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3. 조웅남이 두 손으로

오늘의 쉼터 2014. 12. 4. 01:03

   3. 조웅남이 두 손으로

 

 

 

 

 

정기욱이 장안동의 실버 클럽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8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40대 초반의 나이였으나 짧은 머리에 어깨가 넓고 신장도 1미터 80센티미터가 넘는

건장한 체격이다

그가 턱을 치켜들고 클럽의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서 김동천이 서둘러 다가왔다.

"형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가죽 점퍼 차림의 그가 얼굴을 펴고 운었다.

"밀실을 준비해 놓았는데요."

김동천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정기욱은 좌우를 둘러보았다.

시장 입구에 있는 삼류 룸살롱이었으나 단골 손님들은 많은 편이었다.

복도의 좌우로 방들이 나란히 있었는데 안쪽에서 남녀의 웃음 소리가 떠들색하게 들려 왔다.

복도의 맨 끝 쪽에 있는 밀실은 방도 컸지만 방음 장치도 잘 되어 있어서 정기욱이 안으로

들어서자 주위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는 다부져 보이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상석에 앉았다.

짙은 눈썹에 다소 작은 듯한 눈의 끝 부분이 위쪽으로 치켜올려져 있어서

강인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강만철이하고 조웅남이가 독이 잔뜩 을라 있어, 볼만한 구경거리야. "

정기욱이 앞쪽에 조심스럽게 앉는 김동천을 향해 입술을 비틀면서 웃었다.

거칠고 양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롬들은 얼마 버티지 못할 거다.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김동천이 머리를 』1덕였다.

"저도 형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그리고 다른 애들도 열심입니다. "

서른여섯 살이 될 때까지 전과가 여섯 번 있었고 십년 가깜게 교도소 생활을 한 김동천은

처자식이 딸리지 않은 흘몸이었다.

"우리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기업체야.

이름만 말하면 어린아이도 아는 고위층들이 우리를 후원하고 있단 말이다.

서둘 것 없다. "

 

정기욱이 가죽 소파에 깊숙히 둥을 묻으며 웃었다.

"이제까지 정부에서 말로만 떠들었지 전과가 있는 사람즐에게 일할 기회를 준 적이

언제 있었단 말이냐? 이제는 그 기회가 확실하게 온 11야."

"형님이 대단하시니까요. 모두 형님이 여러가지로 손을 쓰셔서,"

"강만철이의 조직은 이제 가만두어도 깨지게 되어 있어.

그렇게 되면 밤의 세계는 무주공산이 된다.

그때에는 우리가 나서야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이며 김동천은 정기욱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정부 실력자들의 후원을 받아 전과자들을 고용하는 조건으로

유통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유통회사는 우선 어학 테이프를 취급하게 되지만 곧 모든 제품을 들여놓고 판매할 것이었다.

 정기욱과 십년 가깜게 형님 동생으로 지내 왔지만 그

가 이런 배경과 능력이 있다는 것은 뜻뷔이었다.

정기욱은 주로 해결사 노릇으로 한평생을 보내 왔는데

그 일에 대해서는 단연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었다.

특히 돈을 받아내는 데는 선수여서 그를 만난 채무자들은 학질을 듯이 돈을 갚아 주었다.

수입도 왜 짭짤했으나 그 동안 폭력과 사기, 다시 폭력 등으로 십여 차례 교도소를 들락이다가

최근에는 채무자가 고용한 저쪽 해결사를 때려 죽였기 때문에 3년 동안 교도소 밥을 먹고

지난 여름에 출소했던 것이다.

김동천은 그가 교도소에서 막강한 범털과 교제를 맺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정권 때의 세도가들이 교도소를 자주 들락이게 된 세상이다.

자주 들락이다 보면 범털과 우연히 친해지고 범털이 출소하여 후원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방문이 열리더니 지배인과 종업원,그리고 아가씨들이 들어섰다.

체중이 150킬로그램은 나갈 것 같은 지배인이 엎드리는 것처럼 정기욱을 향해 절을 했다.

그는 김동천의 후배였다.

 

"어어, 그래."

가볍게 머리를 끄덕여 보인 정기욱이 옆에 앉은 아가치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넌 이름이 뭐냐?"

"박주현이라고 합니다. "

긴 머리에 늘씬한 체격의 아가씨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허리를 굽혔다.

지배인에게서 단단히 교육을 받은 눈치였다.

 미니 스커트 밑으로 곧게 뻗은 다리가 정기욱의 시선을 끌었다.

"불편하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시면‥‥‥‥

입술을 우물거리면서 지배인이 정기욱을 바라보았다.

정기욱이 머리를 끄덕이자 어깨를 늘어뜨린 지배인은 몸을 돌렸다.

"오늘은 술맛이 제법 나겠군."

아가씨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정기욱이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운었다.

키크고 날씬한 여자를 좋아하는 그는 여자 까탈이 심한 편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파트너가 들어오면 지배인이나 담당 상무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오늘은 파트너가 단번에 마음에 든 모앙이었다.

"형님, 요즘 바쁘셨으니까 오랜만에 회포를 푸셔야죠."

정기욱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김동천이 말했다.

"그렇군. 빵에서 나오고 나서 오랜만에 물건을 만났구만."

어깨 위에 올려졌던 정기욱의 손이 여자의 가슴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여자가 상체를 조금 일으켜 세웠지만 거부하는 몸짓은 아니었다.

정기욱은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한모금에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힘이 센 놈이 이기는 세상이다. 의리가 밥 먹여 주고 신의가 재워주다"

술잔을 소리나도록 탁자 위에 내려놓은 정기욱이 김동천을 바라보았다.

"빵에서 나오고 나니까 다른 놈들은 모두 사장 자리에 앉아 있더구만.

더러운 놈들, 저회들의 언제부터 사장이라고."

"그럼요,사장이 따로 있습니까?"

두 손으로 술병을 쥔 김동천이 정기욱의 잔에 술을 채웠다.

정기욱이 지금 씹고 있는 것은 강만철과 조웅남 등이었다.

청부 폭력배로 일생을 보내 온 정기욱은 20대 초반부터 밤의 세계를

누비고 다녔으므로 조웅남 등과 안면이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기욱의 말대로라면 조웅남과 강만철 등은 그의 한수 아래 동생이었고

깅원국도 초창기에는 그에게 형님 소리를 붙였다고 했다.

그것을 확인하러 조웅남에게 갔다가는 맞아죽기 십상이었으므로 김동천은 한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 보냈었는데 요즘은 차츰 정기욱의 말에 무게가 실려져 왔다.

정기욱이 봉투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김동천의 앞으로 던져 놓았다.

"그것, 5천만 원이다.

수표 추적을 당하지는 않을 거야.

몇 번 돌리고 바긴으니까."

김동천이 상체를 굽혔으나 선뜻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애들한테 알아서 나눠 주어라.

곧 역삼동에 자리를 잡으면 빈손으로 움직일 수는 없지.

모든 일은 자금이 든든해야 돼."

"그러은요, 형님."

"조웅남이나 강만철이를 걱정할 것 없다. 그것은 모두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네, 형님 ."

김동천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쳐 봉투를 집고는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부하들이 좋아할 것이다.

조웅남이나 강만철은 이제 전과자들을 사람 취급 하지 않았다.

저회들의 옛 시절을 까맣게 잊은 채 이제 그들이 부하로 채용하는 놈들은

정규 대학을 졸업한 멀대 같은 놈들 조웅남이 두 손으로 101 이었다.


물론 그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그런 인력을 필요로 하기는 했다.

그러나 사기나 청부 폭력, 또는 특수 절도 등의 전과가 있는 사람들은

그들 업체의 사원으로 가능한 한 고용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염려 마십시오, 형님. 애들도 사기가 이만저만 높은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이렇게 생활비까지‥‥‥‥

김동천은 목이 메었으므로 침을 끌어 모아 삼켰다.

휴대폰이 울렸으므로 김칠성은 스위치를 켰다.

승용차는 테혜란로를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여보세요."

"김칠성씨?"

낯선 사래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누구시오?"

"그건 알 것 없고, 너한테 좋은 소식을 전해 주려고."

김칠성이 휴대폰을 움켜쥐고는 와락 이맛살을 찌푸렸다.

"말해 봐라."

직감으로 상대방이 업체들을 습격한 일당의 한 명이라고 짐작이 갔다.

놈들은 휴대폰 번호까지 알고 있는 것이다.

"네 마누라를 우리가 데리고 있어. 아이 이름이 영옥이라고 하던가?

걔 우유를 못 먹였다고 울고 있던데."

아랫입술을 깨문 김칠성이 앞쪽에 앉은 부하의 됫머리를 노려보았다.

사내가 말을 이었다.

"네가 애들을 배치시켜 놓느라고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건 안다 바쁘겠지.

그리고 네 마누라의 목숨보다도 네 조직이 우선이겠고."

"잘 아는군 "

가라앉은 목소리로 김칠성이 말했다.

그는 손바닥으로 이마에 배인 땀을 썬어내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전할 말이 그것뿐이면 끊어라."

"네 마누라를 밤새도록 돌릴 작정인데, 그래도 상관 없겠지,물 론?"

"그래, 맛이 잰찮을 거다. "

스위치를 끈 김칠성이 써깨를 굳히고 앞쪽을 보자

시선을 느긴 모양인지 부하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김칠성은 휴대폰의 스위치를 켜고는 다이얼을 눌렀다.

입술이 말라 왔으므로 혀로 입술을 축이고는 휴대폰을 귀에 대었으나

신호가 몇 차례 울리고 나서 저쪽은 자동으로 벨 소리가 끊겼다.

스위치를 끈 그는 다시 다이얼을 눌렀다.

이번에는 세 번 만에 저쪽에서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아아, 김 서방. 마침 전화 잘해 주었어."

장모의 서두르는 듯한 목소리에 김칠성은 침을 삼켰다.

"세라가 여기 왔었는데 아까 저녁때 영옥이 줄 우유 사러 간다고 나가더니

들어오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던 중이야. 자레한테 가지 않았어?"

"그게 몇 시쯤입니까?"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김칠성은 배에 힘을 주었다.

"그게 6시 조금 전이야. 벌써 네 시간이나 되었는데, 연락도 없고 말이야."

"별일 없겠지요."

"아니, 이 사람아, 그래도."

"곧 연락이 갈 겁니다. 친구 집에 갔는지도 모르고."

"애 우유 먹이려다가 친구한테 가?"

"제가 알아 보TE습니다. 염려 마시고 계십시오."

스위치를 끈 김칠성은 한동안 눈을 깜박이며 앉아 있었다.

승용차는 극장식 나이트 클럽인 파타야의 정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김칠성의 승용차를 선두로 세 대의 대형 승용차가 들어서자

정장차림의 사내 서너 명이 바쁘게 다가왔다.

"애들을 배치시켜라."

김칠성이 앞자리에 앉은 백동혁을 향해 짧게 말하자

그가 몸을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형님은 내리시지 않습니까?"

"난 여기 앉아 있73다. "

차가 멈추자 백동혁은 군말없이 내리더니

뒤차에서 쏟아져 나온 부하들을 끌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김칠성은 휴대폰의 스위치를 켜고 다이얼을 눌렀다.

"여보셔."

조웅남의 거친 목소리가 금방 들려 왔다.

"형님. 접니다. "

"그려, 어딨냐?"

"파타야에 있어요."

"쪼끔 전에 경찰청에서 댕겨갔어.

이 총경허고 유 경감은 그렇게 생각허지 않는 것 같은디

높은 놈들은 우리를 의심허는 모냥여."

"깜깝혀서 흔났다.

좌우당간 이 일을 해결헐 사람은 우리밖에 음어, 안 그러냐?"

"01. "

"너, 밥 먹었냐?"

"01. "

"거그서 술 한잔 먹어라."

스위치를 끈 김칠성은 다시 스위치를 켜고는 다이얼을 눌렀다.

휴대폰을 귀에 댄 그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여보세요."

신호가 떨어지자 그가 소리치듯 말했다.

"영만이냐? 나다.

지금 즉시 애들을 편성해서 웅남이 형님하고 만철 형님 집으로 보내라.

증원시키란 말이다.

그리고 간부급 부인들도 마찬가지다.

인원이 닿는 대로 두어 명씩 경호원을 증원시켜."

잠시 숨을 가라앉힌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 휴대폰은 지금부터 꾼는다.

 나한테 연락할 일 있으면 동혁이 휴대폰으로 하도록 모두에게 그렇게 전해라."

스위치를 끈 김칠성은 휴대폰을 옆쪽으로 내던지고는 차의 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얼굴에 부딪쳐 왔으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한 얼굴로 김칠성은

 파타야의 현관으로 들어섰다.

옆쪽에 벌려 섰던 서너 명의 사내들이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랐다.

"여자는 보통이 아닙니다. 방에서 얌전히 있다고 합니다. "

안재일이 국을 떠 입에 넣으면서 말을 이었다.

"밥도 국도 잘 먹고 앙탈하지도 울지도 않는다고 해요.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입니다. "

박용근이 젓가락으로 장조림을 집다가 힐끗 안재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잠자코 음식을 씹는다.

베란다의 유리문을 통해 아침 햇살이 환하게 집안을 비추고 있었다.

유리창 바깥으로 검고 앙상한 나무숲이 보였다.

밤 사이에 내린 횐 눈이 드문드문 가지에 얼어붙어 있었다.

"김칠성이는 보통놈이 아닙니다.

 이철우는 아무 소리 안하지만 부하 한 놈이 잡힌 것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

"빠정꼬를 하다가 잡혔다면서?"

밥을 삼킨 박용근이 묻자 안재일이 입맛을 다셨다.

"놈이 빠정꼬에 미쳐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없습니다

그놈은 이철우와 제 동료 한 놈의 인적 사항밖에 모릅니다. "

수저를 내려놓은 박용근이 숭능 그릇을 들었다.

번들번들 윤이 나는 얼굴이었고 입술은 붉다.

"놈들의 조직은 무너지게 되어 있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우리란 말이다. "

숭능 그룻을 든 채 그가 말했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을 보고 업체 사람들의 가슴이 선뜻해졌겠지.

이제는 조웅남이나 강만철이가 그들의 보호자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 하게 되었을 거다. "

숭능을 맛있게 들이마신 박용근은 그룻을 내려놓고 수건으로 입가의 물기를 닦았다.

"그까짓 조무래기 한 놈이 잡힌 걸 가지고 신경쓸 것 없다.

놈들이 죽이건 살리건 마음대로 하라고 해."

"저 계집도 문젭니다.

김칠성이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는데요.

아예 휴대폰도 꺼놓아서 받지를 않는답니다. "

"그건 이철우더러 알아서 하라고 해 "

안재일이 눈을 껌벅이며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철우는 무자비한 녀석입니다, 사장님."

"알고 있써.놈이 야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놈은 군대 체질이야.

보스가 되고 싶겠지. 하지만 결국 제 한계를 알겠지."

"이무섭씨가 이철우에게 지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그럴 리가 없다. "

박용근이 머리를 저으며 웃었다.

"이무섭씨하고는 십여 년 알고 지낸 사이야.

내가 허수아비 노릇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 것이다. "

"네가 이철우를 견제하듯이 이철우도 마찬가지의 감정일 것이고,

너희들은 결국 좋은 콤비가 된다. 조웅남이나 강만철이처럼."

"이무섭씨와 나와의 관계도 그렇다.

그는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나는 장사꾼이어서 실리를 챙기지,

우리는 서로의 강점을 살려나갈 것이다. "

"이루고 나서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

박용근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이야기했지 않아?

우리는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우리 둘 중 하나가 없어지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것을 이철우도 알고 있을 거야."

이철우는 군대 시절 이무섭의 부하였던 것이다.

이번 일의 계획을 세우면서 이철우는 박용근의 심복으로 보내졌었다.

"김원국의 조직이 의리와 신의로 맺어졌다면 우리는 이해와 타산으로 맺어진 조직이다. "

박용근이 의자에 둥을 기대면서 안재일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두고 보아라.

어디에 허점이 먼저 생기는가를 의리나 신의는 이해와 타산 때문에 깨어지지만

이해가 맞고 타산이 좋은데 의리나 신의를 찾는 사람이 이 땅에 남아 있을 것 같으냐?"

박용근이 스스로의 말에 대답하듯이 머리를 저었다.

"나와 이무섭, 나와 너, 그리고 나와 이철우, 그리고 너와 이철우 등은 이해와 타산으로

꼼꼼하게 맞물려 있다.

우리처럼 철저한 조직,필요에 의한 행동을 놈들이 할 것 같으냐?

나와 이무섭은 그것을 예상한 것이다. "

식탁에서 일어선 박용근은 베란다로 다가가 유리창 밖을 바라보았다.

과천 근처에 있는 널찍한 이충 양옥이었고 이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정원에는 군데군데 눈더미가 보였다

그러나 햇살이 환하게 내려 쪼이고 있어서 바깥이 추워 보이지는 쟈았다.

바닷바람이 장작불을 세차게 타오르게 하면서 불꽃이

검은 하늘 위로 살아 있는 은충처럼 날아올랐다.

김원국은 나무 의자에 장민애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1들의 주위로 수백 명의 원주민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었는데

이제 마악 그들의 합창이 끝난 참이다.

왼쪽에 앉은 노인 그룹에서 무어라고 소리를 지르자 바다 쪽이 소란스러워졌고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그러자 북이 울리며 머리에 털 장식을 한 사내를 선두로 십여 명의 원주민이 나타났다.

모두 허리만 헝겊으로 가린 알몸이었는데 팔과 다리에는 사슬과 조개를 이은 장식물을

걸치고 있었다.

머리 장식을 한 사내는 얼굴에 횐 칠을 해서 두 눈과 입 부근만 벌겋게 드러나 있다.

북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나무통을 깎아서 빈 공간을 만들고 겉껍질을 두드리는 소리여서 여운은 짧으나 소리가 맑다:

여러 개의 북은 나무의 규격도 달랐지만 고수들이 두들기는 힘과 간격이 제각각이어서

처음에는 귀만 어지러웠을 뿐이었다.

김원국은 고수들을 눈여겨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의 북소리에는 관심도 없는 듯 열심히 두드리는 늙은 원주민이 내는 소리와

그 옆의 고수가 내는 소리가 화합하고 있었다.

그는 머리를 들었다.

십여 명의 원주민을 이끌고 모래밭 위를 껑충껑충 뛰는 사내를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으나,

집안일을 맡아 하는 후마였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20대 중반은 되었을 것이다.

건장한 팔다리를 뽐내듯 남보다 한뼘씩은 더 높게 뛰어오르면서 입으로는 괴성을 뱉어내고 있다.

모래밭의 한복판에는 통나무 장작을 지펴 놓아서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고 장작불을 중심으로

원주민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섬에 사는 주민들은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

뒤쪽 어둠 속에서는 아이들이 뛰놀고 두어 명씩 잡담하고 있는 무리들도 보였다.

바다 쪽으로 놓여진 나무받침 위에는 삶은 통돼지가 여러 마리 놓여 있고 고기를

기름 에 튀기는 냄새가 바닷바람을 타고 섬 전체에 퍼져 나갔을 것이다.

김원국이 옆에 앉은 장민애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이 사람들의 춤과 음악은 이렇지 않았어. 느리고 약했지.기억나?"

장민애가 머리를 끄덕였다. 한쪽으로 불빛을 받은 그녀의 옆모습이 뚜켠이 드러났다.

"어두웠어요. 그리고 조용했고."

"그뻔 병들고 가난한 섬이었지. 저렇게 뛰어오를 만킁 잘 먹지도 못했어."

괴성을 질러 대던 후마가 원주민들을 이끌고 물러나자

이젠 나무 지팡이를 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지팡이로 모래밭을 두드리며 노래를 시작했다.

원주민 여인들이 나무 그룻에 음식물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

그들은 그룻들을 발밑에 내려놓고는 잠자코 물러났다.

"저들의 노래는 우리들이 태양처럼 오래 살라는 내용이야."

나무 그룻을 들어 야자수로 만든 술을 한모금 삼킨 김원국이 만족한 듯 웃었다.

"보답을 받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

장민애가 그에게서 시선을 몌어 옆쪽을 바라보았다.

오함마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알록달록한 셔츠 차림에 햇볕에 탄 얼굴이 원주민들처럼 반들거렸다.

일년에 반쯤은.서울 생활을 하고 나머지 반은 이곳 만탄 섬에서

보내는 오함마는 원주민 여자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3년 동안 한번도 민희정을 이곳에 데려오지 않았다.

"형님, 조금 전에 칠성이한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

그렇게 말하면서 오함마가 그의 옆쪽에 섰다.

머리를 』I덕인 김원국이 장민애를 바라보았다.

"나, 잠간만."

김원국이 앞장을 서서 원주민 사이를 빠져 나가자 오함마가 뒤를 따랐다.

그들은 모닥불꽃과 그 불꽃을 둘러싼 검은 무리가 저만큼 보이는 풀밭에 섰다.

근처에서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지만 이제는 귀가 멍멍한 소음과는 떨어진 곳이다.

오함마가 입을 열었다.

"한 놈을 잡았는데 예비역 하사랍니다.

특공대 출신이라더군요.

시킨 놈을 알아냈는데 역시 특공대 출신의 예비역 소령입니다. "

김원국이 잠자코 모닥불꽃을 바라보았으므로 오함마가 계속 말을 이었다.

"어젯밤 또 습격을 당했습니다.

콘티넨털의 오 사장이 중상을 입었고, 세 군데의 업체 대표자와 간부들이 모두 중상입니다. "

"이철우라고 합니다.

소령 출신의 이름입니다.

칠성이가 놈의 집에 사람을 보냈는데 주민등록만 그렇게 해놓고 있었답니다.

딴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군요. 그놈 부모의 집도 마찬가지였답니댜."

노래 소리가 밤하늘로 퍼져 나가다가 이윽고 그쳤다.

그리고는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이쪽저쪽으로 분주히 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음식을 먹는 것이다.

"그런데 놈들은 사건을 일으키고는 언론에게 알려 주는 모양입니다.

사건이 즉각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여론이 뒤숭숭해지고 업체들도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는군요."

"경찰은?"

김원국이 짧게 묻자 오함마가 머리를 저었다.

"아직 손을 못 쓰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뒤만 따라다녀서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고."

"알았다. "

"형님, 전화를 받아 보시지요.

만철이 형님도 형님과 통화를 하고 싶으시다고‥‥‥‥

입맛을 다신 김원국이 다시 모닥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희들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놈들의 배후가 무엇이건 우리가 정의다.

밤의 세계를 밝계 해놓은 것이 우리야. 우리가 이긴다. "

김원국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히 날 찾는 거야. 놈들은 내 가치를 나에게 알려 주고 싶은 모양인데,

착각을 하고 있어. 난 이곳에서 못질을 해서 학교를 짓고 병원을 짓는 일에 만족하고 있어.

나는 싸움이 없는 곳에서도 새로운 내 가치를 찾는단 말이다. "

"형님, 만철 형님은 형님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

"놈들이 날 의지하는 척하는 거야. 내가 없다고 생각하고 일하라고 해."

김원국은 몸을 돌렸다.

입맛을 다신 오함마가 물끄러미 그의 됫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강만철이 앞자리에 앉은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함마 이놈도 형님 물이 들었는가 봐. 이 일에 신경쓰는 것 같지도 않01. "

"내싸둬 . 거그서 깨벗고 살라고."

조웅남이 입술을 부풀리며 눈을 부릅떴다.

"경찰헌티 이철우 얘기를 했응게 그놈은 지명수배 되얀을 것이고,

인자 꼬랑지를 잡었다. 안 그러냐?"

머리를 끄덕인 강만철이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오전 1 1시가 되어 있었다.

어젯밤에 한숨도 자지 못한 때문인지 머리가 무거웠고 두 눈이 쑤셔 왔다.

놈들이 오늘 일제히 무슨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쪽이 단단히 벼르고 있기도 하지만 경찰 또한 긴장해 있기 때문이다

입맛을 다신 강만철이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경찰은 유흥업소 주변은물론이고 시내 곳곳에 깔려 있었다

그들은 이쪽이 피해자고 놈들이 가해자라는 의식이 없다.

똑같은 폭력조직 사이의 암투로 간주하고 있었는데

이것에 대해서 항의할 만한 명분이 없는 것이다.

강만철이 흔잣말처럼 말했으므로 조웅남이 머리를 들었다.

"무신 말이여? 그러은 갸들이 공무원이라도 된단 말이여?"

"아직 알 수가 없지만 어쩐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

뭐라고 말을 받을 줄 알았던 조웅남이 눈을 껌벅이며 강만철을 바라볼 뿐 입을 열지 알았다.

폭력조직의 족보를 모조리 외우다시피 하고 있는 조웅남이었다.

최한성이나 이철우는 이제까지 그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놈들인 것이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고태석이 들어섰다.

"형님, 대한일보에서 취재 나온 기자가 』층에 묵고 있습니다. "

방안의 분위기가 무거운 것을 느긴 고태석이 선 채로 그들을 바라 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형님?"

"도대치 뭘 취재하겄다는 거여?"

조웅남이 턱을 치켜들었다.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얼굴이다.

"골치 아프다. 무신 수단을 쓰더라도 쫓아내여, 어서."

"아니, 잠간만."

강만철이 한 손을 들어 보이면서 고태석에게 몸을 돌렸다.

"취재 기자라니? 이번 사건을 취재한단 말이냐?"

"네, 형님 지배인한테 사장님 면회를 요청했답니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구요."

"지랄허고 자빠졌네 ."

조웅남이 입술을 비틀면서 얼굴을 옆으로 돌렸으나 강만철이

눈살을 좁히면서 앞쪽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그놈을 데려와라."

"무신 소리여?"

조웅남이 와락 이맛살에 주름을 잡았으나 강만철이 내쳐 말했다.

"내가 생각이 있어서 그래. 어서 그놈을 데려와."

"여잡니다, 형님. 여기자인데요."

"얼씨구."

조웅남이 코운음을 쳤을.

"여자고 남자고 상관없다. 데려와."

강만철의 베어 던지는 듯한 말에 고태석이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야, 기자 데려와서 어쩔라구 그려?그것들이 무신 쓸디가 았다고?"

마땅찮은 듯한 얼굴로 조웅남이 투덜거렸으나 강만걸은 입을 열지 않았다.

다시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고태석이 젊은 여자 한 명을 데리고 들어섰다.

여자는 조금도 망설이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고태석의 뒤쪽에서 성큼 나섰다.

"저, 대한일보 사회부의 이재영 기잡니다. "

"아, 잘 오셨어요. 여기 앉으세요."

"고맙습니다. "

강만철이 손으로 가리킨 소파에 앉은 이재영은 얼굴에 웃음을 띄고 말했다.

"조웅남 사장님이시고 강만철 사장님이시지요?"

"그래요, 잘 아시는군."

"사진에서 뵈었어요, 신문사에서."

"허어, 그래요? 우리도 왜 얼굴이 팔린 모양이로군."

조웅남은 그들의 수작을 바라보면서 내내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이재영이 커다란 헝겊 가방에서 녹음기와 필기 도구들을 꺼내어 들었다.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쁘실텐데 될 수 있는 한 빨리 끝내3a어요."

"아니 우린 시간이 있으니까 서두르지 말아요."

강만철이 힐끗 옆쪽에 서 있는 고태석을 바라보았다.

"자넨 나가 봐, 여긴 우리에게 맡기고."

고태석이 힐끗 이재영을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시선은 그쪽으로 갔지만 강만철의 행동이 어쩐지 찜찜한 모양이었다.

김칠성이 호텔에 들어왔을 때에는 12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사무실의 책상에 앉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교환을 통한 구내 전화였다.

한동안 벨이 울리는 전화기를 노려보던 김칠성은 마침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김칠성씨. 나, 이철우인데."

김칠성이 눈을 치켜떴다.

"내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 거야."

사내가 웃음 늰 목소리로 말했다.

"휴대폰 전화를 안 받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냐, 이 사람아."

"넌 곧 잡힐 것이고 그땐 내 손에 죽는다. "

김칠성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네 처자식이나 네 에미를 먼저 찾는다면 그것들도 내 손에 갈기 갈기 찢겨 죽을 것이다. "

"대단하군. 하지만 그것이 네 뜻대로 되나?"

"너, 내 여편네를 데리고 있다고 그러는 모양인데."

김칠성이 눈을 부릅뜨고 입술에는 웃음을 띄었다.

"잘 새겨들어. 나는 여편네를 버렸고, 아울러서 내 목숨도 버렸다.

네놈의 에미나 처자식을 찾아 죽일 때까지만 산다. "

"세금을 입금시켜라. 그리고 내가 곧 팩스로 업체들의 명단을 보낼테니까

그 업체들에게 세금을 내라고 지시해."

"미친 놈!"

김칠성이 턱을 들고는 입안을 보이면서 웃었다.

"개수작 말고 내 여편네부터 죽여라,"

"곱게 죽이지 않을 거야."

이제 이철우의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틱을 내린 김칠성의 얼굴도 벽돌처럼 굳어졌다.

"마음대로."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칠성은 한동안 앞쪽을 노려보았다.

빈 방안이었으나 바깥의 소음이 희미하게 들려 오고 있다

전에는 웃음 소리와 커다랗게 지껄이는 소리도 간간이 들려 오던

바깥 사무실이 이제는 발자국 소리와 문 여닫는 소리만 들려 왔다.

이윽고 시선을 내린 김칠성은 수화기를 쥐었다.

다이얼을 누르면서 아랫입술을 물었다.

저쪽에서 곧 신호음이 들려 왔다.

"여보세요."

"장모님, 접니다. "

상체를 숙이며 김칠성이 가볍게 말했다.

"응, 그래. 영옥이 엄마는 흥콩에 도착했나?"

그녀가 대뜸 물었다.

"아닙니다, 아직."

"영옥이는 잘 놀고 있어. 하지만 에미가 빨리 돌아와야 할텐데."

"곧 돌아옵니다. "

"그나저나 이 사람아,
우유 사러 나간 사람을 옷도 갈아입지 못하게 하고 홍콩에 심부름을 보내다니."

"급한 일이 있어서요."

"걔도 그렇지, 집에다 전화 한 통 안하고 가는 애가 어디 있어?"

"제가 해드린다고 했던 것이 그만‥‥‥‥

"어쩠든 영옥이는 걱정 말아."

"잘 부탁합니다, 장모님."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칠성은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뱉어내었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고는 백동혁이 들어섰다.

손에는 횐 종이가 쥐어져 있다.

"형님,놈들한테서 팩스가 왔습니다.

업체 이름하고 금액만 적혀 있는데요."

그가 탁자 위에 내려놓은 팩스 용지에는 얼핏 보아도 백여 군데는 될 성싶은 업체 이름들이 적혀져 있었다.

서울에 있는 굵직굵직한 유흥업소와 호텔, 백화점 둥이 망라되었는데

조직이 운영하는 곳은 10분지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걸 날더러 어쩌란 말이야?"

김칠성이 눈을 치켜뜨자 백동혁이 한걸음 다가섰다.

"제가 놈들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팩스를 형님한테 드리면 된다던 데요."

"그래, 받았으니 너는 나가 봐."

백동혁이 갈매기 날개 같은 눈쌥을 치켜올렸다.

얼굴의 표정이 나무 판자처럼 굳어 있었다.

"형님, 형수씨를‥‥‥‥

"들었나?"

김칠성의 시선을 받자 백동혁이 머리를 떨구었다.

"네, 형님.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너 외에 아는 놈이 누구야?"

"없습니다. "

"죽여 버리기 전에 입다물어 ."

"네, 형님 하지만‥‥‥‥

"그 일에는 입을 다물라고 했다. "

아랫입술을 혀로 축인 백동혁이 입을 다물고 침을 삼켰다.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큰형님의 일이었는데."

김칠성이 앞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여자 때문에 조직이 흔들리면 안돼. 설령 마누라라고 해도."

"그러니까 놈은 제 마누라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말이로 군."

박용근이 이철우를 바라보았다.

비대한 몸을 가죽 소파에 깊숙히 파묻고 앉아 있었는데

그의 흐린 눈동자는 마치 생선의 튀어나온 눈 같았다.

"그렇다면 할수없지. 이왕 잡아 놓은 년이니까 없애 버려 .

살려서 내보낼 수는 없는 노룻이니까."

"알겠습니다. "

이철우가 머리를 끄덕이며 그의 시선을 받았다.

"놈들은 초히려 업체들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사장님 ."

"지독한 놈이로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제 여편네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니 ."

입술 끝만을 움직여 박용근이 말했다.

"당해 보면 실감이 나겠지."

"경찰이 저를 찾고 있습니다.

 놈들이 저에 대한정보를 럼겨 주었기 때문인데요.

면목이 없습니다. 사장님."

이철우가 다부져 보이는 얼굴을 들었다.

잠을 못 잔 탓인지 두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그 최 뭐라고 하는 놈 빠찡꼬에 미쳐서 꼬리를 잡히다니, 뒈져도 할 수 없는 놈이야."

"자네, 근래에 이 대령을 만난 적 있나?"

"없습니다. "

"뒤는 모두 그 사람이 봐주기로 했어. 그러터까 다른 걱정 하지 말고 ."

박용근이 비대한 몸을 움직여 탁자 위에 놓인 담배를 집어 들었다 마악 점심을 끝내고

사무실에 들어온 참이어서 얼굴에는 기름기가 번질거렸고 입술은 붉다.

"자네하고 이무섭씨하고는 군 시절에 직접 상하관계였고

그 사람 추천으로 자네가 나하고 일하게 되었지만, 이제 자네의 상관은 나야. "

"할고 있습니다, 사장님."

"자네는 내 지시만을 받으면 돼."

"물론입니다, 시장님."

"조직의 표면에 나타나는 것은 나란 말이네, 이무섭씨는 내 후원자일 뿐이지."

박용근이 담배 연기를 앞쪽으로 내뿜었다.

연기가 이철우의 상반신에 부딪치며 흩어졌다.

"자레는 너무 빨리 노출되었어. 그래서 일정을 앞당겨야 되겠어."

"놈들의 조직은 거대하지만 중심이 없어. 조웅남이나 강만철, 최충식 등이 있지만

이제 그놈들은 현장을 떠난 상황이야. 의욕이 남아 있을지는 몰라도 말이야.

움직일 수 있는 놈들은 몇 놈밖에 안돼 "

박용근이 한마디 한마디를 힘을 주어 말했다.

"우선 놈들의 손발을 잘라 놓고 나면 머러는 힘을 못 쓰는 법이지.

그놈들은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될 거야. 이기는 것이 정의라는 사실을 말이야."

박용근이 입술을 부풀린 듯한 모습으로 웃었다.

"이것은 전쟁이야.깡패 새끼들은 칼 대 칼,주먹 대 주먹으로 싸우면서 상대방이

주먹이면 이쪽이 칼을 든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비겁하다고 할 거야.

하지만 우리는 아냐. 놈들보다 우수한 무기를 가지고 제압해야 돼.

왜냐하면 우린 전쟁을 하는 것이니까."

박용근의 방을 나온 이철우가 서초동의 좁은 골목 안에 있는 양옥 집에 도착했을 때는

두 시간이 지난 오후 3시경이었다.

그가 철제 대문 앞으로 다가가자 덜커덩거리며 문이 열렸다.

안에서 부하가 바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현관으로 들어선 그는 응접실의 소파에서 일어서는 건장한 사내에게 물었다.

"별일 없나?"

"이상 없습니다. "

이철우가 소파에 앉자 사내는 머리기름을 바른 머리칼을 버룻처럼 쓸어 올리며 앞자리에 앉았다.

"형님의 사진이 각 경찰서에 배포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겠지요?"

그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이철우가 머리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걱정할 것 없다. "

"시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모님한테서요. 전화해 달라고 하시던데요."

"형님, 지하실에 있는 여자는 어떻게 할까요? 오늘로 사흘째가 됩니다만‥‥‥‥

머리를 든 이철우가 서대식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드럼통 하나 찾아와. 거기에다 담아서 바다에 버려야지."

시선을 떨어뜨린 서대식이 머리를 」1덕였다.

"앞으로 살벌해지겠군요."

"예상했던 일이야."

"이 대령님한테서 가져온 물건, 보여 드릴까요?"

이철우가 머리를 』I덕이자

서대식은 탁자 밑에 놓아둔 표면이 단단한 가방을 들어 올려놓았다.

그가 뚜껑을 열자 안에 든 내용물이 보였다.

"총번을 없앴습니다. 모두 다섯 정인데요. 실탄은 따로 받았는데 500발쫄 됩니다. "

그의 말을 들으며 이철우는 권총 한 정을 손에 쥐었다.

신형 모제르였는데 탄창에는 열 발이 장전되고 연발 사격이 된다.

그의 손에 익숙한 권총이었다.

"앞으로 이 대령님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알고 있어."

한 눈을 감고 손에 쥔 권총으로 문 쪽을 겨누면서 이철우가 대답했다.

"박 사장도 그걸 강조하더구만. 내가 이제는 그 사람의 부하라고 말이야."

방아쇠를 당기자 찰칵 하며 노리쇠가 공이를 쳤다.

"이건 특종이에요, 부장님. 강만철씨가 고백한 조직사회의 진상입니다. "

이재영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긴 머리칼을 뒤쪽에서 고무줄로 질끈 동여매었고 회색 재킷과 바지 차림이었다.

"뜻밖이었어요. 그들이 이런 사실을 털어놓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거든요.

저는 면회도 안될 줄 알았어요."

사회부장 안청준이 프린트된 원고에서 머리를 들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특종에 틀림은 없어. 하지만 일단 경찰측에 연락을 해보는 게 낫겠어.

 내가 경찰청에 ‥‥‥‥

"안됩니다, 부장님."

이재영이 그의 말을 잘랐다.

두 눈을 반짝이며 안청준을 쏘아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경찰이 어떻게 나올지는 뻔해요.

사실 확인이 될 때까지 보도를 삼가해 달라고 할 거예요."

"이건 일방적으로 강만철의 입장만 보도해 주는 거야.

이철우란 사람이 범행을 저질렸다는 증거도 불충분하고."

"경찰에 알아 보았어요. 그들도 이철우를 찾고 있습니다. "

"웅의자로 찾고 있는 거야.

이재영씨의 기사는 강만철의 조직이 무장 폭력배의 일방적인 공격을 받아서

밤의 세계를 보호한다는 변호성 기사로 보여. 객관성이 부족하단 말이야."

"그들의 배후에 무엇인가가 있어요.

아철우는 하수인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

입맛을 다신 안청준이 이재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남자 같은 자세로 이재영은 어깨를 펴고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 앉아, 이 기자."

턱으로 앞쪽 의자를 가리켜 보인 안청준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창가에 놓인 커피 포트로 다가갔다.

"커피 한잔 어패?"

"좋아요, 블랙으로 마시겠어요."

"알고 있어."

안청준이 커피잔을 들고 와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강만철과 조웅남은 정의의 편에 선 밤세계의 보호자가 되어 있더구만. "

탁자 위에 엉덩이 한쪽을 걸친 안청준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불의의 무리들이 밤의 세계를 어지럽히려 하고.그렇지 eot?"

"실제로 그래요,

부장님. 지금은 업체들이 세금 명목으로 내는 돈도 없습니다.

조직간의 싸움도 없어졌구요.

 밤의 세계는 이제 양성화 되었어요.

그런데 새로운 조직이 출현한 려니다. "

"세금이 없어졌다지만 그것은 표면에 나타난 부분이야.

업체들의 관리자급은 대부분 그들의 조직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관리자들에게 나가는 월급이 세금이란 말이지."

이재영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해할 수 없군요.
저는 그들이 정상적인 노동 행위와 사회 활동을 하고 받는 보수라고 생각했는데."

안청준이 머리를 저었다.

"조직원이 아닌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유사시에는 조직의 명령에 따라야 돼.

김원국의 지배를 받고 있단 말이야."

"김원국씨는 지금 손을 몌고 인도네시아의 섬에 있습니다. "

"원격 조정을 할 수 있어. 현대는 무선 전신의 시대야."

"불신하시는군요, 그들을."

"난 내 자신을 객관적인 사고로 단련시켜 왔다고 믿고 있었는데."

안청준이 얼굴에 주름살을 만들면서 웃음을 띄었다.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은사건을 강만철의 말만 믿고 불의의 세력이

밤의 세계를 혼란시킨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낼 수는 없어,

위에서 좋아하지도 않을 것이고."

눈썸을 치켜올린 이재영의 시선이 안청준의 이마 위에 멈추었다.

화장기가 없는 얇은 입술이 굳게 닫혀 있었는데

이윽고 한쪽 끝 부분이 비틀어 올라가더니 입이 열렸다.

"부장님의 객관성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상황과 흔합된 내용이었군요.

정부측이 이런 기사가 나가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이

차라리 나았을 건데요."

"특종은 무조건 깜짝 놀란 만한 사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01. "

안청준의 잔잔한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수없는 특종을 날린 시절이 있었던 그였다.

"나는 5대 신문사의 하나인 대한일보의 사회부장이야.

무조건 보도만 하는 것으로 그칠 수는 없어.

책임을 져야 하고 때로는 독자들을 이끌어가야 할 의무도 있어.

나는 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정권을 불신하게 할 수는 없어."

"독자들은 알 권리가 있고, 판단은 스스로 할 거예요."

이재영의 말투에 기력이 떨어져 가는 것이 드러났다.

이제 시선은 그의 어깨 옆쪽으로 비껴나 있었다.

이런 화제로 그를 당할 수는 없다는 선입견도 있는 데다가

가슴이 이미 실망감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밤의 세계에 대흔란이 오고 있다.

주도권을 탈취하려는 새로운 조직의 실체는 무엇이가?

배경은 누구인가?

20여 건의 테러 모두 강만철과 조웅남의 그룹을 목표로 한 계획적인 공격이었다. "

안청준이 원고를 들고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배후에 거대한 음모와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그 일부분이 드러났다. 이철우는 누구인가?"

읽어 내려가던 이청준이 힐끗 이재영을 바라보았다.

"예비역 소령, 특공대장 경력의 그는 왜 이 일에 뛰어들었는가?"

읽다 만 원고를 탁자 위에 던져 놓은 안청준이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이건 군을 상대로 하는 폭발성 보도야.

작년만 해도 별이 50개가 넘게 떨어져 나갔어.

그들을 공공연한 반정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있어, 당신 기사에는."

"어쨌든 경찰청의 높은 사람하고 상의를 해봐야겠어. 그때까지 참아, 이 기자."

"알겠어요."

머리를 끄덕인 이재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청준을 바라보았다.


맑고 평온한 얼굴이었다.

"어쨌든 계속 취재는 하겠습니다. "

"물론이지."

안청준이 다시 얼굴을 펴고 웃었다.

"당신은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야.

곧 내 자리에 여자가 앉게 될지도 모르겠구만."

조웅남의 승용차가 청산 빌라의 입구로 들어서자 경비실 주위에서 있던

서너 명의 사내들이 일제히 몸을 굳혔다.

모두 짙은 색 양복 차림이었고 20대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조웅남이 입맛을 다시면서 그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쟈들, 어디 아들이여?"

앞쪽에 앉아 있던 오덕수가 몸을 돌렸다.

"제가 부산에서 데려온 애들입니다. "

"고생 많이 헌다. "

처음에는 부하들이 경호하는 것에 대해서 화를 냈던 조웅남도 이제는

그들에게 수고한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저녁 7시가 되어서 주변은 어두웠으나 활기에 차 있었다.

남편들의 퇴근 시간인 것이다.

외출했던 주부들도 서둘러 차 옆을 스쳐 지 승용차에서 내린 조웅남이

오덕수에게 두툼한 봉투 한 개를 건네 주었다.

"아닙니다, 형님, 저희들은‥‥‥‥

질색을 한 오덕수가 한걸음 물러섰으나 조웅남은 내민 손을 거두지 않았다.

"글씨,알어.느그들이 칠성이헌티 활동비 받는 거.이건 내 성의 여."

"칠성 형님한테 혼납니다. "

"그러은 내가 그 시키를 혼낼팅게."

오덕수가 납작한 콧날을 들어 조웅남을 바라보았파.

이제까지 두 번쯤 얼굴을 먼발치에서 보기만 했던 조웅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웅남의 측근 경호원으로 선택된 것이다.

"고맙습니다, 시징힘 ."

두 손으로 봉투를 받은 오덕수가 허리를 굽혔다.

"얀마, 무신 사장. 나는 니 형님여 "

이맛살을 찌푸린 조웅남이 그를 스쳐 현관으로 다가갔다.

현관의 좌우에 서 있던 오덕수의 부하들이 주춤거리다가 몸을 굳혔다.

주민들의 시선을 끌지 않으려는 듯 허리를 굽히지는 않는다.

장바구터를 든 아래층 부인이 서두르듯 다가오다가 조웅남을 보고는 얼굴에 웃음을 띄었다.

 남편이 무역회사 사장인 40대의 밝은 분위기의 여자였다.

계단을 을라 빌라의 현관으로 들어서던 조웅남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는 작업복 차림의

두 사내를 보았다.

사내 한 명은 한 손에 커다란 철제 연장통을 들고 있었다.

옆에서 걷던 오덕수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해져 있었다.

장바구니를 든 부인이 그들을 먼저 스쳐 지나갔다.

오덕수가 걸음을 크게 례어서 조웅남의 옆쪽을 반걸음쯤 앞장 섰다.

작업복 사내들이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허름한 작업복에 기름이 묻혀져 있었고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두어 걸음 걷던 오덕수가 걸음을 늦추면서 머리를 돌렸다.

얼굴의 기름칠이 마치 야간 전투를 할 때처림 주욱 바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하지는 않았으나 일부러 그린 것 같았다.

그러자오덕수의 눈이 크게 치켜뜨여졌다.

사내들이 몸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쥐어진 것이 보였다.

권총이었다.

"형님!"

현관이 떠나갈 듯 고함을 지르면서 오덕수는 두 손을 활짝 벌렸다.

그리고는 와락 그들에게로 덮쳐 들어갔다.

시야를 가로막으려는 본능적인 동작이다.

그러나 그가 한걸음을 앞으로 딛는 순간 무딘 총소리가 들렸다.

"이 새끼들!"

배에 격렬한 충격을 받았으나 두 손을 벌린 오덕수가 악을 쓰듯 소리쳤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부인이 째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조웅남은 오덕수의 고함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을 돌렸고 이미 이쪽으로

두 걸음쯤 크게 내달아 오는 중이다.

사내들의 시야에 오덕수의 몸통에 가린 조웅남의 머리통과 옆구리의 한쪽이

어른거렸으나 다시 쏜 두 발의 총탄은 한 발이 오덕수의 어깨에 맞았고

다른 한 발은 옆쪽으로 흘렀다.

"이. 새끼들 잡아라!"

악을 쓰듯 소리치던 오덕수는 머리속이 하앙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사내들의 뒤쪽으로 달려드는 부하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누무 시키들!"

입과 콧구멍으로 뜨거운 증기를 뿜으면서 조웅남이 무릎을 땅에 대는 오덕수를 스쳐 지났다.

두 손으로 마악 움켜쥐려는 순간이다.

뒤쪽에서 다시 째질 듯한 부인의 비명이 들려 왔고 사내들의 대여섯 발짝 뒤쪽으로 부하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다.

조웅남은 배와 가슴을 꼬챙이로 쑤시는 듯한 충격을 받으면서 사내들의 목을

두 손으로 하나씩 쥐었다.

다시 아랫배에 충격이 왔으나 두 손아귀에 온 힘을 쏟으면서 사내들과 함께 넘어졌다.

사내들이 발버둥을 쳤다.

부하들이 달려와사내들을 어지럽게 쳤다.

 조웅남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쪘다.

몸에 통증은 없다.

"병원! 구급차를 불러라!"

누군가가 악을 썼고 '형님!' 하면서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흔들었다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도 났고 부인이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조웅남은 엎드린 자세로 다시 진저리를 치듯이 두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온몸으로 힘이 뻗쳐 나갔고 그것은 상재한 기분이었다.

그러자 손에 쥐었던 두 사내의 목뼈가 부러지는 진동이 손바닥에 전달되어 왔다.

"형님 !"

누군가가 다시 자신의 어깨를 흔들었으나 길게 숨을 내쉰 조웅남은 한쪽 뺨을

시멘트 바닥에 대었다.

차가웠으나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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