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3. 도마템의 꼬리

오늘의 쉼터 2014. 12. 6. 08:25

3. 도마템의 꼬리 

 

 

 


"야, 너, 이리 즘 와봐라."
조웅남의 목소리가 쩌렁적렁 울렸다.

정원의 나무 그늘 밑에서 부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백동혁이 몸을 돌렸파
"예, 형님 "
정원을 가로질러 뛰어온 백동혁이 베란다 밑에 서서 그를 올려다 보았다.
"일루 들어와."
조웅남이 응접실 쪽을 가리키며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백동혁은 서둘러 현관으로 들어섰다.
조웅남이 이곳 바랄가의 별장에 온 것은 어넷밤이었다.

리즈 호텔의 사장실에 앉아 있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그도

김원국의 전화를 받고는 마음을 들린 것이다.

호텔 직원의 이야기를 들으면 조웅남이 방을 떠난 지 30분도 안되어

영장을 가진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는 것이다.
백동혁은 소파에 앉아 있는 조웅남에게로 다가갔다.
"부르셨습니까?"
"응, 거그 앉어라."
턱으로 앞자리를 가리켜 보인 조웅남이 찬찬히 백동혁을 바라보았다.

상체를 반듯이 세우고 談은 백동혁이 그의 시선을 받았다.

그가 갑자기 부른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조웅남의 앞에 있으면 언제나 긴장이 된다.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불발탄을 보는 느낌인 것이다.
"거시기, 내가 물어 볼 것이 있는디."
조웅남이 말을 던지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 나한티 속이는 것이 을어야 헌다. 알렀냐?
"예, 형님, "
침을 삼킨 백동혁이 목에 힘을 주었다.
"저, 형님은 지금 주무시고 계신다는디, 2층에서.

어저끄 얼굴 보고 나서 오늘은 통 보덜 못혔어."
힐끗 2층의 계단에 시선을 던진 조웅남이 말을 이었다.
"2층에 그, 기자 있장냐? 여자 말이다, 그것이‥‥‥‥
"예, 형님 ."
어깨를 늘어뜨린 백동혁이 소리 죽여 숨을 내쉬었다.
"그것이 말여, 갸도 이층에서 자는 모양인디 ."
"그렇지요, 형님. 숙소가 2층에 있습니다. "
조웅남이 입맛을 다셨다.
"너허고 나허고 사인디, 너도 인자 아들 거느리는 입장이고, 그리서
"예, 형님."
"근디 왜 하루종일 둘이 안 내려온다냐? 저녁때가 다 되었는디 , "
"큰형님께서는 방에 계십니다. 제가 점심때쯤 지시도 받고 나봤습니다. "
"그려?"
조웅남이 이맛살을 찌푸렀다.
"그러은 나도 올라가 볼꺼나?"
"저, 큰형님은 곧 내려오실 겁니다. "
"언지?그러고 니가 어치코 알어?"
"네, ff ‥‥‥‥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이마의 땀을 흡친 백동혁이 자세를 고쳤다.
"저녁때쯤이면 내려오십니다. "
"맨날 그러냐? 하루종일 방구석에만 있고?"
"아닙니다, 형님. 요즘에‥‥‥‥
"그런디, 그 여자, 기자 말여, 갸는 또 왜 안 뵈여? 같이 있는 거여?"
"아넘니다, 형님 "
조웅남이 와락 얼굴을 찌푸렀다.

입술이 뒤틀려 올라갔고 두 눈셉이 곤두졌다.
"이 씨발놈의 시키,바른대로 말 안혀?그 지지배허고 어치코 된거 아녀?"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형님."
이제는 백동혁도 눈을 치켜띤다.
"큰형님을 어떻게 보시고 그러십니까? 형님, 그건 말도 안되는 말씀입니다. "
"내 말이 말도 안되야?"
그러면서 조웅남의 시선이 다시 계단을 스치고 지났다.
"그렁게로 내가 나허고 너허고만 허는 얘기라고 했잖여?"
"물론 형님이 그러실 분이 아녀. 나도 알어.

그런디 내가 여그 와 있는디 말도 안허고, 내려오덜 않는단 말여."
"그 여자도 그렇고. 그렁게로 내가 너한티만 물어 보능 거여."
머리를 돌린 조웅남이 입맛을 다했다.

백동혁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으므로 방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정원에서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정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엔진을 점점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디 함마는 첫 허러 섬에 갔다냐? 칠성이람 만철이람 다 있는 디,"
조웅남의 목소리가 정적을 했다.
"형수씨 모셔올라고 갔냐?"
"저는 잘 모룹니다, 형님."
이마의 땀을 셋은 백동혁이 머리를 들었다.
"정말입니다, 형님 ."
"너는 시키야, 아는 것이 춰여?"
"형님이 이런 일로 기가죽을 사람이 아녀.

내가 알어. 그런디 어저끄 밤에도 이상허더란 말여,

"씨발, 업체들은 도로 랫어 오은 되는 거여. 착 뒤집어 버리은 되는 거란 말여."
"너는 씨발놈아, 왜 말도 안허냐?"
"네, 형님 ."
무를 위에 올려놓은 두 주먹을 움켜쥔 백동혁이 상체를 템템이 세운 채 시선을 떨어뜨렀다.
"저는 잘 모릅니다, 형님."
"허허, 정말로 답답허고만."
조웅남이 입을 벌리고 천정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내렸다.
"그러은 이것 하나만 더 물어 보자. 저 지지배, 기자 말여, 갸는 여그서 뭐 허냐?"
"네, 형님 언론을 상대로 하는 일을 하고, 여러가지로 큰형님께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
"어치코?"
"네, 그건 잘‥‥‥ 하지만 지난번에 놈들한테 당하려는 찰나에

저희들이 빼내 왔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그래서‥‥‥‥
"흥. "
조웅남이 손바닥으로 턱을 쓸었다.
"갈 디가 여그밖에 없다데?"
"아닙니다. 큰형님께서 이곳에서 묵으라고 하셨습니다. "
"나아,참."
조웅남이 다시 계단을 흘겨보았다.
"내가 말혀 줘야쳤고만. 딴디다가 하숙방이나 하나 얻어 주라고.
이게 무신 꼴이여? 형수가 알은 뭐라고 허렀어?"
"남녀칠세 부동석여. 가운데 다리는 아무도 장담 못허는 거여.

그놈은 지멋대로 움직인단 말여. 알렀냐?"
백동혁이 헛기침을 하였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입맛을 다신 조웅남이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가봐라."
"예, 형님 ."
백동혁이 응접실을 나가고 한참이 지나도록 조웅남의 찌푸린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아저씨, 나, 떡볶이 먹고 싶어요."
몸을 돌린 박주현이 커다랑게 소리치자 옆을 지나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녀를 마라보았다.

사내들이 주춤 걸음을 험추더니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아저씨들도 잡수설래요?"
"아니, 우린‥‥‥‥
키큰 사내가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우린 여기 있을 테니까 들어갔다 와요."
"10분이면 돼요. 천 원어치만 먹고 나올테니까 "
시장 안이어서 오가는 사람들로 한곳에 서 있을 수도 없었으므로
사내들은 떡볶이 가게의 바깥 쪽에 바짝 붙어 졌다.
그러나 두 평도 되지 않는 가게 안에 들어와 사람들 틈에 끼어 랄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모앙이었다.

가게 안은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로 여자들의 떠드는 소리였는데 옆사람의 목소리보다 이쪽의 소리가 커야

대화가 소통이 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줌마, 여기 떡볶이 천 원어치만요!"
바빠서 정신을 못 차리는 주인에게 소리친 박주현은 나무 판자에
받침만 댄 의자에 앉은 사람들 사이로몸을 비벼 넣고 앉았다.

옆쪽에 앉은 사내가 엉덩이를 움직여 자리를 조금 넓혀 주었다.

떡볶이와 순대를 섞어 먹고 있는 20대 후반의 사내였다.
"오늘밤 12시야. 정각에 문을 열어 놔."
순대를 젓가락으로 집으면서 그가 말했다.

박주현은 앞쪽을 바라 본 채 엽차잔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앞에 앉은 20대 여자 두 명이 깔깔대며 웃었다.

남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말 끝부분으로 알 수 있었다.
"집에 세 명이 있어, 문간방에. 그 사람들은 안 자."
가게 안을 둘러보는 시농을 하던 박주현이 엽차잔으로 시선을 떨면서 말하자

사내가 우물거리며 순대를 삼켰다.
"상관없대, 몇 명이 있건. 12시 정각에 문만 열어. 그러면 돼."
"우릴 책임진다는 거야. 그리고 난 천만 원을 받았어. 잔금 2천은 오늘밤에 준대 ."
아줌마가 다가와 떡볶이를 내려놓고 돌아갔다.
"집안에 돈이 있어. 나한테 집안에 있는 돈의 반을 달라고 해."
박주현이 떡볶이를 집으면서 말하고는 힐끗 문 쪽을 바라보았다.
"집안에 있는 돈?"
의외라는 듯이 김상민이 머리를 들고 처음으로 박주현의 얼굴에 시선을 주었다가 떼었다.
"그래, 3천은 상민씨가 다 가져. 하지만 사람들이 집안에 들어을 것 아냐?

그 사람들한테 금고 있는 데를 알려 줄테니까 그 속에 있늘 돈의 반만 나한테 줘야 돼."
박주현의 얼굴이 긴장으로 정팽하게 굳어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해 "
"좋아, 그렇게 전하지."
"어차피 돈이 목적이 아니지 않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김상민이 젓가락에 순대를 핀 채 물었다.
"나도 그쯤은 알아. 요증 세상 돌아가는 걸 펄끔은 안단 말이야."
"할 거야, 안할 거야?"
다그치듯 박주현이 묻자 앞에 앉은 여자들이 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한다니까 그래 ."
김상민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차피 그러면 나도 수지맞은 거야. 돈이 다 내 몫이니까, "
"그렇게 하겠다면 8시 정각에 전화를 해. 누가 받으면 끓고, 벨만 울리란 말야.

그러면 승낙한 줄 알테니까."
다시 떠들기 시작한 여자들에게서 시선을 뗀 박주현이 말했다.
"어차피 이 생활, 오늘로 끝이니까, "

김상민이 굳어진 얼굴로 말하자 .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상민씨는 여전히 순진해, 우린 도망칠 필요도 없어."
"난 오늘밤 들어을 사람이 누군지 알아. 상민씨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어."
"그게 누군데?"
"상민씨는 몰라?"
"글쎄, 나는 잘‥‥‥‥
"나를 밤마다 못살게 구는 자식이 해를 끼친 조직이겠지, 그렇 a1?"
" .........".
"그 사람들이 상민씨를 보낸 거지? 어떻게든 나를 만나 포섭하라구 말야."
"마침 잘 되었어. 난 그 돈의 반만 가지면 돼."
"도대체 얼마나 있는데?"
박주현이 힐끗 문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몰라, 나두, 하여튼,"
"3천은 정말 내가‥‥‥‥
"그래, 상민씨 다 가져 . 그리고 우리는 헤어지는 거야.

도망치려면 상민씨나 도망쳐. 난 안 가. 8시에 전화나 해, "
"알았어."
머리를 끄덕인 김상민이 젓가락을 쥐었다.
"주현이 너, 많이 달라졌予나."
"흥. "
머리를 돌린 박주현이 떡툴이를 하나 입에 넣고는 입맛을 다시며 생었다.
김상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나갔으나 그녀는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오던 점원국이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응접실의 소파에 깊숙히 앉아 있던 조웅남이 부스럭대며 엉덩이를 들었다.

이맛살을 잔뜩 찌부리고 있었고 눈을 여러 차례 깜박이고 있다.
"저녁 식사는 했니?"
응접실로 들어서며 김원국이 묻자 조웅남이 입맛을 다셨다.
"지금이 몇 신디 밥을 안 먹어요?"
김원국이 힐끗 그를 바라보고는 자리에 않았다.
"년 집에 핀화 연락도 하지 않았더구나."
"전화는 무신 ."
"이곳에서 아래쪽으로 3킬로미터쯤 가면 패 아담한 별장이 있어.
외진 곳이라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고."
조웅남이 이맛살을 찌푸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무슨 엉중한 소리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한 시간쯤 후에 제수씨하고 대호가 도착할 게다. "
조웅남이 턱을 치켜들면서 입을 반증 벌렀다.

김원국이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집을 옮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내가 시켰다 만철이네도 같이 올 것이고."

"형님, 뭐 허러 ‥‥‥‥
"시끄럽다. "
눈을 치켜뜬 김원국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잔소리 말아라. 내가 알아서 했으니까."
"내일쯤 한번 찾아가 봐라. 제수씨도 궁금해할테니까."
"그러은 형수씨도 이곳에 오시는 거요? 그리서 함마가 갔어요?"
번적 눈을 치켜뜬 김원국이 눈을 한번 깜박이며 시선을 내렸다.
"그런디, 저그, 기자라는 여자 말이오, 나는 아침부터 못 보았는디."
"그 여자는 왜?"
"하루종일 2층에서 뭐 허는가 혀서."
"그러니까 무슨 일이냐니판?"
"그냥 궁금히서요."
그리고는 조웅남이 김원국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다. "
"내가 전에도 봤는디, 색기가 있습디다. "
"나헌티도 쁘랑지를 치던디, 아마 만철이헌티는 더 그렸을 거요."
김원국이 머리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2층에 방이 네 개람서요?"
"그렇지, 여자들이 심심헐텡게 그 기자를 그쪽으로 보내는 것이 낫졌고만."
김원국이 조그맣게 머리를 끄덕이자 조웅남이 어깨의 힘을 때었다.
"남자들만 있는 디서 여자가 끼어 있으은 아주 안 좋아요. 안 그럽니까, 형님?"
"쓸데 없는 소리 ."
"인자부터는 내가 여그 살림을 헐 작정인디, 안살림을 말요.

형님이 최깬한 것까지 신경쓰은 체통이 안 승게로."
"내가 다 알어서 헐텡게 및게 놓으쇼."
"네놈은 단순해서 좋다. 남자 여자가 같이 있다고 하면 하나밖에 생각 안 나는 모양이야."
어두운 창 밖으로 시선을 준 채 김원국이 말하자 조웅남이 커다람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은 딴거 헐 첫이라도 있능가요?"
"미친 놈, "
머리를돌린 김원국이 그를 향해 고쳐 않았다.

벽시계가저녁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너, 옷 입고 준비해라. 갈 데가 있다. "
김원국이 말하자 조웅남이 눈을 치켜했다.
"어던디요?"
"이무섭을 잡아야겠어 ."
"그, 이철우라는 놈의 배후라는 놈‥‥‥‥
"=1래 . "
조웅남이 큰 몸을 정기듯 일으켜 세웠다.

 "가야지. 그런디 어디로 가요?"
"이천, 장우길이가 널 따라갈 게다. 걔가 위치도 알고 있어 ."
"장우길이가 누군디요?"
"구찌 클럽네에서 일하던 애다. "
"그러은 박기섭의 똘마니렀는디."
"이번에 저쪽 놈들을 치고 도망쳐 온 애야. 쓸만한 놈이다. "
"아아, 그놈이고만."
자신이 장우길 때문에 수배자가 된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웅남이 벙긋 웃었다.
응접실을 나서던 조웅남이 우뚝 발을 멈추고 2층의 계단을 올려다 보았다

이재영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중이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가 가볍게 머리를 숙여 보였다.
"어어, 우리 기자 양반, 오랜만인디 . 오랜만이여."
커다란 목소리로 조웅남이 말하자 그녀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걸음을 멈추었다.

 어첫밤에도 조웅남을 만났기 때문이다.
조웅남은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졌고 이재영이 눈을 깜박이며 김원국에게로 시선을 돌렀다.

무엇인가 색다른 분위기를 눈치챈 듯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김원국은 잠자코 옆얼굴을 보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시계를 내려다본 백동혁은 승용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았다.
여름밤의 눅눅한 대기가 피부에 닿자 온몸이 금방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한점의 별도 보이지 않는 것이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 주차장의 담가에 서 있던 이강일이 다가 왔다.
"형님, 10분 전에 불이 꺼겼어요."
"알고 있어."
그들의 시선이 동시에 905효실 쪽을 향해졌다가 돌려졌다.
백동혁은 가벼운 셔츠 차림이었는데 발에는 운동화를 신었다.

이강일은 비슷한 차림에 커다란 골프 가방을 메고 있어서 골프장에서 돌아오는 모습이었다.
아파트 안은 11시가 넘어서부터 인적이 드물어지더니

지금은 한 두 대씩의 늦은 귀가 차량이 들어서고 있을 뿐이다.

백동혁은 다시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시계침은 10분전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가자. "
백동혁이 앞장을 서자 골프 가방을 덜렁거리면서 이강일이 뒤를 따랐다.

그들은 주차장을 나와 騎니 8호와 9호실의 현관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갔다.

현관의 계단에 앉아 있던 사내가 머리를 들었다.
그와의 거리는 30미터 정도였는데 현관 위에 켜진 방범등의 불빛에
그가 크게 치켜뜬 두 눈이 보였다.

백동혁은 사내의 시선을 붙잡아 두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다가갔다.
사내가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었을 때는 백동혁 과의 거리가 20미 터도 넘게 떨어져 있었다.

그러자 사내의 뒤쪽으로 아파트의 벽에 붙듯이 소리없이 다가오는 사내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백동혁이 흰 이를 보이며 소리없이 옷자 놀란 사내가 몸을 돌렀고 그 순간 눈앞의 사내들을 보았다.
'퍽!'

하고 둔한 충격음이 들렸고 머리를 야구 방망이로 얻어맞은 사내가 계단 위로 굴러 떨어졌다.

백동혁과 이강일은 거침없이 현관으로 다가갔고 그들을 앞질러 두 명의 사내가 현관의 경비실로

뛰쳐 들어가고 있었다.

경비실에서 나이든 경비와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보고 있던 사내가핑기듯이 일어싫다.
그가 미처 손을 별어 무엇인가를 집기도 전에 '팍, 작!' 하고 짧고 강한 발사음이 들렸다.

입을 책 벌린 사내가 어깨를 움켜쥐고 경비실 안쪽의 벽에 등을 부및치자 문을 박차고 들어선

사내 한 명이 공기총의 개머리로 사내의 머리를 쳤다.
경비가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두 손을 번책 치켜들었고 백동혁과 이강일은 잠자코 경비실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뒤쪽에서 수선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부하 두 명이 그들의 뒤에 다가와 싫고 서너 명의 부하들은 분주하게 됫처리를 하고 있었다.
백동혁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5분전 12시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몸을 돌린 백동혁이 손을 내밀자 이강일이 골프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그에게 내밀었다.
백동혁은 가방 안에서 검게 빛나는 목검을 빼어 들었다.
이강일은 장식이 화려한 육연발 공기총을 꺼내어 들었고 두 명의
부하들은 이미 공기총을 쥐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곧 문이 열렸다.
정기욱은 마치 싸우는 사람처럼 몸을 부및치고 있었다.

그의 랫가죽이 부딪쳐 올 때마다 땀에 밴 피부가 철백이는 소리를 내었고 박주현은 무의식중에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의 상반신에서 땀방울이 떨어져 내릴 때마다 온몸에 선뜻한 느낌이 왔다.

정기욱은 증기 기관차가 언덕을 달려 올라갈 때처럼 거칠게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이제 곧 절정이 올 것이다.

박주현은 머리를 돌려 침대 옆의 탁자 위에 놓인 탁상시계를 바라보았다.

 2분전 12시다.
"잠판만요."
엉덩이를 비틀자 그의 연장이 손쉽게 집을 빠져 나갔다.
"이, 이년이."
언덕을 오르다가 갑자기 엔진이 멈춘 기차의 기관사 꼴이 된 정기욱이 숨을 몰아쉬었다.
"야, 이 개년아."
박주현은 몸을 반바퀴 굴려 침대 밑으로 내려싫다.
"조금 쉬었다 해요. 오늘은 조금 더 길게 해줘요, 응?"
이런 말은 처음이었으므로 정기욱이 허덕이며 다음 욕설은 잇지 않았다.
"야, 어디 가?"
방문 쪽으로 다가가는 그녀에게 정기욱이 소리쳤다.
"물 마시러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박주현은 알몸이었다.

응접실의 불은 꺼져 있었으나 소파의 구석에 맞아 있던 사내가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었다.

그의 바지 가운데 부분이 무언가를 집어 넣은 것처럼 되어 있는 것이 어둠에 익숙한

그녀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사내는 방안의 정사 소리를 듣고 있었을 것이다.
사내가 등을 보이며 현관 옆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주방 쪽으로 다가가던 박주현은 발길을 돌렸다.
현관의 자물쇠는 세 겹이었다.

찰칵이며 맨 아래쪽의 문고리가돌려지고, 두번째 고리가 돌려졌다.

쇳소리가 집안에 커다량게 울려 나왔다.

세번째 쇠사슬에 손을 대었을 때 문간방의 문이 열리고 사내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차마 선뜻 다가오지를 못한다.
"이것 봐요, 왜 ‥‥‥‥
끝쪽으로 밀었다가 쇠사슬을 잡아채었는데 두번째에야 쇠사슬이 펄어져 나왔다.

문간방에서 사내들이 나오고 있었다. 두 명이다.
박주현은 뒤로 손을 뻗어 문의 손잡이를 잡아 뒤쪽으로 밀었다.
문이 열리는 기척이 났다.
"어, 이 거 ‥‥‥‥
사내들이 눈을 치켜뜨고 이쪽으로 다가왔고 바깔에서 서늘한 바람과 함에 사내들이 뛰쳐 들어왔다.
사내들에게 밀려 비틀거리며 옆쪽으로 물러난 박주현은 '학,박!'하면서 바가지가 깨지는 것 같은 두 번의 소리만 들었으나 정신을 차린 순간 네 활개를 펴며 자빠지는 두 명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침입한 사내들은 거칠지만 절도있게 움직였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한 명은 집안의 전등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고 다른 한 명은 문간방으로 뛰쳐 들어갔다

두 명의 사내는 이제 마악 침실의 문을 여는 참이었다.
정기욱은 연장을 식히지 않으려고 움켜쥐고 있었는데 어렴플이 철컹이는 쇳소리를 들은 듯했다.

그러나 부하들이 가끝색 오가곤 했으므로 금방 잊었다.
박주현이 길게 끌어 달라고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선지 연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무엇인가 부및치고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기욱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아직 한 손은 연장을 감싸안고 있었다.
그러자 문이 벌컥 열리면서 응접실 쪽의 환한 불및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문을 가로막고 선 사내의 그림자가 보였으므로 정기욱은 별떡 침대에서 내려와 몸을 일으켜

세줬다.
"그대로 있어, 이 새끼야. 죽여서 끌고 가기 전에."
사내의 목소리는 굵지도 높지도 않았는데 그것이 정기욱의 피부에 금방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넌, 넌 누구냐?"
배에 힘을 준 정기욱이 물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난 개백정이다. "
"개백정 "
정기욱이 숨을 들이마셨다.

나름대로 철저하게 경비를 했었고 집안에는 파출소와 연결된 비상벨도 있다.
"그 자리에 끊어않아."
개백정의 목검이 별어 나와 정기욱의 상반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뒤쪽으로 사내의 모습이 보이더니 곧 방안의 불이 켜졌다.
"끊어앉으라고 했다. "
백동혁이 낮으나 조금 빠른 말투로 다시 말하자 정기욱은 한걸음 물러싫다.

그러자 갑자기 아래쪽이 선뜻한 느낌이 왔다.

백동혁의 목검 끝이 자신의 연장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다.

연장은분위기에 얼른 적응을 못하고 아직 건들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걸 잘라 주라?"
다리가 침대 모서리에 걸려 정기욱은 침대에 엉덩방아를 렇고 주저랄았다.
"방바닥에 끊어앉아."
동시에 어깨에 격심한 충격이 왔다.

이를 악물고 어깨를 움켜쥔 정기욱이 눈을 치켜했다.
"어서!"
다시 다른 쪽 어깨뼈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왔으므로 정기욱은 두 팔을
늘어뜨렸다

이제 두 팔은 덜렁거리기만 할 뿐 들어올릴 수도 없다
"날 죽여라."
정기욱이 백동혁을 쓰아보았다.
"이 개백정놈, 날 어서 죽여."
"그렇게 쉽게는 안돼, "
목검 끝으로 정기욱의 연장끝을 가병게 건드리면서 백동혁이 웃었다.

그러자 사내 한 명이 방안으로 들어싫다.
"형님, 준비되었습니다. "
"이놈을 걷게 할 수는 없겠다. "
백동혁의 목검이 위쪽으로 들려지는 것을 눈으로 들던 정기욱의 시선이
위쪽으로 향해졌을 때

그는 옆머리에 극심한 충격을 받고는 침대 위로 넘어졌다.
"이놈 옷을 입혀라, 싣고 가자."
이강일과 부하 한 명이 정기욱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박주현이 문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급하게 입은 모양으로 원피스의 단추가 채워지지 않은 채였다.
"저어,"
그녀의 시선이 백동혁을 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저어, 드릴 말쓸이‥‥‥‥
박주현은 온몸을 흐느적거리며 시체처럼 ◎굴고 있는 정기욱에게는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부하들은 그에게 바지를 입히고 있는 중이었다.
"뭡니까?"
백동혁이 그녀의 아래위를 臺어보았다.

알몸에 원피스만 걸쳐 입은 것이 틀림없는 듯 젖가승의 생생한 모양이 옷감 위로 돌출되어 있었다.
"약속하신 것, 제가 말씀 드렸는데."
"돈 말이오?"
"네네 ."
"집안에 돈이 있다구?"
"네네 ."
"어디에?"
"반은 주시는 거죠?"
백동혁의 퍼쪽이는 시선이 그녀를 스치고 지났다.

박주현은 그의 머리가 조그맣게 끄덕이는 것을 본 순간 침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침대 옆의 탁자 앞에 裏그리고 앉은 그녀는 서랄을 열고 째 커다란 가죽 가방을
움켜쥐었다.
이제 저고리를 입히던 정기욱의 팔 하나가 떨어지면서 그녀의 앞쪽을 가로막았다.

박주현은 팔을 집어 침대 안쪽으로 던져 놓고는 겨우 가방을 끄집어내었다
"2억이 조금 넘을 거예요."
이마 위로 흘러내런 머리칼을 넘기면서 박주현이 백동혁을 올려다 보았다.
"3억이 있었는데 며칠 동안 지출이 있었거든요."
박주현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가방의 지퍼를 열고는 마악 안에 든 내용물을

방바닥으로 쏟으려는 순간 백동혁의 목검이 가방 위에 닿았다.
"아가씨, 잠판만."
방바닥에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當은 박주현이 눈을 치켜했다
"돈 쏟을 필요 없어."
"그 돈 모두 가져. 우린 필요 없어."
박주현이 소리내어 침을 삼켰다.
"하지만 우리하고 같이 가. 왜냐하면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야.
1리고 이야기 들을 것도 있고."
"저놈이 없어진 줄 알면 사람들이 당신을 찾게 돼 .

그리고 며칠 못가서 당신은 놈들에게 잡혀. 내 말 알아듣겠어?"
"잡히면 우리 이야기를 하게 뒈. 견디어내질 못한단 말이야.

우리 한테 제일 쉬운 방법은 이곳에서 당신을 죽이고 가는 것인데,

이렇게 말하는 것 이해할 수 있지? 우린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알겠어요."
가방의 지퍼를 잠그면서 박주현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 든을 다 준다면 어별 가도 상관없어요, 죽지만 않는다면."
"형님은 될 수 있으은 쥑이지는 말라고 혔지만 상관없다.

이무섭인가 지랄인가 허는 놈만 잡고 나머지는 곽 쥑여라."
조웅남이 소리치듯 말하자 앞자리에 앉아 있던 장우길이 어깨를 움츠렸다.
"이것이 육연발이냐? 긍게로 여섯 방을 쓸 수가 있단 말이여?"
조웅남이 손에 쥔 공기총을 바라보며 묻자 장우길이 몸을 돌렀다.
"예, 형님, 아까 말씀 드린 대로 그쪽 안전 장치만 푸시면 됩니다. "
"여섯 방이은 너무 적은디, 한 백 방좀 연방으로 좌야 허는디."
"그러고 소리도 너무 작어. 어디서 사냥총이라도 사야길다, 앞으로는. "
혼잣소리 같았으므로 장우길이 슬그머니 몸을 돌려 앞쪽을 바라보았다.
승용차는 속력을 내어 국도를 달려가고 있었다. 12시가 넘어 있어
서 국도를 오가는 차량은 드물었고 가끔씩 트럭이 지나칠 뿐이었다.
검은 장막을 친 것처럼 곁은 어둠에 덮인 국도를 세 대의 승용차는
속력을 내어 달려가고 있었다.
"인자는 힘만 가지고는 안되는 세상이여.

성냥개비 같은 놈도 총만 가지은 대장이 된단 말이다. "
한 손으로 총신을 움켜쥔 조웅남의 말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생각혀 봐라. 내가 총 맞고 넘어징게로 을매나 챙피혔렀냐?

사람들이 을매나 웃었렀냐?"

"실바스타 스탈롱 그놈은 활에다 폭탄을 달고 핀든디.

차라리 그것이 이 새총보다 나슨디."
"칠성이허고 함마 갸들이 총 사는 디를 잘 알어 갸들 오은 큰 놈으로 몇 개 사라고 혀야졌다. "
승용차가 속도를 줄이더니 곧 국도에서 벗어나 오른쪽의 일차설 도로로 들어섰다. 전조등이 길가의 비탈진 밭과 자갈투성이의 불모지를 비추고 있었다.
일차선 셋길이었지만 포장이 되어 있어서 차들은 다시 속력을 내었다.

불빛 한점 보이지 않는 곁은 어둠 속이었고 들리는 소리는 차량의 엔진 소리

뿐이었다.

조웅남은 입을 다물고 앞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가승이 조금 진정이 된 것이다.
차량들이 마을 안쪽의 공회당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脚분쯤이
지난 후였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속력을 줄이고 조심스럽게 진입하 였으나 두어

마리의 개가 펄어 대었고 두어 집의 불이 켜졌으나 문 밖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다. 조웅남이 차에서 내리자 사내 한 명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큰 키에 말끝한 용모를 가진 사내였는데 긴장한 듯 얼굴이 굳어 있었다.
"저희 직원 두 명은 집 근처에 있습니다. 아직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0."
"다섯 놈이라고 혔둥가요?"
"01 "
조웅남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은 감시다. "
사내들이 안기부 요원이라는 것만 알 뿐으로 다른 것은 모른다.
조웅남과 장우길은 사내의 뒤를 따랐고 그들의 뒤를 여결 명의 사내들이 이었다.
"뒤쪽에 산이 있어서 나가는 길은 이쪽뿐입니다.

산 두 개를 넘어야 건너편 국도가 나오지요

그리고 아직 저희들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
밤길을 걸으며 사내가 조웅남에게 말했다.
"하지만 산 쪽에도 및 명은 배치시켜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요."
조웅남이 어둠 속에서 눈동자를 굴려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무섭이만 패놓고 착 척일 작정잉게 그리 아시요."
"저는 안내만 해드릴 뿐입니다. "
"알졌습니다. "
잡초에 덮인 셋길은 어둠 속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산즐기의 끝 부분이 그들을 향해 즘혀지듯 다가왔고 골짜기 안에 들어싫을 때는

새벽 1시 반이 넘어 있었다.

산새 한 마리가 퍼덕거리며 옆쪽의 플출에서 날아올랐다.

앞장을 선 지한영은 주머니에 넣었던 휴대폰을 꺼내 스위치를 올렀다.
"저기, 불빛이 보입니다. "
장우길이 손을 들어 앞쪽을 가리켰다

승 사이로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는데 별빛도 없는 밤이어서 어른거리는 끓은

빛은 선뜻한느낌을 주었다.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한영이 휴대폰의 스위치를 내렸다.
"골짜기여서 교신이 잘 안됩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동료들이 잠복해 있는 곳을 아니까요."
30분 전에도 통화를 했으므로 그쪽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들은 소리 죽여 불빛을 향해 다가갔다.

거리는 이제 백 미터쯤으로 좁혀졌고 양옥집 안의 불빛으로 건물의 윤곽이

뚜릿하게 보였다.

30미터쯤으로 거리가 좁혀졌을 때 조웅남은 손을 들어 전진을 멈추었다.
"여그서 흩어진다. "
얼굴의 땀을 손등으로 밖으며 조웅남이 소리 죽여 말했다.
"두 명씩 짝을 지어서 사방을 맡어라."
장우길이 손가락으로 제각기 짝을 지어 주고 맡을 구역을 재딸리
정해 주었다.
"바랄으로 나오는 놈은 좌 적여라. 알졌냐?"
부하들이 일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은 모두 육연발 공기총을 쥐고 있었는데 20미터쯤의 거리에서라면

사람도 살상할 수 있는 것이다.
김원국의 지시를 받은 조웅남은 장우길을 시켜 부하들 모두에게
공기총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것은 전에 김칠성이 사 모아 둔 것이다.
김원국이 잔소리를 한다면 끝까지 대들리라고 마음을 먹었던 조웅남은

그가 지시만 하고는 얼굴을 보이지도 않자 가승을 쓸었다.
조웅남은 이강일과 지한영을 이끌고 정문으로 다가갔다.

그들의 옆쪽에서 정문 쪽을 맡은 두 명의 부하들이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고
있었다.

이제 저택과의 거리는 30미터가 되었다.
"어이, 이형, 강형 ."
목을 늘어뜨린 지한영이 소리 죽여 숲을 향해 말했다.
"우리 왔어, 어이, 이리 나와."
숲속은 나못잎 하나 흔들리지 많고 고요했다.

장우길이 머리를 들려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가봐라."
조웅남이 턱으로 숲을 가러키자 앞에총을 한 장우길이 숲 쪽으로 발을 떼했고

지한영도 권총을 때어 들고 앞장을 섰다.
조웅남은 풀숲에 豊그리고 앉아 저택을 바라보았다.

새벽 2시가 다 되었지만 2충과 아래충의 불이 켜져 있었다.

전등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므로 가스등이나 妾불일 것이다.
"아앗. "
숲속에서 억눌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웅남은 핑기듯이 일어나 반사적으로 奈 쪽으로 두어 걸음 뛰었다.

날렵한 몸놀림이어서 땅을 딛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는데 무의식중에

총구를 두 손으로 움켜쥐어서 야구 방망이를 쥔 형태가 되었다.

장우길이 숲을 헤치고 뛰어 나왔다.
"형님, 당했습니다, 두 명이."
그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려 나봤다.
조웅남은 그 순간에 몸을 돌렸다.

저택의 불빛이 눈앞에 보였다.
"에라이, 씨발놈들."
버럭 소리를 지르자 산이 쩌렁쩌렁 울렀다.

조웅남은 한손에 총을 세워 든 채 정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의 발길질 한번에 쇠창살 문이 삐꺼덕거렸고 두번째에 문짝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서 비스듬히 쓰러졌다.

한 손에 쥔 공기총을 도끼처럼 휘두르면서 조웅남은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문을

발로 차 열었다.

유리창이 부서지면서 문은 쉽게 열렀다.
응접실의 탁자 위에 켜놓은 姿불이 보였다.

姿불은 갑자기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으로 꺼질 듯 흔들렸으나 집안에서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헐떡이며 들어선 장우길과 지한영은 응접실의 복판에 버티고 선 조웅남을 보았다.

그는 어금니를 물고는 들어서는 그들을 노려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창밖에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러가들려 왔다 저희들끼리 빠우는 것 같았으나

앳되고 밝은 목소리여서 남녀의 구분이 되지 않았다.

말이 빠른 그들의 소리를 알아듣기도 힘이 들었으므로 마치 새가 시끄럽게

지저귀는 느낌이었다.
이무섭은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의 창으로 다가갔다.

한낮의 養 살이 빌라의 마당 위로 어지럽게 반사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래충 그늘에서 다투는지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커튼을 잡아당겨 창을 가린 이무섭은 몸을 돌려 어둑해진 응접실로 돌아싫다.
70평형의 이 빌라는 그의 휴식처 가운데 하나였다

이천의 양옥집을 한밤중에 탈출해 나와 산을 두 개나 넘었던 피로는 이제

말끝히 가석져 있었다.
그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 맞아 마악 담배를 피워 무는데 문에서 노크 소러가 났다.

그리고는 문이 열렀다.
"부르셨습니까?"
방안에 들어선 안정태가 부동 자세로 서서 이무섭을 바라보았다.
않은 입술을 짝 다물고 있어서 입술의 형태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오직 일자로 ◎어진 자국만 드러났다.
"음, 거기 앉아."
이무섭이 앞자리를 가리켜 보이자 안정태가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앉았다.
"이철우는 아직 연락이 없나?"
"네, 아직 없습니다. "
머리를 끄덕인 이무섭이 잔잔한 눈길로 안정태를 바라보았다.
"그 친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내 심복이었다. at네도 잘 알고 있겠f1?"
"111 "
"내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야. 내 혈육보다도 더 가까운 사네네."
이무섭이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졌다. 연기 때문인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 일을 추진할 적에 처음에는 망설였어.이철우와의 관계 때문에.

그런데 그 예감이 맞아 들어갔지 이철우의 윤곽이 잡히자마자
기관에서는 나를 지목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일차 단계는 거의 끝이 났다.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
상체를 똑바로 세운 안정태가 대답했다
"그리고 마무리도 잘된 것 같습니다만."
도마템의 꼬리 1訓
"기관에서 이철우나 나에 대한 수배를 중지한 것 말이냐
웃는 얼굴로 이무섭이 물었으나 눈길은 매서웠다.

그의 시선을 받은 안정태가 눈을 깜박였다.
"김원국의 잔당이 남아 있어.아니,그 뿌리라고 해야 옳다

김원국, 조웅남, 강만철, 김칠성, 이놈들 모두가 살아 있단 말이야."
"이철우는 김원국을 찾아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그걸 알고 있나?"
안정태가 눈을 치켜였다.
"아님니다. 모르고 있었습니다. "
"나도 홍콩에 있는 내 거래선을 통해 들었다. 1놈,엉동한 놈이야. "
"제 처』柳의 원수를 갚으려는 거다.

조무래기는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머리를 쳐없애려고 갔어.

본래가 통이 큰 놈이다. "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이 아냐.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무엇인고 하니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조직보다도 개인의

명분이라는 거야."
"..
"명분을 따지지 않고 희생하는 사람을 조직은 필요로 하지.

개인의 명분, it존심은 버려야 한다. "
"잘 알고 있습니다 "
머리를 든 안정태가 쪽바로 이무섭을 바라보았다.
"저는 조직의 작전에 따릅니다. 개인적인 인연이나 감정은 개입시키지 않습니다. "
"고맙다 "
머리를 11덕인 이무섭이 이제는 얼굴을 활짝 펴며 웃었다
"이철우는 곧 돌아온다 그 결과가 어렇게 되었건간에 우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
창가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결국치고 받는 것으로 결말을 내는 모양이었다.

창 쪽으로 머리를 돌린 이무섭이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안정태가 및템해진 목을 조금 움직여 근육을 풀었다.

아이의 울음 소리가 차즘 가늘어지기 시작하자

이무섭이 머리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어첫밤 날 치러 온 놈은 조웅남이었다.

말하자떤 안기부와 조웅남이 합동 작전을 편 것이지. "
안정태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안기부가 적극적으로 김원국의 찬당을 돕고 있는 거야.
이찬형 부장이 반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러면서 이무섭이 입 끝을 올려 얼굴에 웃음을 띄었다.
"우습지 않나? 몇 달 전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때에는

우리가 반역하는 것처럼 보였었다. 아니, 반역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이찬형이 반역을 한다. 정권에 반대하고 있는 거야."
"지금은 우리가 선이다.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
"조웅남을 잡아 없애야 한다. "
도마뱀의 첫괴 123
"알겠습니다. "
"그 놈의 부하,목컴을 들고 다니는 놈이 있다고 들었다,그놈도."
"01."
"그놈들과 인과 관계가 있는 놈들을 모조리 잡아 족쳐라.

그러면 나올테니까."
"염려 마십시오."
"군에서 발휘하지 못했던 기량을 펴보아라.

조직은 자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어."
"감사합니다. "
이무섭이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안정태는 자리에서 일어싫다.
안정태가 활기있게 방을 나가자 이무섭은 한동안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창가의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놀이터를 옮긴 것 같았다.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팔장을 끼고 앉아 있던 정기욱은 복도를 울리는 발자국 소리에 머리를 들었다.

그는 둥을 나무 의자의 등받이에 붙이고는 어금니를 물었다.

이제 놈들은 고문을 시작하거나 어쩌면 죽일지도 모른다.

인연도 별로 없는 이 세상, 언제든지 떠날 준비는 되어 있었다.
정기욱이 다리 한쪽을들어 한쪽무릎위에 올려놓는데 문이 열리더니 백동혁이

들어셨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300리터 용량의 냄장고 만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정기욱의 가습이 소리를 내며 뛰었다 조웅남이다.

이놈과 맞닥뜨린 것은 처음이었다.

조웅남이 눈을 휘둘러 그를 바라보았으므로 정기욱은 어금니를 힘껏 물었다.

다리가 불편한 것 같았으므로 다리를 내렸다.
"야가 정가놈이여?"
조웅남이 바학 다가와 서서는 머리를 돌려 백동혁을 바라보았다.
"네, 형님."
"죄깨 늙었는디, 야가 몇살이여?"
여전히 백동혁을 향해 묻는다.
"마흔네 살입니다, 형님."
머리를 」1덕인 조웅남이 눈을 껌덕이며 정기욱을 바라보았다.
"죽을 사자가 두 개잉게로 죽을 팔자여. 잘 되맞다. "
그리고는 불쪽 팔을 뻗어 정기욱의 한쪽 팔을 움켜쥐자

그가 놀라 입을 책 벌렀다.
"어디, 우선 팔뚝 한 개만."
조웅남은 정기욱의 한쪽 팔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듯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아으아아느‥‥‥
저도 모르게 정기욱의 입에서 ◎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온몸을 뒤틀며 조웅남의 필에 매달린 형상이 되었다.

조웅남은 팔을 한일자로 가로 놓은 채 양쪽 끝을 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마디씩 연는다.
"이 시키가!"
"Of10t01‥‥‥‥
"늙어서 긍가!"
"아으으으‥‥‥‥
"택다곤씩"
"으으으악‥‥‥‥
"단단헌디!"
'따악' 하고 마른 나못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눈을 부릅 뜬 정기욱이

입을 한껏 벌린 채 살점 밖으로 튕겨 나온 자신의 팔목 뼈를 바라보았다.
"아아아아악!"
정기욱은 온몸으로 흠백 땀을 쏟았고 벌린 입가에서도 침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그는 덜렁거리는 팔을 조금 치켜든 채로 서서 온몸을 떨었다.
"내가 裏깨 심이 약혀졌어, 다음."
조웅남이 팔을 별어 성한 한쪽 팔을 움켜쥐자

정기욱의 눈에 흰자위 부분이 많아졌다.

그리고는 눈물을 쏟았다.
"아아이고, 형님, 형님, 형님."
"내가 왜 니 성넘여, 이 시키야."
조웅남이 다시 한쪽 팔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을 때 방문이 열리더니

사내 한 명이 들어졌다.

눈빛이 날카롭고 이목구비가 단정한 사내였다.
"어이고, 어이고, 어이고."
정기욱이 고통으로 온몸을 뒤틀며 울부젖었다.

이제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만해 둬라."
사내가 낮게 말하자 조웅남이 힐끗 사내를 바라보고는 팔목을 움켜쥔 손을 풀었다.
김원국이다.

정기욱은 자신의 바첫가랑이를 타고 따뜻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참으려고 아렛배에 힘을 주었지만 그것은 즘처럼 멈추지 않는다.

조웅남에게 명령을 할 놈은 한놈밖에 없다.
이놈은 김원국이다.
정기욱의 눈에는 앞에 서 있는 사내들의 얼굴이 두 개로 보이다가
잠시 후에는 각각 세 개씩으로도 보였다
팔에 깁스를 하고 있는 정기욱은 아직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은 모양으로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성한 팔을 들어 찻잔을 쥐었다가 마실 생각이 달아났는지 도로 내려놓았다.
김원국이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무섭의 꼭두각시였어. 그렇지 않나?"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조웅남이 입맛을 다시는 것이 아직도 못마땅 한 모양이었다.
그는 정기욱의 두 팔과 다리를 모두 분지르고 맨 나중에는 목을
360도로 돌린 다음 바다에 빠뜨리자고 고집하다가 김원국에게 야단을 맞았던 것이다.
정기욱은 대답 대신으로 머리를 숙이고 탁자를 내려다보았다.
"당신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나, 정기욱씨?"
김원국이 다시 물자 조웅남이 마침내 와락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너, 대답 안헐텨?"
"합니다. "
정기욱이 머리를 들었다
"솔직히 저는, 그 시점이 무얼 하는지도 모르고 또‥‥‥‥
"관심도 없었단 말이지?"

//////////////////

"네 . "
"우리 업체들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협력했단 말인가?"
"네 . "
그는 팔을 들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첫어냈다.
"그리고 회사를 만들라고 자금을 대어 줬고 또 정부에서 허가가
나오도록 힘도 써주었기 때문에‥‥‥‥
"이철우의 가족을 해친 것은 이무섭이 보낸 놈들이었지?"
"예? 저는 그건 잘‥‥‥‥
정기욱이 힐끗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저는 이쪽에서 해친 줄 알았습니다만."
"첫이여?"
주먹으로 탁자를 친 조웅남이 그를 노려보았다
"우리가 여자허고 애기들을 쥑였단 말이여?"
"아넘니다, 그런 말이 아니라."
"그림 첫이여? 이 새끼야!"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까

아무래도 이상해서 제 부하인 김동천이한테 물어 보았지요."
정기욱의 시선이 분주하게 김원국과조웅남의 사이를 오갔다.
"그놈도 경황이 없어서 버스에 누가 들어갔는지 못 보았다고
"이무섭이 보낸 놈 얼굴은 기억해?"
김원국이 묻자 그가 커다랄게 머리를 끄덕였다.
"압니다. 이무섭씨의 심복 중 하납니다. 하지만 이름은 모릅니다. "
"당신, 이무섭이하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지?"
"그건 모릅니다, 형님."
정기욱이 람이 줄줄 흘러내리는 얼굴을 들고 김원국을 바라브았다.
"저는 그저 지시만 받고 움직여서, 그 사람은 계획 같은 것은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당장 할 일만 일러 줍니다. "
"업체들을 소유하게 되면 어떻게 할 작정이었지?"
"예, 그건‥‥‥‥
분주하게 눈을 깜박인 그가 말을 이었다.
"별로 어떻게 할 생각이, 그저 지시만 받고 움직일 뿐이어서요."
"그렇다면 살 가치가 없다, 너 같은 놈은."
김원국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정기욱은 똑똑히 알아들었다.
"형, 형님, 저는‥‥‥‥
"어따 대고 형님여? 이 시키야!"
다시 조웅남이 탁자를 내려쳤는데 그 진동으로 커피잔이 취어 을
라 그의 셔츠를 적셨다. 조웅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형님, 그렁게 내가 뭐라고 헙디까? 진작 적이장게로, 의사 불러서
시멘트까지 해주고 "
조웅남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턱을 치켜든 정기욱이 눈셉을 내리깔
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형님, 즉을 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죽을 죄를 지었담서? 긍게로 죽어라."
조웅남이 손을 뻗어 그의 목덜미를 쥐었다.
"아이고, 형님."
"잠판만 기다려라."
김원국의 말에 조웅남이 와락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목덜미를 움켜편 손은 놓지 많는다.
"너는 지금은 살려고 어떤 약속도 하겠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금방 배신하겠지.

그렇지?"
"아닙니다, 형님. 저는 절대로."
세차게 머리를 저으며 정기욱이 조웅남의 팔목 사이로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약속합니다, 약숙합니다. "
다급한 그의 목소리를 듣자 조웅남이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년 어차피 이무섭이한테도 도태될 놈이다. 지금은 네가 몇 개 업체를 소유하게

되었지만 네가 거느리고 있는 집단을 조직이라고 할 수는 없다. "
김원국의 말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전과자가 모인 이기적인 집단일 뿐이야.핵심도 없고 집단에 대한 애정도,

유대 관계뿐만 아니라 신의도 없다 왜냐하면 집단의 정의가 없기 때문이야."
"따라서 이무섭이 처음에는 너를 이용했을지라도 제대로 되는 조직을 갖추려면

널 제거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꼭두각시가 필요없을 테니까.

너에게 그들의 계획을 말해 주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야.

그들은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조웅남이 정기욱의 목덜미를 놓아 주고는 손바닥을 털면서 자리에 않았다
목덜미 부분의 옷깃이 머리 뒤쪽으로 치솟아오른 그대로 정기욱이 눈을 껌백이며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어떠냐? 나한테 인정을 받고 나아가서 보호를 받게 된다면

너는 앞으로 네가 차지한 몫도 지키게 될 것이다.

그래, 더이상 꼭두각시 노릇을 할 필요도 없지.

왜냐하면 넌 내 부하가 되는 것이고 그 업체들은 본래부터 우리 소유였으니까."
"네, 형님 "
정기욱의 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지시만 하십시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
"네가 이무섭이한테 의리를 지킬 이유도 없을 것이다.

넌 돈 받고 시키는 대로만 했을데니까."
"그렇습니다, 형님 ."
"이무섭의 대외적인 얼굴은 박용근의 회사야.

박용근은 군의 조직에 익숙한 사내지. 그리고 조금 앞을 내다볼 줄도 알고."
"박용근이 널 의식하고 있다는 것도 넌 알 것이다.

그것을 이무섭도 알고 있고. 넌 지금 고립되어 있어 "
정기욱이 손바닥으로 얼굴의 땀을 훔치고는 우두커니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제가 쓸모가 있으시다면‥‥‥‥
그가 안간힘을 쓰듯이 입을 열었다.
"저는 그저 저를 대표로 쁩아 준 것만 해도 고마워서

그냥 이렇게 지내 왔습니다만, 연줄도 없고, 기반도 없어서."
김원국이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고 조웅남은 입술을 비튼 얼굴로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정기욱이 눈을 치켜뜬 얼굴로 김원국을 바라본 채 한동안 시선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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