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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26장 즐거운 인생 [1]

오늘의 쉼터 2014. 12. 31. 11:34

<269> 26장 즐거운 인생 [1]

 

 

(534) 26장 즐거운인생 <1>

 

 

 

 

아침 식사는 된장국에 김치 반찬으로 밥을 먹었는데 장치가 조선족 가정부를 고용했기 때문이다.

“맛있군.”

밥을 반쯤 먹은 서동수가 치사를 했지만 이런 희한한 아침식사는 처음이었다.

된장은 국적불명이어서 치즈에 케첩이 섞인 맛이 났고 김치는 싱거운 데다

고춧가루가 아무래도 톱밥을 물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 김에 밥을 싸먹다가 만 것이다.

식사를 마친 서동수는 가방을 챙기다가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장치에게 내밀었다.

“지난번에 영문과 교수들하고 미국 여행을 간다고 했지? 이거, 경비로 써.”

장치가 눈을 크게 뜨고 봉투를 받았다.

“잊지 않고 있었네요?”

“아, 내가 잊을 리가 있나? 당신 일인데.”

“얼마예요?”

봉투에서 통장을 꺼낸 장치의 눈이 둥그레졌다.

“아, 10만 불이나.”

“여행 경비는 넉넉하게 가져가야 돼.”

“고마워요, 여보.”

정장 상의를 입은 서동수가 현관으로 나가면서 물었다.

“언제 간다고 했지?”

“일주일 후예요.”

“알았어.”

현관에 선 서동수의 뒤에서 장치가 두 팔로 껴안았다.

“여보, 우린 좋은 짝이 될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몸을 돌린 서동수가 장치의 입술에 키스했다.

서동수의 목을 두 팔로 감아 안은 장치가 혀를 내밀어 주었다가 아쉬운 듯 입을 떼었다.

대문으로 나왔을 때 기다리고 있던 최성갑과 조기택이 맞는다.

차에 오른 서동수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길게 숨을 뱉었다.

“장관님, 오늘 오전 6시부터 시작했습니다.”
옆에 앉은 조기택이 말했으므로 서동수는 손목시계부터 보았다.

오전 8시 반이었으니 한국은 9시 반일 것이다.

시작한 지 3시간 반이 지났다. 조기택이 말을 이었다.

“언론이 이제야 떠들기 시작했는데 아마 지금쯤 절반은 잡아들였을 것입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지난번 평양에서 서울로 들어갔을 때 대통령에게 가방 하나를 전해준 것이다.

김동일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에게 준 선물이다.

가방 안에는 20여 년 동안 북한정권의 간첩 노릇을 한 한국 측 인사들이 명단이 증거자료와 함께

들어있었는데 무려 1만여 명이나 되었다. 모두 신분이 확실하고 유명인사가 많았다.

그들을 오늘 체포하는 것이다.

“난리가 나겠군.”

서동수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더니 조기택이 바로 대답했다.

“예, 8시 정각에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만, 별일은 없습니다.”

“시민들 반응은?”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합니다. 물론 반대하는 자들이 대부분 잡혀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쓴웃음을 지은 조기택이 말을 이었다.

“제일 웃기는 것이 평화통일 콘서트를 한다고 전국을 일주하던 유덕순 박사가 인천공항을 통해

도망치려다가 출국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유덕순은 공작금 35만 불을 받았더군요.”

“…….”

“같이 다니던 변호사 두 명도 조금 전에 인천항에서 중국 가는 배를 타려다가 체포되었습니다.

의심이 가던 인간들은 다 간첩이더군요.”

서동수는 쓴웃음만 지었다.

다 알고 있었지만 증거가 없었을 뿐이다.

 

 

 

 

(535) 26장 즐거운인생 <2>

 

 

 

 

 

베이징 공항에는 같이 신의주에 들어가려고 부장관 최봉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봉주는 중국 출장을 나온 것이다.

“장관 동지, 한국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더구먼요.”

전용기에 탑승했을 때 최봉주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말했다.

서동수가 웃음만 띄우자 최봉주는 말을 이었다.

“북조선은 배신자들을 다 신의주로 추방했는데

남조선도 지금 잡아들이는 사람들을 신의주로 보낼까요?”

북한측 부장관 최봉주는 지금 신의주에 와 있는 배신자들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다.

그래서 사사건건 비협조적이었는데 서동수로서는 난데없는 질문이었다.

상상도 못했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뒤쪽에 앉았던 감찰비서관 조기택이 나섰다.

“아니, 부장관님. 갑자기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한국과 북한은 경우가 다르지요. 안 그렇습니까?”

군 출신인 조기택 또한 북한측 인사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최봉주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조기택이 말을 이었다.

“신의주로 간 놈들은 쿠데타에 실패해서 모여 있는 것을 우리 장관께서

서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구명해 주신 것이지만 한국의 간첩들은 경우가 다르지요.”

“남조선의 반발 세력들은 어쩌다가 거사가 실패한 것입니까?”

최봉주가 묻자 조기택과 서동수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때도 간첩들의 명단을 김동일한테서 받아왔다고는 말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 대답을 기다리는 최봉주에게 서동수가 말했다.

“내가 평양에서 위원장 동지로부터 남한 간첩들의 명단을 받아온 겁니다.”

숨을 들이켠 최봉주의 얼굴이 누렇게 굳어졌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걸 남한 대통령께 드렸고 그 명단을 갖고 오늘 간첩들을 소탕하는 겁니다.”

“그렇군요.”

억양없는 목소리로 말한 최봉주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신의주로 온 놈들하고는 경우가 다르군요.”

“그 사람들, 어차피 통일이 되었어도 살아남기 힘들었을 겁니다.”

조기택이 다시 거들었다. 눈만 껌벅이는 최봉주를 향해 조기택이 말을 이었다.

“남한 주도로 되든, 북한 주도로 되든 그자들의 입지는 가장 불안할 겁니다.

북한 지배 체제 안에서도 견디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 테니까요.

그러니까 미리 김 위원장님한테서 팽을 당한 것이지요.”

어느새 비행기는 베이징 공항을 이륙해 동쪽으로 향해 기수를 돌리고 있다.

오늘은 조기택이 여느 때와 달리 들떠있다.

눈빛까지 달라져 있다.

“북한도 그렇지만 남한은 해방 후 76년 가깝게 공산당 프락치, 친북, 종북, 간첩 등쌀에 시달려 왔지요. 그런데 오늘, 말끔하게 청소를 합니다. 모두 김동일 위원장 덕분이지요.”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김동일 위원장 덕분이라는 말이 뜬금없기는 했지만 뱉고 보니 맞기도 하다.

최봉주가 김동일 이름을 듣더니 치켜세웠던 어깨가 내려가고 있다.

“그렇지.”

서동수가 맞장구를 쳤다.

“난 이 모든 것이 김동일 위원장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대장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었어.”

그러자 최봉주가 숨을 들이켜더니 어깨를 부풀렸다.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누가 주인공이 되건 간에 백성은 등 따습고 배 부르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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