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253> 24장 장관의 사랑 [6]

오늘의 쉼터 2014. 11. 13. 16:37

<253> 24장 장관의 사랑 [6]

 

 

(502) 24장 장관의 사랑 <11>

 

 

 

 

 

 

 

서동수는 잠자코 탁자 위에 놓인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삼켰다.

커피는 식어 있었다.

문영규와 최봉주의 다툼은 곧 가라앉았다.

다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둘이 아는 것이다.

서동수가 다시 말했다.

“남북한 정부도 이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말씀드린 거요.”

서동수의 시선이 전영주를 스치고 지나갔다.

전영주는 바로 위원장 측근에게 보고를 할 것이다.

“그리고.”

서동수가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신의주는 남북한 정부와는 다릅니다.

남북한은 미·일과 각각 다른 관계지만 신의주는 새로운 한국이지요.”

이것이 서동수의 꿈이며 신의주인(人)의 목표다.

모두 입을 다물고 서동수를 보았다.

그렇다 6·25의 북한 남침으로 미군이 중심이 된 유엔군이 참전했다.

이때 유엔군 16개국의 전사자는 4만4783명, 그중에서 미군 전사자가 4만677명이다.

동북아 구석에 박힌 ‘코리아’란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던 시기였다.

그런 땅에서 미국 젊은이 4만677명이 전사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남한, 한국인에게만 적용된다.

앞에 앉아있는 최봉주에게는 미군이 원수다.

그때 미군만 없었으면 통일이 되었을 테니까.

서동수가 결론을 내었다.

“신의주는 남북한 정부와는 다르게 대응해야 할 겁니다. 자,
오늘은 이만.”

이제 나오미는 공적이 되었다.

그것이 오늘 회의의 결론이다.

그날 저녁, 서동수는 유흥구의 오리엔트호텔 개업식에 참석했다.

오리엔트호텔은 후미코의 일본산업이 신의주에서 개업한 세 번째 호텔이다.

개업식에는 후미코 대신 사장 요시모토가 참석했지만 나오미가 대표처럼 보였다.

테이프를 자를 때도 귀퉁이에 서 있었는데도 그쪽에서 플래시가 자주 터졌다.

호텔에서 마련한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도 신의주 장관의 왼쪽 좌석이 나오미다.

주최 측에서 저희들 공관장을 알아서 챙긴 것 같았다.

축사를 마치고 건성으로 초밥을 먹는 서동수에게 나오미가 슬쩍 말했다.

“장관님, 술 한잔 하실래요?”

주변이 소란했고 앞쪽에서는 여흥으로
중국 서커스가 시작되고 있어서

서동수는 절반만 알아듣고 시선을 주었다.

그때 나오미가 몸을 조금 기울이며 다시 말했다.

“저하고 술 한잔 하시겠어요? 둘이서요.”

나오미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본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네, 있어요.”

나오미가 눈웃음을 치는 순간 서동수는 목구멍이 좁혀지는 느낌을 받았다.

숨이 막히면서 온몸에 전류가 흘러갔다.

그러나 말은 다르게 나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내가 요즘 시간이 없는데, 둘이 술을 마실 시간이 말이오.”

그때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울렸다.

서동수 오른쪽에 앉은 일본산업 사장 요시모토의 박수 소리는 컸다.

두툼한 손에서 요란한 소리가 난다.

서커스단이 공중 돌기를 하고 있다.

그때 나오미가 말했다.

“제가 칭다오에 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곳에선 여기보다 조금 자유롭게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

“….”

“물론 저도 비밀리에 가겠습니다. 소문이 나면 안 될 테니까요.”

“….”

“내일 베이징 회의에 참석하시고 오후에 칭다오에 가신다고 스케줄에 나와 있더군요.

그럼 제가 먼저 가 기다리지요.”

서동수는 목구멍이 좁혀지기 전에 숨부터 들이켰다.


 

 

 

 

 

 

(503) 24장 장관의 사랑 <12>

 

 

 

 

 

 

 

베이징에서 투자회의를 마치고 칭다오의 동성 본사에 왔을 때는 오후 5시가 되어갈 무렵이다.

“장소는 남경관으로 하시지요. 장영이란 이름으로 예약해 놓았습니다.”

유병선이 말했으므로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칭다오 시내 지리에는 익숙한 서동수다.

중식당 남경관 밀실은 비밀회담 장소로 적당하다.

그리고 근처에 분위기 좋은 카페와 호텔이 많은 것이다.

옆으로 다가선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근처에 최 과장이 대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필요하면 부르시지요.”

“알겠어.”

최 과장이란 수행비서 최성갑을 말한다.

최성갑이 이번 작전의 경호팀장이 된 모양이다.

서동수는 유병선에게 나오미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곳에는 오지 않았지만 안보특보 안종관도 알고 있다.

손목시계를 내려다본 서동수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사적인 용건은 아닐 거야. 공적이지만 뭔가 말하기 어려운 문제인지도 몰라.”

“제 생각에는 공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유병선이 말했지만 외면하고 있다.

서동수가 앞쪽에 서 있는 유병선을 보았다.

“내가 그만큼 허술하게 보인 건가? 외국에서 여자를 만나러 다닐 만큼 말야.”

유병선이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

우습게 보일만도 한 것이다.

유병선이 소리 없이 방을 나가자 서동수는 소파에 등을 붙였다.

요즘은 장치하고 하루에 한 번 정도 연락을 할 뿐 만난 지도 오래되었다.

서로 바쁘기 때문이겠지만 떨어져 있으면 멀어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장치는 이쪽에서 먼저 결혼 이야기 꺼내기를 바라는 눈치인데 아직 그럴 생각은 없다.

그때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이 진동으로 떨었다.

나오미일 것이다. 이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동수는 핸드폰을 들었다. 발신자는 나오미다.

핸드폰을 귀에 붙인 서동수가 응답했다.

“아, 나오미 씨.”

“장관님, 칭다오에 계시죠?”

“예. 사무실이요.”

“오늘 몇 시에 뵙지요?”

나오미의 목소리는 자연스럽다.

낮고 밝아서 웃음을 띠고 있는 것 같다.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대답했다.

“7시에 남경관에서. 남경관 아십니까?”

“네. 압니다.”

“거기에 장영이란 이름으로 예약해 놓았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곳에서 뵐게요.”

“그런데, 나오미 씨.”

서동수가 나오미의 옷자락을 잡았다.

나오미는 잠자코 기다렸고 서동수가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공적이건 사적이건 간에 용건을 먼저 알고 싶은데.”

“…….”

“나오미 씨가 그냥 만나자고 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때 나오미가 짧게 웃음소리를 냈다.

“반반입니다. 장관님.”

“반반이라.”

“네. 신의주에서 말씀드리기가 거북했기 때문이기도 했구요.”

“거북했다니?”

“저도 물론 장관님의 여자관계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이번 만남에 그런 소문이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말이 길었지만 나오미가 또박또박 정확한 영어로 설명해서 서동수는 금방 알아들었다.

그래서 한국어로 먼저 대답했다.

“이런. 지기미.”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5> 24장 장관의 사랑 [8]  (0) 2014.11.18
<254> 24장 장관의 사랑 [7]  (0) 2014.11.15
<252> 24장 장관의 사랑 [5]  (0) 2014.11.13
<251> 24장 장관의 사랑 [4]  (0) 2014.11.08
<250> 24장 장관의 사랑 [3]  (0) 201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