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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26장 즐거운 인생 [3]

오늘의 쉼터 2015. 1. 8. 13:43

<271> 26장 즐거운 인생 [3]

 

 

(538) 26장 즐거운인생 <5>

 

 

 

 

눈을 뜬 서동수는 먼저 가슴에 안겨 있는 전영주부터 느꼈다.

눈이 보이지가 않아서 전영주의 촉감부터 느낀 것이다.

안의 불이 환해서 몇 시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커튼이 쳐졌기 때문이다.

그때 전영주가 말했다.

“오전 네 시 반이 되었어요.”

“그런가?”

서동수가 전영주의 알몸을 당겨 안았다.

두 번이나 터트렸지만 다시 머리에 열기가 올랐고 남성에 기운이 뻗쳐지고 있다.

그때 전영주가 몸을 비틀면서 말했다.

오늘은 그만요. 저, 가봐야 돼요.”

“10분만 더 있다가.”

“이건 참으세요. 네?”

전영주가 두 손으로 서동수의 남성을 감싸 쥐며 웃었다.

서동수가 전영주의 눈에 입술을 붙였다가 떼고 말했다.

“내 주변에서 네가 가장 순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요?”

“그저 느낌이야.”

“저, 특별지시 받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요즘은 장관님의 동향보고도 하지 않아요.”

“믿어주지.”

“정말이에요.”

남성에서 손을 뗀 전영주가 서동수의 목을 두 팔로 감아 안았다.

숨결에서 오렌지 냄새가 맡아졌다.

“위원장 동지께서 가장 믿고 의지하시는 분이 바로 장관님이십니다.”

“그럴 리가.”

“어제 평양으로 돌아가신 박영진 대장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인기가 좋구나.”

서동수가 전영주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난 이때가 가장 좋다.”

“신의주가 더 넓어지면 곧 북남의 중심이 되겠지요?”

“그렇게 되겠지.”

 

“누가 통일 조선을 이끌어 갈까요?”

그때 서동수가 풀썩 웃었다.

“통일 조선이라고 했니?”

“네.”

서동수의 목을 감싸 안은 전영주가 정색하고 보았다.

“우린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통일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그렇군요.”

“김 위원장님이 통일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도 있지.”

서동수가 전영주의 이마에 턱을 붙인 채 말을 이었다.

“위원장에게도 그렇게 말씀드렸다.”

전영주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해할 것이다.

대한민국 체제로 통일된다면 누가 이끌어가던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도자는 국민의 투표에 의해서 선출될 뿐이다.

그때 전영주가 몸을 비틀어 서동수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벽시계가 오전 5시를 가리키고 있다.

“저, 다녀올게요.”

옷을 챙겨 욕실로 향하면서 전영주가 말했다.

“다시 주무세요.”

서동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오전 7시 반이다.

한동안 천장을 바라본 채 누워있던 서동수가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 비서 최성갑의 목소리가 울렸다.

“예, 장관님.”

“나, 서울에 가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비공식, 밀행이야. 그러니 유 실장, 안 특보에게만 이야기하고 준비하게.”

어차피 한국
정보기관에서는 알겠지만 밀행을 보호해줄 것이다.

침대에서 일어난 서동수가 혼잣말을 했다.

“욕심을 버리면 즐거워지는 거야.”



 

 

(539) 26장 즐거운인생 <6>

 

 

 

 

이번에는 비공식 방문도 아니고 완전 밀행(密行)이다.

그래서 정보기관도 서동수의 동선을 알고 있겠지만 시치미를 떼고 있을 것이다.

오후 2시 반, 서동수는 동성그룹 서울 사무실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수행원은 최성갑 하나뿐이다.

옅은 색 선글라스를 끼고 추운 날씨여서 오리털 점퍼를 입은 서동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회장실은 건물 20층에 있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탄 서동수와 최성갑은 안쪽으로 들어가

벽에 등을 붙이고 섰다.

동성 소유인 양재동의 20층짜리 이 건물은 3층에서부터 20층까지 동성그룹이 사용하고 있다.

25인승 대형 엘리베이터여서 서동수가 먼저 탄 뒤 10여 명을 더 태운 후에야 출발했다.

그때 앞쪽에 탄 사내가 제법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김 부장. 인원 계획 다시 작성해서 보내.”

“예, 상무님.”

옆쪽 사내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내일까지야, 알았어?”

“예, 상무님.”

엘리베이터 안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상무라는 사내는 서동수 앞쪽 세 번째였는데 들어올 때 보니까

얼굴이 상기되었고 곧 엘리베이터 안에 술 냄새가 덮였다.

점심을 먹으면서 낮술을 마신 것 같다.

상무 주위에 둘러선 사내들은 대여섯 명으로 위축된 듯 몸을 굳히고 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앞쪽 여직원 둘이 내렸고 남자 셋이 탔다.

셋은 일제히 상무라고 불린 사내를 향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구석으로 비켜섰다.

다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 상무가 말했다.

이제는 거침없이 말한다.

“공장 새끼들이 아직 정신 못 차렸어. 지금이 어떤 때라고.”

모두 숨을 죽였고 상무의 말이 이어졌다.

“개새끼들.”
그때 다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10층이다.

서동수는 최성갑의 뒤로 몸을 숨겼다.

문이 열리면서 사내들이 모두 내렸는데 두어 명이 이쪽을 힐끗거렸지만

최성갑 뒤의 서동수는 보이지 않았다.

상무라고 불린 사내는 40대 후반쯤으로 서동수에게는 초면이다.

엘리베이터에 둘이 남았을 때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모두 술을 마셨군.”

아직 버튼을 누르지 않았으므로 20층 버튼을 누른 서동수가 최성갑에게 지시했다.

“저 상무가 누군지, 어떻게 입사했는지 은밀하게 조사해 보도록.”

“예, 장관님.”

“유 실장한테 상황을 설명하면 금방 알려줄 거야.”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둘은 붉은색 양탄자가 깔린 복도로 나왔다.

이곳은 비서실과 기조실, 대표이사실, 회장실이 있는 곳이다.

서동수가 20층 버튼을 미리 눌렀다면 상무는 큰소리를 치지 않았을 것이다.

둘이 비서실로 다가갔을 때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물었다.

인형처럼 매끄러운 곡선의 여직원이다.

“저, 어디서 오셨죠?”

여직원의 시선이 서동수를 스치고 지났지만 모르는 것 같다.

그때 다가선 최성갑이 대답했다.

“저, 회장실에 가려는데요.”

무뚝뚝한 표정에다 억양 없는 목소리였고 최성갑은 건장한 체격이다.

여직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불안해진 표정이다.

“회장님은 안 계시는데요.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뒤에 서 있던 서동수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하긴 이곳에는 일 년 만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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