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3장 충돌기 8

오늘의 쉼터 2014. 12. 17. 10:47

제3장 충돌기 8

 

 

 

“그래도 전 뭐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병달이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해외 2팀이 마련된 걸 보면 누군가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사실 어떻게 보면 미래를 생각하면 해외2팀의 중요도가 가장 높다고 봐야 할 겁니다.”

 

어느새 병달의 곁에 카운터에 있던 여자가 떡하니 와서 앉았다.

 

병달이는 그녀를 쳐다보며 여전히 입을 놀렸다.

 

“이인화입니다.”

 

병달이 곁에 앉은 여자가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중국에서 디자인 전공했다고 하더라구요.”

 

병달은 부연 설명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음식 장사를 해요?”

 

“장사를 하는 건 아니라요. 디자인 공부를 좀 하려구요. 알바하는 거이에요.”

 

이인화의 말에 다들 웃었다.

 

“억양이 꼭 경상도 사람 같습니다.”

 

“그렇다고들 하데요.”

 

진국은 힐끔 이인화의 몸매를 훑어보았다.

 

그런 진국을 봉수의 시선이 놓치지 않았다.

 

“우리가 확 회사를 차려버릴까요?”

 

채연이 건배를 청하며 재미나다는 듯 말했다.

 

“채연 선배, 우린 아직 아무런 인프라도 구축이 안 되어 있어 그건 불가능해요.”

 

“짤리기 전에 뭔가 수를 내자는 거죠. 나야 계약직이니까 어차피 1년 지나면 짤리지만.”

 

채연이 목소리가 흐려졌다.

 

“경기가 안 좋다는 데 그거이 사실입니까?”

 

병달이 이인화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근무 시간일텐데……”

 

“제 근무 시간 끝났습니다.”

 

이인화가 미소를 지었다.

 

진국은 그런 그녀를 보고 넋을 잃은 듯 쳐다봤다.

 

봉수가 진국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 경기요? 일단 음식점에도 손님이 없지 않습니까.”

 

진국이 손을 과장되게 휘두르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인화가 쿡 웃었다.

 

“경기가 안 좋은 건 안 좋은 거고. 병달이 니가 여기 오자고 했을 땐 뭔가 이유가 있는 거 아니었냐?”

 

봉수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듯 말했다.

 

“있죠.”

 

병달이는 이인화를 바라보았다.

 

“병달씨가 글쎄, 저한테 좀 도와달라는데 뭘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인화가 눈을 흘기며 병달이를 바라보았다.

 

“중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으로써 중국 여성들의 속옷 취향을 좀 묻고자 해서 온 거죠.”

 

“중국 여자들이라고 뭐 벨 다를 게 있겠습니까.”

 

“지금은 뭘 입고 있어요?”

 

진국이 이인화를 야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보여 드릴까요?”

 

이인화는 당돌하게 맞장구쳤다.

 

이인화는 문이 제대로 닫혀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곤 주저하지 않고 의자 위에 올라갔다.


“아니, 저는 그냥 농담, 농담을 한 겁니다.”

 

진국이 손사래를 쳤지만 이인화는 그저 웃기만 했다.

 

애란과 봉수가 눈을 흘기며 진국을 바라보았다.

 

병달은 그저 묵묵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저도 나중에 도움 받을 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상부상조 아닌가요? ‘코지’에서 알바 자리라도 구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구요.”

 

봉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송화나 수영이 또래 나이의 여성들은 중국이든 한국이든 예전과 달리 대범하다는 것이었다.

 

자신감이 대단하고 또한 정당한 요구를 할 줄 아는 여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인화는 손을 등뒤로 올려 자크를 내렸다.

 

진국은 침이 저절로 꿀꺽 넘어갔다.

 

이인화의 옷은 단숨에 흘러내렸다.

 

채연의 눈도 야릇하게 빛났다.

 

묘한 경쟁심이 일었던 것이다.

 

이인화의 몸은 조명 때문인지 무척 희게 빛났다.

 

그녀의 상체는 가슴에서부터 배꼽 위까지 가리는 중국 전통의 속옷이었고 하체는 흔한 팬티였다.

 

“저도 조선족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겁니다.

 

한국하고 중국하고 탁구경기를 하면 저도 모르게 중국을 응원하니까요.

 

제 말은, 그러니까 저 역시 중국인의 관습이나 습관 취향에 길들여져 있다는 말입니다.”

 

“몸매가 정말 예뻐요.”

 

채연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건 정말로 몸매가 좋다는 뜻이었다.

 

“정말요?”

 

이인화가 아이처럼 좋아했다.

 

“이 전통 속옷은 보기보다 훨씬 편합니다.

 

활동적인 일을 할 때는 가슴이 흔들려서 불편한 점도 없지 않지만

 

일반적인 브래지어가 가슴을 압박하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근데 가슴선을 만들어주지 못하잖아요.”

 

“글쎄 그러니까 그런 점을 보완하면 중국 여자들이 좋아하겠지요.

 

이 팬티는 케빈 클라인 제품인데 중국의 혀지 공장에서 중국 사람들이 디자인해서 내놓은 제품입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속옷은 강렬하게 붉었다.

 

붉은 색은 잘못 쓰면 촌스러운 색이 되고 잘 쓰면 아주 고급스러운 색이 되는 그런 색이었다.

 

이인화가 입고 있는 속옷은 강렬하게 붉긴 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국은 수첩을 꺼내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진국씨, 뭘 그렇게 적어요.”

 

애란이 고개를 빼고 물었다.

 

이인화가 의자에서 내려와 옷을 입었다.

 

“중국을 공략하려면 색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맞아요. 사실 제가 입은 속옷, 빨갛기는 한데 매력은 없거든요.”

 

이인화가 맞장구를 쳤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니에요. ‘코지’에서 오신 분들이니까 제가 옷을 벗은 거지요.”

 

“인화씨 모델을 해도 되겠어요.”

 

채연이 그녀의 몸을 훑어보며 말했다.

 

“어머, 정말요? 임시직이라도 그런 걸 하면 제 공부에 많이 도움이 될텐데.”

 

“한번 만들어 보죠.”

 

진국이 봉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봉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인화가 중국 여자를 대표할 순 없겠지만 만약 회사에서 임시 계약직이라고 수락을 해준다면

 

해외2팀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듯 싶었다.


강일환 덕에 홈쇼핑 판매팀을 맡은 차 실장은 스튜디오로 들어서려다 말고 탈의실로 향했다.

 

오늘 해외1팀이 유럽 공략을 목표로 개발한 ‘오리엔트’시리즈의 시범 판매가 있는 날이었다.


탈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송림의 모습이 먼저 들어왔다.

 

송림은 모델들이 입고 있는 속옷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셨어요.”

 

“차질 없이 진행이 되고 있지요?”

 

차 실장은 탈의실을 둘러보았다.

 

차 실장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러시아 모델들이 차 실장을 보곤 미소를 짓거나 목례를 했다.

 

그야말로 팔등신의 미녀들이었다.

 

“네.”

 

“배송은?”

 

“말씀하신 대로 바로 다음 날 소비자에게 배달이 될 수 있도록 착착 준비가 되고 있습니다.”

 

차 실장은 가슴이 뿌듯했다.

 

소비자들의 불만 중에 물건이 너무 늦게 도착한다는 게 가장 크다는 점에 착안해

 

빨리 도착하는 배달 시스템을 만들었던 것이다.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면 물건 배달이 아무래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

 

각 광역시 별로 권역을 나누어서 그곳 지사로 속옷을 포장할 재료를 미리 보냈고

 

각 지사별로 택배업체와 조인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니까 전화를 걸어 구매를 하는 소비자가 광주에 살 경우 광주 지사의 컴퓨터로

 

바로 연결이 되어 그 즉시 물건이 배송되는 시스템이었다.

 

경우에 따라선 방송이 끝나자마자 물건을 배달 받을 수도 있었다.

 

자체적으로 큰 도시는 도시별로 시스템을 적용하도록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방송이 끝난 후 전체 구매자들의 정보를 물류센터에 보낸 포장하고 발송하면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어 인건비 절약은 되겠지만 배송에 늦어질 수도 있었다.

 

구매자의 손에 배달이 되는 즉시 본사의 컴퓨터에 배송완료라는 싸인이 들어오고

 

만약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배송이 안 이루어졌을 경우 담당 지사나 택배업체에

 

자동적으로 전화가 가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것이다.

 

대신 인건비가 늘어난 만큼 속옷 가격을 약간 비싸게 책정한 상태였다.

 

“다음 옷들 좀 입어 줄래요?”

 

송림이 러시아 모델들에게 말했다.

 

그녀들은 한국에서 모델 생활을 오랫동안 해 온 이들이라 어지간한 한국말은 알아들었다.

 

모델들이 브래지어를 훌렁훌렁 벗었다.

 

희디흰 가슴들이 차 실장의 눈앞에 펼쳐졌다.

 

개중에는 뒤돌아 서서 팬티를 벗고 갈아입는 모델도 있었다.

 

차 실장의 눈에 탈의실은 그야말로 아마존의 여인국이었다.

 

“실장님.”

 

송림이 차 실장을 바라보며 탈의실에서 나가라는 눈짓을 했다.

 

하지만 차 실장은 넋을 잃고 모델들을 바라보느라 송림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실장님~.”

 

송림이 차 실장의 팔을 잡은 후에야 그는 정신차렸다.

 

“흠, 흠. 그럼 중경씨는 지금 회사에 있겠군.”

 

“네. 프로그램 돌아가는 걸 본 뒤에 여기로 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런가.”

 

말을 하면서도 차 실장의 눈을 여전히 모델들에게 향해 있었다.

 

“실장님!”

 

송림의 목소리가 높아진 후에야 차 실장은 입맛을 다시며 돌아섰다.

 

‘고것들, 사람 애간장을 녹이네. 이럴 때 박 과장이 있어야 뭔가 수를 내볼텐데.’

 

차 실장은 못내 아쉬워 탈의실에서 나온 뒤에도 탈의실 쪽을 쳐다봤다.

 

모델들이 워킹을 시작했다. 무대 전체가 환해지는 듯했다.

 

차 실장은 한 명 한 명 놓치지 않고 쳐다보았다.

 

모델들을 고를 때 차 실장이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같이 몸매도 좋았고 얼굴도 미인들이었다.

 

송림도 팔짱을 끼고 서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 실장이 쇼핑 호스트와 같이 속옷을 설명하고 있는 홍라라를 쳐다봤다.

 

요즘 잘 나가는 배우를 쇼핑 호스트로 불러온 건 파격적인 경우였다.

 

그 역시 차 실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러니 이 ‘오리엔트’ 시리즈의 판매는 온전히 차 실장의 작품인 셈이었다.

 

카메라가 모델들에게 향했을 때 홍라라가 차 실장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차 실장도 웃어 보였다. 러시아 모델들과 비교를 해도 하나 손색이 없었다.

 

‘저년 물건은 물건이야.’

 

차 실장은 그녀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1년간의 홍보 전속 모델로 계약이 이루어진 뒤 만들어진 술자리에서

 

홍라라가 차 실장의 곁에 앉게 되었다.

 

차 실장은 욕심을 내긴 했지만 괜히 잘못했다간 회사에 먹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접근하기로 한 마음을 포기했었다.

 

‘차 실장님이 원래 오성 사람이라면서요?’

 

홍라라도 이미 어느 정도 정보를 갖고 있었다.

 

‘코지’에서 누가 힘이 있는지 그리고 누가 오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말이다.

 

사장이야 워낙 사업에 뜻이 없어 오성 회장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머잖아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문제는 강 실장이었다.

 

그는 그야말로 전문경영인으로 실력파였다.

 

오성의 회장 역시 강일환을 매우 아꼈다.

 

그러려면 한발 한발 조심해야 하는데 여자 앞에만 서면 그런 의지들이 물러졌다.

 

차 실장은 홍라라를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러시아 모델들이면 몰라도 홍라라에게 집적댔다간 앞길이 낭떠러지가 될 수도 있었다.

 

“실장님.”

 

러시아 모델들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차 실장의 어깨를 치며 박 과장이 나타났다.

 

“어, 어쩐 일이야?”

 

“보고드리러 왔지요.”

 

“그래 어떻던가?”

 

“지금 대박입니다. 대박!”

 

“물건 나가는 거야. 여기서도 알 수 있어.”

 

“그게 아니라 지금 본사에 전화가 걸려오고 난리다 이겁니다.”

 

“전화가 걸려와?”

 

“고맙다고요.

 

방송 끝나기도 전에 이미 배달 받은 소비자도 있을 정도니까요.

 

역시 실장님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 그래.”

 

“비라에까지 비상이 걸렸다니까요.”

 

차 실장은 마음이 흐뭇했다.

 

“심지어 너무 빨리 배달을 받아 기분이 좋다며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 주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돕니다.”

 

“스피드한 자만이 살아남는 거야.”

 

차 실장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박 과장은 한동안 그런 차 실장을 쳐다봤다.

 

‘여자나 밝히는 줄 알았는데 한 가닥 하네. 유학 헛 갔다온 건 아닌 모양이야.’

 

박 과장은 여자나 밝히는 그가 대견해 보였다.

 

“실장님, 오늘 재들하고 술자리를 함 마련해 볼까요?”

 

차 실장의 눈가에 여리게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꿩 대신 닭이다.’

 

차 실장은 슬그머니 허벅지 위로 손을 올렸다.

 

나타샤라는 러시아 모델이었다. 한국말도 제법 잘했다.


“러시아에서 뭐 했니?”

 

차 실장이 말랑말랑한 나타샤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간호사였어.”

 

반말이었다. 차 실장은 피식 웃고 말았다.

 

마주 앉아 있는 박 과장 곁에서도 모델이 앉아 있었다.

 

박 과장이 나타샤의 반말에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애들이 언제 존댓말을 배웠겠나. 신경 쓰지마.”

 

“괜찮으시겠습니까?”

 

“안 그러면 방법이 있나. 지금 애들에게 존댓말을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에또 인형 같은 년들한테 반말을 들으니 기분도 괜찮은데 뭘.”

 

차 실장은 정말 기분이 흡족했다.

 

요즘은 술집에 가 여자를 끼고 술 마시기가 껄끄러웠다.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뒤로 사실 술맛이 나질 않았다.

 

술을 마시다가 여차하면 모텔로 올라가서 회포를 풀어야 직성인 차 실장이라

 

그 일이 불법으로 못 박힌 뒤부터는 술맛도 사라졌던 것이다.

 

간혹 단골 술집에서 은밀하게 주선을 해준다며 마담이 전화를 걸어오곤 했지만

 

만에 하나 발각이 되면 망신은 둘째치고 그 동안 어렵게 쌓아놓은 회사 내의

 

자리도 무너질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늘씬한 미녀들과 같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으니 더없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재 차 실장은 홈쇼핑에 관한 한 실질적인 결정권자였다.

 

차 실장이 몸을 앞으로 내밀며 박 과장을 앞으로 나오게 했다.

 

“정말 애네들하고 2차까지 가능한 거야?”

 

“물론이죠. 제가 다 얘기 끝내 놓은 상탭니다.”

 

“아무 조건 없이?”

 

“실장님도 참. 왜 조건이 없겠습니까. 우리 회사쪽 일도 할 수 있다고 포석을 놓았죠.”

 

“각서를 써 준 것도 아닌데?”

 

두 러시아 여자는 멀찌감치 떨어진 채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리기만 했다.

 

“이런 백마를 타려면 출혈도 좀 있어야죠.”

 

“얼마씩?”

 

“실장님은 그런 염려 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이미 지불해 놨습니다.

 

방까지 다 잡아 놨습니다.”

 

“박 과장! 아무래도 애네들하고 같이 움직이면 너무 눈에 띄지 않을까?”

 

“그래서 외진 곳에 방을 잡아 놨으니까 염려 푹 놓으십시오.”

 

차 실장은 그 점이 약간 걱정이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차 실장이 뒤로 물러나자 박 과장도 제 자리로 돌아갔다.

 

“무슨 얘기?”

 

“음, 너희들 우리 회사 전속 모델로 쓰는 문제에 대해서 얘기했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타샤가 차 실장의 팔짱을 끼며 찰싹 달라붙었다.

 

“나 이 달에 계약 끝나. 한국에 있고 싶어.”

 

딱딱 끊어지고 버릇없는 반말이지만 차 실장은 그녀가 더없이 예쁘고 귀여웠다.

 

“그런데 몇 살이야?”

 

“나? 열 아홉 살.”

 

차 실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갓 수능시험을 끝낸 자신의 큰 딸과 동갑이기 때문이었다.

 

'소설방 > 개와 늑대의 시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4장 번데기 1   (0) 2014.12.17
제3장 충돌기 9  (0) 2014.12.17
제3장 충돌기 7  (0) 2014.12.17
제3장 충돌기 6  (0) 2014.12.16
제3장 충돌기 5  (0) 201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