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1장 발정기 4

오늘의 쉼터 2014. 11. 16. 09:23

제1장 발정기 4

 

 

 

봉수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고 심호흡을 했다.

 

반면 크림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봉수를 바라봤다.

 

“얼른요.”

 

그녀가 가볍게 재촉했다.

 

봉수는 천천히 손을 그녀의 팬티로 가져갔다.

부드럽다.

그녀가 입은 싸구려 팬티는 살과의 밀착감이 좋았다.

속옷을 만지는 기분이 아니라 살을 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손바닥 전체로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팬티를 만졌다.

 

크림이 눈을 감았다. 작게 벌린 입에서 가벼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봉수의 양물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요즘 여대생들이 모두 그녀와 비슷한가 싶었다.

 

“됐죠?”

 

그녀가 찬물을 끼얹듯 말했다.

봉수는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잠깐 여우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크림은 빠르게 옷을 입었다.

 

“오해하진 마세요. 뭔가 보답을 해야할 거 같아서…”

 

그녀의 얼굴이 잘 익은 복숭아처럼 붉게 달아 있었다.

봉수의 얼굴도 붉어졌다.

 

“그, 그래. 이렇게 보답할 필요까진 없었는데.”

 

“제가 먼저 나갈 게요.”

 

크림이 빠르게 문을 열고 나갔다.

다 잡은 대물을 놓친 기분이었다.

봉수는 입맛을 다시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한 여자가 화장실로 들어오다 놀라 화장실 문의 안내 표시와 봉수를 번갈아 보았다.

봉수는 여자를 못 본 척 지나쳤다.

 

크림은 그 자리에 그대로 갓 입학한,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생처럼 새침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세태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봉수는 그녀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다 그래?”

 

크림이 물 잔을 들며 히죽 웃었다.

그녀의 웃음이 친근했다.

스킨쉽의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절로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오빠는 그럴 때 없어요?

자기도 모르게 필이 확 꽂혀서 저절로 몸이 뜨거워지고 그럴 때.”

 

출근하기 위해 전동차를 타고 오다가 가끔 싱그런 냄새를 풍기는 여자 곁에 서 있을 때 발끈하고는 한다. 전동차는 한없이 달리는 데 전동차 안에는 아무도 없다.

여자와 봉수 둘만 손잡이를 잡고 전동차의 흔들거림에 몸을 맡기고 있다.

여자는 무릎 위로 살짝 올라간 길이의 치마를 입고 있다. 봉수가 다가간다.

둥글고 팽팽한 엉덩이에 슬쩍 손을 댄다. 여자는 모른 척한다.

서서히 아랫도리를 밀착시킨다.

여자는 그래도 모른 척 창 밖을 본다. 봉수의 손이 치마 속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여자가 조금씩 다리를 벌린다.

 

“오빠!”

 

크림이 테이블 바짝 다가오며 낮게 소리쳤다.

 

“왜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래요?

실은 비오는 날 나도 모르게 몸이 열리거든요.

낮에 비가 좀 왔잖아요.”

 

크림이 가방을 들고일어난다.

 

“비오는 날 가게로 오세요.

그렇다고 헤픈 년이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비오는 날 몸이 열린다는 걸 안지 얼마 안됐거든요.

그걸 어느 누구보다 오빠랑 확인하고 싶어요.

정말로 내 몸이 열린 건지 말에요.”

 

그녀는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이 실오라기 하나 갈치지 않은 맨몸으로 보였다.

섹스, 그래도 약간의 로맨스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녀는 어느새 시야에서 벗어났다.

계산서를 들고 막 나가려할 때 들어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입사 동기인 중경이었다.

앳되어 보이는 여자와 함께였다.

 

“중경씨, 서울도 좁네요.”

 

중경이 봉수를 보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중경은 뜨끔했다.

 

‘밤늦게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을 만난다더니 봉수를 두고 한 말인가.’

 

중경은 봉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늘의 운세를 떠올렸다.

봉수의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로 전송한 게 마음에 걸렸다.

 

“비가 오네.”

 

소녀는 창을 두드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낼게.”

 

“니가 무슨 돈이 있어.”

 

“나 계 탔어.”

 

“계?”

 

“친구들끼리 떼 계를 하거든.”

 

“떼 계는 또 뭐냐?”

 

중경은 찜찜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소녀의 말에 집중을 했다.

맥주 뚜껑을 손으로 비틀어 한 모금 들이켰다.

냉장이 잘 되어 있었는지 시원했다.

 

“진짜 몰라?”

 

소녀도 맥주병을 들고 들이킨다.

소녀는 발을 뻗어 중경의 다리 사이의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발가락이 중경의 물건을 찾았다.

중경이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소녀가 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무튼 이상한 꼰대라니까. 남들은 못 먹어서 안달인데….”

 

“떼 계가 뭐야?”

 

중경은 말머리를 돌렸다.

 

“친구들끼리 애 생기면 수술해야 할 거 아냐.

우리한테 그런 돈이 어딨어. 그래서 미리미리 계를 들어 놓는 거지.”

 

“그럼 얘를 뗀다고 해서 떼 계라고 지은 거냐?”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다리를 중경의 사타구니 사이에 올려놓는다.

중경은 입을 벌린 채 소녀를 바라본다.

 

“걱정하지 마쇼. 계 탈 때까지 애 안 생기면 그 돈 내 거가 되는 거거든. 일석이조지 뭐.”

 

“너 공부는 하냐?”

 

“역시 꼰대네. 걱정하지 마. 이래도 학교에서 늘 상위권이니까.”

 

중경은 소녀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소녀는 눈치가 빨랐다.

가방을 뒤져 두툼한 편지봉투를 중경 앞에 내밀었다.

중경이 눈으로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 성적표.”

 

중경은 편지봉투 안에 가득 들어 있는 소녀의 성적표를 하나 둘 꺼내보았다.

이은경. 소녀의 이름이다.

소녀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전교에서 손가락에 꼽는 등수였다.

중경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류대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이었다.

 

“이해 같은 거 안 해도 돼. 그거 집에 가져가 봐야 봐주는 사람도 없고.”

 

소녀는 맥주병 입구를 장난스럽게 문 채 핥기도 하고 빨기도 했다.

소녀의 발가락이 다시 중경의 물건을 더듬거렸다.

중경은 소녀를 빤히 보고 있자 묘하게 오줌이 마려웠다.

 

“얼른 여자가 되고 싶어.”

 

중경이 의자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할 때 소녀가 중경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죄책감 따위 가질 필요 없어.’

 

중경은 고개를 저으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다 여자화장실에서 나오는 여자를 보고

걸음이 그만 딱 멈춰졌다.

중경을 남자로 만들어 준 첫 여자. 첫 사랑이기도 했다.

 

“어, 중경이구나. 너 샤프해지고 더 멋있어졌다.”


중경은 화장실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파르스름한 턱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가이아(Gaia) 백화점, 의류 물류팀 팀장. 신해수. 의외의 사람을 만난다더니

오늘의 운세가 허튼 소리만은 아니었어.’

 

중경은 해수가 건넨 명함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대학 시절 중경이 1학년일 때 3학년인 선배였다.

물론 두 살 연상이었다. 중경이 사진동아리에 들었다가 첫눈에 반했던 여자였다.

아직도 중경의 책상 서랍 속엔 그녀를 찍은 사진이 앨범으로 열 개는 족히 됐다.

 

중경은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았다.

대학을 다닐 때의 서글서글했던 눈매는 사라지고 없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남작 서 있었다.

 

‘결혼은 했을까?, 5년이 넘었구나.’

 

중경은 까마득히 잊혀졌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해수를 사귄다고 선배들에게 끌려가 두들겨 맞았던 일도 있었다.

그런 중경을 끌어안고 울던 해수. 그날이었다.

그날 중경은 남자가 되었다.

 

솜털로 뒤덮여 있던 가슴과 배. 중경의 입술이 지날 때마다 돋아나던 모공들.

타는 듯 뜨거웠던 다리 사이. 아득한 현기증. 달빛으로 빛나던 젖가슴과 음모.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다.

 

중경은 거울을 보고 다시 한번 옷매무새를 만졌다.

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하필 쌍피랑 있을 때 만나다니…’

 

중경은 소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녀석이 다리로 사타구니를 들쑤시던 광경을 해수가 혹시 보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광경을 못 보았다고 해도 소녀와 같이 움직인다면 타락한 놈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똥 싸?”

 

소녀였다.

 

화장실에서 나갈 즈음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소녀인줄로 생각했는데 모르는 번호가 외부창에 찍혔다.

 

“나 먼저 간다. 코지에 입사했으니 어쩌면 가끔 볼 지도 모르겠다.”

 

해수였다.

 

중경은 그제야 ‘코지’에서 여성전문백화점에 독점 납품 계약건이

계류 중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 계약 건의 주인공이 가이아였던 모양이다.

 

“그, 그래. 잘 하면 보겠네.”

 

“너랑 나랑은 인연인 모양이다.”

 

해수는 그 말을 남기고 끊었다.

좀 전에 본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베이지 빛의 민 소매 니트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아이보리 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청바지에 아무렇게나 셔츠를 걸치고 다니던 해수가 아니었다.

완전한 여자였다.

 

“뭐해?”

 

소녀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남자 화장실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 가야 되는데.”

 

중경은 소녀의 뒤를 따라 갔다.

홀 안에는 다행이 해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 정말 그냥 들어가?”

 

소녀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중경을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보니 소녀가 해수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너 대학 가면…”

 

소녀가 혀를 내밀었다.

붉고 긴 혀였다.

중경이 소녀와 1층 로비를 가로질러 갈 때 호텔 출입문 쪽에서

택시를 타고 있는 해수의 모습이 보였다.

웬 남자가 그녀와 함께 택시를 탔다.

중경은 순간 가슴이 저렸다.

 

채연은 찬 기운이 느껴져 눈을 떴다.

 

밖에서 미명이 창을 넘어오고 있었다.

갈증이 일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낯선 냄새들이 밀려왔다.

 

‘참, 나송림이 집이지.’

 

채연은 곁에 잠들어 있는 송림을 바라보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채연을 바라보며 모로 누워 잠이 들어 있었다.

채연 역시 알몸이었다.

 

장난으로 서로의 입술을 만지고 유두를 만졌는데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어느새 둘은 부둥켜안고 있었다.

채연도 왜 그랬는지 어제 저녁은 모든 게 서러웠다.

 

채연은 천천히 송림의 벗은 몸을 훑어보았다.

그녀의 유두는 검붉은 채연의 유두완 달리 봉숭아 빛처럼 깨끗하게 붉었다.

젖가슴도 손에 쥐면 넘치게 가득 찰 정도의 크기였고 허리와 배에 군살도 없었다.

음모는 채연의 절반 정도였다.

 

채연은 송림의 유두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름다운 하나의 꽃잎이었다. 따스했다.

채연이 만지작거리자 금방 딱딱해졌다.

 

채연의 고향은 정읍이었다.

정읍에서 내장산 쪽으로 가다가 가마골이라는 곳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시골이었다.

옛날 제2의 소련기지라고 불렸던 곳이었다.

한국 전쟁 당시 많은 사람들이 죽은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고향의 꽃들은 유독 색이 화려했다.

집과 집의 경계를 짓던 장미와 능소화의 꽃잎들.

 

송림의 젖꼭지는 능소화의 꽃잎처럼 연분홍 빛이었다.

비오는 날 능소화를 보고 있으면 괜히 서러워서 울곤 했던 기억이 났다.

서울로 올라와 성공해 내려가겠다고 다짐했는데… 속옷 모델이나 하고 있었다.

 

채연은 송림의 곁에 다시 모로 누웠다. 지난 밤 서로를 애무하고 서로의 다리를

사타구니 사이에 넣고 비빌 때의 감촉이 아직 허벅지에 남아 있었다.

 

채연이 송림을 천천히 끌어안았다.

살과 살이 닿을 즈음 송림이 눈을 뜨고 채연을 빤히 바라보았다.

송림이 슬그머니 등을 보이고 돌아누워 채연에게 안겼다.

채연은 머뭇거리다가 뒤에서 송림을 끌어안았다.

채연보다 키가 작은 덕에 송림은 그녀의 가슴 안에 폭 안겼다.

 

“나 이런 경험 처음이야.”

 

송림이 몸을 떨었다.

 

“나도.”

 

“그렇다고 여자가 더 좋거나 그런 건 아닌데…”

 

“나도 그런 거 같아. 우리 양성애잔가 봐.”

 

채연의 말에 송림이 쿡 웃었다.

 

“슬슬 일어나서 회사나 가야겠다.”

 

“격주 휴무 아니었어?”

 

“오늘 토요일이야?”

 

송림이 몸을 돌려 채연을 바라보았다.

채연이 침대 머리맡 협탁에 놓여진 탁상 달력을 보았다.

토요일이었다.

 

“내가 요즘 이렇게 정신이 없다니까.”

 

송림이 반듯하게 누웠다.

채연도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차 실장이란 잔 거 사실이야?”

 

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넣고 1분도 안 걸리는 거 있지.”

 

송림이 키득거리자 채연도 웃기 시작했다.

 

“어쨌든 넌 가슴이 예쁘니까 브래지어 전속이라도 해 줄 거야.

차 실장 여자는 밝혀도 그런 건 확실하거든.

어쨌든 우리 해장국 먹으러 나가자.”

 

송림이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채연은 그녀의 방안을 둘러보았다.

단독주택의 전세를 사는 채연에겐 꿈같은 오피스텔이었다.

쿡탑 가스렌지에 트럼 세탁기, 에어컨과 샤워 부스, 정수기까지… 모든 게 부러웠다.

 

봉수는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회의실 안은 초긴장 상태였다.

다자인 팀, 개발 팀, 기획 팀 전체가 모인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장의 호출이었다.

 

“무슨 일이야?”

 

봉수는 진국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비라’에서 우리가 출시할 여성 속옷이 먼저 출시된 모양이야.”

 

‘비라’라면 ‘코지’의 최대 경쟁업체였다.

 

사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이 밝지 않았다.

그 뒤로 속옷을 입은 모델 3명이 따라 들어왔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눈요기냐.”

 

진국의 눈이 빛났다.

 

“차 실장, 모델들이 입고 있는 옷이 어디 제품인지 아시겠어요?”

 

사장의 입이 열렸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 모델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채연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모델들이 입고 있는 제품에 대해 말해 보세요.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까.”

 

모델들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돌아서곤 했다.

봉수는 그중 노랗게 염색한 모델의 속옷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띄였다.

그녀가 입고 있는 건 크림이 화장실에서 보여주었던 그 디자인 그대로의 속옷이었던 것이다.

 

‘비라에서 8천 원짜리 속옷을?’

 

“우리 회사 디자인과 유사하긴 하지만 우리 제품은 아닙니다.”

 

나송림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린 건 엉덩이쪽이 더 좁고 앞쪽이 더 내려가 있는데 저건 그렇지 않습니다.”

 

봉수는 송림의 말을 듣고 다시 모델의 속옷을 살폈다. 그녀의 말 그대로였다.

 

“디자인만 다르지. 소재는 똑같단 말입니다.”

 

진국은 모델 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시겠지만 이건 ‘비라’에서 이번 여름에 출시한 제품으로 모두 고가의 속옷입니다.”

 

사장이 모델을 바라보며 눈짓을 했다.

 

“착용감이 아주 좋아요.

제가 이틀을 입고 지냈는데 통기성도 뛰어났습니다.

브래지어 같은 경우 여름엔 덥고 땀이 차서 불편했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모델이 속옷에 대해 설명했다.

 

“무엇보다…”

 

다른 모델 한 명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브래지어를 풀었다.

한 팔로 가슴을 가렸다.

그리곤 한바퀴를 돌았다.

회의실 안의 남자들은 침을 삼켰다.

 

“너무 가볍고 보시다시피 제 몸에 전혀 자국이 남지 않았어요.

매우 짱짱한 편인데도 말입니다.”

 

그녀의 말대로 젖가슴 아래에 전혀 자국이 남아 있지 않았다.

개발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건 ‘코지’가 이번에 야심을 갖고 개발한 제품과 거의 똑같았다.

탄력은 있지만 부드럽고 부드러우면서도 통기성은 뛰어나며 디자인 또한 섹시한 제품.

게다가 황토와 숯을 섞은 웰빙 브래지어였다.

 

“앞으로 1주일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이 상태에서 더 뛰어난 상품을 만드세요.

이대로 우리 제품을 출시해 봐야 이미 늦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게 나와야 해요.”

 

사장이 말을 끝내고 나가자 모델들도 후다닥 그를 따라나갔다.

봉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림이 보여주었던 속옷.

그 옷을 만든 공장과 연결이 되면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듯했다.

 

“날아가는 새 거시기를 봤나?”

 

진국이 봉수의 얼굴에 드리워진 미소를 보고 투덜대듯 말했다.

 

 

'소설방 > 개와 늑대의 시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장 발정기 6  (0) 2014.11.16
제1장 발정기 5  (0) 2014.11.16
제1장 발정기 3  (0) 2014.11.15
제1장 발정기 2  (0) 2014.11.15
제1장 발정기 1  (0) 201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