사란 말이다. 경찰청의 자
료는 모두 내 머리 속에 있어."
그는 손을 들어 둘째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넌 한국말에 능통하지만 통역을 데리고 다니지. 부주의하고 거만
한 한국 놈들이 네 앞에서 한국말로 비밀을 말하는 것을 들으려고 말
이야."
"당신이 이번에 서울에서 내려온 백 형사로군."
이쟤 기무라가 한국말을 했다.
"컴퓨터에 당신 자료가 없었어. 그래서 알아보지 못했으니 사과하
29fi 밤의 대통령 제4부- I
)』÷
TE어 ."
"개소리 말고 따라와.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까."
1들은 근처의 커피숍에 마주앉았다. 부하 두 명이 입구 근처의
테이블에 앉아 불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기무라와 백복동은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이동천 검사는 서울에서 밀려 났다던데, 당신도 함
께 당했군. 안됐어.주인을 잘 만나야 하는 건데."
기무라의 말에 백복동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역시 정보는 빠르구만. 한국말을 모르는 척하고 사람들 사이에
끼여 앉으면 주워듣는 게 많은 법이지."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야지. 김양호가 어떤 놈이라구. 양승일의
오른팔이야."
"개소리 말고 내 말 잘 들어."
백복동이 정색을 했다.
"네가 이번에 데려온 주대흥이는 지금 조성표의 제물이 되어 있
어. 무슨 말인지 알겠나?"
이맛살을 찌푸리며 기무라가 노려보았으나 그는 말을 계속했다.
"조성표가 우에다 산자에몬을 만났단 말이야. 놈은 우째다에게 서
울 진출을 상의했어. 양다리를 걸친 게지. 그래서 우의의 표시로 양
회장의 애를 먹인 주대홍페 대한 정보를 내놓았지, "
"내 정보원은 말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추측해라. 하지만 정보
를 주는 이유는 말해 줄 수 있지. 그건 네놈들이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되기 때문이야. 우리들의 희망은 너희들이 서로 싸워서 양쪽이 모두
제물 299
3e.3
없어지는 거야."
"아이즈 고데츠가 야마구치조하고,또 조성표가 마피아, 양승일이
신용수, 그리고 조성표가 마이즈 고데츠‥‥‥‥
"개소리는 네가 하는군."
"정보를 주는 것이니까 잘 살라봐,조성표를.설마 나한테 이런 이
야기를 들었다고 조성표에개 말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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