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25장 격동의 한반도 [4]
(519) 25장 격동의 한반도 <7>
이번에도 소장이 안내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벤츠 한 대에 넷이 탔다. 경호차도 없고 최성갑도 따라오지 못했다. 운전사와 대좌 하나, 뒷좌석에는 이형산 소장과 서동수가 탔다. 소장 이름이 이형산이다. 50대 초반쯤 되었을까? 눈을 보면 충직한 진돗개가 떠올랐다. 다른 것 다 무시하고 오직 주인 명령에 죽고 사는 진돗개, 검은 피부에 못생긴 얼굴이지만 문득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름다움이 무언가? 90퍼센트는 주관적이다. 가슴이 울리는 아름다움. 보위사령부는 벤츠로 30분 거리였는데 이곳도 정문에 탱크 4대와 기관포 진지, 미사일 포대까지 놓였다. 이곳은 병사들의 왕래가 많다. 현관 앞에 차가 멈추자 대좌 둘이 나와 있었는데 이형산을 소 닭 보듯 했다. 이형산도 마찬가지. 적지에 왔지만 전혀 기가 죽지 않는다. 권총을 내놓으라는 대좌의 요구에 응하면서 턱을 들고 말했다. 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 지하 3층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안에 들어서자 안면이 있는 인민군 총참모장 오대우와 보위사령관 최성일이 맞는다. 오대우의 눈짓을 받은 대좌들이 이형산을 데리고 나갔을 때 서동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대장 둘이 더 있다. 안면은 있지만 누군지 모르겠다. 문득 신의주지역 사령관인 8군단장 이광철 대장이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성일과 악수를 했고 두 대장도 악수를 나누었지만 제 소개는 하지 않았다. 원탁에 앉았을 때 앞쪽의 오대우가 다시 먼저 말했다. 양측은 아직 총 한 방 쏘지 않았다. 서로 절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참상을 아는 것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충성을 맹세하면 복직도 시켜주시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싫으시면 가족과 함께 떠나도록 해 주신답니다.”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러자 최성일이 물었다. 그동안 나는 이곳에 있을 테니까.” 아예 위원장께 비행기를 내 달라고 하지요. 아니면 내가 여기 있는 동안 육로로 신의주에 가실 수도 있고, 8군단장께는 내가 연락하지요. 통과시키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가능합니까?” 그때 오대우가 그 대장에게 말했다. 얼굴이 굳어져 있다. 대장이 거수경례를 했다. (520) 25장 격동의 한반도 <8> 그로부터 사흘 동안 신의주로의 대탈출이 시작되었다. 한국판 엑소더스다. 그 사흘 동안 서동수는 보위사령부 벙커에 인질로 잡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네 시간쯤만 기다렸다가 이형산과 함께 김동일 위원장의 진지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오대우의 배려로 보위사령부에 억류되어 있었던 안종관과 조기택을 데려왔다. 김동일은 사흘 유예를 주고 반란군 수뇌부의 탈출을 묵인해준 것이다. 사흘째가 되는 날 오후 8시 정각, 전화기를 내려놓은 호위총국 사령관 박영진이 김동일에게 보고했다. 지하 4층 상황실에는 20여 명의 장군이 모여 있었는데 분위기가 엄숙했다. 그러나 각각의 얼굴은 활기에 차 있는 것이 마치 승전국 장군들의 표정이다. 그렇다. 이런 승리는 역사에도 없을 것이다. 반란 세력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추방시킨 것이다. 더구나 그 추방지가 어디인가? 모두 그 생각을 하며 김동일 옆에 앉아 있는 서동수에게 시선을 준다. 신의주인 것이다. 신의주는 바로 북한의 신개척지이며 희망의 땅, 그곳으로 몰려간 반란 세력은 곧 그물 안에 든 고기와 같다. 중국이나 러시아로 도망쳐서 제멋대로 반정부 활동을 하도록 두는 것보다 신의주에서 고기를 키우는 것이다. 언제든지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8군단장 이광철로부터 입국장을 닫고 탈북자를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는 것으로 북한의 쿠데타는 미수로 종결되었다.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김동일에게 인사를 했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다. 서동수도 가슴이 메었다. 김동일이 서동수를 별장 현관까지 배웅했고 뒤에는 수백 개의 별을 붙인 장군들이 도열해 있다. 어둠에 덮인 평양 거리를 달리면서 서동수가 이제는 같은 차에 탄 유병선, 안종관, 조기택을 둘러보았다. 리무진이어서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어깨를 추켜올리거나 입을 꾹 닫고 머리를 끄덕이거나 희미하게 웃었지만 말을 뱉지는 않았다.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리라. 그렇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은 정화되었다. 몇 년,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었던 일이다. 이제 사흘 후면 신의주 영토는 예정대로 대폭 확장될 것이다. 북한의 반정부, 반신의주 세력이 모두 신의주로 옮아왔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것은 모두 신의주 장관 서동수에 의해 일어났고 수습되었다. 특보 안종관, 비서관 조기택을 파견함으로써 반정부 세력이 쿠데타를 모의하게 되었으며 결국 쿠데타를 마무리한 것도 신의주 장관 서동수였기 때문이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전용기 앞에서 먼저 와 대기하고 있던 이형섭이 서동수에게 기운차게 거수경례를 했다. 어제 김동일은 이형섭을 두 계급이나 승진시켜 상장으로 임명하고 새 보위사령관에 임명했다. 그러다가 이형섭이 극력으로 사양하는 바람에 다시 중장으로 내려왔다는 사실을 서동수만 안다.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이형섭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정문을 통과해서 시멘트 건물까지는 약 500m로 길 좌우에 벙커가 있는 것도 비슷했다.
“난 장관 동지를 모시고 돌아갈 책임이 있으니 가능하면 옆에 있겠다.”
대좌들도 군말하지 않고 둘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서동수의 손을 쥔 오대우가 웃음 띤 얼굴로 맞았다.
“자, 위원장 동지의 전언을 들읍시다.”
서동수는 오대우의 위원장 동지 칭호를 듣는 순간 어깨를 늘어뜨렸다.
“다시 원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디로 말이오?”
이름 모르는 대장 하나가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어깨만 치켰다가 내렸다.
“장관 동지 생각은 어떠시오?”
“신의주로 오시지요.”
서동수가 똑바로 최성일을 보았다.
“내 전용기를 드릴 테니까 그걸 타고 가족과 함께 신의주로 가세요.
“…….”
“부하들도 데려가셔도 될 겁니다.
다시 소개도 안 한 대장이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헛기침만 했다.
“이보오, 동무. 당신은 장관 동지께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았잖소?”
그때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4군단장 김철해 대장입니다. 장관 동지,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 자가 연평도에 포격을 한 주인공인가?
“신의주 입국장을 막았습니다.”
김동일이 머리만 끄덕였다.
“위원장 동지, 그럼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따라 일어선 김동일이 서동수의 손을 잡았다.
“신의주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김동일의 말을 듣자
“우리가 북한을 정화시켰군.”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셋의 반응은 비슷했다.
“장관 동지, 안녕히 가십시오.”
이형섭의 어깨에는 중장 계급장의 별이 반짝이고 있다.
“이 중장은 신의주에 오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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