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4. 서울과 부산의 화염

오늘의 쉼터 2015. 1. 1. 14:43

4. 서울과 부산의 화염 

 

 

 

(1)

 

 

 

   마산과 진주 사이의 가야에 있는 조그만 식당 안이다. 밤 10시가
넘은지라 한 쌍의 노인 부부가 늦은 저녁을 먹을 뿐 식당은 비어 있
었다. 횐 머리에 주름투성이의 얼굴 모습까지 비슷한 노부부는 설렁
탕을 입에 떠넣다가 번갈아서 식당 입구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기
다리는 눈치였는데 문이 열리며 사내 한 명이 들어서자 실망한 듯 머
리를 돌렸다. 그러나 사내는 곧장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아주아님, 배장근 사장의 자당 되시지요?"
   낮선 사투리로 사내가 묻자 부부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렇소만."
   대답한 것은 영감님이다.
   "댁은 뉘시오?"
   "저는 배 사징템 심부름으로."
   그러면서 사내는 주머니를 뒤져 편지를 꺼내더니 내밀었다.

"읽어 보시라요."
배장근의 부친이 서둘러 쪽지를 읽더니 방연한 표정으로 김달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야반도주를 해야 되다니. 경찰에도 알릴 수가 없단 말인가?"
"증거가 없습네다. 그리고 배 사장은 놈들의 표적이 되어 있습네다. 그래서."
"영근이는 이미 떠났단 말이오?"
"예, 어르신네. 아마 기다리고 있을 점네다. "
뒤늦게 편지를 읽은 모친이 긴 숨을 내쉬었다.

부친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배 사장이 사람을 시켜 댁을 잘 지키게 한다고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라우요."
"천하에 불효막심한 놈."
"어르신네, 여기 , "
김달수가 가슴 호주혀니에서 두툼한 종이 봉투를 꺼내어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500만 원입네달. 배 사장이 나중에 더 보내 드린다고."
"도로 가』가."
부친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모친의 팔을 잡았다.
"자, 갑시다. "
"우리 애더러 몸조심하라고 이르시오."
팔을 끌려 일어서면서 모친이 말했다. 

"끼니는 꼭 챙겨 먹으라고."
그리고는 김달수가 서둘러 집어 주는 돈 봉투를 받아 들었다.
"아버지, 오마니, 조심해 가시라우요."
식당을 나온 김달수는 그들의 뒷모습을 향해 허리를 꺾었다.
그들이 아파트 현관으로 다가가자 경비가 머리를 들었다.

다행히 전의 경비가 아니다.
    "어디 가십니까?"
    "1005호에 가는데요."
    고덕균이 사근사근한 말투로 대답했다.
    "우 사장님 심부름 왔습니다. "
    경비가 잠자코 경비실 안의 날은 TY로 머리를 돌리자

고덕균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뒤에 선 주대흥을 향해 싱긋 웃는 순간,

현관으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내들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아, 형님."
   그가 소리치는 순간 주대흥은 옆쪽의 비상 계단에서 쏟아져 내려
오는 사내들을 보았다. 양쪽에서 몰려오는 사내들에게 그들은 금방
에워싸였다.
   "반항하면 죽여서 데려간다. "
   사내 한 명이 소리쳤다. 그의 손에는 길이 1미터가 넘어 보이는 일
본도가 쥐어져 있었다. 나머지 사내들도 제각기 번뜩이는 칼을 쥐고
있었으므로 좁은 현관은 살기로 가득 찼다.
   "자, 무릎을 꿇지, 주대홍이 ."
   두 손으로 일본도를 움켜쥔 사내가 칼 끝으로 주대흥의 배를 겨누 면서 말했다. 

칼 끝과 배 사이의 거리는 채 20센티미터도 안되었고 
주대홍을 둘러싼 사내들은 2미터 만팔의 위치에 있었다.
"이 새꺼야, 어설프게 회칼 휘두르지 말고."
이제 사내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한눈에도 싸움뿐이었다.

검도의 달인인 모양으로 한치의 빈틈도 없었다.
주대흥은 입맛을 다시면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사내의 칼날이 어깨 위에 놓여졌고 앞쪽의 사내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그를 묶으려는 것이다.
"이봐, 비켜 서."
조금 당황한 일본도를 든 사내가 목청을 높인 순간이다.

불쑥 한 손을 뽑은 주대흥이 다가온 사태 한 명의 팔을 잡아 채었다.

사내가 와락 가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

뒤쪽의 일본도가 그의 어깨를 후벼파듯 베었다.

그러나 일본도가 다음 동작으로 칼날을 치카 들었을 때 빙글 몸을 돌린 주대홍이

가슴에 안은 사내를 그에게로 밀쳤다.
고덕균이 경비실 유리창을 깨면서 상반신부터 안으로 굴러 들어가고 있었다.

사내와 부딪친 일녈도를 든 사내가 다시 벽에 몸을 부및치혀 비틀거렸을 때

주대흥은 허리춤에 끼워 넣은 회칼을 눈깜짝할 사이에 뽐아들었다.

그리고는 뒤에서 달려오는 사내들을 향해 몸을 비틀며 회칼을 휘둘렀다.
"아이고."
처음으로 비명이 터지면서 사래 하나가 어깨를 배여 비틀거렸고 
다시 옆쪽의 사래가 허벅지를 쩔려 주저앉았다.

그 순간 일본도가 곧장 그의 배를 향해 월려져 왔다.
좁은 공간에 10여 명의 사래들이 차 있는 데다가 모두 번뜩이는
 칼을 쥐고 있어 살기가 넘쳐 흘렀다.

칼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주대홍빨으로 뻗쳐 오는 일본도도 혹 동료를 찌를까봐

힘이 떨어져 있었다.

더욱이 휘두를 수는 없었다.
주대홍은 몸을 비틀면서 칼을 휘저어 사내 한 명의 배를 그었고
일본도가 배 옆으로 스쳐 지나가자 선뜻 한걸음 나서면서

빈 주먹으로 일본도를 쥔 사내의 턱을 쳐을렸다.
"뚜"
정통으로 맞은 터라 턱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큰대자로 앞으로 넘어졌다.
    주대홍이 다시 몸을 틀어 사내 한 명의 팔을 벤 순간 칼날에 둥을 찍혔다.

그러나 몸을 틀떤서 등을 찍은 사내의 배를 차을리고는 칼날을 휘둘러 옆으로 다가선

사내의 가슴을 베었다.
   그때 고덕균이 경비실의 문을 차 열고 밖으로 나왔는데 두 손으로 자은 텔레비전을 쳐들고 있었다.

그가 내던진 텔레비전을 피하려고 사내들이 몸을 비트는 순간의 허점을 주대흥이 놓칠 리가 없었다.
   성큼 다가간주대홍이 칼날을 휘두르자 사내 두 명이 각각 배와 어깨를 움켜쥐고 넘어졌다.

그러자 남아 있던 사내 두 명이 몸을 돌리더니 두 다리를 허공에 날리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제 현관은 엎어지고 자빠지거나 주저앉은 사내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피비린 내가 진동을 했다.
고덕균은 경비실 안으로 도망쳐 들어갈 때 손등을 조금 긁혔을 뿐이었으나 주패홍은

상반신이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크게 베이고 찔린 곳은 두 곳이었지만,

이곳저곳 긁히고 찔린 작은 상처는 셀 수가 없었다.
   "가자!"
   주대홍이 땅바닥에 떨어진 일본도를 집어 들면서 말했다.

마치 아수라와 같은 모습이어서 고덕균의 피부에서는 소름이 돋H다.
   "형님, 괜찮아요?"
   대답 대신 주대흥이 핏발을 흩날리며 어두운 밖으로 뛰어나가자
고덕균도 뒤를 따랐다. 처절한 승리였지만 주래홍의 호언대로 허를
찌르지는 못한 기습이었다.
    국악원 계단이 바라보이는 차 안애서 박철규는 주대흥의 기습 사건을 보고받았다.

기숱 사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아파트의 감시 책임자였던 이우택이 주대흥에게

기습을 당했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이우택도 검도가 3단으로 일본으로 검도 유학까지 다녀온 부하여서
믿고 있었는데 그도 당한 모양이었다.
    10시 반이 지났는데도 주대흥이 나타나지 않아 초조해 있던 그들이었다.

국악원 주변에 깔아 놓은 부하들만 해도 120명에 이르렀으므로 박철규는 허탈해졌다.
   어둠 속에서 최기대가 다가와 창문 밖에 섰다.
   "이봐, 박 형. 철수해야겠지?"
   그도 소식을'들었으나 오늘의 작전 책임자는 박철규였으므로 그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머리를 끄덕인 박철규는 앞쪽의 계단을 바라보았다. 세워진 승용차의 윤곽이 회미하게 보였다.

차 안에는 휴지를 쑤셔 넣은 다섯 개의 마대 자루가 쌓여져 있었다.

차 옆에 서 있는 부하는 호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있었다.

호주머니 속으로 권총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 돌아가자."
    박철규가 말하자 앞자리에 앉아 있던 부하들이 제각기 핸드폰을 꺼내 들고 다이얼을 눌렀다.
    "빌어먹을 놈."
    어둠 속을 노려보던 박철규가 악문 잇사이로 말했다.
    "내 이놈을 잡아서 포를 뜨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
    "애들이 몬두 병신이 되었어. 보통 놈이 아니야."
    최기대의 말이 비꼬는 것처럼 들렸으므로 박철규는 눈을 치켜 떴다.
    "다음에는 우선 쏴 버릴 거야. 그래가지고 야금야긍 죽일 거야."
    "그나저나 우 사장이 진저리를 쳤겠는데,

세컨드 집으로 그놈이 쳐들어왔으니 말이야."
    부하들의 철수를 확인한 그들이 국악원을 빠져 나왔을 때는 밤 1 1시가 지나 있었다.
    "이봐, 애들은 어떡할 거야?"
    한동안 창 밖의 밤거리를 바라보고 있던 최기대가 묻자 박철규가 머리를 들었다.
   "회장넘댁 경비를 늘리고 나머지는 대기시켜야지. "
    "그놈이 가만 있을 놈이 아니야. 그것이 우리에겐 잘된 일이지만. "
       "도대체 그놈이 우리한테 무슨 원한이 있는 거이?"
       "원한은 무슨."
       그러면서 박철규는 입맛을 다셨다.
       "그놈이 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았어. 그저 잘못 걸린 거야."
       "빌어먹을."
       이제는 최기대가 입맛을 다셨다. 박철규의 비유가 어쩐지 어울리
    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쪽이 세 차례 코털을 쁩힌
    셈이 되는데 두 번은 두 눈을 뻔히 뜨고 당한 셈이었다.
           "새끼들이 움직이는데요."
           국악원 옆쪽으로 숲이 우거진 가파른 동산에 두 사람이 나란히 엎
       드려 있었다. 손달섭이 말하지 않아도 백복동은 아래쪽에서 불쑥불
       쑥 일어서는 사내들을 보고 있었다. 사내들은 계단 아래쪽에 세워진
       승용차를 포위하듯이 잠복해 있었는데 이재 일이 끝난 모양이었다.
       어둠 속이었지만 앞쪽의 넓은 마당으로 퍼져 나오는 사내들 숫자는
       어림잡아 백 명이 넘어 보였다.
          "이것, 대단하네. 형님, 저것 좀 봐요."
          놀란 손달섭이 다시 소곤대었고 백복동도 숨을 죽이고 아래를 내
       려다보았다. 박철규를 따라 이곳에 오고 나서는 양승일을 집 앞까지
       쫓아갔던 손달섭을 불러 같이 잠복해 있던 참이다.
          그도 박철규 주변에 있는 10여 명의 사내들과 동산 아래쪽의 10f
       명만 파악했을 뿐 사방에 이렇게 많이 깔려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백복동은 풀숲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렬더라도 양승일의 조직 
에 어떤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형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따라서 몸을 일으킨 손달섭이 물었다.
   "박철규를 따라가자."
   "그렇다면 서둘러야 합니다. 그 새끼 차는 어디에 있지요?"
   "길 건너편의 중앙 호텔 주차장이야. 놈은 그곳에서 여기까지 걸 어』fol ."
   "다행이네. 우리가 먼저 차에 가서 기다릴 수 있겠숱니다. "
   그들은 동산을 뒤로 돌아 국악원의 담장을 끼고 걸어 내려왔다.
엎드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온몸에 벌레가 활어 있는 듯이 스멀거렸고 
습한 대기 탓인지 피부도 끈적거렸다.
   동원 의류는 의류 제품의 수출입은 물론 판매까지 담당하는 동원
그룹의 핵심 회사로 공장이 인천의 수출 공업 단지 내에 있었다. 본
관과 세 동의 부속 건물로 이루어진 대형 공장이었고 종업원도 2천
명이 넘어서 동원 그룹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였다.
   밤 12시가 가까워지자 부속 건물의 불도 대부분 꺼졌고 발전기의
희미한 진동음만 들려 올 정도로 주위는 조용했다. 조금 전에 초과
근무를 마친 야간 근무자들을 태운 버스가 정문을 빠져 나간 터여서
정문 경비원 박일만은 경비 일지에 그 사실을 기록했다.
   이제 공장에 남이 있는 것은 경비원 네 명에 숙직자 세 명으로 모
두 일곱 명이었다. 숙직 자들은 본관의 숙직실에서 고스톱을 치든가
술을 마시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므로 박일만은 벽에 붙은 숙직자 명
단을 들여다보았다. 어느 놈이라는 것을 알면 술인지 화투인지 금방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포장부의 김 대리, 재단부의 오 대리가 눈에 띄었으므로 그는 눈가에 주름을 잡으며 웃었다.

나머지는 볼 것도 없었다.

술판을 벌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때 정문 밖에서 자동차의 불빛이 보이더니 곧 짧은 경적 소리가 났다.

상체를 일으킨 박일만은 유리창 너머로 한 대의 승용차가 정문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제기, 어떤 놈이고?"
이맛살을 찌푸린 박일만이 뒤쪽 소파에 누워 있는 양호식을 돌아보았다.
"어이, 양 선생! 일어나!"
그때 다시 경적이 올렸으므로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고 잠이 깬 양호식도

뒤뚱거리며 그를 따랐다.
"누구십니까?"
그가 묻자 차 안에서 사태 한 명이 나찼다.
"소방서에서 왔시다. 소방 점검이오."
"이런 제기."
입속말로 중얼거리며 박일만이 양호식을 돌아보았다.

오밤중의 소방 점검은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 뭘 허쇼?빨리 문 안 열고?"
사내가 짜증난 듯 말했으므로 박일만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들었다.

점검에 걸리더라도 나중에 총무부에서 해결하면 된다.
문이 열리자 차는 안으로 들어오더니 경비실 앞에 멈추었다.

그리고 두 사내가 더 차 안애서 나왔다.

모두 셋이었다.
"경비실에 몇 명 근무하쇼?" 

 

 

 

 

 

 

(2)

 

 

 

  어깨가 딱 벌어진 사복 소방관이 묻자

박일만은 옆에 서 있는 양호식을 눈으로 가리켰다.
"정문에는 이 사람하고 나하고 둘이고 나머지 둘은 후문에 있수다. "
   "숙직자는?"
   "셋인데 본관 1층의 숙직실에 있지요."
   머리를 끄덕인 사내가 뒤에 선 사내들을 돌아보았다.
   "이 영감들을 묶어."
   "아니 ."
   놀란 박일만은 저항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배를 채여 바닥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양호식이 몇 마디 고함을 질렀으나 곧 허덕이는
신음 소리로 바뀌었다. 그들은 두 팔과 다리가 묶이고 입에 자갈이
물려 바닥에 내동이쳐졌다.
   "후문으로 갈 필요는 없어."
   어깨가 벌어진 사내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본관에 갈 것도 없다. 저쪽 창고 같은 건물로 가자."
   구로 공단내에 있는 동원 전자는길가에 세워진 I층마리 건물이
었다. 따라서 경비실은 건물의 현관 안쪽에 만들어져 있었으므로 밖
에 세워 둔 회사 차량들을 살펴보는 것이 야간 경비의 주요 업무였다.
   오늘도 12시가 되자 김석보는 밖으로 나와 현관 앞의 돌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이었지만 지열이 식어 가는 중이라 두 시간 전보다는 훨씬 견딜 만했다.
   차도를 지나는 차량들은 속력을 내었고 그의 앞을 지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취객이었다.

그러나 매일 보는 일이어서 그는 무심한 시선을 차도 쪽으로 돌렸다.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달려오고 있었다. 인도에 붙어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승용차를 보면서 김석보는 모두들 저렇게만 운전한다면 대
한민국이 교통 사고 사망자 1위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외 앞을 지나던 승용차가 길가에 멈추어 섰다. 동뭔 전자 건물
바로 옆이었으므로 김석보는 눈을 점벅이며 차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차의 앞됫문이 열리더니 사래 두 명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과의 거리는 20미터쯤 되었으므로 김석보는 그들의 손에 들린

병과 병 끝의 횐 천조각 같은 것을 보았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그는 계단에서 엉덩이를 들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아오던 학생들의 화염병이다
   사내들의 손 끝에서 불이 번쩍이더니 병 끝에 옮겨 붙고 불덩이가
밤하늘을 날아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

T?물에서 화염이 치솟아오르자 김석보는 두 쏜을 앞으로 내민 채 그들에게로 달려갔다.
   "야, 이, 이놈들아!"
   사내들은 힐끗 그를 보았으나 차 안에서 화염병을 꺼내어 다시 불
을 붙였다. 그리고 다시 던진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사내 한 명이 뛰
쳐 나봤는데 손에는 야구 배트를 움켜쥐고 있었다.
   "야, 이,망할 놈들 "
   주춤 멈추어 선 김석보가 다시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배트가 어
깨를 내려쳤고 그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두 사내가 던진 서너 개씩
의 화염병으로 이재 빌딩의 2층과 3층은 화염에 쉽싸였다.
   "가자!"
   손에 든 화염병을 앞쪽의 자동차에 던지며 한 사내가 소리치자 나
머지 사내들은 재빨리 차 안으로 들어갔다. 자동차들에서도 욜길이
치솟았다.
   "야, 이 개같은 놈들아!"
   차가 맹렬한 속도로 발진해 나가자 주저앉아 있던 김석보가 다시
악을 썼고 그제서야 건물 안에서 동료 경비원이 뛰쳐나왔다. 건물에
서는 불꿎과 함꼐 검은 연기가 뿐어져 나왔다. 불길이 붙어 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사무실 안쪽의 밀실에서 이동천은 탁자 위애 펼쳐져 있는 신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동뭔 1룰 공장과 사무실 두 곳이 하룻밤 사이에 화재가 발생했
다는데, 이건 우연이 아니오. 방화일 거요."
   사무실에 막 들어온 참이라 백복동은 번들거리는 이마의 땀을 수
건으로 닦아내면서 머리를 저었다.
   "두 곳이 아닙니다. 검시템. 모두 네 군데에서 화재가 났습니다.
쟤가 파악한 바로는 상계등애 있는 동원 유통 인정이 회염병을 맞
아 건물 일부가 탔고 잠실에 있는 동원 실업 창고도 습격을 받았습니다. "
   "습격이라니?"
   이동천이 눈샙을 치켜세웠다.
136 밤의 대통령 건킥부 -골
   "백 형사,그러니짜동뭔 그룹이 지금 습격을 받고 있는 것이란 말이외"
   "예.동원 그룹은 어첫밤부터 히상사피애 들어71습니다. "
    백복동은 에잿밤 국악원에서 박철규 일당들이 잠복해 있던 것과
그들을 미행하여 그룹 본사까지 갔었는데 다시 쏟아져 나오는 그들
을 따라 구로 공단과 인천의 공장, 상계동 둥을 차례로 가게 되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백복동의 이야기를 듣고 난 이동천이 굳어진 얼굴을 들었다.
   "그렇다면 동원측은 사건을 은패시키고 있군. 두 건만 보도된 걸보면 ."
   "보도된 두 건도 누전과 부주의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건물들
은 화염병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었습니다. "
   "도대체 누가?명동의 신용수요?"
   "그것은 아직 모릅니다. "
   꺼칠한 얼굴을 수건으로 문지르고 나서 백복동은 다시 말을 이었다.
   "어첫밤 국악원에서 상대방과 일전을 하려고 했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백 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있었으니까요."
   "손달섭이가 신용수의 하급 똘마니 한 놈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
라고 해서 그쪽으로 보냈습니다.

혹시 흘러 나온 정보가 있을까 해서."
   "어든 어첫밤 고생하졌겠는태."
   그러자 백복동이 담뱃진이 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제가 경찰청에 있을 때부터 검찰청을 안방처럼 드나들어서 검사
들을 수없이 겪었는데."
    이동천이 입술 끝으로 따라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요?"
    "검시템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검시텀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는 알지요?"
    "물론이오."
   "한마디로 말하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고 하는 겁니다.

첩첩산중입니다, 이 일은."
   이동천이 잠자코 머리를 끄덕이자 백복동은 다시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하지만 이 나이에 내가 이렇게 신이 나서 일하게 될 줄은 나71몰랐습니다.

이제 파출소장으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 "
    그 시간에 손달섭은 청진동의 콘장국집에서 마감기와 콩나물 국밥을 먹고 있었다.

해장국을 먹기에는 어중간한 오전 10시여서 손님은 서너 사람밖에 되지 않았다.
   어젯밤에 양주를 여덟 병이나 마셨다는 마잠기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릇을 들어 바닥에 남은 국물까지 깨끗이 마셨다.

그는 손달섭과 감방에서 만난 사이로 폭력, 절도, 강간의 전과가

각각 하나씩 있는 다방면에 특기를 가진 사내였다.
   "아이구 시원하다. "
   마갑기가 그룻을 내려놓으며 만족한 얼굴로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형님, 무슨 일이오? 새벽부터 날 보자고 한 건."
    버릇처럼 이맛살을 정그려 인상을 쓰면서 그가 물었다.
    "뭐,좋은 건수라도 있수?"
    "내가 물으려고 했는데 이 자식이."
    손달섭이 따라서 인상을 쌨다.
    "너 이 새끼,잘나간다고 들었는데 날좀 봐주라."
    "나, 돈 없어. 난 월급쟁이가 줬단 말이여."
   그는 신용수 소유의 서울 호텔에서 주차장 관리인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섯 명의 똘마니를 거느리고 있어서 형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돈 달라는 것 아녀, 이 새끼야. 국제 호텔에서 관리인하고 보조원
들을 모집한다는데, 네가 밀어 줘야겠다. "
 "서울 호텔이면 몰라도 국제 호텔은 왜?"
 "왜?그것도 너회 회장 것 아냐?"
 "뭘 모르시는구만, 이 양반."
 마갑기가 조그만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거긴 앙승일 거야. 양승일 몰라?"
 "국제 호텔이 양승일 거이?"
눈을 치켜 뜬 손달섭이 입을 딱 벌렸다가 닫았다.
"써발, 난 그것도 모르고. 양승일이라면 한국의 밤의 대통령 아 f"
"대통령 좋아하네."
마갑기가 코웃음을 쳤다.
"그 새끼가 요즘 질질 싸고 있는 걸 모르시는구만, 형님은." 

"공갈치지 마, 이 새끼야. 양승일이를 칠 놈이 누가 있어?

솔직히 네놈 대빵 신용수가 양승일이하고 맞먹을 수 있냐?"
    "허어 ."
    눈을 치켜 뜬 마라기가 손달섭을 노려보았다.
    "형님은 신문도 안 읽어 봤어? 그 새끼가 어첫밤에 당한 것도 몰
라? 1폼 회사 네 개가 습격을 당해서 불이 났단 말이야. 신문에는
두 개가 누전이네 뭐네 해서 불이 났다고 실려 있지만 말짱 거짓말이 af'."
    그는 입을 벌리고 멍한 얼굴을 짓고 있는 손달섭을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놈들에게 습격을 당한 거야.그놈들이 누군지 알아?"
   "누를데?"
   그러자 마잠기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웃긴다구.서진 호텔의 주방 과장으로 있던 놈이야.그 한 놈한테
당한 거야. 양승일이가."
   "그놈이 왜?"
   "내가 알아?나도 여기 나오기 직전애 들었다구 양숭일 똘마니가
우리 형님 한 명한테 이야기해 주었다는 거야. 틀림없는 사실이라구,
내 말은."
   그러던 마갑기가 팔목 시계를 내려다보31다.
   "겨발, 나, 가봐야 돼, 형님, 계산은 내가 할게. 그리고 우리 호텔
에 자리 있는가 한번 알아는 볼게."
   중석당 남경에서 동료 의뭔들과 식사를 마친 이용덕 총장은 현관 으로 나왔다.

그러자 검정색 대형 승용차가 소리없이 다가오더니 그의 앞에서 멈추어 섰다.

유리창이 모두 짙은 색으로 선팅이 되어 있어서 안은 보이지 않았다.
이용덕이 됫좌석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차는 곧장 건물을 지나 차도로 들어섰다.
"어젯밤 사건은 뭡니까?"
이용덕이 안쪽에 앉아 있는 양숭일에게 대뜸 물었다.

넓은 얼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습격을 받았다는데. 그것도 네 곳이나."
"별것 아닙니다. 어떤 무지한 놈의 미친 짓이지요."
가벼운 목소리로 양숭일이 대답하자 이용덕이 혀를 찼다.
"소란이 일어나면 안됩니다.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것도 좋지 않아요. "
"곧 해결될 겁니다. "
양숭일이 주대흥 사건을 간단히 설명하고 나서야 굳어졌던 이용덕은 얼굴을 풀었다.
"그것 참, 템랑한 놈일세."
"솔직히 연고가 없는 놈이라 더 골탕을 먹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없고."
"그러면 안되지요. 양 회장서 해결하석야지."
"염려하실 건 없습니다. "
실제로 염려할 일은 아니었다.

이용덕은 의자에 둥을 기대었다.
"신용수가 장현길 총무에게 접근한 모양인데, 내가 그것 때문에 보자고 한 겁니다. "
이용덕의 말에 이제는 양승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7·''
"장현길 그 사람,내가 양 회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 사람 나름대로 정보망이 있으니까."
"그렇겠지요."
양승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장현길 원내총무는 여당에서 자파 의원을 20여 명 거느리고 있는 실력자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친위 세력을 이끌고 있는 이용덕의 상태는 되지 못한다.
   "신용수의 배후에는 아이즈 고데츠가 있을 겁니다, 총장님."
   "내가 우려하는 것이 그겁니다. "
   "아이즈 고데츠의 2인자 안도섭이 부산의 조성표와 이미 밀착되어 있으니

신웅수와 손을 잡으면 서울과 부산에‥‥‥‥
   "장현길이 너무 경솔해."
   "나에 대한 라이벌 의식으로 아이즈 고데츠와 손을 잡았을 거요."
   "그자들이 일본에 있는 재산을 한국으로 옮긴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
   "그건 사실이오.모두 한국계니 까 명분도 그럴 듯하고.
   머리를 돌린 이용덕이 양숭일을 바라보았다.
   "안도섭이 지금 부산에 있다는데."
   이용덕은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
고 그만큼 빠르게 정보를 받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모든 정보 기관
은 그의 수족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조성표 조직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곧 알게
는 되 TR지만."
   이용덕이 시계를 내려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142 밤의 대통령 제살』 - I
   "한국을 야쿠자간의 싸옳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그 사실이
노출되면 여론에 당하는 수가 있어요,모두."
   "알고 있습니다. "
   "단일화해야 돼요. 그래야 낮의 세계나 밤의 세계가 마찬가지로
평온해집니다. "
   "당연한 말씀."
   "각하께 심려를 끼쳐 드리면 안됩니다. 임기가 1년빨에 남지 않으
셨는데."
   "잘 알겠습니다, 총장님 ."
   승용차는 미끄러지듯 질주하다가 조금 전에 이용덕이 나왔던 남경
앞에 다시 정차했다. 차에서 내린 이용덕은 점심 식사를 하려는 것처
럼 다시 당당한 걸음으로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이번 사건을 알고 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
만 배장근이가 말을 퍼뜨린 것 같습니다. "
   천기석의 말이 방안을 울렸다.
   "특히 밀수 조직들 사이에서 배장근이 이야기가 많이 떠돌고 있습
니다, 시정림 ."
   항도 실업 사장실이다. 상좌에 앉은 조성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앞쪽을 바라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방안 분위기가 무거웠다. 종적을
감춘 배장근을 찾으려고 사흘째 부산바닥을 샅샅이 뒤졌으나 허탕을
친 것이다.
   천기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사장님,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증인도 있고 하니

최 사장의 살인범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

그러면 70구 언론을 이용할 수도 있을데니까요."
   "닥쳐 ."
   번쩍 머리를 든 조성표가 그를 노려보았다.
   "내 얼굴에 똥칠을 하려는 건가?"
   "아닙니다, 사장님. 그런 의도가 아니라‥‥‥‥
   "우리 손으로 잡아서 죽인다. 그래야 돼."
    "놈의 공갈 따위는 애초부터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놈이 갖고 있는 총도 필요없어.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놈의 목숨이야."
   "그렇습니다. "
   일본어로 그렇게 대답한 것은 천기석 옆에 앉은 기무라였다.
    횐 얼굴에 붉은 입술이 뚜릿한 그의 선이 고운 얼굴은 여자 못지 않게 수려했지만

눈의 횐 창이 많은 것이 어쩐지 섬뜩한 느낌을 주는 사내였다.

그는 안도섭의 심복으로 며칠 전부터 조성표에게 상담역으로 붙여진 사내로 한국계인데도

전혀 한국말을 몰랐고 이름도 일본 이름을 썼다.
   "이런 일로 시간을 끌 필요가 없습니다,사장님 구태여 놈을 찾을 필요도 없구요."
   "그렇다면 잊어버리잔 말인가?"
   조성표가 묻자 그는 머리를 저었다.
   "아닙니다. 놈을 다시 나타나게 하면 됩니다. "
   "어떻게 말이오?"
   이번에는 천기석이 물었다.

그는 30대 초반의 기무라가 풍기는 분위기에 저항감을 느?1고 있었다.
   "놈은 이재 가족까지 모두 피신시켜 놓아서 꼬리를 잡을 수가 없어,

기무라 씨. 더구나 그 새끼는 권총에다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단 말이오."
   "놈이 가족과 같이 있지는 않을 겁니다. "
   "그건 그렇다치고,그게 무슨 상관이오?"
   "상관이 있지요. 놈을 찾기 힘들면 이제 가족을 찾을시다. 아마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요."
   "내가 보니까 마산의 부모집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가족 찾는 것은 포기해 버리더군요.

맞지요?"
   "아마 가까운 친지나 친척집에 있을 겁니다. 배영근이는 몰랴도 부모는."
   "도대체 어쩌겠다는 거요,부딜를?"
   "자식이 받아야 할 벌을 부모가 받는 것이 당연하지요. 동생보다 차라ㄹ1 낫소."
   "당신은 한국 사람 같지가 않군."
   "난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
   그러자 조성표가 머리를 들었다. 두 눈샐이 잔뜩 치켜 을라가 있었다.
   "기무라 씨 말대로 해, 천 실장."
벌개진 얼굴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김달수가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털깩 주저앉았다.
    "허무합네다, 형님."
    "그기 무신 말이야?"
   배장근이 그의 말투를 흥내내어 물었다.
   "무시기가 허무해? 잘 놀고 와서는."
   "세상이 갑자기 바뀌면 그런 겁네다. "
   방안에서는 비린내와 향수가 섞인 역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에미나이가 밑에서 간드러지는 게야요.

날보구 오빠, 오빠 하는데 혼이 다 빠졌시요."
   김달수가 머리를 저었다.
   "제년이 날 언제 보았다구 반반하게 생긴 년이 말이야요.

끝나고 나니까 정말 허무합네다. "
   "이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라."
   배장근이 손목 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밤 9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옆방에서 여자의 신음 소리가들려 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영도의 구석진 골목에 있는, 한 평이 조금 넘는 수십 개의
색시방으로 채워진 건물 안이다.

배장근과 김달수는 각각 한 명씩의 방주인을 골라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고

조금 전에 투숙했는데 금방 일을 마친 김달수가 이쪽으로 건너온 것이다.
   "형수씨는 어데 갔습네까?"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김달수가 물었다.
   "가게에 심부름 보냈어. 먹을 것하고 마실 것을 사오라고 했어."
   "형님, 여기서 메칠이나 있을 져네까?"
   "상황을 봐서 ."
   배장근이 김달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렇게 살게 되었으니 밤의 세계에서라도 어깨를 펴고 살아야겠다. "
   "그령습네다. 노상 도망만 다닐 수는 없지요."
   "오늘 밤에 잠간 나갔다 와야겠어. 10시쯤 나갈테니까 준비해 둬."
   "준비야 언제든지 되어 있습네다. "
   그들이 송도 공원 근처의 조그만 생 맥주집에 들어섰을 때는 10시 5분이었다.

카운터 앞에 서서 실내를 둘러보던 배장근은 구석자리에
앉아 있던 사내와 시선이 마주치자 곧장 그에게로 다가갔다. 손님은
그까지 합쳐 두 테이블뷔에 없었는데 한쪽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였다.
   "오종갑 씨, 맞소?"
   앞에 선 그가 묻자 사내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배장근이 몸
을 돌려 카운터 앞에 서서 쓰다리고 있던 김달수에게 눈짓을 했다.
김달수가 믐을 돌려 밖으로 나가자 그는 오종갑의 앞자리에 앉았다.
   "인사가 늦었소,오 형."
   그렇게 말은 던졌지만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혼자 나왔다는 것을 믿고 말하는데, 오 형한테 한 가지 제의할 것이 있어."
   그를 노려보던 오종갑이 입을 열었다.
   "난 네 수단에 넘어갈 놈이 아냐. 사람 잘못 보았어."
   그는 20대 중반으로 짧게 깎은 머리에 인상이 다부졌고 어깨가 넓었다.

주먹을 쓴다면 한가락한 사내로 보였는데 실제로 유도가 3단이며 체육 대학 출신이었다.
    "오 형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일의 발단은 최태진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시작된 거야.

놈은 내 물건만 렷고 돈을 주지 않으려고 했거든."
   부드러운 표정으로 배장근이 손으로 양복의 가슴께를 가볍게 두드렸다.
   "덕분에 나는 총잡이가 되었어. 당신들 몌거지를 상대하려니 까 말01야."
   "용건을 말해.잔소리 말고."
   "서둘지 말어. 그런데 조금 전에 내 수단에 안 넘어간다 어전다 했는데,잘못 생각한 것 아냐?"
   "우린 이미 손을 잡은 것이란 말이야. 네가 내 동생을 풀어 주었을 패부터."
   "개자의."
   오종갑이 이를 갈았다.
   "이제 더이상 네 협박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죽겠다. "
   "협박하려고 온 것이 아냐. 나하고 같이 이 바닥을 휘어잡자고 부탁하려던 참이었어."
   "말도 안되는 소리."
   오종감이 얼굴의 근육을 풀고 기가 막히다는 듯 웃었다.
   "네가 어떻게?총 몇 자루 가지고? 우리 조직이 거리의 건달 모임이냐?꿈 깨어라."
   "조성표가 우궈 나이 때엔 밀수품 들처기였어.그러다가 밀수를 했고,

지금은 시의원에다가 회사가 일곱 개나 되는 거물이 되었다. "
   "지금은 시기가 달라."
   "멍청한 놈,30난 전보다 지금은 시기가 더 좋다. 야쿤자가 들어오
면서 한국의 조직들이 체재 정비를 하고 있단 말이야."
   "조성표는 아이즈 고데츠와 손을 잡고 거들먹거리지만 서울에는
이미 of·t구치조가 뿌리를 박는 중이야."
   "야쿠자간의 싸5이 한쪽얘서 일어날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조성표는 흔적도 얼이 사라철지 몰라."
   "흥. "
   코웃음을 쳤지만 오종갑의 기세는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배장근이 말을 이었다.
   "난 다음달부터 조직을 결성해서 움직일 작정이야. 영도에 사무실
을 차리고, 해운대 두 곳쯤 나이트클럽이나 유흥업소를 인수하고,용
역 회사.:I 하나 만들 것이다. "
   "사람이 필요해. 난 당분간 뒷전에 물러앉아 있을 것이71또 안면
이 별로 없다. 회사의 대표들은 전직 공무원 딴 명을 생각해 두었으
니 문제가 없는데 조직원을 모아oH어."
   "꿈 같은 소리. 자금이 어디 있어?몇십억이 들델데."
   "일차로 20여억쯤 준비될 거야. 다음주 중얘 볼라디보스토크에서 
300만 달러를 가지고 사람이 오기로 되어 있으니까."
   "뭐라구? 블라디보스토크?"
   오종감의 두 눈이 둥그렇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래, 내 배경에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마피아가 있다. 전
투 인원이 꼭 필요하다면 중기관총을 가진 병사들을 배로 가득 실어
올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어서는 안되지. 그렇지 않나?"
   "네가 내 오른팔이 되어서 같이 기반을 닦자. 야쿠자들이 서로 치
고 받는 사이에 말이야."
   배장근이 탁자 위로 상체를 굽혀 오종잠을 쏘아보았다.
   "한국을 야쿠자가 지배하게 두어서는 안돼. 놈들을 몰아내지 못한
다면 하다못해 견제할 만한 세력이라도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것이
한국을 위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증감이, 어때, 나하고 손을 잡지 않겠나?"
   배장근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힘이 실려 있었다. 주문을 받으려고
왜이터가 두 번째 다가왔다가 분위기에 눌려 다시 발길을 돌렸다.
   다음날 아침 오종갑이 직장인 항도 실업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조
세준이 다가왔다. 그는 오종잠의 직속 부하로 체육 대학 후배이기도 했다.
   "형님, 어젯밤에 노친네들을 찾았다던데 요."
    자리에 앉은 그를 내려다보면서 조세준이 빙글 웃었다.
   "사천 근처의 친척집에 머물고 있답니다. 배영근이는 없고 두 노친네만 찾았다더군요."
"1래서?"
"그렇게만 들었습니다. 아마 잡아 오겠지요."
"누가?"
"글쎄요. 그건 실장님이 알아서 하셨겠지요."
오종갑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 같으면 천기석은 당장에 그를 불렀을 것이었다.

그러나 배영근이 도주한 이후로 천기석은 눈에 띄게 1를 불신하였다.

감시자들곽 함께 술을 퍼마셨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던 것이다.
"고재봉이가 출근했는가 알아봐."
그가 말하자 조세준이 금방 머리를 저었다.
"재봉 형님은 출장입니다. " -
고재봉은 고와 같은 급으로 천기석의 심복 중의 하나였다

그는 천기석의 운전병 출신이다.
"어디로 출장이야?"
"그건 모르겠는데요. 알아올까요?"
오종갑이 머리를 끄덕이자 조세준은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갔다 
고재봉의 사무실은 아래층에 있었다.
한동안 업무에 분주한 사무실을 둘러보던 오종갑은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천기석이 나왔다.
오종갑은 주춤 물러서면서 허리를 굽혔다.
"이제 출tf3r십니까?"
"웅. "
머리를 기볍게 끄덕여 보인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오종갑을 스치고 지나갔다.

허리를 괸 오종갑과 그의 뒤를 따르던 기무라의 시선이 마주쳤으나 서로 금방 옆으로 비쪘다.
   빌딩 현관으로 나온 오종갑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옆 건물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이른 시간이어서 손님은 보이지 않았고
종업원 하나가 그룻을 썬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구석에 놓인 공중 전화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었다.
    화재 현장은 굵은 기둥 흔적만 겨우 구분할 수 있었다.

그것도 쓰러져 있어서 그저 검은 숯더미를 쌓아 놓은 것 같았다.

소방차에서 뿌린 물이 주위에 흥건하게 고여 있었지만 아직도 숯더미에서는

희고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화재는 어첫밤 12시에 일어나 두 시간 만에 진화가 되었다.

그러나 두 시간 동안에 집은 출병이가 되어 버렸다.

소방서에서는 불길이 옆집으로 번져 나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마산에서 다니러 온 두 노인 부부만 회생된 것도 다행이었다.

집주인인 노인 부부는 다행히 불길이 방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밖으로 뛰쳐나왔던 것이다.

한 달째 계속된 가뭄 패문에 목재 기와집은 블쏘시개처럼 순식간에 불에 타버렸다.
   소방서에서는 담뱃불이 불씨가 되어 석유 곤로로 옮겨 붙어 화재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잠자리에 들었던 두 부부는 순식간에 덮친 불길에 미처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이다.
아침 10시 30분이 되자초여룹의 헛살이 다시 따잠개 내리쪼이기 시작했다.

화재 현장에 모여 서 있던 동네 사람들도 흥미를 잃고 하나둘씩 흩어졌다.

이쟤 둘러서 있는 것은 노인 서너 명과 대여섯 명의 아이들뿐괴었다.

그매 택시 한 대가 맹렬하게 팔려오더니 화재 현장 앞애서 멈추었다.

택시애서 됩굴듯이 뛰어내린 것은 배영군이었다.

머리는 미친 사람처럼 흩어져 있었고 두 눈은 초점을 잃어 헛것을 보고 있는 사람 같았다.
    "여기, 여기 있던 사람들."
    그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노인들에게로 허청거리며 다가갔다.
    "어, 어디에 계십니rt?"
    "누구 말이오? 집주인 말인감?"
   노인 하나가 주저하며 물었다.
   "집주인 내외라면 저쪽 옆집에 있는데."
   "아, 아니, 그 아저씨 내외분말고‥‥‥‥
   노인이 주춤 옆애 선 친구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하9게 된 배영근이 숨까지 죽인 듯 잠자코 서 있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돌아가셨다는 노인 부부가‥‥‥‥
   "그렇다베. 마산에서 오신 친척이라던데, "
   배영근이 허물어지듯 물 웅덩이에 주저앉자 노인들이 달려왔다.
   "저 새긴 내버려둬라."
   화재 현장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버스 정류장 건너편이다.

회색 승합차 한 대가 길 안쪽의 공터에 새워져 있었다.

원자리에 앉은 사내가 망원경을 내리며 다시 말했다.
    "곧 배장근이도 나타날테니 까 저새편 놔둬."
    그리고는 입맛을 다시면서 고개를 돌렸다.
    "에이, 써발.1 개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
   승합차 안에는 그를 포함해서 네 사내가 타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
을 거들지 않았다 잠시 후 버스 정류장 쪽에서 사내 한 명이 길을
건너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차문을 밀어 젖혀 열고는 머리를 차
안으로 들이밀었다.
   "형님,우리는 식사 끝냈습니다. 식사하러 가시지요."
   길 건너편의 주차장에도 네 명이 있었다. 그리고 길 아래쪽, 화재
현장의 왼쪽 길가에도 네 명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시선을 집중하
고 있는 것은 옆집 마당에 누여 둔 노인 부부의 시신이었다. 그곳에
곧 배장근이 나타날 것이었다.
   우길만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며칠 사이에 두
볼이 핼쑥하게 여위었고 잠을 설친 탓인지 두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박철규가 들고 있던 전화기를 내려놓고는 우길만
을 바라보았다.
   "돈은 내일 오후까지 준비해 둘 수 있어요. 놈은 이번에는 돈을 가
지러 올 겁니다. "
   "하지만 똑같이 국악원 계단 밑이라니, 아무래도 정정한데."
   그렇게 말한 것은 최기대였다. 그들 두 명은 모두 주대홍과 우길
만의 통화 내용을 들은 것이다.
   "그 새끼, 또 우리를 허탕치게 만들고 다른 곳을 치려는 것 아닐까?"
   "그럴 리 없어. 놈은 이번에는 돈을 받으러 온다. "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우길만이 입을 열었다.
   "회장님께 보고해야 되지 않을까?"
   "보고는 제가 하겠습니다. "
   박철규가 부드럽게 말했다.
   "국악원에는 10억을 실은 승합차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놈이 요구
한 대로 사장님 혼자서 가시는 겁니다. "
   "그건 회장님의 지시인가?"
   "예. 회장님께서는 이것으로 사건을 끝내자고 하셨습니다.

더이상 소란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이것으로 사건을 끝내자니, 그건 무슨 말씀인가?오늘 일을 끝내
자는 말씀인가?"
   우길만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주대홍을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어쪘든 국악원 주위에는 애들을 풀어 놓겠지? 놈한테 고스란히
돈을 넘겨 주는 건 아니겠지?"
   그러자 박철규가 입맛을 다시고는 옆에 앉은 최기대를 바라보았다.

대신 설명하라는 시능이었으므로 최기대가 입을 열었다.
   "국악원 앞길에 운전사가 딸린 승용차 한 대를 대기시켜 놓을 작정입니다.

사장님은 승합차를 넘겨 주시고 나서 그 차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
"말씀드렸다시피 이것으로 사건을 끝낼 작정이니까요." 

 

 

 

(3)

 

 

 

 "납득이 안 가는군."
흔자말처럼 우길만이 말했다.
"그냥 10억을 넘겨 주다니. 나는도무지‥‥‥‥
그것은 양승일 회장에 대한 그의 표현이었다.
    한 팀당 5백만 원씩을 받은 고덕균의 친구들은 회회낙락하면서 서
울을 떠났는데 얼마 안되는 돈을 모두 탕진하고는 돌아을 것이었다.
그리고 주둥이를 나불거리다가 동원측의 정보망에 걸려들어 병신이
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주대흥이 단단히 주의를 주
었지만 이제 재 몸의 처신은 자기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1월 초의 무더운 날씨였으나 오후 1시가 되자 대지의 열기가 조금
씩 식처 가고 있었다. 장안동의 천지 빠이트플럽 앞에서 택시를 내린
주데홍과 고덕균은 곧장 클럽 옆의 골목길로 들어섰다. 음식점과 오
락실, 선술집과 노방들의 간판이 어지럽게 나붙은 좁은 길에는 저
마다 살 길이 있는 남녀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을 헤치고
그들이 들어간 곳은 '신난다'라는 간판이 내걸린 허름한 지하 노래
방이었다.
   재단을 내려가자 카운터에 앉아 있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템베
칼지쿡·이 있는 어깨가 엄청나게 넓은 사내였다.
   "누굴 찾으슈?"
   첫마디가 노래방에서 손님을 맞는 태도는 아니었다. 힐끗 안쪽을
바라본 고덕균은 노래방이 텅 비어 있는 것을 알아챘다.
   "홍 전무를 찾아왔어 ."
   주대흥이 바짝 다가서서 말하자사래가 상체를 뒤로 젖혔다.
156 밤의 대통령 쟤4닥 -I
    "아니, 네가 누군데 반말을."
    "그려, 이 시키야. 내가 주래홍이여."
    "이런, ."
   사내가 눈샙을 치켜 을리는 순간 주대홍이 와락 손을.련쳐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사내의 목은 재법 끓었으나 주대흥의 넓은 손에는
한줌에 잡혔다.
   "손님을 맞을라먼 잘 모서야지, 왜 목에다 힘을 주는 거여, 이 씨
발농아."
   사내의 얼굴이 금방 새빨개졌고 입이 벌어졌다. 두 손으로 목을
쥔 주대홍의 한쪽 팔을 움켜 쥐었으나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봐_5, 주대흥 ."
   옆쪽에서 부르는 소리에 그들은 고개만 돌렸다. 노래방 안에서 사
내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쪽 저쪽 방문이 열리며 나오는 사내들은 열
명도 넘었다.
   "그 손 놓아 주시지요."
   사태 하나가 정중히 말하자 주대흥은 손을 몌었다. 사내가 탁자
위에 상체를 굽히고는 헐떡거렸다.
   "이쪽으로. 흥 전무는 이 방에 계십니다. "
   사내들이 좁은 통로의 좌우로 붙어 서며 길을 내주었으므로 주대
흥은 열병하듯이 그들 사이를 지났고 고덕균이 뒤를 따31다.
   흥 전무는 끝쪽 방에 앉아 있다가 주래흥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주 형, 어서 오시오."
   그는 쏜을 내밀며 얼굴에 웃음을 띠첬다. 40대 초반쯤의 나이에
                                                서울과 부산의 화염 151
 피부가 검고, 깔끔한 옷치림의 사내였다. 그는 서울 북부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신용수의 심복인 흥득준이었다. 부하들이 문을 닫고 나가
 자 주대홍과 고덕금은 홍득준을 마주보고 앉았다.
    "주 형이 우리한테 연락해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 밖이어서."
    흥득준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물론 요즘 일어난 사건들은 우리가 잘 알고 띤지만 말이오."
    가슴을 펴고 앉은 주대흥은 홍득준을 바라보기만 한 채 입을 열지
않았으므로 고덕균이 헛기침을 했다.
    "이재 서울바닥에서 주 형을 모르는 사람이 엄게 되었어. 저쪽이
나 우리쪽이낚."
   흥득준이 의자에 둥을 기대고는 주대홍을 바라보았다. 여유 있는
태도였다.
   "그래, 날 만나자고 한 용건은 뭐요?"
   "내가 만나잔 건 신용수 회장이었소. 당신이 아니오."
   주대홍의 굵은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회장님과 결정할 문제여, 이것을."
   "내가 회장님 대리로 온 거야. 나에게 말해."
   흥득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내가 전해 드릴 테니까."
   "난 이재 주방 과장 그만두었어. 그러니 내가 회장님을 모시게 해
줘."
"솔직히 흔자 뛰놀 수는 없으니까 소속을 정하3a다는 거여."
"당연하지.그렇개 놀다가는 며칠 못 갈테니까."
158 밤의 대통령 제4f - I
손으로 턱을 쓸면서 흥득준이 주대흥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 우리한테 전화를 해왔을 때부터."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그것이. 클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
   "허지만 지금 당장은 안돼. 우리가 도와는 주겠지만 네가 우리쪽
사람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저쪽과 정면 충돌하게 될데니까."
   "그것쯤은 알고 있어."
   "이야기가 잘 풀려 가는군,"
   흥득준이 다시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내 개인적으로도 너 같은 동생이 생긴다면 든든할 것이다. 앞으
로 우리는 할 일이 많으니까."
   "회장님도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어, 네가 만나자고 했을 부터
말이다. "
   이재 홍득준은 서슴없이 말을 놓았으나 주래흥은 뚱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흥특준이 소리쳐 부하들을 부르고는 술상을 준
비시키자 노래방은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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