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4장 번데기 2

오늘의 쉼터 2014. 12. 17. 12:24

제4장 번데기 2

 

 

 

 

봉수는 초조하게 시계를 들어다보았다.

 

호텔 로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만나기로 약속한 이인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 총판에 ‘하와이안 시리즈’ 건으로 다녀갈 일이 있어서 구로동엘 나오는 길에

 

이인화를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총판에서 ‘하와이안 시리즈’로 일반 노동자들을 상대로 현장 설문 조사를 부탁했던 것이다.

 

별로 커다란 소득은 없었다.

그녀를 기다린 지 벌써 세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합니다.”

 

병달도 덩달아 로비를 둘러보았다.

 

병달이 휴대폰을 꺼내 이인화가 일하고 있는 음식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틀 전에 그만 뒀다구요?”

 

병달이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선배님, 식당을 그만 뒀다는 데요?”

 

“약속한 게 언제였지?”

 

“그만 두기 전날이죠.”

 

“그럼 연락처가 아예 없는 거야?”

 

“휴대폰이 있는 데 전화를 도통 안 받아요.”

 

“정말 어렵게 마련한 자린데…”

 

진국과 봉수 그리고 애란은 이인화를 해외2팀 계약모델로 쓰겠다는 기용안을 올렸던 것이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동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희생하는

 

이인화를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예전에 남동생을 공부시키려던 누나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연상시켰다.

 

해외 2팀은 이인화가 동생도 건사하고 공부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이다.

 

이인화를 모델로 써야겠다는 기용안을 올린 후 그녀가 회사로 찾아 왔다.

 

그녀는 눈을 부라리고 쳐다보는 간부들에 의해 최종 결정이 되었다.

 

그만큼 이인화의 몸매는 전문 속옷 모델의 몸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무엇보다 발이 작다는 게 간부들의 찬성을 받아내는 데에 한몫을 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혹시 불법 체류 기간 아닐까요?”

 

“학생 비자로 들어왔다면서?”

 

“그러게 말입니다. 들어온 것도 얼마 안되거든요.”

 

봉수 역시 걱정이 됐다.

 

속옷 모델 일을 너무나 원했던 이인화라 느닷없이 마음이 바뀌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사는 덴 알아?”

 

“모르지만 가리봉동에 가보면 어떻게든 알 수 있겠죠.”

 

봉수는 카운터로 나갔다.

 

이인화가 만약 늦게 도착해 봉수나 병달이를 찾게되면 연락을 해달라는 메모를 남겼다.

 

봉수와 병달인 일단 회사로 들어가 퇴근을 한 후 가리봉동에 가기로 했다.

 

봉수와 병달인 부리나케 회사로 들어와 노애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정말 이상하네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잖아요.”

 

“퇴근 후에 저희 둘이 가보려구요.”

 

“저도 갈게요.”

 

애란도 퇴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병달은 구로동 총판에서 건네 받은 설문조사 디스켓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했다.

 

세 사람이 퇴근 준비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할 때 병달의 휴대폰이 울렸다.

 

“병달씨…”

 

저편의 목소리는 이인화였다. 그녀는 울먹이고 있었다.

 

병달과 봉수 그리고 애란이 함께 달려간 곳은 가리봉동의 상설의류할인매장이 즐비한 곳이었다.

“에스에스 뒤쪽의 공장 건물이라고 했는데……”

 

병달이 에스에스 할인매장 뒤쪽으로 걸어갔다.

 

매장을 끼고 오른편에 작은 골목이 하나 있었다.

 

골목 안쪽은 어두컴컴했다.

 

병달이 잠시 뒤를 돌아다보았다.

 

봉수와 애란이 약간 겁먹은 얼굴로 병달을 바라보았다.

 

그때 봉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

 

“진국이라니까.”

 

봉수는 경황이 없어 진국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다.

 

“책상에 써 놓은 메모는 뭐야?”

 

“뭐긴 뭐야, 말 그대로지.”

 

진국은 원단 문제로 음성엘 다녀온 길이었다.

 

“우리 지금 그 앞이니까 전화 끊자.”

 

“가만히 있어 봐. 나도 거의 도착했으니까.”

 

진국이 전화를 걸기 전에 이미 회사에서 출발한 모양이었다.

 

봉수는 통화를 끝내고 병달과 애란을 쳐다봤다.

 

“어쩌지?”

 

“좀 기다려 보죠.”

 

골목 안으로 뛰어 들어갈 태세였던 병달이 주춤거렸다.

 

“잘못 하다간 우리 모두 다칠 수도 있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애란의 입술이 파랗게 떨었다.

 

“그게, 저……”

 

진국의 말은 이랬다.

 

이인화가 한국으로 건너올 때 중국에 있는 한 사채업자에게 돈을 융통해서 건너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사채업자가 알고 보니 중국의 악명 높은 삼합회 조직원이었던 것이다.

 

“저도 실은 그 사람들에 대해 잘은 몰라요.

 

하지만 언젠가 영국 BBC 방송에서 뉴스로 보도한 걸 보고 깜짝 놀랬죠.”

 

“영국 BBC에서?”

 

“네. 중국 사람들이 배에 가득 타고 밀항을 하는데

 

배가 좌초되는 바람에 절반 가까이 죽은 사건이 일어났었어요.

 

그래서 영국 BBC가 그 뒤를 캤던 일이 있었어요.”

 

두 사람이 병달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병달인 두 사람의 눈은 개의치 않고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 밀항을 중국 삼합회가 주도했던 모양입니다.

 

예전의 중국 삼합회는 인신매매 같은 걸 하지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인신매매에 뛰어든 겁니다.

 

밀항 시켜주고 돈 챙기는 것도 일종의 인신매매거든요.”

 

“그럼 영국으로 밀항하려던 사람들이 인신매매 된 사람들이라는 말야?”

 

“인신매매를 하긴 하지만 밀항하는 사람들은 절반쯤은 그런 셈이죠.”

 

“절반쯤이라니?”

 

봉수는 호기심이 병달이를 재촉했다.

 

“어쨌든 취업하려고 영국으로 넘어가는데 그 밀항 비용을 삼합회가 대는 겁니다.

 

대신 중국에 있는 가족을 볼모로 잡는 거죠. 영국에서 돈을 벌어서 갚지 않으면

 

본토에 있는 사람들을 고문하는 겁니다.

 

흔하게는 손가락 같은 걸 잘라서 밀항한 사람한테 보내기도 한다는군요.”

 

“사실이에요?”

 

애란이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때 진국이 세 사람을 보곤 헐레벌떡 뛰어왔다.

 

“사두라고, 뱀 머리라는 뜻인데 삼합회 중에 그 조직이 가장 악랄할 거야.”


진국이 병달이의 말을 대충 알아듣곤 입을 열었다.

 

“너는 또 어떻게 알아?”

 

“그냥 중국에 관심이 있어서 좀 알아 봤지.”

 

“도대체 왜 그런 거죠?”

 

“조금 사는 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빈부 격차와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가 너무 심해서 그런 겁니다.”

 

“그거 하고 인신매매하고 무슨 상관 있어요.”

 

애란은 여전히 입을 가리고 물었다.

 

“그래도 밀항하는 축들은 나은 겁니다.

 

시골에서 먹고 살 게 없으니까 무작정 도시로 올라오는 겁니다.

 

올라와도 뾰족한 수가 없죠.

 

도저히 먹고 살 방법이 없으니까 자식들을 그 조직에 돈 받고 파는 겁니다.”

 

“그래서요?”

 

애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서라뇨, 어른이든 애들이든 어쨌든 노동력 아닙니까?

 

무동력선에서 새우를 잡게 하든 탄광에 들어가서 석탄을 캐게 하든.

 

조직원들 입장에서는 공짜 노동력이거든요.

 

게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값도 싸고.”

 

“그래서 인신매매가 성행한다는 거야?”

 

“사실 그 어떤 장사보다 사람 장사가 가장 많이 이문이 남는 거거든요.”

 

병달이 토를 달았다.

 

“우리 나라에도 한 때 인신매매가 성행했잖아요.

 

강력하게 대처를 하니까 없어지긴 했지만 중국은 아직 멀었어요.”

 

진국이 골목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진국아!”

 

봉수가 진국의 팔을 잡았다.

 

“왜?”

 

“경찰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데 경찰엔 왜 알려.”

 

애란은 발을 동동 굴렀다.

 

“애란 선배는 차에 가 있어요.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를 줄 테니까 그때 신고를 하던가 하구요.”

 

“알았어요. 그런데 세 사람이 괜찮겠어요.”

 

애란은 살면서 이런 일을 맞이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애란이 세 사람을 쳐다보면서 뒤로 물러났다.

 

진국과 봉수 그리고 병달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미래 도시처럼 꾸며 놓은 상해를 보면 전혀 안 그럴 나라 같은데

 

병달이 얘기를 들으니까 이건 완전히 인권 바닥인 나라잖아.”

 

봉수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서른 쯤 먹은 남자가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했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 사람이 상해에 있는 평균적인 평수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처럼

 

살려면 백 번쯤 죽었다가 깨어나도 그렇게 못 살아. 그렇게 빈부 차가 심해.”

 

봉수는 진국의 말이 서늘하게 들렸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의 이면에 그런 슬픔이 있으리라곤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쉿!”

 

앞서 나가던 진국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렸다.

 

세 사람이 몸을 낮췄다. 골목이 끝나는 곳에 희미하게 불빛이 새나오고 있었다.

 

진국이 고개를 조심스럽게 올렸다.

 

창 너머로 안이 보였다. 폐허가 된 공장 같았다.

 

구석에 기계들이 쌓여 있었고 불빛 아래에 네 명의 남자가 앉거나 서 있었고

 

불빛이 닿는 가장자리에 인화가 손을 천장에서 내려온 밧줄에 묶인 채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알몸이었다.


“저렇게 묶여 있는데 어떻게 전화를 했을까요?”

 

병달이 낮은 목소리로 진국의 귀 가까이 대고 말했다.

 

진국이 병달의 입을 막았다.

 

네 명의 사내 중 한 명이 무심히 창 쪽을 쳐다봤다.

 

세 사람은 몸을 재빨리 낮추었다.

 

“어떻게 전화한 게 뭐가 중요해. 그건 나중에 물어봐. 일단 구해야겠는데.”

 

진국이 작게 소곤거렸다. 그리고 서서히 다시 창안을 넘겨다보았다.

 

병달과 봉수도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바짝 긴장이 되어 얼굴이 창백한 반면 진국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니 년이 거기서 도망가면 못 찾을 줄 알았네?”

 

담배를 물고 있던 한 남자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인화를 노려보았다.

 

인화의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나머지 세 남자는 인화의 벌거벗은 몸 구석구석을 훑어보며 히히닥거렸다.

 

“도망간 게 아니에요.”

 

“이 년이 어디서 거짓부렁이야!

 

니 년 한국에 올 때 우리한테 갖다 쓴 돈이 얼만 줄 알아?

 

그거 다 갚을라믄 평생 뼈빠지게 벌어도 못 갚어 썅!”

 

“어, 얼만데요?”

 

인화의 눈은 이미 눈물로 글썽였다.

 

“뭐 한국 돈으로 치면 지금까지 못 갚은 이자까지 해서 1억쯤 되지.”

 

인화를 어르던 사내가 너스레를 떨며 자신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동료들이 키득거렸다.

 

“처, 천 만원이 어떻게 1억이 되요?

 

그리고 제가 일한 그 식당에서 매달 당신네들한테

 

주는 돈이라며 꼬박꼬박 떼어갔는데 무슨 소리예요.”

 

인화의 몸이 더욱 부들부들 떨었다.

 

“하, 이년 봐라. 식당에서 무슨 돈을 줘, 돈을 주길.”

 

“제가 받을 돈의 일부를 떼어서…”

 

인화와 말을 하던 사내가 몽둥이로 인화의 가슴을 쿡 찔렀다.

 

순간 창밖에 몸을 낮추고 있던 병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병달을 진국이 잡았다.

 

“저거 순 날 도적놈들 아닙니까. 저도 알고 있는 이야기예요.”

 

병달의 입술이 떨렸다.

 

“원래 저런 놈들이니까.”

 

인화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너 같은 년을 누가 모델로 써준다고 그래.

 

그리고 그거 해서 얼마나 벌겠어.

 

얼굴 좋겠다, 몸매 끝내주겠다. 왜 이런 걸 썩히나.”

 

사내 하나가 이미 허리띠를 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인화가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발가벗은 몸으로 치는 몸부림은 둘러서 있는 남자들에겐 또다른 유혹에 불과했다.

 

출렁이는 젖가슴과 언듯언듯 드러나는 신비스러운 하체가 주는 유혹은 욕망이었다.

 

만약 삼합회의 돈으로 한국에 들어왔다면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떻게든 엮어서 자신들의 목적대로 만들어 버리는 이들이었다.

 

한국에서 중국에 사업장을 개설하러 들어갔다가 그들을 만나 돈 한 푼 건지지 못하고

 

나오는 예도 종종 있었다.

 

병달은 누구보다 중국 정보에 정통했다.

 

“그래, 우리 같이 맛 좀 보자고. 성매매특별법인가 뭔가 해서

 

한국에선 몸 팔기 글렀고 필리핀이나 홍콩으로 가면

 

한 삼 년쯤 고생하면 다 갚을 수 있을 지도 몰라.”

 

바지를 완전히 벗어버린 남자가 인화에게 다가갔다.

 

그는 인화의 미끈한 다리를 두손으로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 올 때까지 기다리다간 인화씨 요절 나요.”

 

“경찰들 뜨면 재네들 아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야.”

 

그때였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병달이 몽둥이를 들고 뛰어들었다.

 

진국과 봉수가 말릴 사이도 없이 병달은 유리창을 깨부수고 창문을 넘었다.

 

진국이 뒤따라 창문을 넘었고 봉수도 엉거주춤 따라 들어갔다.

 

“니들 뭐야!”

 

사내들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지를 벗어 던진 사내가 황망히 바지를 추스렸다.

 

“이, 떼놈의 새끼들!”

 

병달은 몽둥이를 들고 무작정 달려들었다.

 

진국도 덩달아 달려갔고 봉수도 어쩔 수 없었다.

 

상대는 중국 삼합회 조직원들이었다. 주먹질을 제법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병달과 봉수는 혈기로 그들을 맞섰지만 진국은 달랐다.

 

앞차기, 뒷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등 그의 발차기에 사내들이 하나씩 나동그라졌다.

 

병달은 들고 있는 몽둥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봉수는 눈에 보이는 사내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넋을 놓고 진국의 몸놀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진국의 발차기 공격에 사내 셋은 바닥에 쓰러졌고 나머지 한 명은 뒤로 물러나가다 무릎을 꿇었다.

 

“뭐해? 어서 풀어주지 않고.”

 

진국의 말에 정신을 차린 병달이 인화를 풀어주었다.

 

그리곤 윗저고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빨리 데리고 나가!”

 

진국이 명령하듯 병달에게 말했다.

 

봉수는 어리둥절해져 어찌할 줄을 몰랐다.

 

병달이 인화를 감싸안은 채 봉수의 팔까지 잡아 끌었다.

 

“애란 선배, 어디 여자들 옷 구할 데 있으면 빨리 좀 구해 줘요.”

 

병달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애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달과 두 사람은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진국에 대한 걱정 따위는 할 겨를이 없었다.

 

애란의 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나오니 지나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인화를 쳐다봤다.

 

아직 초저녁이라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이런 초저녁에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을 잡아 놓고 흥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봉수나 병달에겐 무서울 따름이었다.

 

애란이 대충 옷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인화를 병달의 품에 안겨 울기만 했다.

 

“얼른 옷 챙겨 입어요.”

 

병달이 거들자 인화가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이미 얼굴은 만신창이였다.

 

병달은 가슴이 아팠다.

 

“참, 진국 씨는?”

 

그제야 애란은 진국이 안 보인다는 걸 알았다.

 

봉수와 병달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애란과 인화를 차에 남겨 두고 인화를 찾았던 골목 쪽으로 향했다.

 

마침 진국이 저쪽에서 병달과 봉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야, 너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나쁜 놈들 좀 혼내줬지.”

 

진국은 미소를 지으며 별일 없다는 듯이 손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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