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과의 전쟁 ◑
장민애는 녹음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검정색 테이프가 천천히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자신의 말소리가 들렸다.
"저예요."
남의 목소리 같았다.
"저, 잘 있어요. 태국에 있어요. 더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걱정하지마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테이프는 돌아가고 있었으나 그게 전부였다.
장민애는 녹음기의 스위치를 눌러 녹음된 부분을 지웠다.
그를 걱정시킬 말은 하기 싫었으므로 그저 잘 있다고만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을 보고 싶다고도 하지 못했다.
사랑한다고 부담을 주기도 싫었다.
갑자기 가슴이 메인 장민애는 무릎 위에 얼굴을 묻었다.
침대 위에 앉아 두 무릎을 세우고 양팔로 무릎을 껴안은 채
그녀는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갑자기 장민애는 머리를 들었다.
녹음 스위치를 다시 켰다.
테이프가 돌아간기 시작했다.
"저예요.보고 싶어요.
무서워 죽겠어요.
매일 밤 당신이 날 데리러 오도록 빌어요.
날 어서 데려가 줘요,
네?빨리요.
여기 사람이 그러는데 당신이 날 포기했다고 해요.
거짓말이죠?
당신이 날 포기할 리가 없어요.
난 당신을 믿어요. 빨리 와줘요. 어서 날 꺼내 줘요."
장민애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녹음기를 끄고는 스위치를 넣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무릎 위에 얼굴을 파묻고 장민애는 어깨를 들먹이며 울었다.
울면서 그녀는 손을 뻗어 녹음된 부분을 다시 지웠다.
위천산은 사무실에 앉자마자 인터폰을 눌러 장지평을 불렀다.
장지평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쪽, 강만철에게서는 연락이 없나?"
"예, 아직 없습니다. "
위천산은 혀를 찼다.
"오늘이 며칠짼데.네가 연락을 해라.
내일까지 소식이 없으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해."
"예, 알알습니다. "
"그리고 팡여림은 아직 못 찾았나?"
"예, 아직 , "
"그놈은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위천산은 장지평을 바라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사흘 동안 광여림이 차와 함께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혹시 김원국의 일당이 손을 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렇다면 협상이고 제의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김원국의 조직과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위천산은 잘 알았다.
그렇지만 그때에는 김원국을 철저히 괴롭혀 줄 생각이 었다.
장지평이 방을 나가고 한참이 지나도록 위천산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렇게 초조하고 불안하게 될 줄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김원국보다는 나으리라고 믿었다.
김원국은 방을 나왔다.
강만철의 방을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와 섰다.
스위치를 누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른 새벽이어서인지 통로에는 인적이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김원국은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목을 좌우로 돌려 굳어진 근육을 풀었다.
비행기는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 찬점 없었으므로 비행기는 하늘 위에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엔진의 소음도 희미한 진동으로만 알아챌 수 있었다.
김원국은 시계를 보았다
이제 30달이면 방록에 도착할 것이다.
방콕이 가까워오자 김원국은 초조해졌다.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장민애가 납치당한 지 12일째였다.
이제는 위천산이나 빈 타오도 그들의 납치가 얼마나 무익한 짓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웅남이나 강만철도 조직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조직은 보스가 개인의 의지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보스는 도의의 바탕 위에 정의를 기초로 한조직을 이끌되
그것이 사조직이 되면 안 된다고 믿어 왔다.
명분이 있는 일을 하되 그것은 조직을 위한 일이어야 했다.
자신은 일의 명분을 만들어 주고,가르쳐 주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강만철 등이 자신의 뜻에 익숙해졌다고 믿었다.
이제는 자신이 없어져도 그들이 조직을 충분히 이끌어 나가리라고 생각했다.
사건이 일어나자 불쑥 대는 그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제일 힘이 들었다.
김원국은 그들의 진한 격정이 때로는 고맙고 가슴이 벅차기도 했지만 조직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김원국이 장민애만을 생각해도 되었다.
모든 것을 보스들에게 넘기고 개인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이제는 개인의 일이었다.
김원국이 장민애에게 날아가는 것이다.
이제까지 그녀가 려어야만 했던 불안과 공포,
그 고통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가슴이 터질 것 같던 때가 찬두 번이 아니었다.
투정을 부리듯 김원국을 책망하면서 행동을 일으키자던 조웅남마저 때려 눕히고
싶도록 미웠었다.
이제 조웅남은 서울로 돌아가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기내방송이 울렸다.
방록에 곧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었다.
김원국은 벨트를 매고는 눈을 감았다.
며칠 동안 빈 타오의 농장에 대해서 조사를 해두었다.
형주량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는 빈 타오의 농장과 그의 조직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었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자 김원국은 손에 든 짐이 없는 덕분에 빠르게 통관을 마쳤다.
대합실로 나와 주위를 살펴보자 40대의 비대한 몸집의 사내가 다가왔다.
"김 선생이십니까?"
"그렇소. 당신이 호 선생이오?"
"네, 그렇슬니다. "
그는 운는 얼굴로 머리를 숙였다.
형주량의 소개로 알게 된 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호운이었다.
"절 따라오시지요."
호운이 앞장을 섰다.
그는 공항 앞에 세워둔 자신의 왜건에 김원국을 태웠다.
"곧장 저회 창고로 가시겠습니까?
저희집이 창고나 마찬가지입니다 만. "
호운이 핸들을 잡고 몸을 돌려 물었다.
김원국이 끄덕이자 그는 차 를 발진시켰다.
호운은 복잡한 도로를 능숙하게 차를 몰아 빠져나갔다.
"요즘 흥롱은 어때요?"
호운이 물었다.
"잘 됩니까?"
뒤로 얼굴을 돌린 그를 향해 김원국은 웃어 보였다.
그는 태국의 무기상인이었다.
형주량이 일러 준 그의 전화번호로 미리 전화를 해놓았던 것이다.
호운은 그가홍콩에 있는 한국조직의 무기구매 담당쯤으로 알고 있었다.
김원국이 가명을 쓰고 그렇게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어쩠든 호운에게는 상관없을 것이다.
어떤 조직이건간에 무기만 팔면 되었다.
싸움이 일어날수록 그의 장사는 신바람이 났다.
뭔가 안정이 되어 간다 싶으면 짜증이 나는 것이다.
"형님이 어터 나가신지 너도 모르냐?"
강만철이 김칠성에게 물었다.
김칠성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눈을 꿈벅였다.
아침 10시가되어 있었다.
"언제 나가셨는데요?"
김칠성이 되묻자 강만철이 혀를 찼다.
"그걸 알면 내가 너한테 왜 묻겠어."
"아니, 밖에 나갔다 지금 들어온 내가 뭘 압니까?
난 어제 밤새도록 위천산이 집앞을 쳐다보고 있었다구요."
"형님은 바로 옆방에 있었으면서 나에게 물으면 어떻게 해요?"
강만철은 인터폰을 눌러 야간 경비를 불렀다.
김칠성이 방을 나갔다.
김원국의 방으로 가보는 것 같았다.
야간경비로 있던 부하들 4명이 강만철의 방으로 들어왔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너희들 형님 못 봤어?"
강만철이 묻자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전 못 뵈었습니다. "
"저도 그렇습니다. "
김칠성이 방으로 들어왔다.
"옷도 그대로예요. 그저 잠간 밖에 나가신 것 같아요."
경비들을 내보내고 강만철은 김칠성과 마주 앉았다.
"너, 형님이 형수씨 포기하신 것 같으냐?"
강만철이 불쑥 물었다.
김칠성은 강만철을 바라보았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강만철은 대답을 기다리는 듯 끈질기게 김칠성을 바라보았다.
"할 수 없지 않픔니까?
큰형님은 이 일이 조직을 동원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니까요."
"그렇지만 분해요.
만일 무슨 일이 있다면 난 누구 말도 안 들을랍니다.
형님도 알아두세요.
난 나대로 처리하고 떠날랍니다. "
"난 형님을 잘 알아."
강만철이 입을 열었다.
"형님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야."
그는 흔잣소리처럼 말했다.
"이제까지 형님을 믿고 따른 사람을 한번도 배척한 적이 없었단 말이 야."
김칠성이 눈을 갬벅이다가 말했다.
"조직을 위해서라고 하지 않습디까."
"조직?"
강만철이 새삼스러운 듯 물었다.
그러자 전화벨이 울렸다.
직통전화 였으므로 강만철이 서둘러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만철이냐?"
"아, 형님. 거기 어디세요?
말씀도 없이 나가시면 어떡합니까?"
강만철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김원국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강만철이 의외라는 듯 김칠성을 돌아보았다.
근래에 와서 처음 듣는 그의 웃음소리였다.
"여기 마카오다. "
아닌게아니라 전화의 감이 멀었다.
"거긴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기분전환으로 도박을 한다. "
"어딥니까? 제가 가든 칠성이를 보내든 하지요."
"필요없다. 혼자 즐기겠다. 다시 연락하마."
전화가 끊어졌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끊어진 전화에 대고 소리를 지르던 강만철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마카오야. 거기서 도박을 하신대."
김칠성이 머리를 」1덕였다
"답답할 뻔 기분전환으로 최고예요."
"그렇지만 혼자란 말이야,"
강만철은 혀를 찼다.
"네가 마카오로 가서 찾아. 애들 데리고 가고."
김칠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11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김원국은 길가에 세워둔 차에 올랐다.
그의 옷차림이 바러어 있었다.
군화에 캔버스 천으로 만든 바지와 상의를 입었고 허리에는 두꺼운 가죽혁대를 맸다.
차는 호운에게서 빌린 지프였다.
브레이크를 풀고 김원국은 가속 페달을 밟았다.
치앙마이까지는 400킬 로미터 정도 남아 있었다.
오후 3시까지는 치앙마이에 도착해야 했다
지금이 12시니까 3시간 동안에 400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것이다.
국도는 포장이 되어 있었으나 황량한 벌판을 휘몰아오는 먼지에
시야가 가끔씩 가려져 속력을 낼 수가 없었다.
4, 50킬로미터를 달리자 이제는 주변이 빽랙하게 들어찬 밀림으로 바뀌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차 안으로 밀려 들었다.
김원국은 다시 속력을 냈다. 온몸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그는 팔소매로 얼굴에서 흘러 내리는 땀을 닦았다.
지프에는 에어컨이 작동측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트럭이 옆을 스쳐 지나자
지프가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북쪽으로 달리는 도로는 올라갈수록 차량의 통행이 적어지고 있었다.
달리면서 그는 핸들 위에 지도를 펼쳐 놓고 살펴보았다.
이제 타크까지 3, 40킬로미터 밖에 남지 않았다.
타크에서 치앙마이 까지는 200킬로미터였다.
치앙마이에서 산길로 40킬로미터쯤 올라가면 빈 타오의 농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곳에 빈 타오가 있었다. 500명 가까운 개인 군대를 가진 마약 왕국이었다.
최신 무기로 무장한 그들의 군대는 차오 중령이라는 사내의 지휘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빈 타오는 매년 수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무시하지 못할 존재였다.
그가 벌어들이는 외화는 국내에 풀게 되므로 산업발전에도 판이 컸다.
그는 또한 막대한 금액을 정부와 자선단체에 투자하여 인심을 얻고 있었다.
치앙마이와 북쪽의 산간마을들은 그의 힘으로 번영을 이룩해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빈 타오는 또한 관리들과 군대에 뇌물을 뿌렸다.
요직의 관리들 치고 그에게 선물과 뇌물을 받아 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다.
미국이 마약 근절과 빈 타오의 농장에 대해 공공연히 문제를 들고 나오면
군대와 경찰은 저택 주변의 밀림에서 사격 연습을 하다가 돌아오곤 했다.
김원국은 빈 타오에 대해 소상하게 조사를 해두었다.
자신의 행동이 무모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죽을지도 몰랐다.
그것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민애 옆에서 죽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안 되면 그녀의 얼굴이라도 보고 죽었으면 했다.
또 그것마저 어렵다면 그녀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고 자신이 왔다는 것을 들려 주고 싶었다.
김원국은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힘주어 밟았다.
끝없는 길을 맹렬히 달려가면서 김원국은 지나온 날을 생각했다.
이동수의 죽음과 오유철의 죽음, 그리고 홍성철의 죽음을 면면이 떠올리면서
그들의 의리와 신의, 그들의 책임감을 되새겨 보았다.
문득 얼굴에 운음이 떠올랐다.
이제 남아 있는 녀석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 동생들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그들을 그렇게 단련시킨 자신이 또한 흐뭇했다.
장민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을 반짝이며 웃던 모습과 성을 내던 얼굴, 놀라던 눈동자, 그리고 귀엽게 매달리던
자태가 떠오르다 지워졌다.
지프는 맹렬히 달려가고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었으나 김원국을 찾을 수가 없었다.
김칠성은 로비에 있는 소파에 털색 주저앉았다.
3시간 동안 헤맸어도 소득이 없다.
20여 명의 부하들은 지금도 마카오를 샅샅이 뒤지고 있을 것이다.
김일두가 다가왔다.
그도 지친 얼굴이었다.
"형님, 큰형님이 분명히 마카오라고 말씀하셨어요?"
"아, 그럼, 왜 그걸 묻는 거야?"
김칠성이 짜증스럽게 물었다.
"아닙니다. "
김칠성은 혀를 찼다.
"도대체 형님은, 어디 있다고나 말씀하실 일이지 말이야."
그러다가 문득 여자 생각이 났으나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을 지웠다.
"지금 호텔은 다 찾아보았고 애들은 마사지하는 데나 터키탕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
김칠성은 이맛살을 찌푸렸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김원국이 그런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찾을 곳이 없어진 부하들이 헤집고 다
니는 것을 탓할 수 없는 것이다.
김일두가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김일두가 서둘러 귀에 가져다 댔다.
그는 김칠성을 바라보며 머리를 저었다.
위천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원에 부하들과 함께 두어 명의 경찰관이 모여 서 있었다.
지난번 홍성철의 습격 사건이 있은 후로 경찰들도 증원이 되었다.
부하들도 20여 명이 저택이 상주하고 있었으므로
저택 안팔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장지평을 그들에게 보냈으나 김원국은 인질을 교환조건으로 하는
어떠한 요구도 받아들일 수 얼다고 통보해 왔다.
이번에는 강만철 둥 보스들도 장지평에게 기일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장지평은 겁에 질려 돌아왔다.
위천산도 당황했다.
그들이 이렇게 완전한 거부를 하자 오히려 이쪽이 초조해지고 불안해진 것이다.
부랴부랴 경찰을 찾아가 사정을 하여 인원을 증원받고 경호원의 수를 늘렸으나
안심이 되지 않았다.
당분간 마약 거래도 중지상태였다.
위천산은 창에서 몸을 돌렸다.
소파로 돌아와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가 상의할 사람은 빈 타오밖에 없었다. 위천산의 이야기를 듣고 난 빈 타오가 말했다.
"할 수 없지. 이젠 나에게로 화살이 돌아을 참이로군."
"빈 선생, 여기도 심각합니다. 우리 애들도 밖에 나가길 꺼립니다. "
"그래, 당신 생각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여자를 말이오."
위천산은 잠자코 있었다.
"이젠 나에게 넘긴다는 뜻이오?"
빈 타오가 다시 물었다.
"아닙니다. 이젠 여자가 필_5.없지 않습니까."
"그럼 내가 처치하란 말이오?"
위천산은 빈 타오가 여자 처리문제로 곤혹스러워한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이 여자를 그에게 넘긴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젠 그가 여자를 잡고 있으니만치 김원국의 화살이 그쪽으로 돌려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빈 선생이 알아서 해주시지요. 여기도 정신이 없습니다. "
광여림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도 수사를 하고 있으나 그는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김원국 조직에게 보복을 당한 것이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위천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인터폰을 눌러 장지평을 불렀다.
장지평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거기 앉아라."
위천산이 말하자 그는 앞자리에 앉았다.
장지평은 이제 그의 심복이 되어 있었다.
"그쪽, 김원국의 조직은 우리가 여자를 데리고 있는 줄 알고 있나?"
그가 묻자 장지평은 머리를 한쪽으로 틀고서 생각하는 듯하다가 말 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그런 걸 물어 보지도 않았고‥‥‥‥
당연하지 않』f습니까?"
"뭐가 당연해?"
"우리가 데리고 있으니까 그런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생각하겠지요.
그래서 홍성철이도 쳐들어온 게 아닐까요?"
위천산은 눈을 깜박였다.
장민애를 빈 타오가 데려간 것을 아는 사람은 위천산 자신과 광여림, 여귀철밖에 없었다.
여귀철이 홍성철에게 죽었으므로 아는 것은 자신과 광여림뿐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광여림이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그는 광여림이 김원국 조직에 잡혀서 사실을 말했기를 바랐다.
장지평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장민애가 흥롱의 어느 은밀한 곳에 숨겨진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너, 확도위를 만났다면서?"
위천산이 물었다.
"네. 이제는 그들의 조직원이 되었더군요. 으스대고 있었습니다. "
"그놈을 다시 만날 수도 있겠구먼."
장지평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그놈을 만나라. 오리엔트 호텔로 찾아가 만나도 된다. "
"그놈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해.지나가는 말처럼 말이다.
여자는 빈타오가 데리고 있다고 말이야.
입장이 난처하다고 이야기해.
빈 타오가 여자를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해라.
이 일도 모두 빈 타오의 지시였다고 말해도 좋다. "
"정말입니까?"
장지평이 깜짝 놀라 물었다.
위천산이 머리를 끄덕였다.
"모든 오해를 내가 뒤집어쓰고 있으니까
답답해. 빈 타오는 멀정히 구경만 하고 있고 말이야."
"제가 곽도위를 만나 보지요."
"그렇다고 해서 매달리는 행동은 하지 마.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니까. "
"그건 염려 마세요."
그는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그의 어깨도 가벼워진 것처럼 보였다.
강만철은 시계를 보았다.
오후 5시가 넘어 있었다.
김칠성은 마카오에 서너 명의 부하들을 남겨 놓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이제나저제나 하고 김원국의 전화를 기다렸으나 전화는 걸려 오지 않았다.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강만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둘러 방을 나가 김원국의 방으로 들꺼섰다.
책상서랍을 열어젖혔다.
그의 성격대로 가지런히 진열 된 내용물들이 보였다.
강만철은 서람을 하나씩 뒤져 나갔다.
열중해 있는 그의 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장갑수가 서 있었다.
"형님, 손님이 찾아왔는데요."
"누구야?"
"길 건너편 음식점 주인입니다. 꼭 형님을 뵈어야겠답니다. "
강만철은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장갑수가 50대의 사내를 데려왔다.
낯익은 사내였다.
"아, 방 사장. 웬일입니까?"
강만철이 의외라는듯 묻자그는호주머니에서 횐 봉투를 꺼내
강만철에게 내밀었다.
"여기 김 사장께서 오후 5시가 되면 강 사장께 전해 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김원국 사장이 말입니까?"
강만철이 봉투를 받으면서 물었다.
장갑수가 눈을 크게 뜨고 한걸음 다가왔다.
"예. 새벽에 제 가게로 오시더니 꼭 5시가 되면 드리라고 해서요."
강만철은 분주하게 봉투를 뜯었다. 김원국의 편지였다.
'만철에치 넌 짐작했겠지만 난 태국에 간다. 혼자 가는 거다.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난 빈 타오의 농장 근처에 있을 거다.
소란떨지 마라.
그러다가 내가 발각되면 큰일이다.
이제 너회들에게 모두 맡겨 놓았으니 내 일을 하러 가야지.
민애가 얼마나 가슴 아팠 3니?
놈들은 내가 민애를 포기했다는 것을 그녀에게 말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민애가 고통받을 걸 생각하니 차라리 가까운 곳에서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렇게 쓰는 것은 큰형님 김원국이가 아니라
인간 김원국이 되었으니까 쓰는 것이다.
동요하지 말고 조직을 잘 이끌어 가기 바란다.
웅 남이, 칠성, 함마, 너희들이 기둥이다.
동생들 잘 관리해라. 김원국.'강만철의 손이 떨렸다.
그는 눈을 부릅뜬 채 한동안 편지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장갑수가 불안한 듯 다가와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머리를 젓자 장갑수는 방 사장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그러면 그렇지."
저도 모르게 강만철의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태양은 밀림 위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앞쪽의 커다란 창고는 길게 그림자를 뻗치고 있었다.
군인들이 열을 지어 창괴와 저택 사이를 빠져나갔다.
장민애는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왔다.
테이프를 찾으러 온다던 빈타오는 오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테이프에는 아무것도 녹음되지 않았다.
밤새도록 녹음기에 대고 말하였으나 한번 듣고는 반드시 지웠다.
그에게 그냥 인사만 전하는 것도 싫었고 울면서 애원하기도 이제 싫어졌다.
그것을 빈 타오가 들을 것을 생각하자 녹음을 단념한 것이다.
빈 타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 줌으로써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생각을 못했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김원국이 듣게 한다는 것만 생각했다.
그러면 멀리 떨어져 있다손치더라도 무엇인가
연결된 듯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자
그는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 냈다.
언제나 큰것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큰것을 위해서는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사내였다.
장민애는 그의 옆에서 지켜봐 왔었다.
그는 자기 희생에 철저했다.
어쩌면 지금도 그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빈 타오는 자신을 인질로 그와 그의 조직에 무엇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가차없이 거부했다.
김원국다운 일이었다.
그는 그의 조직과 나 둘 중에서 조직을 선택했다.
그것은 그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곡 놀라는 것은 그를 모르기 때문이다.
장민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나는 그의 무엇인가?
그가 선택을 거부한 나는 그와의 인연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눈에 눈물이 맺혔으나 장민애는 손을 들어 닦으려 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올릴 기력도 없었지만 이젠 귀찮아졌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장민애는 부끄러웠다.
빈 타오에게도 부끄러웠고 자신에게도 부끄러웠다.
장민애는 김원국의 얼굴을 떠올렸다.
차가운 사내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가 밉지 않았다. 차츰 장민애의 가슴이 가라앉아 갔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빈 타오가 들어섰다.
장민애는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김원국이 인질을 받지 않겠다는군.
완전히 거부했어. 날더러 당신을 마음대로 하라는 것인데‥‥‥‥
장민애는 잠자코 있었으나 얼팔이 화끈거렸다.
가슴이 무섭게 뛰었다.
이제는 불안과 공포가 아니라 부끄러움과 치욕의 감정이
그녀를 뒤흔들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이젠 이것도 필요없군."
빈 타오가 탁자 위에 놓인 녹음기를 바라보며 입술끝을 구부리며 웃었다.
"이봐, 날 원망하지 마. 난 일반적인 결과를 예상했었어.
유감인 것은 김원국이 우리의 예상을 깬 것이지.
그것이 나나 당신을 곤경에 빠뜨린 거야."
"흥. "
빈 타오는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장민애는 두 무릎을 구부려 양괄로 안았다.
얼굴을 무릎 위에 놓고 탁자 위의 녹음기를 바라보았다.
다시 마음이 가라앉아 갔다.
그녀는 한팔을 길게 뻗어 녹음기의 스위치를 켰다.
테이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장민애는 김원국이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말했다.
"난 슬퍼요.
난 당신이 모든 걸 제쳐두고 달려와 줄 줄 알았어요.
그렇게 믿고 견디어 왔어요.
당신을 미워하려고 아까부터 노력해 봐도 안 돼요‥‥‥‥
나는 당신의 누구였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나는 죽는 순간에도 당신을 사락할 거예요.
죽겠어요‥‥‥‥
이젠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무릎 위에 얼굴을 놓은 채 말하는 장민애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 흘러 귀를 적셨다.
눈물도 녹음기에 담아두고 싶었다.
짜고 깨끗한 눈물이 그의 귀에 들어가 아프게 자신을 기억시키게라도 하면
이제 그것으로 만족할 것 같았다.
장민애는 눈을 감았다.
녹음기는 아직도 돌아가고 있었다.
치앙마이를 지나자 길은 포장되지 않은 1차선 도로였다.
다행히 오가는 차량이 없었으므로 덜컹거렸으나 속력은 낼 수 있었다.
지도상으로 보면 5킬로미터쯤 더 가면 빈 타오의 농장이 나오게 된다.
김원국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후 5시 30분이었다.
농장에서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차를 숨겨 두고 밀림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도로의 양쪽은 숲이 무성한 밀림이어서 숲에서 풍겨 나오는 짙고 린 듯한
나무냄새가 차창으로 흘러 들었다.
길에는 차량도 다니지 않았지만 인적도 없었다.
고르지 못한 맨땅 위를 지프는 덜컹 거리며 달려나갔다.
지금쯤은 강만철이 편지를 받아 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중한 녀석이니까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모하게 달려드는 사내가 아니었다.
만일의 경운 그가 나를 구하러 이곳에 온다면 준비를 마치고 도착하는 데
아쿠리 빨라도 사홀은 걸린다.
그러면 그때는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이다.
강만철은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쓸모없는 복수극 따위를 벌여 동생들을 희생시키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그는 이성을 찾고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다.
김원국은 차의 속도를 줄였다.
핸들 위에 지도를 펼치고 이제까지 지나온 곳과 앞을 바라보았다.
그는 길가로 차를 붙이며 천천히 달렸다.
길가 밀림 쪽으로 제법 평평한 공터가 보였다.
그는 지프를 그쪽으로 밀어 넣었다.
나무숲에 바짝 지프를 붙여 세우고 난 그는 차의 뒤쪽에서 묵직한
헝겊가방을 들어내 끈을 풀었다.
김원국은 상의를 벗고 방탄조끼를 걸쳐 입었다.
다시 상의를 입자 묵직하고 거북하였으나 견딜 만은 했다.
M-36을 꺼내고 30발들이 탄창 5개를 밴드에 찔러 넣었다.
상의의 큼직한 호주머니에'수류탄 10발을 나눠 넣고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 손에 쥐어 보았다.
베레타였다.
탄창 5개와 함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나이프를 허리춤에 꽃고 망원경을 꺼내 목에 걸었다.
수통을 어깨에 걸쳤다가 내려놓았다.
플래시와 철조망 끊는 련찌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김원국은 배낭을 들어 지프에 던져 넣었다.
비상식량이 있었으나내 버려 두었다.
그는 M-16을 움켜쥐고는 길을 따라 100미터쯤 나간
다음 밀림 속으로 들어섰다.
발각될까 염려가 된 것이다.
길과 병행해서 숲속으로 가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았다.
밀림 속은 습기가 가득 차 있었다.
햇빛이 닿지 않는 땅바닥엔 식물들이 썩어가고 있어서
발을 디디면 미끈거리면서 발목이 빠졌다.
썩는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워 입을 벌리면
이번엔 텁고 매운 듯한 습기가 폐 속까지 들어가 가슴이 답답했다.
길을 따라 300미터쯤 전진하는 데 30분이 걸렸다.
김원국은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고
끈질기게 앞으로 나아갔다.
주위가 어두워져 왔다.
밤이 순식간에 찾아오는 것 같았다.
앞쪽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다.
그는 불빛을 바라보고 발을 옳겼다.
저택은 휘황하게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3충 저택이었다.
저택의 오른쪽에 단층의 기다란 건물 두 채가 보였다.
군인들의 막사 같았다.
저택의 뒤쪽으로 커다란 창고처럼 보이는 2층 건물이 마약 공장일 것이다
김원국은 정문에서 50미터쯤 떨어진 숲속에 서 있었다.
정문은초소 위에 불이 켜져 있어서 주변이 환했다.
2명의 군인이 초소 옆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육중한 철문으로 되어 있는 정문의 좌우는 철조망으로 가려진 울타리였다.
김원국은 적외선 망원경을 내리고는 밀림을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정문을 살펴보다가 길을 건넜다.
그러고는 다시 숲속으로 들어갔다.
플래시를 켰으나 나무윽 무성한 잎에 가려져서 2, 3미터 앞은 볼 수가 없었다.
그는 비오듯 땀을 쏟으며 50미터쯤 전진한 다음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긴다.
계산대로라면 정문에서 왼쪽으로 50미터 떨어진 부근이 나와야 한다.
직선으로 나간다고 생각했으나 가로막힌 나무와 잔가지들을 피해
나가는 바람에 자신이 없었다.
짙게 풍겨오는 숲의 냄새에 질식할 것 같았으나 이를 악물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갑자기 부드러운 흙냄새가 맡아지고 서늘한 바람이 얼굴에 와 닿았다.
어느 사이에 밖으로 나온 것이다.
초소 쪽을 바라보니 오른쪽으로 100미터도 넘게 떨어져 있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이제 저택이 정면으로 보였다.
철조망을 넘으면 직선거리로 300미터쯤 되었고 장애물은 없었다.
김원국은 철조망으로 다가갔다.
김칠성이 방으로 들어서자 강만철은 책상 옆에 서 있었다.
"형님은 마카오에 안 계신 것 같아요."
투털거리며 말하던 김칠성은 강만철의 표정이 심상치 앉자
그의 옆에 다가섰다.
강만철이 책상 위에 놓인 편지를 집어 김칠성에게 건네 주었다.
"이fl 뭡니까?"
편지를 받아든 김칠성은 김원국의 글씨를 알아보았다.
"이런 젠장."
편지를 저고 난 김칠성의 얼굴이 금방 상기되었다.
강만철은 그의 손에 든 편지를 앗아 손에 쥐었다.
"나는 움직이지 못해."
"이런 젠장."
김칠성이 헛소리처럼 다시 말했다.
"나는 절대로 여기 있어야 돼."
강만철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딜 가는 거냐?"
한걸음에 내달려 문고리를 잡은 김칠성에게 강만철이 소리쳤다.
"내가 전에 말했지요?"
김칠성이 강만철을 노려보았다.
"이런 일 생기면 내 멋대로 하겠다고 했어요."
"칠성아."
"형님은 책임자니라 안 돼요. 이 일은 내가 해야 돼요."
김칠성은 문을 닫고 나갔다.
강만철은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김칠성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가 닥러웠고 자신도 김원국을 따라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만철은 전화기를 들었다.
다이얼을 누르고 기다리자 오함마가 전화를 받았다.
"함마냐, 나다. "
"형님, 웬일입니까?"
강만철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오함마가 숨을 죽이고 듣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칠성이가 뛰쳐 나갔다.
형님의 명령이라 나도 이러고 있지만 이거 어떡하면 좋으냐?"
"형님은 움직이면 안 돼요."
오함마가 잘라 말했다.
"제가 지금 출발할랍니다. "
"뭐 야?"
강만철이 놀라 물었다.
"서울은 웅남 형님이 계시면 돼요.
저야 어차피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고, 칠성이하고 같이 가Tf습니다. "
"야, 임마, 형님 편지에‥‥‥‥
"형님!"
오합마가 악을 썼다.
"형님 편지에 시체 가지러 오지 말라는 말은 없었지요? 그렇죠?"
강만철의 말이 막혔다.
"어차피 늦었더라도 형님 몸이라도 모셔오겠습니다.
잘하면 형수씨도‥‥‥‥
"함마야."
"형님, 웅남 형님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그 양반이 떠나면 서울은 빕니다. "
"여기서 곧장 태국으로 갈 테니까 빈 타오의 농장정보가 있으면 모조리 팩스로 보내 주세요."
오함마는 자기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저녁 8시가 되자 거대한 중국 음식적인 광동성은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 거렸다.
백장용은 입구 근처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식탁 위엔 엽차잔만 놓였다.
10분쯤 지나자 2명의 서양인이 입구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백장용이 손을 들었다.
두리번거리던 그들이 백장용을 발견하고 다가 왔다.
그들은 백장용 앞에 와 섰다.
일어서서 기다리던 백장용이 갈색머리의 나이 든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빌 패트릭. 당신이 홍콩에 계시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늦게야 만나게 되는군요. 당신 가족들은 잘 있는지요."
"미스터 백,정말 반값습니다.
나도 당신이 홍콩에 머물러 있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인사하시죠. 이쪽은 제임스 맥클레인, 내 보좌관입니다. "
백장용은 특전사 시절 태권도 교관으로 한국에 파견나와 있던 미국
CIA요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던 적이 있었고,
그때 빌 패트릭과 친하게 지낸 인연이 있었다.
당시 빌은 백장용에게 가족사진을 보여 주면서 향수병에 걸린 자신을
달래 주지 않는다면서 농담을 하곤 했다.
그가 홍콩으로 다시 근무지를 옮기고 나서 백장용은
김원국 밑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40대의 빌 패트릭은 자리에 앉자 백장용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회색 빛 눈이 찌그러진 눈시울 밑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제임스라고 하는 금발의 사내는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잠자기 전화를 드려 죄송합니다. 급하게 상의할 일이 있기 때문 fl ."
빌이 보일듯 말듯 머리를 끄덕였다.
말을 계속하라는 것 같았다.
"난 제일상사에서 일하고 있고,우리 보스는 김원국입니다.
CIA에 서도 알고 계시겠지요?"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지금 우리는 마약 조직하고 심각한 상태에 있습니다. "
빌의 눈이 두어 번 깜박였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홍콩에서 마약에 손을 대지 않은 조직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마약조직의 반감을 사고 있지요."
백장용은 이제까지의 사건을 간단간단히 설명해 나갔다.
용궁 호텔에서 마약을 돌린 일과 그들이 장민애를 납치한 것을 이야기하자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잠간, 그들이 당신들 보스인 김원국의 약혼자를 납치했단 말이오?"
빌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
"언제?"
"10여 일 되었어요."
"그런데 왜?"
"그들은 석방조건으로 세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마약 거래를 하라는 것이죠."
백장용은 위천산이 제의한 조건들을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 보스는 거부했습니다. "
"인질을 마음대로 하라고 한 겁니다. "
"보스는 우리를 해산시켰습니다. 위천산과는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
백장용은 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지난번 위천산 집의 습격 사건도 이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군."
빌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마약 중독에 걸린 보스가 자책감을 이기지 못해
습격해 들어갔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
"그래서?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뭘니까?"
빌이 상체를 기울이며 물었다.
조는 듯이 보였던 그의 눈이 반짝였다.
"저희 보스가 혼자 태국으로 떠났습니다. "
빌이 눈을 깜박이며 백장용을 바라보았다.
"보스라면, 김원국 말입니까?"
"예. "
"혼자라니? 무슨 말입니까?"
"우리 몰래 혼자 약혼자를 구하려고 태국에 들어갔단 말입니다. "
재낏
』.
3
M
백장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식탁에 놓인 물컵을 들어 한모금 물을 마셨다.
빌과 제임스는 자기들끼리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홍콩에 남아 있는 저희 보스가 우리들을 데리고 태국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
백장용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보스는 빅 보스를 구해내야겠다고 결심했고, 우리들도 모두 따를 작정입니다.
빅 보스를 빈 타오의 농장에서 흔자죽게 내버려둘 수 없습러다. "
"나는 보스의 승낙을 받고 당신을 찾은 겁니다.
우린 2시간 후에 출발합니다.
우리에게 무기와 항공수단을 지원해 줄 수 없습니까?"
빌과 제임스가 다시 얼굴을 마준 보았다.
"당신들에게도 빈 타오는 쓰레기 같은 존재일 겁니다.
우리가 당신들의 지원만 받으면 그놈을 없애겠습니다. "
백장용은 시계를 보았다.
"우린 시간이 없습니다. "
".대체 몇 명이나 됩니까?"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제임스가 물었다.
"지원하라면 모두 따라나설 것 같아서 보스는 24명을 선발했습니다.
우리는 2시간 후에 출발하지만 한국에 있는 보스는 벌써 방콕으로
출발한 것 같습니다. "
"한국에 있는 보스라니?"
"예, 한국의 보스요.
오함마라는 보스인데 빅 보스가 혼자 떠났다고 하자
즉시 부하들을 데리고 떠난 모양입니다. "
"그쪽 인원은 몇 명인지 모르33습니다. "
"잘 알았소."
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일은 상의를 해봐야겠습니다. "
그는 손을 내밀었다.
"어쨌든 행운을 빕니다. "
백장용이 일어서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사람들을 혜치고 입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됫모습을 바라보고 선 백장용에게 종업원이 메뉴를 들고 다가왔다.
머리를 흔들어 보이고 난 백장용은 식당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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