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17. 평정과 귀환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3:31

◐ 평정과 귀환 

 

 

 

오유철은 우연히 정재희와 같이 3년을 일했다는 업소의 마담에게서
그녀가 틈만 나면 마사지를 했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녀가 서울에 있
다면 마사지를 할 것이라고 오유철은 생각했다. 부하들을 몽땅 풀어서
고급 호텔과 미용실 근처에 잠복시켰던 것이다. 도망치는 형편이라도
정재희가 싸구려 목욕탕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흘
째 되던 날 오후에 정재희가 변두리의 호텔 사우나에 들어가는 것이
목격되었다. 오유철은 당장에 낚아채고 싶었으나 참았다.
2시간이 넘게 호텔의 사우나와 마사지실에서 꾸물럭대던 정재희는
화사한 얼굴이 되어 호델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오유철과 또 다른 한
대의 승용차가 택시를 따랐다. 그리고 이 모텔 앞에서 택시가 멈추고
그녀가 들어간 것이다. .이제는 독 안에 든 쥐와 마찬가지였다. 부하들
은 어서 잡아채자고 성화였으나 오유철은 기다려 보자고 그들을 달했
다. 한시간쯤지나자오유철의 눈이 번적 크게 떠졌다. 검정색 그랜저
가 다가오는가 싶더니 백광남 사장이 내리는 것이었다. 그는 벤츠를
타고 오지 않았다. 그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모텔로 들어갔다.
그렇군. 오유철은 머리를 끄덕이며 서둘러 강만철에게 보고를 했다.
"형님, 어떻게 할까인 두 년놈이 만나는 것 같은데요."
그가 물었다.
"년놈의 증거를 잡아라. 그리고 끌고 오너라, 고스란히."
강만철이 싸늘하게 말했다.
"형님, 증거라니오?"
오유철이 그답지 않게 어리숙하게 물었다.
"떡을 치는 증거."
"아아, 예."
오유철은 부랴부랴 카메라를 준비하고 플래시를 점검하였다. 카베
라 한 대로는 미덥지 않아 하나를 더 빌려 부하들의 목에 걸어 주었다.
"자아, 이제 올라가자."
기다리는 데 진력이 난 부하들이 서둘러 차 문을 열었다.
"이봐, 이철주가 눈에 불을 켜고 찾으러 다닐 텐데 말이야."
백광남이 정재희의 벗은몸올쓸어 보면서 발했다. 그녀의 보드랍고
탄력있는 피부는 만지면 손가락이 튀어나갈 것 같기도 하고 손자국이
남을 것 같기도 했다.
"흥. "
담배 연기를 천장에 물으면서 정재회가 코웃음을 쳤다.
"그 작자는 이제 허수아비예요. 날 잡아도 내가 입을 열면 어떻게 되
는 줄 알아요?오히려 그 작자가 당해요."
"아니 그래도‥‥‥‥
"나한테 해준 게 워가 있다구? 집을 사 주었나, 가게를 주었나. 실컷
내 몸을 가지고 놀고는 필. 난 받을 걸 받은 거예요,"
"저쪽, 제일상사 말이야. 그쪽에서도 찾는 눈치던데‥‥‥‥
정재회는 잠자코 있었다. 백광남은 그녀의 벗은 가습을 손바닥으로
들어 보았다. 그녀의 가습에서 아랫배로 그리고 아직도 축측한 부분에
와서 손을 멈줬다. 백광남의 몸에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힘두 세요, 정말, "
정재회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넣으면서 말했다.
"어때? 이철주보다는 낫지?"
"흥, 열 배는 나아요."
그녀는 몸을 움직여 그의 몸에 아릿부분을 가져다 했다.
"이철주하고 제일상사가 여자들을 일본으로 납치해서 팔아먹었다고
진정서를 내면 어때요?"
그의 연장을 잡고 비벼대면서 정재회가 말했다.
"응? 여자를? 제일상사가?"
백광남은 그녀가 감질나게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당신이 아는 사람들 있잖아요.저기, 기관에 있는 사람들. 그 사람
들한테 자세하게 적어서 보내죠. 돈을 좀 쓰겠어요."
정재희는 그녀의 깊은 부분에 백광남의 연장을 대었다가는 도로 떼
곤 했다.
"응? 그래도 될까? 이봐, 그만, 이제."
"김원국이 여자 팔아먹으러 일본에 갔다고 하면 될 거예요.어했든
지금 일본에 있으니까요."
"이봐, 이젠 그만 넣어줘."
"그러면 이철주도 얼씨구 하면서 김원국을 물귀신처럼 잡고 놓지 않
을 거예요."
"이젠 넣어, 얼른."
"김원국이 일본에서 여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이철주가 보낸 여자들요.

그럼 딱 맞아떨어저요. 김원국이 없으면 제일상사는 끝장이에요.
어때요?"
"넣으라니 까!"
백광남이 숨이 넘어갈 듯 그녀에게 말하며 허덕였다.
"제가 다 써왔어요. 그걸 가지고 기관에다 내주세요, 네? 돈도 쓰겠
어요. 그럴 거죠? 자, 넣을게요, 네?"
"그래, 그래."
정재희도 흥분하고 있던 터라 백광남이 들어오자 자지러들듯한 신
음을 내및었다.
"아아아."
"우당탕!"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리더니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졌다. 한 번
이 아니었다. 두 번, 세 번, 다섯 번, 일곱 번‥‥‥‥

이불도 덮지 않은 그들은 온통 빛살에 싸였다.
"야 이 자식들아, 그만 찍어라. 그만!"
오유철이 소리를 질렀으나 2명의 사진사는 이쪽저쪽으로 뛰면서 열
심히 플래시를 눌러했다. 백광남은 흔이 나간 얼굴로 멍청히 그들을
바라보다가 정재희에게서 떨어저 나갔다. 정재희는 얼굴을 가렸으나
이미 수없이 사진이 잭힌 것을 알고 있었다.
"아파 그년, 몸은 좋네."
오유철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형님, 우리가 잠판 나갈까요?"
부하 하나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야,이 자식아,저년 거기에는 쥐및이 있어.쓸데없는소리 마."
"이봐, 당신들 누구이? 왜 그러는 거야
정신을 차린 백광남이 말했다. 번적 하고 백광남의 눈에 불똥이 뒤
었다
"아이고오."
주먹으로 볼을 얻어맞은 백광남이 죽는 소리를 질렀다.
"찍 소리라도 내었다가는 아예 연장을 뽑아 버릴 테다. 야 이 년놈들
아, 이젠 옷을 입어, 갈 데가 있어."
오유철이 차갑게 말했다.
"아저씨, 절 놓아주세요. 1억 드릴게요."
정재회가 벗은 몸으로 오유철에게 달려와 매달렸다.
"2억 드릴게요. 네? 아저씨, 2억이오."
오유철이 빙그레 웃었다.
말을 마친 강만철이 그들을 둘러보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김
원국이 지금 일본에 있다는 사실과 이동수의 죽음이 그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강만철은 시선을 탁자 위로 떨구었다. 출국하기 전날 밤 이동수와
오함마를 불러 당부했었다.
"형님한데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된다. 그땐 너희들이 대신 죽어라.
알겠니?"
이동수가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를 악물고 강
만철이 머리를 들었을 때 오유철이 말했다.
"반 형님이 뭐라고 하건 말건 일본에 갈랍니다. 이렇게 앉아 있을 수
가 없어요."
어첫밤 정재희를 잡아 놓고 의기양양했던 그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
다. 얼굴이 상기되어 다시 입을 열었으나 목이 메었다.
"동수까지 죽었는데 무얼 망설인단 말입니까?"
"나두 가겠습니다. "
김길호가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및별
을 받지 않은 얼굴이 하얗게 바래 있었다.
"내가 안 갈 수가 없지요. 따라 죽겠습니다. "
"조용히 해."
모두들 따라나설 것 같았으므로 강만철은 소리쳐 그들을 진정시켰다.
"너회들은 형님의 마음을 모른다. 형님은 너희들이 오는 걸 원치 않아."
"그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요?"
다시 중구난방 입들이 열렸다.
"조용히 해! 이 자식들아!"
강만철이 다시 버럭 고함을 쳤다. 그들에게 김원국이 조웅남까지 서
울로 돌려보내려 했던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해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어했든 내가 선발하겠다. 형님에게는 비밀로 해야 할 것 같다. 보나
마나 형님은 우리가 일본에 가는 것을 반대하실 테니까, 할 수 없다. "
강만철은 좌우를 둘러보았다.
"나하고 오유철이가 오늘중 선발해서 떠나기로 하겠다. 비자 문제도
있고 그러니까 모레즘 떠나게 될 거야."
"나는 사람이 아뇨?" .
갑자기 김칠성이 버럭 소리를 질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보자보자 하니까 나는 한식구 대접을 안 하시려고 하는데 난 인천 ,
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
"너는 반도실업을 관리해야 돼."
"싫습니다. 날 안 보내 주면 뭐고뭐고 다 때려치우고 말 거요."
그렇게 해서 인천의 김칠성과 그의 부하들도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다시 가습이 답답해진 강만철은 수화기를 무의식중에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30활 전에도 김원국과 통화를 했었다. 홍성철의 말로는
괄과 등에 칼로 절린 상처가 심하다 하였으나 김원국은 내색하지 않았
던 것이다. 활과 등은 의사가 와서 례했다고 했다. 이동수의 죽음은 일
본인들과의 단순한 싸움으로 처리된 모양이었다.
가네무라측에서 손을 썼는지 일본인과 이동수가 서로 싸우다 사망
한 것으로 처리되어서 홍성철이 경시청에 불려가 증언만 하고 돌아왔
다고 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강만철이 서둘러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형님요? 나 충식입니더."
부산의 최충식이었다.
"웬일이냐
"형님,심상치 않은데예, 여기 말입니던."

"무슨 일이야 강만철은 긴장이 되었다.
"박재팔이가 아들을 끌고 일본을 갈라구 하지 않능교?"
"뭘?"
강만철은 눈을 부릅뜨고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붙였다.
"언제? 몇 놈이나?"
"박계팔이가 민성일이 천용우 갸들을 다 데리고 갑니더.

20명이 넘는 모양인데예."
"그거 확실한 거야
"확실합니더. 그 새끼들 속에 내 애가 하나 있는기라요."
"언제 떠나는 거냐
"아마 내일 오후 비행기 같습니더, 내일 비자 받는다고 하데예. "
"알았다. 감시 철저히 해라. 내가 곧 연락하지."
수화기를 내려놓은 강만철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박재팔이 20
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일본에 가는 것은 가네무라를 응원하러 가
는 것이 틀림없었다. 강만철은 부드득 이를 갈았다. 그는 의자에서 벌
덕 일어나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평소에 냉정한 강만철도 이때만
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의자에
다시 않았다. 강만철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김원국에게 보고해야만 했다.
"형님, 접니다. "
"응, 또 웬일이냐
전화를 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김원국이 물었다.
"형님, 충식이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박재팔이가 20명이 넘는 애들
을 데리고 내일 일본으로 간다고 합니다.
"뭐야?"
김원국이 놀란 듯 물었다.
"이 새끼가 가네무라의 앞잡이로 나설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때에 말입니다. "
"그게 확실하냐
"네, 충식이 부하 하나가 박재팔이 밑에 었는 모양입니다. 비자가 내
일 모두 나온다고 합니다. "
"나쁜 놈,"
김원국이 악문 입 사이로 말을 델었다.
"죽일 놈 같으니."
"형님, 제가 내려가서 처치하겠숩니다. "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형님."
"너에게 맡긴다. "
"형님, 염려 마십시오."
"일본땅에서 한국 사람끼리 싸우게 되는 추태를 보이면 안 된다. 내
명예와 네 명예를 걸고 막아라."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
‥‥‥‥ 하지만 조심해라."
김원국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만철은 그가 무엇 때문에 그 말
을 했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목이 매어 왔다.
바다 쪽으로 향한 미닫이 문짝을 떼어놓아, 오사카 만이 내려다보였
다. 서너 척의 화물선이 떠 있었다. 사베는 무름을 끊고 앉아 있었다.
"참으로 담대한 놈이로군 "
오야마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목숨을 내놓고 하는 짓이다. "

사베는 말없이 머리를 숙였다.
"그자에 비하면 너희들은 한낮 조무래기에 지나지 않아."
"사베, 네가 독단으로 여권을 모아다 그자에게 준 것은 잘한 일이다. "
"네 ."
"장수는 졌으면 겼다고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한 용기가
없는 장수는 부하만 죽일 뿐이다. "
‥‥‥‥
오야마는 머리를 돌려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방
안으로 불어 들어왔다. 비릿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문명이 발달하고 모든 것이 편리해진 지금 사내다운 사내가 없다. "
탄식하듯 오야마가 말을 이었다.
"욕심을 버리고 끈질기게 자기 수양을 해나가는 보스가 드물다. "
"그자가 보고 싶군."
사베는 머리를 들었다.

오야마의 얼굴에서는 김원국에 대한 적대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친구를 그리는 듯한 말투를 쓰고 있는 것이다.
"내가 20년만 젊었으면 그자와 멋진 승부를 할 텐데 말이야.

나도 아직 수양이 덜된 모양이군, 이렇듯 흥분하다니‥‥‥‥
오야마는 입을 벌리고 웃었다.
"어파 사베, 그자는 가네무라를 번번이 기선을 잡아 무찌르고 있다.
시원스럽지 않느냐
"네, 그,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그자는 패기가 있고 끈기가 있다. 과연 너회들이 그자를 상대할 수 있을까?

그자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다.

용장밑에 약졸이 없는 법.주인 이 목숨을 걸고 덤비면 부하들도 마찬가지가 된다.

과연 너회들은 그렇게 할 주인이 있그 아니면 너희들이 그런 자세가 되어 있느냐
"없다. 물질에 너무 물이 들었다. 애석한 일이다. "
"가네무라가 한국인을 불러들여 그자와 겨루게 한다는 방법, 치졸하 ‥
지만 교묘하기도 하다. 두고보겠다. " '
"가네무라가 나를 만나자고 신청하였으나 나는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베, 너를 불러 이야기하는 것이니만치 유의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 ~
사베는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가네무라가 계획한 이번 한판 승부에 그의 인생이 걸려 있을 것이 '
다. 아마 그도 눈치채고 있을 게다. "
"그때까지 그를 도와라."
하이 . " :'
오야마는 자리에서 일어딘다.

그가 미닫이 저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사베는 머리를 들지 않았다. :
김원국은 소파에 엎드려 있었다.

오함마가 조심스럽게 둥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의사가 와서 30여 바늘을 궤매고 붕대를 감아주었으나
김원국의 부탁으로 그 위에 다시 붕대를 감는 것이다.

팔은 주먹을 쥐면 쩔린 부위가 찌르듯 아왔으나 견딜 만했다.

근육 사이로 델린 모양이었다.

소리가 났다.

오함마가 주의깊게 , 소리를 듣더니 문을 열었다.

홍성철이 들어왔다.
"형님, 여자들이 왔는데요. 이거 어떡하죠."

 김원국이 머리를 들었다.
"베니스에 있던 아가씨들입니다. 짐을 꾸려 가지고 왔답니다. "
홍성철은 어절 줄 모르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어디 있어?"
"우선 제 방에 있게 했습니다. 베니스에 있던 아가씨들 7명 모두 하고

다른 업소의 아가씨들 4명 해서 모두 11명입니다. "
김원국은 잠자코 홍성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이리 데리고 와라."
' 김원국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오함마의 도움을 받아 가운을 걸쳤다.

흥성철이 아가씨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모두들 귀국할 작정으로 최대한으로

템시를 부린 모양이었다.

방안이 환해졌다.

옷차림과 같이 그들은 활짝 핀 얼굴로 방안에 들어와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김원국의 표정없는 얼굴에서 분위기를 느낀 것 같았다.
"거기 아무데나 다들 앉아봐. 물어 볼 것이 즘 있어 "
김원국이 말했다.

그들은 소파에 또는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두어 명은 소파에 기대어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이 보내 주던가?"
"보내 주긴요? 저희들이 짐을 싸서 나왔어요."
- 낯익은 아가씨가 말했다. 동그란 얼굴로 김원국을 똑바로 바라보고
# 있었다. 최민주라고 기억이 났다.
"우리 여권을 가지고 있는 아저씨들한테 간다니까그들끼리 상의하
는 것 같았지만 가로막지는 않았어요."
베니스의 여자들은 김원국과 사베의 협상을 보았으므로 즉각 반응
을 한 것이다. 주변에 연락이 랄는 업소에도 전화를 해서 몇 명을 데려
온 모양이었다.
"고생들 많이 했지?"
김원국이 그들을 둘러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혹, 하면서 최민주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가씨들 몇 명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고
는 방안이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당황한 김원국이 홍성철과 오함마
를 돌아보았으나 그들은 여자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시션을 제각기 돌
리고는 잠자코 서 있었다. 이동수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 씨발, 시끄러!"
조웅남이 뒤쪽에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느그덜이 왜 울어? 집에 가는디, 좋아서 우는 거여?"
"아저씨가 시끄러워요!"
눈물에 범백이 된 얼굴을 들고 최민주가 맞받아 소리쳤다.
"우린 그 아저씨한테 미안해서. 그리고, 그리고."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조웅남은 얼굴이 벌개진 채 입을 꾹 다물
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들이 다시 흐느줬다. 그녀들이 진정이
된 후 김원국은 홍성철을 불러 여권을 나눠 주도록 하였다.
"우선 여기 있는 아가씨들부터 귀국시키도록 하자. 비행기표를 모두
사도록 해."
김원국은 오함마에게 말했다.
"아가씨들한테 10만 엔씩 나눠 줘라. 집에 빈손으로 돌아가면 안 된
다. "
그는 여자들을 돌아보았다.
"이 돈은 내가 다른 사람한테 받아낼 테니까 부담없이 받도록 해."
아가씨들은 놀란 듯 입을 벌리고 사양들을 하였으나 오함마는 제각
17. 평정과 귀환 341
기 돈을 나눠 주었다.
"그것고 각각 주소와 연락처를 적어 놓고 혀나도록 해. 우리가 서울
에서 연락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전 아저써들하고 같이 떠날래요."
최민주가 김원국에게 말했다. 김원국이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직 준비 안 된 애들을 제가 여기서 연락해 주고 도와야 할 것 같
아요. 아저씨들보다 제가 하는 게 나을 거예요."
홍성철이 머리를 끄덕이며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그럼 거기 한 명만 남도록 하고 나머지는 오늘 출발시키도록 해. 누
가 공항에 따라나가봐."
"저하고 함마가 가겠습니다. "
홍성철이 말했다. 방안은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젊은 아가씨들이
어서 울다가 웃는 간격이 짧았다.
박재팔은 시계를 보았다. 7시 10분이었다. 사무실에서 6시에 출발하
였으나 길이 막히는 바람에 30분 가량 늦어진 것이다.
"이젠 제법 달릴 수 있겠군요. 형님,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겠습니
다. "
옆에서 시계를 본 민성일이 말했다. 차는 속력을 냈다. 운전사 옆에
타고 있던 천용우가 머리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최충식이가 날뛰지 않을까요?"
"애들에게 입조심시켰지?"
박재팔이 눈살을 좁히며 물었다.
"네, 사람들이 물으면 산속으로 체력단련하러 간다고 대답하라고 했
습니다. 하지만 여권을 가지고 왔다갔다하고, 영사관 면담을 하고 하는
바람에 말이 새어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할 수 없지. 3,4일이면 일 마치고 돌아을 테니까."
"다녀와서 쓸어 버리겠다. 날뛰었건 잠자코 있었던 간에."
"그나저나 김원국이 배짱 하나 좋군요. 5명으로 일본에 쳐들어
갔으니."
민성일이 이죽거리듯 딸했다.
"아니, 이제 네 놈이지, 한 놈이 죽었으니까."
오후에 박재팔은 가네무라의 전화를 받고 김원국의 상황을 잘 알 수
있었다. 김원국도 부상당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곧장 김원국이한데 가서 그놈을 없애기만 하고 돌아오는 거
다. 준비는 가네무라가 다 해놓는다고 했어."
차는 한적한 바닷가를 달리고 있었다. 일본에 테려갈 부하들은 시간
이 지났으므로 바닷가의 음식점에서 기다리고 었을 것이다. 박재팔은
그들에게 계획을 말해 줄 작정o]었다.
"그러면 서울이 비게 되겠군요."
천용우가 말했다.
"그렇지, 임자 없는 땅이 되겠구먼."
민성일이 말을 받았다.
"너회들 이철주 사장 소식 못 들었냐쓴
박제팔이 물었다.
"못 들었습니다. 한강상사는 문 닫고 업소들을 정리한다는 소문밖에
는요."
민성일이 대답했다.
"강만철이한테 잡혀 있다고도 하고,또 누구는 돌아다니는 걸 왔다
고도 합니다‥‥‥‥
"오카다는?"

"그것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 최충식이가 그런 걸 해낼 위인도 못 되구요. 최충식이 주변을 샅샅이
│ · 뒤졌습니다만 없습니다. "
박재팔은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고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강만철이가 했다는 말씀입니까? 그놈이 여기 내려와서 말이지요?"
"그놈밖에 없어, "
"김원국이가 없어지면 이젠 그놈도 끝장이야. 우린 서울로 을라가야
돼."
박재팔의 다부진 말에 그들은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
앞을 바라보린 천용우가 말했다. 차는 우회전하여 2차선 도로로 접
어들었다. 10분즘 곧장 달리면 바닷가의 음식점이 나을 것이다. 부하
들의 회식장소로 자주 들르는 집이었다. 차량의 왕래는 거의 없었다.
가로등도 없는 길이어서 창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강만철은 박재팔의 부하들이 모여 있는 음식점에서 2關미터즘 떨어
진 다른 첫집의 방안에 랄아 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서 흘이 바라보였
다. 흘에는 10여 명의 부하들이 않아 있었다. 그들 사이로 최충식이 돌
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건너편의 음식점에도 7, 8명의 부하들이 있을
것이다. 방안에는 오유철이 휴대용 전화기를 들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3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상 위에 놓인 요리들이 모두 식었다.
최충식이 방문 앞으로 다가왔다.
"형님, 너무 늦는데예. 이 새끼, 토편 거 아뇨?"
"그럴 리가 없다. 저쪽에는 애들이 다 모였다면서."
"예. 서너 놈이 문 밖에 나와서 기다리는 것 같습디더."
강만철은 오유철을 돌아보았다. 오유철이 잠자코 머리를 저었다. 바
닷가로 들어오는 2차선 도로 모통이에 2명의 부하가 잠복해 있었다.
박재팔의 승용차를 알고 있는 최충식의 부하 한 명과 휴대용 전화기를
든 오유철의 부하였다. 차가 보이면 연락을 하기로 한 것이다.
"조금 더 기다려 보자. 놈이 안 오면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잖아."
최충식이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주변에는 20명이 넘는 부하들이 모
여 있었다. 저쪽 음식점에도 거의 비슷한 수의 박재팔의 부하들이 있
을 것이다. 만일 박재괄이 계획을 바피 오지 않는다면 그의 부하들이
라도 박살을 낼 작정이었다. 박재팔의 수족을 자르는 것이다. 한 놈이
라도 일본을 못 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박재팔을 찾아야 했다.
오늘 밤 안으로 끝장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박재팔이 사무실을 떠날 때 오른팔과 왼팔격인 민성일과 천용우가
함께 차에 탄 것을 알았다. 박재팔의 사무실 건너편에서 감시하고 있
던 부하가 연락을 해온 것이다. 차는 2대였다. 다른 차에는 경호원이
운전사 포함해서 4명이 할다고 했다. 그러나 출발 시간에 맞추어 보면
30분이 넘었다. 강만철은 츠조해졌다. 오유철이 들고 있는 전화기가 울
렸다. 재빠르게 그는 전화기를 귀에 했다.
"방금 통과했다구? 2대? 확실해? 앞이야, 뒤야? 뒤차란 말이지? 알았
다. "
오유철이 눈을 번책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강만철이 끄덕이자
서둘러 다이얼을 눌렀다. 강만철이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여보세요?"
저쪽에서도 기다리고 있었던 참이라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전
받았다.
"응, 칠성이냐? 지금 들어오고 있다. 2대다. 뒤에 있는 차다. 시작해
17. 평정과 귀환 345
│ 전화기를 넘겨주고 난 강만철은 자리에서 일어셨다. 최충식이 눈을
│ 크게 뜨고 다가왔다.
│ 즉시 "이쪽으로 오고 있다. 칠성이가 출발했어. 나는 유철이하고 확인하
│ 러 가겠다.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성공하면 내가 연락할 테니까
즉시 철수하도록 해.
"알았습니다. "
. 강만철은 오유철과 함께 차에 올랐다. 2명의 부하가 서둘러 앞에 타
. 고는 차를 발진시켰다.
곤 "자, 가자."
김칠성은 운전석에 올라타고 안전 벨트를 했다. 옆에 올라탄 부하도
서둘러 벨트를 했다. 그는 최충식의 부하였다. 시동을 걸고 라이트를
켰다.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렸다. 뒤쪽에서도 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
가 들렸다. 2대의 덤프 트럭은 길가에서 도로로 빠져 나왔다. 그러고는
곧장 속력을 냈다. 김칠성은 핸들을 잡고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 옆에
앉은 부하도 마찬가지였다. 지나치는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앞에서 불
빛이 보였다. 긴장한 김칠성이 바라보자 용달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아님니다. "
부하가 말했다. 용달차를 스쳐 보내고 나자 다시 불빛이 보였다.
"한 대인데요."
차는 점점 다가왔다.
"소형차인데요, 아넘니다. "
소형차를 스쳐보냈다. 2차선 도로이므로 스쳐 지나는 차와의 간격이
1미터도 되지 않았다. 덤프 트럭은 오른쪽에 맡을 끼고 있으나 반대편
차선의 및은 암반투성이의 나지막한산을 끼고 있었다. 이번에는트럭
이 한 대 다가왔다. 고기를 실어 나르는 물을 채운 트럭이었다.
346
"트럭 입니다. "
김칠성이 알고 있으리라고 여기면서도 부하가 큰 소리로 말했다. 긴
장한 모양이었다. 앞쪽에 다시 불및이 보였다.
"2댑니다. 나란히 오고 있습니다. "
김칠성은 뒤차가 볼 수 있도록 경고등을 켰다. 합, 합, 하고 뒤쪽에
서 클렉슨이 울렸다. 김칠성은 핸들을 움켜쥐고 등을 의자에 밀착시켰
다. 부하가 한 손은 천장의 손잡이에, 다른 한 손은 앞에 가져다 대는
게 보였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박채괄이, 뒤차입니다, 뒤차."
앞차가 fOr!터즘 앞에서 달려왔다. 뒤차와의 거리는 20미터쯤으로
보였다. 김칠성은 앞차를 스쳐 보내자마자 핸들을 좌측으로 꺾어 반대
편 차선으로 범프 트럭을 밀어 넣었다.
꽝황!"
폭음이 들리고 김칠성은말간 앞의 유리창이 하얗게 되는 것을 보았
다. 트럭과 승용차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하양게 보이던 끈리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김칠성은 앞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
았다. 안전띠를 풀고 몸을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형태를 알 수 없
게 승용차의 앞부분이 찌그러져 있었고 두사람이 창밖으로 정겨져 나
왔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양쪽 차의 엔관이 꺼져 있었으므로 범프 트
럭의 한쪽 라이트가 그것을 비춰 주고 있을 뿐 조용했다. 엔진에서 증
기가 물어져 오르고 있었다. 뒤의 덤프 트럭이 옆에 와 으르렁거렸으
나 다시 들이받을 필요가 없었다. 뒤쪽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나더니 차가 후진해 왔카. 김칠성과 부하는 서둘러 옆의 트럭으로 을
라딘다. 트럭은 맹렬하게 발진하였다.
이동수의 시신은 서울로 운구되었다. 오유철과 김칠성이 10여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일본으로 온 지 사흘이 되었다. 여자들의 귀국도 거
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최민주를 비롯한 10여 명밖에 되
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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