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황산벌 6
신라군이 황산을 넘어 은진에 당도한 날짜는 7월 12일, 미리 약정한 군기를 이틀이나 넘긴 때였다.
그사이 소정방은 부총관 김인문의 길 안내에 따라 기벌포에 상륙해 의직, 임자, 정무, 상영 등이
이끄는 백제군과 맞섰다.
그러나 당군 13만과 백제군 2만은 군사들의 규모에서도, 기세에서도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장수들의 독려에 마지못해 갯가로 나갔던 백제군은 바다를 가득 메운 당나라의 선단(船團)을
보는 것만으로도 싸울 마음이 싹 달아났다.
수군들은 아예 배를 띄우지도 못했고, 포구 둔덕에 병영을 설치했던 육지의 군사들도
화살 한 대 제대로 날리지 못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임자는 먼저 조미 압을 통해 김유신과 맺은 약조를 상기하고 자신을 따라 나온
달솔 상영을 설득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도 어려운 판에 뒤로 믿는 구석마저 있으니 사생결단은 아예 기대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가림 군에서 기회만 엿보다가 군사들을 이끌고 다시 도성으로 돌아갔다.
그에 비하면 백강 중류에 포진한 의직과 정무의 군대는 제법 용맹스러웠다.
이들은 군사들을 둔덕에 횡렬로 늘여 세우고 불을 먹인 화살을 쏘아대기도 하고,
석포(石砲)에 돌을 실어 날려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대병의 진로를 막는다는 것은 무리였다.
더욱이 망망대해의 물살에 시달리며 오랫동안 뱃전에서 고생한 당군들은 육지가 보이자
한순간에 피로가 말끔히 달아났고, 적을 보자 초전(初戰) 필승의 결의 또한 맹렬하게 일어났다.
당선(唐船)들은 뱃머리에 설치한 쇠뇌에서 화살을 쏘아대며 유유히 백강으로 진입했다.
백제군의 저항보다도 정작 당군들을 괴롭힌 것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백강의 지형과
배의 진행을 가로막는 세찬 물살이었다.
“천만다행이다.
만일 강변을 따라 적이 조직적인 저항을 한다거나 수중에 보를 설치해 수공을 썼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이런 지형을 가지고도 왜 계책을 쓰지 않는지 알 수 없구나.
자고로 망하는 나라는 다 이유가 있다더니 직접 와서 보니 백제가 꼭 그렇다.”
소정방은 까다로운 지세를 보고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는 배가 자꾸만 물살에 밀려나자 배와 배를 줄로 연결하고야 가까스로 역풍과 역류를 헤치고
은진 나루터에 닿을 수 있었다.
배에서 내린 뒤에는 해안이 질어 잘 행군할 수 없었으므로 버들을 엮어 길에 깔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러느라 시일을 많이 잡아먹긴 했지만 큰 전역이 없었던 탓에 기한보다는 이틀이나 빨랐다.
일찍 도착한 당군들은 이제나저제나 신라군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약속한 날짜가 되어도 신라군이 나타나지 않자
소정방을 비롯한 당군 장수들은 차츰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싸움터에서 군기란 목숨과도 같은 것,
이를 어긴다는 것은 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씩이나 기한을 넘겨 신라군이 은진에 나타났을 때 당군 장수들은
모두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분해 있었다.
“도대체 아무 기별도 없이 이틀이나 늦게 오다니,
세상에 신라군과 같은 무리가 또 있을지 모르겠구나!
저런 무리를 믿고 어떻게 전략을 모의하고 용병을 공모한단 말인가!”
특히 소정방의 노여움은 극에 달했다.
“이제라도 왔으니 다행이 아닙니까? 필시 무슨 곡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틀 내내 마음을 졸이며 남몰래 노심초사하던 김인문이 소정방의 화를 누그러뜨리려 애를 써보았으나 그럴수록 소정방은 그 큰 덩치로 군막 사이를 서성이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바득바득 이를 갈아댔다.
“만 리 뱃길을 달려온 우리도 오히려 기한 안에 당도하였거늘 곡절은 무슨 곡절이란 말이오?
그렇게 치자면 우린들 곡절이 없었소?
귀공도 보았다시피 우리 군사들이 밤잠도 자지 않고 뱃머리를 서로 묶느라 고생한 것은
모두 군기에 맞추려는 일념 때문이 아니었소?
사정과 형편을 일일이 핑계 삼는다면 무엇 때문에 미리부터 군기를 약정한단 말이오?”
뒤늦게 도착한 김유신이 자신의 비장인 김문영을 당나라 병영으로 보낸 것은 바로 이럴 때였다.
유신은 늦게 온 사정을 소정방에게 설명하고 사죄할 뜻으로 문영을 파견했으나
소정방은 문영을 대하는 순간 얘기도 들어보지 않고 버럭 고함부터 내질렀다.
“동맹군에게 군기란 명줄과도 같은 것이다!
이를 어겼으니 어찌 군율을 논하지 않겠는가!”
벼락같은 호통소리에 이어 그는 좌우의 군사들에게 문영을 결박하라고 명령했다.
“저 자를 당장 참형에 처하고 그 목을 군문에 높이 효수하라!”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군기를 어겼기로 자신의 부하도 아닌 동맹군의 장수를 함부로
참형하고 효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였다.
당자인 문영은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고 혼비백산한 김인문이 대신
소정방의 갑옷 자락을 붙잡으며,
“장군, 그럴 수는 없습니다! 명을 거두소서!”
하고 만류했지만 소정방은 인문의 손길을 거세게 뿌리치고서,
“그렇게 하지 않고는 신라군의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을 수 없소!
장수 하나를 참형하는 것도 죄에 비하면 오히려 약한 처벌이라
그래 가지고 군기가 바로잡힐는지 의심스럽소.”
하고는 다시 좌우를 돌아보며,
“무엇하는가? 어서 명령대로 시행하라!”
험상궂게 눈알을 부라렸다.
백제를 멸한 뒤엔 곧바로 군사를 돌려 신라까지 치라는 황제의 밀명을 받은 소정방 으로선
어떻게든 자신들의 위상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었고,
미리부터 신라 조정과 군사들을 제압해 위엄을 세워두는 편이 후사를 위해 한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하는 데는 시의 적절한 꼬투리를 잡은 셈이었다.
자신의 힘만으로 문영을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인문은 급히 시종 문천(文泉)을
신라 진영으로 보내 긴박한 사정을 전하는 한편 소정방과 당군 장수들을 상대로 승강이를 벌이며
시간을 끌었다.
소정방이 문영을 참수한다는 소식에 신라군은 크게 놀라고 당황했다.
대경실색한 장수들 틈에서 김유신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소정방 이란 자가 어찌 이토록 무도하단 말인가!”
유신의 고함소리가 군막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군문에 높이 걸어둔 부월(斧鉞:큰 도끼)을 끌어내려 한 손에 들고 백설총이에 올라타더니
내처 당군 병영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예순도 훨씬 넘긴 백수풍신의 노장이 가슴까지 늘어뜨린 흰 수염을 휘날리며 새하얀 말을 타고 달려오자 당나라 초병들은 감히 앞을 막아서지도 못했다.
장군들이 머무는 막사에서 시종 초조한 눈빛으로 바깥을 살피던 인문의 눈에 비로소
말을 타고 달려오는 김유신의 모습이 보였다.
“저희 큰 외숙께서 오십니다!”
인문은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주위의 당군 장수들에게 소리쳤다.
“부총관의 큰 외숙이라면 혹시 김유신 장군이 아니오?”
선제 이세민이 틈만 나면 명장이라고 극찬하던 김유신을 당나라 장수들이 모를 리 없었다.
“왜 아니겠습니까? 저분이 바로 김유신 장군입니다!”
당군 장수들은 소문으로만 듣던 김유신의 모습을 직접 구경하려고
인문을 따라 군막 밖으로 걸어 나왔다.
기굴한 덩치에 펄럭이는 수염, 대춧빛과 같은 얼굴에 찬란한 황금빛 갑옷은
과연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인문이 말에서 내린 김유신에게 다가가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원로에 노고가 크네.”
유신은 짤막하게 대답한 뒤 대뜸 화난 목소리로,
“총관은 어디 있는가?”
하고 물었다.
인문이 당군 장수들 사이에 서 있던 소정방에게 눈길을 돌리는 순간
김유신이 먼저 복색으로 알아보고 훌쩍 몸을 날려 소정방의 앞에 버티고 섰다.
유신의 머리털은 이미 분노로 꼿꼿하게 일어섰고 허리에 찬 보검은
저절로 칼집에서 튀어나올 듯이 들썩거렸다.
게다가 웬만한 사람은 양손으로도 들기 힘든 군문의 상징 대부(大斧)를 무슨 모종삽처럼
가볍게 한 손에 쥐고 있었다.
“그대가 소정방 장군이오?”
유신은 강렬한 눈빛과 거친 태도로 집어삼킬 듯이 소정방을 노려보았다.
두 사람은 비슷한 체구의 거한이었지만 배가 불룩 튀어나오고 살집이 많은 소정방에 비해
약간 마른 듯한 김유신이 훨씬 더 날렵해 보였다.
“그, 그렇소.”
소정방이 엉겁결에 대답하고는 상대의 시퍼런 서슬과 손에 든 도끼를 의식해 반 보쯤 뒷걸음질을 치자
유신은 성큼 한 발을 더 다가서서 특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통을 치듯 말했다.
“총관은 황산의 전역을 눈으로 보지 않고 오직 기일에 늦었다는 이유로 죄를 논하려 하는가?
분명히 말하거니와 나는 절대로 죄 없이 욕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그렇게 하겠다면 먼저 당나라 군사와 결전한 후에 백제를 격파할 수밖에 없다!”
우렁찬 고함소리에 장수들은 하나같이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유신은 소정방이 미처 뭐라고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더욱 사납게 꾸짖었다.
“나도 병법과 용병에는 일가견이 있고 싸움터를 전전하며 평생을 보낸 사람이다!
전란의 참혹한 사정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날짜만을 헤아리는 장수가 어디 있는가?
더구나 내가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보낸 아끼는 부하를 마음대로 참수하겠다니
이것이 어찌 동맹군의 예의란 말인가?
황제의 총관이 과연 그런 사람인가?”
유신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소정방을 직시했다.
대국의 총관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소정방은 부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모욕을 당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눈에 힘을 주고 김유신을 응시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기만 했다.
긴장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기세에서 밀린 쪽은 소정방 이었다.
생사를 걸고 싸움터를 누비던 장수들은 서로 눈빛을 보면 대강 상대의 강약을 읽어내는 본능들이 있었다. 소정방은 노여움으로 머리털이 곤두선 유신의 위엄에 기가 질리고 천지를 진동하는
노발대성(怒發大聲)에 서서히 주눅이 들었다.
소정방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다른 당군 장수들도 유신의 행동에 압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정방의 시선이 잠시 향할 곳을 모르고 허공을 맴도는 순간
옆에 있던 우장 동보량(董寶亮)이 지그시 그의 발등을 밟으며 속삭였다.
“신라 군사들의 변고가 있을까 두렵습니다. 장군께서 참으시지요.”
그 말이 끝나자 소정방은 갑자기 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유신의 앞으로 왈칵 다가섰다.
“노장군께서 화가 단단히 나신 모양입니다.
어찌 정말로 장군의 부하를 참수하겠습니까?
저희가 나흘씩이나 기다리다 지쳐서 잠시 장난을 쳐본 것뿐인데
장군께서 상견례도 갖추기 전에 그토록 화를 내실 줄은 몰랐소이다.
큰 결례를 범한 것 같으니 그만 용서하시지요.”
그는 당석에서 김문영을 풀어주라고 이른 뒤 군막 안에 술상을 차리고
상견의 예를 정중히 갖춰 유신을 청했다.
화가 나서 도끼까지 쥐고 달려온 김유신 이었지만 소정방이 그렇게까지 나오는 데는
더 분개할 이유가 없었다.
유신은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가 가까스로 풀려 나온 문영의 등을 다정스럽게 어루만진 뒤,
“우리 장수들을 이곳으로 불러오너라.
적을 치기 전에 동맹군의 우의는 다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말했다.
양국 장수들은 당군 병영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백제 도성을 공략할 계책을 모의했다.
은진에서 사비 도성까지는 육로와 수로로 공히 50리쯤 되었다.
당군들은 계속 물길을 따라 북진하려는 생각이었으나 신라 장수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소부리 벌판을 지나 왕궁을 점령하려면 필경은 육로의 저항이 더 뜨겁고 거셀 것이었다.
한동안의 논의 끝에 당군을 두 패로 갈라 배는 그대로 백강을 따라 진격하고,
배에서 내린 군사들은 신라군과 합세해 소부리벌(부여)로 진군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아까와는 달리 김유신은 소정방 에게 온화한 표정과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
“총관께서는 이 늙은이와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육로로 가십시다.
내 기꺼이 총관을 호위하리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소정방은 당연히 배를 타고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유신이 호위를 자청하며 다정히 권하자 이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그렇게 하십시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김유신의 청을 수락했다.
부대총관 김인문과 우무위장군 풍사귀가 선단을 이끌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자
소정방은 유백영과 방효공 에게 4만 군사를 거느리게 하고 신라군과 보조를 맞춰
소부리벌로 진격했다.
이때 백제에서는 좌평 정무와 의직이 동원할 수 있는 도성의 군사 전부를 끌어 모아
소부리 벌판으로 나왔는데 그 숫자가 대략 3만쯤 되었다.
도성 외곽의 백강에서는 줄로 묶은 거대한 선단이 새카맣게 강물을 뒤덮고
물고기가 튀어오를 만큼 요란하게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질러댔다.
같은 시각, 벌판 동남쪽은 천지를 가득 메운 동맹군의 깃발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사방을 에워싸니
하늘이 놀라고 땅이 진동할 난리란 바로 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육로와 보조를 맞춘 수군들은 조수(潮水)를 타고 백강 전역을 가로막은 뒤 강변에 연하여 진을 쳤고,
배에서 내린 군사들은 강의 왼쪽 언덕으로 나와 산으로 올라가서 다시 병영을 꾸몄다.
그사이 육로의 군사들은 마군을 앞세우고 보군으로 후군을 만들어 차례로 성곽을 무너뜨리며
도성 근방 30리 허까지 육박했다.
이 과정에서 소정방은 다시 한번 김유신의 위엄에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그는 소부리벌에서 만난 백제군이 제법 위세를 떨치며 이위진을 만들어 포위를 풀려고 하자,
“저것은 손가(孫家)의 두 책사(손무와 손빈)가 다투어 극찬한 진형으로
가히 사면초가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방진(防陣)이다.
이위진을 아는 것을 보니 가볍게 여길 군사들이 아니다.”
하고는 좀처럼 진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신라군들이 한동안 맹공을 퍼붓고 난 뒤에도 당군 진영에서 군사를 내지 않자
김유신은 직접 말을 몰아 소정방을 찾아갔다.
“총관의 군사들은 무엇을 하는 게요?”
유신이 묻자 소정방은 앞서 말한 바를 되풀이하는데 이미 얼굴에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소정방의 대답을 들은 유신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총관의 기우외다.
지금 저들이 쓴 이위진은 허세에 지나지 않소.
본래 이위진이란 적은 무리의 군사들을 띠처럼 길게 이어서 포위망을 뚫는 허계(虛計)인데,
이는 착행진 으로 능히 깨뜨릴 수 있소.
우리 군사가 먼저 왼쪽을 들이쳐 적진의 틈새를 벌여놓거든
총관이 화공을 써서 전열을 흔들고 복판이 비거든 정면으로 공격해 들어가시오.
그럼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일거에 적진을 무너뜨릴 수 있소.”
소정방은 반신반의했으나 유신이 돌아간 뒤에 그 말을 좇아 군사를 내었더니
견고하게만 보이던 적진이 모래성처럼 쉽게 허물어졌다.
그는 적진을 격파하고 난 뒤,
“김유신은 과연 불세출의 영걸이다.
저런 장수가 있으니 신라를 어찌 소국이라고 하랴!”
하며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가 김유신에 대해 더욱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소부리벌 싸움에서 백제의 마지막 저항군은 1만 가량의 사상자를 냈고,
좌평 의직도 전사했다.
나당 연합군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드디어 궁성이 바라뵈는 곳까지 진격해 들어갔다.
“후회로다, 내가 성충의 충언을 듣지 아니하여 급기야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구나!”
의자는 가슴을 치며 탄식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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