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15. 인질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3:28

◐ 인질 

 

 

 

‥‥ 그래서 사토 등 4명이 호텔로 갔습니다만 그쪽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마람에‥‥
 불의의 습격을 당해서‥‥‥‥ 부하는 가네무라의 눈치를 살졌다.
"그래서?"
"네, 그래서 애들이 즘 다쳤습니다. "
"얼마나?"
"네,모두 중상입니다. 베니스의 곤도는 팔이 꺾여서 회복이 되어도
정상적으로 활동하기엔 즘‥‥‥‥
가네무라는 이를 악물고 부하의 보고를 들었다.

그는 상대방을 말잡아 보았다고 스스로의 방심을 자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화가 솟구쳐 앞에 선 부하를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을 느줬다.
"그래, 어제 행패를 부린 놈은 오한만이나 이동수가 아닌 다른 놈이 란 말이냐?"
"네, 다른 놈이었다고 합니다. 서너 명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
가네무라가 억눌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기분을 알아챈 부하는 진땀을 흘리며 머리를 숙였다.
"오전중으로 파악ol 될 것입니다.

오사카 전역에 그놈들의 동행이 있는지 즉각 수배시켰습니다. "
"사무실엔 오카다가 전화해 오지 않있"
"전화가 없었습니다. "
다시 화가 난 가네무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딘다.

전화벨이 울렸다.

가네무라가 전화기를 노려보며 잠자코 있자 부하가 서둘러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부하는 수화기를 든 채 다시 물었다.
"네? 누구시라』요?"
그는 가네무라를 바라보았다.
"보스, 김원국이라는 한국 사람인데요."
"릿이?"
가네무라는 눈을 부름였다. 쌍꺼풀진 큰 눈이 번책이고 있었다.

는 잠시 동안 부하가 들고 있는 수화기를 바라보다가 건네받았다.
"나 가네무라요."
"난 김원국이오."
저쪽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김
원국의 한국에서의 행동도 대부분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목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호오, 김상이 나에게 전화를 다 주시고 웬일입니까?"
가네무라는 평정을 찾고 말했다.

하필 분위기가 좋지 않을 매 전화를 했지만 그를 불패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난 오사카에 있소."
김원국이 말했다.
"오사카젊"
순간 가네무라는 얼굴을 굳히고 수화기를 움켜잡았다.
"당신이 오사카에?"
"그렇소."
H그럼 ‥‥‥‥W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대로요.

어첫밤에 내 부하들이 당신 부하들을 조금 아프게 한 것 같소.

당신네들이 습격을 했다고 합디다만."
"이봐, 이봐, 김상. 당신 참 대담한 사람이군. 그렇지,돈키호데야,
돈키호테."
가네무라는 웃었다.

그가 오사카에 있는 이상 이젠 우리 안에 갇힌 짐승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라구? 그것 참 재미있는 표현이군 그래,"
김원국도 재미 있다는 듯 웃었다.
"그래, 한국 여자들에게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이야기한 것도

모두 당신 부하들이었구먼 그래."
"그렇소. 곧 데려갈 예정이오."
가네무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상대가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렇게 적지에 와서 대놓고 이야기할 상황이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네무라상, 우리 만납시다. 당신과 내가 말이오.

당신이 알려 준 장소에 내가 가겠소."
"좋소, 만납시다. "
그렇게 말하면서 가네무라는 개운치 않았다.

한수 꿀리는 입장이 된 것 같았고 이것이 그의 가슴에 다시 응어리 하나를 만들어 놓았다.
"시간과 장소를 알려 주시오. 지금이라도 좋소."
다시 김원국이 말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가네무라는 그를 바라보고 선 부하에게 말했다.
"마사요시를 불러라. 사테도 부르고, 아니 간부급들을 모두 모이라고 해라. 회의를 하겠다. "
부하가 서둘러 나간 뒤 가네무라는 의자에 앉았다.
그 역시 기습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는 김원국이 당당하게 나오는 것이 불쾌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가네무라는 한국인에게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우월감이었다.

한국인이 일본인인 자실에게 및떳하게 도전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상상해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특히 야쿠자의 세계에서 무사도 정신을 이어받았다
고 생각하는 가네무라는 전통도 역사도 가지지 못한 한국의 주먹들을
한낱 잡배로만 여겨왔던 것이다.

잘되었군. 제발로 적지에 뛰어들다니
기적을 바라지 않는 한 김원국은 일본을 몸성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내 야쿠자의 일생을 걸고 약속할 수가 있다. 가네무라는 눈을 부릅뜨고 중얼거렸다.
가네무라가 지정해 준 곳은 오사카 만이 내려다보이는 바랄가의 요릿집이었다.

약속한 오후 3시 정각에 김원국과 이동수는 택시에서 내렀다.

'야마토'라고 써 있는 요릿집의 정문 앞에는 서너 명의 사내가 서서 택시에서 내리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다가가자 한 사내가 물었다.
"한국에서 오신 김 사장이십니까?"
김원국이 머리를 』1덕이자 그는 머리를 숙였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
그가 앞장을 딘다. 정문을 들어서자 안쪽은 넓은 잔디밭이었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그들은 안채로 들어싫다.

2명의 사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내가 미닫이문을 열었다.

안쪽은 다다밋방이었다.
신발을 벗고 김원국은 방 위에 올라가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빈 방이었기 때문이다. 앞쪽의 문이 열렸다. 안쪽에서 문을 여는 모양이었
다. 문이 열리자 안쪽이

 보였다. 다다밋방 정면에 가네무라가 않아 있었다.

그의 주위에 서너 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그의 부하로 보였다.

모두들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원국은 잠자코 방안으로 들어가 가네무라의 정면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뒤따라온 이동수는 건넌 방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 사장, 당신은 대담한 사람이오."
가네무라가 입을 열었다. 김원국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괴 내가 친구가 못 된 게 유감이오."
김원국은 싱긋 웃었다.
"당신을 전에 만났어야만 하는데‥‥‥‥
"가네무라 씨, 전에 만났어도 우린 친해질 수 없었을 거요."
"호, 그건 패 그렇소?"
"당신의 더러운 손을 잡지 않았을 거요."
"무엇이?"
"당신의 여자사업 딸이오."
가네무라는 얼굴의 근육을 풀고 웃었다.
"그렇겠지. 그것에 당신이 기분나빠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소."
"허지만 어떻게 하겠소?이쪽의 수요를 채우려면 한국에서 공급받는 수밖에 없었소.

그쪽에서도 협조를 해주었고 말이오."
"그런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지 마시오."
김원국은 좌우의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은 당신의 부하입니까?"
"그렇소."
가네무라는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용건만 말하겠소. 당신이 데려온 167명의 여자를 보내 주시오.

그것도 빠른 시일내에 말이오."
가네무라는 그의 말이 끝나자 얼굴을 펴고 웃었다.
"글째, 핫하하. 이렇게 무모할 순‥‥‥ 꼭 옛날 사무라이 영화를 보는 것 같군 그래."
주위의 사내들도 따라 옷었다. 김원국도 따라 웃었다.
"가네무라 씨, 당신은 나를 칼도 없이 뛰어든 사무라이로 생각하고 웃고 있는 것 같군요."
김원국이 웃으며 말했다. 가네무라가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뭐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합히‥‥‥ 어줬든 재미있소."
"난 오카다를 잡아놓고 있소. 그의 3명의 부하들과 함꼐 말이오."
가네무라는 웃음을 그쳤으나 잠시 생각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카다는 여자를 조달한 실제 책임자요.

 그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당신의 간부급으로 알고 있소."
"내 부하들이 그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소.

우리는 당신들에게 고문하는 기술도 많이 배웠고 또 우리 방식도 있소."
"날 협박하는 거요? 여기에서?"
가네무라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나왔다. 그의 얼굴엔 더 이상 웃음기가 없었다.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당신의 재산을 내가 보장해 드리리다.

당신이 이철주에게 투자한 재산을 말이오.

그리고 부산의 박재팔에게 투자한 막대한 금액도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한푼도 한국에서 건지지 못할 거요."
"김상,당신을 이 자리에서 처치할수도 있어.만일 당신이 없어진다
면? 그땐 일이 철씬 쉬워지지 않을까?"
"그렇지, 조금 쉬워질 거요. 그래서 이렇게 내가 단신으로 온 거요."
"한 명이라도 더 당신을 증오하고 당신을 처치하려는 부하들을 남기기 위해서 나머지를

오늘 아침 한국으로 보딘소."
"난 각오를 하고 온 거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소?"
"어줬든 한국 여자는 내보낼 수가 없어."
"그러면 전쟁이오."
"당신이 날 죽여도 전쟁이오."
"잘 생각하시오. 난 호텔에서 기다리겠소."
김원국은 자리에서 일어셨다. 몸을 돌리려던 김원국이 가네무라를 바라보았다.
"날 인질로 할 생각이 있소?"
가네무라는 잠자코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당신의 부하 오카다를 잡아 놓았다고 말했소. 참고로 이야기
하는데 오카다와 나를 동격으로 생각지는 말아 주시오."
"난 어느 조직의 큰형(大兄)이오. 한국과 일본은 다르지만 난 당신
같은 보스를 10여 명 데리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소."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마시오. 이미 당신은 무래하지많"
가네무라는 잠자코 앉아 있었다. 그는 오카다가 잡혀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의 제의는 현실적이었다.

그가 방해한다면 그의 말대로 한국에 투자한 금액을 한푼도 건질 수 없올지도 모른다.

김원국은 이제까지 그가 상대해 온 이철주나 박재팔이나 박종무와는 다른 사내 였다.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압도하고 있었다.

부하들을 바라보자 그들도 그런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들 김원국을 바라보며 잠자코 앉아 있었다.
"난 가겠소."
깅원국은 돌아서서 방을 걸어 나왔다. 이동수가 뛰듯이 앞을 질러가
더니 그의 신발을 정리해 놓고 기다렸다.
"잠판. "
가네무라가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싫다. 그가 일어서자 부하들도 따라 일어서고 있었다.

구두를 신고 마악 현관을 나오려던 김원국이 뒤를 돌아보았다.

김원국과 시선이 마주치자그는잠관웃는듯하더니 부하들에게 말했다.
"호텔까지 모셔다 드려라."
"fl . "
부하들이 일제히 따라나왔다. 이동수가 의심책게 그들을 바라보며 김원국 뒤에 바짝 붙었다.

부하들은 잠자코 그들의 좌우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형님, 잔돈 있으면 좀 주쇼."
의자에 앉아 있는 조웅남에게 오함마가 다가와 말했다.
"없어 ."

 

조웅남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으나 홍성철이 호주머니를 뒤져 한 주먹의 잔돈을 주면서 물었다.
"뭐 할려구 그러냐
"서울에다 전화할려구요. 만철이 형님한테요."
"왜?"
"큰형님이 일본에 남아 계신다는 것을 이야기는 해드려야겠어요."
"아 씨발, 놔둬라. 놔둬."
갑자기 조웅남이 소리쳤다.
"씨발, 일본년 배 탈 작정으로 남어 있다고 헐래?"
"형님은 아까부터 패 이러쇼? 괜히 신경질만 내고 말이오."
오함마가 발했다.
"내가 언제 이 새끼야
조웅남이 눈을 부릅줬다. 오함마도 화가 났다.
"만만허니 흥어를이라고, 왜 나한테 화플이하는 거요?"
"아니, 요 씨발놈이 달라드는 것 좀 봐?"
조웅남의 얼굴이 崙게 달아올랐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힐끗거렸다.
"야, 그만둬, 니가 잘못한 거야. 함마가 잘못한 거 없어."
홍성철이 말하자 조응남은 그에게로 몸을 돌렸다.
"너는 첫여? 야 이 씨발놈아, 왜 나서고 지랄여?"
"야 이 새끼야, 니가 잘못했으니까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 이 새끼는
불알 안 깐 돼지새끼처럼 왜 이리저리 왝팩거려?"
홍성철도 화가 나서 으르렁거렀다.
"뭐? 불알 안 판 돼지? 에이, 요 씨발놈을!"
조웅남이 홍성철을 델칠듯 몸을 날렸으나 오함마가 재빠르게 가운데로 끼여들었다.

둘이는 씩씩거리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멈춰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외국 항공사의 유니폼을 입은 노란머리의 아가씨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조웅남과 시선이
마주쳤다.
"월 좌! 이 색을 년아!"
조웅남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다시 흥성철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씨발놈들이 여자들을 팔아먹었으면 책임을 지야지.

씨발, 일본놈들이 눈치쳤다고 도망가먼 장뻥이여?"
"인자 또 나와서, 또 머가 틀어지면 또 도합가겼고만? 에이고, 추접혀라."
홍성철과 오함마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씨발, 그런다고 온천에 가서 일본년을 먹어?

핑계도 좋네. 임질이나 걸려 버리라고 혀."
조웅남은 그들에게서 얼굴을 돌린 채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오함마가 생각난 듯이 일어서서 공중전화 박스로 갔다.
강만철은 사무실에 있었다.
"형님, 나 함마요."
그가 말하자 강만철은 반가워했다.
"응, 함미됐 큰형님 어디 계시냐
"아, 저, 큰형님은 여기 안 계세요."
"그럼 어디 계셔?" .
"저하고,웅남이 형,성철이 형은 지금 공항에 있어요.서울 들어갈려구. "
"쥐? 공항에? 그럼 큰형님은?"
강만철이 놀란 듯 묻자 오함마는 망설였다.
"어디 계셔,이 자식아!딸리 말해!"
"저,아타미 온천에 놀러 가신다고 동수하‥‥‥ 아까 공항에서 혜어졌는데 ‥‥‥‥
"뭐? 아타미 온천? 야, 거기 성철이 있어?"
"네, 저쪽에 있어요."
"딸리 바쥐,"
오함마가 떠나갈 듯이 고함을 질러 홍성철을 불렀다. 흥성철이 달려왔다.
"패 그래?"
"만철이 형님이 바뀌 달래요."
조웅남이 어그적거리며 다가왔다.
"패 그러냐
"몰라요. 그냥 바꿔 달래요, 만철이 형님이."
"아타미 은천에 놀러 가신다고? 형님이 그했단 말이지?"
강만철이 물었다.
"그래, 여기서는 일단 철수하자면서, 형님은 즘 쉬시겠다고 말이야."
"그러구?"
강만철이 다시 물었다.
"뭘 그러구야?"
"형님이 다른 말 없었느냐구?"
"글째, 일본년 배 탄다구 했고‥‥‥‥ 그런 거지 쥐."
"야, 너, 내가 오카다 잡아 놓고 있는 거 알어?"
강만철이 갑자기 물었다.
"뭐? 오카다를?"
홍성철이 긴장하여 수화기를 귀에 바짝 붙였다.
"그래, 형님 지시로 말이야. 내 생각엔 형님이 그놈을 어떤 교환조건으로 사용할 것 같았어.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너희들을 돌려보내고 자기는 온천에 가?"
"심상치 않아. 우리가 오카다를 인질로 잡은 것을 그쪽에서 알면 그쪽도 그럴 레니‥‥‥ 아아!"
강만철도 스스로 말하면서 깨달은 듯 저쪽에서 소리를 질렀다. 흥성
철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이를 물었다.
"한 명이래도 인질을 줄이려고 하는 거야. 형님 의도가 말이야,

그래 서 너회들을 내보내는 거야!"
"알겠다. 그런 것 같다. 우리,돌아가겠다. 도로 오사카로 들어가겠어."
"당연히 그래야지. 얼른 들어가 형님을 찾아. 틀림없이 오사카에 계
실 거다. "
그들은 비행기표를 집어넣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기다리며 그들은 말이 없었다.

전화를 끓고 홍성철이 조웅남과 오함마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아, 그래서 큰형님이 그렇게 서두르셨구먼."
그러면서 오함마는 가승이 백찬지 입을 다물었다.

조웅남은 공항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말이 없었다.
미닫이를 열어 놓았으므로 저녁바람이 가네무라의 몸을 스치고 지났다.

20평 가깝게 되는 널찍한 다다밋방에 그는 흔자 앉아 있었다.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이 저택은 오사카뿐만이 아니라

동부 일본 지역의 대부인 오야마의 소유였다.

30분이 넘게 가네무라는 오야마를 기다 리며 않아 있었다.

안방으로 통하는 미닫이가소리없이 열리고 駱대의 사내가 들어딘다.

일본옷 차림의 그는 앉아 있는 가네무라를 보더니 잠자코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마른 몸집에 머리는 반백이었다.

검은 얼굴은 표정이 없었다.

가네무라가 머리를 숙여 절을 하자 가볍게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무슨 일인가?"
몸집에 비하여 목소리가 켰다. 방안을 울리는 듯한 목청이었다.

가네무라는 머리를 숙였다.

오야마와는 20년 가깜게 상하 관계를 맺고 있었다.

주종 관계나 마찬가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세계에 처음 발을 디였을 때에 그는 오야마의 꼬붕이었다.

그때의 오야마는 오사카의 변두리를 장악하고 있는 두목이었다.
그는 통이 켰다.

자잘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부하들에게 맡기는 성격이었다.

그에게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질을 가네무라는 배워 왔었다.

요좀의 오야마는 대외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휘하에 있는 보스들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중요한 보고만 들었터.

하루종일 독서를 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혼자 훌책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곤 했다.

그는 야쿠자 세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새로운 세대들이 주먹과 무기의 힘에 의지하여 세력다툼을 하다가도 그가 중재에 나서면

다틀을 그쳤다.

그는 치우치지 않았고 공정했던 것이다.

맨주먹으로 오사카 항구의 노동자로부터 시작한 오야마는 힘이나 술수보다는 신의와 배장으로

조직을 일으킨 사내였다.

비록 지금은 은희한 것처럼 이곳에 머물고 있었으나 끊임없이 보스들이 찾아와 중요한 일을

보고하고 자문을 얻어가곤 하는 것이다.
"제가 한국과 거래하고 있는 사업에 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만
가네무라는 신중한 태도로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오야마는 입을 꾹 다문 채 그의 말을 들었다.
"그래, 김원국인가, 한국의 보스가 여기에 왔단 말이지?"
가네무라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가 물었다.
"fl . "
"만났다고?"
"네, 오늘 오후에‥‥‥‥
"그자가 먼저 전화를 해서 만났다교?"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
갑자기 오야마는 입을 꾹 다문 채 미소를 띠었다. 힐끗 그를 올려다본
가네무라는 다시 머리를 숙였다. 그의 눈이 가득 불쾌한 기색을 띠고 있
었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녀석, 선수를 째앗겼다. "
"이젠 돌이킬 수 없다. "
가네무라는 이마에 배인 땀을 손등으로 밖았다.
"망신이군."
"말잡아 본 것이 실책이다. "
그러면서 오야마는 머리를 돌렸다. 미닫이 바괄 쪽은 짙은 어둠이
깔려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쪽에 시선을 둔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만회하겠습니다. 그놈은 객기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만용일 뿐
입니다. "
눈을 부릅뜨고 가네무라가 말했다. 온몸을 긴장시켜 가네무라는 그
의 대답을 기다렸으나 그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부끄럽지 않게 해결하겠습니다. "
이윽고 오야마가 머리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좋다, 너를 믿겠다 곧 해결하도록."
그는 말을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딘다. 머리를 숙민 채 가네무라는
잠시 앉아 있었다. 미닫이가 스르르 닫혔다. 가네무라는 일어셨으나 잠
시 다리가 저려 비틀거렸다. 그는 이번 일의 성패 여부에 자신의 위치
가 달려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오야마의 시
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숨길 수는 없다.
사무실에는 간부급 부하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상황을 알고 있는
그들은 긴장해 있었다. 자리에 앉은 가네무라는 사베를 바라보았다.
"김원국이 호텔을 알아보았나?"
"네, 제국호델에 묵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워야?"
"단 2명밖에 없습니다. 김원국하고 그의 심복인 이동수하고 2명만 호텔에 투숙하고 있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난동을 부린 조웅남이하고 오한만이는 어디에 있는 거야?"
가네무라가 짜증스레 물었다.
"그리고 흥성철이가 있습니다. 흥성철이가 그들과 같이 다니고 있습니 다. "
부하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
"흥성철이?"
가네무라는 눈을 꿈벅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앞을 가린 안개가 걷힌 것 같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끄덕였다.
"분명 한 일이냐
"네, 홍성철이가 김원국을 안내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를 꿰어보고 있었을 겁니다. "
"흥. "
가네무라는 어깨를 움절해 보였다.
"가소로운 것들, 그들이 월 본단 말이 기껏해야 몇 놈이 와서 큰소리를 치고 있을 뿐이다. "
"애들을 모아라. 그까짓 놈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꼴사납게 그게 무엇인가?

내가 낮이 뜨거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
"몇 명이나 모을까요?"
사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네무라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선뜻 말하기가 어려줬기 매문이다. 도대체 김원국이 몇 명을 끌고 왔는지를
알기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너희들 밑에서 다부진 놈들을 선발해. 각각 5명씩, 사베, 한시간 안으로 모아라."
"네, 알겠습니다. 그럼 김원국이를 잡습니까?"
"아니, 김원국이를 감시하고 기다려. 그리고 나머지 녀석들을 찾아봐. 나도 생각이 있다. "
"그런데 오카다는 김원국에게 잡혀 있는 것이 사실입니까?"
부하 한 명이 망설이며 물었다.

가네무라는 울컥 화가 치밀어올랐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사실로 봐야 돼. 오카다는 현재 행방불명이야."
사베가 낮게 말했다.
"자, 어서 준비해라."
가네무라가 말하자 모두들 서둘러 방을 나갔다.

가네무라는 기선을 제압당한 불쾌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몇 놈이나 와 있는가?

그리고 나머지 녀석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의 눈에 김원국의 태연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오야마의 눈빛이 그와 겹쳐져 떠오르고 있었다.
가네무라는 부산의 박재팔에게로 다이얼을 눌렀다.

번 방에 앉아 수화기를 귀에 대고 기다리는 그는 초조했다.
"여보세요."
박재팔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박 사장?나, 가네무라요."
"아이구, 가네무라 선생넘, 갑자기 편일이십니까?"
박재팔이 놀라 묻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네무라가 직접 전화 해 오는 것은 드물었기 패문이다.

모든 일은 오카다를 통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네무라는 박재괄도 헛손질이나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짜증이 났다.
"박 사장, 오카다 보지 못했소?"
"아, 글에, 호텔에 안 계셔서 서울 가셨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호텔에 찾아가 왔소?"
"아뇨, 전화만 몇 차례 해봤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해 줄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박 사장, 혹시 서울에서 김원국의 부하들이 내려온 것 보지 못했 소룐
"네? 제일상사 김원국 사장 말입니까? 그 부하들이라면‥‥‥‥
"그 강이라든가, 조라든가 하는 사람들 있지 않소. 부산에 내려오지 않았습디까?"
"아뇨, 그놈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
가네무라는 잠시 망설였으나 마음을 정했다.
"박 사장, 당신이 동원할 수 있는 부하들은 몇 명이나 되오?

쓸 만한 1놈들 말이오."
박재팔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쓸 만한 놈들은 訓명 가량 됩니다. 지금 당장이라두 돼요."
"그럼 박 사장, 당신하고 그들이 여기 오사카로 오지 않겠소?"
"아니 갑자기 웬일입니까?"
"여기 김원국이 대여섯 명의 부하들과 함께 와 있소.

내가 처리할 수도 있지만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 거요.

당신의 얼굴을 오사카에서 한번 세워 보시오.

앞으로 우리하고 거래할 때 크게 도움이 될 거요."
"네? 김원국을? 오사카에서?"
박재팔은 놀란 듯 한동안 잠자코 있었다.
"도대체 오사카엔 김원국이 워하러 갔답니까?"
"이철주가 보낸 여지를 데리 러 왔다고 하는 것 같소."
가네무라는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미 친놈이군."
박재팔이 셉어및듯이 말했다.
"그렇소, 미친놈이오. 대여섯 놈이 와서 지금 웃음거리가 되고 있소."
"그럼 가네무라 선생께서 처치하시지 그러십니까?"
"허어 참, 박 사장은 내 말뜻을 못 알아들으시는구먼.

내 개인적인 호의를 말이야.

이것은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 같은 거요.

우리 야쿠자 조직에서 당신을 인정하게끊 하는 신임장이오.

김원국을 처치하는 것이 말이오."
"알겠습니다. "
"더욱이 박 사장은 그것으로 한국을 휘어잡을 수도 있소. 그렇지 않소
"알겠습니다. 준비하지요."
"내가 김원국이는 꼼짝 못하게 잡아 두겠소. 언제 올 수 았 빠를
수록 좋아요."
"비자 문제가 좀 걸리는데‥‥‥‥ 그거만 해결되면 내일이래두 됩니다. "
"내가 대사관에 손을 쓰겠소. 우선 오늘 저벽에 여기 올 사람 명단을 보내 주시오.

그러면 내일 비자받도록 해주겠소."
"좋습니다. 준비해서 오늘 보내겠습니다. "
가네무라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어차피 피를 봐야 할 일이었다.
그것을 일본인의 피를 보지 않고 한국인들끼리 싸우게 해서 김원국을 제거하는 것이다.

오야마는 나를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나라고 그만름 되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박재팔을 원호해 주면 승산은 1齡 퍼센트에 가괌다.
가네무라는 만족했다.

김원국이 오카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애당초 고려하지 않았다.

그가 풀려난다 하더라도 한국 조직에 포로가 되었던

그의 과거가 야쿠자 사회에서 견디어 내지 못하게 한다.

죽이 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라. 가네무라는 풀석 웃었다.

김원국은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카다를 미끼로 하면 무엇인가를 얻적낼 것 같다고 믿었던 것이 틀림없다.

문이 열리고 부하 하나가 들어왔다.
"보스, 이상합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그가 보여 준 서류는 컴퓨터에서 찍혀 나온 비행 티켓 발급자 명단 이었다.
"여기, 이곳을 보십시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한국인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홍성철, 조웅남, 오한많‥‥‥
부하가 소리내어 읽었다.
30斗
"☜
"오늘 낮 서울행 티켓을 공항에서 사간 컴퓨터 기록입니다. "
"그놈들 셋은 떠난 것 같습니다. "
"출국자 명단과 대조해 봤어?"
"그것은 아직, 세관에서 넘겨 주는 건 보스도 아시다시피 조금 늦습니다. "
"그것까지 화인해 봐. 그리고 김원국이는 지금 호텔에 있나?"
"네, 애들이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놈은 당장이라도 잡을 수 있습니다. "
"기다려. 감시만 하고 말이야."
"네, 알았습니다. "
"간부급이 항상 호텔에 있어야 한다구 알았어?"
"네, 염려마십시오."
부하가 돌아간 뒤 가네무라는 만족한 듯 길게 팔을 델어 기지개를 켰다.

그래, 김원국 너는 돈키호테라니까.

그런 생각이 다시 떠을랐다.
"미친놈."
박재팔의 말을 흥내내며 가네무라는 일어서서 저고리를 집어 들었다.

'소설방 > 밤의 대통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 평정과 귀환  (0) 2014.11.30
16. 적지에서의 대결  (0) 2014.11.30
14. 팔려간 딸들  (0) 2014.11.30
13. 야누스의 미소  (0) 2014.11.30
12. 적지, 일본  (0) 201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