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7. 역 습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1:22

◐ 역 습 

 

 

 

 "잘했다. "
김원국이 말했다.
조웅남은 잠자코 있었다.

그는 가서 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델한 사실만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 오히려 그들을 긴장시키기만 한 것 같았다.

김원국은 조웅남이 방을 나간 후 김칠성의 보고를 받았 을 박 사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당황했을 것이다.

그리고 주춤하고는, 조웅남이 인천에 온 실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하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때에 이철주와 인천의 박종무가손을 잡는다면 곤란하다

그들을 중심으로 다시 다른 조직들이 흡수되어 갈지도 모른다.
박종무는 조웅남의 인천 방문을 가볍게 넘기지 못할 것이다.

직선적인 성격의 조웅남을 보낸 것이 그 효과를 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직통 전화였으므로 수화기를 들었다.
"저예요, 민애예요."
밝은 목소리였다.

이제까지 한번도 그가 들고 있는 수화기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 같합다.

생소하고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바쁘세요?"
"아니, 괜찰아."
"오늘 저녁 사 주실래요? 배고파요."
"오늘도 쉬는 날이냐
"01."
김원국은 잠자코 벽에 걸린 동양화를 바라보았다.
"그래, 저적이나 같이 먹자."
"정 말?"
"그래, 프린스 호델로 오너라, 7시에."
수화기를 내려놓고 시계를 보았다. 5시가 되고 있었다.
7시에 프린스 호텔 앞에 차를 세웠다. 도어 맨이 다가왔다. 김원국은
그에게 키를 주었다.
"나 곧 나을 테니까 현관 옆에 세워둬."
김원국을 알아본 도어 맨은 키를 받아들고 머리를 숙였다.

장민애는 지난번에 서 있던 자리에 있었다.

로비에 빈 자리가 많았으나 그녀는 창가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몬색 재킷에 긴 스커트를 입은 그녀의 물결치는 듯한 머리가 어깨 위에 덮여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자 똑바로 다가왔다.

않아 있거나 서성대던 사람들이 그녀를 의식하고 힐끗거렸다.

아름다웠다.

그녀의 주위는 그녀에 의해 압도당해 빛을 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그것을 의식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당당했다.
"오늘은 시간을 지키셨네요."
그의 앞에 선 장민애가 또랑또랑한 목청으로 말했다.
"정 각이에 요."
많이 달라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만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고 세 번째 만나고 있으나 볼 때마다 그녀는 달라 보었다.

점점 더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점점 때묻어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그 에겐 부담이 덜한 것 같았다.
"오늘도 그냥 나가실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그래 ."
그녀는 그의 팔을 줬다. 현관 앞에 이를 때까지 그는 잠자코 있었다.
도어 맨이 재학르게 차를 끌고 와 앞에 세웠다.

뒤늦게 지배인이 雲 아 나왔다.

그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으면서 김원국은 차를 스타트시켰다.

테혜란로를 달려가면서 김원국은 백 미러를 바라보았다.

러시아워였으므로 차들이 밀려 있었다.

차 2대 건너 뒤쪽에서 세 번째인 검정색 소나타가 호텔에서부터 따라오고 있었다.

도곡동 쪽으로 방향을 바줬다.
"오늘은 어디로 가세요?"
"월 먹고 싶니?"
"아무거나요."
"돈 많이 벌었니?"
대학 3학년을 휴학했다고 들었으므로 가정환경이 부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여자들이 간혹 있었고 아예 대학생활과 졸업 후의 벨한
장래가 싫어서 이런 직업으로 뛰어드는 여자도 있었다.
"네,250만 원쯤 모았어요."
"허, 부자로군."
말하면서 김원국은 싱긋 웃었다.

고분고분 대답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사장넘은 더 부자라면서요?"
"더 부자라구? 허, 누가 그러든?"
"정 언니가요."
"얼미"
"모르겠어요. 하지만 부자시죠?맞죠?"
"글째다. "
뒤에서 차는 끈질기게 따라오고 있었다.

회전하여 논현동 길로 들어 셨으나 바로 뒤의 차를 건너서 두 번째로 붙어 있었다.
운전하는 사람까지 4명이 타고 었었다. 시간은 8시가 가까워겼다.
김원국은 길가의 커다란 갈빗집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않아 주문을 하고 나자 문 옆의 탁자에 2명이 맞는 게 보였다.

그를 따라온 사람들 같았고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지금도 정 마담하고 같이 있니?"
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적거리는 그녀에게 물었다.
"Lll ."
"집에는 가끔씩 들러?"
"네, 토요일에는 꼭 집에 가요."
"집에서는 네가 '귀빈'에 있는 걸 알고 있어?"
"아뇨. 대구에 취직해 었는 줄 알아요. 회사 기숙사에 있다고 했거든_a.. "
"정 마담이 오늘 나 만나는 것 알고 있니?"
"01."
"정 마담이 전화하라구 하던?"
"아뇨. 오늘은 제가 하고 싶어 했어요."
김원국은 빙그레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끈끄러운 듯 젓가락을 내려놓고 시선을 돌렸다.
"너 내가 뭐하는 사람인 줄 알고 있니?"
그녀는 시선을 들어 그를 마주 보았다.
"네, 대충은 알아요." -
"내가 무얼 하는 사람이야끈
"저, 도매상, 아니 유통업, 그리고 관리하는 일, 그런 것‥‥‥‥
"그래? 좋게 이야기하는구나,"
그들이 갈벗집을 나왔을 때는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김원국이 종
합운동장 쪽으로 곧장 차를 몰자 그녀가 물었다.
"오늘도 그곳이이인"
끄덕이며 백 미러를 보았다. 도로에는 차들이 밀리지 않았으므로 30
미터종 뒤에서 소나타가 따라붙고 있었다. 서툰 녀석들이었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방에 들어가소파에 합자마자 전화벨이 울렸
다. 그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형님, 접니다. 옆방에 있는데요."
강만철이었다.
"4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
그가 소리를 낮춰 말했다.

장민애는 욕실의 물을 틀어놓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여기까지 와서 애들을 더 부를지 모르겠군요?"
"왜? 그놈들 넷이서 지금 들어올지도 몰라."
"에이, 넷 가지고 형님을 어떻게 할려구 하겠습니까? 체면이 있지."
"허, 자식두 참."
"웅남이가 그 방으로 간답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웅남이도 왔어?"
"이 새끼 매놓으면 절 죽일려고 할 텐데요, 월."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 소리가 들렸다.

장민애가 욕실에서 나와 문을 열려 하였으므로 그녀를 앞질러 문을 열었다.

조웅남과 오유철이 재빠르게 들어왔다.

오유철이 문을 잠갔다.

조웅남은 김원국의 얼굴을 본체만체하였으나

장민애의 얼굴을 雲어지게 바라보았다.

놀란 그녀가 얼굴을 붉했다.
"몇 명이나 왔니?"
김원국이 물었다. 오유철이 대답했다.
"15명입니다. 앞방에 』명, 형님 방 양쪽으로 7명 배치했고,

건너편 가게에 1명이 전화통 옆에 밝아서 망을 보고 있습니다.

저회들 둘까지 합해서 15명이에요."
"여관에서 눈치채지 않았니?"
"아줌마가 여장부예요. 만철이 형님이 두둑하게 선금을 줬더니 군말 1 없었습니다.

형님 찾으면 그대로 알려 주라고 했습니다. "
조웅남은 맨손이었으나 그는 야구 배트를 손에 쥐고 있었다.

김원국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따, 형님, 이쁘기는 이쁘요 잉?"
감자기 조웅남이 말했다.

그제서야 그는 장민애에게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나타딘 그들의 험악한 분위기와 대화에 가승을 울렁이며 서 있던 장민애는

그들의 시선까지 받자 금방 울음이 터져 나을 듯 보였다.
"응, 민애, 넌 저쪽 구석에 가 앉아 있어, 소리내지 말고."
김원국이 말했다. 그의 눈은 차가웠고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찍소리도 내지 말란 말여, 알쳤어?"
잠자코 방구석으로 가 앉은 그녀에게 조웅남이 노려보며 말했다. 그
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옆방의 강만철이었다.
"형님, 차 2대요, 8명입니다. 지금 여관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온답니다. "
그러고서 전화를 끊었다.

"8병이랜다. "
김원국이 말하자 조웅남이 손바닥에 침을 델고는 주덕을 움켜쥐었다.
"이 씨발놈들이 전쟁을 허자는고만, 초전박살여."
"형님, 문 열고 나가면 안 돼요."
오유철이 주의를 주었다.
"그 새끼들이 이 방 노크를 하는 것을 신호로 덮치기로 했으니까

그때 문을 열면 안 된단 말요."
"알어, 그리로 조끔 있다 나갈 거여."
"내참, 그러면 뭐하러 이 방으로 왔습니까? 저 방에서 뛰쳐나가지 "
"가시내, 아니 여자 볼라구 왔다 웨?"
"어줬든 문 열지 말아요."
그들은 문 옆에 앉아서 다투고 있었다.

김원국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것은 그가 파놓은 함정이었다.

이철주가 장민애를 미끼로 그를 혼자 있게 하고

그가 혼자 다니는 것을 노리리라는 것을 예상했었다.

이철주가 조급하게 체면을 만회하려고 하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장민애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그녀를 미끼로 썼듯이 그도 그녀를 이용한 것이다.

구석에 臺그리고 앉은 그녀는 겁에 질려있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한동안 때지 않았다. 김원국은 얼굴을 돌렸다.

문에서 노3 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오유철이 느긋한 말투로 물었다.
"물 가져왔습니다. "
밖에서 말했다.

조웅남이 김원국을 바라보고 히죽 웃었다.

감자기 우당량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함소리, 비명소리, 부르는 소리로 복도가 가득 찬 것 같았다.

조웅남이 문을 열더니 뛰쳐나갔다.

열린 문으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사내 하나가 엎어질 듯 들어왔다.

오유철이 성큼 다가가 배트로 그의 어깨를 사정없이 내려켰다.
"어이구!"
"으악!"
그의 비명과 장민애의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장민애는 두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고 었었다.

김원국은 엎어진 사내가 쥐고 있는 訓센티 미터는 되어 보이는 회칼을 매앗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복도가 차총 조용해긱고 있었다.

강만철이 들어왔다.
"형님, 모두 잡았습니다. "
그는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모두 이리 끌고 와."
잠시 후에 8명의 사내가 끌려 들어와 조그만 방은 그들로 가득 랐다.
그중 3명은 제발로 걸어 들어왔으나 나머지는 늘어져 있어서 끌고 들어와야 했다.

모두들 하나같이 피투성이였다.
"다친 애들은 없냐
강만철이 물었다.
"우리도 두어 명이 젤렸습니다. 근데 심하지는 않아요."
김원국은 끊어앉은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놀람게도 그들은 20대 초반의 새파란 아이들이었다.

訓살이 갖 넘어 보이는 얼굴도 있었다.

두어 명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누가 형이 되냐
김원국이 잠자코 있자 강만철이 그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아따, 야가 선보는 게비네, 그렇게 허먼 쓰씬긴"
조웅남이 그를 제치고 나졌다.

그는 그중 멀정해 보이는 사내의 어깨를 불문곡직하고 매트로 내려쳤다.
"으아악!"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그가 앞으로 엎어지며 어깨를 안고 ◎굴었다.
"다음은 너."
조웅남이 옆에 끊어앉은 녀석을 가리키며 다가가 배트를 머리끝까지 치켜들었다.
"아이구, 살려 주십시오."
이마가 터졌는지 얼굴이 피투성이인 사내가 두 손바닥을 비벼대었다.
"씨발놈아 팔뚝 아퍼 죽겼다. 빨리 말혀, 누가 성여?"
"3171 31 ‥‥‥‥
· 그가 가리키는 쪽은 다리가 부러졌는지 한쪽 다리를 내델은 채 앉은 사내였다.

조웅남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25, 6살로 보였다.

고통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 있었다.
"애 닐 가판허게 이딸을 물고튼
조웅남은 배트로 그의 다리를 특 쳤디 그는 않는 소리를 냈다.
"우리 형님 누가 쥑이라고 혔냐? 그것만 말혀매려."
그는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려? 그러면 다리 한 개 더 뿐지러 주께."
조웅남이 태연히 말했다.
새벽 3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커튼을 열자 건너편의 회미하게 보이는 산마루 위에 몇 개의 별들만 가물거리고 있었다.

김원국은 소파로 돌아와 길게 몸을 기대어 앉았다.

이동수와 몇 명의 부하들은 바깥에 세워 둔 차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여관에서 일이 있고 나서 곧장 산장으로 온 것이다.

강만철은 지금 흥성철을 잡으러 다니고 있을 것이다.
이철주는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다가 지금쯤은 얼굴이 하얗게 되어되어 자신의 주변을

급급하게 부하들로 둘러싸게 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오른팔인 홍성철을 생각할 겨를이 없겠지만 본래가 생각할 위인도 아니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이철주 같은 위인이 필요할 때도 있다.

책상을 닦는 걸레와 방바닥을 닦는 걸레는 달라야 하는 법이다.

그것을 구분 하여 사용하듯이 이러한 조직사회에서도 그는 이철주와 공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인신매매와 유괴조직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철주에 대해서 생각이 달라지고 있었다.

더욱이 야쿠자와 결탁한 것 같았다.

일본의 야쿠자 세력은 그들의 나라 안에서 조직과 시장 한계에 부및치고 있다.

 10끼나 되는 야쿠자의 역사다.

 그들은 전통과규을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세력이 확장되면 될수록 그들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조직을 안고 있지 못한다.
외부로 뿐어내야만 할 것이다.

히데요시가 항은 무력과 사무라이의 불만을 조선으로 내물은 것처럼.

한국은 그들의 눈으로 보면 그야말로 개척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의 자금력과조직력을 가지고 이철주 같은 기존 세력을 이용하기만 한다면

 손쉬운 일일 것이다.
김원국은 건너편의 산마루를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철주는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뜰 그들
의 꼭두각시가 되어간다는 것을‥‥‥‥ 아니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김원국은 이마에 주름을 잡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철주즘 되는 작자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나를 제거하려고,

그래서 어떤 배경을 쥐든간에 이곳을 장악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일본 세력이건 홍콩 세력이건 상관하지 않고 우선 전체를 손안에 쥐겠다는 욕심인 것이다.

안방 문이 열리면서 장민애가 주춤거리며 응접실로 나왔다.

몇 시간 동안 놀라운 일들을 겪은 뒤라 그녀는 아직도 겁에 질려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왜? 잠이 안 오나? 자라니까."
김원국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앞쪽의 소파에 조심스레 않았다.
여관방 안에서 피투성이의 사내들을 보았을 때 그녀는 정신이 가물거
렸다. 그러다가 조웅남이 사람을 죽일 듯이 야구방망이로 내려치는 것
을 보고는 까무라쳤다. 그녀가 정신을 잃었어도 누구 하나 상관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여관을 떠날 때 그녀를 발견한 오함마가 帶을 두
어 차례 때려서 깨웠다.
김원국은 깨어난 그녀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장에 도착
하자 방을 가리키며 들어가 자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알고 있나? 민애를 이 사장이나 정 마담이 이용한 것을?"
김원국이 담담하게 물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머리를 저었다.
"내가 민애하고 있을 땐 혼자라는 것을 알게 친 거지."
'"민애는 시키는 대로 했고."
"그들은 어젯밤 나를 제거하려고 했지. 병신을 만들거나 죽였겠지.
다시 얼굴을 나타내지 않도록 말이야."
"그들도 민애를 이용했지만 나도 마찬가지야."
"전 어떻게 해요?"
갑자기 그녀가 물었다. 김원국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 어떡하면 좋아요?"
그는 입술을 비틀듯한 옷음을 띠었다.
"왜? '귀빈' 때문인가?"
"하긴 그렇지, 그쪽은 실패한 셈이니까, 민애 입장이 조금 난처해지겠구나."
"모른 척 그냥 다닐 수도 있겠지."
"싫어요."
"그럼 집에 돌아가."
"안 돼요."
김원국은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여 물었다. 연기를 길게 내뿐었다.
희끄무레한 및이 유리창에 서리고 있었다. 창밖의 별은 보이지 않았다.
"넌 얼굴도 몸매도 무척 아름다운 여자야."
"그만하면 기교도 뛰어나고, 성격도 밝아. 순진하다고 할까?"
"하지만 넌 내 성욕의 도구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에게는 오줌통 같은 역할이지, "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소변은 아무데나 볼 수 있어."
"그저 좋게 이야기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좀 심한 것 같군."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어깨를 떨며 소리를 죽여 울었다.
"여자에 대한 내 고정관념이 나온 것이니까. 너라구 예외가 아니라는이야기니까‥‥‥‥ 
"날이 새면 아무데로나 가도 돼."
"내가 월 바란다고 했어요? 날 책임져 달라고 했어요?"
눈물에 젖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장민애가 말했다.
"왜 나한테 이러세요?"
김원국은 잠자코 있었다.
강만철이 흥성철을 데리고 온 것은 아침 8시경이었다. 그는 옷은 구
겨져 있었으나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김원국은 미리 연락을 받고 있
었으므로 들어서는 그들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강만철과 김길호가 홍
성철을 데리고 들어왔고 나머지는 밖에 있는지 왁자지껄하였다.
"거기 앉아라."
김원국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강만철과 김길호는 않았으나 홍성철
은 선 채로 주및거렸다.
"'귀빈'에서 나오는 걸 데려왔습니다. "
강만철이 말했다.
"애들을 셋 데리고 있었는데 같이 데리고 왔어요.성철이 얘가 우릴
보더니 대뜸 튈 생각 없다고 그러더만요.그래서 그냥 데리고 온 겁니다. "
"거기 앉아라."
홍성철은 앞자리에 않았다. 긴장하여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을 숙였다.
"물론 이 사장 지시겠지?"
김원국이 대뜸 물었다.
"그렇습니다. "
망설이지 않고 그가 대답했다.
"이 일로 몇 명이나 데리고 왔니?"
"20명종 됩니다. "

"나머지는 어디에 있냐
"이 사장님 댁 근처에 있습니다. "
"흥, 죽기는 싫은 모양이구먼, 병신 같은 놈이."
강만철이 싸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흥성철은 그를 돌아보았으나
말없이 머리를 돌렸다.
"이 사장이 요즘 일본 사람들하고 거래가 있지?"
김원국이 물었으나 그는 머리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가지고 발을 넓히는 모양인데 목표가 나 아니냐
"형님, 죄송합니다. "
머리를 숙인 채 흥성철이 말했다.
"워가?"
"저를 죽이시더라도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
"어떻든간에 저는 형님 밥을 먹고 있는 사람입니다. "
"이칠주 형님을 때신할 수는 없습니다. "
"네가 날 죽이려 했듯이 내가 널 죽여도?"
"차라리 죽겠습니다. "
"각오는 돼 있냐
"네, 각오하고 왔습니다. 대신 이번 일은 이것으로 끝내 주십시오."
김원국은 강만철을 돌아보았다.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는 흥성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죽어라."
흥성철이 얼굴을 들었으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제가 죽을까요?"
"그래, 네가 칼을 잘 쓴다던데 그것으로 죽을 거 가져다 줄까?"
"fl . "
"여기 있습니다. "
김길호가 호주머니에서 커다란 잭크 나이프를 꺼내어 탁자 위에 을
려놓았다. 김원국은 김길호의 얼굴과 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 아까 애들한테서 째앗은 것입니다. "
김길호가 당황하여 말했다. 흥성철이 손을 델어 칼을 집어 들었다.
"칼 내려놔."
강만철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홍성철은 그를 바라보다가 김원국에
게로 시선을 돌렸다. 김원국은 말없이 그를 딘아보고 있었다.
"칼 내려놓으란 말이야! 내 말 안 들려?"
강만철이 다시 소리치자 흥성철은 칼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형님, 이 새끼 살려 주시지요."
강만철이 말하자 흥성철이 퍼뜩 얼굴을 들었다.
"야, 이 새끼야! 동정하지 마!"
그는 다시 손을 델어 칼을 집어 들려 하였다.
"그만둬."
김원국이 낮게 말하였으나 흥성철은 주춤하면서 몸을 굳혔다.
"바보 같은 놈, 그래도 한 조직의 형이란 놈이 생각하는 것이 그따위
냐?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오히려 산다는 것이 더 어려울 때도
있는 법이야. 네가 이 사장을 위해 죽어 버린다면 모든 것이 풀어지리
라고 믿느냐? 이 싸움이 끝나리라고 믿느냐
홍성철은 머리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만철이가 너를 말린 것은 네 의리가 좋게 보였다기보다는 한강상사
에서 앞뒤를 분간할 수 있는 놈은 너밖에 없는 것 같아보여서 말린 것 같구나."
지1가 죽으면 한강상사는 어렇차굘I粒쪽승컬秉-자카려 했
던 이철주 사장은?"
홍성철은 이를 악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가서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들을 오늘중으로 내려 보내라. 그런
어린애들을 돈과 흉기로 물들이면 안 된다. 알겠어?"
"그리고 오늘중으로 이 사장이 내 앞에 나타나 해명해야 한다. 너하
고 같이."
"분명히 전하도록 해. 네가 이 사장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한 일인지 판단이 될 거야."
"잘 알겠습니다, 형님."
방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던 흥성철이 머리를 들고 말했다.
"그래도 너 같은 동생을 둔 이 사장은 다행이야."
"네 덕에 이 사장이 이번에는 무사했다는 것만 알아둬 ."
"조직의 우두머리는 힘과 술수만으로는 만 돼. 때로는 바보같이 보
이는 덕을 베풀어야 돼. 네가 참고로 하거라."
"fl . "
흥성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철주 사장은 수화기를 내동댕이쳤다. 정재희가 수화기를 집어서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왜요? 또 무슨 일이 있어요?"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철주는 그녀를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흥성철이가 끌려 갔다는구먼."
"네? 홍 부장이오? 누구한테요?"
정재희는 깜학 놀라 물었다.
"누군 누곤 김원국이한테지,"
그는 수화기를 다시 집어 들었다. 다이얼을 누르자 곧 신호가 갔다.
"어, 영산이냐, 난데. 나 방배동에 있다. 지금 애들 다 있지? 딸리 이
쪽으로 보내. 너두 함께 오고, 알燃"
이철주는 그러고 나서 두어 군데에 다시 전화를 했다. 이제 잠시 후
면 아파트 앞에 애들이 좌악 깔릴 것이다. 조금 든든해졌다.
"설마 민애 그년이 일러바치지는 않았겠죠?"
정채희가 물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래, 그애가 눈치채게 한 거야
"아뇨. 그런 일은 없었어요. 그저 어디에서 만났느냐, 어디서 玆느냐
하고 지나가는 말로만 물었는데‥‥‥‥
"하긴 김원국이가 여자한테 빠질 놈이 아닌데‥‥‥‥
초인종 소리가 울려 정재희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았
다. 이철주가 일어서서 현관 앞에 다가가 물었다.
"누구요?"
"접니다, 영산입니다. "
그가 문을 열자 구영산이 들어딘다. 그의 뒤로 서너 명의 사내들이
따라 들어서고 있었다. 구영산은 흥성철과 동년배로 이철주 소유의 가
게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전과 5범으로 모두 폭력에 의한 것이었다. 지
방을 돌아다니다가 이철주에게 채용된 것온 3년 전이었다.
"형님, 성철이가 잡혀 들어갔다는 게 정말입니까?"
소파에 앉자마자 그가 물었다. 검은 얼굴에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이었다. 그를 따라온사내들은 이철주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어려운지 털찍이 물러나 서 있었다.
"그런 모양이야."
"그럼 때내와야지요. 애들 모두 몰고 가서 말입니다. "
"하나하나 뒤져봐야지요."
"다친 애들은 어떻게 했니?"
이철주가 물었다.
"모두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병신 같은 놈들, 아까운 돈 들게 생겼어요."
"형님, 이 렇게 앉아만 계실 겁니까?"
"조용히 해. 홍성철이가 어디에 있는가부터 알아야 할 게 아냐
이철주가 말하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서너 번씩 옮겨다닌 녀석이라
구영산에게는 좀체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번 일이 벌어지자 설쳐대
고 있었으나 신중하지 못했다. 흥성철이 같으면 조직과 이철주를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구영산은 이번 기회에 힘을 한번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우선 밖에 애들 대기시키고 몇 명 풀어서 알아봐.
이철주가 말하자 그는 일어쳤다.
"그럼 저는 밖에 있겠습니다. "
그가 사내들을 몰고 아파트를 나가짜 방에 있던 정재희가 나왔다.
"찾으러 다니실 거예요?혹시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
"글째 . "
이철주는 걱정이 되었다.

사업의 비밀은 모두 홍성철이 쥐고 있었다.

그것을 정원국에게 발설한다면 그의 보복이나 충격은 말할 것도
없고 수사기관에서 즉각 구속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루아침에 무
너지는 것이다. 김원국이 흥성철을 포섭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흥성철은 모든 것을 김원국에게 불어 버리는 것이 부담이 덜할 것이
다. 우선 나라도 저쪽 강만철이나 조웅남을 잡았다면 그렇게 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점점 초조해졌다. 그는 기다리고 있을 박중무
사장을 생각해 내었다. 어첫밤 김원국을 제거하면 바로 박 사장에게
연락하여 수습을 함께 할 작정이었다.
박 사장의 세력들이 이철주의 지원을 받아 김원국의 기반을 하나씩
장악해 나가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이 형편을
그에게 이야기해 줄 수는 없었다. 그가 알게 된다면 무시하게 될 것이다.

어줬든 김원국의 외도를 미끼로 지방에서 올라온 애들을 골라 습
격시킨 것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기회를 봐서 완벽하
게 처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고병길이 처단된 후에 그는 자존심이
크게 상해 조급하게 서둘러 온 것이었으므로 누구를 딘할 수 없었다.
"그년한테서도 연락이 얼"
이철주가 물었다.
"누구요? 아, 민애. 예, 걔도 연락이 없어요."
"그 난리통에 같이 있었다는데 아마 정신이 달아나서 어디루 숨었겠죠. "
"그거 내보내."
"그렇지 않아두 걔가 있겠어인 우리두 걔 보기가 그렇지만요."
9시가 다 되어서 전화벨이 울렸다.

이철주가 수화기를 집어 들자 홍성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너, 지금 어디 있냐
이 철주가 소리 쳤다.
-형님, 곧 거기루 가겠습니다. 가서 말씀을 드리지요."
"너, 괜침딘 김 사장하군‥‥‥‥
"괜찰습니다. "
"괜찰단 말이냐
"01."
이철주는 맥이 풀렸다. 털정하게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히 무엇이 들어 있는 것처럼 답답해 왔다.

그는 혀를 차면 얼굴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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