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4장 번데기 10

오늘의 쉼터 2014. 12. 25. 11:00

제4장 번데기 10

 

 

채연과 송림이 중경을 빤히 바라보았다.

 

중경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 나야. 괜찮지만 두 사람한테 미안하지.”

 

송림이 아이를 지운 뒤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중경의 집에 세 사람이 같이 지내기 시작한 것이다.

 

중경은 송림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달래 줄 요령이 없었다.

 

그 역할을 채연은 훌륭히 해냈고 마침 전속 기간이 끝난 채연은 방을 찾는 중이라

 

송림의 제안을 중경이 두말 않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중경에게 ‘불편하게 혼자 따로 떨어져 있지 말고

 

세 사람이 한 침대에서 지내면 어떠냐’는 제안이 온 것이다.

 

채연과 송림이 방글방글 웃었다.

 

“우리도 괜찮아. 그치 채연아.”

 

송림이 채연을 바라보았다.

 

“중경씨 정말 괜찮아요. 우리야 둘 다 양성인간이잖아요.”

 

“양성인간은 또 뭡니까?”

 

중경이 테이블 앞에 놓인 와인을 들었다.

 

시큼털털했다.

 

“여자도 좋아하고 남자도 좋아하고.”

 

송림이 그 말을 해 놓곤 키득거렸다.

 

“왜 웃어?”

 

채연이 송림의 옆구리를 찔렀다.

 

난감한 건 중경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제안한 삼각 동거를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중경씨가 몰라서 그렇지. 요즘 많이들 해.”

 

중경은 두 여자가 싫지 않았다.

 

아니 두 여자가 모두 사랑스러웠다.

 

집안 일도 능률적으로 돌아갔고 중경이 퇴근한 후에 서재에 들어가면

 

두 사람은 없는 듯 조용히 지내주었다.

 

혼자 살 때완 달리 집안에 훈기도 넘쳤고 못 보던 화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 집안이 화사해졌다.

 

커튼도 바뀌었고 밥그릇이나 수저도 화사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하, 하지 뭐. 그건 그거고. 너는 대학원 어떻게 됐어?”

 

“서류를 넣었으니까 시험 보는 일만 남았지.”

 

송림은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삶이니 중경이 뭐라 할 게재가 아니었다.

 

등록금도 자신이 알아서 하고 생활비도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해결하니

 

중경이 두 여자와 지내는 게 불편할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중경의 오피스텔은 열 명쯤 살아도 될 만큼 넓었다.

 

“너는?”

 

중경은 포크로 양상치를 만다린 드레싱에 찍어 입에 넣으며 채연을 쳐다봤다.

 

채연은 지난 해 전속 기간이 끝나 현재 하는 일이 없었다.

 

“누드 모델 협회에 원서를 냈어.”

 

중경은 채연과도 자연스럽게 말을 트고 지냈다.

 

“누드 모델?”

 

송림도 몰랐던 듯했다.

 

“그럼 어떡해? 다달이 집에 돈을 보내야겠고. 나오는 돈은 없고.”

 

“집 전세금 뺀 거 있잖아.”

 

“그게 내 돈이니? 집에서 집 담보로 대출 받아 준 돈이니까 돌려드려야지.”

 

채연이 와인 잔을 들고 잔 안의 술을 빙빙 돌렸다.

 

“괜히 기분 가라앉네. 건배!”

 

송림이 잔을 들었다. 중경도 덩달아 건배를 했다.

 

“누드 모델 그거 꼭 해야 돼?”

 

중경은 채연도 걱정이었다.

 

술이 어느 정도 돌자 셋은 ‘한 침대 세 사람’ 향연이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어차피 이런 일을 예상한 터라 중경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송림과 채연도 미리 생각한 바가 있을 터였다.

 

거부하는 게 오히려 어색하다고 중경은 생각했다.


송림과 채연이 자연스럽게 뒤엉켰고, 중경은 송림의 위로 올라갔다.

 

‘이건 오로지 쾌락만을 위한 건데, 이게 아닌데….’

 

중경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끝없이 쾌락을 쫓고 있었다.

 

전에도 세 사람이 누워 잠을 같이 잔 적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엉키기는 처음이었다.

 

“바꿀까?”

 

송림이 아래에 있는 채연을 쳐다봤다.

 

“그냥 계속해.”

 

“중경씬?”

 

중경이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나, 난 아무래도 좋아.”

 

송림이 중경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나만 즐길 수 없지.”

 

송림이 채연을 중경에게 밀어붙였다.

 

중경의 물건이 채연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중경은 이처럼 여자의 몸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처음 느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송림의 손이 중경의 엉덩이에 닿았다.

 

순간 중경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꿈틀했고, 그의 몸이 폭발했다.

 

폭발한 흥분으로 생긴 빈자리에 허탈감이 조금씩 밀려들기 시작했다.

 

전신에 힘이 풀렸다.

 

중경은 맥없이 침대에 누워 천장의 불빛을 세고 있었다.

 

그런 중경은 채연과 송림이 호기심스런 눈길로 쳐다보았다.

 

“여기서 지내는 게 미안해서 그런 거라면 이제 다시 이러지 않아도 돼.”

 

“천만에.”

 

“나도 그런 뜻 없어.”

 

중경은 그제사 두 사람이 일을 그만 둔 뒤 몸에만 집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하는 일이 있어야 사람답게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송림아, 다시 회사 안 나갈래?”

 

중경은 채연의 몸을 쓰다듬는 송림을 쳐다봤다.

 

“쉴 거야.”

 

“강 실장이 그러는데 회사가 중국 쪽에 매진을 할 생각인 모양이야.

 

특별 기획팀이 조성될 모양인데.”

 

중경은 슬그머니 자신의 몸에 있는 두 여자의 손을 떼어냈다.

 

하지만 두 여자는 이내 다시 장난스럽게 물건을 찾아 쥐었다.

 

“중국? 코지가 발붙일 곳이나 있겠어?”

 

“그러니까 매진을 한다는 거지.”

 

“내가 거기서 뭘 해? 중경씨 혼자도 잘 하잖아. 그리고 새로 들어온 걔도 잘 하겠던데 뭘.”

 

송림은 새로 들어온 여자 디자이너를 두고 말했다.

 

다른 회사는 감원을 하는 판국에 ‘코지’의 사장은 창의력이 높은 디자이너들을 스카웃 해왔다.

 

“너 혹시 아예 그만 둘 생각은 아니겠지?”

 

“대학원 다녀보고. 더 늦기 전에 유학도 다녀올까 생각 중이야.

 

늙으면 아무래도 힘들 거 같아서.

 

이제 나도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냥 지지부진하게 사는 거 지겨워.”

 

송림은 근래에 들어 처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녀의 말이 중경의 가슴 깊이 박혔다.

 

‘코지’ 사무실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중경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게시판을 들여다보았다.

 

‘차 실장이 본사로 발령 받았다고?’

 

중경은 적잖이 놀랬다.

 

강 실장에 비해 학벌이나 업무능력은 물론이고 창의성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차 실장이기 때문이었다.

 

사람들도 강 실장과 차 실장을 비교하면서 수군거렸다.

 

“강 실장이 본사로 가야지. 그게 순서 아냐?”

 

“그래서 팔은 안으로 굽는다니까.”

 

“뭐 하러 좆 빠지게 일하나 모르겠어. 우린 평생 일해봐야 대리하다가 짤리기나 할 텐데.”

 

사원들은 여기저기 삼삼오오 짝을 지어 투덜거렸다.

 

“야, 그래도 이번에 감원 없이 넘어간 것만 해도 어딘데.”

 

“난 사실 이번에 차 실장 짤릴 줄 알았거든.”

 

중경도 같은 생각이었다.

 

중경은 자동판매기에 커피를 꺼내들고 귀를 슬쩍 기울였다.

 

“오성 회장도 이제 물러 터진 거 아냐?”

 

“그러게, 인사에 대해서는 칼이라는 양반이 놀 줄만 아는 차 실장을 본사로 데려가는 이유를 모르겠네.”

 

“대부 모르냐? 아무리 못났어도 자기 가족은 끌어 안기 마련이야.”

 

중경은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강 실장의 방으로 향했다.

 

“계셔?”

 

중경은 강 실장의 방으로 들어서기 전에 먼저 비서에게 물었다.

 

“점심 때 들어오신 후로 꼼짝도 않으셨어요.”

 

중경이 방으로 들어섰을 때 강 실장은 의자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왔어.”

 

강 실장은 건성으로 중경을 반겼다.

 

“이리 좀 와봐.”

 

강 실장이 중경을 손짓해서 불렀다. 중경이 창가로 다가갔다.

 

“저 거리에 가득 메운 사람들 말야.”

 

강 실장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도대체 이 시간에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일까?”

 

“뭐 볼일들이 있어서 그러겠죠.”

 

“김 대리. 지난 해 실업자가 얼마나 되는 줄 알아?”

 

“공식적으로는 실업인구 백만 시대라고 하는데…”

 

“그건 정부에서 잡은 통계고. 게다가 구직 활동을 했다가 취직 되지 못한 경우만을 잡아

 

산정한 거드만. 그러니까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거야.

 

또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임시 계약직이나 노가다 수준의 일을 한다거나 해도 취직으로 간주를 하지.

 

그들도 사실 실업잔데 말야.

 

이렇게 저렇게 계산을 해보면 정부 발표보다 4배쯤 더 많을 거야.

 

거리를 메운 사람들이 실업자들 절반은 될 걸.”

 

그제야 강 실장이 중경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저 말입니다. 게시판에…”

 

중경이 입을 열기도 전에 강 실장이 손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난 오성 회장님을 믿거든.

 

내가 코지를 선택한 것도 오성 회장님 때문이지.

 

지금 사장 때문이 아냐. 그리고 말야…”

 

강 실장이 의외이다 싶을 정도로 중경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으며 뜸을 들였다.

 

“차 실장이 대북 사업을 잘 끌고 나갈 거 같아?”


강 실장이 중경을 쳐다보며 여전히 빙글거렸다.

 

“그야 모르는 일이죠.”

 

“내 생각은 달라. 대북 사업, 그거 사실 동네북이 되는 자리야.

 

언젠가는 책임지고 물러날 일이 생기는 자리고.”

 

“그러면 강 실장님 생각은 오성 회장님께서 그럴 듯한 구실로 잘라내기…”

 

강 실장이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야 모르지. 회장님이 정말 대북 사업을 차 실장한테 맡긴 거라면 노망이 난 거고.

 

그게 아니라면 다 계산이 있는 거겠지. 대북 사업은 뭔가 삐그덕거리고 있거든.”

 

“그게 무슨 말입니까?”

 

“소문이니까 말할 건 없고.”

 

강 실장이 서류철을 뒤적이다가 한 장을 꺼내 펼쳐 읽은 후 중경을 올려다보았다.

 

“그나 저나 휄라에선 소식이 없나?”

 

“지난 해 전국 매장에 깔린다고 했으니 무슨 소식이 있겠지요?”

 

“확실하게 깔리긴 깔린 거야?”

 

강 실장이 중경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여, 여기서 알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휄라에서 온 바이어 말을 믿는 수밖에요.”

 

“그런데 그 바이어가 휄라 직원이 맞긴 맞나?”

 

“네?”

 

중경은 축구공 만한 해머로 뒤통수를 얻어터진 기분이었다.

 

“내가 혹시나 싶어 벨몽도라는 내 친구한테 팩스를 보내 봤지.”

 

강 실장이 팩스 한 장을 중경에게 내밀었다.

 

프랑스 말로 써 있어서 중경은 읽을 수 없었다.

 

“아직 프랑스어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서…”

 

“매사 철저한 줄 알았는데.”

 

강 실장이 혀를 찼다.

 

“우리가 프랑스하고 일하기 시작한 게 6개월 전 쯤이지?”

 

중경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면 이쯤 되는 팩스는 읽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강 실장이 팩스를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강 실장이 말한 그 직원은 너희와 계약을 맺을 무렵 휄라를 그만 둔 상태이네.

 

휄라에서도 해외영업 쪽 일을 맡았는데 가끔 돈을 횡령하고 했던 모양이다.

 

만약에 그 친구와 계약 건이 있다면 무조건 포기해라.

 

서류도 몇가지 훔쳐 나간 모양인데 아무튼 조심하기 바란다.”

 

중경은 다리에 힘이 빠졌다. 머리 속으로 빨리 계산을 해보았다.

 

환율까지 고려하면 휄라의 아시아 쪽 담당자라는 사람에게 넘어간

 

물건값이 도매가로 오천만원 가까이 되었다.

 

“정말 좀 도둑이지. 몇 천만원 해 먹으려고 한국까지 나왔다가 들어갔으니 말야.”

 

휄라에서 발행한 공문에, 휄라 사원증에,

 

휄라 관인이 찍힌 계약서와 해외영업이사의 싸인까지.

 

중경이 아니더라도 누군들 사기를 당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자네도 특수영업팀에서 일하고 싶은 거야?”

 

중경은 달아오른 얼굴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올해부터 우리가 중국 쪽에 영업망을 구축하며 특수영업팀이라고 새로 생기는 거 알고 있지?”

 

중경은 강 실장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 손해를 최소한으로 만들어 봐. 이번 일은 내 선에서 마무리 지을 테니까.”


강 실장의 방을 나오는 중경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강 실장의 말대로라면 이번 일 처리를 봐서 아무런 비전도 보이지 않는

 

특수영업팀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었다.

 

‘코지’는 이미 중국 쪽의 영업망 구축에선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워낙 큰 시장이라 유수의 기업들이 이미 오래 전에 진출해

 

‘코지’ 정도의 기업은 발을 붙일 곳이 없었다.

 

또한 ‘비라’나 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리 만무했다.

 

특수영업팀에서 일한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건 곧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중경은 사무실로 돌아와 프리 통역을 통해 프랑스에 전화를 넣었다.

 

강 실장의 말이 사실이었다.

 

담당자는 이미 반년 전에 일을 그만 둔 상태였고 ‘코지’의 속옷 납품 건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일을 처리하며 제대로 확인을 한번도 하지 않았나 싶었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중경은 수화기가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내려놓았다.

 

“김 대리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송림이 말하던 신입 디자이너 해원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요즘 직장인들이 잘 마신다는 고급발효유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중경의 손에 발효유를 쥐어주었다.

 

중경은 그녀에게라도 하소연하고 싶었다.

 

“별일 아냐.”

 

“휄라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요?”

 

해외 영업 1팀 사원들은 내일이라도 알게 될 터였다.

 

더군다나 중경의 잘못도 아니었다. 휄라와 구두상의 계약 문제가 오갔을 때까진

 

그 담당자는 휄라의 직원이었던 것이다.

 

사기를 치려고 마음을 먹고 달려든 사람을 누구라도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일이 진행되는 중간에 때때로 휄라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지 못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오늘 우리 부서 시무식 할까요?”

 

송림이 휴직을 한 뒤 중경은 해외 영업 1팀의 실질적인 팀장이었다.

 

모두 여섯 명의 직원이었다.

 

“김 대리님 기분도 꿀꿀한데 저녁에 술 한잔하죠.”

 

이구동성으로 중경을 재촉했다.

 

모두 강 실장이 선별해서 꾸려놓은 직원들이라

 

차 실장이 오성 본사로 간 문제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

 

강 실장이 본사로 가면 해외영업 1팀 모두 오성 본사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았다.

 

강 실장의 정예 사원들이기 때문이다.

 

오성 본사로 옮겨지면 우선 연봉부터 적게는 오백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 가까이 많아진다

 

보너스도 1000%에 가까웠다.

 

그러니 ‘코지’ 직원들은 오성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마다하지 않았다.

 

오성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때론 오성으로 옮겨가기 위한 발판으로

 

‘코지’에 들어오는 수도 종종 있었다.

 

“실장님은 빼죠. 꼰대들하고 가면 재미가 없잖아요.”

 

해원이 중경의 팔짱을 자연스럽게 끼고 애교를 부렸다.

 

단단하고 탄력있는 해원의 가슴이 팔꿈치에 닿았다.

 

중경은 송림과 채연의 얼굴이 떠올라 팔을 슬그머니 뺐다.

 

“해원씨, 그거 성 희롱이야.”

 

액세서리 쪽에서 디자인을 하다가 강 실장에게 발탁된 박장수가 농을 쳤다.

 

“어머, 그래요?”

 

해원은 놀란 시늉을 하면서도 중경의 팔을 더 바짝 잡아 당겨 끼었다.

 

중경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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