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25장 격동의 한반도 [7]
(525) 25장 격동의 한반도 <13>
“신의주 장관의 위상이 가장 높아져 있어. 나오미 씨.” 세 사내의 면면은 총리 아베와 관방장관 오다, 그리고 총리 보좌관 도쿠가와이고 여자는 물론 나오미다. 그때 아베의 시선이 도쿠가와에게로 옮겨졌다. 50대 중반의 도쿠가와는 막부 정치를 시작한 도쿠가와와 성이 같지만 아무 관계가 없다. 자위대에서 정보 책임자로 근무하다가 퇴역하고 총리실 소속의 정보부를 맡은 것이다. 마른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져 있다. 저항세력이 일소된 상황이라 신의주라는 완충지대에서 충격을 흡수하면 탄력을 받게 되어서 남북한 연합은 예상보다 빨라질 것 같습니다.” 그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때 관방장관 오다가 입을 열었다. 오다는 아베의 측근이자 동지다. 63세, 오다가 말을 이었다. 그것이 1400년간이나 계속되어 온 것이다. 한반도는 당하기만 했다. 고려가 멸망한 이유 중의 하나도 왜구의 침략 때문이었다. 고려말에는 1년에 360회나 왜구가 침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은 온전했는가? 1592년 임진년에 대군이 침입하여 1598년까지 7년 동안 전국을 유린했다. 그 후 조선을 멸망시키고 36년간의 식민통치, 1923년 관동대지진 때는 무능한 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동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조선인이 방화, 부녀자들을 강간, 살해한다고 정부에서 부추겨 조선인을 학살했다. 무려 2만3000여 명의 조선인이 학살, 실종되었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에 징용·징집으로 희생된 수십만의 조선인, 수천 명의 위안부. 그런데 지금은 미국의 깃발 아래 한국과 일본은 어중간한 우방국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일·한 우호관계가 최우선이라고, 중국에 예속되면 안 돼.” 또는 36년간의 식민통치에 대해서까지 사과할 용의도 있어.” (526) 25장 격동의 한반도 <14>
다음 날 아침, 사무실로 들어온 안보특보 안종관이 정색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입은 꾹 다물었지만 치켜뜬 눈이 조금 좁혀졌다. 신의주 특구가 가동된 후에 남북한 소통이 많아지고 분쟁이 적어지면서 종북단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신문에서는 신의주장관 서동수가 평양에 한 번 다녀가면 종북주의자 1만 명씩이 사라진다는 시중의 소문을 보도한 적도 있다. 그것은 서동수가 북한 정권으로부터 종북자 명단을 받아 와 국정원에 넘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자의건 타의건 간에 반정부활동은 안 하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이번에 수고를 한 보상이라고 했습니다.” “…….” 정·관계, 학계, 언론계, 노동계까지 포함된 간첩들만 수천 명입니다.” 이것이 혁명전사들의 명단이라고 말입니다.” 이 중에서 북조선에 의해 통일이 되었을 때 북조선 체제에 적응해서 살아갈 인사들은 열에 하나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제 한국의 종북 무리는 더욱 고립된 셈입니다.” 명단을 한국 정부에 넘겨준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북한 정부로부터 받은 명단이니 후유증 걱정 없이 내부에 박힌 종북 무리를 단숨에 소탕할 절호의 기회가 되겠다. 또는 충격을 줄이고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안종관이 그것도 예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이윽고 서동수가 말했다.
아베가 지그시 나오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이번 북한 쿠데타로 서동수의 기반이 확고하게 굳어진 셈이지.”
총리 관저의 응접실에는 세 사내와 여자 하나가 둘러앉아 있다.
밤 9시 반 오늘 회의는 비공개, 비밀로 열린 터라 도쿠가와와 나오미는 후문으로 몰래 들어왔다.
“도쿠가와 씨, 앞으로의 전망은?”
아베가 묻자 도쿠가와가 상반신을 폈다.
“북한이 급격하게 개방될 것 같습니다.
이미 일본 정부는 물론 미국 등 경제계에서부터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지만
“급합니다. 이대로 두고 보기만 했다가 큰일이 날 수가 있습니다.”
오다의 시선이 아베에서 도쿠가와, 나오미를 차례로 훑고 지나갔다.
“일본 역사상 한반도가 이렇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처음입니다.”
방 안에 잠깐 무거운 정적이 덮였다.
그렇다. 서기 600년대의 백제 멸망 이후로 일본에 한반도는 약탈과 침략의 대상이었다.
길게 숨을 뱉은 오다가 아베를 보았다.
“시급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머리를 끄덕인 아베가 나오미에게 말했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통일 한국에 이성적인 지도자가 출현해야 돼.
아베의 말이 이어졌다.
“나오미 씨 역할이 중요해. 미국 측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거야.”
나오미가 머리를 끄덕였다.
“노력하겠습니다. 총리 각하.”
“서동수에게 우리의 진심을 알리면 돼.
“알겠습니다. 각하.”
“내가 위안부 문제라든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징용,
심호흡을 하고 난 아베가 말을 이었다.
“물론 서동수한테만 먼저 내 진심을 보이는 거야.”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다가선 안종관이 말했다. 서동수는 잠자코 기다렸고 안종관의 말이 이어졌다.
“남북한과 신의주는 현재 밀착 단계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접근되었습니다. 장관님.”
안종관의 눈이 더 커졌다.
“그런데 이 상황을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어느 부류인지 아십니까?”
“일본이겠지요.”
대뜸 서동수가 말하자 안종관은 숨부터 들이켰다가 뱉고 나서 대답했다.
“종북, 또는 친북 무리입니다.”
“그렇군.”
서동수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들도 한국 국민인 이상 잘된 일이오.
“그건 그렇습니다.”
어깨를 편 안종관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북한에 갔을 때 명단을 받았습니다.”
서동수가 숨만 들이켰고 안종관의 말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지시하셨다면서 저한테 명단을 주더군요.
“공작금을 받은 내역에서부터 간첩활동 내용까지 다 적혀 있었습니다.
“…….”
“그 명단을 가져온 조직 지도부 부부장이 전해주면서 그러더군요.
안종관의 얼굴이 다시 처음처럼 묘하게 굳어졌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얼굴로 저한테 말했습니다.
다시 서동수는 입을 다물었고 안종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명단에 적힌 자들은 이번에 신의주로 추방당한 강경파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래서 김 위원장이 장관께 처리를 맡긴 것 같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들고 안종관을 보았다.
“당분간 우리가 보관합시다.”
안종관이 머리만 숙였을 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통일되면 다 안고 가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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