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6. 세 여인

오늘의 쉼터 2014. 12. 6. 08:33

6. 세 여인

 

소변용 변기의 바닥에는 얼음덩이들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뜨거운물에 녹아 가는 중이었다.

최장수는 길게 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들었다.

흰 타일 벽에는 아무것도 붙여져 있지 않아서 깨끗했고 화장실 안에서는 은은한 향수 냄새가

풍겨 나왔다

이윽고 진저리를 치고 난 최장수는 지퍼를 올리면서 몸을 돌렸다.
"아따 그 시키, 되게 오줌발 기네 ."
눈앞을 가득 가로막은 사내가 보였고 귀에는 투박한 말소리가 들렀다.
"어어, 조웅남‥‥‥‥
한걸음 물러서자 변기가 다리에 닿았으나 신경쓸 형편이 아니다.
"조웅남이라니, 이 씨발놈이 맞먹네 "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조웅남의 시선이 평평해졌다.
"니가 요새 한세상 만난 모양인디, 나허고 같이 즘 가야됐다. "
최장수가 재빨리 주위를 살펴보있으나 화장실에 들어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하들은 안쪽 방에 있었고 모두 칸막이가 되어 있는 화장실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야 이 시키야, 니가 소리를 지른다은 벤소에서 패려칙일 것이고,
나간다은 살어 남을지도 모른다. 긍게 암말 말고 따러와."
조웅남이 팔을 델어 목덜미에 올려놓았는데 무거줬으므로 최장수는 목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왜?"
"나가서 얘기허자, "
카운터 앞을 지나자주인 여자가 머리를 들었다가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고물이 다 된 승용차로 다가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목을 뽑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그 타."
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최장수는 조웅남에 의해 차의 됫좌석으로 밀려 넣어졌다.
"왜 이러는 거요? 영문이나 압시다. "
최장수가 소리를 쳤으나 조웅남은 힐끗 그를 바작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승용차는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차도를 달려나갔다

밤 10시가 채 못된 시간이다.

신호에 걸려 잠판 범추어 셨던 승용차는 남부 순환도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한테 바라는 것이 뭐요?"
최장수가 다시 물었다. 조웅남과는 안면이 있는 정도였지 한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

그는 한마디로 끔찍한 놈이었고 자신과는 수준 차이가 있는 놈이었다.
최장수는 그런 조웅남이 밤의 세계에서 활보한다는 것이 분했으나 어절 수 없는 노롯이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이민이었다.

한국을 떠났던 것이다.
"너, 이민 갔다가 돌아와서, 요짐, 잘 나간다고 허던디 ."
머리를 돌린 조웅남이 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내가 잘 나간다고 누가 그럽디까?나는 도무지‥‥‥‥
"이 시키야, 이 바닥 일은 내가 펀혀. 니가 지금 누구 밑구멍을 밖어 주는지 펀히 알고 있단 말여, "
승용차는 순환도로를 요란하게 달려 나가더니 성남 쪽으로 차 머리를 틀었다.
최장수는 앞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조웅남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날 어떻게 하시려는 거요?"
"니 주리를 틀라고."
"나는 당신을 해꼬지한 적이 없는데 "
"템신 같은 놈아, 근디 왜 떠냐?"
"당신이 무지막지한 사람이니까 그런 거 아뇨!"
"허긴 그려 ."
손을 델은 조웅남이 최장수의 멱살을 쥐었다.

커다란 손바닥이어서 최장수의 목 3분의 2좀이 손아귀에 들어왔다.
"내가 얼마 전에 이렇게 혀서 모가지를 졸라 적인 놈들이 있지.

남중에 뚝 허고 원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드만, 죄끝 비통게로."
"니가 박용근이 돈 받고 일헌담서?"
최장수가 겨우 목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떠난 자리요. 내가 당신을 몰아낸 것도 아니고, 이거 주소가 틀리지 않소?"
"이 새끼가 헐말은 꼬박꼬박 허네."
"죽기 전에 할말은 해야지."
그들이 탄 승용차는 성남으로 난 직선 도로를 달리다가 오른쪽 샛길로 들어싫다.
가로등도 없는 비포장 도로였고 주위는 짙은 어둠에 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앞쪽에 두어 개의 불빛이 보였는데 그불빛에 비친 비닐 하우스의 그림자가

최장수의 가습을 철럼하게 만들었다.
승용차가 비닐 하우스 옆에 멈추자 옆쪽의 건물에서 서너 명의 사내가 다가왔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으나 농가인 모양미었다.
"자, 내려 ."
조웅남에게 등을 밀려 최장수는 밖으로 나왔다.

사내들이 다가와 최장수의 양쪽 팔을 끼었다.
"이거 놓아, 도망치지 않을테니까."
최장수가 어깨를 펴며 소리치자 뒤따르던 조웅남이 어둠 속에서 편 이를 드러내었다.
"그려, 놓아 주어라."
그들이 들어선 곳은 비닐 하우스의 안이었다.

안에는 스티로폴을 벽 대신으로 덮어 놓아서 바깥이 보이지도 않았지만 밖에서도

안을 볼 수가 없다.

안은 기다란 굴 속처럼 보였고 천정에는 100와트 전구 세 개가 나란히 달려 있었다.
"거그 當어."

방 가운데 놓인 철제 의자에 앉은 조웅남이 턱으로 앞쪽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자

최장수는 잠자코 앉았다.

저고리의 깃을 바로 잡아 세운 그가 조웅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고 입술은 꾹 닫혀 있다.
조웅남이 스티로폴에 싸인 방안을 둘러보았다.
"맘이 편허은 여그가 리즈 호텔 사장실보다 못헐 거 을다. 안 그러냐?"
최장수는 그를 美아본 채 대답하지 않았다.
"너는 대가리가 범템 잘 돌아가는 놈이라고 허드만. 주먹도 솔찬 허고."
"마누라허고 새끼덜은 호주에 놔두고 왔담서? 잘헌 첫이여, 대가리 잘 썼다. "
"용건을 말해 주시오."
조웅남이 머리를 돌려 뒤쪽에 서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느그덜은 나가 있어 "
부하들이 문을 열고 나갈 때까지 조웅남은 팔장을 끼고 않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직선으로 꽃혀 왔으므로 그것을 받아내던 최장수가 마침내 시선을 돌렸다.
한동안 방안에 정적이 흘렀다. 벌리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들려 왔다.
"허기는 박용근이가 사람을 잘 보았어.

나도 이놈저놈 생각혀 보았는디 너만헌 놈이 없드만."
조웅남이 입을 열었다.
"나는 인자 수배자가 되어서 스티로폴로 맹근 방에 앉어 있는 신세가 되얀는디,

내가 이렇게 죽을 놈이 아녀, 안 그러냐?"
"너히고 손잡고 박용근이를 쳐쥑이는 것이 내 계획여 너허고는 형제 의리를 맺고 말이여 ."
"족보도 없는 놈이 나타나서는 내 업체들을 거저 먹었다.

그걸 도로 찾는디 니 손이 필요혀."
"나이가 어떻게 되시오?"
머리를 든 최장수가 불쪽 입을 열자 조웅남이 이맛살을 제푸리고 혀를 참다.
"너보다는 많어, 어떡허등간에 ."
그 시간에 백동혁은 유혁근과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옆쪽의 빌팅에서 번책이는 붉고 푸른 네온의 불빛이 차 안에 앉은
그들의 몸에 조각으로 비추어졌다가 지워졌다.
유혁근이 몸을 돌려 백동혁을 바라보았다.
"안정태는 숙소가 세 개야.하나는 처자식이 있는신촌의 아파트 이고 또 하나는

리즈 호텔 1320호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저기지."
백동혁의 시산이 길 건너편의 20층빠리 오피스텔로 돌려졌다.
"아파트나 단독 주택보다도 저런 곳이 비밀 보장이 잘되지 옆방에 누가 사는지,

무얼 하는지 서로 관심도 없고 관심을 가지려고도 하지 않는 곳이야."
"여자가 있습니까?"
"천만에 "
유혁근이 얼굴에 쓴못음을 떠올렸다.
"그 놈은 약점이 없는 놈이야.

여자 관계는 없어. 저곳은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로 이용하는 것뿐이야."
"하지만 우리 수사관에게 한번도 누구와 함께 있는 것을 들키지 않았어 . 교활한 놈이야."
유혁근은 빌딩에서 시선을 떼고는 시트에 등을 기대었다.
"이젠 난 놈을 미행할 수도 없어. 영등포 경찰서로 옮겨진 신세라 내 소관도 아냐."
"앞으로는 제가 맡지요."
"놈을 치려면 이곳이 제일 나은 장소야. 아파트는 가족이 있고 호텔은 놈의 본거지가 되었으니까."
"그렇겠군요."
"내가 당신들한테 해줄 수 있는 일이 이런 것뿐이라니 한심하구만."
"무슨 말씀입니까? 이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지‥‥‥‥
"솔직히 당신들이 좋아서 이러는 게 아냐. 오해하지 말어."
"그것도 압니다. "
유혁근이 머리를 돌려 1를 바라보았다.
"안다니까 됐군. 자, 가세 ."
승용차가 차도로 들어서서 속력을 내자 백동혁이 입을 열었다.
"저희 큰형님께서 고맙다는 말씀 전하라고 하졌습니다.

다음 기회에 꼭 찾아뵙겠다고."
"편찮다고 해.뭘 바라고 이러는 것이 아니니까.
난내 역할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왔어."
"끌려 내려오셨지요."
"어줬든 이것도 정부를 상대로 반항하는 첫이라네. 난 자네하고 입장이 달라."
승용차는 밤거리를 빠르게 달려나갔다.

강남대로에서 좌회전한 승용차는 한적한 도로를 달려 국립묘지를 지났다.
"됐어, 날 이쯤에서 내려주게."
흑석동의 고랫길에 이르자 유혁근이 말했다.
"댁 앞에까지 모셔다 드리지요."
"괜찮아, 골목이라 들어가기 힘들어 "
차가 길가에 멈추어 서자유혁근이 백동혁의 어깨를 손으로가법게 쳤다.
"이봐, 또 보세."
"안념히 가십시오."
유혁근은 멀어져 가는 백동혁의 승용차를 바라보다가 무의식중에 차 번호를 외우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버릇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길을 건너 가파른 언덕을 걸어 오르면서 유혁근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백동혁은 무대에서 끌려 내려졌다고 했지만 그가 느끼는 감정은 그보다 더 지독했다.

끌려 내려져서는 시궁창에 던져진 것이다.
그리고 두 눈을 뜨고 무대를 바라보아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언덕을 올라 골목길에 들어선 그는 머리를 들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뒤쪽에서 인기척이 났고 머리를 돌리는 순간 옆머리에 무거운 물체가 부및치는

충격이 왔고 눈앞에 하얀 섬광이 번적였다.

무의식중에 가승으로 손을 넣어 권총의 손잡이를 쥐자 다시 됫머리에 충격이 왔다.

유혁근은 땅바닥에 얼굴을 부딪치며 의식을 잃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무섭은 창문의 커튼을 젖혔다.

랫살이 방안으로 쏟아지듯 들어왔다.
"그놈은 쥐새끼처럼 숨어 있지만 곧 꼬리를 잡을 수 있어.

내무부에서 호구 조사를 실시할 것이고 또 몇 군데에서 들어온 정보도 있다. "
창가에 서서 팔장을 핀 이무섭이 그들을 바라보며 얼굴에 웃음을 띄었다.
"경찰청에서도 전 수사책을 동원하고 있어."
"단장넘, 제 생각입니다만 그놈은 이제 힘을 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옛날하고는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까?"
안정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 저희들의 장악력은 김원국의 전성기보다 철씬 강합니다.

이 것은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
"그건 맞는 이야기야. 하지만 아직 기반이 굳지 않았어."
이무섭이 머리를 돌려 이철우를 바라보았다.
"지난번 황인규를 습격하려던 애들 세 명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
"단장넘, 그때는 제가 경솔했습니다. "
이철우가 찌푸린 얼굴을 숙였다.
"치밀하지 못했고 서둘렀기 때문입니다. "
"내가 말하려던 것은 그것이 아냐."
"작전에 실패한 데다가 한 놈은 마누라와 함께 행방불명이 되었다.

놈은 김원국에게 자백한 보상을 받은 것이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제가 마지막 선입니다. "
"자네는 내 부하야, 이 소령."
이철우가 머리를 들고 이무섭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인질로 삼을 가족이 이제는 없습니다만 자백하지는 않습니다. "
팔장을 푼 이무섭이 한동안 우두커니 그를 바라보다가 다가와서 의자에 랄았다.

창 밖에서 산새가울었다. 이곳은 춘천 교외의 한적한 별장이다.
이무섭은 한달이 멀다 하고 거처를 옮기는 것에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이제 그를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기부는 집행의 권한이 없고 경찰은 이미 손아귀에 있다. 그를 이토록 경계하게 만드는 것은 김원국과 몇 명밖에 안되는 보스급들이었다.
"황인규를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
이철우가 입을 열자 이무섭이 입맛을 다쳤다.
"물론 황인규가 금방 일을 저지르지는 못해.

우리도 겪었지만 군 조직은 직속 상관의 명령이 우선이지.

하지만 그놈이 안기부의 고성섭과 맥을 통하고 있단 말이야."
"놈은 김원국에게 직접 연락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첫기침을 한 안정태가 머리를 들었다.
"안기부 직원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칠 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안기부 직원들이 공기총을 들고 다님니까?

애들 두 명은 공기총알을 대여섯 발씩 맞았습니다. "
이철우가 힐끗 안정태를 바라보았다.

자션은 음지에서 쓰레기를 치운다면 안정태는 양지에서 닦여진 길을 걷는 입장이다.

이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이쪽도 그렇게 될 것이기는 했다.
"이제는 우리가 방어하는 입장이 된 것에 화가 난단 말이다.

입장이 역전되었어."
이무섭이 손바닥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가법게 쳤다.
"놈들은 전의 우리 입장이 되었다. "
"상황은 다릅니다, 단장님 ."
안정태는 여전히 낙관적이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정부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데다가 총알받이를 두고 있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유혁근이는 템소니 차에 친 것으로 되어서 마음이 놓여. 잘했어, 이 소령 "
이무섭이 이철우를 바라보았다.
"이번은 확실하게 해주었어."
"이정환이나 안기부에서는 눈치채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렇다고 해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형편도 안돼.

각하는 이찬형이를 만나 주시지도 않을테니까. "
"내일모레면 개각과 함께 정계 개편이 있어 그때 이찬형씨도 경질될 거야."
"다행입니다. "
"자네가 놓아 준 김칠성의 부인 말인데 나는 그 여자가 마음에 걸려,

그 여자만큼 우리 조직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

8개월 가깜게 조직 안에서 생활했던 여자야."
"애들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했을 것이고. 우리는 그 여자 때문에 거처를 옮겨야 했어."
이철우가 머리를 들었다.
"그 여자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저도 조사해 보았지만 어떤 낌새도 없었습니다. "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제 입을 열지 알 수 없어.

그 여자가 풀려 나자마자 행방을 감춘 것만 봐도 그래."
"언론이 귀찰게 굴까봐 그했을 겁니다. 그것이 차라리 저희들한테도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김칠성이가 데려갔겠지. "
"나는 자베가 맺고 끓는 것이 분명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 여자로 인해 문제가 터져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굳은 표정의 이철우를 바라보던 이무섭이 얼굴에 웃음을 띄었다.
"그 여자뿐만이 아니야 마음에 걸리는 세 명의 여자가 있어.

첫번 째가 우선 김칠성의 부인이쳤고 두번째는 대한일보의 이재영이야.
이것도 우리가 실패한 경우인데,

그년은 안기부에서 작성한 자료를 기사화하려고 했던 뱃보 큰 계집이지.

내가 그것을 읽어 보았는데 신문에 났다면 큰일났을 거야." 

"그년도 지금 김원국 조직의 보호를 받고 있을 거야.

언론의 생리를 아는 년이라 화근 덩어리야."
이무섭이 찌푸린 얼굴로 이철우와 안정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지막 하나는 자네가 건드린 리즈 호텔의 직원인데 ‥‥‥‥
안정태가 그의 시선을 받고 서둘러 머리를 숙였다.
"백동혁이를 잡으려는 미끼로 썼다고 했는데,

그 여자는 지금 어떻게 되었지?"
이무섭이 이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수원의 친구 집에 있다가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친구에게도 은신처를 알려 주지 않은 것이 아무래도‥‥‥‥
"김원국의 품속으로 들어간 것 같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
어깨를 늘어뜨린 이무섭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조그만 시행착오는 있을 수가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 우리의 계획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되어서 결과적으로 보면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
이무섭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려져 갔다.
"인정에 읽매이면 안된다. 그것을 철저히 이용할 작정이 아니면
그 작전을 해서는 안된다. 알아듣겠나?"
"알겠습니다. "
서둘러 안정태가 대답했고 이철우도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김원국을 찾으면 여자들도 찾을 수 있을 거야.

경찰만 믿을 것이 못돼. 우리도 서둘러야 돼."
"알겠습니다. "
다시 안정태가 대답했는데 그는 김선주의 이야기가 나봤을 때부터
평정을 잃은 듯 얼굴을 및템하게 굳히고 있었다.
"요즘 왜 안 오셨어요?"
김선주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바빴어."
어깨를 세운 백동혁이 방안을 둘러보는 시능을 했다.
부천에 있는 20평형의 아담한 아파트였다.

방 둘에 응접실과 주방이 같이 붙어 있는 단순한 구조였고 가구도 단출해서 둘러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탁자 건너편 소파에 앉은 김선주가 그의 시선을 따라 방안을 둘러보았다.
"안방에 텔레비전하고 비디오를 사놓았어요.

냉장고하고 세탁기는 있으니까 이젠 견딜만 해요."
"답답하겠지만 참아."
"그건 동혁씨도 마찬가지 아녜요? 참, 재영 언니는 잘 있어요?"
"잘 있어."
그리고는 잠시 말이 끊겼다.
세 여인 231
백동혁은 찻잔을 들고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가 잔을 내려놓았다.
설탕을 넣지 않은 것이다.
김선주는 무릎 위에 두 손을 깍지끼고 앉아 있었다.

하늘색의 헐렁한 원피스를 입었는데 탁자의 틈 사이로 그녀의 맨 다리가 내려다 보였다
"계시는 데가 이 근처예요?"
김선주가 다시 정적을 깨었다.

두 눈이 똑바로 백동혁을 바라보고 있다.
"아, 저기 ‥‥‥‥
"그 막대기는 안 가지고 다녀요?"
"차에 있어."
다시 말이 끊겼고 백동혁은 커피에 설탕을 넣고 저었다.

그들이 있는 아파트는 3충이어서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랄게 들려 왔다.
베란다의 창을 통해 비스듬히 첫살이 들어오는 가을의 오후였다.
"저녁 드시고 가세요, 여기서."
그러자 백동혁이 머리를 들어 손바닥만한 응접실을 둘러보았다.
김선주가 다리 한쪽을 무릎 위에 올려놓자 무릎과 다리가 드러났다
"어색하네요, 우리가. 그렇죠?"
"글쎄, 나는 한가지 생각만 하고 있어서."
백동혁이 머리를 들어 그녀를 핀아보았다.
"여기 올 때마다 그 생각을 하는데 맘대로 안돼."
"널 안고 싶은데 그것이 ‥‥
얼굴이 붉어진 김선주가 시선을 내렸다가 들었다.
"말로 다 하시네요, 뭐."
"내가 비겁하단 얘기야, 뭐야?"
"그런 뜻이 아녜요, 그 반대지."
백동혁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김선주가 온몸을 굳히면서 그를 올려 다보았다.
"다음에 또 올게."
현관으로 다가가던 백동혁이 걸음을 멈추고는 머리를 돌리자

그를 바라보고 있는 김선주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모습 그대로 그들은 한동안 마주 보고 있었는데

이윽고 김선주가 시선을 내리자 백동혁이 몸을 돌렸다.
세 걸음 밖에 안되는 潘은 거리였으나 백동혁이 다가왔을 때

김선주의 얼굴은 새딸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옆자리에 談은 백동혁이 그녀의 상반신을 소파의 옆으로 밀었다.
두 손을 올려 백동혁의 가슴을 미는 시능을 하면서 김선주는 소파 위에 누웠다.
달아오른 얼굴로 백동혁은 그녀의 원피스를 벗겨내었다.

원피스의 지퍼는 등뒤에렬어 있었으므로 김선주는 몸을 옆으로 틀었다.
곧 매끈한 어깨가 드러났고 김선주가 원피스의 소매에서 팔을 빼었을 때

백동혁은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원피스는 허리 근처에까지 말려 올라갔고 분흥색 팬티와 윤기가 흐르는 하반신이

눈에 띄자 백동혁은 커다랑게 침을 삼켰다.
그녀는 이미 가쁜 숨소리를 내었다.

좁은 배꼽 부분의 및가죽이 가쁘게 오르내렸고 백동혁이 팬티를 끌어내리자

검은 숲이 드러났다.

역 삼긱헝의 곁은 숲 가운데 자리잡은 붉은색 성이 보였다.
충혈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백동혁이 얼굴을 가져다 대자

김선주가 그의 머리칼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아이 참, 그건‥‥‥‥ 
 그리고는 그녀가 상체를 들어올렸는데 그것은 백동혁의 머리를 더욱 깊이 묻은 결과가 되없다.

백동혁의 혀가 숲과 성을 쓸어내리자
이윽고 김선주는 소파 위로 상체를 눕혔다.
두 다리가 어느 사이에 공중에 들려 있었고 문득 머리를 든

그녀는 허리에 말려 있는 원피스 자락을끌어내려 백동혁의 머리에 들러 책웠다.
김선주는 택을 젖히고는 신음 소리를 델어내기 시작했다.

원피스의 양쪽 자락을 움켜쥔 그녀의 손은 안에 든 백동혁의 머리를 힘첫 끌어당기고 있었다.
하반신을 사남게 들씩이던 김선주가 절정에 이른 듯이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원피스를 젖히고 백동혁의 어깨를 위쪽으로 끌어당겼다.
"해줘요, 지금."
가쁜 숨소리와 함께 김선주가 말을 뱉었다.

백동혁은 물기에 젖은 얼굴을 들고는 상체를 세웠다.
김선주가손을 올려 그의 혁대를 풀고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지와 팬티를 한찌번에 벗겨 내리자 그의 남성이 돌출되었다.

상반신을 일으킨 김선주는 두 손으로 그것을 감싸안았다.

이제 김선주의 입은 깊고 뜨거운 터널이 되었다
그녀에게 하반신을 맡긴 채 백동혁은 그녀의 가승을 손으로 쓸었다.

그러다가 둘이는 소파에서 굴러 떨어졌고 그 서을에 커피잔의 커피가 엎질러펀다.
백동혁은 어깨로 탁자를 한쪽으로 밀어 젖히면서 그녀를 바로 눕혔다.
열에 들뜬 김선주의 붉은 얼굴이 아래에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이 어지럽게 이마와 볼 위에 홑어져 있었고 반쯤 벌린 입술은

물기에 젖어 번들거렸다.
"해줘요, 어서."
두 다리를 벌린 김선주가 손을 내려 그의 남성을 쥐었다.
"손 치워 "
손을 털어낸 백동혁이 그녀의 성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숨이 막힌는 듯한 신음 소리를 내며 김선주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들은 탁자를 넘어뜨리고 소파를 한쪽으로 밀떤서 응접실 안을 ◎굴기 시작했다.
김선주는 이제 목이 메인 신음 소리를 뱉고 있었다.

그리고는 백동혁의 움직임이 거칠어자 응접실 바닥을 울리며 그와흐흡을 맞추었다.

이윽고 그들은 함께 폭발하면서 숨이 멈추는 듯 외마디 소리를 내었다.
그들은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김선주의 얼굴은 아직도 음게 상기되어 있었고 숨소리는 가라랄지 않았다.

두 손으로 백동혁의 허리를 깍지껴 안고 있었으므로 백동혁이

두 팔로 바닥을 버티고 상체를 세우자 그녀의 상반신이 따라 올라왔다.
김선주는 감았던 눈을 됐다. 물기에 젖어 아직 초점이 잡히지 않은 시선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두 팔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일어선 백동혁은 모든 것을 드러낸 채 활개를 펴고 누워 있는 김선주를 내려다보았다.

시선을 느편 모양인지 그녀가 눈을 었다가 머리를 한쪽으로 돌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힘들게 한 손을 들어 원피스 자락으로 아래를 덮었다.
"이거 밥 얻어먹을 수 있겠어?"
중얼거리듯 말한 백동혁은 화장실로 다가갔다.
"너 이 자식, 어디 갔다 오는 거냐?"
현관으로 들어서는 백동혁을 향해 김칠성이 눈을 부릅됐다.
"두 시간 동안 어디에 처박혀 있었어?"
"예, 여자를 만났습니다, 형님."
백동혁이 늘어진 눈시울을 들어올렸다.
"회포를 풀었습니다. "
"뭐ㄹ#f?"
입을 책 벌렀던 김칠성이 두 눈을 껌벅였다.
"회포를 풀었어?"
"예, 형님 ."
김칠성이 시선을 돌리며 입맛을 다셨다.
"재로운 소식이라도 있더냐?"
"없습니다. "
"빌어먹을."
몸을 돌린 김칠성이 웅접실을 향해 다가갔다.
백동혁은 조웅남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집을 뛰쳐 나간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는 어디에 박혀 있는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응접실로 들어선 김칠성이 소파에 맞자 김원국이 머리를 들었다.
"웅남이 소식은 없더냐
"없습니다, 형님."
김칠성이 옆에 않은 이재영을 힐끗 바라보았다.
"애들을 모조리 풀어 보았지만 도무지."
"계속 찾아봐."
"예, 형님 ."
"그놈이 할 것은 떤하다. "
"알고 있습니다, 형님."
머리를 돌린 김원국이 이재영을 바라보았다
"유혁근 경감이 템소니 교통 사고로 죽은 것, 그것을 추가시킬 필요는 없어.

지난번의 기사만으로도 충분해."
어깨를 늘어뜨리며 숨을 길게 뱉은 김칠성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고성섭에게 보낸 보도 자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재영이 머리를 』1덕였다.
"그 기사가 보도된다면 읽은 사람 모두는 유혁근씨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믿게 될 거예요.

그것은 그 기사의 신템성을 확인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
"효과라‥‥‥‥
쓴웃음을 머금은 김원국이 커피잔을 들었다.
"기자다운 표현이군." 

"저도 그분을 만나뵌 적이 있어요.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분하기도 해요."
이재영의 두 볼에 붉은 기운이 떠올랐다.
"그리고 무력감이 들어요, 제 자신에 대해서."
"나는 한번도 그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어.

물론 성격이나 생찰 환경의 차이했지만."
김원국이 머리를 돌려 김칠성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주먹 두 개로 시작했지. 그렇지 않으냐?"
"그렇습니다, 형님.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지요."
"세상에서 혈혈단신 나 혼자뿐이었다. "
"이제 다시 흔자가 되었어."
"형님, 저희들이 있지 않습니까?"
김원국이 입술 끝을 올려 웃었다.
"그렇지. 그런데 무슨 걱정이 있단 말이냐?"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이재영이 조그맣게 첫기침을 했다.
"오늘 아침 신문에 안기부장 경질설이 조그맣게 실려 있었어요, 대한일보에."
김원국이 잠자코 머리를 끄덕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것은 경질된다는 것을 의미해요.

일단 언론에 흘려 보내는 것이 고위급 인사의 전통입니다. "
"기사가 빨리 나가야 돼."
"내일이나 늦어도 모레쯤 기사가 실릴 것이라고는 했지만 절차가 쉽지는 않아요.

데스크에서 결정을 했다손 치더라도요."
"그 일 때문에 오함마가 나가 있어. 일이 잘 안되면 다른 수단이라도 쓸 거야."
김칠성이 상체를 세우고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형님,전국의 경찰에 형님의 사진이 배포되었습니다.

저와 오함마, 웅남 형님은 말할 것도 없고요."
"곧 호구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고차장이 그러더군요. 목적은 저희들을 찾는 겁니다. "
"끈질기군, 이놈들."
김원국이 머리를 들었다.
"지난번 이무섭의 은신처를 찾았다가 박동호의 밀고로 안기부 요원들만 희생당하고 말았다.

이무섭을 찾아라."
"안기부에서도 찾고 있습니다만 상황이 저래서요."
"그렇지,누가 먼저 찾느냐누가 던저 발각되느냐 그것이 성패를 나눌 것이다. "
"저 ‥‥‥‥
이재영이 입을 열었으므로 그들은 굳어진 얼굴을 돌렸다.
"대답해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만, 찾으시면 어떻게 하실 작정이세요?"
"죽인다. "
김원국이 선뜻 말하고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우선 그놈부터 죽이고, 그놈의 배후, 이철우의 순서가 될 것이야.
그리고 박동호, 박용근이, 그런 놈들 모두 "
"그것을 써도 돼, 이재영씨. 가로막지 않겠다. "
"갈갈이 및어 죽일 거요."
김칠성이 소파의 한쪽 구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목숨하고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겁니다, 그놈들을."
이재영은 시선을 내리깔고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노트 위에 펜을 내려놓았다.
"물어 볼 것도 없다, 쥑여라."
조웅남이 공기총의 탄알을 확인하면서 및듯이 말했다.
"박용근이, 그 씨발놈은 열 명도 넘는 애새끼들을 데꼬 왔대여.

그것들도 쥑여. 허지만 도망가는 놈은 내꼭둬 ."
승용차는 김포가도를 탄알처럼 달려가고'있었다.

밤 11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어서 오가는 차량도 많지 않았다.
박용근이 김포의 공항근처에 있는 영빈 살롱에서 술을마시고 있다는 정보를 들은 것이다.

최장수는 지금 박용근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웅남은 머리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헤드 라이트를 번적이며 차량 한 대가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전조등의 빛 때문에 차 안에 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다섯 명의 부하가

그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었다.
"형님, 10분 후면 도착합니다. "
앞좌석에서 손채석이 머리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넓은 얼굴에 두 눈 사이가 넓었으므로 얼굴이 더욱 넓어 보이는 손채석은

대전에서 올라온 건달이다.
그는 한때 김일두의 동생으로 명성을 날렸으나 김일두가

광주로 내려가 빌팅을 짓고 임대업과 의류 매장을 하는 사업가로 변신하자
대전으로 떨어져 나와 사채업을 시작했다.
싸움에는 모질고 혹하기로 소문이 난 손채석이었으나 웬일인지

돈거래에는물러 터겼던 모양으로 김일두에게서 얻은돈을 얼마못 가 몽땅 떼이고

실업자가 되어 있던 처지였다.

그는 옛날의 기백을 되찾은 듯 온몸으로 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최장수는 먼저 빠져 나을 수가 없다고 혔응게 헐수없다. 조심혀 Orl ."
조웅남이 총을 세워 들고 말했다.
"근디, 너 죄끼 입었냐?"
"예, 형님."
손채석이 주먹으로 가승을 치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애들한테도 모두 입혔습니다 "
"대가리만 안 다치은 쓰렀는디, 너는 대가리가 커서."
"얼굴에다 쓰는 건 미국에도 없습니다, 형님."
"얀마, 철모가 있잖여, 철모."
"우리가 군인입니까? 이 꼴에 철모를 쓰게요? 그리고 철모는 얼굴하고 상관없지 않습니까?"
"허긴 그려. "
손채석은 뒤탈이 없고 단순해서 조웅남과 죽이 맞았다.

그는 상황이약 어떻든조웅남과의 이런 인연을 기례하는표정이 역력했다.

조웅남이 자신을 알아준다고 믿었고 그와 함께 일하다가 죽는다면 차라리 그것은 영광이었다.
"형님, 최장수한테 얼마 주셨습니까?"
조그만 눈을 깜박이며 손채석이 묻자 조웅남이 머리를 들었다.
"왜?우리는 그냥 형님 동생 삼었는디. 일이 잘되은 내가 알어서 안혀 주됐냐?"
"그럼 돈은 안 주셨군요?"
"얀마 내가 돈이 어었어, 시방?"
"그 자식, 박용근이한테 1억을 받았답니다. 생활비로 말입니다. "
"나는 더 줄 거여, 그까짓것."
승용차의 앞쪽으로 김포의 불빛이 바라보였다.

한동안 앞쪽을 바라보고 있던 손채석이 다시 머리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일두 형님이나 장용 형님이 어떻게든 형님들을 찾으려고 하시던 데요.

저한테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
"지랄들 허지 말고 즈그덜 일이나 허라고 혀, 신세 조지지 말고."
"어디 그럴 수 있습니까? 형님이 부르시면 언제든지."
"필요을다. "
조웅남이 머리를 저었다.

"우리만으로 충분혀. 너, 갸들헌티 암말 안혔지?"
"예, 형님 . "
"다 와간다. 준비혀라."
조웅남이 앞쪽을 바라보면서 공기총을 세워 들었다.

부하들은 모두 열 발의 탄환이 장전된 공기총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 공기총이 지 살상력이 뛰어난 무기였다.
승용차는 김포의 번화가로 진입해 들어가서는 우측으로 머리를 틀었다.
영빈 살롱은 김포의 일류 룸살롱이었고 시설이나 접대하는 아가씨들도

서울의 일류급 살롱 못지 않았다.
조웅남도 두어 번 와본 적이 있었으므로 이곳과 부근의 지리는 훤 했다.

살롱은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골목의 입구 근처에 있었고

앞문은 골목을 바라보고 있지만 됫문은 주차장 쪽으로 나 있었다.
조웅남은 시계를 내려다브았다. 11시 30분이었다.

최장수가 밖으로나오겠다는시간이 11시 30분이었다.
세 대의 승용차는 속력을 줄이면서 번화가를 달려나갔다.
살롱의 현관을 나선 최장수가 주위를 둘러보자 사내 한 명이 다가 왔다.
"시간 되었다. "
최장수의 말에 사내가 머리를 끄덕였다.
"차가 세 대라고 한다. 골목 입구에서 가로막거나 안을 들여다보거나 하지 마.

차가 들어오면 그냥 통과시켜."
"알았습니다. 형님."
시계를 내려다본 최장수가 턱을 들었다.
"어서 가봐."
영빈 살롱의 앞은 골목길이어서 승용차 두 대가 거의 비껴 갈정도였다.
오른쪽의 차도에서는 차량돌이 속력을 내어 오가고 있었으나 이쪽은 조용했다.

이 시간에 살롱을 찾아오는 손넘은 드은 것이다.
다시 시계를 내려다본 최장수가 머리를 들었을 때 골목의 입구를 들어서는

승용차의 앞부분이 보였다.
부하들이 길을 비켜 주는 사이를 들고 승용차가 곧장 다가왔고,
뒤를 이어서 다시 한 대의 승용차가 나타났다.
최장수는 현관 앞에 멈추어 선 승용차로 다가셨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승용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5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사내 들이었다.

=1들은 떠들씩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에서 내렸으나
살롱의 현관을 흘낏거리는 표정에는 어딘지 어색하고 불안한 기색이 보였다.
두번레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세번째의 차가 멈추고 손넘들이 내렀다.
현관 앞은 금방 십여 명의 사내들에게 둘러싸였다.
"이봐요 젊은이, 댁이 이 집 직원이오?"
그중 한 사람이 최장수에게 물었다.
"그것 물어 봐서 월 해?그냥 들어가."
뒤쪽에서 한 사람이 소리쳤다.
"가만, 가만있어. 우선 물어나 보고."
다른 한 사람이 그를 제지했다.
"대체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골목의 입구 쪽으로 시선을 던진 최장수가 짜증스럽게 묻자

처음 물었던 사내가 버럭 역정을 내었다.
"내가 먼저 물었잖아? 우리가 누군 줄 알아서 뭐하려고?

공파 술 손넘같이 보여?"
"아니, 그게 아니라."
"당신 이 집 종업원 맞어?"
"아니, 나는 손님입니다 "
"이거 괜히 시간만 잡아 먹었잖아?"
그러자 및쪽에서 두어 명의 사내가 현관으로 들어서며 소리쳤다.
"젠장 어서 들어와. 돈 있겠다, 무슨 걱정이야?"
"잠만만."
최장수가 뒤쪽 사내의 옷깃을 잡았다.

50대의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의 사내가 걸음을 멈추었다.
"지금 영업 안합니다. "
"무슨 소리, 우린 이 집 주인이라는 사람한테서 초대를 받았는데 .
술 마시라고 돈까지 받았어."
"글째, 그러시더라도."
"꼭 이 집에서 마셔야 한다고 하면서 돈을 주더구만. 차까지 빌려 주고. "
"이 집 주인이요?"
머리를 돌린 최장수는 그들을 태우고 온 승용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서려고

머리를 앞쪽으로 한 채 후진등을 켜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차량의 번호판에 '허' 자가 책어 있었다.
그러자 안으로 몰려 들어갔던 사내들이 다시 와글거리며 나왔다.
"이런 빌어먹을, 웬놈의 경찰이 술집에 꽉 차 있어?"
사내 한 명이 커다랄게 소리를 쳤다.
"저놈들이 원데 마구 사람을 내몰아? 내, 고발할테여."
다른 사람이 맞받아 고함을 질렀다.
"이거, 속은 거 아녀?"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도 들렸다.
최장수가 그쪽으로 머리를 돌리자 옆쪽의 사내가 웃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어. 100만 원이 양덕조호주머니에 있단 말여.
다른 곳에서 마시면 돼."
최장수는 어금니를 물고 몸을 돌렸다.

살롱의 계단을 내려가자 마침 이쪽으로 올라오는 이갑룡과 마주쳤다.
고는 최순태의 심복 형사였다.
"빌어먹을, 헛다리 짚었어."
그가 별듯이 말하고는 최장수를 노려보았다.
"어편지 일이 쉽게 풀려 나가는 것 같더라만. 이봐요, 당신 조웅남한데 속았어."
와락 입술을 깨문 최장수가 그의 얼굴을 딘아보았뜨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뭐야, 이게? 犯명이나 기동대를 끌고 왔는데."
"잠깐만 "
최장수는 현관으로 나가는 이갑룡의 어깨를 잡았다.
"조웅남이가 저 사람들을 보냈단 말이오?"
"당신, 조웅남이를 둔하게 생각한 모양인데, 우습구만."
이갑룡이 입술 끝을 올리며 웃었다.
"놈은 담신을 믿지 않았어.그래서 저기 산악회 사람들이 회식하는 데 나타나

이 집 주인이라고 하면서 돈까지 줘 보낸 거야."
"앞으로 당신 조심해야 될 거야."
그러자 살롱 안에서 완전무장한 경찰의 기동타격대 병력이 몰려나왔다.
방탄 조끼에 모두 M-lS으로 어마어마하게 무장한 차림이다.

그들이 셀물처럼 물러가자 최장수의 주위로 부하들이 다가왔다
"형님 "
부하 한 명이 그를 부르자 최장수가 머리를 들어 그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돌아간다. "
"어디로 갑니까? 댁으로 가실까요?"
최장수가 머리를 저었다.
"아니, 국화 여관으로."
국화 여관은 그의 부하들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저기 나오는군요, 형님 ."
손채석이 손 끝으로 차의 앞부분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들의 차는 영빈 살롱에서 백 미터쯤 좌측에 있는 병원의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영빈 살롱은 길 건너편이어서 살롱의 간판과 골목의 입구가 환히 보인다.
"이쪽으로 옵니다. 한 대, 두 대, 세 대로군요, 형님."
조웅남의 눈에도 전조등을 켜고 달려오는 승용차들이 환하게 보였다.

앞뒤 좌석에 가득 사내들을 태운 차량들은 그들의 앞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손채석이 몸을 돌려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형님 ."
"가자. "
세 여인 247
"어디로 갑니까?"
"비닐 하우스로는 못 가겠다,그쟝?"
"저 새끼를 들아가서 그냥 "
"다음번에 야금야금 쥑일테여."
승용차는 병원의 주차장을 빠져 나와 차도로 들어싫다

밤 12시가 넘어 있어서 한산한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경주하듯 속력을내고 있었다.
차가 속력을 내기 시작하자 손채석이 다시 몸을 돌렀다.
"그런데 형님, 그 새끼가 배신한 것을 어렇게 아됐습니까?"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
조웅남이 턱을 들고 시큰둥한 얼굴을 했다.
"나는 그 시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여."
"척 보은 안다, 나는."
"1런데 패 ‥‥‥‥
그러다가 손채석은 말을 멈추었다.

어줬든 조웅남은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를 피해 간 셈이 되었다.
저만큼 영빈 살롱이 눈에 보이는 위치에 이르자

조웅남은 차를 돌리게 하고는 길가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산악화 회원들을

영빈 살롱으로 초대했던 것이다.
손채석은조웅남의 명성이 과연 첫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깨닫고는

그의 얼굴을 슬책 훔쳐 보았다.
비록 승용차에 나눠 랐으나 일곱 대에 가득찬 경찰 병력이 코앞으로 지나치자

어깨가 움츠러들면서 저도 모르게 오즘이 마려웠었다.
"병신 같은 새끼 말만 믿고는 병력들만 고생시켰네."
최순태가 술잔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그 새끼는 조웅남이한테도 속아 넘어가는 놈이오, 박 사장님."
"아쉽기는 나도 마찬가지요, 최 경감. 조웅남이 상판을 보려고 했는데 ."
술기운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박용근이 의xt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하지만 다행이오, 확실하게 되어서."
최순태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확실하게 되다니 뭐가 말입니까?"
"최장수는 조웅남이가 살아 있는 한 확실하게 우리편이 됩니다.
최 경감이 또 써덕을 때가 있을지 어떻게 압니까?"
"홍, 그까짓."
"조웅남이가 그를 설득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빈 살롱에서 만나자고 했겠지요."
"선금으로 천만 원을 주었고 잡았을 때는 9천을 준다고 했는데 천만 원만 떼였군."
"최장수 그놈이 박 사장넘을 찾아와 흥정을 한 것을 보면 번지수는 잘 찾아온 거요.

일이 잘되면 한자리 달라고 안합디까?"
"그런 이야기는 없었소."
"그놈, 배운 것도 있는 데다가 조직력도 강해서 왕년에는 한가락 했었는데 이젠 물이 갔구만."

박용근이 위스키 병을 들어 최순태의 잔에 술을 채웠다.
"오늘 기동대 동원하느라고 본부에서도 째 시끄러줬겠군요.
보고할 때 야단맞지 않겠소?"
"보고는 무슨."
잔을 쥔 최순태가 한모금에 술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이건 내 직권이오. 그리고 보고는 청장한테만 합니다. "
"이정환씨는 한가하겠구만."
"그 양반, 길을 잘못 들어서."
"곧 퇴직할 때가 되지 않았소?"
"글레, 그렇게 된다면 그 양반한테는 오히려 다행이지."
새벽 1시가 넘어 있었으나 그들은 술좌석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구찌 클럽의 밀실에 談은 그들은 여자들을 물리치고 본격적으로 마시는 참이었다.

이갑룡과 최장수로부터 쪽같은 희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던 참이었으니

술을 이용해서라도 기분을 풀어야 했던 것이다.
"자아, 어했든 조웅남의 딘리를 마악 잡으려다가 놓쳤는데,

이놈이 혼자 떠돌아 다니는 모양이야. 돈도 별로 없고."
안주를 집어 우물거리고 셉으면서 최순태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비닐 하우스 같은 데서나 살고, 그놈, 비참하게 되었어요."
"비닐 하우스로 돌아가지는 않겠지요?"
박용근이 묻자 최순태가 입을 벌리고 웃었다.
"그렇게까지 순진한 놈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만일 들어간다면 우리 기동대 좋은 일만 시키는 거지요.

영빈 살롱에서 나와 그쪽으로 갔으니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 점점."
박용근이 붉은 얼굴을 두툼한 손바박으로 쓸었다
"하루라도 빨리 씨를 말려야 되는데."
최순태가 구찌 클럽을 나왔을 때는 새벽 3시가 넘어 있었다.
소총으로 완전무장한 기동대원을 태운 승용차가 앞장을 셨고

그의 승용차가 뒤를 따르는 모양은 마치 전시에 고위층이 행차하는 것과 같았다
그들이 탄 차가 마악 한남대교에 들어셨을 때 차에 설치된 카폰이 울렀다.

트림을 하고 난 최순태가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최 경감, 나야."
이정환의 목소리였다.
"아, 과장넘. 웬일이십니까?"
"웬일이나 마나,자네 기동대 동원하면서 왜 나한테 알리지 않았나?"
"훈련입니다, 과장님."
"훈련이라니?"
"예, 비상 훈련을 했습니다. 용의자 체포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자네 술 먹었나?"
"예, 대원들 회식시켜 주느라고요."
"알있네."
끊긴 전화를 슬책 들여다본 최순태가 혀를 崙다.

착실한 영감이라 오밤중에도 일어나 본부의 상황실에 전화를 해댄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알기는 월 알아?"
혼판소리처럼 중얼거린 최순태가 의자에 등을 기대자 운전석과 옆자리에 앉아 있던 부하들이

어깨를 굳혔다.
강상현은 탁자에 둘러앉은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창간 연른이 짧은 아주일보가 5대 일간지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기사의 정직성에 있었다.
지금도 거대 일간지들의 기사 중 상당 부분이 독자의 말초적인 흥미와 재미를 끌기 위한

기사를 싣는다.

그로 인해 무참하게 매장당하는 조직이나 개인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더욱 위험한 것은 권위와 명예, 또는 신웅 때문에 기사가 잘못된 것이 발견되더라도

덮어 버리는 풍토였다.
아주일보는 특종 기사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리고 기자들도 특종을 발굴해서 신문사와 자신의 성가를 높이려는 허욕을 부리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그 대신으로 각 분야의 기자들은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항아 나갔다.

환경을 담당한 부서의 기자는 환경 문제에 관해서 철저한 현장 검증과 자료 수집으로

무장되었는데 회사가 그에게 시간과 조건을 충분히 배려해 준 때문이었다.
강상현이 머리를 들었다.
"자,그럼 결론은 났어.오야지는 오케이 했지만 책임은 내가 진다.

그래서 오야지는 오늘 오후 비행기로 일본으로 떠날 거야."
"이걸 모두 끝내려면 3일분이 됩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끝낼 것 같지가 않습니다. "
사회부장인 임동배가 입을 열었다.
"경찰이나 안기부에서 와락 달려들 것이고, 기무사도 손을 랄 겁니다.

더구나 내무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관련된 일이라 당에서도 난리가 날 것은 뻔합니다.

그러니 우선 이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 놓고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
강상현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바라보았다. 검은 얼굴의 주름살이 더욱 깊게 보였다.
"그럴 대책이 있다면 이런 기사를 신문에 낼 필요도 없을 거야.

아니, 이런 기사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겠군."
"국장넘, 첫회분이 나가고 중간에서 끓어지면 독자들은 애꿎은 우리만 성토할 겁니다.

우리가 기관에게 당하는 것은 들째로 치더라도
"기사는 2회로 나눠 싣는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강상현이 그의 말을 자르며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나하고 자네는 옷이나 든든히 껴입고 기다리는 거야.
일요일 오후쯤이면 불려 갈테니카."
"그거야 학교 가는 것처럼 해왔으니까 마누라는 놀라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재영 기자,대단한여자군요.대한일보의 안청준씨가 길길이 뛸 겁니다. "
"그 사람,이번 정권에서도 한자리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
정치부의 차장인 오세룡이 말을 받았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이재영씨 기사는 안청준씨가대한일보에 있는 한은신문에 실리지 못합니다. "
"그나저나 김원국씨가 한국에 와 있다는 것,

강만철씨가 이철우의 습격을 받아 섬에서 피살되었다는 것,

이무섭씨의 역할과 테러에 대한 고증, 이재영씨가 김원국의 조직과 함께 있다는 것까지

이것은 대 특종이오, 대특종."
논설 위원인 한인호가 긴 얼굴을 들고 떠들씩한 목청으로 말했다.
"내가 보기로는 이 기사, 객관적이고 신템성도 있습니다.

시간과 장소의 지적도 오차가 없고 사건과의 연관성도 빈틈이 없어요.

기사도 기사지만 문장력도 뛰어나요."
임동배가 혀를 차며 나졌다.
"허어 참, 한 위원은 아까부터 좋아만 하시는데 내 입장이 되어 보세요. 나는‥‥‥‥
"그까짓 감옥에 가라면 내가 대신 가지, 그게 무슨 대수라고."
"가보기나 했습니까?나처럼 거꾸로 매달려 본 적이 있느받말이오."
"문민정부에서 거꾸로 매달지는 않아."
"무슨 얼어죽을, 문민정부라고 경찰이 총 대신 물총 씀니까?

이것들 하는 짓을 읽었지 않습니까?"
"아, 그만하세요."
강상현이 손을 저어 다투는 두 사람의 말을 끓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제일 큰 문제는 이 기사를 끝까지 실을 수 있느냐는 거야.

욕심 같아서는 신문 두 면을 몽땅 써서 하루분으로 끝내고 싶지만 그것은 무리 이고‥‥‥‥
모두들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토요일 첫회가 나가면 오후쯤이면 기관에서 몰려을 거야.

그렇지만 기사가 나가는 것을 정지시키려면 사법권이 발동되어야 하는데,
토요일 오후라 사람 모으고 결정하는 데 허점이 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 사이에 일요일 조간에 마지막분을 싣는다는 작전인데."
"그들이 언제 영장 가지고 일했습니까? 우선 잡아 놓고 보는데."
임동배의 말에 한인호가 얼굴을 찌푸렀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다가 논설 위원으로 온 지 일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의 논설은 대통령이 꼭 읽는다는 소문도 있다.
강상현이 머리를 끄적였다.
"그래서 2회분은 오산 공장에서 책자구. 필름을 그쪽으로 보내서 1곳에서 찍도록 말이야."
오세룡과 한인호는 멍한 얼굴이 되었으나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임동배가 금방 알아들었다.
"위장하자는 겁니까? 서울 공장은 2회분이 없는 것으로 싣고 오산에서는

2회분을 넣자는 것이지요?"
"그래, 그때는 우리가 유치장에 있더라도 그렇게 진행되도록 미리 손을 써놓아야 돼 ."
"오산 공장이 가동을 중지한 지 두 달이나 되었는데, 글쎄 그것이 잘‥‥‥‥
"어제 확인했어, 찍을 수 있어. 종이도 있고."
오산 공장은 신형 인쇄기로 교체하기 위해서 당분간 생산을 중지 하고 있었다.
"오산 일은 제가 맡지요. 저까지 가두지는 않을테니까요."
오세룡이 나서자 강상현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배포도 문제야. 검열을 할례니까 말이야."
"배포 금지는 하지 못할 거요. 그런 큰일을 결정할 여유도 없을 것 한인호가 입을 열었다.
"더구나 일요일이라 행정력을 동원시키는 데 애로도 많을 거예
"내가 그걸 노린 거요, 한 위원."
임동배가 그를 바라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운동권 출신으로 매사가 비판적이고 회의적이기는 하지만 목표가 결정되면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강상현은 그를 신뢰하고 있었다.
"자아, 세부적인 것을 이야기해 봅시다. 기사는 이것으로 되었으니 우선 타이틀부터 정해야지,

모레 실리려면 오늘중으로 모두 마처야 돼."
책상 위의 원고를 바라보며 강상현이 입을 열었다.
방문이 열리더니 이중섭이 들어싫다. 기분이 좋은 듯 화색이 만면해 있다.
"많이 기다렀나?"
"아님니다, 각하."
강한석은 그가 자리에 잃고 나서도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거기 않게."
"감사합니다, 각하."
256 밤의 대통령 제2부 -B
자리에 앉은 강한석을 향해 이중섭이 입술과눈으로 잔잔하게 웃었다.
"한영수씨는 당 고문을 맡기로 했어. 경선이 끝나고 나서 말이네."
"네, 각하."
"명색이 경선인데 나서겠다는 후보가 있어야지.자네도 알다시피 유 총장에게

사람을 보내 보았더니 필적 뛰더라는데, 생각이 없다고 말이야."
강한척이 잠자코 머리를 숙였다.
생각이야 화력 발전소의 굴뚝만큼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미는 강한석의 경쟁자가 되었다가는 대통령과 차기의 대권주자가 될

강한석 양쪽으로부터 외면당해 정치 생명이 끊어지게 된다.

유철환은 피눈물을 삼키며 정중히 거절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불안했던 모양으로 어첫밤에는 강한석의 집으로 전화를 해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보고를 해왔다.
이중섭이 말을 이었다.
"하는 수 없어. 한영수 대표하고 자네 둘이서 경선에 나서는 수밖에. 그렇게 알고 있게나."
"감사합니다, 각하. 저를 그토록 아껴 주시는 은혜를 무얼로 보답해야 할지."
"나한테 할 필요 없어. 국민에게 해."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오늘로써 이증섭의 마지막 확인을 받은 강한석은 어서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사람은 극도로 행복감에 젖어 있을 때 간혹 혼자 있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장소가 마땅치 않으면 냄새나는 변소에 들어가서라도 혼자 있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개가 살점이 붙은 뼈를 물었을 때 무조건 한적한 곳으로 뛰는 이유와 비슷한 것이다.

개는 배다귀를 준 주인이건 누구건을 떠나 혼자 있고 싶어한다.
"안기부장 말인데, 내가 전에 안길중씨를 만나 보았어."
이중섭이 다시 입을 열자 강한석이 상체를 세우고 목을 굳혔다.
"자네 말대로 쓸 만한 사람이더구만."
"네, 각하, 저는 그저 ‥‥‥‥
"이찬형이는 요즘 의욕을 잃은 것 같구만. 보고서 내용도 부실하고.
머리를 든 강한석이 이중섭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런 식으로 말한 다는 것은 이제 그 사람한테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도 되었다.
"국방장관도 지난번에 그런 말을 했어.

이찬형이가 군의 사기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지난 정권 때처럼 정보 수집을 핑계삼아 무소불위로 쑤시고 다니면 곤란해.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조화시켜 나가 Orl .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각하."
"내가 데리고 있을 적에는 그러지 않았어. 깔끔하고 벗어나는 일은 안했는데,

떨어져 있으니까 이것저것이 눈에 띄는구만 "
이중섭은 탁자 위에 놓인 주전자를 들어 조그만 사기잔에 엽차를 따랐다.
"이젠 치안 상태가 좋아진 것 같군. 김원국 일당이 모두 제거되어서 그런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각하."
"비서실장도 자네 칭찬을 해, 능력이 있다고."
"아니, 저는, 단지‥‥‥‥
엽차를 한모금 마신 이중섭이 강한석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당 대표가 되어서는 절대로 나서지 말게. 그게 2년 후를 위해 자네한테 좋을 거야.
"명심 하겠습니다, 각하, "
"권력의 누수 현상이네 어쩌네 하고 자네를 시기하는 자들이 말을 만들지도 몰라. 조심해야 돼."
"예, 각하."
이마에 땀방울이 배어 나왔으나손을 들어 밖기도 어려운분위기 였다.

이중섭른 나머지의 임기 동안 결코 2인자에게 권한 양도를 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눈셉을 내리고 턱을 조금 치켜들면서 눈동자의 힘을 한껏 때었다.

그리고는 이중섭을 바라보았다.
"저는 그저 각하의 충복으로 만족할 뿐입니다.

욕심이 있다면 각하의 족적을 흠이 나지 않게 밖고 대업을 잇는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것이 었습니다. "
"그렇지. 전에도 들었어,그런 이야기. 하지만 막상 권좌에 맞게 되면 생각이 달라져 .

나도 그했으니까 "
얼굴에 웃음을 띈 이중섭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2년 후의 일은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기로 했어.

그땐 나는 남의 정권 아래 있을테니까 "
"그때에도 각하의 정권이십니다. "
"이 사람, 겸손하기는. "
이중섭이 머리를 돌렀으나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바지에서 손수건을 꺼낸 강한석이 이마의 땀을 밖았다.

하긴 그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며칠 후면 3천 명의 대의원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당대표의 경선이 있다
현재의 당 대표인 한영수는 일흔이 가까운 노인인 데다가 당 대표에서 대선 후보가 되기에는

약점이 많은 인물이었다.
항간에는 그런 약점들이 당의 제2인자가 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웅했다는 말도 있었다.

강한석은 이중섭의 지지 기반을 모두 흡수하여 당 대표가 될 것이었다.
"부인,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꼭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저를 생각 하셔서라도 그러셔야 합니다. "
이정환이 말하자 오 여사가 머리를 숙였다. 고맙다는 인사인지 아 니면 눈물을 참으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이정환은 다시 멀등하게 앉아 있었다.
집안은 평수로 따지면 30평쯤은 되었으나 지은 지 오래되었고 얼첫 보아도 구조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요름의 아파트나 양옥집처럼 한치의 공간도 낭비하지 않고 실용적으로 꾸민 집이 아니라

현관은 너무 넓고 대문을 향해 있는 대청은 쓸모가 없는 때문인지 화분과 곡식 자루에다가

헌 자전거까지 놓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방과 응접실이 비좁아져서 그들이 앉아 있는 응접실에서 한발짝만 떼면

안방과 건넌방으로 갈 수 있었다.
집안이 텅 비어 있어서인지 빈집을 혼자 지키고 있는 유혁근의 미망인인 오 여사가

더욱 안쓰럽게 보였다.
"제가 근무 시간에 나와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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