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14. 찬란한 햇살

오늘의 쉼터 2014. 12. 1. 16:07

찬란한 햇살

 

 
달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이라 오히려 김원국에게는 다행이었다.

조망을 끊어 눕히는 데 30랄이나 걸렸다.

내일 아침이면 발각될 것이 지만 밤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내일 아침 걱정을 무심코 하던 자신을 깨달은 김원국은 씁쓸해졌다.

철조망을 통과하자 저택과의 사이에는 장애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저택의 불빛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비쳐왔고 아래층 창가에서 오가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였다.
김원국은 엎드려서 적외선 망원경으로 저택을 살펴보았다.

10여 개 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저택의 현관에는 2명의 무장군인이 서 있었다.

계단 아래에도 3명의 군인이 모여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1충과 2층에는 모두 불이 밝혀져 있었으나 3층에는불이 꺼져 있는 방도 있었다.
한돋안 망원경으로 저택을 살피고 난 김원국은 허리를 숙인 채 저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장민애가 어느 방에 있는지 알 수 엽었다.

는 저택의 왼쪽 끝을 향하여 비스듬히 나아갔다.

잠자기 사람들의 인기척이 났다.

김원국은 땅바닥에 엎드렸다.

대여섯 사람의 발자국 소리였다.

저택에서 비치는 불빛을 받아군인들이 오른쪽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김원국은 손에 든 M-16의 자물쇠를 풀고 그들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가슴에 넣은 수류탄이 땅에 닿자 가슴을 아프게 눌렀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군인들은 다가오더니 그의 10여 미터 앞을 지나 왼쪽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에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긴장으로 온몸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김원국은 무릎을 세우고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저택의 정면은 너무 밝았다.

 왼쪽끝으로 돌아 뒤쪽을 살펴볼 작정이었다.

저택의 왼쪽은 주차장인 듯 보였다.

서너 대의 승용차가세워져 있었다.

주차장에 한 사내가 차 사이에 서 있었는데 담배를 피우는지 불똥이 보였다.
김원국은 주차장의 왼쪽 끝부분으로 다가갔다.

이제는 주변이 모두 보였으므로 주차장의 시멘트 담장 뒤에 몸을 숨겼다.

시멘트 담장은 높이가 50센티미터도 되지 알았다 담배를 피우고 선 사내와의

거리는 20미터 정도였다.

저택의 옆면은 2층에 튀어나온 베란다가 있었을 뿐 출입구가 없었다.

1층에 창문이 3개 있었는데 모두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김원국은 세워진 차들의 뒤쪽을 돌아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가운데 세워진 검정색 벤츠에 엉덩이를 기대고 선 사내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 다.

저택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옆얼굴이 보였다.

김원국은 한걸음에 달려들었다.

사내가 놀라 입을 쩍 벌리는 것이 보였다.

김원국의 발길이 그의 아랫배를 차고 그의 턱에 총개머리판이 날아들었다.

덜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차에 둥을 부딪히더니 땅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김원국은 사내 옆에 웅크리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50미터쯤 앞에 또 몇 명의 군인이 보였다.

정문에 있는 군인들이었다.
사내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김원국은 허리춤에서 대검을 꺼내 들었다.

사내의 머리칼을 잡아 얼굴을 들어 올렸다.

내는 눈을 크게 뜨고는 목에 닿은 칼날을 보자 입을 딱 벌렸다.


"여자는 어디 있느냐?"


김원국이 나지막히 영어로 물었다.

사내는 입속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여자는 어디에 있어?"


김원국이 다시 머리를 잡아뒤로 젖히면서 물었다.

사내가중얼거렸다.

어둠 속에서 그의 입가를 흘러 내리는 검은 액체가 보였다.

사내는 이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여자 말이야, 한국여자,"


김원국이 다급하게 다시 물었다.

 사내의 눈동자가 김원국에게로 향해졌다.


"한국인?"


"그래 . "


사내는 손을 들어 저택의 2층을 가리켜 보였다.

손가락이 차에 가로막혀서 2층인지 3충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2충?"


김원국이 물었다.

사내는 머리를 끄덕였다.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왼쪽 커다란 창고 쪽에서 다가오는 서너 명의 군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저택과 주차장 사이의 공간을 향해 걸어왔다.

그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김원국은 사내의 머리칼을 쥔 손을 풀면서 목덜미를 내리쳤다.

사내는 땅바닥에 얼굴을 부딪히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군인들이 김원국의 정면을 지나고 있었다.

그들과의 거리는 10미터도 되지 않았다.

차체에 몸을 숨긴 김원국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군인 하나가 이쪽을 힐끗 보았으나 그들은 저택의 모퉁이를 꺾어 돌아 현관쪽으로 다가갔다.
김원국은 차사이에서 몸을 빼 저택으로 달려갔다.

20미터쯤의 거리였으나 그에게는 100미터도 넘는 것 같았다.

화단같이 보이는 낮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창문 밑에 다가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김원국은 주위를 살폈다.

오른쪽에는 커다란 창고가 있었고, 창고 주변에도 등이 밝혀져 있었으므로 창고 앞을

오가는 군인들이 보였다.
김원국은 몸을 벽에 붙이고 뒤쪽으로 다가갔다.

저택의 뒤쪽은 50미터쯤 떨어진 공장에서 비치는불빛으로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창고 앞에 7, 8명의 병사들이 경비하고 있었다.

저택의 뒤쪽으로 나가면 바로 그들의 눈에 띌 것 같았다.

다시 돌아선 김원국은 가까운 창문가에 붙어섰다.

커튼이 쳐져 있었으나 안쪽은 불이 켜져 있어서 불빛이 흘러 나왔다.
창문은 열리지 않았다.

김원국은 옆의 두 번째 창문에 달라붙었다.
온몸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두 번째도 열리지 않았다 다시 몸을 움직이려는데 뒤쪽에서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란 김원국는 몸을 땅바닥에 엎드렸다.

창고 쪽에서 병사 한 명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다시 고함을 질렀다.

그러고는 그의 총구에서 불이 번쩍이며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총알이 벽에 맞아 튀었다.
김원국은 엎드린 채 그를 향해 M-16의 방아쇠를 당겼다.

다시 총성이 울리고 병사가 손에서 총을 떨어뜨리더니 주저앉았다.

김원국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창문으로 다가가 개머리판으로 유리창을 찍었다.

리창이 깨지자 그는 성큼 두 팔을 짚고 상반신을 안으로 집어 넣었다.
커튼과 함께 그의 몸이 굴며 방안으로 떨어졌다.

김원국은 다급히 얼굴을 감싼 커튼을 젖히며 일어났다.

빈방이었다.
장민애는 저녁식사로 탁자 위에 놓인 플라스틱 식판을 바라보았다.
쌀밥과 국수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국수에 들어간 매운 양념 냄새가 방안에 흘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나 식욕은 일어나지 않았다.

 매일 저녁이면 오늘까지 며칠째인가 하고 세어 보았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는 그것도 세지 않았다.

이제 그녀에게는 기다림이 없었고 또한 회망이 사라진 것이다.
처음엔 납치되마 있다고 하더라도 내일은 회망이었다.

김원국을 생각하는 한 그녀는 다음날 눈을 뜨면서 닥쳐을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장민애는 억눌린 가슴을 스스로 위로하듯 웅크리고 누웠다.

그리고 가슴을 두 팔로 감싸안았다.

지금 생각하는 서글픔이나 아픔들은 오늘 밟이 지나면 끝날 것이다.

이제는 이렇게 허무한 기다림과 절망감으로 괴통을 받지 않아도 된다.

가슴이 메었으나 그녀는 애써 숨을 가다듬었다.
그때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렸다. 창고쪽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러더니 총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다시 요란한 총성이 터졌다.
두 손으로 총을 움켜쥔 김원국은 문을 박차고 뛰꺼 나갔다.

1충은 넓은 흘이었으나 앞쪽에 여러 개의 문이 있었다.

좌측에 2층으로 을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계단은 기역자로 꺾여 있었다.

 2명의 사내가 흘을 가로질러 가다가 김원국을 보더니 깜짝 놀라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신사복 차림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허리춤에 손을 집어 넣었다.
김원국은 그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앞쪽의 방문들이 열리더니 사내들 2명이 총을 겨누고뛰쳐 나왔다.
=1들을 향해 김원국이 다시 총을 쏘아 제꼈다.

2충 계단을 향해 김원국은 달려 나갔다.

총성이 울렸다.

2충의 계단 록대기에서 한 사내가총을 쏘아 대고 있었다.

김원국이 계단의 손잡이 기둥에 몸을 숨기고 그를 향해 연발사격을 하자

그는 계단으로 굴러 떨어졌다.
현관문이 열리더니 몇 명의 병사들이 뛰쳐 들어왔다.

김원국은 서너 계단씩 뛰어오르면서 주머니에서 수류탄 2개를 한주먹에 꺼냈다.

총소리가 어지럽게 들리면서 그의 주변에 총알이 쏟아졌다.

총알 한 개가 그의 어깨를 뒤에서 스치고 지나갔다.

어깨에 화끈한 르낌이 왔다.

김원국은 이빨로 수류탄의 안전핀을 잡아 뜯었다.

그러고는 한꺼번에 2개를 홀 안으로 집어 던졌다.

층계 꼭대기에서 얼핏 인기척이 보였다.

그쪽으로 연속 사격을 하자 아래층에서 수류탄이 어질 듯한 폭음을 내면서 폭발했다.

천장에 걸린 거대한 샹들리에가 떨어질 듯이
출렁거렸고 나뭇조각들과 함께 횟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아래충에서 비명과 총성과 고함소리가 한꺼번에 울려 나왔다.
김원국은 계단의 꼭대기에 올라 2층 복도를 바라보았다.

몇 명의 사내가 달려오는 것이 얼핏 보였다.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재빨리 방문을 닫아 버리는 사내의 모습도 얼핏 보였다

김원국은 달려오는 사내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그들이 괄다리를 휘저으며 복도 위에 쓰러졌다.
그러자 철컥이면서 노리쇠가 빈 탄창을 쳤다.

모퉁이에 몸을 숨긴 김원국은 빈 탄창을 빼냈다.

아래쪽에서 다시 총성이 울리면서 총알이 쏟아졌다.

그의 배에 거센 충격이 왔다.

방탄조끼 위였으나 주먹으로 얻어맞는 것 같았다.

허리를 굽히면서 새 탄창을 갈아끼우고 노리쇠를 잡아당겼다.
호주머니에서 다시 수류탄 2개를 잡어 들었다.

이빨로 안전핀을 물어뜯어 뱉었다.

충계 꼭대기에 서 있었으므로 좌측은 2충 복도였고 오른쪽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계단은 기역자로 구부러져 있어서 그들이 계단을 꺾어 올라을 때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계단의 위쪽은 공간이어서 아래층 현관과 윗부분이 거의 다 보였다.

아래충에서 다시 총성이 울리고 현관 부근의 화분과 커다란 시계 밑에

몸을 숨긴 병사들이 총을 쏘았다.

그리고 현.관문이 왈칵 열리고는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들어오자 마자 사방으로 흩어져 몸을 숨겼다.
김원국은 수류탄을 던졌다. 그리고 2층의 복도로 뛰어들었다.


"민애! 민애! 어디 있니!"


복도를 달리면서 김원국이 소리쳤다.

좌측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문을 방패삼아 선 사내가 불쑥 겨눈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요란한 총성이 복도를 메웠다.
김원국은 가슴에 충격을 받고 벽에 부딪히며 주저앉았다.

앉으면서 그쪽으로 방아쇠를 잡아 당겼다.

문은 재빨리 닫혔으나 대여섯 개의 구멍이 뜰린 문의 안쪽에서는 다시 움직이는 기척이 없었다.


"민애야!"


복도의 끝쪽에서 힐끗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불쑥 총구가 그에게로 겨누어지면서 총성과 함제 총알이 쏟아졌다.

김원국은 복도를 굴었다.

방탄조끼를 입었으나 가슴이 얼얼했고 다시 총알이 그가 쥔 총신에 맞아 튀었다.

손목이 저렸다.

그는 복도의 끝쪽으로 방아쇠를 당겨 사내들이 얼굴을 내밀지 못하도록 했다.

주변에는 여러 개의 방문이 있었고 조금 전에 열렸던 방문 외에는 모두 닫혀 있었다.

김원국은 엎드린 채 복도를 기어 나갔다.

 

"민애야!"


복도에 엎드려 총을 쏘면서 김원국이 다시 외쳤다.

복도 끝쪽에 3충으로 을라가는 계단이 있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얼굴이 내밀어졌다가 총구가 나와 불을 뿜었다.

이쪽저쪽으로 몸을 굴려 그들에게 고정된 목길를 만들어 주지 않았으나

2충의 아무 방에나 선뜻 들어서지 못했다.

그러면 그 방에 갇히게 될 것이다.

방을 휘둘러 보는 사이에도 놈들은 3충 계단에서 쏟아져 내려을 것이다.

뒤쪽에서도 고함소리가 울려왔다.

1충에서도 다시 병사들이 올라온 모양이었다.
김원국은 수류탄 하나를 꺼내 안전핀을 뽑았다.

그리고 몸을 굴리면서 뒤쪽의 계단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이어서 어질 듯한 폭음이 들렸다.

그 순간 총알이 그의 이마를 스쳤다.

그쪽을 향해 총을 쏘면서 김원국이 소리쳤다.


"민애! 김원국띠 왔다! 너 여기 있니?"


김원국은 헐떡였다. 그리고 갑자기 가슴이 내려앉았다.

다시 총알이 쏟아져 왔고 이번에는 팔에 맞았다.

그는 굴면서 주머니에서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물어뜯었다.

옥도의 끝으로 수류탄을 굴렸다.

그러자 바로 옆에서 문이 열렸다.

굴면서 총을 겨눈 그의 앞에 장민애가 서 있었다.

그 순간 폭음이 울리면서 수류탄이 터졌다.

판잣조각들이 어지럽게 튀어 날아왔고 벽에 걸린 액자들이 떨어져 내렸다.

횟가루와 먼지가 가득 복도를 메웠다.
장민애는 그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고 방안에 주저앉았다.

김원국은 몸을 굴려 그녀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발로 차 닫고 그녀의 손을 잡고 끌고가 안쪽 벽에 주저앉혔다.

그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얼굴은 피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는 문을 응시한 채 수류탄을 꺼내 앞에 내려놓았다.

 M-16의 탄창을 빼고 다시 새 탄창으로 갈아 끼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으므로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M-16의 총구를 문에다 겨누었다.

가쁘게 내쉬는 그의 호흡소리카 들렸다.

장민애는 그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우두커니 그를 바라 보았다.

오함마와 그의 일행 25명이 방콕에 도착한 것은 새벽 4시였다.

대부분 맨몸들이어서 그들 일행은 통관을 빠르게 마치고 대합실에 모였다.


"형님, 로두 나왔습니다. "


이형구가 다가와 말했다.

김원국과 홍콩에 같이 있었던 그는 김원국이 서울로 출장을 보내 버렸던 것이다.

이형구는 오함마의 이야기를 듣고는 발을 굴렀다.

그들이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2명의 서양인이 다가왔다.


"오함마 씨가 누굽니까?"


그들에게 다가온 한 사내가 물었다.

부하들이 서양인을 에워쌌다.
이형구가 나섰다.


"무슨 일이오?"


"난 CIA의 제임스라고 합니다. 백장용을 아시지요?" 

"예, 압니다. "


이형구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부하들도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김칠성 씨도 아시Tf군요."


"그렇소. 그런데 왜?"


"그럼 절 따라오십시오."


"그들을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


오함마가 부하들을 혜치고 다가왔다.


"무슨 일이 야?"


제임스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갑시다. 그들도 곧 도착할 겁니다. "


빈 타오는 눈을 부릅뜨고 차오 중령을 노려보았다.

 입술끝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1층 응접실에 앉아 있던 빈 타오는 총성과 폭발츰에
온 집안이 무너질 듯 진동을 하자 재빠르게 비상구를 통해 빠져나왔었다. 

"지금 방안에 갇혀 있습니다.

부하들이 포위하고 있으니까 죽이건 살리건 저희들 마음대로‥‥‥‥


"누구야?"


듣기 싫다는 듯이 빈 타오가 거칠게 물었다.


"그건 아직 ‥‥‥‥


빈 타오는 혀를 찼다.


"하지만 김원국 조직의 부하인 것은틀림없습니다.

.여자를'찾으러 왔으니까요."


빈 타오는 오늘처럼 차오가 우둔하게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평상시의 말과 태도는 분명하고 조리가 있었으나 막상 상황이 벌어지자

굼 뜨고 천방지축으로 보였다.


"지금 여자 방에 같이 있습니다. " 

천장에서 횟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빈 타오는 눈을 깜박이며 일어서서 횟가루를 피했다.


"한 놈이란 말이지‥‥‥‥


그러면서 빈 타오는 기가 막혔다.

그가 자랑하던 저택이 쑥대밭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이렇게 두려움을 느긴 적이 없었다.
김원국이 보낸 한 사내에 의해 차오가 자랑하던 병사들 30여 명이 희생되고

저택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다행히 그는 장민애의 방에 감금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멀정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감금이 아니었다.
그는 제발로 찾아간 것이다. 빈 타오는 차오 중령을 노려보았다.
김원국이 장민애를 돌아보았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내려 볼과 목을 적시고 있었다

장민애는 수건으로 그의 피를 닦아 주고 싶었으나 온 몸이 굳어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그의 이마의 상처에 손을 댔다.

김원국이 손을 들어 그녀의 팔을 잡아 내렸다.

팔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장민애는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이 벅차 올랐으나 그것이 기쁨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김원국이 장민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같은 눈길이었다.

그는 다시 방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민애, 나 혼자 왔어."


그의 말에 장민애는 머리를 끄덕였다.


"겁나니?"


이번에는 머리를 저었다.


"같이 있어 줄게."


장민애는 피에 흠뻑 젖은 그의 한손을 들어 자기 볼에 댔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지?"


그의 손과 함께 그녀의 머리가 끄덕였다.

그의 어깨에 찢어진 상처가 보였다.

울컥이며 가슴에서 무엇인가 치솟아오른 장민애는 가늘게 신음소리를 냈다.


"아파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그렬게 물었다.


"응. "


장민애는 한손을 들어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손과 얼굴도 김원국의 몸에서 흘러 나온 피로 함께 피투성이가 되었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탕, 탕.'


김원국이 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문 위쪽에 나란히 구멍이 뚫렸다.

김원국은 장민애를 구석에 밀어 넣고 자신은 그녀 앞에 앉았다.
한쪽 다리는 뻗고 다른 쪽 다리 위에 총을 받쳐 겨누었다.

장민애는 그를 뒤쪽에서 껴안고는 얼굴을 그의 등에 묻었다.


"이봐, 거기 안에 있는 놈 들어라."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항복해라. 무기를 버리고 나와! 개죽음 당하지 말고!"


김원국의 어깨가 두어 번 들썩였다.

보지 않아도 그가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을 장민애는 알 수 있었다.

그녀도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헬리콥터는 밀림의 나무끝을 스칠 듯이 낮게 떠서 날았다.

프로펠러 바람에 횝쓸린 나무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 보였다.
김칠성은 머리를 돌렸다. 4대의 헬리콥터가 나란히 따라오고 있었다.

.김칠성의 좌우에도 한 대씩 날고 있으니까 모두 7대였다.

헬리콥터와 장비들은 모두 CIA의 지원을 받은 것이다.

오함마가 방콕에 먼저 도착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는 강만철의 연락을 받자마자 부하들을 소집해서 날아온 모양이었다.
제임스가 정보를 받고 오함마를 방콕에서 잡지 않았으면 김칠성은
그를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앞에 앉은 백장용이 익숙한손놀림으로 M-16을 조작하고 있었다.

김칠성은 손에 쥔 M-16을 바라보았다.

이젠 전쟁이었다.

각자가 수류탄과 실탄이 가득 든 탄창들을 휴대하고 있었다.

제임스는 그들을 농장에 내려놓고 지원 사격까지는 해줄 것이다.
그들이 개입된 것이 알려진다면 중대한 국가간의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김칠성은 시계를 보았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30분 후면 농장에 도착할 것이다.
김칠성과 오함마들은 제임스로부터 빈 타오의 농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고 공격 방법에 대한 것도 교육을 받았다.

제임스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도 김원국이 살아 있는 동안
구출해 내려는 한국인들의 초조한 마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서둘러 주었다.
오함마는 조종사로부터 30랄 후면 농장에 착륙한다는 말을 들었다.


"준비해라. 30분 후다. "


앞자리에 있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강만철로부터 연락을 받고 곧부하들을 모아 출발했지만

농장에 대한 정보나 공격용 화기들을 전혀 준비하지 못한 형편이었다.

그저 빈 타오의 농장이 태국 북부 치앙마이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었다.

방콕에서 무기상들을 만나 화기를 구입하고 안내원을 고용할 일들로 머리가 어지러운 때에
제임프가 나타난 것이다.

김칠성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홍콩을 뛰쳐나와 날아온다는 것이 든든했고 더욱이

그들은 CIA에게 부탁하여 협조를 약속받고 있었던 것꾹다.
백장용이 빌 패트릭과 맺은 인연이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급한 김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백장용이 빌에게 연락을 취하긴 했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CIA로서도 앓던 이처럼 여기던 빈 타오를 김원국의 조직이 치고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적절히 이용만 한다면 손해볼 일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오함마는 농장이 다가올수록 초조했다.

홍성철이 흥작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자기가 한국에 남아 제일유통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김원국의 곁을 떠나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이동수가 죽은 이후로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장민애의 사건도 따지고 보전 자신의 책임이었다.

서울에 남아 있었으면 김원국 대신 그녀의 신변을 지켜야 했다.

오함마는 책임을 질 작정인었다.
병사 한 명이 김원국의 등을 뒤에서 걷어차자 그는 의자와 함께 앞으로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머리가 테이블에 부딪히는 바람에 총알이 스친 이마의 상처가

다시 터지면서 피가 튀었다.
김원국은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넘어진 의자를 바로세웠다.

의자에 앉으려고 엉덩이를 내리자 이번에는 곁에 섰던 차오 중령이 의자를 옆으로 치웠다.

김원국은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빈 타오는 찌푸린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원국이 다시 일어섰다. 그는 치워둔 의자를 잡고 그 위에 다시 앉았다.

이번에는 차오와 병사들이 건드리지 않았다.

지친 모양이었다.
2시간이 넘도록 김원국은 빈 타오의 심문을 받고 있었다.

 

"정직하게 이야기해. 넌 정말 혼자 이곳에 은 거냐?"


그는 손에 담배를 든 채 신경질적으로 테이블 위를 두드렸다. 

"그렇다. "


김원국이 말했다.

그는 두 팔을 올려 얼굴에서 흘러 내리는 피와 땀을 닦았다.

양손이 묶여져 있었고 팔과 어깨의 상처가 끈적거렸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통증이 전해져 왔다.

햇살이 빈 타오의 뒤쪽 창문에 반짝이며 퍼져 나갔다.
빈 타오는 김원국을 노려보았다.


"끈질긴 놈. 어디 두고 보기로 하자.

 네놈을 인질로 해서 네 부하들의 충성심을 한번 보겠다. "


"못난 놈 같으니."


김원국이 뱉듯이 말했다.

빈 타오가 얼굴을 번쩍 들었고 뒤쪽에 있는 병사 하나가 총 개머리판으로 김원국의 어깨를 찍었다.

김원국이 휘청이며 상체를 굽혔다.

총에 맞은 어깨를 친 것이다.

격렬한통증이 왔고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김원국은 아직도 두 발이 방바닥을 겨우 딛고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눈에 힘을 주고 빈 타오를 보았다.

흐릿하게 그의 상반신이 보였다.


"날 인질로 삼아라. 그리고 여자는 보내라."


김원국의 말에 빈 타오가 턱을 들고 웃음을 띠었다.


"잘 말해 주었다. 이꾸야 네 약점이 나왔군.

나는 네놈과 네놈의 약 흔자를 한꺼번에 이용할 작정이야.

너희들같이 명예나 의리 따위에 구속받지 않아, 나는."


빈 타오는 손을 저었다.

병사들이 달려들어 김원국의 양쪽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비겁한 놈. "


김원국이 잇사이로 말을 뱉었다.

김원국은 복도를 걸어 1층 끝에 있는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
장민애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그의 처참한 모습에 놀라 일어섰다.

목구멍에서 가늘에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그녀가 달려왔다.

그녀의 두 손도 밧줄로 묶여 있었다.
병사들은 돌아나가 밖에서 문을 잠갔다.

방에는 창문도 나 있지 않았다.

천장에 조그만 전둥 하나가 켜져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습기가 가득 찬 방이었다.

부서진 가구와 고장난 세탁기가 한쪽에 쌓여 있었다.
김원국이 장민애를 바라보았다.

흐린 시선으로 한동안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이마에서 흘러 내린 피가 그의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놓았다.

소매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김원국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장민애가 그의 옆에 앉아 이마의 상처에 헝겊조각을 가져다 댔다.

갑자기 김원국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는 장민애의 손목을 끌어당기더니 이빨로 밧줄을 물어뜯었다.
굵은 삼밧줄로 매어진 포승은 조금도 느슨해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장민애는 두 손바닥을 벌렸다.

마악 입을 벌리고 삼밧줄을 다시 물어뜯으려던 김원국은 그녀가 벌린 손바닥을 보았다.

김원국의 입이 천천히 닫혀졌고 장민애의 손바닥이 그의 얼굴을 감쌌다.


"보인다!"


오함마가 앞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헬리콥터는 밀림의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듯 낮게 날았다.

기관총 사수가 철컥이며 총알을 장진하고 있었다.

잠자기 기관총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앞서서 날아가던 2대의 헬리콥터가 아래를 향해 기관총을 쏘아 갈기고 있었다.
오함마가 탄 헬리콥터는 저택을 향해 곧장 날아가고 있었다.

기관총사수가 온몸을 밖으로 내놓고는 아래에 대고 기관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손가락만한 탄피가 마구 튀어 날아 들었다.

아래에서도 응사를 하는 것 같았다.

총알이 스쳐 지나는 소리가 들렸다.
저착이 점점 가까워졌다.

오함마는 안전띠를 움켜쥐고 기다렸다.

헬리콥터는 더욱 고도를 낮췄다.

옆을 바라보자 2대가 나란히 저택을 향해 돌진해 가고 있었다.

모두 7대의 헬리콥터에서 쏘아대는 기관총으로 인해 아래는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다.

은폐물이 거의 없는 저택 앞의 황장을 미친 듯 뛰는 병사들이 보였다.

헬리콥터는 그들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나아가 저택에서 3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내려 !"


오함마는 1미터쯤공중에 떠 있는 헬리롭터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저택을 바라보고 달려나갔다.

우측의 병영은 헬리콥터의 집중사격을 받고 있었다.

그쪽은 김칠성이 맡을 것이다.
저택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옆에서 달리던 부하가쓰러졌다.

오함마도 저택을 향하여 총을 쏘면서 달렸다.

오함마가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안쪽에서 총알이 쏟아져 나왔다.

몸을 굴어 피했으나 방탄조끼를 입은 배에 충격이 왔다.

뒤따라 들어온 백장용이 수류탄을 집어 던졌다.

부하들이 잇따라 뛰어 들었다.

밖에서도 종볶는 듯한 총성이 울리고 있었다.
김원국은 총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장민애도 놀라서 머리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김원국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민애, 저기 들어가 있어. 어서."


장민애에게 세탁기가 놓인 구석을 가리켰다.

그녀가 김원국을 보면서 망설였다.


"어서!"


장민애는 벽과 세탁기 사이에 쪼그리고 앉았다.

김원국은 두 팔을 들어 보았다.

다시 총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헬리꼽터의 엔진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여러 대 같았다.

이제는 콩볶는 듯한총소리가사방에 서 들렸다.
두 팔은 삼밧줄로 억세게 묶여 있었으나 두 발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는 두 발을 번갈아 들어 보았다.

이쪽으로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서너 명쯤 되어 보였다.

김원국은 문가에 몸을 붙이고 섰다.

힐끗 장민애를 보았다.

그녀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쪼그리고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김원국의 발길이 뒤에 선 병사의 배를 옆에서 후려때리듯이 찼다.

그러고는 이쪽으로 몸을돌리는 병사의 얼굴을 두 손으로 올려쳤다.

병사 하나가 주춤대며 총구를 그에게 돌렸으나 김원국의 발길이 그의 팔목을 차자

그는 총을 떨어뜨렸다.

한걸음 다가간 김원국이 껑충 뛰어오르면서 몸을 돌리고는 발끝으로 병사의 턱을 차올렸다.

순식간에 3명의 병사가 나됩굴었다.
김원국은 병사의 총을 두 손으로 쥐었다.

불편했으나 겨누고 방아쇠는 당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총소리가 저택 안에서 나기 시작했다.

김원국은 두 손으로 총을 겨누고 문을 열었다.
2명의 병사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김원국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병사들은 복도에 될굴었다.

복도 끝은 흘이었다.

그쪽에서 격렬한 총성이 울리고 있었다.
수류탄이 밖에서 폭발하자안에 걸려 있던 액자들이 떨어져 내렸다.
응접실 안은 천장과 벽에서 떨어져 내리는 먼지들로 목이 막혔다.

저택 안의 총성이 차츰 줄어들고 있었다.

밖에서는 아직도 격렬한 총격 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벽에 맞은 총알들이 튀었다.
빈 타오는 벽장에 세워 둔 M-16을 꺼내 손에 쥐었다.

김원국의 부하들이 헬리콥터를 동원하여 군사작전을 벌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기껏해야 자동차에 무장한 부하들을 싣고 달려오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헬리큽터들이 저택 주위를 돌면서 기관총을 쏘아 대고 있었다.
차오 중령이 권총을 뽑아들었다.

그의 눈에 펏발이 서 있었다.


"보스, 여긴 제가 맡겠숨니다. 피하십시오."


빈 타오는 머리를 저었다.

 총소리가 들리더니 총알이 문짝을 뚫고 들어왔다.


"보스, 창문을 열고 공장 쪽으로 피하십시오."


차오가 다시 소리쳤다.

빈 타오는 M-16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누군가가 발길로 문을 걷어찼다.

문짝이 부서질 듯 흔들렸다.

차오가 문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잠시 주춤하던 밖에서 문을 향해 총을 쏘아댔다.
문에 수십 발의 총알구멍이 생겼다.

차오가 한옆으로 비껴섰다.
빈 타오는 책상 옆에 서서 M-16을 세워들었다.

지금 밖으로 몸을 피한다고 해도 김원국의 부하들을 만날 것이다.

여기서 마주칠 작정이었다.

그러자 문득 빈 타오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이제는 자신이 막다른 곳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는 이를 갈았다.
다시 문에 충격이 오면서 문이 활짝 열렸다.

차오가 앞으로 나서면서 권총을 두 발 쏘았다.

들이닥치던 사내 하나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러나 뒤를 이어 달려온 사내의 손에 쥔 기관총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차오가 두 손을 휘저으며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빈 타오는 책상 위에 M-16을 세워든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2명의 사내가 다시 뛰어 들어왔다.

그들은 빈 타오를 향해 일제히 총을 겨누었다.


"총을 내려!"


한 사내가 소리쳤다.

빈 타오가 총에서 손을 몌었다.

 M-16이 책상 위에 넘어졌다.


"손을 들어 올려! 네가 빈 타오지?"


다른 사내가 소리쳤다.


"그렇다. "


빈 타오가 말했다.


"내가 빈 타오다. "


두 손이 묶인 채 총을 쥐고 복도를 걸어나오는 사내를 본 누군가가 고함을 쳤다.


"큰형님이다! 큰형님이다!"


산발적으로 울리던 총성이 뚝 그쳤다.


"형님!"


오함마가 층계 밑에서 달려나왔다.

그는 김원국의 몰골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오함마는 김원국의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부하 한 명이 칼을 꺼내 손목의 밧줄을 끊었다.


"그 칼을 이리 내라."


김원국은 칼을 받아 손에 쥐었다.

그는 몸을 돌렸다.


"형님, 어딜 가십니까?


오함마가 소리 쳤다.

"민애한테."


오함마가 뒤를 따랐다.
김원국은 복도를 걸어 구석 방문을 열었다.

장민애는 세탁기 옆의 구석에 아직도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김원국의 얼굴을 보고 이어서 따라 들어오는 오함마 둥을 보고 그녀는 눈물을 쏟았다.

 김원국은 그 녀에게 다가섰다.


"손을 이리 내."


장민애가 손을 내밀었다.

김원국은 그녀의 밧줄을 끊었다.
저택 안에서 총성이 그치자 밖에서도 약속이나 한 듯이 총소리가 그쳤다.

김일두가 다가왔다.

그의 팔 하나가 덜렁거리고 있었으나 그는 다른 사람의 것인 양 멀정한 얼굴이었다.


"형님, 빈 타오를 잡았습니다. "


김원국은 끄덕였으나움직이지 않았다.

 흘복판에 서서 물끄러미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김칠성이 들어왔다.


"형님."


그러면서 그는 주먹으로 눈을 닦았다.


"살아 계겼군요."


김원국은 머리를 끄덕였다.


"너두 살았구나."


그러자 웃음이 나왔다.

김원국이 웃음을 띠자 김칠성도 울면서 웃었다.


"저택이 조용하니까 병사놈들이 모두 도망을 쳐버렸습니다. "


김원국은 빈 타오의 응접실에 들어섰다.

빈 타오가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빈 타오는 들어서는 김원국을 보면서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한 시간 만에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당신은 운이 좋군."


빈 타오가 담담하게 말했다.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 난 당신과 당실 약흔자를 데려와 총알받이를
하려고 했는데 당신 부하들이 너무 빨랐던 모양이야."


김원국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큰 걸 얻었을 덴데 말이야."


"빈 타오, 나도 몰랐다. "


김원국이 불쑥 입을 열었다.

빈 타오는 입을 벌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네가 시간을 얼마를 더 얻었든 간에 너는 이렬게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


빈 타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김원국은 방을 나왔다. 오함마가 따라나왔다

장민애가 흘의 구석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 다가왔다.

흘에는 부하들이 가득 몰려 있었다.
사상자가 있었으나 활기찬 분위기였다.

그들 사이를 지나 그의 앞에선 장민애가 물었다.


"일 끝났어요?"


맑은 표정 이었다.


"일? 그래, 끝났어."


그녀의 팔을 잡고 김원국이 웃었다.


'탕, 탕, 탕.'


갑자기 응접실에서 총성이 세 번 울렸다.

부하들이 우르르 응접실로 달려갔다.

김칠성과 백장용, 김일두 둥이 응접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김칠성이 김원국 앞에 와 섰다.


"빈 타오를 없fn습니다. "

"저, CIA하고 거래를 했습니다. 그쪽에서 그걸 원했습니다. "


"그리고 성철 형님의 복수를 하고 싶었습니다. "


끄덕이며 김원국은 몸을 돌렸다.
장민애의 어깨를 짚고 현관을 나서자밖에는 눈부신 남국의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뜨겁고 찬란한 햇살이었다.

장민애는 김원국의 겨드랑이를 받치고 햇살 속을 걸어나갔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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