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
눈이 있으니까 보이고, 귀가 있으니까 들린다.
눈을 감으면 안 보이고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지역구 시의원이 쿠리의 눈과 』에 제각기 마이크로 칩을 하나씩 집어넣고는,
이거 보면 안 되73다 하고 판단하면 '눈'이라고 씌어진 스위치를 누른다.
그러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f'라고 씌어진 스위치를 누르면 이젠 들리지 않는다.
잠간이다.
잠시 후에 스위치에서 손을 몌면 잘 들리고 잘 보인다.
입은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보이고 들리는 것이 있어야 말을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먹어야 할 테니까.
막 무엇을 먹는데 입의 작동을 금지시킨다면 그 시의원은 30분도 되지 않아 사망할 것이다.
조지 오웰도 그렇게는 하지 못했으므로 누군가 2084년을 그렇게 쓸 수도 있겠다.
답답하다.
보이니까 답답하고 들리니까 답답한 것이다.
그렇다고 안 보고 안들을 수도, 때맞추어 작동을 금지시킬 수도 없다.
그렇다고 오늘도 성실하게 시의회에 참석하려고 아침부터 차에 왁스를 먹이는
우리의 시의원을 탓하TR는가?
그렇다고 빛더미에 올라·앉은 우리의 피로한 국회의원을 탓하겠는가?
또한 그령다고 우리는 이미 아시아의 누렇게 뜬 황룡이 되었으니
열심히 북한의 경제성장을 돕고 외채를 줄여 주려는 경제인들을 탓하73는가?
이것은 모두 우리 탓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에 3시간씩만 자는 생활을 해야 한다.
「밤의 대통령』은 밤의 조직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도 법을 지키며 살고 있지만 불의를 보면 조직의 규율에 따라 가차없이 응징한다.
그러나 이것은 위법이다.
그들은 다른 조직이 영역을 침범하여 들어왔을 때 전쟁을 치른다.
역시 위법이다.
그들은 상대방 보스를 처치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위법이다.
그들은 제비족이나 유괴범을 잡아 처단한다.
당연히 위법이다.
그들은 마약조직과 전쟁을 치른다.
말할 것도 없이 위법인다.
위법이 아니라면 이 책은 대한교과서 주식회사에서 발행되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힘이 있고 조직이 있으나 불의나 위법사건을 처리할 집행권한이 없다.
물론 그들의 비리와 부정행위는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이 책은 어둠 속에서, 확고한 신념과 정의를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한
사내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어둡게만 보여지고 조명되었던 조직사회가 없어지지 않는 한,
그리고 없어질 때까지만이라도 국가관과, 정의와, 그리고 신의로 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들의 행동이 때로는 보고 듣는 이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 줄 것이다.
나는 한 인물과 그의 조직을 만들어서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린다.
밤을 지배하는 그들의 정의와 의리, 사랑은 어두운 배경으로 인하여 미화되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밤은 곧 밝아을 것이다.
밝은 태양 아래 더럽고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보고 답답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가끔씩 울컥 솟아오르는 충동을
이 책으로 대신 삭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이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베풀어 주신 도서출판 친구의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1992년 봄 이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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