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복의 사슬 ◑
박종무 사장은 아파트 앞에서 차를 세웠다.
밤 11시가 되어 있었다.
"그럼 넌 내일 아침 7시에 이리 와."
운전사 겸 경호원인 미스터 천에게 말했다.
차 안에서 잠시 주변을 바라보던 미스터 천이 문을 열고 나와 차를 등지고 셨다.
재빠르게 문을 열고 나온 박종무는 아파트 입구로 들어 싫다.
이곳은 박종무가 애인에게 차려 준 아파트였다.
서울에 회사를 차린 후 한번도 들르지 못해 미스 김은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이 자고 있었으므로 스위치를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시내에 있는 집은주택이었고 언제나3명의 경호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경보장치에다 셰퍼드가 지켜 주고 있어서 경비는 완벽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운전사인 미스터 천밖에 아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이철주가 그를 단단히 벼르고 있을 것이다.
그는 이철주의 끈질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을 그 의 옆에서 지컥봐 왔다.
어떻게 하든 보복을 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종무는 외출할 때라든가 집에 있을 때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를 차리고 나서 20여 일 동안 집과 회사만을 오가곤 하였다.
계약은 순조롭게 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1년만 지나면 이철주의 조직은 껍질만 남을 것이다.
이철주측에서는 두드러진 행동을 취해 오지 않았다.
김원국이 이제 정면으로 나선 것에 놀라서 주즘거리고 있다고 박종무는 믿었다.
오늘은 철저히 주변들에게까지 속이고 집에 가는 척하면서 이쪽으로 빠진 것이다.
벨을 누르자 미스 김의 활짝 웃는 얼굴이 보였다.
이제까지의 긴장과 피로가 한순간에 달아나는 것 같았다.
박종무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안으로 들어셨다.
구영산은 아파트의 건너편 도로가에 주차시킨 차 안에서 박종무 사장이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박중무의 차는 운전사만 탄 채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그가 살림을 차렸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파트를 알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었다.
박 사장은 흔자 비밀울 지키려 했겠지만 전에 호텔의 종업원으로
박 사장의 고용원이었던 김명숙이 어디에 살고 있는 지는
김명숙과 친한 몇 명의 종업원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밤 10시만 넘으면 늘 구영산은 아파트 건너편 도로에 차를 주차시키고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엿새 만에 그를 잡은 것이다.
시계를보았다.
11시 4錡기었다.
"됐다, 가 봐라."
구영산이 짧게 지시하자 3명의 사내가 차 문을 열고 빠져나갔다.
아침 6시였다.
응접실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잠이 깬 김원국은 잠시 동안 누운 채 벨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윽고 일어난 그는 방문을 열고 응접실로 나갔다.
어느 사이에 나왔는지 장민애가 전화기 쪽으로 가고 있다가 그가 나오는 기척을 듣자 멈춰 딘다.
가벼운 잠옷 차림이었다.
김원국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접니다. "
강만철이었다.
"칠성이한데 방금 연락 받았습니다. 칠성이도 모르게 박 사장이 여
자한테 갔다가 당했습니다. "
"어떻게 되었어?"
"중상입니다. 10여 군데를 델렸습니다. 세 놈한테 당했답니다
여자는 놀라서 횡설수설한답니다. "
"알았어. 내가 바로 올라가겠다. 반도실업에 전직원을 모아 놓으라고 칠성이한테 전해, "
"알았습니다. "
"너와 웅남이하고 간부급들도 참석하도록 해.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까. "
"형님, 몇 시쯤 오시렵니까?"
"10시까지 도착하겠다. "
수화기를 내려놓고 김원국은 앞에 선 장민애를 바라보았다.
"오늘 서울 가시게요?"
"응. "
그녀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원국은 일어서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없었다.
놀란 듯 그녀는 얼굴을 들었으나 잠자코 있었다.
그는 그녀의 상체를 끌어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 왔고 그 녀의 머리칼에서 비누냄새가 났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찾아 발았다.
이윽고 그녀의 두 팔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는 번책 그녀를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딘다.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감았던 눈을 뜬 그녀는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을 붉혔다.
그는 그녀의 옷을 벗겼다.
잠옷을 풀어 내리자 브래지어와 팬티만 철쳤을 뿐이었다.
그는 그녀의 온몸을 입술로 더듬듯 애무하였다.
그녀가 허덕이며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달래듯이 그는 그녀의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기뿐 듯 그녀가 탄성을 내뱉고 있었다.
"저, 여기서 기다릴게.5.."
그의 가승에 얼굴을 묻은 장민애가 말했다.
"여기서 혼자 책 보고, 음악 듣고, 밖에 나가 산책하면서 지내겠어요. "
"혼자 지내기가 힘들 텐데, "
"아줌마 올라오시라고 해도 되죠?"
잠시 생각하던 김원국은 머리를 끄덕였다.
"언제 돌아오세요?"
그의 가습을 손가락으로 눌러 보면서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김원국은 템그레 음었다.
왜 웃느냐고 장민애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그의 가습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벗은 어깨를 손바닥으로 쓸어 보고 난 김원국은 이불을 젖히고 일어싫다.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반도실업의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김원국이 들어 서자 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직원들의 인사를 가볍게 받으며 김원국은 박종무 사장이 쓰던 사장실로 들어싫다.
강만철과 조웅남이 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자리에 않자 김칠성과 두어 명의 반도실업 간부들이 들어왔다.
"모두들 모였나?"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김원국이 물었다.
"다 온 것 같은데요."
강만철이 대답하면서 김칠성을 바라보았다.
병원에서 박종무를 지 키고 있다가 곧장 달려온 김칠성이 충혈된 눈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저희들도 다 모였습니다. 간부급들은 여기 와 있고 나머지는 사무
실에 있습니다. "
"박 사장 상태는 어떠냐
김원국이 물었다.
"아직 응급실에 계십니다. "
김칠성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아침에 가 보았는데 생명은 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강만철이 그의 옆에서 말했다.
"떠들어대지 않도록 손을 써라. 이곳저곳에서 알게 되면 좋지 않아.
"제가 아침에 칠성이하고 수습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기자들이 몇
명 다녀갔습니다. "
"경찰은 알고 었나?"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만."
"병원측에 이야기를 잘 하도록 해 "
강만철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 써발놈들을 아예 몰살을 시키던지 혀야지 증말 추접혀서 못 보
졌고만 잉?"
조웅남이 입을 열었다.
"그놈들 본 사람은 박 사장의 그 여자밖에 없나?"
김원국이 김칠성에게 물었다.
"예, 그런데 누군지 모르겠답니다. 얼굴을 스타킹으로 덮어서
세놈인 것 같다는군요.집이 3충인데 베란다로 해서 집 안으로들어온
것 같습니다. "
"보나마나 이철주가 보낸 놈들이지 누군 누구여. 그 형님은 여자를
밝혀서 그렇게 된 거여."
조웅남이 투덜거렸다. 김칠성은 그를 잠시 바라보았으나 시선을 돌렸다.
"박 사장은 그렇게 되었지만 반도실업은 그대로 운영하기로 한다. "
김원국이 말했다.
"칠성이가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해라.
반도실업은 제일상사와 같이 운영된다고 말이야.
박 사장이 돌아을 때까지 우리가 도와 주겠다. "
"만철이가 임시로 박 사장의 일을 대행하도록 하고,
칠성이는 그대로 관리부장으로 동생들을 관리하도록 해."
모두들 잠자코 있었다.
"너희들도 잘 알겠지만 나는 박 사장을 인력 공급업체로 밀어 주려고 했다.
그래서 제일상사와 반도실업이 균형을 맞추어 나가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어.
그렇다고중지할수는 없는 것이다.
당분간 만철이가 대표로 있는 이상 반도실업은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받을 수가 있을 거야."
김원국은 김칠성을 바라보았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형님."
"이제 한식구가 되었다고 생각해도 된다.
애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해 주도록 해."
"네, 기운들이 날 겁니다. "
"그리고."
김원국은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누가 이 첫을 했는지는 떤한 일이지만 섣부른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해. 알았어?"
"형님은 왜 나만 보면서 말혀요?"
조웅남이 불통거렸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돌아가서 애들에게도 단단히 일러두도록 해.잘못하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
내가지시할 때까지 기다리도록. 알았지?"
김원국이 모두에게 말했다.
몇 가지 지시를 더하고 난 김원국은 반도실업을 나왔다.
강만철과 몇 명의 제일상사 직원들은 반도실업에 남았다.
그들은 이제 반도실업을 관리하게 된 것이다.
아직도 박종무측은 인천에서 만만치 않은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김칠성을 주축으로 한 젊은 세력들은 그런대로 의리도 있었고 때묻지 않은 것을 김원국은 알고 있었다. 강만철에게 인천의 조직원 전체를 적절하게 운용토록 하였으므로 이제 구심점을
다시 찾은 그들을 결속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옆자리의 조웅남은 시종 말이 없었다. 제일상사사무실에 들어서자
아직 오전이었으므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김원국은 이동수를 시켜 간부급 직원들을 사장실로 불러모았다.
"형님, 웬 회의를 이렇게 많이 혀요?"
조웅남이 들어와 앞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김원국은 대꾸하지 않고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다음 입을 열었다.
"어제 반도실업 박 사장에게 사고가 생겨서 만철이가 반도실업을 맡게 되었다.
제일상사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줘야 한다.
그리고 오늘부터 여기 제일상사의 사장은 웅남이가 맡도록 한다.
이제까지 웅남이가 잘 해왔으니까 문제가 없으리라고 본다. "
"잠판, 잠판만요, 형님."
조웅남이 몸을 내밀며 그의 말을 잘랐다.
"그러먼 형님은 뭐 허실라고 그려요?"
"딘 양쪽 일을 도와주겠다. "
"그러먼 형님은 회장요?"
김원국은 혀를 참다. 오유철이 피식 웃는 게 보였다.
"이제 웅남이는 사장이 되었으니까 행동이 즘더 신중해져야 할 거야.
너를 믿고 의지하는 동생들을 봐서라도 말이야.
그리고 너회들도 더욱 도와 줘야 돼.
내가 이 정도까지 된 것은 동생들 때문이었다는 것을 웅남이나 너회들은 잊어버리면 안 돼."
모두들 긴장한 채 듣고 있었다. 김원국은 문득 이제부터 시작이라는생각이 들었다.
오카다는 이철주가 이야기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구영산이 박종무를 습격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수사기관에서 언론의 채깩을 받고는 아예 뿌리를 뽑을 듯이 집요하게 캐고 들었다.
할 수 없이 3명의 애들은 도피시켰고 그들의 됫돈과 무마용으로 돈이 많이 들었다고
이철주가 말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기회로 김원국은 하루만에 박종무의 조직 전체를 흡수해 버렸다.
심복인 강만철을 사장으로 앉혀 놓고 더욱 기반을 단단히 다져 가는 모양이다.
식구들의 사기도 부책 올라갔을 것이다.
박종무의 피습사건을 계기로 어떻게 보면 김원국의 기반이 더욱 단단해지고
조직이 강화됐다고 볼 수도 있었다.
오카다로서는 김원국은 측량할 수 없는 사내였다.
자신이 습격을 당해토 태연히 다음날 상대방을 만나 사과를 받고는 잊어버린 듯하였다.
부하가 중상을 입고 업소들의 피해가 막대해져서 관리가 위기에 처하면 어더론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을 내세워 경쟁업체를 세워 놓는다.
방패막이처럼 세워 놓아 화살을 그쪽으로 돌리게 한 다음 방패막이가 넘어지자
순식간에 조직을 흡수하고 강화시키는 것이다.
오카다는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불안해졌다.
정신을 돌이키고 보니 이철주와 구영산이 자신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알겠습니다. 난 이제 호텔에 돌아가서 보스와 상의해 보겠소."
오카다는 2명의 부하를 이끌고 음식점을 나왔다.
부산의 박재팔도 마찬가지였다.
최충식에게 그가 서울에 올라와 있는 동안 기선을 제압당해 만회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재팔을 불러들여 '블루스타'의 김길호를 습격하게 하고
그 부근의 업소들을 불황에 빠뜨리게 한 것은 그의 계획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 계획은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아직도 강남의 업소들은 불경기에 빠져 하나씩 둘씩 문을 닫는 업소들이 생기는 형편이었다.
현재 운영이 되고 있는 업소들도 규모를 축소하여 겨우 유지하는 형편이다.
호텔에 도착하자 오카다는 부하들을 제 방으로 돌려보냈다.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고 현재 상황을 정리하여 보스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야 했다.
이대로 가만둔다면 이철주의 세력이 약화됨은 물론 인력공급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가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오카다가 우려하는 현재의 가장 큰 문제였다.
아마 보스도 그것을 걱정하리라고 믿었다.
강만철은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 한 통을 營다.
아침에 안미혜가 압데 얼음을 물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입이 볼록하고 무엇을 빨아먹는 것 같아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자
마지못한 듯 얼음을 손바닥에 연고는 말했다.
"난 찬 것을 좋아해요."
여름철도 아닌데 별일이다 싶었다.
밤 10시가 되어 있었다. 강만철은 차를 길가에 주차시켰으므로 서둘러 걸었다.
차의 엔진도 걸려 있는 상태였다. 마악 차의 손잡이를 잡으려는데
그를 향해 주위에서 덮쳐오는 인기척이 느껴겼다.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강만철은 몸을 돌리자마자 상체를 눕히고 앞쪽에 있는 사내를 발로 걷어차 올렸다.
발끝에 묵직한 반응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 사내가 몸을 굽힌 그쪽으로 몸을 날리면서 옆에서 날아든 몽둥이를 팔목으로 받아냈다.
동시에 그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 몸을 살짝 숙이면서 업어치기로 내던겼다.
사내는 다른 사내와 부딪치면서 둘이서 땅바닥에 ◎굴었다.
공격하는 쪽이나 상대하는 강만철이나 모두 말이 없었다.
강만철은 좌우를 바라본 다음 서너 걸음을 달려 아파트의 담에 등을 대고 셨다.
2명이 동시에 좌우에서 달려들었다.
두 사내 모두 다 희게 번적이는 회칼을 겨누고 뛰어들었다.
강만철은 좌측에서 달려온 사내의 칼을 든 팔목을 잡은 다음 그를 안고 템글 몸을 돌렸다.
우측의 사내가 칼을 옆으로 뿌리다가 주춤 멈쳤다.
뒤쪽에서 그에게 덮쳐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팔목을 안쪽으로 비틀어 칼을 딘어든 강만철은 안고 있는 사내를 앞으로 향껏 밀고는
몸을 돌리자마자 칼로 바로 앞에 선 녀석의 허덕지를 젤렀다.
"악!"
짧은 비명이 터겼다.
동시에 그의 어깨에 선뜻한 느낌이 왔고 격렬한 통증이 뒤를 따랐다.
강만철은 어깨에 박힌 칼을 쥔 손을 몸을 틀어 잡고는 몸을 굽히면서
그를 아파트의 돌담에 집어 던졌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그는 온몸을 벽에 부딪고 개구리 태질당하듯 나자빠졌다.
다시 달려드는 사내 하나를 겨누어 몸을 껑충 뛰면서 발길로 그의 턱을 올려 랐다.
그가 뒤로 넘어졌다.
앞쪽에 잠판 공간이 보였으므로 강만철은 몸을 숙인 채 달려나갔다.
모통이를 돌아 30미터쯤 달려나가자 아파트 입구에 차를 세우고
차 밖에 나와 두리번거리고 있는 3명의 부하가 보였다.
강만철의 뒤쪽에서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4, 5명의 사내들이 들아오고 있었다.
부하들이 강만철을 발견하였다.
일순간 주춤하던 그들이 일시에 달려오고 있었다.
뒤에서 물아오던 발소리가 험켰다.
강만철이 돌아보자 그들은 몸을 돌려 달아나고 있었다.
강만칠은 헐떡이며 멈줬다.
부하들이 달려가려는 것을 막았다.
아직도 저쪽은 4, 5명이 남아 있는 것이다.
달려가던 사내들은 제각기 넘어진 사내들을 부축하고는 모통이를 돌아 사라졌다.
"형님, 팔이, 피가 많이 흐릅니다. "
부하 한 명이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괜찰다, 어깨야."
"병원에 가십시다. "
한 명이 뛰어가서 차를 끌고 내려왔다.
강만철이 차를 빨리 몰았기 때문에 뒤를 따르던 그들은 그를 놓친 것이다.
김원국의 지시로 강만철은 흔자 다니는 것을 삼갔으나 언제나 거북하였다.
오늘도 그들을 따돌리려 했던 것이다.
병원으로 가면서 강만철은 김원국의 화난 얼굴을 머리에 떠올렸다.
강만철이 집에 돌아온 것은 새벽 3시였다.
병원에서 어깨에 절린 상처를 웨매었다.
깊게 절렸으나 다닐 만은 하였다.
오른쪽 팔목이 통통부어 올라 엑스레이를 적어 보았으나 부러지지는 않았다.
김원국에게 보고를 하고 조웅남과 김칠성에게도 알렸다.
그들에게는 약간 다쳤다고만 말했다.
안미혜가 문을 열어 주었다.
"어머닌 주무셔?"
그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안미혜는 그의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였다.
강만철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아무 말 하지 말라는 시능을 했다.
방에 들어왔으나 옷을 벗기가 힘이 들었다.
따라 들어온 안미혜가 그를 거들어 옷을 벗겨 주었다.
상의를 벗자 붕대에 싸인 어깨가 드러났다.
"어쩌다 이렇게‥‥‥‥
물으려던 안미혜가 입을 다물고는 침대의 시트를 걷고 그가 눕도록 도왔다.
그는 바지를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 온몸에 나른한 통증이 오고 어깨 부분은 감각이 없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피곤하였다.
이마에 무엇이 닿는 것 같아 눈을 됐다.
暴그리고 앉은 안미혜가 이마에 손을 짚어 보고 있었다.
"열이 많이 나요. 얼굴도 그래요."
그녀의 손바닥이 이마에서 얼굴로 쓰다듬듯 오르내렸다.
"가서 자."
눈을 감은 채 그가 말했다.
"싸우다 다쳤죠?"
"가만두지 않았겠죠? 이렇게 다치게 한 사람들 말예요."
"가서 자라니판."
"수건에 찬물 적셔 올게요."
그녀는 일어서더니 방을 나갔다.
강만철은 오늘 밤의 일도 이철주의 첫이라고 믿었다.
그 밖에는 이렇게 할 사람이 없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모두 8명이었으나 놈들이 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치지도 않았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잘 훈련된 놈들이었다.
말 한마디 없이 일사불란하게 범벼들었던 것이다.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박종무 사장처럼 되었을 것이다.
안미혜가 수건에 물을 적셔와 그의 이마에 내려놓았다.
서늘한 느낌이 오고 얼굴의 열이 가시는 것 같았다.
"아파요?"
수건 위에 손을 딘어 눌러 주며 그녀가 물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요. 자존심 내세우지 말구요."
"이제 가서 자."
"여기 있을래요."
강만철은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그들은 마주보고 있었다.
새벽 6시였으므로 아직 해뜨기 전이었다.
동쪽 하늘이 희부옇게 되어 있었으나 아파트는 어둠에 덮여 있었다.
이철주사장은 2동 1006호에 산다고 했다.
오유철은 5번과 6번 출입구 앞에서 파카를 뒤집어쓰고 서성거리는 3명의 사내를 보았다.
출입구 앞쪽에 즐비하게 늘어선 차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델치고 있는 나무 밑에 주차하고 있는 2대의 차에 각각2명이
의자를 젖히고누워 있었다.
몇 대 건너서 컴정색 대형 승용차에 또 2명이 누워 있는 게 보었다.
오유철은 길을 건너 주유소 뒤쪽의 공터로 갔다.
3대의 승용차가 주차해 있었다.
그는 앞에 있는 차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 앞에 세 놈, 차 석 대에 각각 두 놈씩 여섯 놈, 합계 아홉이오."
조웅남이 혀를 못쯧 참다.
"씨발놈이 애들 잠도 못 자게 허고 고생시킨다 잉?"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 거요, 형님?"
"이철주 말여, 내일부턴 갸들 잠 제대로 자것다.
이철주가 송장될 템fl "
"형님, 빨리 움직입시다. 해뜨기 전에."
김칠성과 오함마가 코트 깃을 세우고 머리를 파묻고는 아파트의 현관으로 들어졌다.
2명의 부하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3명의 경호원이 다가와 김칠성을 바라보았으나 선뜻 말을 걸지 않았다.
그들은 아파트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가쇼?"
그중 한 명이 물었다.
그러다가 한 명이 김칠성을 알아보았다.
"아니, 야, 이 사람이‥‥‥‥
김칠성이 그의 얼굴을 받아 버렸으므로 그는 머리를 아파트의 벽에 다시 렇고는 주저앉았다.
오함마가 한 사내의 팔과 멱살을 함께 잡고는 거꾸로 집어서 바닥에 내던졌다.
"아악!"
팔이 둥뒤로 돌아가 꺾여진 모양이었다.
그는 기절해 버렸다.
나머지 한 명이 입을 책 벌리더니 주춤하면서 현관에 멈춰 딘다.
뒤따라오던 2명의 부하가 그를 법다 오함마 쪽으로 밀었다.
엎어질 듯 다가온 사내의 택을 김칠성이 걷어차고 부하 한 명이 머리칼을 잡고는
벽에 얼굴을 박았다.
부하 한명이 경비실로 달려들어갔다.
경비원은소동에 놀라전화기를 드는 중이었다.
그에게서 전화기를 및어 던지며 부하가 으르렁대고 었었다.
승용차의 뒤쪽에 서서 그것을 바라본 조웅남은 손을 들었다.
그는 대형 승용차의 뒤에 서 있었다.
조수석에서 자빠져 자고 있는 놈은 구영산이었으므로 그가 맡기로 한 것이다.
조웅남은 문을 벌컥 열었다. 다행히 안에서 잠그지 않았다.
안에 히터를 틀어 놓아서 더운 바람이 얼굴에 후욱 끼쳤다.
조웅남은 다짜고짜 자고 있는 구영산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어이고!"
잠결에 벼락을 맞은 그가 머리를 들려 하였으나 조웅남에게 멱살이 잡혀 밖으로 질질 끌려나왔다.
"어? 놔! 과라! 이 새끼야!"
그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렸다.
다른 2대의 차에서도 비명과 고함이 번갈아 들리고 있었다.
반대편 운전석에 누워 자고 있던 사내는 조웅남의 부하에게 위에서 목이 졸려 캑캑거리고 있었다.
조웅남은 그를 겨우 끌어내어 머리칼을 움켜잡고 옆에 선 차의 옆구리에 그의 머리를 첫템었다.
대여섯 번 부딪치자 반응이 없어 손의 힘을 努었다.
갑자기 구영산이 팔굽으로 조웅남의 배를 돌려 젝었다.
조웅남이 주충하는 사이에 그는몸을 날려 차사이를 빠져 아파트와 승용차사이의
넓은 공간으로 나줬다.
그의 얼굴은 피투성이였으나 눈에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는 조응남을 알아보았다.
"이 새끼, 여기서 한판 붙자."
그는 잠바를 벗어 땅바학에 정개쳤다.
다른 차에서는 소동이 그쳤다.
녀석들 모두를 제압한 모양이었다.
조웅남은 과연 구영산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운이 났다.
"좋아. "
싱긋 옷으면서 그는 구영산에게 다가갔다.
구영산이 몸을 날려 그의 복부를 차고 반동으로 땅에 떨어졌다.
잠판 주춤하던 조웅남이 다시 다가갔다.
구영산이 몸을 돌리듯 하며 발끝으로 그의 턱을 겨누어 참다.
조웅남은 머리를 살짝 돌리며 두 손으로 그의 발목을 움켜쥐었학.
그것을 본 오유철이 피식 웃었다. 조웅남은 그의 발목을 잡고는 투해머 선수처럼
서너 차례 제자리에서 돌았다. 점점 가속이 볼었다.
오유철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딘다.
"어, 형님! 저쪽에!"
그가 가리킨 곳은 화단 쪽이었다.
조웅남은 그의 발목을 놓았다.
구영산이 날아가 머리가 승용차의 라디에이터를 부수고 멈추는 것이 보였다.
이철주는 아래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보았다.
새파량게 질린 그는 옷을 주워 입고 밖으로 나가려다 다시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다.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자 조웅남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친 부하들이 둘씩 셋씩 모여 있는 것만 보였다.
길게 숨을 내려쉬었다.
"바보 같은 놈들 같으니."
김원국은 무섭게 화를 냈다.
"사장이라는 자식들이 그렇게 경솔하고 분별이 없단 말이o"
"한 놈은 오만하고, 다른 한 놈은 무지막지하기만 한 놈이야!"
조웅남이 얼굴을 정그렸다.
"형님, 저는‥‥‥‥
"시끄러! 이 자식아!"
"만철이 네가 애초에 습격을 당하지 말았어야 했어.다치지 말았어야 된단 말이야.
그놈들한테 기회를 주지 말고 시간을 보내면 원수질 일도 없고 자연히 평정이 되는 일이었어."
"박 사장 일이 있었는데도 너는 방심해서 놈들한데 당했고,
웅남이가 보복을 했다. 이것은 끊임없이 계속돼."
"박종무 사장 일은 허점이 많은 사람이어서 내가 대비하고 있었어.
나는 거기에서 끝내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끼리 피를 보지 않아도 이 사장은 물러나게 돼. 일본애들도 마찬가지야."
"이제 우리가 계속 선수를 쓰는 수밖에 없다. "
숨을 내쉬면서 김원국이 말했다. 그는 조웅남을 바라보았다.
"웅남이 너는 당분간 피해 있거라. 부산 최충식이한테 가 있든지 해라.
여기가 수습되면 곧 올라오게 될 테니까."
기가 죽은 조웅남이 머리를 』1덕였다.
"년 어깨 어떠나꾼
강만철에게 물었다.
"견털 만합니다. "
"일을 할 만해?"
"염려 마세요."
"구영산이는 어때?"
"위독하답니다.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어요."
김원국은 혀를 차며 조웅남에게 말했다.
"어서 출발하거라. 돈은 쓸 만큼 가져가고. 그리고 오늘 다친 애들은 없니?"
"우리 쪽은 한명이 팔을 철렸는데 몇 바늘 째했습니다. "
"저쪽은?"
병원에 여렷이 누워 있어서‥‥‥ 그건 잘 모르겠늘데요."
"치료비야 이 사장이 내겠지만 가족들은 상관 안 하는 사람이니 네
가 누구 시켜서 입원해 있는 애들 가족에게 생활비를 가져다 줘.
굳이 우리가 줬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알고 있지?"
"압니다. "
"그런데 널 습격한 애들은 도대체 누구야?
처음 보는 애들이냐
"네,훈련이 제법 되어 있는 놈들이었어요.습격하고 도망치는 것이재 빨랐습니다. "
"보나마나 이철주 새끼들이랑게요."
조웅남이 일어서며 말했다.
"형님, 몸 조심허쇼 잉? 이럴 때 지가 몸을 숨기게 되야서 미안허고 만요. "
"알았다. 너나 조심해."
강만철과조웅남이 밖으로 나간 후 김원국은오랫동안 의자에 않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강만철이 습격을 당한 후 3시간 만에 조웅남이 즉각 보복을 한 것이다.
제일상사와 반도실업을 그들에게 맡긴 후 처음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는 조웅남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고 동생들의 사기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이철주의 오른팔인 구영산이 제거되었으니 그의 타격은 막심할 것이다.
가네무라나 박재팔을 다시 불러들여 세력만회에 급급할 지도 모른다.
이런 때에 한 녀석은 다치고 다른 녀석은 몸을 피해야 하다니,
김원국은 혀를 참다.
전화벨이 울렸다.
생각에 잠겨 있던 김원국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거기 사장넘즘 바춰 주십시오."
낮선 목소리였다.
"남니다. 김원국입니다. "
"저, 흥성철입니다. "
김원국은 수화기를 바뀌 쥐었다.
"웅, 네가 웬일이냐
"형님, 즘 뵙고 싶습니다. 조용한 곳에서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
김원국은 잠시 동안 입을 다물고 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알았다. 너 지금 어디냐
"밖에서 걸고 있습니다. 공중전화 박스에서요."
그의 말소리는 초조하게 들렸다.
"급하다고는‥‥‥ 그것보다 형님께 꼭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요."
"좋다, 내가 나가지."
"형님, 저, 비곁한 놈 아닙니다. 알고 계시지요? 절 믿으십시오."
"알고 있다. "
"애들 데리고 나오셔도 됩니다만 절 만난다는 것은 비밀로 해주십시오."
"걱정 안 해도 돼."
수화기를 내려놓고 김원국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계를 바라보고
난 그는 일어딘다.
교외에 있는 매운탕집이었다.
이동수와 오함마만을 데리고 온 김원국은 그들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안으로 들어싫다. 오후 4시여서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흥성철 흔자서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를 보자 흥성철이 벌떡 일어서더니 허리를 굽켰다.
초조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형님, 그 동안 걱정 끼쳐드렸습니다. "
자리에 앉자 그가 말했다.
"할 수 없지. 그런데 웬일이냐
김원국이 곧바로 물었다.
"망설였습니다. 이 사장님을 배신하는 게 아닌가 하고.
어차피 지금은 그런 입장이 되었습니다만,"
그는 말 꺼내기가 거북한 모양이었다.
김원국은 말없이 기다렸다.
"이 사장님은 전번 사건 이후로 저를 부르시지도 않고,
그래서 제가 분김에 이러는 것은 절대로 아님니다.
어린애처럼 그런 것 가지고 둥을 돌리지는 않습니다. "
"제 나름대로 충고도 해드렸습니다. 그렇지만 힘이 부족했습니다.
이젠 영산이까지 그렇게 되었는데 형님은‥‥‥‥
"이젠 일본애들한테 의지하고 계셔서, 형님꼐 의논을 드리려고 온 것입니다. "
"가네무라 말이냐
"네, 오카다하고 말입니다. "
"알고 있다. "
"허지만 그놈들한테 여자를 팔아 버리는 것이 문젭니다.
벌써 150명이 넘게 보냈습니다.
이번 달에도 20명 가깝게 보낼 예정이구요."
"요즘 업소들이 불황이라 여자들 고르기가 쉽습니다.
허지만 그저 일하러 간다면 팬참진만 가네무라한테 보내는 건 다릅니다. "
김원국은 눈을 크게 줬다.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듣고 나자 놀란 것이다.
"포주한테 잡힌 애들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몸을 팔아도, 팅을 받아도 돈은 모두 가네무라 조직에서 가져가 버립니다.
나을 수도 없습니다.
몸이 걸레가 돼야 들아내는데 일 년이 지났어도 돌아왔다는 애를 보지 못했습니다. "
"나쁜 놈들."
김원국이 중얼거렸다.
"전번에 제가 이 사장 따라서 일본갔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가네무라가 초대해서 그의 조직이 운영하는 업소에 들어값다가 한 아가씨에게서 들은 것입니다. "
"오카다는 여기에서도 별도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
"별도 조직? 너희들이 아니고?"
"네, 오카다가 부산이나 이곳저곳에서 모은 애들입니다.
그놈들이 만철이를 습격한 것입니다. "
김원국은 머리를 끄덕였다.
"애들 모집이나 일본으로 보내는 것은 너희가 하고 있지?"
"네, 이 사장이 이제는 직접 합니다.
전에는 영산이와 같이 했지만 요.
오카다의 부하들은 보내기 전에 확인하고 보호합니다. "
"알았다. 고맙다. 넌 당분간 그대로 거기에 있거라.수습되는 대로 널 찾겠다. "
김원국이 말하자 흥성철은 머리를 저었다.
"이 사장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은 제 책임입니다.
제 힘으로 안되니까 형님께 말씀드린 것이지요.
이 사장이 여자들을 그런 방법으로 보끈지만 않았다면 형님을 만나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놈한테 여자를 그렇게 괄아넘긴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철.랍니다, 형님."
김원국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라. 나라도 너하고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
흥성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함마는 김원국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자 불안했다.
들어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문 앞에서만 어정거렸다.
김원국이 문을 열고 나왔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는 말없이 차에 올랐다-
"가자, 회사로."
그의 얼굴을 살핀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김원국은 입을 열지 않았다.
"차 드실래요?"
정재회가 다가와 물었다.
분홍빛 잠옷 차림의 정재회는 그의 시선을 받고 살짝 웃었다.
잠옷 밑으로 그녀의 몸이 보였다.
이철주는 찻잔을 받아 탁자 위에 놓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녀를 무를 위에 랄히고 이철주는 그녀의 은밀한 곳을 더듬었다.
몸을 비틀어 그의 손을 피하려는 듯하던 정재희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껴안았다.
"'금성'을 백 사장이 인수하겠다구 해요?"
헐떡이며 그녀가 물었다.
간간이 신음소리를 내및고 있었다.
"며칠 후에 알려 주겠다는군."
열중한 이철주가 말했다.
'금성'은 이철주가 소유한 룸살롱 중의 하나였다.
물론 가네무라의 자본이 50퍼센트 들어갔다.
오카다가 며칠 전에 가네무라의 지시라면서 '금성'을 정리하자고 한 것이다.
4억을 들였으므로 백광남에게 6억 5천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재희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길게 비명을 질렸다.
집에는 그들 둘밖에 없었다.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이철주는 그녀에게서 손을 떼었다.
현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누구야끈
밖에서 무어라고 하는 모양이었으나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인터폰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저 왔어요."
데리고 있는 '귀빈' 종업원이었다.
투덜거리면서 이철주가 일어났다.
정재희가 현관의 삼중 자물쇠를 풀었다.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던 정재희는 바괄에서 왈칵 문을 잡아 당기는 바람에
깜짝 놀라 손을 떼었다.
집에 같이 있는 영회가 곤두박질하면서 현관에 떼밀려 엎어졌다.
뒤를 따라 사내들 셋이서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아아악!"
뒤늦게 정재희가 비명을 드높게 질러했다.
이철주는 문이 열릴 때부터 일어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멍청히 서 있던 그는 벽에 걸린 일본도를 서둘러 떼내어 칼을 뽑아 들었다.
하얀 칼날이 번책였다.
"이 새끼들, 누론 단칼에 필러 죽일 테다. "
그는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3명은 벌써 좌우로 벌려 서 있었다.
좌측에 섰던 낯익은 사내가 현관 옆에 놓인 진열장에서 큼직한 수석을
한 손으로 집어 들더니 그에게 냅다 던졌다.
그의 어깨를 스치고 수석은 텔레비전을 맞켰다.
펑 소리와 함께 텔레비전이 부서졌다.
다시 옆에서 날아온 큼직한 화분을 이철주는 피하지 못했다.
화분이 어깨에 맞아 흙과 모래가 얼굴에 덮어 책워겼다.
수석 하나가 다시 날아와 그의 가습을 때리자
그는 엉덩방아를 렇고 소파 위에 넘어졌다가 뒤로 나◎굴었다.
사내 한 명이 정재희의 량을 후려갈겼다.
눈에서 불이 번책거린 정재희는 공포에 사로잡혀 입을 다물었다.
영희라는 아가씨는 현관 옆에 쪼그리고 랄아 떨고 있었다.
사내가 이철주의 손을 합아 칼을 때앗고는 그의 앞에서 취둘러 보았다.
"내가 젤러 죽일까?"
눈에서 모래가 빠져나가지 않아 눈물을 흘리며 이철주는 눈을 비讀 다.
"이 새끼들, 여기가 어딘줄 알고? 내 끝까지 네놈들을 찾아서 간을 꺼내 덕을 거다. "
낄낄대며 사내들이 웃었다. 사내 둘이서 정재회와 아가씨를 묶어 웅
접실 구석에 던져 놓았다. 정재회는 잠옷이 밀려 올라가 팬티까지 모두 보였다.
한 사내가 전화기를 집어 들고 연락을 하는지 잠판 소곤댄 다음 수
화기를 내려놓았다. 두 손목을 묶인 이철주는 소파에 앉아 그들을 바
라보았다. 이제 눈이 제대로 보였고 진정이 되었다.
그중 한 명은 오함마였다.
그러자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물려왔다.
그는 현관 쪽을 힐끗거렸다.
"왜? 애들 들어오는 것 기다려? 기대하지 마. 걔들은 안 와,"
잠시 후에 초인종 소리가 났다.
이철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 하였으나 옆의 사내에게 어깨를 눌려 주저앉았다.
"누구요?"
문 앞에 다가간 사내가 물었다.
"나다. "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김원국을 보고 이철주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구석에 묶여 있는 정재희와 아가씨를 보고 말했다.
"여자들을 방으로 데리고 가거라,"
사내 2명이 그녀들을 번책 쳐들고 안방으로 사라졌다.
"아니, 김 사장, 도대체 이게 무슨 첫이오?"
이철주가 발을 꺼했다.
"말로 할 수도 있지 않소? 무슨 영문인지나 들읍시다. "
이철주는 점점 목소리를 높였다.
김원국은 잠자코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머리칼은 헝크러져 있었고 얼굴과 머리에는 흙부스러기들이 및여 있었다.
파자마의 단추 2개가 떨어좌나가 배꼽이 드러나 보였다.
그의 앞에 앉은 이철주는 빨랫줄에 묶인 손목이 아픈지 팔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당분간 당신은 내가 잡아 두겠어."
김원국이 말했다.
"워라구? 당신이 무슨 권리로?"
이철주가 소리쳤다.
"당신은 그럼 무슨 권리로 여자들을 일본에다 팔아먹나?
그리고 또 우리에게‥‥‥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지."
김원국은 그를 美아보았다.
"비열하게 이 지경이 되어가지고 부끄럽게 행동하지 마시오.
이 사장, 애들한테 부」1러운 줄 아시오."
이철주는 이를 악물고 잠자코 있었다.
"당신은 인신매매에, 납치,여러 가지 죄가 많아. 청부살인 같은 건 때고도 말이야."
"일본놈 기다리나? 그것 안됐군. 오카다를 잡으러 갔더니 그놈은
옷도 입지 못하고 튀었더군.제몸만 쪽 빠져서 말이야.데리고 있었던
놈들은 모두 잡아 놓았지. 모두 술술 불더구만, 당신이 여자 팔아먹은 것을 말이야."
이철주는 둥을 타고 차디찬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졌다.
"그래서 내가 잡아두겠어.그리고 내 계획대로 정리한다음 조처할
예정이야.순순히 따르도록 해. 아예 이 세상에서 없어지기 전에 말이야. "
"죽으면 제사라도 지내게 몸은 남아 있어야 할 것 아냐
이철주는 묶인 두 손을 들어 이마의 땀을 훔쳤다.
김원국은 둘러선 오함마와 이동수 등을 바라보았다.
"자, 이 사람들 데리고 나가게 준비해라.
짐들을 꾸리고 안에 정리도즘 해놔. 차는 준비되었겠지?"
그들이 분주히 서두르는 동안 김원국과 이철주는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어디로 날 데려가는 거요?"
이철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당신을 팔아먹지는 않소."
김원국이 싸늘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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