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16. 적지에서의 대결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3:30

◐ 적지에서의 대결  

 

 

 김원국은 방에 들어오자 바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서울의 강만철에게 하는 전화였다.
"아니, 형님 대체 어떻게 하려구 그러십니까?"
김원국의 목소리를 듣자 대뜸 그가 말했다.
"무슨 말이야?"
내심 짚이는 것이 있었으므로 그가 태연하게 물었다.
"혼자 남으셔서 어쩌려고 그러세요? 우리를 월로 보고 그러십니까?"
"아니 춰라구? 뭘로 보다니?"
"형님이 거기에서 어떻게 되신다면 우리는 가만히 있을 줄 알고 계신 모양이군요.

그맨 더 어려워집니다. 통제불능의 혼란상태가 되어 버린단 말입니다. "
"그렇게는 안될 거다 너희들이 어린애도 아니고,한호흡만 참으면 수습이 될 거야."
"아, 형님, 우리는 형님처럼 수양이 되지 않았어요. 마침 공항에서
연락이 왔길래 도로 오사카로 돌려보냈습니다. "
"뭐라됐"
김원국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돌려보내?"
"네, 웅남이랑 애들이 지금 형님을 찾고 있을 겁니다.

호텔을 바꾸셨 더군요. 지금 어디 계집니까?"
"어차피 이렇게 되었는데 활리 알려 주세요.한시간마다 저하고 전
화하기로 했으니까 걔들에게 형님 호텔을 알려 주어야겠습니다. "
김원국은 혀를 業으나 할 수 없었다.
"제국 흐텔이다. "
"알겠습니다. 그리고 형님,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
"무슨 문제야?"
"정재희가 돈을 가지고 도망쳤습니다.

12억을 백광남한테 받아가지고 도망쳤어요."
"정재희가?그럼 그 돈이 바로?"
"네, 이철주가 우릴 속였습니다. 서류하고 인감도장을 가네무라가
보내 준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놈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것을 정재희에게 주고는 백광남한테 돈을 받아 오라고 했답니다.

10억을요."
"10억? 12억이라면서?"
"네, 그것이 또 정패희가 백광남을 만나 10억에 사게 해줄 테배까

2억을 커미션으로 내라고 했다는군요. 이철주 모르게 말입니다. "
"허어."
긴박한 상황이었으나 김원국은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철주가 우리 모르게 10억이라도 백광남한테 받아오라고
그년을 시키니까 그년이 아예 마옴을 크게 덕고 몽땅 쥐고 런 것 같숩니다. "
"이철주의 장난은 아니냐
능히 그런 술수를 부릴 만한 위인이므로 김원국이 물었다.
"네, 저두 그렇게 생각하고 다그쳤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습
니다. 길길이 뛰다가 다 털어놓던데요. 나머지 재산도 모두 정리한 것
같습니다. 미국으로 될려고 했더군요."
"미국으로?"
"네, 며칠 사이에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팔아치웠습니다.

공갈을 쳤더니 모두 불었습니다. "
"그런데 정재희가‥‥‥‥
"네, 그년도 한밑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겠죠."
"백광남은 뭐래?"
"그치야 받을 건 다 받았으니까요. 이철주한테 무슨 공장에 대한

류를 받을 것이 남아 있다고 하던데요.

이철주는 백광남이를 죽이려고 날핍니다.

정재희와 짜고 자기를 속였다구요. 두 놈을 대질시켜 보니까 볼 만했습니다. "
"어줬든 정재희를 잡아라."
"예, 벌써 애들을 풀어 놓았습니다. 곧 잡을 겁니다. 그런 년은 핀하니까요."
"알았다. 고스란히 잡아 놓도록 해라.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
강만철은 이철주와 정재희가 얽힌 소동이 내심 불쾌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골치아픈 듯 말하면서도 목소리는 밝았다.
"그리고 오카다는 어떻게 되었어?"
김원국이 물었다.
"시골에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모두 녹음해 놓았습니다. "
"순순히 불어?"
"전 어려울 줄 알았는데 금방 토해 내던데요.

자식들이 잘먹고 잘살아서 그런지 우리 애들처럼 독기가 없더군요."
"그래? 어줬든 그 테이프는 가지고 있어. 언제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
전화를 끊고 난 김원국은 의자에 않아 잠시 생각에 잠쳤다.

가네무라가 어떤 방법으로 그에게 부딪쳐 올 것인가는 아직 알기 어려웠다.
조웅남 등이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 든든하면서도 부담이 되었다.

는 언제나 그했지만 흘가분하게 목숨을 걸고 있었기 매문이다.

30분쯤 지났을까 했을 때 노크소리가 났다.

이동수가 문 앞으로 다가갔다.
"누구요?"
"나다. "
홍성철의 목소리였다.

놀란 이동수가 그를 돌아보았으나 김원국은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문을 열자 흥성철이 들어딘다. 뒤를 따라 조웅 남과 오함마가 들어오고 있었다.

조웅남이 이동수 앞에 멈춰 서는가 했더니 그는 손을 취둘러 이동수의 람을 갈겼다.

갑자기 귀참을 얻어 맞은 이동수가 볼을 손바닥으로 감만 채 잠판 조웅남을 바라보다가 소리쳤다.
"패 치는 거요?"
"이 씨발놈을 그냥! 형님허고 짜고는 우리를 에돌려? 뭐? 형님허고 온천에 가?"
조웅남이 으르럼거렸다.
"그런데 패 치는 거요?"
이동수는 억울하였으므로 눈을 부릅뜨고 조웅남에게 대들었다.

자리에서 나는 몰랐다고 말하기는 어편지 비접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얼래? 지가 그리도 잘혔다고 달라드네. 에라, 이놈의 새끼를!"
조웅남으로서는 잠시나마 김원국에 대해 불평을 하던 입장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어서 내심 어색해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가 6시간이 넘게 김원국을 찾으러 오사카를 혜매다 보니 김원국보다
시치미를 때고 그들을 메어놓은 이동추가 괘샘하였던 것이다.
"웅남이 너 잠자코 있지 못해?"
김원국이 말했다.
"동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데 패 손찌검이 버르장머리 없이!"
조웅남은 씩씩거리며 그를 바라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방에
어온 셋이는 어색한 듯 서 있었다.
"모두들 자리에 앉거라. 이왕 돌아왔으니까 내가 이야기를 해줘야겠군."
그들을 자리에 랄게 한 김원국은 오카다를 감금한 사실부터 오후에
가네무라를 만난 일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이제 곧 가네무라가 대응해 을 것인데 방법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그들이 부및쳐 오는 대로 그때 상황을 봐서 대응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
"형님,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홍성철이 물었다.
"우선 동수 방에 가 있어. 동수는 나와 같이 있기로 하고. 저쪽에다
는 당분간 너희들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지 말도록 하자. 어차피 알
게는 되겠지만 말이야."
김원국이 재촉하자 그들은 서둘러 방을 나갔다. 김원국은 다시 가네
무라를 기다렸다.
저녁 8시가되어 있었다. 식사시간이 넘었으나가네무라는시장하지
않았다. 앞에 앉은 사베와 사사키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 놈밖에 없어? 호텔에 들어간 놈들이 말이야."
가네무라가 사사키에게 다시 물었다.
"확실합니다. 세 놈은 옆방에 있습니다. 호텔 숙박계에 적지 않마 이
름은 확인이 안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공항에서 서울로 출국하려고 티켓을 왔던 세 놈이 틀림없
습니다. "
사베가 말했다.
"그놈들이 왜 돌아熱 티켓을 끊고 말이야. 아니, 티켓을 끊은 시
능을 한 것인가?"
가네무라가 혼잣소리로 말했다.
"제 생각엔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제국 호텔이 아니더라도 근처에 말
입니다. "
가네무라는 이렇게 말하는 사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5명이 아니다. 김원국이 정도면 제 신변의 안전을 고
려해서 몇 십 명,아니 몇 백 명이라도 데려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나라
도 그렇게 했겠다고 가네무라는 생각했다.
"아직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방에서 음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
사사키가 말했다.
"한 놈이 복도를 어슬렁거린다는데 크게 청계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룸 서비스도 그냥 들여보낸다는군요."
가네무라는 힐끗 그를 바라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들의 경
계가 허술하다는 사사키의 보고가 어편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부하 하나가 전문 용지를 손에 들고 들어왔다.
"보스, 부산의 박상한테서 입국 예정자 명단이 왔습니다. "
가네무라는 눈을 번책이며 전문 용지를 받아들었다.
"모두 21명입니다. "
사베와 사사키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가네무라에게 시선을 돌
렸다. 가네무라는 만족한 듯 얼굴의 근육을 풀고 명단을 들여다보았다.
박채팔과 그의 오른팔 역인 민성일, 천용우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이 명단을 한국의 고토상에게 즉시 보내도록 해라. 내일중으로 여
권을 제출할 테니까 바로 비자가 나오게 해달라고 말해. 내가 부탁하
는 것이라고 해."
고토는 부산 주재 영사관 직원이고 오랫동안 그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알겠습니 다. "
부하는 서둘러 방을 나갔다.
"보스, 박재팔이를 불러들일 작정입니까?"
사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네무라는 간부들에게도 아직 그 일을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 "
가네무라는 눈을 빛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대로다. 우리 손을 더럽히지 않고 쓰레기를 치우는 거다.
한국놈들끼리 피를 흘리게 될 거야."
"보스, 애들은 호텔에 대기시킵니까?만일 그놈들이 움직이면 어떻
게 할까S-?"
"움직이지 않고 기다릴 거다. 기다린다고 했어.그리고 움직일 수도
없지 않나?"
"만일 업소에 들러서 여자들을 만난다면요?"
"그땐 가차없이 잡아라. 기다리지 마라."
가네무라는 김원국과 협상이네 뭐네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여
자들은 그의 자금줄의 커다란 부분의 하나였고 그것은 앞으로 얼마든
지 철어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도 업소들은 여자들이 모자라 아
우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와 협상해서 여자들을 돌려보낸다는 것
은 자금문제 이전에 김원국에게 항복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면 訓년이 넘는 그의 기반과 지위가 흔들리게 된다. 그는 다시 오
야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가 자신을 지금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불끈 화가 치밀어을랐다.
"보스. "
잠자코 앉아 있던 사베가 입을 열었다.
"그럼 오카다는 어떻게 합니까?"
오카다는 가네무라의 오른괄이었런 것이다. 심복 중의 심복이었다.
가네무라는 사베를 노려보았다. 그의 이글거리는 눈및을 받고 사베는
시선을 떨줬다.
"오카다는 잊는다. 오카다가 방해가 되어선 안된다. 알겠나, 사베?"
"네, 알겠숩니다. "
김원국은 오카다를 잡고 있으므로 협상에 응할 줄 알고 있을 것이다.
8시가 되자 김원국이 수화기를 들었다. 이동수의 방으로 다이얼을
누르자 홍성철이 전화를 받았다.
"나하고 동수가 베니스로 가겠다. 너회들은 2시간쯤 기다렀다가 그
쪽으로 오도록 해. 들어오지는 말고, 상황을 봐서 처신해라."
"베니스로 가신다구요? 기다리지 않구요?"
"그래, 아마 오지 않을 것 같다. "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게 어떻습니까?"
"아냐, 내가 생각한 것이 있어."

"알았습니다. "
수화기를 내려놓고 김원국은 이동수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먼저 건드려 보도록 하자. 그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필요가 없다. "
"형님하고 둘이만 감니까?"
"그래, 우선 둘이서. 겁나냐
"형님두 참,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형님 때문에‥‥‥‥
그들이 베니스에 도착한 것은 9시 30분이 넘어서였다. 흘 안에는 여
전히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서 빈자리가 없었다. 카운터의 사내는 다
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제 본 적이 있었던 여자 한 명이 무심코
다가왔으나 이동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좌우를 둘러보면서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 자리 좀 마련해 줘요,"
이동수가 말했다.
"아저씨, 어쩌려구 이러기인 어서 돌아가세요."
그녀가 다급하게 말하고는 옆을 지났다. 김원국은 주위를 돌아보았
다. 호델에서 그들이 나설 적에 따라오던 사내들은 아직 들어오지 않
았다. 얼핏 혜아려 봐도 10여 명이 넘었다.
"저기 빈 자리가 있군. 저기 않지."
김원국이 빈 자리를 포며 말했다. 그들은 벽 쪽에 붙은 테이블에 않
았다. 그는 홀 안에 있는 5, 6명의 한국 여자들이 자신들을 주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다가오지 않았다. 사내들이 입
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둘씩 셋씩 짝을 지어 들어오는 그들은 10여 명
쯤 되어 보였다.
그들은 두리번거리며 김원국을 찾았고 그것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서너 룽은 자리를 찾아 앉고,칠팔 명은 이쪽저쪽으로 나뉘어 서 있었다.

김원국은 普쓸하게 웃었다. 한참이 지나도록 그들에게 주문을 받으
러 사람이 오지 않았기 매문이다.
"누굴 불러와 주문을 해라."
김원국이 말하자 이동수가 일어서서 여자들 쪽으로 다가갔다.

여자 1명을 데리고 이동수가 돌아왔다.

여자는 쟁반에 술과 안주를 담아들 고 있었다.
"미스 최는 오늘 안 나온 모양이지?"
김원국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불안한가?"
"아저씨, 어서 도망쳐요. 야쿠자가 잔뜩 들어왔어요."
"응, 알고 있어. 우릴 따라왔지."
"저희들도 걱정이 돼요.우릴 생각하는 건 고맙지만 어첫밤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린 얼마나 시달렸는지 몰라요."
"시달리디"
"오늘도 그럴 거예요.절더러 무슨 이야기했느냐고 못살게 할 거예요. "
"얻어맞아요. 미스 최도 얻어맞아서 누워 있어요."
김원국은 입을 다물었다.
"어첫밤 그 커다란 아저씨는 어디 계세요?"
여자가 이동수에게 물었다.
"왜?"
"숙소에 돌아가서 민주한테 이야기해 주었어요. 민주가 울더군요
고맙다고 전해 달래요."
16. 적지에서의 대결 315
"내가 전해 줄게."
"우리도 그래요. 아저씨들이 고마워요. 이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만
해도요. 우리가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원망 안 할 거예요. 얼마나 아저
씨들이 고마웠는지 몰라요."
김원국은 잠자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동수도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요, 어디 이 사람들이 우리들한테 돈 쓴
것이 얼만데요.그리고 우리가 없으면 이 가게들은 어떻게 되겠어인
사생결단할 거예요."
"돌아가세요, 아저씨. 네? 이젠 우리들이 걱정이 돼요."
여자는 불안한 표정으로 김원국과 이동수를 바라보았다.
하나씩 둘씩 손넘들이 일어나서 나가는 것을 김원국은 알아채고 있
었다. 11시가조금 넘어 있었으나벌써부터 빈 자리가 여렷 보였다. 다
른 때 같으면 제일 분주한 시간인 것이다. 사내들이 손넘들을 내보내
는 것 같았다. 옆에 앉았던 미스 오라는 여자가 그것을 눈치챈 듯 김원
국을 보면서 말했다.
"아저씨도 나가세요. 저 사람들 따라 나가시라니만요,"
"괜찰아, 그냥둬."
그녀는 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으나 초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렀다.
플로어에서 춤을 추는 손님들도 보이지 않았다. 끊임없이 손님들이 나
가느라고 이제는 카운터 앞에 나가는손넘들이 몰려 있었다. 김원국은
예상했던 일이었으므로 담담한 얼굴로 흘 안을 살펴보았다. 혼잡해서
아까는 잘 보이지 않았으나 이젠 잘 보였다. 사내들이 그를 바라보며
이쪽저쪽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40대의 한 사내에게 지시를 받고 있
었다. 큰 키에 어깨가 벌어진 사내였다. 머리는 숱이 많은 편이었는데
가리마를 단정하게 합다. 넓은 얼굴에 눈이 작고 매섭게 보였다. 그는
출입구를 향한 좌석에 앉아 있었으므로 그의 옆모습이 김원국에게 정
면으로 보였다. 그가 옆에 선 부하에게 무어라고 말하자 부하가 서둘
러 출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김원국의 좌측으로 세 번째 테이블에 앉은 4명,뒤쪽에 4명, 앞쪽에
40대 사내와 5명의 사내,그리고 출입구에 가서 지켜선 2명이 전부였
다. 무대 쪽에 앉았던 여자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절더러 오래요. 가봐야겠어요."
미스 오가 말했다. 김원국이 머리를 끄덕였다.
"아저씨, 몸조심하세요."
그녀가 빠르게 말을 및고는 안쪽으로 사라졌다. 여자들과 웨이터들
도 보이지 않았다. 안쪽의 탈의실 같은 곳에 밀어 넣은 모양이었다. 이
제 흘 안에는 그들과 사내들밖에 남지 않았다.
시끄러운 음악이 빈 흘을 괌쾅 울리다가 갑자기 쪽 그쳤다 이제 홀
은 갑작스러운 정적에 싸였다. 습소리도 들릴 정도였다. 軸대 사내가
일어서자 김원국의 주변에 암아 있던 사내들이 모두 일어싫다. 그는
성를성큼 김원국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뒤로 부하들이 벌려 선
채 김원국에게로 다가왔다. 부하 하나가 걸리적거리는 의자를 거칠게
옆으로 밀어제치는 소리가 들렸다.
"김원국 씨 맞소?"
그의 앞에 다가온 그가 물었다. 앉은 채로 김원국은 그를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난 랄도리라고 합니다. 가네무라님을 모시고 있소."
그는 선 채로 말을 이었다.
"여기서 나가 주셔야겠소. 이곳은 당신이 들어을 곳이 아니야."
"왜 그런가?"
김원국이 옷는 얼굴로 물었다.
 "당신은 지금 우리의 보호를 받고 있는 거요. 우리의 지시없이는 마
음대로 돌아다니면 안 돼."
"호오, 그렇게 되었나?"
"어서 일어나시오."
그들은 김원국과 이동수를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김원국은 입
을 다물고 그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에게서 살기가 번져 나왔다.
"나는 나가기 싫어. 여기서 술을 더 먹고 싶단 말이야."
김원국이 말하며 술잔을 들어 보였다. 이동수는 초조하게 김원국의
기색을 살졌다. 행동을 같이해야 하므로 오히친 그들보다 더 예민하게
김원국의 거동을 살켰다.
"가네무라 씨는 어디 있나?"
김원국이 물었다.
"그건 당신이 알 바가 아니야."
그가 거칠게 대답했다.
"당신 정말 일어서지 않을 거요?"
"가네무라 씨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김원국이 일어서며 말했다. 이동수가 좌우를 살피며 따라 일어딘다.
"그 사람에게 날 보호할 권리가 있느냐고 물어 봐야겠단 말이야."
사내는 김원국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망설이고 있는 듯 보였다. 순
간 김원국이 몸을 솟구쳐 발끝으로 사내의 덕을 차올렸다. 사내의 턱
이 그의 온몸의 중량이 실린 발길질에 휘청하면서 몸뚱어리를 이끌고
공중에 뜨는 듯하다가 뒤쪽의 데이블 위에 나자빠졌다. 요란하게 테이
블과 유리잔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거의 같은 순간에 이동수가
손을 델어 앞에 선 사내를 붙잡고 번적 들어올렸다. 멱살과 사타구니
를 두 손으로 잡아든 것이었다.
그는 발버둥치는 사내를 김원국의 앞쪽에다 힘껏 던졌다. 김원국 앞
에서 마악 달려들려던 두 사내가 내던져진 한 사내의 몸을 받고 같이
넘어졌다. 순간 이동수는 어깨가 선뜻한 느낌을 받았다.
'칼을 맞았구나 ' 하고 느끼면서 몸을 숙이며 손을 휘둘러 의자를 집
어 들고 옆으로 후려쳤다. 칼을 찌른 사내가 의자에 옆구리를 맞고 넘
어겼다.
김원국은 다시 좌측에 있는 사내의 내지른 칼을 피하면서 목덜미를
수도로 내려쳤다. 사내는 엎어져 버렸다. 몸을 날려 자리를 옮긴 그는
우왕좌왕하는 사내들의 좌측에 있는 사내를 바라보고 몸을 날렸다. 그
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 그 사내는 잔뜩 긴장하여 20센티미터쯤 되어
보이는 단도를 겨누었다. 그러나 김원국은 빙글 몸을 회전하여 뒤에서
따라드는 사내의 명치를 주먹으로 내질렸다.
"허억."
숨이 끊어질 듯한 소리를 지르면서 사내가 무릎을 끊었다. 그와 동
시에 김원국은 발을 들어 달려드는 사내의 옆구리를 찍었다.
"악. "
옆구리를 움컥쥔 채 사내가 넘어겼다. 번책이는 하얀 칼날이 그의
배를 향해 내질러 왔다. 그는 몸을 틀어 그것을 피하고는 사내의 팔을
그의 겨드랑이에 끼었다. 무릎으로 그의 사타구니를 힘껏 올려 박았다.
"으아악."
고환이 터진 듯 째질 듯한 비명이 들렸다. 팔을 놓고 몸을 돌리는 김
원국의 등이 선뜻하더니 화끈거렸다. 칼이 베어 들어간 것이다. 김원국
은 테이블 위에 몸을 엎으면서 한 바퀴 굴러 반대편으로 나갔다. 그 사
이에 이동수는 의자를 휘둘러 두 사내를 때려눕혔으나 다시 옆구리를
스치는 칼을 맞았다. 모두들 아무소리 없이 간간이 비명과 가구 부서
지는 소리만 요란하였다. 김원국과 이동수는 벽에 몸을 붙이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김원국이 그들을 살펴보자 13,4명의 사내 중 앞에 둘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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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이제 8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희게 빛나는 단도들을 겨누고 있
었다. 지휘자인 切대 사내는 턱이 부서져 기절해 있었으나 그들은 개
의치 않고 일사불란하게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이동수는 거칠게 호
흡하고 있었다. 그의 팔과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괜찰니?"
김원국이 앞을 노려본 채 물었다.
"형님, 형님 둥이‥‥‥‥
그가 헐떡이며 다급하게 말했다.
"난 괜찮다. "
이동수가 고함을 내질렀다.
"내가 다 죽이고 죽을 테다!"
그 순간 현관 문이 부서지며 열렸다. 조웅남의 모습이 보였다.
"야, 이 씨발놈들아!"
그가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안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
라 홍성철과 오함마가 뛰어들었다. 김원국과 이동수를 에워싼 사내들
의 동작이 일순 멈추는 듯 보였다.
서너 명이 빠져나가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조웅남은 문 옆 벽에 걸
린 소화기를 뜯어냈다. 칼을 번책이며 달려드는 사내에게 소화기를 야
구공 던지듯 내던졌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소화기에 얼굴이 부서진
사내는 바닥에 자빠져 일어나지 않았다. 김원국에게 두 사내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조웅남들을 보자 조급해진 모양이었다. 김원국은 몸을 틀
어 좌측에서 내려찍은 칼을 피하면서 오른 주먹으로 사내의 가습 한복
판을 쳤다. 급소를 얻어맞은 사내는 '헉' 하면서 숨을 들여마시듯 입을
크게 벌리고 뒤로 넘어졌다. 그러나 오른쪽에서 내어뻗은 칼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 김원국은 왼팔을 굽혀 그의 칼을 받았다. 팔목에 칼이
깊숙이 박히고, 순간 그 사내의 동작이 정지된 듯 보였다. 김원국의 오
른 주먹이 그의 덕을 쳐올리고 휘청대며 간격이 벌어지자 사내의 사타
구니를 발끝으로 적어 을렸다.
조웅남이 의자를 쳐들고 아수라처럼 달려들었다. 의자를 휘둘러 한
사내의 머리를 부줬다. 의자가 산산조각이 났다. 흥성철이 이동수에게
달려드는 사내의 목덜미를 잡아채더니 벽에다 내어 던졌다. 벽에 걸린
조명둥에 부딪친 사내의 머리와 몸에 불꽃이 튀었다. 오함마는 땅바닥
에서 기골이 우람한 사내와 부둥켜안고 ◎굴고 있었다. 이동수는 옆으
로 들어오는 사내의 칼을 몸을 틀어 피하면서 왼손으로 그의 칼을 린
팔을 잡았다. 어깨를 절려 오른팔을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그는 한 괄로 사내의 팔을 움켜권 채 몸을 부딪쳐 그를 벽 쪽으로 밀
어붙였다. 다시 한 걸음 발을 팬 순간 바닥에 있는 빈 병에 발이 미끄
러져 사내를 안고 같이 넘어져 버렸다. 갑자기 아첫배가 화끈거리더니
그것이 템속의 창자를 몽땅 끄집어 내는 듯한 고통으로 바뀌었다. 칼
을 바뀌 쥔 사내가 아랫배를 깊숙이 찌른 것이다. 한 팔로 사내의 몸을
취감아 껴안고 있던 이동수는 입을 크게 벌려 사내의 목젖 부분을 가
득 물었다. 두 다리로 사내의 하반신을 감고 있었으므로 사내는 발버
둥을 쳤으나 같이 ◎굴 뿐이었다. 눈을 부릅뜬 이동수는 있는 힘을 다
해 물었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살점이 이딸 사이에 잘 끼워지도록
조절하였다.
"으아악."
사내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터졌다. 아픔보다 공포에 찬 비명이
었다. 사내는 이동수의 배를 찌른 칼을 놓고 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다가 주먹으로 쳤다. 주먹이 벗나가 자신의 얼굴을 매리기도 하였다.
이동수는 다시 한번 살점을 문 입을 좌우로 흔들었다.
"으아아악."
이동수의 입에 가득 고인 피가 목구멍을 통하여 꿀컥이며 들어가고
있었다. 꿀꺽이며 피를 마시던 이동수는 머리를 흔들어 살점을 잡아뜯
었다 한주먹이나 되는 고깃덩이가 떨어져 나가면서 이동수의 입이 사
내에게서 떨어졌다. 사내는 움직이지 않았으나 여전히 그의 몸 위에
엎드려 있었다. 이동수는 고깃덩이를 힘들게 뱉어 내었다. 눈을 들었으
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내를 밀쳐내려 해보았으나 모든 기력이
빠져나간 듯 팔들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형님, 형님."
입을 벌려 김원국을 불러 보았다. 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아무 소리
도 들리지 않았다.
"동수야!"
김원국의 목소리가 옆에서 분명하게 들렸다. 그러자 잔특 긴장해 있
었던 이동수의 모든 신경이 무너지듯이 풀렀다. 그리고 이동수의 피투
성이가 된 얼굴이 평화롭게 변해가고 있었다.
"동수야! 동수야!"
김원국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이동수
는 그를 보려 하였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였다. 홀 안의 테이블과 의자는 제대로 성하게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땅바닥에는 7, 8명의 사내가 쓰러져 있었다. 나머지 사내들은
겨우 바닥에 주저암아 있었으나 몸을 움직여 일어날 수 있는 사내는
없었다. 조웅남과 오함마를 제치고 이동수 위에 엎드려 있던 흥성칠이
김원국을 올려다보았다.
"형님, 동수가 죽었습니다. "
조웅남이 땅바닥에 털씩 주저앉았다.
"아이고, 동수 이 씨발놈이."
오함마가 피투성이가 된 주먹으로 눈물을 밖았다.
"문을 닫아라. 문을 못 열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문 앞에 쌓아라."
김원국이 날카롭게 말했다. 오함마와 흥성철이 일어나 테이블을 날
라 문 앞에 쌓았다. 의자를 나르면서 오함마는 끙끙대며 울었다.
"저놈들도 두어 명이 죽은 것 같습니다. "
홍성철이 다가와 말했다.
갑자기 조웅남이 땅바닥에서 몸을 솟구쳐 일어났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

"내가 몽땅 모가지를 끊을 거여!" ,
그는 주저않아 있는 사내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사내들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본 채 입을 벌렸다.

김원국이 몸을 틀어 그의 팔을 f수도로 내려쳤다.

조웅남은 칼을 떨어뜨리고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이글거리던 그의 눈빛이 차층 빛을 잃더니 이윽고 눈물이 그의 볼을 타 렬고 흘러내렸다.

조웅남에게서 시선을 거둔 김원국은 턱이 부서져서 주저않아 있는 열핫도리를 찾았다.

"가네무라한테 전화를 해라. 이젠 너희들 15명을 인질로 잡았다고 핀해.

내 요구조건을 듣지 않으면 너회들은 모두 죽는다. 우리토 각오하 친고 있다고 말해."

허리를 다친 모양인지 핫도리는 움직이지 못했다.

홍성철이 전화기를 찾아 그에게 던져 주었다.

"피신해 있는 여자들에게 다친 사람들을 임시로라도 치료하게 해 펴라."

김원국이 오함마에게 다시 말했다.

그도등과팔에 감각이 없어지고 코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새벽 4시였다.
가네무라는 펏발선 눈으로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잠옷 바람의 가네무라는 그의 집으로 부하들을 소집시킨 것이다.
"병신 같은 놈들."
가네무라가 셉어및듯 말했다. 그는 핫도리에게서 전화를 받았던 것
이다. 3명이 죽고 나머지는 모두 중상을 입고 잡혀 있다는 소리를 듣고
가네무라는 자신의 몸이 발을 헛디뎌 똥통 속으로 빠져든 것 같은 기
분이 되었다. 가네무라는 사사키를 노려보았다. 사사키는 그의 시선을
. 받자 머리를 돌렸다. 그는 가네무라의 지시를 받은 것이다. 움직이면
, 처치해라, 만일 놈들이 업소에 들른다면 처치해 버리라고 가네무라가 지시했었다.
그는 그것을 핫도리에게 전달해 주었을 뿐이다.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내 책임은 아니라고 사사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보스, 이럴 때가 아님니다. 빨리 지시를 내려 주셔야 합니다. "
사베가 말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핫도리에게 할복이라도 하라고 할"
"아니면 김원국에게 여자를 다 돌려줄 테니 우리 애들을 풀어 달라고 할까?"
"보스, 비상구가 하나 있습니다만 그쪽으로 우리 애들을 쳐들어가게 하면 ‥‥‥‥
부하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땐 15명 모두 죽게 돼."
사베가 차갑게 말했다. 가네무라는 그를 바라보았다.
"핫도리가 있는 그대로 연락을 해오고 있습니다.

김원국이 내버려둔 모양입니다.

이젠 여자들도 나서서 문에다 바리케이드를 치고 같이
죽겠다고 한답니다. "
"이러다가 경시청에서 알게 되면 조용히 끝나지 않게 됩니다 지금
은 아직 새벽이라 그쪽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가네무라는 김원국이 호델을 빠져나와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리
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사사키나 핫도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
다. 핫도리가 김원국이 호텔을 나와 베니스에 갔다고 보고하였을 때
그들과 여자들을 만나게 하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처구니없이 당해 버 린 것이다. ,
"보스,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지금으로 보면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
어차피 놈들은 일본을 쉽게 떠나진 못할 테니까요." ,
사베가 다시 말했다.
국은 우리가
바라던 대로 되지 않겠습니까?"
"좋다, 내일이면 박재팔이가 올 것이다. 김원국이를 바꿔라.
내가 전화하겠다. "
"왜 그러고 있는 것이냐 전화를 하라니까"
가네무라가 사베에게 짜증난 듯 말했다. .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
사베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사키와 다른 부하들도 시선을 피하는 듯 머리를 돌렸다.
"좋아,그따위 놈에게 직접 할 필요도 없지.호텔로 돌아오라고 해.
우리가 손을 대지 않겠다고."
"아니 왜 그러고 앉아 있는 거야!"
가네무라가 버럭 고함을 쳤다.
"보스, 김원국이는 여자들을 모두 귀국시켜야 애들을 풀어 주고 나가겠답니다.

같이 죽겠답니다, 애들하고."
"이 새끼를!"
가네무라는 두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다 죽으라고 해! 곽 불을 질러 버려!"
"수습은 내가 할 것이다. 그렇게 해!"
"보스, 진정하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
사베가 그를 보며 말했다.
"무엇이? 날보고 진정하라고? 사베, 네가 감히?"
"죄송합니다 보스, 제가 그들과 접촉해 보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다시 보고드리 겠습니다. "
"그럼,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
사베가 일어서자 사사키와 다른 간부들도 서둘러 따라 일어셨다.

사사키는 잔뜩 볼이 부어 있었다.
김원국이 사베의 전화를 받은 것은 새벽 4시 30분이 되었을 때였다.
"사베 씨라고 가네무라 보스의 보좌역입니다. "
수화기를 넘겨주며 핫도리가 말했다.
"나, 김원국이오."
"사베입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결론만 말씀드리지요.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으니까 호텔로 돌아가시지 않겠습니까?

살인사건이라 피차 곤란한 일이 생길 텐데요."
그의 말투는 정중하였다.
"그건 알고 있소. 이렇게까지 되었는데 나로선 내 동생의 죽음이 첫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여기에서 일을 마칠 작정이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지요. 그럼 어떻게 약속하면 되겠숩니까?

아무리 빨리 서둔다 해도 3, 4일이 걸리는데 거기에 그대로 계셨다가는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
"한 시간 내로 161명의 여권을 나에게 가져오시오."
"그렇게 하지요."
"여기에서의 불상사는 당신들이 경험이 많을 테니까 알아서 처리해 주시오."
"그건 염려 마십시오. 단순사건으로 처리하게끔 손을 쓰겠습니다. "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원국은 잠자코 이동수의 시체를 내려다보았
다. 여자들이 수건으로 그의 얼굴을 밖아 주었으므로 그는 잠자듯 편
안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조웅남이 그의 옆 바닥에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
"붕대를 감아 드릴게요. 피가 너무 흘러요."
미스 오가 다가와 걱정스러운 듯 그의 팔을 보며 말했다.
"괜찬아."
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의 등도 칼에 길게 베었으나 아직 붕대를 감지도 않았다.

아랫배에 피가 번져 끈적거렸다. 동수라면 진즉 알아채고 서둘러 주었을 것이다.
이동수를 내려다보며 김원국은 문득 그의 옆에 나란히 눕고 싶다고 생각했다.

눈에 핏발을 세운 홍성철과 오함마가 사내들을 구분해 놓고
비상구와 정문을 감시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모두 흘에 나와 있었다.
무서움과 흥분이 차례로 가시고 나자 그들은 이제 아저씨들과 여기서
같이 죽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들은 김원국의 전화 통화를 옆에서 들었다.

가승이 벅찬 몇 명은 소리내어 울었다. 나간다는 것보다 그들을 위해 주는

한국 아저씨들에 대한 백찬 감정 때문일 것이다.

한 시간후 사베가 현관 앞에서 김원국을 찾았다.
그는 한 손에 가방을 들고 있었다. 문을 열려면 데이블 몇 개를 치워야 했다.

문을 조금만 벌려서 열고 그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는 정중하게 김원국에게 인사를 했다.
"여기, 여권을 모아 왔습니다. 130개밖에 안 됩니다. 주인이 외출하고 있는

업소들도 있어서‥‥‥‥ 오늘중으로 모두 가져다 드리지요."
김원국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사베는 쓰러진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빨리 수습을 해야겠습니다. "
"좋소. 우린 그럼 호델로 돌아가겠소. 내 동생을 잘 부탁합니다.

당신들에게는 적이었지만 이젠 예의를 갖춰 주시오."
사베는 머리를 끄덕였다.
"아저씨, 저희들도 따라가겠어요."
여자들이 김원국에게 매달리며 말했다.
"이전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어요. 단 1분도 싫어요, 호텔로 데려다 주세요."
홍성철과 오함마는 그녀들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김원국의 결정을
바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며칠만 참으면 돼. 우리들은 아직 할일이 많아. 며칠만 기다려."
김원국은 조웅남을 일으켜 세웠다.

흥성철이 여자들에게 호텔을 알려 주고 있었다.
오유철은 차 안에서 다시 한번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11시 20분이었다.
"형님, 이젠 슬슬 올라가 봅시다. "
앞에 앉아 있던 부하가 말했다.
"10분만 더 기다려 보자."
"벌써 두 번은 왔겠소."
그들은 2시간이 넘게 서울 변두리의 모텔 앞에 차를 세워 둔 채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시쳇말로 왕건이를 건진 셈이었다.

오유철이 정재희를 잡으러 다닌 지 나흘째였다.

한국에 있는 이상 제까짓것이 삼팔선만 넘지 않았다면 이틀 안에 찾아내겠다고

강만철에게 장담을 했었다.

그러나 이틀 동안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 업소들,시골에 있는 친척이나 오빠, 모든 곳을 뒤졌으나 꼬투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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