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둔 속의 기다림 ◑
서둘러 부산으로 내려온 박재팔은 민성일과 부하들에게서 보고를 들었다.
당장에 최충식을 때려잡고 싶었으나 우선 오카다가 묵고 있는 관장호텔에 들렀다.
박재팔의 이야기를 듣고 난 오카다는 잠시 입을 열지 않았다.
"자동차 타이어들을 ◎어 놓았단 말이오?"
한참 후에 오카다가 물었다.
"그렇소. 놈들의 짓이오."
"박 사장, 서울의 김원국하고 최충식이 잘 아는 사이요?"
"아니, 그들은 서로 관계가 없소. 잘 모를 거요."
오카다는 박재팔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내버려둘 수 없소. 당장에 처치할 작정이오."
"잠판, 박 사장, 기다리시오."
"월 기다리란 말이오?"
박재팔은 벌컥 성을 내었다. 부하들도 모두 대기시켜 놓고 있다.
박재팔의 이야기를 듣고 난 오카다는 잠시 입을 열지 않았다.
"자동차 타이어들을 ◎어 놓았단 말이오?"
한참 후에 오카다가 물었다.
"그렇소. 놈들의 짓이오."
"박 사장, 서울의 김원국하고 최충식이 잘 아는 사이요?"
"아니, 그들은 서로 관계가 없소. 잘 모를 거요."
오카다는 박재팔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내버려둘 수 없소. 당장에 처치할 작정이오."
"잠판, 박 사장, 기다리시오."
"월 기다리란 말이오?"
박재팔은 벌컥 성을 내었다. 부하들도 모두 대기시켜 놓고 있다.
그들은 업소들과 주변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박 사장, 어떻게 하겠다는 거인"
침착한 표정으로 오카다가 물었다.
"최충식이를 병신을 만들든가 아에 죽여버리겠소.
"박 사장, 어떻게 하겠다는 거인"
침착한 표정으로 오카다가 물었다.
"최충식이를 병신을 만들든가 아에 죽여버리겠소.
그리고 이 기회에 그놈들을 곽 쓸어 버리겠소."
"허, 참."
오카다는 어이없다는 듯 풀석 웃었다.
"왜 웃는 거요? 내가 우습게 보이시오?"
박재팔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허, 참."
오카다는 어이없다는 듯 풀석 웃었다.
"왜 웃는 거요? 내가 우습게 보이시오?"
박재팔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네모난 얼굴애서 갈색의 두 눈이 오카다를 美아보았다.
비록 일본돈을 들여 업소들을 세웠지만 자신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번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비록 일본돈을 들여 업소들을 세웠지만 자신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번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자신의 능력을 오카다가 하찰게 보는 것 같아 부아가 났다.
"나는 박 사장이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라곤 생각지 않소."
냉정한 표정의 오카다가 말했다.
"놈들은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상관없어."
"그리고 지금은 공공연하게 전쟁블 벌일 시기가 아니오."
"이제 며칠 후면, 아니 오늘 내일 사이에 경찰서와 구청이나
"나는 박 사장이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라곤 생각지 않소."
냉정한 표정의 오카다가 말했다.
"놈들은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상관없어."
"그리고 지금은 공공연하게 전쟁블 벌일 시기가 아니오."
"이제 며칠 후면, 아니 오늘 내일 사이에 경찰서와 구청이나
관련기관에서 조사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
박재팔은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 더 높은 선에도 진정을 해툴았을 확률이 있소.
박재팔은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 더 높은 선에도 진정을 해툴았을 확률이 있소.
우리가 서울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말이오."
"이런 때에 최충식이를 공격한다면 그야말로 그들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브.
그들은 기다릴 것이오. 긴밀하게 경찰과 연락하면서 말이오."
박재팔은 어금니를 물었다.
박재팔은 어금니를 물었다.
오카다를 노려보았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가 서울에서 한 짓을 똑같이 최충식이가 한다면 김원국과 최충
식이 손을 잡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
"그럴 리가 없소."
박재팔이 말했으나 그의 말소리에는 풀이 죽어 있었다.
"잠시 기다려 봅시다. 이제 박 사장이 부산에 내려왔으니까 최충식
이는 얼씬대지 않을 거요."
오카다가 달래듯 말했다. 박재팔은 대꾸를 하지 않코 자리에서 일어
딘다. 며칠만 기다려 보기로 마음을 정한 것이다.
박재팔이 당장에 쳐들어갈 듯하다가 잠자코 있자 부하들은 어리둥
절한 모양이었다.
"형님, 저 새끼들을 내버려 둘 작정입니까?"
저녁 무렵에 민성일이 찾아와 물었다.
"놔둬라, 며칠만 기다려 보자, 내가 내려온 후에는 별일 없었지?"
"네, 그야 그렇지만요‥‥‥‥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박재팔을 보고 난 후 방을 나갔다.
그 다음날부터 구청과 보건소에서 검사가 나와 업소들은 비상이 걸
렸다. 박재팔은 가습이 뜨끔하였다. 관청을 찾아가 항의를 해보았으나
이번에는 골치아프다는 대답이었다. 그들의 선에서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박재팔은 주변을 수습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직접 운
영을 해오고 있었으므로 피해가 바로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최충식에
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강만철은 최충식의 전화를 받았다. 하루
에도 두어 차례씩 최충식이 상황을 알려 주고 있었다.
"인자 구청하고 보건소에서 검사가 나와 있는 기라요. 세무서에다가
도 진정서를 됐으니까 거기서도 움직일 낍니더."
최충식의 말은 활기가 넘쳤다.
"박재팔이는 움직이지 않나?"
"그 새편 자라새끼처럼 모가지를 잔뜩 움츠리고 있는 기라요."
"지가 요즘 체면을 세우고 있지 않능교?아들이 기운이 펄펄 나 있습니더 "
"조심해, 긴장하고 있으란 말이야."
"압니더, 준비는 다 해놓고 있습니더."
서울에서 농간을 부렸던 것이 박재팔이었다는 것이 확실해겼다. 최
충식이 부산을 흔들어대자 서울의 소동이 잠잠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
직도 경찰들이 오락가락하고 관청에서 귀찰게 하고 있었으나 어편지
맥이 빠져 있었다. 뒤에서 독촉하고 충동질하는 세력들이 주의를 소흘
히 하고 있는 탓일 것이다. 그러나 한번 떨어진 매상을 다시 치솟게 하
는 데는 2배의 노력도 모자랐다. 업소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백광남과 이철주는 호텔 지하에 있는 일식집에 마주 앉아 있었다.
아직 오후 3시랄에 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우리가 서울에서 한 짓을 똑같이 최충식이가 한다면 김원국과 최충
식이 손을 잡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
"그럴 리가 없소."
박재팔이 말했으나 그의 말소리에는 풀이 죽어 있었다.
"잠시 기다려 봅시다. 이제 박 사장이 부산에 내려왔으니까 최충식
이는 얼씬대지 않을 거요."
오카다가 달래듯 말했다. 박재팔은 대꾸를 하지 않코 자리에서 일어
딘다. 며칠만 기다려 보기로 마음을 정한 것이다.
박재팔이 당장에 쳐들어갈 듯하다가 잠자코 있자 부하들은 어리둥
절한 모양이었다.
"형님, 저 새끼들을 내버려 둘 작정입니까?"
저녁 무렵에 민성일이 찾아와 물었다.
"놔둬라, 며칠만 기다려 보자, 내가 내려온 후에는 별일 없었지?"
"네, 그야 그렇지만요‥‥‥‥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박재팔을 보고 난 후 방을 나갔다.
그 다음날부터 구청과 보건소에서 검사가 나와 업소들은 비상이 걸
렸다. 박재팔은 가습이 뜨끔하였다. 관청을 찾아가 항의를 해보았으나
이번에는 골치아프다는 대답이었다. 그들의 선에서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박재팔은 주변을 수습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직접 운
영을 해오고 있었으므로 피해가 바로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최충식에
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강만철은 최충식의 전화를 받았다. 하루
에도 두어 차례씩 최충식이 상황을 알려 주고 있었다.
"인자 구청하고 보건소에서 검사가 나와 있는 기라요. 세무서에다가
도 진정서를 됐으니까 거기서도 움직일 낍니더."
최충식의 말은 활기가 넘쳤다.
"박재팔이는 움직이지 않나?"
"그 새편 자라새끼처럼 모가지를 잔뜩 움츠리고 있는 기라요."
"지가 요즘 체면을 세우고 있지 않능교?아들이 기운이 펄펄 나 있습니더 "
"조심해, 긴장하고 있으란 말이야."
"압니더, 준비는 다 해놓고 있습니더."
서울에서 농간을 부렸던 것이 박재팔이었다는 것이 확실해겼다. 최
충식이 부산을 흔들어대자 서울의 소동이 잠잠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
직도 경찰들이 오락가락하고 관청에서 귀찰게 하고 있었으나 어편지
맥이 빠져 있었다. 뒤에서 독촉하고 충동질하는 세력들이 주의를 소흘
히 하고 있는 탓일 것이다. 그러나 한번 떨어진 매상을 다시 치솟게 하
는 데는 2배의 노력도 모자랐다. 업소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백광남과 이철주는 호텔 지하에 있는 일식집에 마주 앉아 있었다.
아직 오후 3시랄에 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반주로 정종을 마시다가 아예 술자리를 벌인 것이다.
"내가 알아보니까 대지하고 건물, 기계 합하면 20억은 가겠더군."
이철주가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23,4억은 갈 거요.
"내가 알아보니까 대지하고 건물, 기계 합하면 20억은 가겠더군."
이철주가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23,4억은 갈 거요.
대지가 16억은 되고, 건물하고 기계값을 합하면 6, 7억은 돼요."
백광남이 정색출 하말했다. 이철주는 원 사장에게서 공장의 명의
이전 서류를 받아냈다. 당장에 당좌수표를 돌리겠다는 협박에 원 사장
은 할 수 없이 내주었던 것이다.
"그 사람 참 답답한 사람이야. 그렇게 기를 쓰고 공장을 가동시키면
금가루가 쓴아지는 줄 아는 모양이지."
백광남이 답답한 듯 말했다.
"글째, 은행을 구슬려도 3, 4억은 더 받아낼 수가 있었을 델데 말요. "
이철주도 딱한 듯 거들었다.
"그건 안 된다고 합디다. 금움이 연체가 되어서 대출은 꿈도 못 꾼다
고 하더구먼."
"아, 그럼 팔아 버리지 왜 그럴까? 멍청한 작자 같으니, "
"팔아 버릴 바에야 어디 나한데 돈 빌렸겠소?"
이철주는 그도 그렇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둘이는 흐웃하였다.
이제 2개월 후에는 그 공장이 자기들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2개월간
당좌 돌리는 것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공장의 명의 이전을 하였다. 2개
월 후에 원 사장이 3억을 갚지 못하면 그 공장을 처분해도 되는 것이
다. 원 사장으로서는 은행빛이 10억이나 있으므로 이판사판이기도 했다.
백광남의 입장으로 보면 은행빛 10억을 갚고 3억 빌려 준 돈을 제하
더라도20억에 공장을 처분하면 단숨에 7억이 남는 것이다. 명의 이전
은 이철주 앞으로 했으므로 뒤가 거북하지도 않았다.
"백 사장, 까짓 그 공장 당장에라도 처분할 수 있지 않겠소?
이전 서류를 받아냈다. 당장에 당좌수표를 돌리겠다는 협박에 원 사장
은 할 수 없이 내주었던 것이다.
"그 사람 참 답답한 사람이야. 그렇게 기를 쓰고 공장을 가동시키면
금가루가 쓴아지는 줄 아는 모양이지."
백광남이 답답한 듯 말했다.
"글째, 은행을 구슬려도 3, 4억은 더 받아낼 수가 있었을 델데 말요. "
이철주도 딱한 듯 거들었다.
"그건 안 된다고 합디다. 금움이 연체가 되어서 대출은 꿈도 못 꾼다
고 하더구먼."
"아, 그럼 팔아 버리지 왜 그럴까? 멍청한 작자 같으니, "
"팔아 버릴 바에야 어디 나한데 돈 빌렸겠소?"
이철주는 그도 그렇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둘이는 흐웃하였다.
이제 2개월 후에는 그 공장이 자기들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2개월간
당좌 돌리는 것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공장의 명의 이전을 하였다. 2개
월 후에 원 사장이 3억을 갚지 못하면 그 공장을 처분해도 되는 것이
다. 원 사장으로서는 은행빛이 10억이나 있으므로 이판사판이기도 했다.
백광남의 입장으로 보면 은행빛 10억을 갚고 3억 빌려 준 돈을 제하
더라도20억에 공장을 처분하면 단숨에 7억이 남는 것이다. 명의 이전
은 이철주 앞으로 했으므로 뒤가 거북하지도 않았다.
"백 사장, 까짓 그 공장 당장에라도 처분할 수 있지 않겠소?
내 명의로 되어 있으니까 말이오."
이철주가 말했다.
"패, 돈이 급하시오?"
"아니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2개월이나 기다릴 필요가 있느냐는 거요."
"그야 그렇지만 내 생각은 그 사람이 2개월이 아니라 2년이 지나도 돈은 못 갚아요.
이철주가 말했다.
"패, 돈이 급하시오?"
"아니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2개월이나 기다릴 필요가 있느냐는 거요."
"그야 그렇지만 내 생각은 그 사람이 2개월이 아니라 2년이 지나도 돈은 못 갚아요.
그러니까 기다려 봐서 그쪽에서 저절로 손을 털게 합시다. "
백광남이 안주를 뒤적이며 말했다.
"만일에 원 사장이 어디서 3억을 빌려 와서 우리에게 주면서 명의
이전을 다시 하자고 하면 어떡하라구?"
이철주가 묻자 백광남이 피식 웃었다.
"아 그래서 내가 이 사장을 끌어들인 것 아뇨?"
이철주도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어줬든 서두르기는 해야겠군, 그 말을 들으니‥‥‥‥
백광남이 흔잣소리처럼 말했다.
"요즘은 업소들 가격이 많이 내려 갔지요?"
백광남이 물었다.
김길호의 사건 이후로 강남의 유흥업소들은 불황에서 혜어나지 못
하고 있었다. 한번 발길을 돌린 손넘들은 즘체로 예전처럼 흥청거리지 않았다.
"두어 개 큼직큼직한 업소가 부동산이나 이쪽저쪽에다 이야기를 시
작한 모양입디다. 조금 더 기다리면 더 나을 거요."
"'블루스타'는 어떻습니까른
"왜 백 사장은 그곳이 마음에 드시오?하긴 그렇지,서울에서 제일
이니까. 허지만 그곳 민 사장이 아직 그럴 마음은 없는가 봅디다. 김원
국이가 도와 주기도 하는 모양이고."
"김원국이가 도와 줘요? 월로?"
"자금도 지원해 주고, 외상으로 공급도 해주는 모양이오."
"제까짓 것들이 기를 써 보라지."
이철주가 말했다.
"저희들이 기를 써 봐도 우리가술 한잔먹으면서 거래하는 것 발끝
에라도 오겠소? 그렇지 않소, 백 사장?"
백광남은 따라 웃었다.
"그런데 이 사장, 가네무라 씨는 요즘 통 보이지 않으니 원일입니까?"
"이제 곧 올 거요. 냐하고 일도 있고 하니까‥‥‥‥
백광남은 그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입을 다물었다. 이철주는
모르고 있지만 가네무라와 같이 영동의 유흥업소들을 사들이기로 협
의를 했던 것이다. 이철주 역시 가네무라의 자금 지원을 받아 업소를
구입하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나, 백광남과 가네무라가 추진하는 일
은 불황일 때 업소들을 싸게 사서 비싸게 넘기는 장사였다. 오카다와
몇 번 만나 그들만의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철주
의 일에 신경을 써 주느라 가네무라는 바뿐 모양이었다.
"불황이라 여자들은 풍년이야."
이철주가 술잔을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다.
"그렇겠구먼."
백광남이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이철주의 한강상사에서
일본으로 여자들을 내보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그 문제로 가네무라의 잔소리를 안 들어서 좋군."
이철주가 흔잣소리처럼 말했다. 업소들이 불황이라 인력이 남아돌
았다. 그래서 이딘 달초에는 일본에 30여 명을보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좋은 것 있으면 하나 보내시오."
백광남이 술을 따라 주며 말하자 이철주가 웃었다.
"암, 그래야죠. 내가 밝장을 가졌는데."
"형님, 서울의 김 사장넘이 오딘습니다. "
김칠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들어와 말했다.
"첫이? 김 사장? 김원국 사장 말이냐
박종무는 놀란 듯 묻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밤 피시가 되어 있었다.
"들어오시라고 해."
얼떨결에 그렇게 말하고는 분주히 머리를 굴려 그가 갑작스레 연락
도 없이 찾아온 이유를 생각해 보았으나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거 밤 늦게 미안합니다. "
김원국이 들어오며 말했다. 그의 뒤를 강만철과 조웅남이 따르고 있었다.
"아니 김 사장, 갑자기 무슨 일로‥‥‥‥
박종무는 서두르듯 그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김칠성이 주춤대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어, 자네도 이리 와 앉지. 자네도 들어야 할 이야기니까,"
김원국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칠성이가 형님의 오른팔이지요?"
학종무를 보며 김원국이 물었다.
"허, 그야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박종무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한 모양이었다.
김칠성까지 자리에 앉았다.
"이제 서울로 나오시지요. 우리가 밀어 드리겠습니다. "
김원국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서울로 말인가? 어떻게?"
박종무가 궁금한 것을 단숨에 물었다. 김원국이 강만철을 바라보았다.
"인력 공급회사를 세우시라는 말씀입니다. "
"첫이? 우리가?"
놀란 그는 김원국을 바라보았으나 그는 잠자코 있었다.
"저희들이 밀어 드리겠습니다. 우선 저희 업소에 출연할 예정인 사
람들을 새로 설립할 회사를 통해 계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차총
저쪽과 계약한 사람들을 끌어오는 겁니다. 그것은 어립지 않습니다. "
박증무는 강만철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고 있었으나 굳어진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이제 우리들은 새로 설립하는 회사와만 계약할 작정입니다. "
박종무는 머리를 끄덕이고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욕심과 불안이 뒤
섞인 묘한 표정이었다.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으나 이맛살은 잔뜩 좁혀져 있었다.
"한강상사는 우리한데 랄기세요."
김원국이 입을 열었다. 그는 박종무가 무엇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쪽에 대한 방패 역할은 우리가 해낼 작정입니다. 어차피 그쪽도
이 일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
"동생이 그렇게만 해준다딴‥‥‥
박종무의 욕심이 불안감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는 이철주와 이제까지의 의리라든가 친분 같은 것은 조금도 염두
에 두지 않았다. 템혹하고 잔인한 그가 보복하지 않을까가두려운 것이다.
"물론 우리 제일상사에서 그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력 공급
관계에까지 손을 대고 싶지 않고, 이러한 일들은 서로 적절하게 분배
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
"잘 알았네. 한번 해보겠네."
박종무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제 서울로 입성을 한다고 생각하자
가습이 뛰었다. 그리고 인력 공급이야말로 밑천 들이지 않곤 메돈을
청기는 장사인 것이다. 그래서 고병길의 조직이 조웅남에 분쇄되었
을 때 서둘러 김칠성을 보내어 잔당들을 수슘하려 해보기도 했었다.
"앞으로 여기 만철이 하고 웅남이가 도와 드릴 겁니다. "
박종무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조웅남의 러르는 듯한 시선을 받자 그
는 머리를 돌렸다.
"그럼 이 사장 아니, 이철주와는‥‥‥?"
"이젠 손을 끊을 시기가 되었습니다 "
김원국이 차갑게 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 사람을 이제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가 없습니다. "
"아니, 그러면?"
박종무의 얼굴이 다시 긴장되었다. 김원국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그렇다고 당장에 어떻게 한다는 것은 아넘니다. 차흡 그 사람도 알
게 될 것이고 어떻fl 나오는가를 볼 작정입니다. "
"그 사람이 잠자코 있겠는가?"
박증무는 다시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癸 雲."
갑자기 조웅남이 혀를 참다. 박종무가 그에게로 머리를 돌리자 조웅
남은 얼굴을 정그린 채 딴전을 피우고 있었다.
"그렇군, 여기 웅남이에게 맡기면 되겠군요. 이철주와는 아예 상극
이니까. "
김원국이 웃으며 말했다.
반도실업이 설립된 것은 그날 밤 그들이 만난 지 열흘이 지나서였
다. 박종무 성격도 급한 편이어서 한번 마음을 정하자 밤낮없이 밀
어붙였다. 김칠성은 관리부장이 되었다. 그는 매일 강만철과 조웅남을
만나 일의 협조를 받고 있었다. 개업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반
도실업은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들과 계약하려는 출연자들이 속속 밀
려들었다. 제일상사에서 적극적으로 밀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원
국은 다시 산장에 내려와 있었다. 이철주측으로부터는 아직 아무런 반
응이 없었다. 한두 명씩 출연자들이 빠져나갈 터인데도 두드러진 행동
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원국은 그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고 믿었다. 곤두박질쳐서 떨어진 업소들의 경기는좀체로 회복되지 않
고 있었다. 일부 업소들은 견디다 못해 팔아치우려 하고 있었다. 김원
국은 최충식에게서 박재괄이 서울에 있다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
었다. 박재팔과 이철주가 같이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
선 김원국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후의 헛살이 낮게 호수와 곽씨 집
의 지붕에 내려랄아 있었다. 곽씨 집 마당에서 서너 명의 사내들이 배
구공을 가지고 토스를 하고 있었다. 강만철이 경호를 보강시킨 모양이었다.
"뭐라구? 이 새끼들이 정말 맛을 덜 봤구먼."
구영산이 고함을질렀다. 그의 앞에는 남자댄서 5명이 모여 서 있었다
"야 이 새끼들아, 너희들이 누구 덕에 이렇게 켰는지 잊어버렸어?
을챙이 적 생각을 못해?너희들 동네에서 놀다가 여기 이쪽 업소에 내
보내 준 게 누구이? 응? 말을 해봐, 임마!"
"그런데 다음번 계약을 안 하긴직 내가 너희들 속셈을 모를 줄
일씩 너희들 반도실업인가 지랄인가에 가서 붙을려고 그러지?"
"아녜요, 우린 프리로 뛸랍니다. "
그중 곱슬머리인 청년이 말했다. 모두들 20대 초반의 얼굴들이었다.
"프리? 이 새끼가 누굴 병신으로 아나?"
구영산은 다가가 그의 량을 후려갈겼다. 볼을 싸쥐고 그는 한걸음
물러났다. 이철주는 그 소동을 사장실에서 듣고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구 부장, 잠판 이리 들어와."
그가 말하자 씩씩거리며 구영산이 다가왔다.
"사람들 있는 데서 손찌검 하지 마. 데리고 나가서 이야기하라구."
말뜻을 알아차린 구영산은 다시 몸을 돌렸다.
박재팔이 부산에 일이 생겼다고 서둘러 내려갈 때만 해도 이철주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10여 일 전 박종무가 서울
에 반도실업을 차리고 대놓고 그에게 맞서자 이철주는 정신이 번책 들
었다. 박종무에 대해서는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그가 자력으로 그렇
게 할 사람이 못 되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원국이 이제는 정면
으로 그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정면으로 부딪쳐서
승산은 없었다. 수적으로는 그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질적인 면
에서는 크게 다르다. 그놈들은 한놈 한놈이 보스급이었다. 김원국이 사
람 보는 눈이 있어서인지 모른다.
이철주는 가네무라에게 전화를 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지원해
주는 세력이 하나라도 더 있을수록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여자공급
문제에 있어서도 박종무가 김원국의 세력을 업고 기반을 굳힌다면 가
네무라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가네무라는 이철주의 전화를 받고는 곧
오겠다고 하였다. 오카다는 부산에 도착해서 박재팔과 같이 있는 모양
이었다. 그는 박재팔에게 직접 전화하여 다시 부탁하기가 싫어서 오카
다라도 빨리 서울에 와주기를 기다렀다. 홍성철이 방에 들어왔다.
"형님, 영산이가 애들 지하실로 끌고 가던데 무슨 일입니까?"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인지라 그에게 물었다.
"음, 애들 버릇을 가르쳐 주려고 그러는 모양이야."
이철주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홍성철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으나 입
을 열지는 않았다. 그가 김원국에게 납치당했다가 풀려난 후로 이철주
는 차층 그를 중요한 일에서 제외시켰다. 지난달에는 영업관리를 구영
산에게 맡기고 흥성철은 그를 보좌하는 역할만 맡겼다. 박재팔을 불러
들인 일이라든가 가네무라와의 만남에는 될 수 있는 한 홍성철을 참석
시키지 않았다. 그것을 흥성철이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이 겉돌고 있
다는 것을 알면서도 홍성철은 내색하지 않고 맡은 일을 묵묵히 처리했
다. 이철주는 그것이 더욱 의심스러웠다. 이제는 하루종일 그를 찾지
않는 때도 있었다. 전에는 변소 가는 시간만 빼고는 늘 같이 있었던 것
이다.
"형님, 우격다짐으로 하면 안 됩니다. 달래서 우리에게 협조하도록
해야 합니다. "
흥성철이 입을 열었다. 이철주는 앉아서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
"당분간은 우리가 참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계약조건을 조금 더 좋
게 해주면서‥‥‥‥
"그만, 알았다. "
이철주는 그의 말을 잘랐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았다. 나가 봐."
"형님, 이건 형님을 위해서 말씀드리는 곁니다. "
"글째, 알았다니까!"
이철주가 버럭 소리를 질렸다. 흥성철은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서 있
더니 몸을 돌려 나갔다. 그가 나간 방문을 美아보며 이철주는 생각했
다. 잠자코 있으면서 병신 취급을 당하면 오히려 애들이 우습게 보면
서 무더기로 빠져나갈 것이다. 새로운 계약은 아애 생각지도 못할 일
이다. 더욱이 가네무라가 가만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실권이 없어진다
면 그가 투자한 금액을 내놓으라고 할지도 모른다. 박종무에게 그 노
다지를 캐는 여자송출사업을 맡길 수도 있는 것이다. 불안해진 이철주
는 방안을 서성거렸다.
"오카다 이 자식은 부산에 있다면서 왜 안 오는 거야
참다못한 그가 중얼거렸다.
밖에 나갔던 장민애가 들어왔다. 두 볼이 빨갛게 되어 있었다. 그녀
는 곽씨 아줌마와 친해져서 자주 아래로 내려가서 놀다 오곤 하는 모
양이었다. 그녀가 산장에 온 지 딘새가 되었다. 다음날 떠날 줄 알았던
장민애는 점심때가 되자 그에게 말했다.
"저 여기 있으면 안돼요?귀찰게 하지 않을게요.심부름도 하고 그
럴게요."
"나한테 빛진 것 없다. 집에 돌아가."
"싫어요."
그녀가 응석부리듯 말했다.
김원국은 그녀를 건넌방에서 자게 하고 자기는 안방에서 랐으나 집
안에 다른 사람이 한명 더 있다는사실에 안정이 되지 않았다. 응접실
에 나가 술을 한잔 마시고 싶어도 밤중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녀가 깰
까봐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10. 은둔 속의 기다림 193
그녀는 바짝 다가와 그를 올려다보았다.
"여기 있게 해주세요, 네? 여기서 책도 보고, 호수도 보고, 산속과 호
숫가를 돌아다니고 싶어요, 네?"
"넌 내가 한 말 기억나니?"
김원국이 문득 물었다.
"f1?"
장민애는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크게 였으나 이내 시선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있고 싶어?"
장민애는 머리를 저으면서 웃었다.
"그 말, 생각해 보았어요. 그리고 부끄럽지 않았어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고 거기, 사장넘이라는 걸 알았어요."
"전 건강하고 성격도 밝은 편이에요.사장넘하고 같이 있으면서 즐
겁게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딘 즐거운 것을 바라지 않아.여자한테서 무엇을 기대하지 않는다 말이야."
김원국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그녀는 그를 반히 바라보았다.
조금도 위축되어 보이지 않았다.
"있고 싶으면 있어. 그리고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떠나. 나한테 말
할 필오_도 없다. "
장민애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날 기다리지 마라. 나도 널 기다리지 않을 테니까."
"그것은 억지예요. 저한테 강요하실 수는 없어요."
"알아, 내가 그렇다는 이야기야. 그러니까 손해보지 말란 거야."
장민애는 일어서서 손을 내빌었다.
"그럼 합의했죠, 악수해요."
김원국은 昔쓸히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만철과 조웅이 와
서 그녀를 보았으나 잠자코 있었다. 여자에 대한 김원국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바활은 너무 추워요. 아저씨가 그러는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추워
질 것 같대요."
김원국은 창가의 걸상에 맞아 강만철이 가져온 장부를 보고 있었다.
"날씨가 풀리면 좋을델데‥‥‥‥
김원곡은 머리를 들었다.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는 다시 장부를
뒤적거렸다.
두 달째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매출액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
므로 대비하지 못한 업소들이 많았다. 강만철은 그가 지시한 대로 조
웅남과 함께 원가로 물품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서너 개의 업소에는
자금지원도 해주고 있었다. 타격이 심한 편인 '블루스타'에는 5천만
원을 빌려 주었다.
"커피 가져왔어요."
커피 법새가구수하게 풍기며 커피잔이 놓였다. 장민애는 그의 앞에
커피잔을 들고 앉았다. 창밖아는 나뭇가지를 흔들며 바람이 지나고 있
었다. 응접실 안은 따뜻하였고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및은 포근하
게만 느껴졌다.
김원국은 장부에 무엇인가를 적어 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장
민애는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밝았다.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평온함이
었다. 그를 밝게 하고 평온하게 하겠다는 그녀의 주장이 오히려 그로
인하여 내가 그렇게 되었나 하고 문득 생각해 보았다. 장민애는 그도
나와 같은 감정이었으면 하고 기대했다. 5일 동안 김원국은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잘 시간이 되면 그럼 잘 자거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첫날은
예전의 그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기대와 부끄러움으로 방문의 열쇠를
안에서 잠갔다가 잠시 후에 일어나 다시 풀었다. 그리고 방안에 우두
커니 서 있다가 열쇠를 다시 잠갔다. 그러고는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이
다. 김원국은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5일 동안 아무 일이 없었
던 것이다. 2, 3일 동안은 초조하고 화까지 났었으나 문득 장민애는 깨
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야기해 줄 참이었다.
"오늘 저녁은 백숙이래요."
장민애가 말했다
"응, 그래?"
김원국은 머리를 들지 않았다.
"아랫집 아저씨들은 한 사람이 2마리씩 먹는대요."
"아침에 그 무서운 아저씨가 아저씨들을 야단쳤어요. 늦잠 잔다구요."
무서운 아저씨란 아침에 다녀간 조웅남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동수 아저씨가 화가 나서 다른 아저씨들을 또 야단쳤어요."
정신이 헷갈려서 다시 장부를 보려던 김원국은 템그레 웃으면서 장
부를 덮었다.
"너, 귀찰게 않는다면서 나하고 지금 놀자고 하는 거지?"
장민애는 웃지도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공부한다면서 왜 공부는 않고?"
"이렇게. 있는 게 좋아요."
"다행이다. "
무엇인가 말할 듯하던 장민애는 커피잔을 집어 들고 일어싫다.
백광남이 안주를 뒤적이며 말했다.
"만일에 원 사장이 어디서 3억을 빌려 와서 우리에게 주면서 명의
이전을 다시 하자고 하면 어떡하라구?"
이철주가 묻자 백광남이 피식 웃었다.
"아 그래서 내가 이 사장을 끌어들인 것 아뇨?"
이철주도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어줬든 서두르기는 해야겠군, 그 말을 들으니‥‥‥‥
백광남이 흔잣소리처럼 말했다.
"요즘은 업소들 가격이 많이 내려 갔지요?"
백광남이 물었다.
김길호의 사건 이후로 강남의 유흥업소들은 불황에서 혜어나지 못
하고 있었다. 한번 발길을 돌린 손넘들은 즘체로 예전처럼 흥청거리지 않았다.
"두어 개 큼직큼직한 업소가 부동산이나 이쪽저쪽에다 이야기를 시
작한 모양입디다. 조금 더 기다리면 더 나을 거요."
"'블루스타'는 어떻습니까른
"왜 백 사장은 그곳이 마음에 드시오?하긴 그렇지,서울에서 제일
이니까. 허지만 그곳 민 사장이 아직 그럴 마음은 없는가 봅디다. 김원
국이가 도와 주기도 하는 모양이고."
"김원국이가 도와 줘요? 월로?"
"자금도 지원해 주고, 외상으로 공급도 해주는 모양이오."
"제까짓 것들이 기를 써 보라지."
이철주가 말했다.
"저희들이 기를 써 봐도 우리가술 한잔먹으면서 거래하는 것 발끝
에라도 오겠소? 그렇지 않소, 백 사장?"
백광남은 따라 웃었다.
"그런데 이 사장, 가네무라 씨는 요즘 통 보이지 않으니 원일입니까?"
"이제 곧 올 거요. 냐하고 일도 있고 하니까‥‥‥‥
백광남은 그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입을 다물었다. 이철주는
모르고 있지만 가네무라와 같이 영동의 유흥업소들을 사들이기로 협
의를 했던 것이다. 이철주 역시 가네무라의 자금 지원을 받아 업소를
구입하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나, 백광남과 가네무라가 추진하는 일
은 불황일 때 업소들을 싸게 사서 비싸게 넘기는 장사였다. 오카다와
몇 번 만나 그들만의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철주
의 일에 신경을 써 주느라 가네무라는 바뿐 모양이었다.
"불황이라 여자들은 풍년이야."
이철주가 술잔을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다.
"그렇겠구먼."
백광남이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이철주의 한강상사에서
일본으로 여자들을 내보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그 문제로 가네무라의 잔소리를 안 들어서 좋군."
이철주가 흔잣소리처럼 말했다. 업소들이 불황이라 인력이 남아돌
았다. 그래서 이딘 달초에는 일본에 30여 명을보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좋은 것 있으면 하나 보내시오."
백광남이 술을 따라 주며 말하자 이철주가 웃었다.
"암, 그래야죠. 내가 밝장을 가졌는데."
"형님, 서울의 김 사장넘이 오딘습니다. "
김칠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들어와 말했다.
"첫이? 김 사장? 김원국 사장 말이냐
박종무는 놀란 듯 묻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밤 피시가 되어 있었다.
"들어오시라고 해."
얼떨결에 그렇게 말하고는 분주히 머리를 굴려 그가 갑작스레 연락
도 없이 찾아온 이유를 생각해 보았으나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거 밤 늦게 미안합니다. "
김원국이 들어오며 말했다. 그의 뒤를 강만철과 조웅남이 따르고 있었다.
"아니 김 사장, 갑자기 무슨 일로‥‥‥‥
박종무는 서두르듯 그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김칠성이 주춤대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어, 자네도 이리 와 앉지. 자네도 들어야 할 이야기니까,"
김원국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칠성이가 형님의 오른팔이지요?"
학종무를 보며 김원국이 물었다.
"허, 그야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박종무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한 모양이었다.
김칠성까지 자리에 앉았다.
"이제 서울로 나오시지요. 우리가 밀어 드리겠습니다. "
김원국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서울로 말인가? 어떻게?"
박종무가 궁금한 것을 단숨에 물었다. 김원국이 강만철을 바라보았다.
"인력 공급회사를 세우시라는 말씀입니다. "
"첫이? 우리가?"
놀란 그는 김원국을 바라보았으나 그는 잠자코 있었다.
"저희들이 밀어 드리겠습니다. 우선 저희 업소에 출연할 예정인 사
람들을 새로 설립할 회사를 통해 계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차총
저쪽과 계약한 사람들을 끌어오는 겁니다. 그것은 어립지 않습니다. "
박증무는 강만철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고 있었으나 굳어진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이제 우리들은 새로 설립하는 회사와만 계약할 작정입니다. "
박종무는 머리를 끄덕이고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욕심과 불안이 뒤
섞인 묘한 표정이었다.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으나 이맛살은 잔뜩 좁혀져 있었다.
"한강상사는 우리한데 랄기세요."
김원국이 입을 열었다. 그는 박종무가 무엇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쪽에 대한 방패 역할은 우리가 해낼 작정입니다. 어차피 그쪽도
이 일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
"동생이 그렇게만 해준다딴‥‥‥
박종무의 욕심이 불안감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는 이철주와 이제까지의 의리라든가 친분 같은 것은 조금도 염두
에 두지 않았다. 템혹하고 잔인한 그가 보복하지 않을까가두려운 것이다.
"물론 우리 제일상사에서 그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력 공급
관계에까지 손을 대고 싶지 않고, 이러한 일들은 서로 적절하게 분배
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
"잘 알았네. 한번 해보겠네."
박종무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제 서울로 입성을 한다고 생각하자
가습이 뛰었다. 그리고 인력 공급이야말로 밑천 들이지 않곤 메돈을
청기는 장사인 것이다. 그래서 고병길의 조직이 조웅남에 분쇄되었
을 때 서둘러 김칠성을 보내어 잔당들을 수슘하려 해보기도 했었다.
"앞으로 여기 만철이 하고 웅남이가 도와 드릴 겁니다. "
박종무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조웅남의 러르는 듯한 시선을 받자 그
는 머리를 돌렸다.
"그럼 이 사장 아니, 이철주와는‥‥‥?"
"이젠 손을 끊을 시기가 되었습니다 "
김원국이 차갑게 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 사람을 이제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가 없습니다. "
"아니, 그러면?"
박종무의 얼굴이 다시 긴장되었다. 김원국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그렇다고 당장에 어떻게 한다는 것은 아넘니다. 차흡 그 사람도 알
게 될 것이고 어떻fl 나오는가를 볼 작정입니다. "
"그 사람이 잠자코 있겠는가?"
박증무는 다시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癸 雲."
갑자기 조웅남이 혀를 참다. 박종무가 그에게로 머리를 돌리자 조웅
남은 얼굴을 정그린 채 딴전을 피우고 있었다.
"그렇군, 여기 웅남이에게 맡기면 되겠군요. 이철주와는 아예 상극
이니까. "
김원국이 웃으며 말했다.
반도실업이 설립된 것은 그날 밤 그들이 만난 지 열흘이 지나서였
다. 박종무 성격도 급한 편이어서 한번 마음을 정하자 밤낮없이 밀
어붙였다. 김칠성은 관리부장이 되었다. 그는 매일 강만철과 조웅남을
만나 일의 협조를 받고 있었다. 개업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반
도실업은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들과 계약하려는 출연자들이 속속 밀
려들었다. 제일상사에서 적극적으로 밀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원
국은 다시 산장에 내려와 있었다. 이철주측으로부터는 아직 아무런 반
응이 없었다. 한두 명씩 출연자들이 빠져나갈 터인데도 두드러진 행동
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원국은 그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고 믿었다. 곤두박질쳐서 떨어진 업소들의 경기는좀체로 회복되지 않
고 있었다. 일부 업소들은 견디다 못해 팔아치우려 하고 있었다. 김원
국은 최충식에게서 박재괄이 서울에 있다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
었다. 박재팔과 이철주가 같이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
선 김원국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후의 헛살이 낮게 호수와 곽씨 집
의 지붕에 내려랄아 있었다. 곽씨 집 마당에서 서너 명의 사내들이 배
구공을 가지고 토스를 하고 있었다. 강만철이 경호를 보강시킨 모양이었다.
"뭐라구? 이 새끼들이 정말 맛을 덜 봤구먼."
구영산이 고함을질렀다. 그의 앞에는 남자댄서 5명이 모여 서 있었다
"야 이 새끼들아, 너희들이 누구 덕에 이렇게 켰는지 잊어버렸어?
을챙이 적 생각을 못해?너희들 동네에서 놀다가 여기 이쪽 업소에 내
보내 준 게 누구이? 응? 말을 해봐, 임마!"
"그런데 다음번 계약을 안 하긴직 내가 너희들 속셈을 모를 줄
일씩 너희들 반도실업인가 지랄인가에 가서 붙을려고 그러지?"
"아녜요, 우린 프리로 뛸랍니다. "
그중 곱슬머리인 청년이 말했다. 모두들 20대 초반의 얼굴들이었다.
"프리? 이 새끼가 누굴 병신으로 아나?"
구영산은 다가가 그의 량을 후려갈겼다. 볼을 싸쥐고 그는 한걸음
물러났다. 이철주는 그 소동을 사장실에서 듣고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구 부장, 잠판 이리 들어와."
그가 말하자 씩씩거리며 구영산이 다가왔다.
"사람들 있는 데서 손찌검 하지 마. 데리고 나가서 이야기하라구."
말뜻을 알아차린 구영산은 다시 몸을 돌렸다.
박재팔이 부산에 일이 생겼다고 서둘러 내려갈 때만 해도 이철주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10여 일 전 박종무가 서울
에 반도실업을 차리고 대놓고 그에게 맞서자 이철주는 정신이 번책 들
었다. 박종무에 대해서는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그가 자력으로 그렇
게 할 사람이 못 되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원국이 이제는 정면
으로 그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정면으로 부딪쳐서
승산은 없었다. 수적으로는 그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질적인 면
에서는 크게 다르다. 그놈들은 한놈 한놈이 보스급이었다. 김원국이 사
람 보는 눈이 있어서인지 모른다.
이철주는 가네무라에게 전화를 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지원해
주는 세력이 하나라도 더 있을수록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여자공급
문제에 있어서도 박종무가 김원국의 세력을 업고 기반을 굳힌다면 가
네무라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가네무라는 이철주의 전화를 받고는 곧
오겠다고 하였다. 오카다는 부산에 도착해서 박재팔과 같이 있는 모양
이었다. 그는 박재팔에게 직접 전화하여 다시 부탁하기가 싫어서 오카
다라도 빨리 서울에 와주기를 기다렀다. 홍성철이 방에 들어왔다.
"형님, 영산이가 애들 지하실로 끌고 가던데 무슨 일입니까?"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인지라 그에게 물었다.
"음, 애들 버릇을 가르쳐 주려고 그러는 모양이야."
이철주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홍성철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으나 입
을 열지는 않았다. 그가 김원국에게 납치당했다가 풀려난 후로 이철주
는 차층 그를 중요한 일에서 제외시켰다. 지난달에는 영업관리를 구영
산에게 맡기고 흥성철은 그를 보좌하는 역할만 맡겼다. 박재팔을 불러
들인 일이라든가 가네무라와의 만남에는 될 수 있는 한 홍성철을 참석
시키지 않았다. 그것을 흥성철이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이 겉돌고 있
다는 것을 알면서도 홍성철은 내색하지 않고 맡은 일을 묵묵히 처리했
다. 이철주는 그것이 더욱 의심스러웠다. 이제는 하루종일 그를 찾지
않는 때도 있었다. 전에는 변소 가는 시간만 빼고는 늘 같이 있었던 것
이다.
"형님, 우격다짐으로 하면 안 됩니다. 달래서 우리에게 협조하도록
해야 합니다. "
흥성철이 입을 열었다. 이철주는 앉아서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
"당분간은 우리가 참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계약조건을 조금 더 좋
게 해주면서‥‥‥‥
"그만, 알았다. "
이철주는 그의 말을 잘랐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았다. 나가 봐."
"형님, 이건 형님을 위해서 말씀드리는 곁니다. "
"글째, 알았다니까!"
이철주가 버럭 소리를 질렸다. 흥성철은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서 있
더니 몸을 돌려 나갔다. 그가 나간 방문을 美아보며 이철주는 생각했
다. 잠자코 있으면서 병신 취급을 당하면 오히려 애들이 우습게 보면
서 무더기로 빠져나갈 것이다. 새로운 계약은 아애 생각지도 못할 일
이다. 더욱이 가네무라가 가만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실권이 없어진다
면 그가 투자한 금액을 내놓으라고 할지도 모른다. 박종무에게 그 노
다지를 캐는 여자송출사업을 맡길 수도 있는 것이다. 불안해진 이철주
는 방안을 서성거렸다.
"오카다 이 자식은 부산에 있다면서 왜 안 오는 거야
참다못한 그가 중얼거렸다.
밖에 나갔던 장민애가 들어왔다. 두 볼이 빨갛게 되어 있었다. 그녀
는 곽씨 아줌마와 친해져서 자주 아래로 내려가서 놀다 오곤 하는 모
양이었다. 그녀가 산장에 온 지 딘새가 되었다. 다음날 떠날 줄 알았던
장민애는 점심때가 되자 그에게 말했다.
"저 여기 있으면 안돼요?귀찰게 하지 않을게요.심부름도 하고 그
럴게요."
"나한테 빛진 것 없다. 집에 돌아가."
"싫어요."
그녀가 응석부리듯 말했다.
김원국은 그녀를 건넌방에서 자게 하고 자기는 안방에서 랐으나 집
안에 다른 사람이 한명 더 있다는사실에 안정이 되지 않았다. 응접실
에 나가 술을 한잔 마시고 싶어도 밤중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녀가 깰
까봐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10. 은둔 속의 기다림 193
그녀는 바짝 다가와 그를 올려다보았다.
"여기 있게 해주세요, 네? 여기서 책도 보고, 호수도 보고, 산속과 호
숫가를 돌아다니고 싶어요, 네?"
"넌 내가 한 말 기억나니?"
김원국이 문득 물었다.
"f1?"
장민애는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크게 였으나 이내 시선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있고 싶어?"
장민애는 머리를 저으면서 웃었다.
"그 말, 생각해 보았어요. 그리고 부끄럽지 않았어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고 거기, 사장넘이라는 걸 알았어요."
"전 건강하고 성격도 밝은 편이에요.사장넘하고 같이 있으면서 즐
겁게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딘 즐거운 것을 바라지 않아.여자한테서 무엇을 기대하지 않는다 말이야."
김원국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그녀는 그를 반히 바라보았다.
조금도 위축되어 보이지 않았다.
"있고 싶으면 있어. 그리고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떠나. 나한테 말
할 필오_도 없다. "
장민애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날 기다리지 마라. 나도 널 기다리지 않을 테니까."
"그것은 억지예요. 저한테 강요하실 수는 없어요."
"알아, 내가 그렇다는 이야기야. 그러니까 손해보지 말란 거야."
장민애는 일어서서 손을 내빌었다.
"그럼 합의했죠, 악수해요."
김원국은 昔쓸히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만철과 조웅이 와
서 그녀를 보았으나 잠자코 있었다. 여자에 대한 김원국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바활은 너무 추워요. 아저씨가 그러는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추워
질 것 같대요."
김원국은 창가의 걸상에 맞아 강만철이 가져온 장부를 보고 있었다.
"날씨가 풀리면 좋을델데‥‥‥‥
김원곡은 머리를 들었다.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는 다시 장부를
뒤적거렸다.
두 달째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매출액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
므로 대비하지 못한 업소들이 많았다. 강만철은 그가 지시한 대로 조
웅남과 함께 원가로 물품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서너 개의 업소에는
자금지원도 해주고 있었다. 타격이 심한 편인 '블루스타'에는 5천만
원을 빌려 주었다.
"커피 가져왔어요."
커피 법새가구수하게 풍기며 커피잔이 놓였다. 장민애는 그의 앞에
커피잔을 들고 앉았다. 창밖아는 나뭇가지를 흔들며 바람이 지나고 있
었다. 응접실 안은 따뜻하였고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및은 포근하
게만 느껴졌다.
김원국은 장부에 무엇인가를 적어 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장
민애는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밝았다.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평온함이
었다. 그를 밝게 하고 평온하게 하겠다는 그녀의 주장이 오히려 그로
인하여 내가 그렇게 되었나 하고 문득 생각해 보았다. 장민애는 그도
나와 같은 감정이었으면 하고 기대했다. 5일 동안 김원국은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잘 시간이 되면 그럼 잘 자거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첫날은
예전의 그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기대와 부끄러움으로 방문의 열쇠를
안에서 잠갔다가 잠시 후에 일어나 다시 풀었다. 그리고 방안에 우두
커니 서 있다가 열쇠를 다시 잠갔다. 그러고는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이
다. 김원국은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5일 동안 아무 일이 없었
던 것이다. 2, 3일 동안은 초조하고 화까지 났었으나 문득 장민애는 깨
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야기해 줄 참이었다.
"오늘 저녁은 백숙이래요."
장민애가 말했다
"응, 그래?"
김원국은 머리를 들지 않았다.
"아랫집 아저씨들은 한 사람이 2마리씩 먹는대요."
"아침에 그 무서운 아저씨가 아저씨들을 야단쳤어요. 늦잠 잔다구요."
무서운 아저씨란 아침에 다녀간 조웅남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동수 아저씨가 화가 나서 다른 아저씨들을 또 야단쳤어요."
정신이 헷갈려서 다시 장부를 보려던 김원국은 템그레 웃으면서 장
부를 덮었다.
"너, 귀찰게 않는다면서 나하고 지금 놀자고 하는 거지?"
장민애는 웃지도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공부한다면서 왜 공부는 않고?"
"이렇게. 있는 게 좋아요."
"다행이다. "
무엇인가 말할 듯하던 장민애는 커피잔을 집어 들고 일어싫다.
그녀의 됫모습을 김원국은 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소설방 > 밤의 대통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적지, 일본 (0) | 2014.11.30 |
---|---|
11. 보복의 사슬 (0) | 2014.11.30 |
9. 태풍 전야 (0) | 2014.11.30 |
8. 추악한 결탁 (0) | 2014.11.30 |
7. 역 습 (0) | 2014.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