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11. 장렬한 최후

오늘의 쉼터 2014. 12. 1. 16:00

◐ 장렬한 최후 

 

 

서울로 돌아온 김원국은 제일상사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초조한듯 시계를 보았으나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밤 9시가 넘었다.
어젯밤 비행기로 도착한 김원국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장민애의 가족들을 안심시켜 주는 것이었다.

장민애는 납치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1
리고 납치를 한 것은 마약 조직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마약조직에 대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홍콩의 조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김원국은 장민애의 가족에게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이제 그들은 장민애가 김원국의 심부름으로 홍콩으로 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김원국은 자지에서 일어섰다.

이번 사건은 위천산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마약 5킬로그램을 빼앗은 것에 대한 보복이 틀링없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쪽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원국의 가슴은 무거워졌다.

연락이 없다는 것은 뻔한 것이다.

납치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한 보복이라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박태운이 끌려간 곳은 변두리에 있는 새로 지은 빌딩이었다.

빌딩에는 임대선전의 기다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고 치우다 만

지저분한 나무 부스러기들이 빌딩 주변에 널려 있었다.

그들은 비어 있는 2충으로 올라갔다.

박태운은 아직까지도 배가 아파 2명의 사내가 양쪽 팔을 끼고 층계를 을라가야만 했다.

2층은 5, 60평 되어 보였다.

깨끗하게 치워진 바닥에 5, 6개의 철제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곳에 서너 명의 사내가 앉아 들어서는 박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태운을 끌고 들어온 사내들은 그를 의자 하나에 앉히고는 양옆에 섰다.
"네가 박태운이냐?"
정면에 앉아 있던 사내가 대뜸 물었다.

어디서 본 듯한 사내였다.

박태운은 그를 바라보며 잠시 대답하치 않았다.

갑자기 옆에서 주먹이 날아왔다.

볼을 얻어맞은 박태운이 의자에서 넘어질듯 상체를 굽혔다.
금방 입안이 터져 찝찔한 피가 고였다.
"네가 박태운이냐?"
사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기억이 났다.

체스터에서 본 사내였다.
"예, 내가 박태운이오.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요?"
박태운이 기를 쓰고 물었다.
"너, 마약 거래하고 있지?"
사내가 다시 물었다.
"무슨 소립니까? 난."
"죽이기 전에 이야기해라."
사내의 말은 나지막했으나 소름이 끼쳤다.
"한번만 더 딴소리했다가는 토막을 내겠다. "
오함마는 옆에 있는 사내에게 손을 벌렸다.

사내가 호주머니에서 두툼한 잭나이프를 꺼내어 그에게 건네 주었다.

오함마는 날을 폈다.

하얀 칼날이 섬뜩하게 빛났다.
"과놈 양팔을 잡아라."
그가 말하자 사내들이 박태운의 양쪽 팔을 잡았다.
"대답을 안 하거나 딴소리할 때마다 손가락 하나씩 자르겠다.

그 다음엔 발가락, 코, 귀, 튀어나온 곳은 모조리 자르TE다.

자, 대답해. 너 마약거래 하지?"
박태운은 이들이 경찰도, 수사기관원도 아닌 것을 깨달았다.

그렬다면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여보쇼,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사정이나 알고 이야기합시다. "
그가 사정하는 투로 말했다.
"시간이 없다. "
오함마는 눈짓을 하자 사내들 2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박태운의 한쪽 손을 잡아당기고는 철제 의자 위에 내려놓았다.
"묶어라."
그들은 익숙한'동작으로 박태운의 몸을 의자에 묶고

한쪽 손을 다른의자 위에 내려놓르 동여맸다.
"그놈 주먹을 펴라."
오함마가 말하자 사내 1명이 의자 위에 놓인 박태운의 주먹을 발로 발았다.

박태운의 손가락이 펴졌다.

오함마는 주저없이 다가가 박태운의 새끼손가락 사이에 칼을 꽃고는 바깥쪽으로 색둑 눌렀다.
"으아악!"
박태운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사내가 구듯발을 치우자 새끼 손가락이 가운데서 잘라져 있었다.

잘라진 덩어리가 바로 앞에 놓여져 있었고 끝쪽 부분의 횐뼈가 보였다.
"으아악!"
그것을 본 박태운이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손가락끝에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왔다.

다시 묻는다. 이번에도 손가락 한 개다. 너, 마약쟁이지?"
오함마가 다시 물었다.

박태운이 얼굴에 땀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눈을 흡떠 오함마를 바라보았으나 보는 것 같지가 않았다.
"너는 약을 누구에게 받는가 말해 위천산이냐?"
"네? 아니, 저는 잘‥‥‥‥
오함마는 다시 일어섰다.
최정호는 신문을 내려놓았다.

신문에는 실종기사도 아무것도 나 있지 않았다.

어쩌면 김원국 조직은 아직 그 여자가 납치당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이틀밖에 안 된 것이다.

그의 경호원인 강창배와 위천산이 보낸 부하 1명이 장민애를 납치하여 배에 실었다.
그것은 위칠산이 계획한 것이다.

그는 위천산이 장민애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것에 놀랐다.

장민애는 무방비상태였다.

한세라는 빈틈없이 경호하면서도 그들의 보스인 김원국의 약혼자에게는

경호원 1명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최정호는 전화기를 끌어당겼다.

약의 공괍약속이 이틀이나 늦어져 그들은 목이 타게 기다렸다.
최정호는 혀를 차고 수화기를 들었다.
"형님, 면회금지라 겨우 들어왔습니다. "
홍성철의 옆에 다가와 앉은조우열이 말했다.

홍성철은 침대에 누워 멍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사고가 생겼어요. 큰형님의 약혼자가 납치당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서울이나 온롱 모두가 비상입니다. "
홍성철의 눈이 조우열에게 고정되었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위천산의 짓이라고 합니다.

위천산이 서울로 마약을 보내는 것을 우리가 가로챘습니다.

그것을 알고 위천산이 서울에서 큰형님의 약혼자를 납치한 것 같습니다. "
"빈 타오는 어제 저녁에 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빈 타오하고도 관계가 있다고 하더군요."
"형님, 몸조리 잘 하십시오. 일이 좀 풀리면 다시 오겠습니다. "
조우열지 일어서서 머리를 숙였다.

홍성철은 잠자코 그의 됫모습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고 혼자 있게 되자 홍성철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직도 어지러웠으나 조우열의 말이 귓전에 남아 있었다.

장민애가 납치당한 것이다. 마약 조직하고 본격적인 싸움이 붙게 될 것이다.

그들이 장민애를 납치했다면 인질로 삼아 이쪽에다 무슨 요구를 해을 것이 틀림 없었다.
병실에 수감된지 열홀이 넘었으나홍성철은 아직 뚜렷하게 병세가 나아지는 증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약을 마시고 싶은 감정이 폭발하여 미칠듯이 몸부림을 치다가 기진하여

늘어진 순간에 생각하는 시간이 생기게 되었다.

예전에는 절제와 통제가 없었으므로 자신이 뛰쳐 나가면 되었다.

스스로 하는 절제는 마약의 유혹 앞에서는 너무나 무력했다.

사고가 마비된 상태였고 약 기운이 떨어지게 되면 광란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헐떡이며 어쩔 수 없이 생각할 시간이 있게 된 것이다.
언젠가 리첸에게 김원국과 장민애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 기억이 났다.

장민애의 전화번호까지 가르쳐 주었다.

빈 타오가 그 정보를 가져 갔다면 위천산에서 넘겨 주었을 것이다.

빈 타오는 위천산과 밀착되어 있어서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홍성철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키려 하다가 머리만 든 채 움직이지 못했다.

아직도 두팔과 꼰슴 ri는 굵고 넓은 밴드가 매어져 있었다.
홍성철은 갑자기 입을 벌리고 얼굴에 운음을 피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자신도 그령지만 주변도 쓰찬가지였다.

그는 소리내어 웃었다.

창문에 사람이 나타나 그를 바라보더니 사라졌다.

그것도 우스웠다.

홍성철은 다시 운었다.

숨을 헐떡이며 웃던 그는 이윽고 웃음을 멈췄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을 깜박여 눈물을 털어 냈으나 그것은 자꾸만 흘렀다.

다시 온몸이 근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형님, 위천산이 경찰의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
김칠성이 방으로 들어와 말했다.

그는 급했던 모양인지 연락도 하지 않고 찾아왔다.
"지금 경찰들이 위천산의 집에 깔려 있습니다. "
"경찰의 보호를 신청해?"
강만철이 그를 노려보았다
"이놈이 겁이 나는 모양이군, "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없을까요? 혹시‥‥‥‥
"이봐, 쓸데얼는소리 하지 말고 이걸 빨리 형님한테 알려야겠다.

강만철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서울에선 아직 연락 없습니까?"
"없어." -
다이얼을 누르면서 강만철이 말했다.
"웅남이하고 함마가 미치려고 한다. "
1형님한데서는 연락도 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더 죽겠다. H
토고는 수화기를 귀에 댔다.
김칠성은 우두커니 앉아 강만철을 바라보았다.

한세라를 생각하자 김원국의 마음이 어쩌리라는 것이 짐작되었고

아무 소리 하지 않는그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미칠 듯 복도를 내달려가자 2명의 간호사가 뛰쳐나와 앞을 가로막았다.

홍성철은 그대로 달려 나가면서 양팔을 벌리고 다가온 간호사의
턱을 올려 차고는 몸을 틀면서 옆에 선 간호사의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건장한 체격의 간호사들은 복도에 그대로 나자빠졌다.
다시 달려 현관으로 가자 병원은 온통 고함소리와 비상벨 소리로 수라장이 되었고

3명의 경비가 곤봉을 움켜쥐고 기다리고 있었다.

뒤쪽에서도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홍성철은 경비를 바라보면서 달려들었다.

경비들은 일순 주춤하였으나 곤봉을 쳐들고는 좌우로 벌려 섰다.

현관은 그들 3명으로 꽉 막혔다.
접수구에서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간호사들이 보였다.

홍성철은 좌측에 있는 경비에게 달려들면서 그가 내려친 곤봉을 왼팔로 받았다.

팔목이 찌릿하였으나 그의 오른쪽 주먹은 경비의 턱'을 쳐올렸다.

그순간에 우측에 있던 경비의 곤봉이 그의 등을 때렸다.

홍성철은 휘청거리는 경비를 안듯이 하면서 경비의 몸을 그들 쪽으로 돌려 세웠다.

 마악 곤붕을 내려치려던 경비가 주춤하는 사이에 뒤에서 안고 있던 경비를 와락 그들에게 밀었다. 

가까운데 있던 경비가 그를 안고 비틀거렸다.

홍성철은 발을 들어 그에게 다가서는 경비의 사타구니를 차올렸다.

땅이 꺼지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리며 경비가 허리를 굽혔다
간호사들 서너 명이 달려왔다.

홍성철은 땅에 떨어져 있는 곤봉을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몸을 가누려는 경비의 머리를 치고 간호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깜짝 놀란 듯 몸을 세우려 하였으나 이미 그들 앞에 다가선
홍성철에게 곤봉으로 두들겨 맞아 2명이 바닥에 굴었다.

뒤에 섰던 간호사가 몸을 돌려 도망을 치자 남아 있던 한 명이 주춤거리다가

곤봉으로 머리를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몸을 돌린 홍성철은 현관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현관 밖은 바로 인도였고 왕래하는 사람들이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홍성철은 손에 쥔 곤봉을 내던지고 뛰었다.

온몸에서 땀이 홀러내렸다.

무척 몸이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가쁜 숨을 헐떡이면서 그는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장갑수가 서둘러 들어왔다.

그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형님, 성철 형님이 병원을 탈출했습니다. "
강만철과 김칠성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1시간쯤 전인 아침 10시경에 밥을 먹다가 간호사를 때려 눕히고 도망쳤답니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지금이 가장 어려운 때라 발작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애들을 마약거래 하는 곳으로 몇 명 보냈습니다.

아마 그근방으로 가겼을 겁니다. "
"그 자식은 하필 이런 때에‥‥‥‥
강만철이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난 위천산한테 가볼랍니다. "
김칠성이 불쑥 일어섰다.

그는 위천산의 집 앞에서 감시하고 있다가 달려온 것이다.
"칠성아."
강만철이 부르자 문 앞에서 김칠성이 몸을 돌렸다.
"우리, 형님한테는 성철이 이야기는 아직 하지 말자."
"알아요."
화난 듯 대답하면서 김칠성이 문을 닫고 사라졌다.

장갑수가 우두커니 서서 강만철을 내려다 보았다.
"형님, 어떡해요?"
장갑수가 불쑥 물었다.
"윌 말이냐?"
"큰형님 말이에요."
강만철은 머리를 돌렸다.
"제 생각으로는 위천산을 잡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습니다만."
"그놈은 경찰보호를 받고 있다. "
장갑수는 눈을 껌벅이며 서 있었다.
진 경감은 흐뭇한 기분으로 방을 나갔다.

그의 호주머니에는 5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김원국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위천산이 공식적으로

보호를 요청해 온 것이고 본부에서도 지시가 떨어졌다.

더욱이 두둑한 사례금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의 됫모습을 바라보던 위천산이 몸을 돌렸다.
"오늘밤에 타이완 해협을 지나서 빈 타오가 여자를 인수하기로 했다.

아마 2, 3일 후면 여자는 빈 타오의 농장에 들어가 있을 거다. "
"빈 타오의 농장은 태국의 북쪽 국경지대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들어갑니까?"
여귀철이 놀라 물었다.
"그들의 배가 사이엠 만을 들어서면 빈 타오가 헬리콥터를 보내어 싣고 가겠다고 했다. "
여귀철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면 김원국치하고 협상은 언제 시작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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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여귀철이 긴장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 사건을 경찰에 알릴 바보들은 아니지만

그럴 경우에는 여자를 처치하겠다는 조건으로 시작하였다. "
"첫째로 지난번 마약 강탈 사건에 대해 김원국이 변상할 것.

그놈 구역에서 일어났으니 그놈이 변상해야 한다.

다른 조직들도 환영할 거다. "
여귀철은 잠자코 있었다.
"두 번째로 이번의 마약대금을 지불 할 것.

그년이 가로챈 5킬로그램의 마약 대금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홍콩의 그의 구역에서 거래를 하도록 거래 관계를 맺어야 돼.

그때는 다른 조직과 똑같은 조건으로 한다.

그러면 김원국도 만족할 거야.

그렇지, 그 합의는 여러 조직의 보스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해야겠군

그래야 증거도 남고 딴소리를 못할 테니까,"
"보스, 만일에 말입니다, 만일에 거절하면 어떻게 합니까?"
여귀철이 주저하며 물었다.
"무엇을?"
"그 제의를 말입니다. "
"어떤 제의?"
여귀철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잠시 입을 열지 않고 위천산을 바라보았다.
"그래, 첫번째 두 번째는 김원국의 자존심을 세워 주려고 내가 양보 할 수 있지."
위천산이 느긋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세 번째는 안 돼.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야.

김원국이 세 번째는 발아들여야 돼."
"그렇지만 만일 그것도 거절한다면 어떻게 합니까?"
위천산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것도 거절해? 제 약혼자를 인질로 잡혀 두고도 말이냐?

못 이긴 척 받아들이는 것이 그놈의 체면도 살고 돈도 벌게 된다는 생각은 안해 본 거냐?"
"저 혼자만 잘난 척해 보아야 저 혼자 병신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해,

흠, 그것도 거절한다면 하는 수 없지."
위천산도 생각은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생각에 잠긴 듯 입을 다물고 벽을 노려보았다.
"보복을 하는 거지.

나는 놈 때문에 손해본 것에 대해서 앙갚음을 할 것이고 그놈도 나에게 할 것이다. "
"서로 득될 것 얼는 싸움을 하는 거야.

나는 감원국이 그렇게 우둔한 놈이라고는 생각하지 쟈아."
위천산은 갑자기 싱긋 웃었다.
"광여림이 묻지도 않은 것을 보고 하더군 그 여자가 미인인 모양이야.

하긴 김원국의 약혼자쯤 되면 미인일 수밖에, 그럴수록 값이 더 나가겠지.

김원국에게나 우리에게도 말이다. "
김칠성이 앉아 있는 음식점 2충에서 위천산 집이 바라보였다.

도로 건너편에 안쪽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었고 끝에 위천산의 집이 있었다.

붉은 기와 지붕의 3층 벽돌집이었다.

정문에 2대의 경찰차가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김칠성은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 물을 한모금 마셨다.

점심때가 되었으나 배가 고픈 줄을 몰랐다.

홍성철 생각을 하자 라자기 짜종이 났다.

그를 생각하면 안타까웠고 한편으로는 미웠다.

흥성철은 냉정한 점도 일었지만 잔정이 많았다.

강만철이 좀체로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데 비하면

그는 가끔씩 수다스러울 정도로 떠들기도 했다.

그래서 동생들이 많이 따르는 편이었다.

약속이나 책임감도 강했고 응통성이 뛰어나서 김원국에게 신임을 받아 회사에서

비중을 쏟는 일만 맡았다.

그런 그가 여자에게 빠져 마약 중독에 걸리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김칠성이 탐 람을 처치하고 그의 주머니에서 테이프를 꺼 내 들었을 때

그는 테이프를 없애고 싶었다.
김칠성은 물컵을 내려놓았다.

그의 시선에 위천산의 집에서 2명의 경찰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뜨거운 태양에 지친 듯이 샛길을 천천히 걸어 큰도로 쪽으로 나오고 일었다.

김칠성은 그들을 쏘아보았다.

이제는 경찰들도 위천산과 같은 놈들로 보였다.

무슨 수단을 쌨는지는 모르지만 저놈들은 이제 방해물일 뿐이다.
홍성철은 이마에 배어 있는 땀을 손바닥으로 닦았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어서 여름 날씨였지만 지나가는사람들이 힐끗거렸다.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빼앗아 입은 얼룩 무의의 남방 셔츠는 몸에 맞았은 나 냄새가 났다.

지독한 마늘 냄새였다.

그리고 바지는 길이가 짧곤다.
검정색 바지끝이 발목뼈에서 5센티미터쯤 올라와 있었다.
홍성철은 위천산의 집으로 져어지는 샛길에서 서성거리면서 이쪽저 쪽을 둔리번거렸다.

위천산의 집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경찰차 2대가 정문 양쪽에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햇살이 뜨겁게 내리쪼이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 내려 턱을 타고 떨어졌다.

그러나 온몸은 조금씩 떨렸다.
정문이 열리더니 2명의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나왔다.

그들은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다.

홍성철은 주춤하였으나 잠자코 서서 그들을 바라 보았다.

경찰들은 그의 옆을 지나 모퉁이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잠시 망설이던 홍성철은 그들을 따라 음식점에 들어섰다.

변두리여서 그런지 음식점은 지저분했고 5,6명의 사람들이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나 배가 고프지 않았다.

더러운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짚어 콜라 한 잔을 주문한 홍성철은 잠자코 앉아 있었다.

배는 쉬지 않고 달렸다.

장민애는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젯밤에 바커 탄 배는속력이 더 빠른 것 같았으나 심하게 흔들렸다.
배에 탄 선원들의 피부가 검고 중국계 같아보이지 않았다.

처음에 이 배에 옮겨 탈 적에 장민애는 공포감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선원들이 모두 흥악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들은 그녀를 방안에 가둬둔 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아침에 검은 얼굴의 사내 한 명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장민애는 기겁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쟁반에 담긴 밥과 고기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돌아가 버렸다.

그녀를 납치했던 사내는 이 배에 옮겨 타지 않았다.

이 배의 선장인 듯한 사내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더니

뛰어 건너온 2명의 선원들에게 들려 이 배로 옮겨온 것이다.

그녀가 소리를 질렀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바다 위에서 무서움만 더해졌다.
장민애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사흘 동안 변변히 세수를 하지도 않았다.

어제 한번 얼굴을 씻었다.

어제 그들은 왜 이 배로 옳기게 되는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장민애는 바다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렸다.

방안에는 의자와 탁자가 바닥에 붙어 있었고 벽에는 거울도 걸려 있었다.

앉아 있던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배가 흔들리고 있었으므로 일어서 있기에도 힘이 들었다.
거울 앞으로 다가가 장민애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뀀하게 괴진 눈이 보였다.

피부는 까칠하게 메말랐다.

머리칼이 헝클어져 있었으므로 두손으로 다듬어 내렸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이는 내가 납치당한 것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이는 나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아저씨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자 가슴이 조금은 든든해졌다.
홍성철은 저택 안에 위천산이 있는 것을 알았다.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수용소를 뛰쳐나와 위천산의 집에까지 달려왔을 때는 정확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식이 없었다.

죄책감과 초조감이 그를 급작스럽게 억눌러 폭발된 반사반응이었을 뿐이다.

아침에 조우열이 이야기해 주고 간 것이 그를 견뎌 내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정했다.

위천산을 처치하고 나서 자신도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초조했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그 시간이 곧 마약에 취할 시간처럼 느껴졌고 기다려졌다.

옷을 래앗아 입고 왔을 때 다행히 지갑에 돈이 조금 들어 있었으므로

홍성철은 위천산의 저택앞 길 모퉁이에 있는 음식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리엔트 호텔에 있을 강만철이나 부하들이 생각났으나

그들에게 이 일을 상의하고 협조를 구할 생각은 없었다.

속죄를 하는 일이니만치 물어 볼 일이 아니었다.
홍성철은 학자 위에 놓인 그릇을 바라보았다.

그릇에는 두 개의 만두가 놓여져 있었다.

저녁 6시가 되었으나 손님은 그 혼자밖에 없었다.
저녁식사 시간치고는 이른 모양이었다.
젓가락을 들고 만두를 집으려던 홍성철은 눈에 보일 정도로 젓가락 끝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힘을 주어 젓가락을 잡자 이제는 더 떨렀다.
다시 구역질이 났고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온몸이 근지러웠고 피부 위를 조그만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것 같았다.

마약의 약기운이 떨어지면 일어나는 환각현상이었다.
홍성철은 입술을 비틀어 웃음을 띠었다.

이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떨리지도, 고통도, 환각상태도 나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그놈들을 이겨 낼 생각을 하자 조금 기운이 났다.
그러자 문득 리첸 생각이 났다.

그가 처음으로 몰두한 여자였다.

느 한 부분도 애착이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는 철저하게 그녀를 소유했다고 지금도 믿었다.

그녀가 빈 타오의 지시를 받아 정보를 래내 갔다고 들었지만 그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열락에 몰두한 얼굴표정과 신음소리, 그리고 격렬한 몸짓은 거짓이 하나도 없었다.

순간의 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녀는 배신하지 않았다.

마약에 취해 시킨대로 했을 뿐이다.

마약을 먹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에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차분히 내려앉았다.
이제는 좋은 추억만 간직하게 되었다.

그것은 떠나는 사람에게 쥐어진 가장 값진 선물일 것이다.
식당문이 열리더니 경찰관2명이 들어왔다.

점심때 들렀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떠들색하게 지껄이며 낮에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홍성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안쪽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김칠성은 식당에서 턱을 고이고 앉아 건너편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천산의 집에 불이 켜졌다.

정문의 양쪽 기둥 위에 세워진 커다란 둥근 전둥이 켜지더니

현관과 1층 2충 순으로 순식간에 불을 밝혔다.

을 밝힌 위천산의 저택은 장관이었다.

저택의 뒤쪽으로 검은 바다가 보였고 별빛처럼 배의 등불들이 떠 있었다.

2명의 경찰이 정문을 나와 순찰차를 지나 이쪽 도로로 걸어왔다.

점심때도 본 녀석들이었다.

그들은 도로 모퉁이에 있는 조그만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저녁식사를 할 모양이었다.
백장용이 다가왔다.
"형님, 식사하셔야죠?"
"그래, 아무거나 시켜라,"
백장용은 찜칠성의 대답에 입맛을 다시더니 웨이터를 불렀다.

식당에도 손님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입구 근처의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3명의 부하가 보였다.

아래층의 계단 근처에도 3명의 부하가 있을 것이다.
김칠성은 식탁 위에 놓인 이름모를 요리를 씹어 삼켰다.

가슴이 답답하고 도무지 기력이 없는 것 같다가도 어느 때엔

2층 창밖으로 뛰어 내려 위천산의 집으로 쳐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무심코 창밖을 바라본 그의 눈에 경찰 한 명이 음식점에서 나와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저녁을 빨리 먹은 모양이었다.
걸어가면서 홍성철은 자신의 몸차림을 다시 한번 훌어보았다.

옷은 제법 맞았으나 어갤했다.

허리에 찬 권총집이 걸음을 옳길 때마다 허벅다리를 건드렸다.

다른 한자루의 권총은 주머니에 넣고 있었으므로 저고리의 주머니가 불룩했다.

경찰관들을 화장실로 불러내어 멋모르고 다가온 그들을 넘어뜨리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옷을 갈아입고 그들어 차고 있는 총을 꺼내어 실탄을 확인하고,

그들을 묶어 화장실 안에 처박아두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화장실문을 안에서 잠가 두었으나 오래지 않아 발각될 것이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순찰차를 지나 정문으로 다가갔다.

정문 안의 오른쪽 편에 2명의 사내가 서 있다가 다가왔다.

사내들은 힐끗 홍성철을 바라보더니 정문의 사이에 난 쪽문의 빗장을 빼었다.

밤이었으므로 얼굴이 보이지 쟈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홍성철은 머리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서자 곧장 현관쪽으로 걸었다.
넓은 잔디밭을 지나는데 오른쪽분수대 근처에서 인기척이 났다.

밤이라 물을 뿜어 내지 않는 분수대의 시멘트 난간에 2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힐끗 홍성철을 바라보더니 저희들끼리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관은 환하게 불을 자혀 두고 있었다. 현관문은 흙갈색으로
옷칠을 한 육중한 나무문으로 불빛을 받아 반들거렸다.

2명의 사내가 문의 좌우에 서 있었다.

그들은 조금 전에 지나친 사내들처럼 긴장이 풀려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홍성철이 거침없이 다가서자 왼쪽에 있는 사내가문고리를 잡고 문을 밀었다.

문이 조금 열렸다.

홍성철이 마악 문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오른쪽의 사내가 다가서며

홍성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사내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을 치켜뜨고 입을 벌렸다.

그 순간 홍성철은 주먹으로 그의 아랫배를 내리쳤다.

그러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팔꿈치로 뒤에 선 사내의 가슴을 찍었다.

 다시 아랫배를 움켜쥐고 허리를 구부린 사내의 턱을 발끝으로 걷어차면서

그는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
그는 문을 등지고 안쪽을 살폈다.

1충은 넓은 흘이었으나 인기척이 없었다.

홍성철은 문고리를 찾아 걸었다.

위쪽에 쇠로 만든 빗장이 있었으므로 빗장을 내렸다.

홍성철은 내키지 않았으나 권총을 뽑아 들었다.

콜트 6연발이었다.
그가 가까운 방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요란했고 밖에서 고함을 잘러대고 있었다.
집안에서 이리저리 달리는 발자국 소리들이 났다.

3명의 사내가 흘을 달럭 문쪽으로 다가갔다

그 중 한 명은 경찰관이었다.

홍성철은 방안으로 들어갔으나 그쪽은 빈 방이었다.

홍성철은 방문을 등지고 그들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문의 빗장을 열려고 손을 뻗친 사내를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소리가 짐안을 울렸다.

사내가 어깨를 움켜린 채 입을 쩍 벌리고는 놀란 듯 홍성철을 바라보다가 쓰러졌다.

2명의 사내가 두 손을 번쩍 올렸다.
"탕!"
총소리가 다시 울렸다. 홍성철의 볼에 화끈한 느낌이 왔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위쪽의 2충 발코니에서 한 사내가 그를 향해 홍을 겨누고 있었다.

홍성철이 허리를 숙이자 다시 총소리가 울렸다.

뒤쪽의 문에 총알이 박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홍성철은 2층을 향해 연거푸 2발을 쏘았다.

그리고 그가 총에 맞은 것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앞에 선 두 사내에게 다시 두 발을 쏘았다.

두 사내가 총을 뽑아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총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계단 옆의 문이 열리더니 2명의 사내가 구르듯 뛰쳐나왔다.

홍성철과의 거리는 10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홍성철은 한 사내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서 달려들었다.

사내가 배를 움켜쥐고 쓰러지자홍성철의 어깨에 거센 충격이 왔다.

그는 비틀거리 면서 다가갔다.

바닥에 엎드런 사내가 다시 그를 향해 총을 쏘았다.

이번에는 총알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홍성철은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 ."
총알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홍성철은 바닥으로 몸을 굴었다.

호주 머니에 권총이 있었으나 쓰러진 사내가 쥐고 있는 권총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다시 총소리가 울렸다. 사내는 커다란 화분의 뒤에 몸을 숨겼다.

홍성철은 사내의 손에서 총을 앗아 쥐었다.
현관문이 부서질듯이 커다란소리를 내며 울리고 있었다.

밖에서 무거운 것으로 내려치는 모양이었다.

홍성철은 화분을 겨누어 총을 쏘았다.

화분에 총이 맞자 흙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화분 뒤에 엎드렸던 사내는 눈에 흙이 튀어 들어갔는지 몸을 꿈틀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눈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는 엄폐물과 직선으로 물러나지 못했다.

흥성철은 그의 상반신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사내는 흠칫 하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왼쪽 어깨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오른쪽 뺨에서 피가 흘러내려 목이 끈적거렸다.
홍성철은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사내들이 뛰쳐나온 방을 향해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그 방에서 요란하게 유리창이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다.

홍성철은 발로 차 문을 열었다.
총소리가 서너 방 들리더니 총알에 맞은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홍성철은 몸을 굴려 방안으로 들어갔다.

왼쪽에 응접 세트와 테이블이 놓여져 있는 것이 그 순간 보였다.

그리고 2명의 사내가 깨진 유리창 앞에서 그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홍성철은 총구를 그들에게 돌렸다.

총소리가 다시 울렸다. 2명이 한꺼번에 쏘아댔다.

일어서려던 홍성철은 거센 충격에 비틀거렸다.

배와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기도 했고 창자와 모든 기관들이 갈가리
터져나가는 것 같기도 했다.

야차와 같은 얼굴로 홍성철은 빙긋 웃으며 그들에게로 방아쇠를 당겼다.
다시 배와 가슴에 충격이 왔으나 홍성철은 총알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방아쇠를 당겼다.

2명의 사내는 쓰러져 있었다.

홍성철은 자신의 호흡이 끊어진 것을 알았다.

그는 똑바로 서 있었다.

고통도 없었다.

정신이 하얀 백열등처럼 맑았다.

이겼다고 생각했다.

오른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권총을 꺼냈다.

눈앞으로 들어 올렸으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그놈을 이긴 것이다. 나는 그놈을 떨궈 버렸다.

홍성철은 입을 벌리고 웃었다.

형님, 미안합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리첸.
그는 이마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얗게 반짝이던 그의 머리가 오색찬란한 불꽃을 피우면서

찬란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그는 보았다.

그곳에 리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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