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9. 덫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6:45

◐ 덫  

 

 

 

 

백성재는 피아트에서 내렸다.

검정색 이태리제 피아트는 엔진 소리도 힘랐지만 마력도 높았다.

신호대기중이었다가 파란불이 켜겼을 때
순발력으로 백성재가 탄 피아트를 따라잡는 차는 없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인지 압구정동의 카페 골목은 사람들이 그리 않지 않았다.
그는 이제 막 문을 연 '테스'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눈여겨들 애가 한 명 있었다.

20살을 갓 넘은 것 같은 미스 리인데 본명은모른다.

게에서 불리는 이름이 주회였다.

술 주자인지 끓을 주자인지 그것도 몰랐다.
다른 애들 같으면 그날 당일치기로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이것은 어떻게 된 년인지 세 번을 찾아가 갖은 말로 꼬셔 보고 지갑을 열어 보여

요지부동이었다.

이제는 가게주인인 김 마담이 안달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설득과 회유를 해도 이주회는 머리를 젓는 모양이었다.

백성재는 오늘까지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었다.

기집애는 그년 하나뿐이 아닌 것이다.

더 늘씬하고 더 예쁜 년들이 수두룩했다.
백성재가 마악 테스의 문을 밀고 들어서려는데 사내들 2명이 다가왔다.

그를 바라보며 다가왔으므로 백성재는 시선을 돌려 그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백성재 옆에 와 딘다.


"백성재 씨?"


"네, 그런데요."


처음보는 사내들이었다. 나이는 30살 전후로 보였다.


"우리하고 함께 갑시다. "


사내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잠판, 댁들은 누구요? 그리고 내가 왜 당신들을 따라가야 돼요?"


"허어, 이 친구 즘 봐."


그는 주머니에서 경찰관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다른 사내가 백성재의 등을 밀었다.


"이봐, 잠깐이면 돼. 뭘 좀 조사하려고 그래."


"도대체 용건이나 압시다. 나는 죄진 일 없어요."


카페 앞이었으므로 마담이나 이주희가 알면 망신이었다.

백성재는 몇 걸음 걸어 카페의 옆골목으로 비껴섰다.


"조사할 것이 있어요. 죄진 것 없으면 바로 나오게 돼.


"무슨 조사요?"


"이태리제 피아트 말이오.

그걸 분실했다고 신고가 들어온 것이 있는데 당신 차와 번호가 비슷해.

그것만 확인하면 돼."


"나참, 기가 막혀서."


차는 현금을 내고 구입한 것이었다.

백성재는 혀를 차고 발길을 돌렸다.


"당신 차로 갑시다. 우린 가난한 사람들이라 차가 없소."


경찰 한 명이 핸들을 잡는 백성재에게 말했다.


"내가 운전할 테니까 타세요, 그럼."


백성재가 운전석에 앉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곤란해."


다른 사내가 말하며 조수석에 않았다.

그러고는 주먹을 발려 백성재의 턱을 쳤다.

백성재의 눈에 불꽂이 튀었다.

사내 한 명이 됫자리로 들어서더니

백성재의 목을 잡아끌어 됫자리로 옮겨 놓았다.
웨이터인 미스터 차가 밖으로 나왔다가 피아트가 가게 앞을 떠나는 것을 보았다.

며칠 동안 백성재가 단골로 출입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차는 낮이 익었다.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운전석을 보았으나 백성제가 아니었다.

 됫좌석에 사람이 둘 란 것 같이 보였다.

피아트는 바뿐 듯이 골목을 빠져나가 버렀다.
2시간종 후에 백성재는 어둑한 지하실에 않아 있었다.

창문도 보이지 않았다.

벽에 철제 침대가 붙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가구라고는 침대와 나무 걸상 2개에 탁자 하나가 전부였다.
그를 이곳까지 데리곤은 사내들은 보이지 않았다.

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있어서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서울에서 어느 정도 럴어진 곳이라고 짐작은 되었다.

지하실 안에는 바깥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자동차의 소음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움직이는 물체의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백성재는 불안한 눈을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차층 시간이 흐르자 두려움이 가습을 내리눌렀다.

그들이 경찰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졌다.

납치당한 것이다. 어린애만 유괴당하는 줄 알았다.
백성계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및었다.

돈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의 돈을 금어내려고 나를 납치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는 아버지인 백광남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지 알고 있었다.

언젠가 장난삼아 계산을 해본 적이 있었다.
동산과 부동산을 합하면 하루에 1억씩을 쓰더라도 10년이 넘게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이자가 늘어난다면 20년도 쓸 수 있고 땅값이 뛴다면 50년, 100년도 쓸 수 있을 것이다.
백성재는 초조하게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잠겨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겁이 나서 문쪽에는 다가가지 않았다.
그놈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놈들이 어떻게 나를 알아냈뜰 하고 생각해 보았다.

 피아트를 타고 다니며 요란을 떨었으니 자신을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일 것이다.
백광남 사장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봉투 하나를 건네받았다.

그의 앞으로 보내온 소포였다.


"이거 누가 가져쑨적"


겉에 백광납 사장 앞이라고만 책어 있을 뿐으로 우체국을 통해 보내 온 소포도 아니었다.

노란색 서류봉투는 벼줬다.

건네 준 미스 리에게 물었다.


"어떤 아저씨가 출큰하시면 전해 드리라고 하면서 놓고 가졌어요.
중요한 것이라고 하던데요."


백광남은 방으로 들어와 탁자 위에 봉투를 던져 놓았다.

전화벨이 울렸다.

옷을 벗어 걸고 난 백광남은 느긋하게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백광남 사장이쇼?"


무뚝뚝한 사내였다.

거칠게 물었다.


"그렇소만. 뉘시오?"


"그건 알 것 없고, 서류봉투 받아 보셨겠지? 있어."


그 속에 테이프가 들어


"이봐, 그게 무슨 소리야 백광남은 화가 났다.

 

아침부터 재수없게 미친놈의 전화를 받는가 생각했다.


"당신 아들 백성재 말이야.

어제 집에 안 들어岳 못 들어갖지만 말이야,

우리가 데리고 있어. 그 테이프를 들어보라구."


"뭐라구?"

 

"네 아들을 납치했단 말이야. 부모덕에 호강하는 녀석이더군. 다 키
워셔 죽이든지 돈을 내든지 마음대로 해. 경찰에 알려서 분위기가 수
상하다 싶으면 그냥 죽여서 없앨 테니까 알아서 해."
그러고서 전화는 끊어졌다. 백광남은 멍한 얼굴로 전화기를 내려다
보았다. 어젯밤 성재가 집에 안 들어온 것은 알고 있었다. 외박을 하더
라도 전화는 꼭 했었는데 어첫밤은 전화도 없어 제 엄마가 걱정하는
눈치였다.
백광남은 생각난 듯이 일어서서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를 뜯자
테이프가 하나 들어 있었다. 벨리는 손으로 테이프를 집어 내고 방안
에 있는 녹음기에 끼워 넣었다. 찍찍 소리가 나더니 불쑥 아들인 성재
의 목소리가 취어나왔다.
"아버지, 저예요."
그러고는 28살이나 먹은 놈이 델델 울었다. 백광남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마음에 드는 일이라곤 단 한가지도 해본 일이 없는 녀석이었
지만 아들은 아들이었다.
"아버지 절 살려 주세요. 이 사람들이 절 잡아두고 있어요. 열흘 안
에 현찰로 100억을 준비해 놓으라고 해요. 예, 새돈 말구요. 헌돈으로
요. 예,돈이 준비되는 대로 전달해 달라고 해요. 경찰이 알면 끝난대
요. 전달 장소는 전화하겠답니다. "
납치범이 지시하는 대로 말하는 모양이었다. 테이프는 녹음된 것이
끝난 모양인지 공회전을 하고 있었다.
"1齡억?"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백광남이 중얼거렸다.
"1關억을 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 망할 놈이."
괜히 외제차를 타고 싸돌아 다니다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9.덫 201
"이것 야단났는데."
백광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서성거렸다. 박채동이 방에 들어
왔을 때 백광남은 소파 뒤에 멍 청히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정신이 나간 듯 박채동의 얼굴만 바라보고 선 그에게 물었다.
"박 실장, 이것 큰일났어."
백광남이 다가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고
눈이 충혈되었다.
"무슨 일인데요?"
박채동도 얼굴이 굳어졌다.
"성재가 납치됐어. 납치범들이 1關억을 내라고 협박 테이프를 보내
왔어. 저기 저것."
백광남은 책상 위에 놓인 녹음기를 가리켰다. 박채동이 서둘러 다가
가 스위치를 켰다. 다시 감고는 틀어 보았다. 성재의 목소리가 흘러 나
왔다. 성재의 목소리가 끊기고 나서도 박채동은 망연한 얼굴로 서 있
었다.
"어떻게 하지?"
백광남이 생각난 듯 소파에 않았다.
"이거 장난하는 건 아니겠지?"
"장난 같지는 않습니다. "
"그럼 돈 안 주면 죽일까?"
"경찰에 이야기해서 그놈들을 잡을 수 없을까? 자네가 잘 알지?"
박채동은 대답하지 않았다.
잘못 대답했다가는 그의 탓으로 돌려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
는 것이다.
"1齡억이야."
202
"미친놈들, 100억을 내라구?"
"그럼 경찰에 신고하고 내버려 두실랍니까?"
"아드님의 생명이 달린 문제같습니다. 제가 무어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
"대체 어떤 놈들일까?"
"글쎄요."
"이봐, 박 실장. 돈을 즘 玲을 수 없을까? 10억 정도로, 아니 20억 정
도, 그렇지 절충해서 15억이나‥‥‥‥
박채동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놈들이 실제로 죽일까?"
백광남이 혼잣소리처럼 다시 말했다.
"테이프의 말대로라면 그럴 확률도 있습니다. "
"아침에 전화가 왔었어. 테이프를 틀어 보라고 말이야. 죽인다고 했
어."
전화벨이 울렸다. 백광남은 가습이 철렁 내려앉아 전화기를 바라보
다가 박채동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박채동이 수화기를 들었다. 그러고
는 백광남을 돌아보았다.
"사모템입니다. "
백광남이 얼굴을 찌푸리며 수화기를 넘겨받았다.
"나요. "
"여보. "
마누라는 울먹이고 있었다.
"여보, 우리 성재가 납치당했어요."
그녀는 징징 울었다. 

 

"아이고 이걸 어쩌나, 이걸 어째."
"이봐, 시끄러워!"
백광남은 전신에 오한이 일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가씩"
"테이프가 왔어요. 성재가 살려 달라고 해요. 100억을 내라는데, 새
돈 말고‥‥‥‥
똑같은 테이프가 집으로도 배달된 모양이었다.
"여보, 우리 성재‥‥‥‥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여보, 돈 줍시다. '돈 줘 버 립시다. "
"시끄러워!"
"경찰에 알리면 죽인대요."
"이봐, 성재 이야기 누구한테도 아직 하지 말고 있어. 알恣"
"알았어요."
백광남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박채동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봐, 자네 어디 나가지 말고 사무실에 있어. 알겠지?"
"네, 알았습니다. "
백광남은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머리를 잘라라. 몽땅 잘라서 삭발을 시키고 머리 깎은 사진과 머리
털을 그놈 어미한테 보내."
이칠주가 말했다. 그는 얼굴에 싸늘한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 모레까지 확실한 대답이 없을 때는 연락하지 않쳤다고 말
해."
"알았습니다. "
천재용이 대답했다. 그는 소파 위에 내려놓은 저고리를 집어 들었
다.
204
"백광남 그놈은 지금 1脚억이냐 아들이냐로 고민하고 있을 거다- 돈
이냐 자식이 홍, 그놈한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뜰H
천재용은 힐끗 이철주를 바라보았으나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만일 경찰에 신고하거나 돈을 내놓지 않을 경우에는 어렇게 합니
까?"
구영산이 물었다.
"만일 경찰에 신고를 한다면 하는 수 없다. 처치하는 수밖에. 그놈은
자식 잃은 고통으로 나를 배신한 죄값을 받아야 한다. "
백성재는 수원 변두리의 주택에 감금되어 있었다. 이철주의 지시였
다. 그는 백광남이 정재회와 짜고 자신을 배신한 것을 잊지 않았다.
"어줬든 사흘겐데 백광남이 질기긴 질긴 놈이군요."
"흥, 그렇지만 이번엔 힘들 거야,"
이철주는 머리를 돌렸다. 정재회는 귀빈에 몇 개월 있다가 종적을
감춰 버렸다. 그는 그녀를 찾을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아직도 건재한
백광남에 대해서는 생각할수록 치가 떨렸다. 이철주는 시계를 보았다.
아침 10시 30분이었다.
12시에 김석주 비서관라 약속이 있다.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겠다. "
이철주는 자리에서 일어딘다.
"약속이 있습니까?"
"응, 김 비서관과 말이야."
"잘 돼 갑니까?"
구영산은 이계까지 한번도 김 비서관을 만난 적이 없었다. 이철주가
철저하게 비밀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철주는 일어선 채로 잠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렇지. 오늘은 너도 함께 가자."
"저도요?"
9.덫 201
"그래, 이젠 거의 진행이 다 되어가는데 너도 알아야 한다. "
"그러죠."
구영산은 기운이 났다. 그는 방에 들어가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
왔다.
"형님, 이젠 우리도 양지에서 뛰는 겁니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구영산이 물었다.
"아마 그렇게 될 거야. 김원국의 그룹을 그대로 물려받게 될 거다.
거물들은 모조리 잡아넣었으니까 네가 할 일도 많아."
이철주가 조심스럽 게 말했다.
"이건 철저히 비밀로 지켜야 한다. 그래서 너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거 야."
"알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이철주는 들떠 있는 구영산에게서 시선을 돌렀다. 믿음직한 부하들
이 있다면 벌써 일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람다.
천재용은 백성재가 갇혀 있는 방으로 들어섯다. 침대에 앉아 있던
백성재가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는 천재용을 오늘 처음 보는 것이다.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서렸
다. 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라 있었고 머리는 빗질을 하지 않아서 어지
럽 게 헝클어졌다. 부하 2명이 따라 들어왔다.
"잘라라."
천재용이 말하자 부하들은 서슴없이 백성재에게 다가갔다. 놀란 그
가 뒤로 물러나려다가 침대에 걸려 주저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그는부하가들고 있는 가위를 보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잠자코 있지 않으면 다쳐,"
부하가 말했다. 그는 백성재의 머리칼을 주먹으로 가득 움켜 쥐었
206
다.
"이 새끼야, 움직이지 마. 아예 코나 귀를 괌라 버리겠어, 움직이
면."
백성채는 공포에 질려 입을 열지 않았다. 크게 뜬 눈으로 그들을 바
라보다가 의자에 않아 있는 천재용에게 가끔씩 시선이 멈켰다.
"모두 다 네 애비가 돈을 아끼려고 꾸물대기 때문이야.지독한 놈이
군. 아들이 죽을 텐데 말이야."
가위질을 하던 부하가 말했다.
"아직 연락이 없었습니까?"
백성재가 물었다. 그의 말투에 짜증스러움이 깃들여 있었다. 부하의
말에 맞장구치려는 분위기도 보였다.
"머리털을 보냈다가 연락이 없으면 이제 넌 끝이야.우린 이짓 그만
거다. "
백성채의 초조한 시선이 부하의 겨드랑이 사이로 천재용에게 부및

혀 왔다.
그는 입을 열지 않는 천재용 때문에 더 불안한 것 같았다.
"자, 그대로 있어. 사진 찍고 네 부모에게 할 말도 녹음해야 되니
까, "
부하들은 신문지에 수북히 담은 머리칼을 들고 밖으로 나값다. 갓
벌채한 숲처럼 보기 흉하게 잘린 머리가 보였다.
백성재는 천재용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머리를 돌렸
다. 천재용은 돈은 받더라도 어차피 이놈은 죽여야 할 것이라고 마음
먹고 있었다. 이철주가 뭐라고 하건간에 없앨 작정이었다. 부하들의 얼
굴이 드러난 이상 풀어 주었다가 경찰에 알리기만 하면 체포될 공산이
켰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자신도 백성재를 보려고 찾아온 것이다.
"저어, 아버지가 어떻게든 돈을 보내실 겁니다. "
백성재가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9.덫 207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계가 받을 유산이라도 먼저 달라고 하겠어
요. "
천재용은 템긋 웃었다. 그가 유산을 상속받기도 전에 제 애비보다
먼저 죽을 것을 생각하자 옷음이 나온 것이다. 백성재는 그가 웃자 기
운이 났다.
"테이프를 어머니한테 보내 주세요.저 머리털도요. 아버지가 망설
이면 어머니가 서둘도록 해주세요."
그도 그럴 작정이었다. 이철주의 지시를 받은 것이다. 천재용은 이
녀석을 어떻게 없앨까 궁리 했다.
7, 8년 전에 싸우다가 상대방을 치사시킨 일이 있었다. 온양의 조그
만 술집에서였는데 그때의 선뜻한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했다. 그에게
범벼들던 녀석은 일본도를 휘둘렀다. 그가 번책 칼을 치켜들고 달려들
적에 천재용은.의자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 비틀거리면서 자세가 흐트
러진 그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넘어진 그를 깔고 않아
여러 번 얼굴을 치고 정신을 차려 보니 녀석은 죽어 있었다. 천재용은
상해치사로 3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그럴 필요는 없다. 천재용은 백성재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
놈하고 싸우는 것도 아닌 만큼 깨끗하게 죽여 주는 것이 피차 속이 편
할 것이다.
부하들이 녹음기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들어왔다. 천재용은
의자에서 일어셨다.
"이번에 연락이 없으면 넌 죽는다. "
탁한 목청으로 백성재에게 말했다. 눈을 크게 뜬 백성재가 그를 바
라보았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분위기가 능히 그럴 사람이라는 걸 보여
주었다.
백성재는 머리를 끄덕였다. 사흘째 감금당하고 있는 그는 며칠만 더
이곳에 머물떤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이제까지 한번도 억압된 생활을
208
해보지 않은 그였다. 가고 싶으면 가고, 갖고 싶은 것은 모조리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또 그들의 그런 시
선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학교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부가 엉망이었으나 누가 탓하지도
않았다. 심각하게 걱정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처놈은 부자니까 공부
못해도 잘살 놈이야.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군대도 가지
않았다.
그에게 무얼 참고 견딘다는 것은 전혀 생소한 일이었다. 더좌이 고
통을 참아 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백성재는 몇 백억이 들더라
도 어서 이 더럽고 무시무시한 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서류를 덮고 김중오는 얼굴을 들었다. 이맛살을 찌푸리며 잠시 창밖
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서류를 두드렸다. 김원국에 대한 수사는 진
전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사건들의 중거가 애매했고 법정에 나갔을
때 김도식의 자백만으로는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정국이 여당
의 내분으로 시」1러워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것도 기사감이 될
것이다.
여자들을 일본으로 팔아 넘겼다는 사건도 3명의 여자들을 찾아내어
물어 보았으나 그들은 김원국이 구출해 주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자
신들을 일본으로 넘긴 것은 한강상사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철주가 한
짓이 되었다. 이철주는 김원국과 홍성철이 짜고 자신도 모르게 그 일
을 했고 나중엔 회사까지 가로쳤다고 하지만 그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유흥업소 탈취도 두어 명의 업체 사장들을 불러 반강제로 얻어낸 증
거였으나 이젠 그들이 법정에 딘을 때 과연 무슨 말을 할지 불안했다.
폭력이나 상해 교사도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철주가 제공해 준
정보로 고병길을 찾았으나 그는 피신해 버렸다.
김중오는 혀를 참다.
이런 때에 고인호 의원은 가끔씩 전화를 걸어와 변죽 울리는 소리를
했지만 정작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불보듯이 떤했다. 최지철로부라 명
의 이전에 대한 독촉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걸 이미 들어 알고 있던
터였다. 아무리 랫긴 업체들을 도로 찾겠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분별없
이 서두르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 업체를 딘졌다면 그 증거를 첨부해
서 법정에서 반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수사도중에 명의 이전
을 하라는 말인 것이다.
그들의 내막은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고 처음에는 명의 이전
같은 것은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다른 름직큼직한 사건들에
가려 그것은 놈들이 저절로 및어낼 것 같았던 것이다.
전화벨이 울렸다. 김중오는 생각에서 깨어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부장님이십니까? 저, 이철주올습니다. "
김중오는 다시 얼굴을 정그렸다.
"아, 예."
"지금 바쁘십니까?"
이철주가 상냥하게 물었다.
"예, 즘 바음니다. "
"이것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
"아넘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제가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김중오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에게서 증거나 증인을 더 이상 요
청한 것이 없었다.
"제가 지금 바빠서, 전화로는 안 되겠습니까?"
"예, 이것 죄송합니다만."
이철주는 잠시 말을 멈줬다.
210
"그, 명의 이전 말씀인데요. 그것이 급하게 되어서,"
"0101, fl ."
이제 이철주까지 대놓고 자기에게 독촉한다는 생각이 들자 김중오
는 화가 치밀어 을랐다.
"제가 그것을 명의 이전받으면 그걸 담보로 해서 돈을 만들어야 하
기 때문에 이건 개인적인 일로 보이시겠습니다많‥‥‥‥
"예, 김 비서관에게서 얘기 들었습니다. "
"그렇습니까?좀 서둘러 주셨으면 해서요."
"나원, 이 거야‥‥‥‥ 노력해 보리다. "
김중오의 어투가 곱지 않았으나 이철주는 자기 사정이 급해서 그런
지 그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중오의 얼
굴이 흙을 삼킨 표정이 되었다.
"27개 업체 중사장이 직접 참가한 곳은 열아흡 군데고 나머지는 영
업부장들이 대신 참석했습니다. "
구영산이 말했다. 이철주는 머리를 」1덕였다. 그만하면 참석률이 나
쁘지 않았다.
김원국의 장악하에 있는 업소들이었으나 그들은 이제 김원국 일당
들이 모두 날개를 줘인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보호자를 원하고 있다. 간부급들이 모두 수감되어 있으므로 일반직 사
원들은 그대로 흡수하여 운영해 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너무 깊게
뿌리를 박고 있는 말단까지의 세력들을 캐어 내서 제거하려면 적지 않
은 시갖이 들 것이다.
"모두 앞으로 형님의 체제하에서 운용되어 나갈 거라고 설영했더니
아무 말 하지 않더군요."
"그놈들이야 눈치로 살아가는 놈들이라 벌써 우리가 장악한 것을 알
9.덫 211
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철주는 천재용을 돌아보았다.
"20억을 내겠다고 고집을 부려?"
"네 ."
"더러운 놈 같으니, "
이철주는 눈을 부릅떠 창밖을 바라보았다.
"제 자식놈보다 돈을 택했군그래."
머리칼을 잘라 보내고 나서 천재용의 부하는 백광남에게 전화를 했
다. 백광남은 20억밖에 준비하지 못한다고 통사정을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실랍니까?"
천재용이 물었다.
"이봐, 문 좀 닫아."
이철주가 구영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얻어 이철
주와 구영산 둥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었다. 천재용도 부하들을 이끌
고 올라와 업소 장악과 기반 굳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구영산이 사무
실과 통한 문을 닫고 소파로 돌아왔다.
"돈을 받기로 하자."
이철주가 말했다.
"그놈을 손봐 줄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이겐 그놈이 우리에게 설설
기게 돼. 우선 돈부터 받자."
"연락을 해라. 돈을 가져오되 철저히 뒤를 밟히지 말도록 해."
"그건 염려 마십시오."
천재용이 일어섰다. 백성재는 아직 수원의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었
다. 천재용이 방을 나가자 구영산이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212
"백성재 그놈은 돌려 보템니까?"
"그놈을 감시하는 것은 계용이 부하 두 놈이 하고 있다면서? 그놈이
얼굴 아는 것은 그놈들 둘밖에 없지?"
"글째요, 그건 잘‥‥‥‥
"내가 패용이한테 그건 철저히 하라고 했다. 재용이도 얼굴을 내밀 .
지 말라고 했어."
이철주는 잠시 생각하는 듯 얼굴을 굳히다가 구영산을 바리보았다.
"없애야 정상인데, 그렇지 잃"
"그렇습니다. "
"허지만 돈 받으면 돌려 보내라. 뒤늦게 돈 아까워서 백광남이 떠들
지는 않을 거다. 오히려 돈 받고 안 보내면 그때 떠들색해져서 문제가
된다. "
"알았습니 다. "
"이것 참 큰일이군. 돈이 모자라는데‥‥‥‥
이철주가 초조한 얼굴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구영산은 지난번
이철주를 따라 김석주 비서관을 만나 보았었다. 그가 돈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의 내용을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잠자코 있었다.
"조금 더 백광남이하고 흥정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
"지독한 놈이야. 돈 가지고 흥정하는 것엔 따라갈 사람이 없는 놈이
야,"
"여보, 어떻게 된 자얼"
아내가 다가와 물었다. 며칠 사이에 그녀는 폭삭 늙어 버렸다. 화장
도 하지 않은 모양인지 거칠어진 맨살이 보였다.
"월 어떻게 해?"
"타협이 됐냔 말이오."
아내가 언성을 높였다. 그녀는 백광남이 무엇 때문에 질질 끌고 있
는지 알고 있었다. 자식과 돈을 두고 지금까지 망설이고 있는 그의 속
9.덫 213
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당신, 1齡억이 없소? 100억이 없을고 당신이 망해요?끄택없지 않
아인 당신은 성재가 죽어도 돼요?"
아내의 머리칼은 르트러져 있었다. 램한 두 눈이 열기를 품고 그를
노려보았다. 문득 서혜란이 생각이 났다. 성채가 납치되고 딘 후 그녀
에게 가지 못했다.
"에이구 지긋지긋해 도대체 어떡할 거인 연락해 줬어요?돈 주겠
다고 했겠지요?"
"시끄러워. 내가 알아서 할 데니까 잠자코 있어."
"당신 아들이오? 내 아들도 되니까 하는 소리요. 당신 돈 아까워 이
러고 있는 줄 내가 모르는 줄 아슈?그래, 자식보다 돈 보따리 들고 사
시구료. 자식 죽이고 돈하고 살어요."
이제 아내는 훌책거리고 울었다. 답답한지 주먹으로 가습을 쳤다.
"저런 피도 없고 눈물도 없는 지.독한 작자를 만나 내가 살다니. 차라
리 돈없더라도 자식새끼허고 오순도순 사는 게 딘지. 자식 생각하는
서방 만나 효도받고 살어야 하는데‥‥‥‥
"저런 망할 년이 엇따 대구!"
백광남이 화가 솟구쳐 소리쳤다.
"당신이 돈으로 여자들 사가지고 살림채리고 노는 걸 내가 모르는
줄 알아요! 당신은 이년 저년한테서 새끼들 낳았는지 모르지만 나는
자식이라고는 딱 둘이오.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지독한 양반아!"
아대가 아우성을 쳤다. 계정신이 아닌 듯했다. 백광남은 그녀의 미
친 듯한 표정을 보고 주춤 물러졌다.
"돈 아까워서 자식 죽이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당신 죽고 나 죽읍시
다. "
그녀는 백광남의 옷깃을 잡고 매랄렸다. 바활 응접실에서 이 소동을
들으면서 서성대고 있던 박채동이 뛰어 들어왔다.
214
"사, 사모넘, 참으십시오."
그는 겨우 그녀의 손을 풀어 냈다.
"에이 무식한 년 같으니." .
백광남이 옷차림이 홑어진 채로 응접실로 돌아 나왔다. 방안에서 통
곡소리 가 들려왔다.
"오후 3시에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오늘은 조금 늦는군요."
박채동이 말했다. 시계는 3시 將출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제 백광남
이 20억에 하자고 통사정을 하고 난 후 그쪽은 3시에 대답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집으로 연락하겠다고 해서 백광남과 박채동은 집에서 기다
리고 있었다.
다시 5분쯤 초조한 시간이 지났다. 벨이 울렸다. 백광남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백 사장이오?"
사내가 무쪽쪽하게 물었다. 어제도 통화를 한 낮익은 목소리였다.
"그렇소."
"訓억은 현금으로 1만 원권 헌돈으로 준비하시오."
"알겠소."
돈이 特인 것이 기쁜 백광남이 서둘러 대답했다.
"오늘중으로 준비해 오시오. 오후 7시까지."
"오늘? 7시 까지?"
백광남이 엉겁결에 시계를 보고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소, 해보겠소. 그런데 내 아들은?"
"현금하고 맞바꾸는 거요. 7시 정각에 돈을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으
시오. "
"집에서 말이오?"
"그래요."

 

전화가 끊머졌다. 백광남이 박채동을 바라보았다.
"訓억으로 됐어, 봐, 내가 그럴 수 있다고 했지 않은가."
"내가 은행에다 전화를 할 테니까 자네가 돈을 찾아오게. 그렇지, 이
통장하고 도장을 가져가. 기업은행으로 하지, 본점에다. 연락을 해놓을
테니까 말이야."
백광남이 퉁장과 도장을 넘겨준었다.
"할리 갔다오게 "
박채동은 시계를 보았다. 6시 3G블이었다. 이제 10분 후면 기차는
출발할 것이다. 옆자리의 아내가 불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
는 대강 눈치채고 있었다. 나이 切이 넘도록 둘 사이에 자식이 없다는
것도 이렇게 튀는 데 간편해서 좋았다. 고생만 직사하게 한 마누라였
다. 경찰생활을 할 때부터 고생에 시달려온 마누라였다. 생활에 지친
마누라는 박채동이 경찰을 그만두자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이 경찰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되및던 모양이다. 그래서 가난해도 떳떳할 수가 있었는데 사회생활에
뛰어들자 열등감에 사로잡쳤다. 이제는 돈이 사람을 측량하는 척도인
것이다.
"걱정하지 마."
박채동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눈은 움푹 들어가 있어서 겉으로
보면 병을 않는 사람 같이 보였다.
돈뭉치는 잘자루에 담고 다시 박스로 포장해서 화물 편으로 부산으
로 보냈다. 내일 아침 9시에 부산에서 찾으면 된다. 옷가지와 중요한
물품들도 비교적 간단한 살림이었으므로 일반화물로 보냈다.
박채동과 아내는 각각 트렁크 하나씩만 들었을 뿐이다. 기차가 덜컹
거리더니 스르르 굴러가기 시작했다. 백광남은 백성재의 유괴템들에게
216
軸억을 준 셈으로 치면 될 것이다.
그는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박채동이 이 일을 결심한 것
은 어제부터였다. 한사코 돈을 帶으려 드는 백광남에게 증오심을 느편
것이다. 회사에서 백광남의 일을 도우면서 그의 엄청난 재산을 보았다.
하루에 유통되는 돈이 몇 십억이었고 그가 마음만 먹으면 몇 백억도
모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식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어떻게든 돈을 깎으
려 하였다. 20억을 말하면서 죽는 소리를 하는 그의 얼굴에 침을 벨어
주고 싶었다. 돈이 없다고, 요즘은 돈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집과 세간
을 몽땅 팔아야 한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울 듯이 애원하는 백광남은
남이 보면 같이 울어주고 싶을 정도로 철저한 연극을 했다. 그리고 오
늘 그의 마누라의 푸념을 들어보아도 그의 속성이 나타났다.
박채동은 어첫밤 모든 세간을 정리하고, 준비를 했다. 어차피 백광
남이 돈을 전달하는 데 자신을 시킬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박채동은
까짓것,크게 모험 한번 해보자고 결심을 했던 것이다. 생각대로 일이
맞아 들어가면 訓억을 가지고 새로운 생활을 할 작정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일은 잘 맞아 떨어졌다. 박채동은 스쳐가는 창밖을 무심
히 바라보았다.
"이것 봐요, 잠깐만 더 기다려 봐요. 한 시간만 더‥‥‥‥
"당신 우리하고 장난하자는 거야
사내가 거칠게 말했다.
"지금이 9시야.1시에서 2시간이나 지났단 말이야."
백광남은 이마의 땀을 훔켰다.
"사고가 생긴 모양이오, 사고가. 글째, 이놈이‥‥‥‥
아까부터 자리잡고 있던 불안감이 그의 가습을 첫누르고 있었다. 지
금 당장 그의 온 신경을 매앗고 있는 것은 사내의 목소리도, 성재의 안
9.및 217
위도 아니었다. 20억의 행방이었다. 그리고 박채동에 대한 분노였다.
"이놈이 돈을 가지고 원 모양이오. 은행에서 돈은 진즉 찾아값다고
하는데 4시간이 넘도록 소식이 없소."
전화가 끊겼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백광남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이제 겁이 덜컥 났다. 그들
이 성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두려웠다. 우두커니 암아 있던 백광남은
벌떡 일어졌다. 9시가 넘어 있어서 이 밤중에 20억을 찾아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방안을 서성대던 백광남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박채동이 돈을 가
지고 도망친 것은 확실해졌다. 이것까지 그가 안고 있기에는 너무 백
찬 것이다. 성재의 돈은 따로 만들더라도 박채동은 잡아야 했다. 그리
고 경찰에게는 성재가 납치되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다이얼을 돌리면서 백광남은 이를 악물었다.
이철주는 어두운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아파트의 아래쪽에서 오가
는 사람들이 보였다.
"백광남, 이 지독한 놈."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아 있는 구영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을 바라
본 구영산이 시선을 돌렸다.
"이놈이 핑계를 대는 거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는 수작이 틀림없
다. "
구영산츠 그들의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이유를 만들든지 시
간을 벌고 추적해 오려는 것이다.
"그놈은 돈 20억도 아까운 것이야."
이철주는 지친 듯 소파에 털액 주저앉았다.


"말토 안 된다. 부하직원이 20억을 가지고 달아났다는 것이 말이야."

구영산이 머리를 끄덕였다.


"한 시간 후에 다시 연락해 보지요.

백광남이가 한 시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면서요?"


이철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김석주 비서관과 약속한 자금을 준비하지 못했다.

 백광남에게서 나온 돈으로 그들의 자금을 댈 작정이었다.

이것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어서 차질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형님, 제일실업 말입니다. 및날의 한강상사였던‥‥‥


구영산이 고쳐 앉으며 말했다.


"강만철이하고 김칠성이가 잡혀 들어값는데도 밑의 놈들이 말을 잘 안 들어요."


"흥."


이철주는 코웃음을 쳤다.


"그놈들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다. 거러서 몇 명은포섭해 두었다?"


"네, 서너 명 정도. 그리고 꼭수 없는 놈은 몰아낼 작정입니다. "


"최지철이와는 협조가 잘 돼?"


"네 ."


제일실업이나 제일상사는 수사관들의 집중적인 수사와 함깨 세무사 찰을 받고 있었다.

업무는 거의 마비상태였다.

구영산과 천재용이 수사관들과 함께 수시로 들락거리며

그들의 세력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형님, 김원국이나 조웅남이는 빠져나오지 못하깠烈"


구영산이 불현듯 물었다.


"빠져나오다니?

그놈이 무슨 재주로 빠져나와?

적어초 5년은 씩고 나와야 할 거다. "

전화벨이 울렸다.

 

시계를 바라보면서 이철주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9시 50분이었다.


"여보세요."


"형님, 접니다. "


천재용이었다.


"웬일이 연락해 봤냐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심상치 않습니다. "


이철주가 수화기를 귀에 바짝 대었다.


"무슨 일인데?"


"백광남이 집으로 경찰들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


"쥐야끈


"제 눈으로도 확인했습니다.

경찰간부가 탄 차도 들어갔고 수사관들도 들락거리고 있어요.

그놈이 경찰에 신고를 한 모양이라 이젠 전화도 못하겠습니다. "


"우리도 철수하겠습니다. "


"잠판, 철수하다니?"


"인제 더 이상 그놈한테 집적거리다가는 꼬리가 잡혀요.

여기서 그만 둬야 해요."


"전화 끊겠습니다. "

 

천재용은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이철주는 구영산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멍한 표정이었다.

구영산은 어편지 예감이 불안했다.

처음부터 잘 풀리지가 않는 것 같았다.

 

 

'소설방 > 밤의 대통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응 징   (0) 2014.11.30
10. 반 전  (0) 2014.11.30
8. 빛은 보이지 않고  (0) 2014.11.30
7. 닥쳐오는 위기  (0) 2014.11.30
6. 새로운 만남  (0) 201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