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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25장 격동의 한반도 [6]

오늘의 쉼터 2014. 12. 17. 14:59

<264> 25장 격동의 한반도 [6]

 

 

(523) 25장 격동의 한반도 <11>

 

 

 

 

지금까지 여러 번 간접적으로 의중(意中)을 전달받았지만 이번 분위기는 절실했다.

 

서동수는 전화기를 고쳐 쥐었다.

 

이제는 분명하게 매듭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제가 이 기회에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신의주 장관을 끝으로 공직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

차 안이 조용해졌고 양용식도 놀란 듯 입을 다물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대통령께 전해주시지요. 저는 기업인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저에게 맞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양용식이 잔뜩 미련이 남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서동수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

“고맙다는 말씀을 꼭 전해주시지요.

 

그리고 앞으로 저는 그 문제에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양용식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띠었다.

“그렇게 전해 드리겠습니다만,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통화를 끝낸 서동수가 머리를 들었을 때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것은 모두가 들었다는 표시일 것이다.

 

그래서 서동수가 그들 중심에 시선을 두고 말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알고 있도록, 난 신의주 장관으로 공직을 끝낸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서동수가 마무리를 지었다.

“신의주가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되면 장관 임기 중이라도 사임할 작정이야.”

이것으로 신의주 측근들에게도 입장을 분명히 밝힌 셈이 되었다.

 

화무십일홍이다.

 

권력은 끝이 있다는 말을 이런 숙어(熟語)로 표현한다.

 

다음 날 아침, 서동수는 이태원의 숙소에서 눈을 떴지만 한동안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층 저택은 서동수의 사택이다.

 

오전 8시 반, 방 안은 조용하다.

 

그러나 바깥세상은 국정원장 박기출의 북한 정세 발표로 떠들썩할 것이었다.

 

8시 정각에 정부의 특별 성명 발표가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박기출은 북한의 김동일 위원장이 반(反)국가, 반개방 세력을 신의주로 추방했다고 발표했을 것이다.

 

또한 예정되었던 신의주 영토를 즉시 확장하고 개방 속도를 높인다고도 했을 것이다.

 

발표문에 신의주 장관 서동수의 이름은 한 번도 거명되지 않을 것이었다.

 

침대 옆의 인터폰이 낮게 울렸으므로 서동수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응답을 했더니 가정부 윤 씨의 목소리가 울렸다.

“식사 안 하세요?”

8시 반에 아침을 먹는다고 했었다.

“아니, 조금 더 쉴 겁니다.”

서동수가 느릿하게 말했다.

 

유병선에게도 특별한 일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방 안에 TV도, 핸드폰도 놔두지 않아서 인터폰만 된다.

 

그때 윤 씨가 말했다.

“아래층에 다 오셨는데요. 부르셨어요?”

놀란 서동수가 전화기를 고쳐 쥐었다.

“아니, 안 불렀는데? 누가 왔습니까?”

 

“다 오셨어요.”

윤 씨가 얼굴만 대충 익힌 터라 누가 누군지 알 리가 없다.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말했다.

“거기, 유 실장 있으면 바꿔주세요.”

그러자 곧 유병선의 목소리가 수화구를 울렸다.

 

기다리고 있었던 듯 대뜸 말한다.

“저기, 국정원장이 장관님 역할을 다 말해 버렸습니다.

 

추방자들이 부패와 부정에 연루된 인사들이라는 것까지 말입니다.”

유병선의 목소리에 점점 열기가 띠었다.

“장관님께서 역할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신 것까지 털어놓았다니까요.”

 

 


 

 

 

 

 

(524) 25장 격동의 한반도 <12>

 

 

 

 

그래서 서동수는 그 길로 김포공항으로 달려가 전용기에 올랐다.

 

휴가를 주었지만 측근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사택에 몰려와 있었으므로 함께 떠났다.

 

국정원장 박기출에 대한 원망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일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미안한 감정까지 들었다. 비행기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날고 있었는데 목적지는 신의주다.

 

회의실에 앉아있는 서동수에게 조기택이 말했다.

“이번에 신의주로 온 북측 인사들의 재산이 엄청날 것입니다.”

다 아는 일이었으므로 회의실 분위기가 밝아졌다.

 

평양에서 김동일 측근 강경파들은 추방자의 재산을 다 몰수하고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면 전쟁이다.

 

누가 알거지가 되어서 나가려고 하겠는가?

 

서동수는 김동일을 설득했고 결국 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그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

 

신의주가 그들의 재산을 품게 될 것이며 결국은 북한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포를 떠난 전용기가 신의주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11시 반이다.

 

공항에 마중을 나온 북한 측 부장관 최봉주가 시내로 들어오는 차 안에서 말했다.

“장관님, 이번에 입국한 인사들이 면담신청을 했습니다.

 

오대우와 최성일이 그들 대표로 장관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며칠 전만 해도 오대우, 최성일은 북한군 총참모장과 보위사령관을 지낸 북한 실세다.

 

부장관 최봉주는 반드시 그들 이름 뒤에 ‘동지’ 호칭을 붙였던 것이다.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나 합시다.”

그 순간 최봉주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배석자는 누구로 하시겠습니까?”

“부장관 둘하고 경찰총감, 그리고 안보특보까지.”

“알겠습니다.”

최봉주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북한 측 공식 추방자는 257명, 대부분이 군 장성이다.

 

그들이 데려온 가족까지 3000명 가까운 인원이 신의주에 들어온 것이다.

 

세간은 다 챙기지 못했지만 대부분 승용차나 트럭까지 동원하여 짐을 싣고 입국했기 때문에

 

사흘 동안 그 광경이 장관이었다고 했다.

 

그들은 대부분 신의주 정부에서 제공한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었는데

 

오대우와 최성일을 포함한 7, 8명은 가족과 함께 호텔에 투숙했다.

 

그날 저녁 7시,

 

신의주 관광특구 안에 위치한 한식당 ‘서울장’의 방안은 어색하고 무거운 정적에 덮여 있다.

 

방금 서로 인사를 끝내고 원탁에 둘러앉은 것이다.

 

한정식당이어서 미리 요리가 가득 차려진 터라 종업원들은 오가지 않는다.

“자, 우선 입주를 축하드리는 건배를.”

서동수가 소주잔을 들면서 말했다.

 

이제 서동수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그것을 추방자들이 더 잘 아는 것이다.

 

술을 삼킨 서동수가 술잔을 내려놓고 오대우와 최성길을 번갈아 보았다.

 

웃음 띤 얼굴이다.

“신의주에 투자하시지요. 얼마든지 투자하셔도 재산 보호를 해 드립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호텔을 지으시고, 백화점을 세우세요. 투자 자문을 할 곳도 많습니다.”

“제가 그런 여유가….”

최성길이 말을 꺼냈을 때 서동수가 손을 들어 막았다.

 

여전히 얼굴에 웃음은 띠어져 있었지만 두 눈이 번들거렸다.

“그럼 공장 노동자로 일하셔야 할 겁니다.

 

신의주에서 밖으로 나가실 수는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다르지요.”

서동수의 시선이 경찰총감 이경주에게로 옮겨졌다.

 

이경주는 반역세력에 이를 갈고 있던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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