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3장 충돌기 6

오늘의 쉼터 2014. 12. 16. 12:26

제3장 충돌기 6

 

 

 

 “바빠서 전화를 못 받았지요.”


“수정씨 전화는 발신번호가 안 찍힙니까?”

 

강일환은 불쾌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2주일 동간 간간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제야 겨우 통화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제가 어렵게 살다 보니까 가능하면 돈 들어가는 건 잘 안 하거든요.”

 

‘허, 이 여우 봐라.’

 

강일환은 왜 그런지 그녀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럽니까. 내가 해주리다.”

 

강일환이 겉으로 웃었다.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고 얼굴이나 한번 봅시다.”

 

“하지만 지금은 바빠서…”

 

강일환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코지’ 사원들 전체가 보험을 들도록 만들어주었는데 이젠 안면 몰수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잠깐 만날 시간도 안 난단 말입니까?”

 

강일환은 자꾸 자신이 신수정에게 끌리고 있다는 게 불쾌했다.

 

그런데도 마음이 의지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강일환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많은 여자를 만났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실장님도 참, 요즘 우리도 찬 바람이 쌩쌩 불거든요. 일단 스케쥴표를 볼게요.”

 

수화기 저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강일환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오늘 시간이 있으세요?”

 

강일환은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수정씨가 시간을 내는데 나라고 시간을 못 내겠습니까.”

 

“그럼 저녁에 신사동에서 뵐까요?

 

마침 거기서 오늘 만날 사람도 있고 해서 신사동에서 바로 퇴근할 생각이거든요.”

 

“그럽시다. 그런 거기 ‘주몽’에서 만납시다.”

 

강일환은 마음이 들썩거렸다.

 

그런 자신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오늘 저녁에 무슨 약속 있나?”

 

강일환은 인터폰으로 비서에게 물었다.

 

“오늘 가이아 백화점 장 부장님하고 저녁 약속이 되어 있는데요.”

 

“일단 취소합시다. 내가 전화할 테니 신경 쓰지 말아요.”

 

가이아 백화점에 이번에 새로 기획되는 고급 속옷 납품과 관련해서 정해진 약속이었다.

 

“아, 장 부장님, 저 코지의 강 실장입니다.”

 

“오늘 실장님과 약속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유럽에서 바이어가 오는데 아무래도 제가 접대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장 부장님하고 약속이 있다고 그러는데도 저희 사장님께서 사정을 하시는데 어쩌죠?”

 

“그럼 어쩔 수 없죠. 우리야 내일 만나도 늦는 일이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 내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뵙는 걸로 하죠. 괜찮으시겠습니까?”

 

“내일은 저도 약속이 있고… 모레가 좋을 듯합니다.”

 

강일환은 장 부장의 심중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칼 자루를 쥐려면 언제나 상대방이 달아오르게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자신과 신수정의 관계가 떠올랐다.

 

지금 신수정이 자신에게 하고 있는 행동이 그러했다.

 

“그럼 모레 뵙겠습니다.”

 

강일환은 통화를 끝내고 창 밖을 내다보며 허탈한 듯 미소를 지었다.


마음은 그만 만날 생각으로 나왔지만 막상 신수정을 보자

 

그런 마음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오랫만입니다.”

 

강일환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전에도 만졌던 손인데 더 촉촉하고 더 부드러웠다.

 

“실장님, 제가 너무 소홀했죠?”

 

“수정씨가 소홀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습니까?”

 

“아니에요.

 

실은 그 동안 우리 애가 너무 아파서 연락을 못 드렸어요.

 

병원 왔다갔다하느라 정신도 없고 말씀 드리면 괜히 염려 하실 것 같고 그래서….”

 

신수정이 고개를 숙였다.

 

강일환은 괜히 가슴이 짠해졌다.

 

그런 줄도 모르고 괜한 오해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과 안주가 나왔다.

 

강일환은 신수정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화를 하지 그랬어요. 내 친구들 중에 병원에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어떻게 그런 폐를 끼칠 수가 있겠어요.”

 

신수정이 눈을 흘기며 강일환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갈수록 신수정은 강일환의 애간장을 녹였다.

 

강일환은 저도 모르게 신수정에게 입을 맞추었다.

 

적당히 놀라는 눈치의 신수정이 더없이 귀엽고 앙증맞았다.

 

강일환은 그동안 참아왔던 욕정을 폭발 시키기라도 하듯 신수정을 와락 끌어안았다.

 

“실장님….”

 

신수정의 목소리가 강일환의 귀를 타고 흘러 들어와 가슴을 간지럽게 만들었다.

 

강일환은 룸의 출입문 쪽을 바라보았다.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다.

 

강일환은 내친 김에 그녀의 블라우스를 단추를 열었다.

 

신수정은 적당히 거부하면서도 강일환의 손에 자신을 맡겼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르오.”

 

강일환의 진심이었다.

 

“저도요.”

 

신수정이 코맹맹한 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가 강일환을 더욱 급하게 만들었다.

 

신수정을 만나지 못하는 동안 그녀를 생각하면 하루에도 몇 차례 몸이 달아오르곤 했던 것이다.

 

신수정의 흰 가슴이 드러났다.

 

강일환은 그녀의 가슴을 떼어가기라도 하듯 빨아댔다.

 

신수정이 몸을 비틀었다.

 

강일환의 손이 미끄러지듯 그녀의 치마 속으로 들어갔다.

 

“실, 실장님…”

 

그녀의 중심은 예전과 다름없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강일환은 거칠게 그녀의 속옷을 벗기고 자신도 바지의 혁대를 끌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환희였다.

 

신수정이 흥흥거렸다.

 

낯선 곳 그것도 공공장소에서 섹스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어떤 일이든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신수정의 고개가 강일환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수정씨, 정말 보고 싶었어.”

 

강일환은 그녀를 끌어안은 채 놓을 줄 몰랐다.

 

“실장님, 우리 옷 입어요.”

 

신수정이 강일환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었다.

 

“수정씨 우리 같이 죽을까요?”

 

“네?”

 

신수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일환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같이 죽자니?’

 

신수정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바쁘다며 식당에서 먼저 나갔다.

 

“손님 어디 불편하세요?”

 

모범 택시 기사가 룸미러로 뒷좌석을 살피며 물었다.

 

“운전이나 똑바로 하세요.”

 

“말을 하다 보면 고민거리가 저절로 해결되는 수도 있습니다.”

 

택시 기사가 능글능글 웃으며 말했다.

 

“이것 봐요.

 

나는 택시에 타서 기사들이 나한테 말 거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말 걸지 말란 말이오.

 

그리고 당신이 뭔데 내 고민을 듣겠다는 겁니까?”

 

강일환은 괜스레 짜증이 일었다.

 

운전 기사가 황급히 눈길을 돌렸다.

 

택시기사가 뭐라고 궁시렁거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오후 내내 불쾌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는 어느새 강일환의 집 앞에 도착했다.

 

“잔돈은 됐습니다.”

 

강일환은 택시 요금만큼 남은 잔돈을 받지 않았다.

 

“손님, 잔돈 받아 가십시오.”

 

택시 기사가 차 창문을 열고 강일환을 불렀다.

 

“잔돈 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 정당한 값만 받습니다.”

 

강일환이 차 창 가까이 다가갔다.

 

택시기사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이것 보십시오.”

 

강일환이 뒷말을 잇기도 전에 택시기사는 잔돈을 바닥에 떨어트리곤 그대로 출발했다.

 

“아, 아니, 저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강일환의 목소리가 늦은 밤이라 쩌렁쩌렁 울렸다.

 

“강 실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언제 달려나왔는지 아파트 경비원이 곁에 다가와 서 있었다.

 

“아니, 팁을 주면 공손히 받지. 배워 처먹은 게 없으니 택시나 몰고 있지. 안 그렇습니까?”

 

강일환이 바닥에 떨어진 돈과 경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 그렇죠.”

 

경비원의 얼굴이 똥 밟은 표정이었다.

 

강일환은 그를 흘겨본 후 고개를 젓고 그대로 아파트 입구로 걸어갔다.

 

여러모로 기분 더러운 날이었다.

 

경비원이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워들었다.

 

“저, 이 돈은…”

 

강일환은 들은 척 만 척 했다.

 

“성질머리하곤, 기사 양반이 지보다 더 배웠는지 어떻게 알아!”

 

강일환은 걸음을 멈추었다.

 

정확하게 들리진 않았지만 자신을 비난하는 게 분명한 듯했다.

 

‘내가 저런 것들 하고 실랑이를 다 하다니.’

 

강일환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강일환은 바지 속에 성기가 덜렁거리면서 주책없이 자꾸 커지려고 했다.

 

‘주몽’에서 신수정과 일합을 겨룰 때 팬티를 벗어 놓았는데 요란하게 몸부림치면서

 

그 팬티위로 짬뽕그릇을 엎질러 노 팬티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스타일 완전히 구겨진다, 구겨져.’

 

강일환은 주변을 살피며 자꾸만 항문 쪽으로 끼는 바지를 빼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청년이 나왔다.

 

긴 머리에 큰 키, 뚜렷한 이목구비와 흰 얼굴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청년이 곁을 지나갈 때 강일환이 쓰는 스킨 향내가 났다.


‘당장 스킨 바꿔야지. 개나 소나 다 쓰는 스킨이구만.’

 

강일환은 가능하다면 사람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했다.

 

아이 갖지 말기, 나만의 향수나 스킨 쓰기, 유행 따라가지 않기,

 

똑같은 차 안 사기, 쿨 하기, 주점에서 남들 모르는 노래 부르기 등등.

 

그러다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만나면 괜히 기분이 불쾌해졌다.

 

강일환은 아파트 복도를 지나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는 청년을 보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여러모로 멋있는 남자라는 생각을 했다.

 

강일환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벽면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바보 같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는 거울 속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러다 불현듯 신수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녀를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신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개 같은 년, 단물 다 빨아먹었다 이거야!’

 

강일환은 분통이 터졌다. 휴대폰을 내던지려다 멈추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강일환은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 앞에 섰다.

 

다섯 번이나 벨을 눌렀는데도 인기척이 없었다.

 

강일환은 문이 일찍 열리지 않는 것도 짜증이 났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뒤져 꺼내려는데 문이 열렸다.

 

“약속 있다더니 일찍 왔네?”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근데 아내의 미소가 어쩐지 어색했다.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아내가 말꼬리를 흐렸다.

 

강일환은 거실로 들어서며 아내의 옷차림을 살폈다.

 

자주 빛의 슬립을 입고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양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뭐 했어?”

 

“하긴 뭘 해.”

 

아내가 주저주저하며 소파 쪽으로 따라왔다.

 

강일환은 소파에 앉으며 테이블 위를 보았다.

 

두 개의 샴페인 잔이 놓여져 있었다.

 

“누구 왔다 간 거야?”

 

“어, 응. 친구 향숙이. 30분 전에 갔어.”

 

‘향숙이? 살인의 추억에 이름만 나오는 그 향숙이? 그런데 향숙이가 누구지?’

 

강일환은 엉뚱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헛웃음이 나왔다.

 

“냄새 나, 얼른 샤워 해. 얼른!”

 

아내가 강일환의 팔짱을 끼며 앉았다.

 

아내의 행동에 애교가 잔뜩 섞여 있었다.

 

“오늘 이상하네.”

 

“어머,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자기야말로 왜 그렇게 이상하게 걸어?”

 

강일환은 가슴이 뜨끔했다.

 

“좀 쉬고 씻자.”

 

“담배 냄새 난단 말야, 얼른 씻어.”

 

강일환은 난처했다.

 

분명 아내는 속옷을 챙겨주고 속옷을 받아갈텐데.

 

“너무 허기지네. 당신 말야. 출출한데 만두 좀 사다줄 수 없어?”

 

강일환은 순발력 있는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그럴까, 나도 출출한데…”


아내가 선선히 승낙했다.

 

밤에 나가는 걸 무지 귀찮아하는 여자라 의외였다.

 

동네 슈퍼엘 가도 입술에 루즈라도 한번 바르고 가는 여자가 어인 일인가?

 

아무래도 오늘 아내의 행동은 수상쩍은 게 많았다.

 

“갔다 올게.”

 

하지만 지금 아내의 행동에 의문을 가질 때가 아니었다.

 

얼른 아내를 밖으로 내보내야만 했다. 신수정을 사랑해도 어쩔 수 없다.

 

강일환에게 아내는 자유이며 곧 자본이었다.

 

“뭐가 그렇게 급해?”

 

신발을 신는 아내가 허둥댔다.

 

“만두 집 일찍 문 닫거든.”

 

“이번 주에 자기네 집에 한번 갈까?”

 

“응? 그래.”

 

“가 본지도 오래 됐고. 요즘 대하철인데 대하 좀 사 가지고 가자.”

 

아내는 강일환의 말이 끝내기도 전에 이미 문밖으로 나갔다.

 

강일환은 부리나케 안방으로 향했다.

 

서랍장을 뒤져 팬티 두 장을 꺼냈다.

 

‘하나는 세탁기에 하나는 내가 입고… 히히히!’

 

강일환은 은밀한 이런 일이 즐거웠다.

 

송림을 회사 일이라며 집까지 끌어들여 만날 때도 여자를 즐기기 보다 스릴을 즐긴 편이었다.

 

송림에 관해선 아내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

 

강일환은 아내가 그냥 모른 척 하고 있다고 믿었다.

 

‘여잔 돈으로 배팅을 해야 돼. 왜 룰을 깨지. 사랑은 위험해, 암, 위험하지.’

 

강일환은 안방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애인들을 둔 선배들의 충고를 잠시나마 잊었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담배 불을 재떨이에 비벼 끄고 창 밖을 내다보는데 아내가 보였다.

 

그런데 아내는 어떤 사람과 마주 서 있었다.

 

“향숙인가?”

 

아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머리가 길었다.

 

강일환은 자세히 보기 위해 베란다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었다.

 

아내와 마주 서있는 사람은 강일환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내렸던 그 남자였다.

 

강일환이 황급히 몸을 낮췄다.

 

그리곤 아래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아내가 잠깐씩 뒤를 돌아다보았다.

 

남자는 아내의 팔을 잡으려 했고 아내는 남자의 손을 자꾸 떼어냈다.

 

‘아, 스킨, 긴 머리, 슬립.’

 

강일환은 그런 단어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시 창 밖을 내다보니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햐, 요것 봐라. 바람을 펴.’

 

강일환이 현관문 앞에서 허리에 손을 얹고 아내를 기다렸다.

 

벨이 울리자 문을 열어주었다.

 

“왜 그러고 서 있어요?”

 

아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강일환은 느닷없이 아내를 끌어안았다.

 

“어머, 왜 그래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가끔씩 불뚝불뚝 드는 걸까?”

 

강일환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어렸다.

 

아내의 몸이 파들파들 떨었다.

 

‘강 실장, 마누라한테는 말이야.

 

뻑 갈 정도로 잘해주어야 나중에 뒤탈이 없는 거야.

 

감동 먹게 만들어야 한다고. 알겠어?

 

그게 카사노바의 첫 번째 덕목이지.’

 

오성 손 전무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내의 머리가 강일환의 품에 폭 안겼다.

 

강일환은 모든 걸 알면서도 용서한다는 듯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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