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몽정기 3
길 사장과 장 사장은 해원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두 남자는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음정과 박자 모두 무시하고 따라 불렀다.
“…아침에 혼자 눈을 뜨게 된 거야…”
이승기라는 가수가 부른 ‘삭제’라는 노래였다.
희한한 제목의 노래였다.
중경도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환갑을 앞 둔 두 남자가 열심히 따라 불렀다.
“가슴이 아려와 … 너를 불러도 보고 너를 만져도 보고… 너무 잔인한 일이야.”
해원은 보면 볼수록 물건이었다. 연애로 끝낼 상대가 아니라
결혼해도 좋을만한 상대라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이번엔 길 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중경은 그야말로 객이었다.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가신…”
길 사장의 노래에 장 사장이 춤을 추고 해원이 고음으로 같이 불렀다.
길 사장의 목소리보다 해원의 목소리가 더 낭랑하게 들렸다.
“네가 이런 노래도 아냐?”
노래가 끝난 후 길 사장이 해원에게 물었다.
“그냥 들은 풍월이 있어 따라 부른 거 뿐이에요.”
한 시간 넘게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두 남자는 떼인 돈에 대한 미련이나
하청업자의 서러움을 모두 씻어버렸다.
중경이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해원 혼자 다 해낸 것이었다.
길 사장과 장 사장이 택시를 타고 사라질 때 해원은 두 남자에게 각각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길 사장이나 장 사장은 이제 해원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
“오늘 저 잘했죠?”
해원은 자연스럽게 중경의 팔짱을 꼈다.
중경은 그녀가 욕심나긴 했지만 무턱대고 함께 집으로 가잘 수는 없었다.
해원의 마음도 마음이지만 지금 오피스텔에 두 여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잔 더 해요. 둘이서만.”
해원은 마음은 분명했다. 중경이 끌면 어디든지 갈 태세였다.
갑자기 중경의 마음이 바빠졌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빨리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이 길게 꼬리를 늘이고 있었다.
잠깐 멈칫하는 새 해원은 중경을 잡아 끌었다.
두 사람은 술집 ‘Hole’의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해원씨 오늘 고마웠어.”
술집은 말 그대로 구멍 같은 집이었다.
각각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소굴이 각각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천장은 둥글고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좁았다.
구석진 자리에 밀착해 앉으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지 못할 그런 구조였다.
해원은 마주 앉지 않고 중경의 곁에 앉았다.
“고맙긴요. 우리 팀의 일이잖아요.
그런데 아무튼 싱거운 술 먹느라 애 먹었어요.
저 오늘 잘 했으니까 한잔 사 줄 거죠?”
“그, 그래요.”
중경은 해원이 지난번처럼 술주정하며 집까지 따라온다고 할까봐 걱정이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해원이 벨을 눌렀다.
“여기 데킬라 하구요. 레몬 하고 소금 좀 가득 주시구요. 안주로는 미트볼 주세요.”
“데킬라?”
“안 드세요?”
종업원은 이미 계산서에 기록을 하고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해원씨 술이 그렇게 쎄?”
“아뇨? 기분 좋은 날 먹으면 말짱해요.”
“그럼 지난번엔…”
“아, 지난번에. 그땐 무지하게 슬픈 일이 있었거든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슬픈 이야기를 했다.
“…무지 무지 친했던 친구였어요.
그런데 그 바보 같은 놈이 자살을 했지 뭐예요.”
해원이 데킬라 한 잔을 탁 털어 넣더니 소금을 손가락으로 집어먹었다.
“그날?”
“아뇨. 그 전날.”
“그럼 밤새 영안실에 있다가 출근해서 술 마신거로군.”
“뭐 그런 셈이죠.”
그녀의 말투로 보아 전혀 친했던 친구 같지 않았다.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고
심지어 과를 달랐지만 대학까지 같은 델 다녔어요.
엄마 아빠랑도 잘 알았어요.”
그녀가 중경의 손을 잡더니 손등 위에 소금을 얹었다.
중경이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랬는데 개네 아빠가 췌장암인가 걸렸었나 봐요.
요즘에 보험 같은 거 안 들고 사는 사람도 있나 봐요.
아무튼 있는 돈 없는 돈 다 날렸지요.”
해원은 다시 한번 술을 툭 털어 넣더니
중경의 손등 위에 올려 놓은 소금을 혀로 핥아먹었다.
짜릿했다.
“데킬라는 이렇게 먹어야 맛있대요.
자살한 친구가 가르쳐 준 거예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제일 친한 친구의 죽음을 말하며 장난하듯 말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소통과 방식의 차이인가. 세대 차이인가.
“그 뒤로 개네 집 개털 됐어요. 안 마시세요?”
해원의 강권에 중경도 한잔 털어 넣고 레몬을 빨았다.
“소금을 먹어야 하는데.”
해원이 손가락으로 소금을 집어 중경의 입에 넣어주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카드 빚 생기고 뭐 그러면서 아둥바둥 살았는데 취직도 안되잖아요.
아마 이력서를 천장은 넘게 썼을 거예요. 그렇게 살기 힘든 판인데 떡 하니 입대영장도 나오고.
죽을 맛이었겠죠.
병무청에 가서 사정을 했더니 면제가 안된다고 하더래요.
아빠 엄마 다 살아 있고 동생도 있고 결격 사유도 없다구요.
그러면서 돈 많은 놈들은 다 빠지잖아요.”
해원이 잔을 들고 건배를 청했다.
그녀가 조금씩 진지해지고 있었다.
“아니, 남친이었어?”
중경은 그 동안 그녀가 ‘놈’이라고 표현했지만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네. 내 첫 사랑이기도 하고 첫 남자이기도 하고 그랬죠.
오해 마세요. 대학 들어와선 아니었으니까. 드세요.”
이번에도 중경은 마지못해 잔을 털어 넣었다.
식도와 위장 전체가 뜨근뜨근했다.
“그랬는데 제가 취직하고 월급 받은 걸로 술 한잔 샀어요.
그때 걔가 내 앞에서 처음 울었어요.
세상 참 좆같다고. 그러더니 며칠 지나선 자기가
마지막으로 이력서를 냈던 회사 옥상에서 투신 자살 했어요.”
넉잔째를 그녀는 멀쩡하게 마셨다.
“그런데 왜 슬프지가 않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죽을 각오였다면…”
“그건 정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예요.
걔가 대기업에 취직해서 정상적으로 월급 받고 아무런 사고나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30년쯤 갚아야 빚을 다 갚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걔도 카드 빚내서 대학을 다녔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상황이라면 김 대리님은 어떻게 할 거예요?”
다섯 잔. 그녀가 처음으로 안주로 나온 미트볼을 집어먹었다.
“그 친구 아버지는?”
“나도 몰라요. 아마 돌아가셨을 거예요.”
그녀를 깨웠다. 여섯 잔을 마시더니 그대로 폭 고꾸라지고 말았다.
중경은 그녀를 업었다.
술집에서 나오긴 했는데 어디로 데려가야 할 지 참으로 난감했다.
집이 효자동 어디 근처라는 것밖에 몰랐다.
중경은 일단 그녀를 차에 실었다.
그리곤 대리기사를 불렀다.
대리기사가 오는 동안 그녀의 뺨을 두드렸지만 깨어나지 않았다.
“효자동으로 가주세요.”
대리기사는 룸미러로 뒷좌석을 간간이 훔쳐보았다.
박장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차례 더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않았다.
예전에도 박장수가 집으로 데려간 적이 있었으니 알 법도 하련만 전화 통화가 되질 않았다.
“어디로 갈까요?”
난감했다. 차가 경복궁 앞을 지나고 있는데도 해원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기 세워 주십시오.”
중경은 일단 차를 세우고 대리기사를 돌려보냈다.
박장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불통이었다.
날이 추워 차에서 밤을 보낼 순 없었다.
중경은 차를 슬슬 몰아 경복궁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다시 그녀를 업고 열쇠를 받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정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말만 경복궁 모텔이지 둥근 물침대에 러브 체어까지 갖추어진 러브 호텔이었다.
중경은 해원의 구두와 외투를 벗겼다.
그리고 허벅지까지 말려 올라간 치마를 끌어내렸다.
‘이대로 두고 가자니. 걱정이 되고. 안 가자니 그것도 걱정이네.’
중경은 자신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 둘이 같이 있는 거야?”
“응, 그런데 왜 안 들어와?”
“회사에 일이 좀 터져 가지고 오늘 못 들어갈 거 같아.”
“새해가 되더니 더 바빠지는 거 같아.”
“미안해.”
“뭐가 미안해? 우리가 뭐 부분가? 신경 쓰지 마. 내일 저녁 때 봐.”
송림에게 괜히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 말대로 부부도 아닌데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게다가 그녀 곁엔 동성의 애인이 또 있지 않은가.
중경도 외투를 벗고 넥타이를 풀고 바지까지 벗었다.
잠은 둘째치고 샤워라도 하고 싶었다.
해원이 깊이 잠들었으니 깨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중경은 아예 홀랑 다 벗어버렸다.
욕실로 들어섰다.
욕조에 물을 받고 걸터앉아 담배를 한 대 폈다.
욕조에 물이 찬 뒤 중경은 욕조로 들어갔다.
오늘의 긴장이 한 순간에 풀리는 듯했다.
스르르 잠이 왔다.
중경은 꿈속에서 아버지와 엄마를 봤다.
두 분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게 벌써 7년도 더 된 일이었다.
다행이라면 두 분이 미래 대비를 철저하게 해 형과 중경 앞으로 상당히 많은 유산이 돌아왔다.
두 분은 금슬이 좋았다.
그래서 형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 덕에 중경은 군대도 가지 않았다.
아버지와 엄마가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걸어가고 있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중경이 물 소리에 잠에서 와락 깨어났다.
“욕조에서 주무시면 어떡해요? 물도 차가와 졌네.”
해원이었다.
그녀도 발가벗고 있었다.
꿈속의 풍경이 너무 희었던 탓일까.
그녀의 몸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눈부셨다.
붉은 게 있다면 그녀의 입술과 유두 뿐이었다.
해원이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술에 취해 고꾸라졌던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짱해 보였다.
“술 취했던 거 거짓이었어?”
중경은 갑자기 그녀가 의심스러웠다.
“선배, 지금이 몇신데요?”
“몇 신데?”
중경이 뒤로 물러났지만 몸에 닿는 그녀의 살을 피할 순 없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다.
“벌써 다섯 시예요.”
“뭐? 다섯 시?”
중경은 깜짝 놀랬다.
욕조에서 그렇게 깊이 잠이 들었단 말인가.
“저는 취할 땐 확 취하는데 깰 땐 누구보다 빨리 깨요. 간이 엄청 큰 가 봐요.”
지난밤의 진지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중경은 손과 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난감했다.
발엔 그녀의 엉덩이가 닿았고 손은 팔짱을 꼈지만 금방이라도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닿을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중경의 눈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 쪽으로 향했다.
욕실의 불빛 때문인지 그녀의 살이 투명해 보였다.
유두 주변으로 가늘고 파란 실핏줄이 선명하게 보였다.
어느샌가 젖살에 함몰되어 있던 유두가 꼿꼿이 일어나고 있었다.
남자들의 물건처럼 여자들의 유두가 팽창하는 걸 확연하게 보는 건 처음이었다.
“내 가슴 예쁘죠?”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고 적당히 남을 만한 크기였다.
해원이 자신의 손으로 젖가슴을 만졌다.
“만져 볼래요?”
해원은 자신의 가슴을 마치 남의 살 대하듯 했다.
“해원씨, 나 말야. 실은 같이 사는 여자가 있거든.”
“그래서요?”
해원의 말투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나 팀장님이 휴직계를 낼 때부터 낌새가 이상하더라구요.
저도 여자라구요.
여자의 직감이라는 거 알고 보면 무서운 거거든요.”
해원이 겨드랑이에 끼워져 있던 중경의 손을 잡아 뺐다.
그리곤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뜨거웠다.
“저 헤픈 여자 아니에요. 그리고 욕실 밖에서 한참 망설였어요.”
해원은 중경의 손을 잡고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훑기 시작했다.
배로 가져간 손을 허벅지로 다음엔 숲 가득한 사타구니로 이끌었다.
중경은 저항하지 않았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 온 거구요.
나 그렇게 치사한 여자도 아니에요.
뭐 한번 했다고 남자를 옭아매는 그런 여자 아니라구요.
그냥 김 대리님이랑 함께 있고 싶었어요.
아니 자고 싶었을 뿐이에요.
전 아직은 남녀의 관계가 진지해지는 걸 받아들일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아직은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혼테크족 아니에요.”
해원이 중경의 다리 사이로 다리를 뻗었다.
간지러웠다.
축 처져 있던 중경의 물건이 그때서야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했다.
“나 이래도 괜찮죠? 회사에서 나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 수 있죠?”
중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해원이 손을 뻗어 중경의 물건을 가볍게 쥐었다.
중경은 지난 밤의 질펀한 술자리와 이른 새벽의 섹스에도 몸은 어느 날보다 개운했다.
섹스를 이번처럼 시원하게 치렀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중경은 해원과 함께 모텔에서 나와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
해장국이 나오는 동안 중경은 불이 발그레레한 해원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혼테크족이 뭐야?”
“어머, 모르세요?”
“대충은 알겠지만…”
“김 대리님이 생각하는 게 맞아요.
결혼 한번으로 팔자 고치려는 남자나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이에요.
실제로는 결혼 잘 하자는 뜻이지만 말이에요.”
그녀는 먹성도 좋았다.
평소 그러했을 텐데 관심을 두고 보지 않았던 것이다.
중경은 그릇의 반쯤 비운 반면 해원은 국물까지 깨끗이 비웠다.
“칼로리를 많이 썼더니…”
그릇을 들고 국물까지 비운 후 내려놓으며 해원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 미국에 있는 형수가 그랬다.
그래서 아버지나 어머니가 형수를 무척 사랑했었다.
싹싹하고 언제나 먹성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늘 날씬했고 잘 웃고 애교도 넘쳤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해원이 입가를 훔치며 눈을 흘겼다.
“어제오늘 해원씨 다른 모습을 봐서 그래. 진짜 해원씨는 어떤가 하고…”
“어? 이제 말 트고 지내는 거예요?”
“그, 그랬나?”
“저는 일단 집에 들려서 옷 좀 갈아입고 출근할게요. 먼저 가세요.”
“늦지 않겠어?”
“어제 입었던 옷을 또 입고 출근해요?
혜영씨나 화련씨는 눈치가 빤해서 금방 알아차릴 걸요?
그래도 괜찮다면 나야 뭐 상관없지만 말이에요.”
해원이 말한 혜영은 영업1팀의 기획담당으로 새로 들어온 직원이었고
화련은 영업1팀의 온갖 잡무를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강 실장의 힘으로 영업1팀은 인원도 인원이지만 젊은 엘리트로 탄탄하게 갖추어진 것이었다.
중경은 식당에서 나와 그녀와 헤어졌다.
골목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중경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송림이나 채원보다 당차고 활동적임에도 왠지 그녀를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중경은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아침은?”
송림이 전화를 했다.
“먹었어.”
“밤새 생각해 봤는데 나나 채연이 때문에 중경씨가 구속되는 거 싫거든.
그래서 둘이 얘기한 건데 우리 나갈까?”
중경은 가슴이 뜨끔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중경은 언제부터 자신이 이토록 감성적이었던가 싶었다.
우유부단한 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아니었다.
냉정하고 냉혹한 줄만 알고 있었다.
“나를 구속하거나 한 적 없잖아.
그리고 나도 너희들 있는 거 나쁘지 않아.
나 역시 너희들 구속하지 않잖아.
너희들이 불편하다면 그렇게 해.”
“아냐. 아직은 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그래, 생각해 보자.”
말을 해놓고 보니 송림은 한때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우유부단해지고 감성적인 된 시점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