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8. 빛은 보이지 않고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4:37

◐ 빛은 보이지 않고 

 

 

 


후범지근한 날씨였다.
6월로 접어들자 날씨는 초여름답지 않게 더웠다.  

벽에 걸린 달력은 6월 2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김원국은 철제 의자에 앉아 책상 건너편의 함주민 검사를 바라보았다.

오후 2시가 넘었으나 그는 점심식사를 할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신참 검사로 보였다.

검은테 안경을 끼고 있어서 안경 속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30대 초반의 그는 열중한 표정으로 조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아침에 김원국은 제일상사 현관에서 기디리던

시경 특수대 수사관들에게 연행되었다.

조웅남과 강만철, 김칠성, 오함마 등 모두가 연행 된 것이다.

모두들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렇듯 잡자기
보스급 전부가 연행된 것은 생각밖이었다.

오유핀만이 집안에 일이 있는 모양으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서

그들에게 연행되지 않았다.
김원국은 시선을 돌렸다.

천장에 닿을 듯 높은 곳에 손바닥만한 창문이 하나 나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의 탁한 하늘은 굵은 창살에 토막이 나 뿌옇게 보였다.

방안은 참여 수시견의 타이프라이터 소리만 들릴뿐 조용했다.


"어됐든 김도식이가 제일상사의 직원인 것은 시인하는 거지요?"


서울지점에서 파견나온 함 검사가 머리를 들고 물었다.


"네 ."


"그리고 마약거래를 시켰다는 것도 시인하는 게 좋을 거야."


함 검사 옆의, 특수대 소속인 듯한 사내가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반말투였다.

脚대 초반의 나이로 보였고 분위기가 거칠었다.


"시인하는 거요?"


함 검사가 물었다.


"그런 사실 없습니다. "


"그럼 중국인 장규를 만나지 않았다는 말이군요."


"모르는 사람입니다. "


"여기가 어디라고 거짖말하고 있어, 이거"


사내가 얼굴을 피푸리면서 다시 나딘다.

함 검사는 힐끗 그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김원국에게 돌렸다.


"유흥업소에서 매달 상납금을 받았지요?"


"아닙니다. "


김원국이 머리를 저으면서 웃었다.


"요즘이 어떤 땐데 그런 돈을 받습니까?"


"여자들을 일본 유흥업소에 취업시켜 준다고 하고

여자들과 일본 유흥업소에서 돈을 받았다던데?"


앞에 않은 함 검사의 얼굴이 지쳐 보였다.


"그런 일 없습니다. "


"그럼 웨 재작년말에 일본에 간 거요?"


"여자들을 구해 내기 위해서죠."


"저거, 거짖말 하는 것 좀 봐."


사내가 이죽거렸다.

"제가 무슨 홍길동이라‥‥‥‥


"박재팔을 알아요?"


함 검사가 사내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이름은 들었습니다. "


"그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은 것은 당신이 시킨 일이지요?"


"아넘니다. "


박계팔과 자신을 연관시키는 함 검사의 말에 김원국은 수사팀들이

어떤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박재팔이 그 당시에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가승이 답답해 왔다.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업체를 양성화하고 생산성이 있는 회사들을 설립하여 동생들을 떳떳하게

하겠다는 그의 꿈이 흔들렸다.


"김도식이는 자백했소."


함 검사가 말머리를 돌렸다.


"모두 당신이 지시하였다고 진술했고 서명까지 했어요."


"조웅남이나 오유철, 강만철, 김칠성 둥도 모두 알고 있다고 진술했어요."

함 검사는 의자를 뒤로 물리고 확지를 졌다.

김원국의 얼굴을 반히 들여다보았다.

"깊도식이가 거짓말을 했군요. 우리는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


軸대의 사내가 혀를 왔다.

그는 함 검사가 못마땅한 것 같았다.

고참 수사관으로 보였고,

신참인 함 검사를 무시하는 표정을 은근히 드러내고는 했다.

"어떻게 조직에서 그럴 수가 있습니까?

더욱이 당신 조직은 질서가 철저히 잡혀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부하 관리를 잘못한 겁니다. "


"중국인에게서 마약을 가져을 때 김도식은 제일상사의 공금을 썼어요."


"그놈이 공금을 횡령한 것입니다.

조사해 왔는데 수금한 날에 입금 시키지 않고 며칠 후에 입금을 시켰더군요.

장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

"장규도 당신이 거래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데 뭘 그래요. "


"김도식이가 신용을 얻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을 겁니다. "


함 검사는 머리를 저었다.


"그건 말이 안 돼요.

모든 상황이 당신에게 불리합니다.

솔직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는게 사내다운 태도 아니겠소?"

김중오는 신문을 펼쳐 들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한국의 마피아 두목 체포'


큼직한 활자가 사회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김원국의 사진이 한쪽에 커다랗게 찍혀져 있었는데 우울한표정이었다.

선량한국민들은 그의 얼굴을 보고 두려움과 증오심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역시 두려움과 함께 공감을 품게 될 것이다.

김중오는 신문에 자신의 일문일답 기사가 난 것도 세밀하게 읽어 보았다.
이윽고 그는 머리를 끄덕였다.

기자들은 그의 의도를 모두 반영시켜 주었다.

김원국의 비행과 비리가 가득 적혀 있었고

조직의 어두운 단면들을 파혜쳐 놓은 것이다.

김중오는 신문을 옆으로 치우고서 인터폰을 집어 들었다.

신문을 읽는 김원국의 표정이 보고 싶어진 것이다.
김원국은 지검 부장검사까지 파견을 나온 이유가 뭘까를 생각했다.
김중오의 표정은 들뜬 것처럼 보였다.

담배를 권했다가 그가 사양하자
담배갑을 책상 위에 던져 놓았다.


"이걸 읽어 보시오."


김중오가 신문을 그의 앞에 던졌다.

김원국의 눈에 커다랗게 찍혀져 있는 활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을 보았다.
그는 잠시 동안 신문을 집어 들지 않고 그것을 노려보았다.

점점 얼굴이 굳어져 갔고 이윽고 그는 신문에 손을 했다.
김중오는 로의 행동을 면밀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김원국은 들어질듯 신문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신문을 쥔 손이 조금씩 떨리고 신문지가 흔들리는 것을 김중오는 보았다.

김중오는 담첫갑을 집어 담배를 때어 물었다.
담배 연기를 내람자 김원국이 신문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물끄러미 김중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김원국은 이제까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김중오는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며 담매를 재떨이에 비벼 했다.


"김원국 써, 보다시피 이젠 모든 국민이 당신과 우리를 주시하고 있어요."


"당신에게 충고하겠는데,수사에 협조해요.

그 길이 당신의 형량이 줄어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오."


"담당 검사에게서 당신이 모든 샤실을 부정룬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당신에게 도움이 안 돼요."


김중오는 김원국을 향해 웃어 보였다.


"당신에게 개인적인昞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오.

그렇지만 나는 당신이 시세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집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요."


김중오가 자리에서 일어딘다.

김원국은 잠시 흔들리고 있었다.

입을 열지는 않았으나 그는 자신이 고립무원의 입장인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국민들은 깜짝 놀랐을 거요, 당신 때문에."


김중오가 그를 내려다보면서 말하자 퍼뜩 김원국이 얼굴을 들었다.
이글거리는 시선이었다.


"변호사를 만나게 해주시오."


김중오는 잠시 그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이윽고 그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김중오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길량 변호가 당신 고문 변호사로 알고 있는데

그분 얘기를 들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될거요.

경험이 많은 사람이니까.

허허, 하기야 그 양반이라고 특별히 할말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오."


김중오는 인터폰을 집어 들었다.


"이 사람 데려가."


수사관들이 들어와 김원국의 팔장을 켰다.

김원국은 참담한 느낌이 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그의 등에 대고 김중오가 말했다.


"변호사에겐 내가 연락해 주겠소."


이길량 변호사는 駱이 넘은 나이였으나 몸놀림이 경패했다.

조그만 체구에 백발이 어울렸다.

김원국과는 10년쯤 전부터 법률 문제를 상의 해 오고 있었다.


"신문 읽었는가?"


김원국을 보자마자 이길량이 물었다.

그는 담배를 꺼내 탁자 위에 던저 놓았다.

김원국이 머리를 끄덕이자 이길량은 입맛을 다딘다.


"재수없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공교롭군."


"동생들은 잘 있습니까?"


이길량은 힐끗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못마땅한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네 걱정이나 해.

그 잘반 동생놈인지 어떤 놈인지 저질러 놓은 일 좀 보라구.

그리고 만나지도 못했어.

김 검사가 자네와 만나는 것도 큰 선심쓰듯이 생색을 내더군, 원."


"온통 떠들씩하다네, 정부에서 신바람이 나 있어.

야당에서도 이번 사건을 정부가 잘한 일이라고 말을 안 해 줄 수가 없는 모양이야."

"참아야지 어떡히 억울하고 답답하더라도 버티고 있게.

나도 최선을 다할 테니까."


그도 답답한 듯 담배를 비벼끄고는 시선을 돌렸다.


"언론이 저런 식으로 나왔을 때는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야."


이길량은 김원국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마약거래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자존심이 강했고, 그 자존심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차가운 자기 희생과 절제,

그리고 명예에 대한 욕망이라는 것을 어렴웃이 짐작하고 있었다.

이길량은 이번 사건으로 김원국이 치명적인 상처를 받았다고 믿었다.

사업체를 잃고 몸이 갇히게 되는 것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명예가 일순간에 진흙밭에 떨어진 것에 좌절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봐, 기운 내게. 언젠가는 만회할 수 있네.

그리고 내일 저벽종 구속영장이 떨어질 것 같으니 그리 알고 있게."


이길량의 발에 김원국이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든 동생들에게 안부 전해 주십시오.

기운을 내라고 말입니다.

그 말을 전해 주고 싶었습니다. "


김원국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지철 계장은 料살로 다부진 몸매의 사내였다.

수사관 생활을 20년 가깝게 하였으므로 폭력범이나 강력법죄 사건에는 이골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김중오 부장의 은밀한 지시를 받은 입장이어서 뒤가 든든 하기도 했다.
며칠째 밤을 세운 황계장이 지쳐서 옆으로 물러앉자 그가 대신 나졌다.
"이봐,엉뚱한 이야기하지 말고 서로 피곤한데 랄리 끝내자구.

김도식이가 다 불었단 말이야."


조웅남은 힐끗 최지철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딴전을 피웠다.

최지철은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이야기해 김도식을 시켜 마약거래를 시켰지? 김원국하고 말이야."

"글씨, 김도식이가 뉘기여?"


조웅남이 말했다.

 팀수룩하게 수염이 자라 있어서 그의 얼굴은 더욱 험상궂게 보였다.

최지철 수사관은 기가 막힌 듯 의자에 등을 대고 앉았다.


"이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네가 제일상사사장 아니o終 김도식이를 모른다니 말이 되는 소리야
최지철이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그는 김원국을 취조할 때부터 옆에서 지켜봐 왔으나

도무지 함 검사의 취조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선 몇 대 두들겨서 겁을 주고 나면 술술 불기 마련인데

함주민은 아직 신참 검사여서 그런지 선생넘이 학생에게 묻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다가는 구속기간 동안 조서도 작성할 수 없을 것이다.


"글씨, 어떤 시러베 아들놈인지 나는 모른당게? 한번 데좌와 보쇼.
괌통을 보면 알 수 있을랑가 모르겠네."


"이 새끼가 정말?"


최지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 제일상사하고 제일실업을 어떻게 가로쳤어?"


"그게 무신 소리여?"


조웅남이 최지철을 노려보았다.


"그 회사들을 너희들이 레앗았다는 것을 알고 있단 말이야."


"얼래? 누구한티서?"


조웅남이 눈을 크게 였다.


"다 정보가 있단 말이야. 잘 생각해 봐.

너회들이 그 회사를 넘겨준다면 정상이 참작될 수도 있어."


"그 회사를 강탈한 죄명까지 뒤집어쓰기 전에 명의 이전을 해준다면
모른 척해 줄 수도 있단 말이야."


조웅남은 눈을 껍벅였다.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것 같았다.


"어때? 마약거래니 다른 죄명도 무거운데 사업체를 가로챈 죄명까지 안고 갈래?"

"그건 형님을 만나야렀어."


불쑥 조웅남이 말했다.


"형님은 죄가 없응게 형님을 풀어 주먼 내가 다 혀줄 꺼여."


갑자기 최지철의 주먹이 조웅남의 볼을 쳤다.

조웅남의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계자리로 돌아왔다.


"이 새끼야, 너, 나하고 장난하자는 거o 김원국이를 내보내야 말을 들어?"


다시 발길이 날아와 조웅남의 옆구리를 崙다.

조웅남은 의자에 앉은 채 그의 발길을 받았다.

입안이 터져 입가에 피가 배어 나왔다.


"너는 이 새끼야, 마약거래에다가 유흥업소 착취, 세금 포탈, 폭력,
거기다 사업체 강탈까지 한 놈이야."


조웅남이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지랄허고 있네."


최지철이 놀란 듯 눈을 꿈택였다.

옆에 있던 황수사관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 새끼."


다시 최지철의 주먹이 날아와조웅남의 턱과 얼굴을 어지럽게 쳤다.
조웅남의 손은 의자 뒤로 묶여져 있었으므로 움직일 수도 없었지만

직이려 하지도 않았다.

그는 최지철이 취두르는주먹과 발길에 고스란히 얻어맞았다.


"이봐, 최형. 그만해."


황 수사관이 일어나 최지철의 팔을 잡았다.


"이 새끼, 아직 맛을 덜 봤어 "


최지철이 가쁘게 숨을 쉬면서 그에게 끌려 자리에 앉았다.

조웅남이 상체를 바로세웠다

입과 코가 터져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최지철을 바라보면서 입을 벌리고 웃었다.


"요즘 시상에도 저런 것이 다 있네잉?

그라고 참말로 주먹질허는 것 봉게 가란코만.

주먹을 그렇게 쥐면 못쓰는 거여.니놈은 주먹쥐는 법부터 배워야것다,

이 씨발놈아.그래,사람 묶어 놓고 치는 게 재밌내 주먹 한방이면

니 대가리에서 아이수크림 뿐아진다는 거 알고 있쟈?"


"아니 이 새끼가?"


이제는 눈에 핏발이 선 최지철이 이성을 잃은 듯 벌맥 일어섰다.

서슬에 의자가 뒤로 넘어졌다.


"이봐, 입 다물지 못해?"


황 수사관이 최지철을 잡으면서 소리 쳤다.


"내가 죄가 없는디 저 씨발놈이 불문곡직허고 치는디 가만 있으란 말여?"


그는 입안에 가득 고인 피를 책상 위에 뱉었다.

타이프된 서류에 피가 어지럽게 튀었다.

잡힌 양팔을 뿌리치고 최지철이 달려들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조웅남이 그의 얼굴에 피를 델었다.

최지철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

그는 한손으로 얼굴을 零으며 다른 손으로 조웅남의 멱살을 쥐었다.

조웅남이 선뜻 목을 숙여 최지철의 팔목을 물었다.


"아이고."


최지철이 비명을 지르면서 다른 주먹으로 조웅남의 얼굴을 凉다.

웅남은 팔목을 물고 얼굴을 좌우로 혼들었다.


"아이고!"


다시 최지철의 비명을 들으면서 조웅남은 목덜미에 거센 충격을 받았다.

그러고는 의식을 잃었다.
다른 수사관들이 달려와 조웅남을 떠베고 방을 나갔다.

최지철이 밖으로 나가자 김 수사관이 들어왔다.

그는 방에서 일어딘 소동을 들었는지 아무 소리 않고 황 수사관의 옆에 참았다.

피로한 얼굴이었다.

수사관이 그를 바라보았다.


"김도식이는 회사자금으로 마약을 구입했다고 하는데 말이야.

김원국이나 조웅남의 허락을 받았다는데 아무래도 미심책어."


김 수사관이 머리를 끄덕였다.

30대 중반인 그는 황 수사관보다 10년중 어려 보였다.


"제 생각도 그래요.

그들이 시켰다면 그렇게 잔돈푼을 줄 리가 없지요.

김도식이는 장규가 가져 온 5킬로그램 중에서 脚그램을 가져 갔더군요.

그것도 20그램씩 세 번 가져갔어요."


아침에 장규를 심문했었다.

제일상사에서 아는 건 누구냐고 묻자 김도식 하나밖에 없었다.

그는 조웅남이나 김원국을 만나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김도식에게 부탁한 모양이었다.

김도식은 보스들이 바쁘다면서 말만 전했다고 했다.


"그런데 위에서는 그렇게 안 보는 모양이지?"


황 수사관이 어지러운 책상 위를 치우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그렇게 밀고 나갈 것 같숩니다.

최 계장이 검찰 지시를 받은 것 같아요."


"어됐든 제일상사측에는 김도식이의 자백이 치명적이니까요."


"그 자식, 혹시‥‥‥‥


말을 멈추고 황 수사관은 김 수사관을 바라보았다.


』예,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만."


그러나 어절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보다 높은 곳에서 정한 지침을 따라 행동해야 한다.

지침에 어긋나는 가지는 설령 델어나가는 쪽이 양지더라도 잘라야 한다.
강만철이 들어왔다.

그는 단정한 차림새로 조금 전에 조웅남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책상 위에 치우다만 핏자국과 피를 밖은 휴지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황 수사관은 그의 표정을 살졌다.

장만철은 책상 위를 臺어보다가 머리를 들어 그를 보았다.

곧은 시선이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않으나 확 다문 입술로 그를 바라보았다.


"강 사장, 우리 다시 합시다. "


여러날째 매일 만나고 있으므로 황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강만철은 머리를 」1덕였다.


"조금 전에 여기에 누가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소?"


그가 불쑥 물었다.

잠시 시선을 그에게 돌린 강만철은 머리를 저었다.


"당신 동료인데 걱정도 안 된단 말이오?"


"그런 걱정 안 합니다. "


그의 말은 차갑게 들렬다.


"허, 강 사장 템정한 사람이야. 역시 보스는 다르구먼."


황 수사관이 터옷는 듯 웃어 보였다.

"자, 다시 시작합시다. 마약대금을 대주었소?"


"안 됐습니다. "


"채 안 대었소?"


"장사를 안 하니까요."


"김도식이는 제일그룹에서 마약을 취급했다고 자백했소."


"거것말이죠. 누가 시킨 겁니다. "


"누가?"


강만철은 다시 싸늘하게 웃었다.


"당신들이."


그들은 여러 차례 이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흥분하지 않았다.


"당신이 부인해도 김도식이가 자백했으니까 이것은 끝난 거요.

자, 다음, 일본에 여자를 팔아먹은 사실이 있지요?"


"없습니다. "


"김원국 씨가 왜 일본에 갔소? 거기서 여자들과 함께 귀국했는데."


"데려온 겁니다. 이철주가 팔아먹은 여자들을,"


"당신들이 판 여자가 아고?"


강만철은 코웃음을 쳤다.


"당신들이 그 여자 중 하나만이라도 찾으면 다 알게 될 겁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우린 여자들이 어디 있는지 즐라요."


김 수사관이 말했다.


"그것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소,

'강 사장, 여자들을 못 찾아서 딸이 오.

그리고 부산에서 있었던 박재팔의 교통사고 말인데, 당신이 시킨 아니오?"


"아님니다. "


"그럼 그가 패 갑자기 차사고로 죽게 되었소?"


"운이 그것밖에 없어서겠죠."

"그것을 한 사람이 당신이 아닙니식"


"아님니다. "


황 수사관은 김 수사관을 바라보았다.

조웅남과는 다른 성격이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심문은 소용없어 보였다.

그들에게서 자백이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을 협박할 수도 회유할 수도 없다고 느꼈다.

김 수사관도 마찬가지 생각인 듯 잠자코 있었다.
오유철은 잠이 든 김성회를 내려다보며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하얗다 못해 푸른 기운이 돌았다.

숨을 쉬는지 걱정이 될 정도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파란 정맥이 튀어나온 가느다란 팔목에 굵은 링겔 바늘이 꽃혀 있었다.
이 박사가 말하지 않더라도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은 것을 오유철은 알았다.

자는 것 같았던 김성희가 눈을 였다.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오유철을 바라보았다.

 

"몇 시예요?"


조그맣게 물었다.


"응, 12시 좀 넘었어."


새벽 3시였다.


"주무세요."


병실의 한쪽에 그의 침대가 等여 있었다.

오유철은 잠자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김성희가 마주 보았다.


"여보."


김성희가 다시 그를 불렀다.

오유철은손바닥으로 그녀의 이마에 배인 땀을 닦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이제 곧 눈을 감으면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오유철은 그녀의 야왼 손을 힘주어 잡았다.

그녀의 표정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책어 였었다.

당신과 오래도록 걀이 있고 싶다는 안타까움도 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당신이 옆에 앉아 있으니까
행복하다고 말하는 눈빛이 가라합아 갔다.


"무서워하지 마."


문득 오유철이 말했다.


"내가 따라가 줄 테니까."


김성회가 놀란 듯 눈을 크게 었다.


"여보. "


"나는 패 성회가 죽어야 하는지 받아들일 준비도 되지 않았고 받아 들일 수도 없어.

나한테 행복하게 잘 사세요 따위의 말은 하지 마.

희가 죽으면 이 세상엔 난 혼자뿐이야."


"여보, 그러면 안 돼요."


"성회는 나보고 같이 가자고 떼를 써야 정상이야.

그래야만 돼. 무서우니까 저 세상에도 같이 가자고."


"내가 죽으면 성회 넌 혼자 살 수 있했니? 생각해 봐."


김성희는 잠자코 그를 올려다보았다.


"혼자 살 수 있됐어?"


그녀는 머리를 저었다. 한줄기 눈물이 귀밑으로 흘러 내렸다.


"내가 따라갈게."


오유철이 가볍 게 말했다.

그는 그녀의 눈물을 손가락 끝으로 밖아내었다.


"이젠 걱정할 것도,무서워할 것도 없어 내가 옆에 있으니까."


"여보."


김성희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왜?"


오유철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이제 갈 거야? 그럼, 가서 기다려, "


그녀의 상반신을 껴안고 잠시 잠이 들었던 오유철은 문득 눈을 었다.

김성희의 손바닥이 그의 볼에 덮여 있었다.

그가 자는 사이에 그녀가 볼을 만졌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손바닥은 차가웠다.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눈을 반즘 뜨고 그를 바라보코 있었다.

입술은 雲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죽어 있었다.

죽는 순간까지 그를 바라보면서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그의 볼을 만졌다.

그가 곧 따라오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오유철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곧 갈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셨다.

그녀의 두 손을 가습에 포개 놓고 눈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눈이 감겼다.
김성희를 화장시키고 난 오유철은 유골을 안고 서울로 돌아왔다.

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도중에 그는 김원국과 조웅남, 강만철, 김칠성, 오함마 등

모두가 구속된 것을 알았다.

김도식의 마약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터진 것이다.
오유철은 자신이 지명수배된 것을 신문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김도식은 그가 데리고 있던 부하였다.

부하들 관리의 책임은 그에게 있었다.

마약사건이 터지지 않았으면 김원국이나 조웅남 등이 체포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유철은 망설였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수하는 길이다.

그러나 오유철은 머리를 저었다.

그렇게 간단히 책임을 지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행방을 감추었다.

김원국과 조웅남이 체포된 지 열흘이 지났다.

6월도 중순에 접어들 었으므로 다방은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있었다.
오유철은 신문을 내려놓았다.

연일 대대적으로 떠들어대던 매스컴의 열기는 식어 있었다.

대신 총선을 앞둔 여당의 내분으로 여론이나
매스컴의 관심이 쓸려 있었다.

다방 입구에 이형구가 나타났다.

그는 두리번거리다가 오유철을 발견하자 허겁지겁 다가왔다.


"형님."


이형구는 잠시 목이 메인 듯 말을 꺼내지 못했다.

열흘만에 만난 오유철은 야위어 보였다.

두 눈이 쪽 들어갔고 광대백가 드러나 보였다.
수배중이므로 피해 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 회사일은 별일 없지?"


오유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형님, 이철주가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


이형구의 말에 오유철의 눈이 번뜩였다.


"이철주가? 어디에 말이냐


"저회 회사에 옵니다. 수사관들하고 같이 올 때도 있고,

구영산이나 천채용이를 데리고 올 때도 있어요."


"천재용이?"


"네, 그놈을 아시죠?"


살인전과가 있는 놈이었다.

교도소 들락거리기를 밥먹듯 하므로 일정한 거처나 조직에 매이지 않는 떠돌이였다.

필요한 때 해결사 노롯을 하는 놈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패 오는 거야?"


"입출대장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서류를 검사합니다.

저회들이야 어쩌는 수가 없었어요.

수사관들과 함께 오는 바람에료.

 이제는 애들을 하나씩 불러 설득하고 있습니다.

형님들이 아주 못 나오신다늘 소문이 들리고

그놈들이 나와 살다시피 하니까 흔들리고 있습니다. "

"저회들이 똘똘 뭉쳐서 안 계시는 동안에 지켜보려고 합니다만

그놈들이 조직을 깨고 흡수하려는 것 같습니다. "


"제일상사하고 제일실업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


오유철은 잠자코 있었다.


"천재용이가 데리딘 있는 애들이 10명도 넘는 것 같아요."


한참만에 오유철이 입을 열었다.


"믿을 만한 애들을 모아봐.

그리고 이철주나 천채용이 구영산이를 미행시켜라.

어디로 돌아다니는지, 집이 어딘지를 알아봐."


오유철이 자리에서 일어딘다.


"형님, 어디 가시 게요?"


"응


그러고 보니 갈곳이 없었다.

집은 수사기관에서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형님, 형수씨는 어디 가셨습니까?

저희들이 걱정이 돼서 댁에 가봤데 아무도 안 계시더구먼요."


"응. "


"피하셨습니까?"


"응. "


오유철은 돌아했다.
이철주가 커피습에 들어서서 두리번거리자 안쪽에서 최지철이 손을 들었다.

이철주는 서둘러 그에게 다가간다.


"이거 조금 늦었습니다, 차가 막혀서."


이철주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그의 앞에 않았다.

최지철은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얼굴 표정이 밝지 않았다.

"어퍼일 잘 돼갑니까?"


"지독한 놈들이오. 난 그런 놈들 처음 봅니다. "


"인인"


최지철이 시계를 보았다.


"오늘이 6월 17일이니까 15일펀데 무엇 하나 제대로 시인한 게 없단 말이오."


"세금포탈이나 협박해서 업체를 인수했다는 증거는 이 사장넘 도움으로 
우리가 확보해 놓았으니까 공소 유지는 될 것도 같은데‥‥‥‥

아무래도 불안해요."


이철주는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마약 밀매 사건은 김도식이가 자백을 했으니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철주가 물었다.


"그렇죠, 자백을 했지요.하지만 그놈의 자백밖에 다른 증거가 잡히지 않아요."


"그리고 상해교사 건이나 박재괄의 살인 건은 아무래도 증거가 부족해요."


"그놈들이 틀림 없습니다. "


"글째, 그건 알겠는데‥‥‥‥


그러다가 최콕철은 자신의 팔목을 내려다보았다.

철 붕대를 동여매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장님,

그놈들은 김원국이의 말을 들어야 명의 이전을 해준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요."


"김원국이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까?"


최지철이 머리를 끄덕열다. 이철주는 및을 다물었다.


"그리고 일본에 여자들을 팔았다는 것 말입니다. "


이철주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놈들은 모두 이 사장님이 했다고 그러던데요.

그래서 여자들을 찾으러 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건 너무 말이 똑같아요.

그것 하나는 확실하게 대답을 해요,"


"확실하다니? 그럼 내가 그했랄 말입니까?"


이철주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을 해보였다.


"그놈들이 도대체 첫하러 일본에 값겠어요?

애들 팔아먹으러 간했지 뭐하러 값겠습니까?

아니면 조건이 맞지 않아흥정을 하러 갔쳤지요.

그러다가 싸움이 일어나서 한놈이 죽었겠지요."


"놈들은 구출해 내었다고 합니다만."


이철주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요새 세상에 계가 하지도 않은 일로 그럴 놈이 어디 있소?

생각해 보시오.그놈이 뭐가 아쉬워서 일본에 갑니까?

내 회사까지 때앗은 그 놈이 모든 것울 내 탓으로 넘기면 되는데

월 하러 목숨 걸고 수습하러 했겠소?

그것이 그놈이 한 짓이니까 해결을 하러 玆든지 어됐든지 했을 것 아닙니까?"


이해가 간다는 듯 최지철이 머리를 」I덕였다.


"저기, 홍성철이란 놈 있지 않소?

그놈이 내 밑에 있었는데 김원국이와 짜고 나를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었던 거요.

창피한 말이지만 나는 서류 하나 제대로 볼 수 없었소.

그러다가 아예 나를 몰아 낸 거요."


"지독한 놈들이야."


최지철이 눈살을 찌푸렸다.


"비참했었소.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하고 꼭두각시 노를을 하는 것이 말이오."


"홍성철이 그놈이 나쁜 놈이군요. 그건 그렇고 넘겨주신다는 건 어떻게 됐지요?"


"그런데 그것이‥‥‥‥


이칠주가 말꼬리를 흐렸다.

이철주는 김원국의 재산 내역을 캐내어 보강증거로 수사팀에게 건네주기로 했던 것이나

막상조사해 보니 김원국 앞으로 되어 있는재산은 시골의 산장과통장에 있는

1억원 정도의 현금이 고작이었다.

사업체 규모로 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는 개인 재산이었다.
"아주 교묘하게 은폐시킨 것 같아요.

이것은 그가 이제까지 투자했거나 지출했던 내역을 물아온 거-0.."


최지철은 서류를 건네받았다.


"그나저나 명의 이전이 문제인데‥‥‥‥


이철주가 중얼거렸으나 최지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없는 눈치였다.
최지철은 모르고 있겠지만 이철주에게 지금 다급한 것은

고인호 의원에게 약속한 駱억이었다.

고인흐 의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명의 이전을 받아 그것을 담보로 돈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불안했다.

서류를 넘기는 최지철을 바라보면서 이철주는 생각에 잠겼다.
장민애는 방안에 누워 있었다.

오늘도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보름 동안 반 정또나 출석한 것 같았다.

그날 신문과 텔레비전에 김원국의 사진과 이름이 커다랗게 나왔을 때

장민애는 죽고 싶었다.

부끄러웠고 그가 부끄러워할 것을 생각하자 더욱 그했다.
"아니, 저 사람, 어디서 본 사람인데. 아니, 민애야, 너희 사장넘 아니냐
신문은 감춰 두었으나 텔레비전을 끌 수는 없었다.

어머니가 놀라 소리치자 장민애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값다.

이불 위에 엎드려 오랫동안 울었다.
그가 결백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착취하지도, 협박하지도,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상해를 입히지도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이철주가 팔아버린 여자들을 찾으러 일본에 가서 목숨을 내놓고 ft워 그녀들을
찾아온 것도 오함마에게서 들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해명하고 변명할 기회가 없으리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정부가 위신을 걸고 집행하는 일이었다.

이것이 잘못에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들이 사실을 알게 된다 할지라도 끝까지 덮어둘 것이다.
이제 김원국은 마약 거래 외에도 세금 포탈,협박과 공갈, 상해 교사,

유부녀 납치 및 매매의 파렴치범이 되었다.
제일상사에 몇 번 전화를 하여 김원국의 소재를 물었으나 모두들 모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현재 체포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신문을 찾아 샅샅이 읽어 본 모양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그러면서 어머니는 장민애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서 그가 그녀 회사의 사장이 되었느냐를 묻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안 생겼던데 무섭기도 해라, "


"엄마, 모르는 소리 제발 그만해."


장민애가 터질 듯한 가습을 누르며 겨우 말했다.


"모르디 여기 다 써 있잖니?

유흥가에서 협박 공갈을 해서 돈을 첫고, 카람을 해치고, 세금을 때돌리고,

마약 밀매에‥‥‥‥


일어서려는 장민애를 어머니가 붙잡아 밝혔다.


"이 사람이 어떻게 네 사장이 무슨 회사 사장이딘 깡패 회사 Lt?"


"회사가 있어."


장민애는 그러면서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그 사람은 죄가 없어. 이건 모두 거짓말이야.

다 알아, 사람들이 다 안단 말이야."

울먹이며 말하는 장민애를 어머니는 이상한 듯 바라보았다.


"누가 알씩 신문에 이렇게 났고 특별수사본부가 모두 밝혀 냈다는 f1?"


"다 거짖말이야."


더 이상 말해 줄 것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더할 것이다.

어머니마저 이해시키지 못한 장민애는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누워 있던 장민애는 벌맥 일어딘다.

어떻게든 알아볼 길이 있을 것이다.
특별수사본부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서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꼭 보여 주고 싶었다.

이제까지 무서워서 움츠리고만 있었던 자신이 미워졌고

한번 마음을 먹자 조급해졌다.
구치소로 송치되어 가는 날이었다.

구속된 후 두 번이나 구속기간 연장을 받았기 때문에 20일째인

오늘은 옮겨지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김원국은 방안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않아 기다렸다.

수사관들이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든 억지로라도 그를 묶어둘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동생들한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원국은 그들이 걱정이었다.

조웅남이 특히 마음에 걸렀다.

및및한 성격으로 그들과 마주치면 많이 얻어맞을지도 몰랐다.

김칠성과 오함마는 그래도 예의를 차릴 때는 차 것니까

난데없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강만철은 냉정한 녀석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김원국은 입을 다물고 억눌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장민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도 신문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았을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도 같이 보았을지도 모른다.
김원국의 가습이 끊어올랐다.

그것이 부끄러움인지 분노 때문인지는 아직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카베라의 플래시가 번책였다.

김원국의 주변은 카메라맨으로 둘러싸였다.

그들은 끈질기게 그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및 번인가 김원국은 걸음을 멈줬다.

그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앞을 가로막고 선 그들을 바라보았다.

플래시가 다시 번적였다.

 

"형님! 형님!"


김원국은 고함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강만철과 김칠성이 그를 보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좌우에서 수사관들이 양팔을 붙잡고 있었으므로 상체만을

이쪽으로 향한 채 소리 질렀다.


"형님! 우린 염려마세요!"


강만철의 소리였다.
김원국은 수사관에게 떠밀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밖은 6월의 화창한 날씨였다.

폐에 가득 바활 공기가 흘러들었고 밝은 햇살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직도 그의 주위에는 카메라맨이 몰려 있었다.
두어 걸음 계단을 내려가던 김원국은 문득 걸음을 멈천다.

계단의 끝쪽 모통이에 장민애가 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놀란 것 같기도 하고 화난 것 같기도 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營어지게 그를 올려다보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김원국은 수사관에게 끌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차총그의 표정이 허물어져 갔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솟아올랐고,

차에 태워졌을 때는 어느덧 에를 악물고 있었다.
장민애는 몸을 돌려 그를 실은 자동차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의 얼굴만이라도 본 잣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물찰이 흩어졌다.
장민애는 힘들게 발을 떼었다.

그를 위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될지 막막했다.

자신을 바라보던 김원국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결재서류를 덮고 차영화는 소파에 가서 않았다.

담뱃갑을 열어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길게 연기를 내람으며 등을 기대고 편히 않았다.

탁자에는 신문이 펼쳐진 채 놓여 있었으나 이젠 라시 읽기도 싫었다.

김원국의 송치 기사가 실려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의 종말이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담담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김원국에게 언젠가는 닥쳐을 일이었다 싶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그의 힘과 매력에 핍쓸렸던 것이다.

어쩌멸 자신의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당당했고 웃사내들은 그의 앞에서 허리를 춰었다.

돈이나 지위로 얻은 힘이 아니었다.

차영화는 그런 김원국에게 매료당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초라하게 감옥으로 들어간 김원국은 아무것도 없는 사내 였다.
차영화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졌다.

밤에 아무리 밝게 비추는 불 빛이라도 랫빛 아래서늘 초라하게 보이는 법이다.
차영화의 눈에 '마약'과 '유괴' 둥의 글자가 보였다.

코웃음을 치면서 차영화는 자리에서 일어딘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전화기를 집어 들고 다이얼을 눌렸다.

 

"여보세요."


김중오 검사가 전화를 받았다.


"저예요."


"오오, 웬일치야


반가워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는 온믐에 묻은 더러운 찌꺼기가 샤워에 첫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바쁜세요?"


"아니 ."


그는 바쁘다고 물었을 때 한번도 바쁘다고 한 적이 없었다.


"오늘 오후에 어때요?"


"좋지 . "


그의 밝은 목소리에 차영화는 자신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요즘 김원국 사건 때문에 바쁘신 것 같아서‥‥‥‥


"팬찰아. 그런 걱정 말라구."


이제 그의 위상은 김원국보다도 크게 차영화에게 자리잡혀 있었다.
그는 김원국을 사로잡아 취조하는 사내였다.


"그 사람, 무서운 사람이에요?"


차영화가 궁금한 듯 물었다.


"왜? 잡혀서 일본으로 팔려갈까봐?"


김중오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여 있었다.


"세상에 어디 그런 사람이 다 있죠?"


"흥분하지 마. 이젠 그놈도 끝났으니까."


"이편 고생즘 해야 할 거야."


"당신은 그 사람을 잡았으니까 승진하겠군요."


김중오는 가볍게 웃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오후 3시쯤 호텔에서 전화하세요."


"알았어."


차영화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김원국은 끝난 것이다.
매장에 내려가려고 마악 방문을 나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사장넘이세.0.? 제일섬유의 원명구입니다. "


"아, 네."


그는 및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공장을 관리하고 유통에 제품을 공급하는 제일그룹의 핵심간부였다.


"사장넘, 저회 사장넘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걱정하실 줄 압니다. "


"네, 걱정하고 있어요."

차영화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저회 사장넘이 결백하다는 걸 모두 믿고 있거든요."


‥‥‥‥ fl."


"이건 틀림없이 모함입니다.

나뿐 놈들이 사람들을 우롱하는 거예요. 요즘 정국이‥‥‥‥


"원 사장님."


차영화는 그의 말을 잘랐다.


"제가 바쁘니까 용건을 말씀해 주시지 않겠어요?"


‥‥‥‥ 01, "


원명구는 선뜻한 느낌을 받았는지 잠시 망설였다.
"저, 지난번에 저회들 공장에 오다를 주신다는 것, 아직 계약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견본은 합격했는데요.

그리고 견본 만드실 것이 10여 점 있다고 하셨지 않습니까?어제 저회 직원을 보냈더니

견본을 못 찾았다고 빈손으로 왔는데요.".


"네, 그거요."


차영화는 제일섬유와의 계약을 취소하라고 담당자에게 지시해 놓았었다.

설령 계일그룹 산하의 제일섬유가 변함없이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김원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회사와 거래를 한다면 모양이 좋지 않을 것이다.

 공장이야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일부러 흥악한 범법자인 김원국의 공장에 오다를 줘서

자신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원 사장님, 그 오다는 취소됐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다른 회사 오다를 잡아 보세요."


"아니, 차 사장넘, 갑자기 그러시면‥‥‥‥

닷새 후에는 저회들이 놀게 됩니다.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셨어야‥‥‥‥


"제가 바빠서요. 그럼 다음에‥‥‥‥


차영화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얼굴을 찌푸리고 잡시 서 있던 그녀는 인터폰을 눌렀다.

교환이 나왔다.


"난데, 앞으로 제일유통이나 제일섬유에서 오는 전화는

나에 게 돌리지 말도록 해. 알람직"


날카롭게 지시하고 난 차영화는 방을 나졌다.

장 상무가 다가왔으나 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그를 지나쳐 매장으로 내려갔다.

장 상무는 멀뚱히 그녀의 됫모습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움델거렸다.
원명구는 제일상사 사무실에 들어딘다.

답답한 김에 들른 것이었으므로 입구를 들어서자 두리번거리면서 낮익은 얼굴을 찾았다.

예전에는 오유철이나 조웅남 등과 이야기를 하곤 했으나 모두들 자리에 없었다.

오유철은 수배중이어서 피해 다니는 입장이었고 조웅남은 구속되어 있는 것이다.

안면이 있는 박동민이나 이형구도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은 델렁해 보였다.

항상 북적대던 사무실이었다.

그러나 서너 명의 직원만이 책상에 앉아 있을 뿐

두어 명은 창가에 몰려서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원명구는 입맛을 다시고 몸을 돌렸다.

차영화로부터 오다 취소를 당하고 답답한 김에 김원국의 소식이나

알아보려고 찾아왔지만 오히려 가습이 더욱 무거워겼다.
아는 체하는 직원도 없었으므로 원명구는 우물주물 몸을 돌렸다.

그러자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서너 명의 사내들이 들어섯다.

원명구는 앞장선 사내를 보고는 눈을 크게 였다.

이철주였던 것이다.


"아니, 이 사장넘."


엉겁결에 원명구가 그를 불렀다.

이철주도 그를 알아보았다.

일순 그의 얼굴에 당황하는 듯한 표정이 떠오르다가 입을 벌려 웃었다.


"원 사장 아니시오? 여긴 웬일이오?" '


"네, 그냥 지나다가 들렀습니다. "


이철주는 원명구의 아래위를 출어보았다.


"제일유통에 계시다면서인"


"예. "


이철주가 들어서자 창가에 싫던 직원들이 슬금슬금 1들의 곁을

지나 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책상에 않아 있던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원명구의 위아래를 출어보던 혐상궂은 얼굴의 사내가

뒤쪽의 오유철의 자리로 다가가고 있었다.


"여긴 웬일이십니까f"


원명구가 물었다.


"여기?"


그러면서 이철주가 다시 옷었다.


"일이 있어서 들른 거요."


이철주는 책상에 앉아 있는 직원 한 명을 손짓해 불렀다.

직원이 일어났으나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


이철주가 몸을 돌려 버렀다.
원명구는 이철주와 동행인 사내가 오유철의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원명구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3억원 때문에 자신의 살점을 뜯어 내는 심정으로

평생을 바쳐 일구었던 공장의 명의를 이전해 주던 일이 생생히 떠올랐다.

백광남에게 돈을 빌렀으나 그 돈이 자기 것이 었다며 악착같이 엉겨붙어

결국 공장을 템어간 이철주였다.

그후 김원국의 도움으로 섬유를 랄아 재기를 한 셈이었지만

원명구는 한시도 그 일을 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믿었던 김원국마저 이 지경이 되고 나자
온통 머리가 어지러워 이철주를 만나는 순간복잡하게 꼬인 일의 가닥이

얼른 잡히지 않아 엉겁결에 돌아서고 말았다.
그날 저녁 원명구는 이길량 변호사를 만나고 있었다.

변호사 사무실 그들은 근처의 식당에 마주 않았다.


"이철주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이길량 변호사가 물었다.


"네. 이철주가 맞습니다. "


"그 사람을 어떻게 아십니까?"


이길량이 의아한 듯 물었다.

원명구는 자신과 이철주간에 읽헌 관계를 설명해 주었다.


"허어, 이철주가 제일상사에 나타반다


이길량은 손가락으로 턱을 쓸었다.


"도대체 그 사람이 제일상사에 뭐하러 나타날까요?

제가 회사에 돌아가서 제일상사에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이철주 그 사람은 매일 나온다고 합니다. "


이길량은 생각에 잠긴 듯 대답하지 않았다.


"요즘은 박동민이나 이형구 같은 간부사원들도 나오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자세히 물어 볼 수도 없었습니다. "


이길량은 이철주가 이번 사건에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해졌으나 그것을 당장 김원국에게 말굻 줄 수도 없었다.

면회는 그동안 금지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변흐사님이 김 사장께 알려 주시는 것이 딘지 않겠습니까?-


원명구가 물었다. 초조한 듯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이길량이 머리를 끄덕었다.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원 사장, 정말 고맙습니다. "


"아이구, 천만에요, 고맙다니오."


원명구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소설방 > 밤의 대통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반 전  (0) 2014.11.30
9. 덫  (0) 2014.11.30
7. 닥쳐오는 위기  (0) 2014.11.30
6. 새로운 만남  (0) 2014.11.30
5. 기습  (0) 201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