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4장 번데기 8

오늘의 쉼터 2014. 12. 25. 01:00

 

제4장 번데기 8

 

 

차몽현이 나간 뒤 차상경은 차 실장을 다시 서재로 불러들였다.


“한번 혼쭐이 나봐야 사업하기 어렵다는 걸 알지.”

 

차상경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사실 차 사장은 코지를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 구멍가게 만한 회사를 가지고 절절매면 어쩌자는 거야?”

 

차상경의 목소리가 격앙되어 있었다.

 

“회장님,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아, 동생한테 화가 난 거 아니니까 오해 말게. 앉지.”

 

차상경이 자리를 권했다.

 

차 실장은 그의 얼굴을 말똥말똥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성에 입사한 뒤로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다.

 

차 실장은 서재 안이 후텁지근하게 느껴졌다.

 

“동생이 보기에 저 놈이 성공할 거 같나?”

 

난감한 질문이었다.

 

성공할 거라고 본다면 회장을 욕하는 것이고 아니라고 본다면 그의 아들을 욕하는 것이었다.

 

“괜찮으니까 말해보게.”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중국에 비라가 이미 자리를 단단하게 잡았는데,

 

그네들이 가만히 있지도 않을 테고….

 

그보다 먼저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온갖 방해를 할텐데.”

 

차상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이 처음 찾아왔을 때가 생각나는구만. 그땐 참…”

 

차 실장도 그때의 일을 잊을 수 없었다.

 

차상경을 만나기 위해 하루 종일 꼬박 비서실 곁의 대기실에 앉아 초조하게 그를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아주 잠깐 얼굴 한번 보곤 그만이었다.

 

차 실장에게 차상경은 먼 친척이었다.

 

촌수를 따질 수도 없었다.

 

차상경의 작은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뻘 되는 어른의 아들의 아들이었다.

 

차 실장이 지금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 작은할아버지의 각별한 부탁 때문이었다.

 

평생 선산을 지키다 돌아가신 그 분의 유언이기도 했다.

 

결국 오성에 입사를 시켰고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승진도 시켜주었다가

 

잘라낼 생각으로 ‘코지’엘 보냈는데 의외의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차상경은 그를 보며 가끔은 개똥도 쓸 데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개똥이 의외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지금 일은 정말 괜찮은가?”

 

“물론입니다. 제 적성에도 꼭 맞습니다.”

 

차 실장은 회장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 지 궁금했다.

 

“내가 요즘 동생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드네.”

 

“회장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물고기가 물을 만나야 제 구실을 하듯 저는 회장님을 만나

 

비로소 사람 구실을 하게 되었는데요.”

 

차상경이 턱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둘이 있을 땐 형님이라고 하게.”

 

차 실장은 그가 진실로 자신을 최고로 대우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부를 수 있겠습니까.”

 

차상경은 다시 강요를 하지 않았다.

 

“차 실장, 혹시 말이네. 본사 쪽으로 올라와서 대북 사업을 맡아볼 생각은 없나?

 

이게 보통 큰 사업이 아니거든.”

 

차상경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대, 대북 사업이요?”

 

차 실장은 회장 집을 나서는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기만 했다.


‘대북 사업이라? 도대체 나보고 뭘 하라는 거지?

 

그래도 독립된 법인체로 만들어 준다니 몰라도 해야지.’

 

차 실장은 도무지 회장의 속내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오성에서 대북 사업의 일환으로 신의주에 공단을 조성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이미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미 사업팀이 꾸려져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북한과 일을 시작하면 됐다.

 

‘대북 사업에 매달리면 무슨 낙으로 살지?’

 

차 실장은 자동차에 오른 뒤에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지금 맡고 있는 홈쇼핑 일이 적성에 딱 맞았다.

 

잔 업무도 많지 않고 삼삼한 모델들과 어울리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포기해야 한다니….

 

썩 내키지 않았다.

 

‘남남북녀라고 북한 여자들이 예쁘다는 말인데, 이번 기회에…’

 

차 실장은 걱정과 염려 속에서도 북한 여자들을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운전기사가 룸미러로 그런 차 실장을 훔쳐보았다.

 

‘하긴 나도 이제 쬐그만 속옷 회사의 실장 노릇이나 하고 있을 순 없지.

 

남자로 태어났으니까 한번 제대로 칼을 한번 휘둘러 봐야 하지 않겠어.’

 

차 실장은 뒷목을 묵직하게 누르는 피로함과 더불어 마음이 뿌듯하기도 했다.

 

‘대북 사업이라…’

 

차 실장은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아내를 불렀다.

 

그리곤 회장이 자신에게 대북 사업을 맡겼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럼 당신 승진 한 거야?”

 

“승진한 거지. 사장이 될 지도 모르는데.”

 

부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사장? 그렇잖아도 어제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는데

 

올해는 더 잘 풀릴 거라고 그러더라.”

 

그녀도 즐거워 어쩔 줄 몰라했다.

 

“그래?”

 

차 실장은 새해 들어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뭐라고 딱 꼬집어 표현할 수 없었다.

 

아침에 똥을 싸고 나왔는데 뒤를 덜 닦은 기분이었다.

 

“박 과장이 가져온 게 제대로 효력을 발휘했어, 그지?”

 

그녀의 말에 차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기 이번에 박 과장도 데리고 가지? 그만한 충신이 또 어딨어? 안 그래?”

 

“하긴……”

 

차 실장은 처음으로 박 과장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자기 막 언론에 나오고 그러겠네.”

 

차 실장이 어깨를 펴곤 헛기침을 했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이 마침 차 실장 눈앞에 있어 들여다보게 되었다.

 

“장미화? 누구야?”

 

차 실장이 휴대폰의 액정을 보며 물었다.

 

 차 실장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누, 누군 누구야, 친구지.”

 

그녀가 얼른 휴대폰을 들고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래, 지금 나가려던 참이야. 우리도 시무식 해야지.”

 

차 실장은 아내의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내는 요즘 부쩍 멋을 부렸다.

 

“나도 오늘 실은 친구들끼리 시무식이 있거든.”

 

“집에만 있는 여편네들이 시무식은 무슨 시무식.”

 

차 실장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차 실장은 초저녁에 박 과장을 불러냈다.

 

그가 대북 사업을 맡게 되면 인사 발령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모두들 알게 될 것이지만 입이 간지러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실장님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에요?”

 

‘엘렉트라’의 술집 마담이 차 실장의 잔에 꼬냑을 따르며 물었다.

 

“흠, 좋은 일이 있긴 있지.”

 

차 실장은 그녀에게라도 말하고 싶었다.

 

대북 사업을 한다는 건 독립된 사업체에 사장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본사의 지시를 받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사장인 셈이었다.

 

‘내가 사장이 된단 말이지?’

 

“실장님 좋은 일 있으면 같이 축하해요.”

 

엘렉트라의 마담이 어깨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차 실장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박 과장이 부리나케 들어왔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박 과장은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차 실장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담이 박 과장 앞에도 빈 술잔을 놓고 술을 따랐다.

 

“뭐 시키실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허허, 이 사람 참 내가 뭐 자네를 부려먹기만 하는 사람인 줄 아나.

 

그 동안 내 비위 맞추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실장님도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술을 한잔 사려고.”

 

“아니, 제가 사겠습니다.”

 

“어허, 정말로 오늘은 내가 술을 한잔 사야 돼. 그리고 술을 살 일이 있고.”

 

박 과장은 차 실장의 얼굴을 살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듯 화색이 돌았다.

 

차 실장은 그런 박 과장을 두고 실실 웃기만 했다.

 

“박 과장님, 실장님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봐요.

 

혹시 늦둥이라도 보셨어요?”

 

“예끼!”

 

차 실장은 점잖게 호통을 치곤 바에 가깝게 다가 앉았다.

 

박 과장과 마담도 차 실장에게 다가들었다.

 

“실은 말이지. 내가 오성 그룹의 대북 사업을 전담하기로 되었거든.”

 

“네?”

 

박 과장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독립된 법인체로…. 회장님께서 그동안 은밀하게 준비를 해 오셨던 모양이야.”

 

“그러면 앞으로 사장님이…”

 

차 실장이 털털하게 웃었다.

 

하지만 박 과장은 왠지 걱정이 앞섰다.

 

차 실장이 그럴만한 인물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장이라면 분명 엄청난 승진이 셈이었다.

 

“축하 드립니다.”

 

“축하는 나중이고 자네 나랑 같이 뭉치세.

 

그 동안 자네에게 내가 해 준 일이 없잖은가.”

 

대북 사업의 결과가 어떻게 빚어지든 박 과장으로서는 감개무량했다.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줄 알았는데 남도 생각할 줄 아는 여유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럼 술은 당연히 제가 사야겠습니다.

 

그 동안 실장님, 아니 사장님 모시고 한번 가려고 개발해 놓은 술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차 실장의 아내 김효순.

 

사십 대 중반이지만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몸매와 얼굴을 아직 간직하고 있었다.

 

강남에서 땅으로 올라선 부자집의 넷째 딸이었다.

 

김효순이 차 실장과 결혼한 건 선을 본 많은 남자들 중에 가장 만만한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오성그룹 회장의 친척이니 대외적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적당히 요리하며 데리고 살 수 있는 남자로 그만이었다.

 

그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불만은 없지 않았지만

 

남편은 당초의 생각에서 많이 벗어나진 않았다.

 

낳은 아이 둘도 일찌감치 캐나다로 모두 유학을 보내 김효순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십분 남짓 지났는데 장미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 전화를 걸려고 버튼을 누르는데

 

따스하고 뭉툭한 손이 그녀의 어깨에 올려졌다.

 

“어, 왔어?”

 

“장미화 대령입니다.”

 

1미터 80은 족히 넘을 키에 딱 벌어진 어깨, 숱 많은 머리에

 

짙은 눈썹과 검게 그을린 피부. 김효순이 꿈에 그리던 남자였다.

 

“놀릴래?”

 

“그럼 어쩝니까? 제가 누님 휴대폰 속에선 장미화 맞잖습니까.”

 

김효순은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누님, 그 동안 무척 외로우셨던 모양입니다.”

 

“연말이고 연초고 그 동안 행사에 끌려 다니느라 너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남자는 슬그머니 손을 김효순의 엉덩이 뒤로 가져갔다.

 

그리곤 더듬더듬 그녀의 꼬리뼈 부근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요즘도 아저씨랑 따로 따로 자요?”

 

“언제적 얘기를 하고 있어. 얼른 나가자.”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지만 김효순은 남자를 재촉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가 그리 급하실까?”

 

“너 자꾸 놀릴래?”

 

김효순이 그의 팔짱을 꼈다.

 

둘은 남자의 차에 탔다.

 

“차 잘 나가지?”

 

“그럼 7천을 줬는데 잘 나가야죠.”

 

남자의 말에 김효순은 뿌듯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그냥 근사한 데로 드라이브나 가지.”

 

“어, 직행하는 게 아니구요?”

 

“애는 내가 뭐 밝히기만 하는 여잔 줄 아나 봐.”

 

“누님보다 더 밝히는 여잔 보지를 못했습니다.”

 

남자가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

 

김효순이 남자의 어깨를 탁 쳤다.

 

그러나 그건 화라기 보다는 애교였다.

 

차는 도시를 빠져 춘천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김효순은 남자를 가만 놔두지 않더니 급기야는

 

왼쪽 팔을 길게 뻗어 남자의 사타구니를 어루만졌다.

 

남자도 그녀의 손을 내치지 않았다.

 

“한번 해 줄까?”

 

“차 안에서요? 누님은 내 물건을 입에 넣는 거 싫어 하잖아요.”

 

“내가 언제 싫어했어. 니께 너무 크니까 불편하다고 했지.”

 

김효순의 손은 이미 남자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이거 운전하는 데 지장 있는데.”

 

“한 두 번 해본 게 아닐 텐데 내숭은…”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팬티를 내릴 수 있도록 남자가 엉덩이를 들었다.

 

그러자 운전대 아래에 기어 변속기보다 더 두껍고 우람한 남자의 물건이 툭 튀어나와 솟구쳤다.

 

김효순은 숨이 멎는 듯했다.

 

“누님 것도 만만치 않아요.”


아랫도리에 엎어져 있는 김효순을 내려다보며 남자가 말했다.

 

김효순은 행동을 멈췄다.

 

“내가 뭘?”

 

김효순이 고개를 들었다.

 

입은 침으로 범범이었다.

 

차는 청평호가 굽어보이는 도로변 갓길에 세워져 있었다.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간간이 두 사람이 탄 차를 훑고 지나갔다.

 

“솔직하게 그렇잖아요.”

 

남자는 능글맞게 웃으며 김효순을 쳐다봤다.

 

“아무튼 너란 놈은 솔직해서 좋다.

 

옛날에 만났던 놈들은 내 비위나 맞추려고 얼마나 발발 기는지.

 

몇 번 만나면 정나미가 떨어져요.”

 

김효순이 입을 훔쳤다.

 

“누님 이거 이대로 놔 둘 거요?”

 

남자가 운전대 아래에서 벌떡대는 자신의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이리 와!”

 

남자가 조수석으로 옮겨 앉았다.

 

김효순은 그가 잘 앉을 수 있도록 엉덩이를 들었다.

 

“벗겨 줘!”

 

“누님, 오늘은 참 유별나네. 늘 혼자 벗으면서.”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야.

 

너도 만났고 영감도 사장으로 승진하게 생겼고.”

 

남자의 손은 여자의 치마를 들추고 팬티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팬티에 얼룩이 져 있었다.

 

여자가 그만큼 흥분했다는 증거였다.

 

“그럼, 앞으로 연봉도 더 늘어나겠네.”

 

남자가 코맹맹한 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언제는 영감 돈으로 살았나.”

 

“누나, 거기 말고 더 뒤에 있는 데 넣어주면 안 될까?”

 

여자는 누님이라고 부르던 호칭이 누나로 바뀌는 순간을 알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몸과 마음을 모두 장악하려고 할 때였다.

 

여자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기대감에 몸을 떨었다.

 

“얘는……”

 

김효순은 말꼬리를 흐렸다.

 

경험은 해 보고 싶었는데 차마 말을 꺼내본 적은 없었다.

 

“나도 이젠 누나랑 완전히 합일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단 말야.”

 

김효순은 몸을 아래로 조금 더 내렸다.

 

“들어갈까?”

 

“누나 콘솔 열어 봐.”

 

남자는 그러면서 연신 손으로 김효순의 뒤를 주물렀다.

 

“거기 크림!”

 

“너 아주 선수구나.”

 

“아냐, 언젠지 모를 날을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 둔 거야. 열어 봐. 한번도 안 쓴거야.”

 

김효순이 튜브를 들고 실내등을 켰다.

 

‘섹스 젤’이었다.

 

김효순은 크림을 남자에게 넘겼다.

 

튜브에서 크림이 빠져나오는 소리와 크림이 묻은 남자의 손이 사타구니에서

 

질퍽거리는 소리만으로도 김효순은 정신이 없었다.

 

서서히 통증이 몰려왔다.

 

짜릿한 통증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남자의 행동도 경직됐다.

 

“넌 정말 나쁜 놈이야!”

 

김효순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나쁜 년이지!”

 

남자는 허리를 들어 김효순에게 밀착했다.

 

김효순은 그대로 까무라칠 것만 같았다.

 

그와는 도저히 헤어지지 못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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