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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24장 장관의 사랑 [9]

오늘의 쉼터 2014. 11. 22. 14:21

<256> 24장 장관의 사랑 [9]

 

 

(508) 24장 장관의 사랑 <17>

 

 

 

 

서동수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다음 날 오후 4시쯤이다.

성북동의 저택에 여장을 푼 서동수는 안종관과 함께 시내로 나왔다.

나오미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안종관에게만 해준 상황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비공식이다.

안종관은 나오미에 대한 이야기는 당분간 한국 정부에도 비밀로 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었고

서동수도 동의했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무조건 보고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후 8시, 서동수는 수행비서 최성갑만을 대동하고 이태원의 요정 화원으로 들어섰다.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담이 서동수를 안쪽 밀실로 안내했다.

요즘은 요정이 드물어졌지만 분위기를 아끼는 손님들이 주도해서 더 고급화, 명품화돼 가는 추세다.

한국은 명품기생의 역사가 있는 나라인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세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동수를 맞았다.

박세중은 여당인 한국당의 원내총무며 4선 의원이다.

서울 출신, 보수 성향이며 행동력, 성실성, 인내심이 뛰어났고 원만한 인품이나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서동수가 박세중의 손을 잡으면서 편하게 웃었다.

오늘 만남은 서동수가 제의해서 만들어졌다.

신의주 장관 서동수의 인기는 한국 대통령보다 낫다.

만나려는 정치인이 줄을 섰고 갑자기 끼어들어 같이 있는 사진을 박으려는 의원도 있을 정도다.

자리에 앉은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대선이 2년 남았으니 이제 슬슬 나서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아이고, 여론조사 보셨잖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박세중이 되물었다.

박세중은 53세, 4선 중진으로 원내총무지만 당내 기반이 약하다.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은 터라 당내는 춘추전국시대와 같다.

박세중이 말한 여론조사는 여당 내 대선후보 지지도다.

 박세중은 여당의 6명 예비후보 중 3%를 얻어 5위를 했다.

1위는 26%를 얻은 당 대표 임종규다.

임 대표는 대통령 한대성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인물이고 정통성을 이어받은 적자(嫡子)이기도 하다.

여자도 들이지 않은 방안에 둘이 마주 앉아 있다.

상위에는 이미 한정식 요리가 가득 차려졌고 술은 소주다.

둘은 술잔을 들고 한 잔씩 마셨다.

“대통령께선 장관님께 기대를 걸고 계시던데요.”

술잔을 내려놓은 박세중이 넌지시 말했다.

차기 대선후보를 말하는 것이다.

“장관께서 입장 표명만
하시면 임 대표도 양보할 것입니다.”

“저는 신의주에 매진해야 됩니다.”

머리를 저은 서동수가 정색했다.

그 때문에 박세중을 만나는 것이다.

서동수가 보기에 박세중은 야당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파벌이 없는 것이 장점이지만 또한 약점이기도 한 것이다.

정색한 서동수가 박세중을 보았다.

“제가 총무님을 밀어 드리지요.”

박세중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전폭적으로 밀어 드릴 테니까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박세중이 굳어진 얼굴로 머리를 저었다.


“장관께선 저를 과대평가하고 계신 겁니다. 차라리….”

“제 마음은 이미 굳어져 있습니다.”

말을 막은 서동수가 박세중의 잔에 술을 채웠다.

대통령 임기는 아직 단임제니 5년이다.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올랐다가 몇 분 만에 내려오는 등산과 같다.

 

 

 

 

(509) 24장 장관의 사랑 <18>

 

 

 

 

 

“앞뒤를 재지 않는 인간은 없어.”

돌아가는 차 안에서 서동수가 불쑥 말했다.

앞좌석에는 운전사와 최성갑이 앉아 있었는데 둘은 긴장했을 뿐 반응하지 않았다.

서동수가 혼잣소리처럼 말을 이었다.

“모두 제 기준으로 평가하는 거야.”

오후 10시 반이다.

차는 시청을 지나고 있었는데 농성 텐트가 즐비했다.

무슨 농성대인지는 모른다.

그쪽에서 시선을 뗀 서동수가 긴 숨을 뱉었다.

박세중을 생각하다가 한 말이다.

사양하던 박세중은 결국 서동수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박세중은 감격하면서도 서동수의 저의를 알고 싶은 눈치였다.

오늘은 그냥 넘어갔지만 대가를 정해 놓아야 결과가 분명해진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런데 서동수에게 박세중 후원은 대가를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다.

장사꾼인 서동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인가?

그때 서동수가 운전사에게 말했다.

“여기서 세워주게.”

차가 멈추자 서동수와 최성갑이 내렸다.

2차선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적었고 길가에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다.

불을 환하게 밝힌 포장마차도 대부분 비어 있다.

11월 중순의 서늘한 밤이다.

서동수가 가까운 포장마차로 들어서자 50대쯤의 주인 여자가 웃는 얼굴로 맞았다.

“어서 오세요.”

“소주 한 병 하고 이것, 그리고 저것.”

안주를 건성으로 시킨 서동수가 걸상에 앉아 코트 깃을 세웠다.

최성갑은 포장마차 옆쪽 어둠 속에 묻혀 서서 보이지 않는다.

박세중과는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셨을 뿐이다.

둘 다 잔뜩 긴장한 채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 술을 마실 겨를도 없었다.

그러다가 포장마차를 보자 불쑥 술 생각이 난 것이다.

여자가 먼저 어묵 국물과 소주를 앞에 놓았으므로 서동수는 술병을 들었다.

바람이 불어와 뒤쪽 포장이 펄럭였다.

여자는 서동수가 누군지 모르는 눈치다.

한 모금에 술을 삼킨 서동수가 안주로 어묵 국물을 한 수저 떠먹고 나서 여자에게 물었다.

“장사 잘 안돼요?”

“예, 그러네요.”

여자가 등을 보인 채 대답했다.

“날씨가 싸늘해져서 그런가?”

술잔을 든 서동수가 다시 묻자 여자는 몸을 돌려 해삼 안주를 앞에 놓았다.

“날씨가 좋아도 잘 안 되는 날이 있어요.”

“먹고 살만은 해요?”

“그럼요. 포장마차로 애들 둘 대학 졸업시켰는데.”

“대단하십니다.”

서동수가 술을 삼켰고 여자는 다시 안주를 만들려고 돌아섰다.

여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서동수는 문득 가슴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을 받는다.

제 나름대로 재고 평가하느라고 분주한 다른 편에는 신의주 장관이 어느 놈인지 모르면서도

포장마차로 자식 둘 대학까지 졸업시킨 인생도 있는 것이다.

서둘 것 없다.

술잔을 쥔 서동수가 그렇게 생각했다.

욕심부리지도 말자. 더 먼 곳을 보면서 살자꾸나.

문득 머리를 든 서동수가 여자의 등에 대고 물었다.
“아주머니 소원이 무어요?”

그러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이 이번에 대학 졸업했는데 그놈만 취직되면 원이 없겠네요.”

“좋아, 내가 취직시켜 드려도 될까요?”

“아저씨가 누구신데?”

몸을 돌린 여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의심하는 표정이다,

이런 식으로 공짜 술을 마시고 도망간 인생도 있었나 보다.

서동수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이 여자는 이것도 사기라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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