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허물어지는 제국(1)
구찌 클럽은 영동의 노른자위인 서초동과 강남역 사이에 있는 20대 전용의 나이트 클럽이다.
안의 내부 시설이 화려한 데다가 일류급 가수와 무용팀이 전속으로 출연하고 있었는데
저녁때만 되어도 클럽은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는 잘나가는 곳이었다.
오늘도 저녁 8시가 채 되지 않아서 클럽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아직 전속 무용팀이 나을 시간은 아닌 모양인지 무대 위에서는 밴드가 경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출입구 안쪽에 서서 박기섭은 흘을 둘러보았다.
손님들이 내는 소음과 음악 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고 탁자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종업원들과
번쩍이는 조명으로 눈이 어지러웠다.
그러나 박기섭의 선이 굵은 얼굴은 만족한 듯 웃음을 띄고 있었다.
올해 나이가 서른셋 인 그는 구찌 클럽의 영업부장으로 강만철의 칙계 부하였다.
흘의 안쪽에서 김성호가 사람들을 헤치며 다가왔다.
"형님, 저쪽 끝에 앉은 애들은 대전에서 놀러 온 애들입니다.
오대순이의 후배들이 된다는군요."
바짝 다가선 김성호가 그의 귀에 대고 말하자 박기섭이 머리를 끄덕였다.
클럽 손님들 중에서라도 수상한 사람들이 있으면 신원을 파악하고 있었다.
매사에 꼼꼼하고 주의 깊은 성격의 박기섭이었다.
지난번의 습격 사건 때에 그가 화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바쁜 일 때문에 부하를 대신 보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지만 박기섭 대신으로 클럽을 나갔던 부하 두 명은
참혹한 모습이 되어서 병원으로 실려 갔던 것이다.
그후로 박기섭은 더욱 신중해졌는데 클럽 밖으로도 나가지 않았지만 수상하게 보이는 손님은
받지도 않았다.
그의 클럽 안에만 해도 주먹깨나 쓴다는 부하들이 30명 가깜게 있었으므로 그곳은 든든한
성이었다.
"저놈들을 감시해라 그리고 오대순이한테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보고."
"지금 말입니까?"
대답 대신으로 박기섭이 눈을 치켜뜨자 김성호는 출입구 옆쪽의 사무실로 몸을 돌렸다.
벽에 둥을 기댄 박기섭은 팔짱을 긴 채 다시 흘 안을 둘러보았다.
요란하지만 흥겨운 음악 소리, 그리고 화려한 조명과 즐거운 듯 웃어 대는 남녀를 바라보면
그의 가슴은 언제나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안정이 되는 것이다.
웨이터 보조에서 시작하여 구찌 클렵의 영업부장이 되기까지는 딱 십년이 걸렸지만
같이 시작했던 동료들 대부분은 지금도 웨이터를 하거나 잘된 놈 한둘은 변두리 술집의
지배인을 하고 있다.
박기섭은 앞을 지나는 낯익은 손님을 향하여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강만철의 배려 때문이었다.
강만철은 박기섭이 신중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상고를 나와 계산도 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해 주었다.
그리고 박기섭은 강만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구찌 클럽은 강만철이 관리하고 있는 20여 개의 업체 중에서 제일 순이익을 많이 내는 곳 가운데
하나였다.
무대 위로 무용팀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쭉 뻗은 다리들은 군살 한점 없이 매끄럽게 윤이 났고 알맞게 솟은 젖가슴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깎여 들어간 허리, 그리고 산뜻하게 치켜 올라간 엉덩이는 마치 조각가가 다듬어 놓은 작품이었다
십여 명의 무용팀 중 어느 한 명을 고르라고 해도, 또 버리라고 해도 박기섭으로서는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모두 김칠성이 관리하는 제일기업에 소속된 아가씨들이었다.
출입구 안으로 들어선 장우길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다.
"형님, 동혁 형님이 오십니다. "
"뭐 ?"
벽에서 등을 뗀 박기섭이 그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후줄근한 바바리 코트 차림의 백동혁과 서너 명의 부하들이 그를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박기섭은 서둘러 그에게로 다가갔다.
"형님이 웬일이십니까? 연락도 없으시고."
"그냥 들렀어, 별일 없는가 보려고."
그는 언제나처럼 표정없이 늘어진 얼굴이었다.
안을 둘러보던 백동혁이 어깨를 한번 치켜을렸다.
"장사가 잘되는구만."
"예, 형님. 밀실로 가시지요. 오신 김에 한잔 드시죠."
앞장을 서서 안내하는 박기섭의 뒤를 백동혁이 잠자코 따랐다.
박기섭에게는 백동혁이 꺼림칙한 사내였다.
이쪽의 직속 형님은 고태석과 강만철의 순서여서 백동혁은 촌수로 따지면 사촌쯤은 될 것이다.
김원국의 입장에서 보면 강만철이나 조웅남 등이 모두 동생이니 백동혁과 고태석도 같은
눈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관리하는 업체들이 명확하게 나뉘어진 지금 상황에서는 조웅남, 강만철, 김칠성 등은
형제의 우애가 변치 않았겠지만 이쪽은 다른다.
그 예로 고태석과 백동혁의 사이가 나쁜 것을 들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까 그 밑의 부하들도 자연히 소원한 관계가 되었던 것이다.
밀실에 자리잡고 앉은 백동혁이 늘어진 눈시울을 들어 박기섭을 바라보았다.
"태석이는 언제 오냐? 그놈을 8시에 여기서 보기로 했는데."
"네, 형님, 9시에서 10시 사이에 오시니까 한잔하시면서 기다리시fl_a. . "
고태석을 만나러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박기섭은 왠지 마음이 놓였다.
하긴 요즘은 전 조직원이 각자의 업체들에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기는 했다.
이쪽 조직을 붕괴시키려는 세력에 범조직적으로 대항하려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연락이 안되냐? 연락해서 이쪽으로 빨리 오라고 해."
백동혁이 서두르듯 말하자 박기섭은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형님. 연락을 하지요. 그럼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방을 나온 박기섭은 부하들에게 백동혁의 접대를 지시하고는 곧장 2층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섰다.
사무실에 앉아 있던 부하가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기섭은 책상 위의 전화기를 들고는 다이얼을 눌렀다. 방음 장치가 잘된 사무실이어서
흘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 왔다.
전화는 곧 연결이 되었다. 고태석에게 백동혁의 전갈을 전하자
짜증난 듯이 그가 물었다.
"혼자 왔니?"
"아닙니다. 동혁 형님하고 모두 여섯 명입니다. "
"지금 밀실에 있다구?"
"네, 형님 "
"알았다, 곧 가지. 그 자식이 뭐 하러 거기 왔는지 모르겠구만."
박기섭은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건너편에 앉아 있는 부하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너, 가서 성호를 이리 오라고 해라."
"네 , 형님 ."
부하의 됫모습을 바라보던 박기섭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두 다리를 길게 뻗었다.
아래층 일을 당분간 김성호에게 맡기고 사무실에 있을 작정을 한 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백동혁의 술시중을 들 생각은 없었다.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박기섭은 눈을 감았다.
조직이 커다란 시련을 겪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빅 보스의 한 사람인 김칠성의 부인이 납치되어 생사를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유흥업체들은 끊임없는 협박에 시달려 이제는 얼굴도 모르는 놈들에게 보호세를 낸
업체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놈들의 습격을 받아 병신이 되어서 병원에 입원한 동료들이 스무 명 가깝게 되었고
두 사람은 목숨을 잃었다.
이제는 조직 전체가 단결해서 놈들을 잡아내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클럽에 찾아온 백동혁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장모님.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김칠성이 머리를 떨어뜨리며 방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제가 어떻게 해서라도‥‥‥‥
이 여사는 이제 눈물도 마른 듯 주름진 얼굴을 돌렸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한세영이 영옥이를 안고 다가왔다.
영옥이는 놀다 지친 듯 잠이 들어 있었다
"형부, 언니는 남자 못지 않은 성품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들을 공부시켰고, 또‥‥‥‥
영옥이를 자리 위에 내려놓던 한세영은 목이 메이는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런데 저는 이제 그것이 걱정이 돼요.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쓸데없는 소리 말아라 "
이 여사가 머리를 들었으나 목소리에는 힘이 풀려 있었다.
"걔는 살아 있어. 어떻게든 돌아을 게다. "
"그러은요, 장모님. 돌아옵니다. "
이마에 배인 땀방울을 손 끝으로 문질러 닦은 김칠성이 머리를 들었다.
"모두가 제 잘못입니다, 장모님. 제가 책임을 지고 세라를, 만약에
"자네는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되네. 자네까지 약해지면 안돼 ."
그의 말을 자르듯 이 여사가 나섰다.
"어제도 경찰이 다녀갔으니까 곧 좋은 소식이 올 거야."
"맨날 같은 얘기만 물어 보고 가는데요, 윌. 귀찮기만 해요."
한세영이 영옥이의 베개를 고쳐 베어 주면서 말했다.
영옥이는 김칠성이 온 것도 모르고 깊게 잠이 들어 있었다.
통통한 두 볼이 복숭아처럼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고조그만 입술은 반쯤 벌어진 모습이었다.
한세라의 납치 사건이 신문에 보도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납치된 지 한 달 가깜게 된 것이다.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었을 때 김칠성은 제일 먼저 처가에 달려가 그들을 진정시켜 주어야만 했다.
왠지 석연치 않았으면서도 김칠성의 말대로 흥콩에 간줄만 알았던 한세라가 납치당했다는
신문 보도를 저은 그들은 벼락을 맞은 사람들 같았다.
이 여사는 식음을 거의 끊다시피 하고 있어서 그 동안에 십년은 더 늙어 보였다.
그녀가 이 세상에서 제일 의지하고 있는 것이 사위인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김칠성은 이틀에 한 번꼴로 처가에 찾아찼다.
오늘도 저녁 늦게 찾아온 것이다.
"장모님, 식사를 꼭 하시고 차분히 기다려 주시면, 제가‥‥‥‥
김칠성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 여사의 손을 두 손으로 쥐었다.
그러자 갑자기 목이 메었으므로 헛기침을 하고는 침을 삼켰다.
"몸조리를 잘 하세요. 부탁입니다. "
"자레도 끼니 거르지 말어. 그 동안에 아주 야위었어."
이 여사가 앙상한 손으로 김칠성의 손둥을 쓸었다.
정맥이 어지럽게 뒤엉키고 튀어 나온 손등이 보였다.
"네, 꼭 찾을테니까, 그때까지만‥‥‥‥
일어서려는 이 여사를 겨우 그대로 앉히고 현관으로 나오자 한세영이 따라나왔다.
화장기가 없는 얼굴에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맨 모습이었다.
"형부,몸조심하세요.신문 보니까, 요즈음‥‥‥‥
"쓸데없는 걱정 ."
이맛살을 찌푸린 김칠성이 구두를 신다가 머리를 들었다.
"처제, 영옥이를 잘 부탁해."
"그건 염려 마시구요, 형부나‥‥‥‥
"어머니 몸조리도."
머리를 끄덕이며 한세영이 잠자코 그를 올려다보았다.
뭔가 할말이 있는 듯 입을 열고 눈을 깜박이는 그녀에게서 몸을 돌린 김칠성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지켜 서 있는부하들의 얼굴이 보였고 등으로 밀듯이 문을 닫았다.
부하들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가며 1를 바라보았다.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길게 숨을 내뱉은 김칠성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밤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차에서 내리는 7, 8명의 사내들을 바라보던 김성호는 몸을 굳혔다.
사내들은 승용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는 구찌 클럽의 현관 앞에서 차를 세웠는데,
한눈에 보아도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5년이 넘게 이런 생활에 젖어 온 김성호는 이제 남자들의 옷차림과 태도만 보아도 상대방의
직업을 알아맞출 수가 있었다.
차에서 내린 사내들은 건달이었다. 그것도 냄새를 물씬 풍기는 건달이다.
그런데 그를 바짝 긴장시킨 것은 그들 모두와 안면이 없다는 것이다.
김성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힐끗 둘러보았으나 주차장과 옆쪽의 자판기, 건너편의 포장마차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부하들이
일제히 이쪽을 주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벌써 이쪽으로 다가오는 부하들도 있었는데 숫자는 열댓 명, 사내들의 두 배쯤 된다.
그리고 소리 한번만 치면 안에서 20명 가까운 부하들이 뛰쳐 나을 것이다.
"여기, 우리 형님이 계실텐데 "
앞장서서 다가온 사내 한 명이 현관 옆에 서 있는 김성호에게 대뜸 물었다.
현관은 들락이는 손님들로 시끄러웠고 김성호의 옆쪽에도 서너 명의 남자들이 서 있었으나
사내는 곧장 그에게만 물어 온 것이다.
"형님이라니?누구 말이여?"
어깨를 펴며 반말 비슷하게 묻자 사내는 빙긋 웃었다.
"이봐,우리 아직 촌수를 맞춰 보지는 않았으니까 막말하지 말자구
내가 자네 형님이 될 수도 있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어 누구 찾어?"
김성호가 눈을 치켜뜨며 묻자 사내는 웃음을 거두었다.
"동혁 형님이 여기 오셨을 거야. 난 형님 따라 온 것이고."
그렇다면 할말이 없다. 김성호는 몸을 돌려 안쪽을 가리켰타.
"저기 저쪽으로 가. 끝의 밀실이야."
밀실 쪽으로 향하는 사내들을 바라보던 김성호가 다가온 장우길에게 말했다.
"오늘은 우리 가게에서 보스들의 단합 대회가 있는 모양이야. 동혁 형님이 온 것을 보면."
"저 새끼들은 통 못 보던 놈들인데. 이번에 끌어 모았나?"
장우길이 사내들이 사라진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글쎄, 부산에서도 백 명이 넘게 올라왔다니까."
"잡탕들이겠지. 입으로만 한가락씩 하는 놈들 말이야."
눈을 꿈벅이며 그를 바라보던 김성호는 몸을 돌여 흘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왼쪽의 계단으로 다가가는데 웨이터의 뒤를 따라 이쪽으로 오는 사내들을 보았다.세 명이었는데 조금 전에 흘 안으로 들어선 백동혁의 부하들이었다.
홀 안은 빈자리 하나 없는 만원이었다.
벽 쪽에서는 웨이터들이 탁자를 붙여서 좌석을 넓히고 있었고 무대 위에서는 인도인이 끔찍한
모습으로 요가를 하는 중이다.
"이봐, 어디 가는 거야?"
다가온 사내들을 향해 소리쳐 묻자 앞장선 사내가 와락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것 참,내가 너한테 보고해야만 하냐?이거 같은 식구끼리 너무 딱딱거리지 마라."
밴드가 끊임없이 울려 대고 있었으므로 사내는 소리치듯 말했다.
"형님, 이분들이 부장님한테 가신다고 해서요."
웨이터가 김성호를 바라보았다.
"왜?"
소리쳐 묻자 사내가 좁은 통로 사이를 빠져 그의 앞에 섰다.
"우리 대장의 심부름이야. 전할 것이 있고, 그리고사무실에서 연락을 해야겠어,
여기는 도무지 시끄럽단 말이야."
잠자코 그를 바라보던 김성호가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도 같이 가자구_"
그는 머리를 돌려 웨이터를 바라보았다.
"나, 사무실에 있을테니까, 애들한테 그렇게 전해."
"알았습니다, 형님 ."
이제는 김성호가 앞장을 서고 사내들이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이봐, 경계가 철저하구만. 애들도 많고."
뒤쪽에서 사내가 말을 걸었으나 김성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영동의 업소들 중에서 구찌라면 초일급이다.
따라서 종업원이나 관리부원들은 모두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선발된 정예인 것이다.
뒤에 있는 놈들이 사촌의 서열로는 높을지 몰라도 실력으로 겨룬다면 동생뻘이 될 것이라고
김성호는 믿었다.
계단을 올라 사무실의 문을 열자 의자에 길게 누워 있는 박기섭이 보였다.
두 다리를 책상 위로 올려놓고 있었는데 잠이 든 것 같았다.
"주무시는 모양인데 ."
낮은 소리로 말하면서 뒤를 돌아본 김성호는 눈을 치켜떴다.
우선 사내의 운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는데 눈을 치켜뜨고 횐 이만 보이는 표정이다.
그리고 그의 한 손에 들린 하얗게 빛나는 칼을 보았다.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몸을 비끼려고 했으나 사내는 너무 붙어 서 있었고 너무 늦었다.
배에 선뜻한 충격을 받으면서 허리를 숙인 김성호는 머리를 돌려 박기섭을 바라보았다.
사내 두 명이 그에게로 달려드는 중이었다
"형님!"
쥐어짜듯이 소리쳐 그를 불렀으나 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사내가 칼을 봅아내자
창자가 삐져 나오는 듯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으으윽!"
이를 악문 김성호는 사래에게 떠밀려 옆쪽으로 쓰러지면서 박기섭을 바라보았다.
박기섭은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져 굴었으나 이미 사내들에게 옷깃을 잡힌 상황이었다.
"으아악!"
목이 갈라지는 듯한 박기섭의 비명 소리가 탁자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이제는 바닥에 옆으로 누워 있었기 때문에 박기섭은 보이지 않았다.
"0001"
다시 박기섭의 비명 소리가 난 다음에 잠시 사무실은 조용해졌다.
"그만 가자."
사내 한 명의 말소리가 들렸고 김성호의 흐린 눈에 불빛을 가로막은 사내의 어두운 형체가
덮여 왔다.
"이 새끼, 죽은 것 같지 않은데."
사내의 말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가 다시 커졌다.
"내버려 둬라. 자, 가자."
다른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 왔고 눈앞에 덮인 그림자는 걷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 ‥‥‥‥
김성호가 입을 벌려 소리를 내었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배가 갈라지는 듯한 통증이 왔다.
그대로 그는 눈을 감았다.
노3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열리자 사내 세 명이 들어섰다.
백동혁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들었다.
"너희들 뭐야?"
그러나 앞쪽에 선 사내는 잠자코 그를 내려다볼 뿐 입을 열지 않았고 뒤쪽의 문이 닫혔다.
그 시간은 채 4초도 되지 않았다.
백동혁의 시선과 앞장선 사내의 시선이 부딪친 시간으로 따지면 3초쯤 되었을 것이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자마자
백동혁은 쥐고 있던 술잔을 앞에 선 사내에게 던지면서 뛰쳐 일어났다.
탁자 위에 한발을 올려놓고 다른 발을 올려놓으면서 옆구리에 찔러 놓은 목검을 빼어 들었는데
앞에 선 사내가 술잔을 피하려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코트 주머니에서 권총을 쁩아 든
시간과 같게 되었다. 그러나 권총을 쥐었을 뿐으로 아직 총구는 이쪽으로 향해져 있지는 않다.
그 순간에 백동혁은 탁자위로 다시 한발을 내뻗으면서 목검으로 사내의 팔을 내려쳤다.
입을 따악 벌린 사내의 얼굴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권총이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고 팔목이 기역자로 부러져서 덜렁거렸다.
"으아아!"
이윽고 고통에 못 이긴 사내의 비명 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는데 백동혁은 한쪽 발을 옆에 놓인
소파로 뻗으면서 목검으로 앞에 선 다른 사내의 얼굴을 래려쳤다.
비좁은 방이었고 세 사람이 방 입구의 좁은 공간에 몰려 있는 상태여서 백동혁에게는
유리한 싸움이다.
그러나 이번에 내려친 목검은 겨눈 대로 이마의 한복판을 짜개 놓은 것이 아니라
코와 입 사이를 내려쳤다.
"어_9_f_f.! "
코와 입이 뭉개진 사내가 머리를 벽에 부딪치며 짐승과 같이 부르짖었다.
백동혁은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다시 탁자 위로 발을 뻗으면서
목검으로 구석 쪽에 선 사내를 향해 깊숙히 찔러 나갔다.
목검의 끝이 사내의 어깨를 쑤시고 들어갔는데 두터운 코트를 입었지만
사내가 충격으로 몸을 벽에 부딪치며 손에 든 칼을 떨어뜨렸다.
그 순간에 백동혁의 바로 옆쪽에서 문이 열렸다.
머리를 돌린 그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사내의 놀란 얼굴이다.
백동혁은 목검을 옆으로 휘둘러 사내를 쳤으나 목검은 문짝에 맞아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사내가 문을 닫은 것이다. 발로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온 백동혈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손님들 사이를 헤치고 도망치는 사내들의 됫모습이 보였다.
놀란 부하들이 이쪽으로 몰려들었다.
박기섭의 부하들도 끼어 있다.
"방에 있는 놈들을 잡아라! 그리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와! 저놈들을 잡아야 한다!"
한 손으로 목검을 쥔 채 그는 출입구 쪽으로 달려나갔다.
우왕좌왕하던 부하들이 뒤를 따랐고 출입구 근처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돌렸다.
클럽 밖으로 뛰어나간 백동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놈들은 보이지 않는다.
"야, 금방 뛰어나간 놈들 못 보았어?"
그가 소리쳐 묻자주차장근처에 서 있던 두어 명의 사내들이 멀거니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병신 같은 자식들!"
그러자클럽 안에서 눈에 핏발이 선 장우길이 뛰쳐 나왔다.
그의 뒤를 7, 8명의 부하들이 따르고 있다.
"습격당했습니다. "
장우길이 백동혁을 향해 쇼리쳤다.
"놈들한테! 형님하고 성호가 당했어요!"
입맛을 다신 백동혁은 목검을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놈들을 쫓기는 틀린 것이다.
"세 놈은 잡았다. 경찰 오기 전에 놈들을 데려가야 해."
백동혁이 부하들에게 말하며 몸을 돌리는데 승용차 한 대가 다가 오더니 그의 앞에서 멈추었다.
"너, 여기 웬일이냐?"
차에서 내리면서 묻는 것은 고태석이다.
"웬일이기는 이 자식아, 네가 나를 여기서 보자고 해놓고는.
눈을 치켜뜬 백동혁이 한걸음 다가섰다.
"형님, 기섭 형님하고 성호가 당했습니다. "
다가온 장우길이 숨가쁘게 말하자 이제는 고태석이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되었어? 어디 있어?"
"칼을 맞았는데 중상입니다. 저기 사무실에‥‥‥‥
장우길을 떠밀고 안으로 들어서며 고태석이 머리를 돌려 백동혁을 바라보았다.
"난 너에게 만나자고 한 적 없다, 이 새끼야! 너는 놈들한테 속은 거야!"
와락 아랫입술을 깨문 백동혁이 그의 됫모습을 바라보다가 옆에 선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방에 잡아 놓은 놈들을 데려와. 어서 여길 떠나자."
부하들이 클럽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백동혁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현관의 기둥에
몸을 기대었다.
고태석한테서 직접 전화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서로 서먹한 사이였으므로 그의 부하인 김아무개의 전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백동혁은 몸을 돌려 클럽 안쪽을 바라보았다.
놈들은 이쪽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방으로 들어선 김칠성과 강만철은 소파에 앉았다.
국제 백화점 10층에 있는 강만철의 사무실이었다.
히터를 켜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넓은 방에는냉기가남아 있었다.
새벽 1시가가까워지고 있어서 빌딩은 텅 비어 있었으나 10층의 복도에는
수십 명의 사내들이 몰려 서 있다.
구찌 클럽의 습격 사건이 몇 시간 전에 발생했던 것이다.
그들은 일단 일을 수습하고 나서 바로 강만철의 본부 사무실로 모인 것이다.
"내가 오면서 형님한테 대충 보고를 했는데."
강만철의 말소리가 정적을 깨었다.
"내 부하들하고 네 부하들하고 마찰이 있으면 안되79어. 형님 생각도 그렇고."
김칠성이 잠자코 그를 올려다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모두 네 지휘를 받도록 했다. 이것은 형님의 명령이다. "
김칠성이 머리를 들었다. 놀란 듯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
"형님은요?"
강만철이 빙긋 웃었다.
"나는 여전히 네 형님이지. 애들의 지휘는 네가 하지만 나는 너에게 지시한단 말이다.
이것은 우선 내 밑의 애들과 네 부하들과의 단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김칠성이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김칠성은 조웅남의 오른팔이자 참모요 두뇌였다 따라서 조웅남의 부하는
모두 자신의 부하였으나 강만철 조직의 부하는 함부로 부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형평상으로도 네 조직이 내 조직보다는 크지 않니? 애들도 많고 말이다.
나는 네 고문 역할이 될 작정이다. 이것은 큰형님의 지시니까 그렇게 알도록 해."
김칠성이 머리를 끄덕였다.
상황이 심각한 데다가 강만철의 권위가 손상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김원국의 지시였으니 사양할 것도 없었다.
"형님,저도 말씀 드리려고 했던 것인데 형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듬을 것 없다. 우리는 모두 김원국 형님의 동생이야.
옛날로 돌아가는 거다. 결정은 형님이 하고 우리는 움직이면 된다. "
"알았습니다, 형님."
자리에서 일어선 김칠성은 방문을 열었다.
문 앞에 지켜 섰던 부하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백동혁이하고 고태석이를 들여 보내라."
강만철이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김칠성이 자리로 돌아와 앉는데 백동혁과 고태석이 방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굳어진 얼굴로 김칠성과 강만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거기 앉아라."
강만철이 옆쪽 자리를 눈으로 가리키자 그들은 조심스럽게 앉았다.
"너희들에게 말할 것이 있다.
오늘부터 내 조직원은 모두 여기 있는 칠성이의 지휘를 받는다.
나는 앞으로 직접 지시를 하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도록."
강만철이 한마디씩 자르듯 말하자
백동혁은 늘어진 눈꺼풀을 들어 올리면서 열심히 그를 바라보았다.
고태석은 강만철의 시선과 마주치자 탁자를 내려다보았다.
김칠성이 헛기침을 했다.
"그럼 오늘 같은 일도 생기지 않을 거야.
앞으로는 내 직접 지시만을 받고 움직일테니까. 알아듣겠어?"
"네, 형님 "
백동혁과 고태석이 동시에 대답했다.
김칠성이 머리를 』1덕였다.
"동혁이 너,태석이 부하한테서 전화를 받았다고 했지?구찌에서 만나자고 말이다. "
"네, 형님."
"누군지 확인하지도 않았단 말이냐?"
백동혁이 목을 늘어뜨렸다.
"네, 제 휴대폰 전화로 걸려 왔기 때문에."
"멍청한 놈, 네 휴대폰 전화번호는 회사 사람이나 거래처 사람 모두 알고 있는 것 아니냐?"
"그렇습니다, 형님."
강만철이 입맛을 다시면서 담배를 빼어 물고는 김칠성을 바라보았다.
김칠성이 머리를 고태석에게 돌렸다.
"너, 동혁이에게 직접 전화해 본 일 있어?"
고태석이 눈을 껌벅이며 김칠성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작년에 한번‥‥‥ 그럴 일이 별로 없어서요."
"이 새끼가 무슨."
김칠성이 눈을 부릅뜨자 고태석이 머리를 떨구었다.
"네놈들 두 놈이 사이가 나쁘다는 것은 밤거리에 있는 똘마니들까지 다 안다.
지금이 어떤 때라고 사감을 가지고 있어? 개새끼들 같으니."
김칠성이 머리를 돌려 강만철을 바라보았다.
"형님,어떻게 할까요?
제 생각은 이 새끼클 옷을 벗겨서 조직에서 내보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너희들, 여자 문제로 그런 거냐?"
강만철이 묻자 고태석과 백동혁이 일제히 상체를 세웠다.
고태석은 눈을 치켜뜨고 있었는데 백동혁은 얼굴이 금방 시뻘겋게 되었다.
"아닙니다, 그것이 아닙니다. "
고태석이 턱을 내밀고 말했다.
"그건 형, 형님께서 오해를 하신‥‥‥‥
더듬거리며 백동혁이 시선을 피하자 강만철이 머리를 」1덕였다.
"그럼 다행이구만. 만일 그랬다면 그 여자를 없애버리려고 했는 01."
이맛살을 찌푸린 김칠성이 강만철을 바라보았다.
"나한테 물어 볼 것 없는 일이야. 너한테 처분을 맡기겠어."
강만철이 소파에 등을 기대면서 말하자 김칠성이 그들을 둘러보았다.
"앞으로 한번만 더 그런 소문이 들리거나 또 서로 비협조적인 행동을 했을 적에는
내 손으로 네놈들을 죽이겠어. 이제까지 우리 조직에서 이런 일이 있던 적이 없다.
네놈들의 문제로 나나 만철 형님이 책임을 져야 된단 말이야, 이 새끼들아."
김칠성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알아들어?"
"네, 형님."
둘이 동시에 대답하자 강만철이 머리를 끄덕였다.
"큰형님도 알고 계시는 일이다.
그런 일로 너희들을 기억하게 하다니. 어쨌든 형님한테 너희들은 이름을 날렸다. "
고태석이 머리를 떨어뜨렸다.
옆에 앉은 백동혁은 손바닥을들어 얼굴의 땀을 세수하듯 씻어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서대식은 이철우의 옆으로 다가갔다.
"형님,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마 사모님께서 경찰의 감시가 귀찮으시니까 몸을 피하셨을지도 모률니다. "
창 밖을 바라보던 얼굴을 돌려 이철우가 서대식을 바라보았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내가 마누라 걱정하는 건 아니야. 내 생각엔 경찰에서 저쪽으로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 같다. "
"그럴 리가 있3R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대식은 서너 번 눈을 깜박이는 것이 자신없는 표정이다.
"그 시간에 감시하고 있던 수사관들은 지서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어.
한 놈도 남겨 두지 않고 말이야."
이철우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2월 하순이었다.
날씨는 포근했고 오후의 햇살이 건너편 빌딩의 유리창에 하앙게 반사 되고 있었다.
"애 엄마는 그날 저녁때 나와 통화를 했어. 옮긴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단 말이다. "
"형님, 만일 그렇다면‥‥‥‥
"할수없는 일이지. 기왕 일어난 일이야. 그것으로 어떤 변화도 있을 수가 없다. "
이철우가 힐끗 서대식을 바라보았는데 웃는 얼굴이었다.
서대식이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칠성이와 비긴 셈이구만. 각자가 인질을 잡고 있으니 ."
"형님은 그럼 김칠성이가 그랬다고 믿으십니까?"
"그놈밖에 없다. 그리고 경찰이 정보를 주었고."
"형님, 그렇다면 협상을 하시는 것이 ‥‥‥‥
"쓸데 없는 소리 ."
이맛살을 찌푸린 이철우가 눈을 부릅떴다.
"이건 김칠성이와 나와의 싸움이 되어 버렸어. 내가 먼저 그놈한 테 꼬리를 내릴 수는 없다. "
"형님, 그쪽은 사모님과 어머님, 그리고 애들이 있습니다. "
"비율이 문제가 아냐. 난 결코 그놈에게 자비를 호소하지 않겠다. "
몸을 돌린 이철우는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50평쯤 되는 사무실에는 대여섯 명의 직원이 앉아 있을 뿐이었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외출하고 없었다.
"이 일은 박 사장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해라."
이철우가 말하자 서대식이 머리를 』1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놈들이 그랬다면 이쪽으로 연락을 해올텐데요.
그때에는 모든 것을 알게 될 겁니다. "
"그렇겠지."
앞쪽을 바라보며 이철우가 입술만을 움직여 대답했다.
그의 시선끝은 박용근의 사장실에 닿아 있었다.
한동안 사장실을 바라보던 이철우는 발을 떼었다.
방으로 들어서자 안재일과 마주 앉아 있던 박용근이 머리를 들었다.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듯 얼굴이 찌푸려져 있었다.
"잘 왔어 마침 부르려던 참이야."
이철우는 잠자코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어제 저녁에도 세 명이 잡혔는데,
괜찮겠나?부상자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잡혀 가면 문제 아닌가?"
"염려하실 건 없습니다. "
"염려할 건 없다니?"
박용근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성질이 급한 데다가 혈압이 쉽게 오른다.
이철우는 그의 얼굴이 붉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봐, 아무리 훈련을 잘 시켰더라도 말이야.
경찰에 잡혔다면 차라리 괜찮아. 놈들한테 잡혔으니."
"경찰에 연락했으니까 곧 경찰이 인수해 갈 겁니다. "
박용근이 눈을 꿈벅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경찰한테 연락했다구?"
"네,김칠성의 양평 별장으로끌려 갔습니다.
아마 지금쯤 경찰이 별장에 들어갔을 겁니다. "
"그 동안 무슨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훈련이 잘된 놈들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말을 멈춘 이철우가 박용근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조직에 가입할 때 계약을 했기 때문입니다.
조직을 배신하거나, 정보를 누설했을 패는 가족이 그 대가를 받게 됩니다.
제처나 자식을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것보다도, 이쪽 작전이 조금 늦어지는 것 잘은데."
이철우가 안재일을 바라보았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주썬야겠는데. 분위기를 맞춰 주었으면 해서."
"우리가 늦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안재일이 눈샙을 치켜올렸다.
"우리는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
"그런 애매한 소리는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줘야 돼요.
예를 들어서 어젯밤의 사건도 직원들을 시켜서 시내에 좌악 깔리게 해야 한단 말이오."
이철우의 목소리가 딱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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