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4장 번데기 1

오늘의 쉼터 2014. 12. 17. 12:06

제4장 번데기 1

 

 

 

“김 대리님 이것 좀 봐 주실래요?”


중경이 소리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신입 여사원이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프랑스에서 대학원 과정을 졸업한 수재였다.

 

몸매마저 쭉쭉빵빵이어서 뭇 남성들의 눈길을 끄는 신입이었다.

 

‘요즘 애들은 팔등신이 기본이니.’

 

중경은 신입 여사원인 해원을 쳐다봤다.

 

그녀가 중경에게 손짓을 했다.

 

중경은 송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송림은 일에 파묻혀 있는지 중경 쪽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중경은 헛기침을 한 뒤 해원에게 다가갔다.

 

송림의 눈치가 보인 때문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외근을 나간 터라 세 사람만이 해외 1팀 사무실에 있었다.

 

“뭐 말입니까?”

 

해원의 등뒤에 섰다.

 

송림에게서 나던 향기완 전혀 다른 향기가 났다.

 

뭐라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사타구니를 가렵게 만드는 묘한 향기였다.

 

그런데 싫지가 않았다.

 

“불란서 ‘휄라’사에서 매장에 진열할 속옷에 대해서는 프리로 견적을 넣어줄 수 있느냐고 묻는데요?”

 

해원은 회사전용 메일의 창을 훑고 있었다.

 

긴급으로 들어온 메시지였다.

 

“백 개가 넘는 매장에 공짜로 진열품을 넣어달라고?”

 

중경은 불끈 화가 치밀었다.

 

계약이나 물건 납품에 있어서 늘 우위를 차지하려고 하는 게 괘씸했다.

 

그렇다고 ‘휄라’를 놓칠 수는 없었다.

 

독자적으로 속옷을 생산하는 유명 브랜드가 한국의 ‘코지’속옷을 수입 판매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그들의 그런 판단을 공짜 속옷 때문에 망칠 수는 없었다.

 

“얼마나 필요하다는데?”

 

“매장 당 디자인별로 두 세트씩이니까. 천 이백 세트가 필요하네요.”

 

중경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휄라’가 요구하는 그 분량은 도매가로도 6천만원을 넘었다.

 

더군다나 위탁 판매의 형식을 띄고 있는 터라

 

그 비용을 홍보비로 지출을 한다고 해도 속옷이 팔리지 않을 때에는 더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답변을 바로 줘야 합니까?”

 

“아닙니다. 내일 오전 회의 전까지 된답니다.”

 

해원이 메일을 아래로 내린 뒤 다른 프랑스 사이트로 이동했다.

 

해원의 일은 속옷을 판매하는 업체들이나 디자인과 관련된 업체들의 홈페이지를 접속해

 

자료와 정보를 모으는 일에서부터 프랑스쪽 바이어의 통역까지 담당하는 것이었다.

 

중경은 송림의 자리로 갔다. 해원이 그런 중경을 잠깐 눈여겨보았다.

 

“나 팀장님, 잠깐 이야기 좀 합시다.”

 

송림은 속옷 디자인에 골몰해 있었다.

 

고개를 들고 중경에게 짧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펜을 놓고 중경을 따라나섰다.

 

“해원씨 잠깐 휴게실에 있을 게요.”

 

중경이 해원에게 행선지를 알렸다.

 

중경과 송림은 휴게실로 들어섰다.

 

중경은 자동판매기에서 커피 두 잔을 뽑았다.

 

“얘기 들었지?”

 

“무슨?”

 

“‘휄라’ 애들 말야.”

 

“아, 진열품은 프리로 달라는 거.”

 

중경은 문득 송림의 얼굴이 까칠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입술도 창백했다.

 

“실장님이나 사장님 역시 우리한테 전권을 줬잖아.”


“사실 그게 더 고민이야.”

 

중경은 송림이 태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결정이 잘못되었을 경우 타격을 입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과 송림이었다.

 

그런 전권을 준다는 것은 책임까지 따른다는 말이었다.

 

‘휄라’로 갈 품목은 오만 세트였다.

 

강일환이 유럽 쪽 출장 때 이미 가계약을 맺어 놓고 오기는 했지만

 

‘휄라’라 해도 바다 건너 일이라 믿음이 가지 않았다.

 

“어쩔 때 보면 중경씬 소심해.”

 

송림이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내가 소심하다고?”

 

중경은 적잖이 기분이 상했다.

 

그저 연애를 할 때는 알지 못했는데 같이 동거를 하다 보니

 

송림은 직설적인 면이 많았다.

 

“어차피 결정권을 우리한테 준 거 아냐.”

 

“누가 모르나. 하지만 ‘휄라’ 건은 좀…”

 

“만에 하나 호응이 별로일 경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냐.”

 

“그런 걱정이 안 생기겠어? 그래도 프랑스란 말야. 프랑스.”

 

“그러니까 우리 실력이 재네들보다 모자란다는 말 아냐.”

 

송림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묘하게 요즘 들어 송림이 예민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도 없지 않잖아.”

 

“중경씬 정말 모르겠어.

 

어느 땐 우리 디자인을 세계 최고로 치면서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할 수 있는 거야?”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 우리가 세계 최고는 아니잖아.”

 

송림이 커피를 다 마신 컵을 손으로 구겼다.

 

“내가 보기엔 하나도 나을 게 없드만.”

 

송림이 휴지통에 구겨진 종이컵을 던져 넣었다.

 

종이컵은 모서리에 맞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송림운 가분이 언짢아졌다.

 

마치 휴지통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종이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어쨌든 내일 아침가지 결정을 해야 하는 데 나로서는 막막하다는 거지.”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지.”

 

송림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송림의 말이 맞았다.

 

분명 거절할 수는 없었다.

 

결국 ‘휄라’의 요구를 수락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중경은 걱정이었다.

 

이제 겨우 회사 간부들의 신임을 얻어가고 있는 판국이었다.

 

‘휄라’의 일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빚어질 일이었다.

 

잘 되든 못 되든 결국 중경과 송림의 책임이었다.

 

“어쨌든 소심해.”

 

송림이 못을 박듯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입구에서 중경이 송림의 팔을 잡았다.

 

“도대체 요즘 왜 그래?”

 

“뭐가?”

 

송림이 삐딱하게 말했다.

 

“너 요즘 예민하게 굴잖아.”

 

“하루종일 해원이나 훔쳐보는데 그럼 안 예민해질 여자가 어딨어?”

 

“내가 해원이를 훔쳐본다고?”

 

중경은 억울한 심정이 들었지만 변명을 하고 싶지 않았다.

 

불편하고 까탈스러우면 동거관계를 끊으면 그만이었다.

 

중경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처럼 괜찮은 여자와 동거를 하게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중경은 벽에 걸린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자정이 가까워 오고 있는데 송림은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

 

중경 역시 전화를 걸지 않고 기다렸다.


‘괜히 시작한 모양이다.’

 

요즘 젊은 남녀가 앞뒤 따지지 않고 쉽게 동거를 시작한다지만,

 

중경은 슬슬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형이 남겨놓고 간 한강변 아파트로

 

송림을 한번 데려왔다가 마음에 드는 바람에 시작한 동거지만 사내 동거이다 보니

 

여러 가지 불편한 게 많았다.

 

차라리 결혼을 한 사이라면 드러내 놓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련만 동거는 달랐다.

 

중경은 TV 전원을 켰다.

 

언제나 그렇지만 여성채널 화면이었다.

 

마침 2004년 봄 란제리 패션쇼를 하고 있었다.

 

모든 관심을 여자의 속옷에만 집중하기로 한 뒤 다른 방송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

 

화면 속에 모델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무대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화면으로 보고 있는 것이지만 차 실장이나 박 과장이 맡고 있는 홈쇼핑 파트의

 

러시아 모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 모델들에게서는 프로라는 냄새가 역력하게 났다.

 

중경은 회사 전속 속옷 모델인 채연을 떠올렸다.

 

몸매는 훌륭했지만 얼굴이 따라가질 못했다.

 

홍보모델 홍라라는 얼굴은 외국 모델들 못지 않은데 몸매가 약간 빈약했다.

 

그러다 해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속살을 본 적은 없지만 그녀라면 채연과 홍라라를 합쳐 놓은 듯했다.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했다.

 

‘후, 사는 게 뭐든 지나간 뒤엔 후회가 따르는 법인가 보다.’

 

중경은 그런 생각을 하며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냈다.

 

소파에 앉아 캔 맥주를 딸 때 초인종이 울렸다.

 

“열려 있어.”

 

중경이 현관 쪽을 바라보며 고함을 치듯 말했다.

 

문이 열렸다. 그런데 송림 혼자가 아니었다.

 

중경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송림은 술을 마신 듯 얼굴이 빨갛게 익어 보였다.

 

그 뒤에 채연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죄, 죄송해요. 송림이가 자꾸 가자고 해서.”

 

“괜찮지?”

 

송림은 중경을 쳐다보며 새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경은 당황했다.

 

너무 어이없었다.

 

중경은 현관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저, 소심. 채연이는 회사에서 발설 안 하니까 걱정 마.”

 

송림은 채연의 손을 잡고 안으로 끌어들였다.

 

채연은 집안으로 들어서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거실 창을 넋 놓고 쳐다봤다.

 

중경은 엉거주춤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얼른 들어와.”

 

송림이 채연에게 재촉했다.

 

중경도 어쩔 수 없이 채연을 받아들였다.

 

“재미없게 혼자 맥주 마시고 있었어?”

 

송림이 테이블 위에 놓인 캔 맥주를 보곤 재미난다는 듯 말했다.

 

채연은 중경의 맞은 편에 앉았다.

 

송림은 냉장고로 다가가 캔 맥주를 잔뜩 꺼내왔다.

 

중경은 얼굴이 굳어졌다.

 

채연은 그런 중경의 속내를 읽고 일어나려고 했다.

 

“너무 늦었으니까 저는 가 볼게요.”

 

“왜? 가지마.”

 

송림이 채연의 팔을 꽉 붙잡았다.

 

“그, 그러세요. 한잔 더 하고 가세요.”

 

“가긴 어딜 가? 이 사람 집 넓으니까 여기서 자고 가.”

 

송림은 계속해서 안하무인이었다.

 

“나 갈게.”

 

채연이 송림의 손목을 떼어내려 했지만 그녀는 더욱 세게 잡았다.

 

세 사람은 어색하게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중경도 할 말이 없어 맥주만 들이켰다. TV는 저 혼자 떠들었다.


송림이 들고 있던 캔 맥주를 벌컥벌컥 비웠다.

 

중경은 쳐다보지 않았다.

 

채연 혼자 불안한 눈길로 송림을 바라보았다.

 

“애!”

 

채연이 눈을 흘겼다.

 

“뭐?”

 

채연이 중경과 송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중경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너 술 마시면 안돼.”

 

“왜?”

 

송림은 짧고 딱딱 끊어지는 말투로 물었다.

 

“너 자꾸 이러면 나 정말 실망한다.”

 

채연의 목소리에 화가 실려 있었다.

 

그런데 송림이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중경은 더 난처했다.

 

‘술 마시고 친구를 데려오질 않나,

 

주정을 하질 않나, 울기까지…’

 

중경은 송림에게서 정이 뚝 떨어졌다.

 

“저 실은요.”

 

채연은 울고 있는 송림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송림이 잠깐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푹 숙였다.

 

“송림이 애 술 먹으면 안되거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오늘은 술 마시면 안 되는 날이거든요.”

 

“언제는 술 안 마셨습니까?”

 

중경은 아무리 노력해도 말이 부드럽게 나오질 않았다.

 

중경의 말투에 채연이 주눅들었다.

 

“그게 아니라…”

 

채연이 망설였다.

 

“실은 오늘 송림이 소파수술 받았거든요.”

 

“네?”

 

중경이 TV에서 시선을 떼어 채연을 쳐다봤다.

 

“소파수술이요.”

 

중경은 들고 있던 캔을 떨어트렸다.

 

캔에 남아 있던 맥주가 쏟아져 중경의 바지를 적셨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안 되는데 자꾸 이렇게 술을 막잖아요.”

 

중경은 그 동안 송림이 자신에게 까다롭게 군 이유를 알았다.

 

채연이 욕실로 들어가 수건을 들고 나왔다.

 

그리곤 중경 앞에 쏟아진 맥주를 닦았다.

 

“저, 바지를 갈아 입으셔야 할 거 같아요.”

 

중경은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지러웠다.

 

중경은 욕실로 향했다.

 

욕실 거울 속에 중경이 담겨 있었다.

 

오늘처럼 자신이 낯설기는 처음이었다.

 

중경은 자신의 욕실을 낯선 공간 쳐다보듯 둘러보았다.

 

선반 진열장에 송림이 먹던 피임약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의도적으로 임신을 했었다는 건가? 그러면 왜 뗐지?’

 

조금씩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중경에게 있어 최초의 자식이 될 뻔한 아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송림의 기분은 이해가 되었지만 화가 났다.

 

중경은 욕실 문을 걸어 잠갔다. 수도꼭지를 틀었다.

 

욕조에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경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눈앞이 깜깜했다. 걸어도 걸어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조심조심 발을 내딛었는데 어느 순간 허공이었다.

 

중경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중경은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다.

 

온 몸이 땀으로 흠씬 젖었다.

 

중경은 소파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발소리를 낮추고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조금 열려 있었다.

 

중경은 소리나지 않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실도 거실만큼이나 넓었다. 작은 응접 세트가 있고 작은 텔레비전 한 대와 장식장,

 

그리고 소형 냉장고와 킹 사이즈 침대를 놓고도 다시 그만큼의 물건을 놓을 수 있을 만큼 넓었다.

 

거실 창 밖에서 희붐한 새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중경이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 위에는 송림과 채연이 잠들어 있었다.

 

새벽의 푸른 기운이 두 여자의 몸을 차갑게 밝혀주고 있었다.

 

커튼도 닫지 않고 잠이 들었다.

 

두 여자는 모두 알몸이었다.

 

두 여자는 배만 간신히 가린 채 서로 마주 보고 잠들어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송림의 알몸을 이처럼 낯설게 보기도 처음이었다.

 

자신과 동거하는 여자가 다른 여자와 알몸으로 누워있는 광경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경은 응접 소파에 앉아 두 여자를 감상했다.

 

간간이 몸을 뒤챌 때마다 푸른 음모가 노출됐다.

 

지난 밤 고래고래 소리를 좀 지르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그 동안 송림에게서 받았던 스트레스도 모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송림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욕실 밖에서 노크를 했다.

 

욕실에서 나온 중경은 그 문제에 대해서 일체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왜 그런지 가슴 한쪽이 싸늘했다.

 

중경은 계속해서 두 여자를 쳐다봤다.

 

송림이 몸을 뒤채더니 조용히 일어났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는 중경을 발견하곤 놀랬다.

 

송림은 이불을 모두 걷어찬 채연을 쳐다보았다.

 

이불을 덮어주려다 말았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조금 전에 들어왔어.”

 

“뭐하러?”

 

“너 볼려고.”

 

중경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송림이 팔을 벌렸다.

 

중경이 소파에서 일어나 송림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채연과 송림 사이로 들어갔다.

 

“미안해. 하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어. 괜찮아?”

 

중경은 그 말엔 대답할 수 없었다.

 

“우리 잠깐 떨어져 살아 볼까?”

 

송림이 다시 물었다.

 

그 말에도 중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송림을 끌어안았다.

 

송림이 중경의 속옷을 벗겼다.

 

중경도 알몸이 되었다.

 

채연이 몸을 돌려 중경의 등 쪽으로 다가들었다.

 

중경은 더욱 세게 송림을 끌어안았다.

 

“나 당분간 휴직하기로 했어.”

 

중경이 그 말엔 조금 놀랬다.

 

하지만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채연의 팔이 잠결에 중경의 가슴 쪽으로 넘어왔다.

 

송림은 채연의 팔을 내치지 않았다.

 

이번엔 채연의 무릎이 중경의 종아리 쪽으로 넘어왔다.

 

송림은 그런 채연을 서서히 끌어당겼다.

 

중경은 채연과 송림의 알몸 사이에 갇혔다.

 

“나 실은 채연이랑도 사랑했었어.”

 

중경의 물건이 서서히 그러면서도 강하게 발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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