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1장 발정기 1

오늘의 쉼터 2014. 11. 15. 06:12

제1장 발정기 1

 


 

“누구세요?”

 

인터폰 저편에서 나긋나긋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저, 회사에서 나온 박봉숩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연분홍 빛의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칠흑처럼 검은머리에 달걀을 목 위에 얹어 놓은 듯 좌우의 균형이 완벽했다.

긴 목과 불룩 솟은 가슴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듣기 보단 상당한 미인인 걸.’

 

“부장님께서 전화를 하셨죠?”

 

그녀가 싱긋 웃었다.

봉수는 베스킨라빈스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여학생이 떠올랐다.

같이 자면 달콤하겠다고 생각했던 여학생이었다.

 

“새로 입사하신 분이죠? 들어오세요.”

 

그녀의 말투가 왜 그런지 유혹처럼 들렸다.

조선 백자라도 그녀의 몸만큼 완벽하게 않을 터였다.

아무리 살펴도 40대의 여자론 보이지 않는 몸매였다.

 

‘천하의 박봉수가 다리가 다 후들거리네.’

 

“내가 너무 젊어 보이죠?”

 

그녀가 눈웃음을 지었다.

양갱을 깨물었을 때의 달착지근한 기운이 입안에 퍼졌다.

 

“이십대 후반쯤으로 보이시네요.”

 

봉수는 겨우 속삭이듯 말했다.

 

“거짓말도 잘 하시네, 그이는 언제 돌아오죠?”

 

그녀의 말투는 친한 사람 대하듯 애교 섞여 있었다.

봉수는 말초신경이 일제히 긴장해 생각지도 않았던 오줌이 마려웠다.

순간 다리에 힘도 맥없이 빠졌다.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그것도 상사의 부인이 첫 대면에 살갑게 구는 게 아무래도 봉수에겐 어색했다.

 

강 부장은 영국의 의류업체에 한국 원단을 수출하는 문제로 영국 바이어들과 상담차 출장 중이었다.

다음주에나 귀국할 터였다.

 

“허구헌 날 출장이니, 과부가 따로 없어요.”

 

그녀는 넋두리를 하곤 봉수를 서재로 안내한 뒤 거실 쪽으로 사라졌다.

 

봉수는 한동안 그녀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곤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들겼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강 부장이 영국으로 보내라는 파일을 복사하고 있는데 그녀가 커피 잔을 들고 들어왔다.

오이를 썰었을 때의 상큼한 냄새가 등뒤에서 넘어왔다.

 

“차 드세요.”

 

“네.”

 

봉수는 의자를 돌려 앉았다.

그녀는 간이 티 테이블 위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두 잔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봉수 앞에 마주 앉으며 찻잔을 들었다.

그녀가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가 입고 있는 원피스도 회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일종의 스판이었다.

옆 트임까지 깊어 몸매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사실 입기 힘든 제품이었다.

봉수는 차를 마시며 저절로 희게 드러난 그녀의 허벅지를 힐금힐금 훔쳐보았다.

그녀의 가슴에 매달린 두 개의 돌기가 눈에 들어오자 몸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노브라?’

 

그녀가 설탕을 타거나 프림을 타느라 허리를 구부릴 때마다 가슴골이 보이기도 했다.

봉수는 침을 삼킨다는 게 그만 커피를 홀짝 들이켰다.

뜨거웠다.

삽시간에 입천정이 벗겨졌다.

그 바람에 커피 잔을 떨어트렸다.

봉수는 얼결에 잔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녀 역시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손을 뻗었다.

그런데 봉수의 손에 잡힌 건 잔이 아니라 물컹한 그녀의 가슴이었다.

봉수는 자신의 손을 보곤 놀라 그만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봉수는 그녀의 가슴에서 얼른 손을 뗐다.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봉수도 몸둘 바를 몰랐다.

봉수는 늪에 발이 푹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그래도 손에 말랑말랑한 감촉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잔은 안 깨졌네요.”

 

방바닥에 남은 커피가 점점이 떨어져있었다.

그녀가 서재에서 나갔다가 금방 수건을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이내 무릎을 꿇고 앉아 방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안쪽 허벅지가 보였고 탱탱한 가슴이 흔들렸다.

봉수는 눈 둘 곳을 찾지 못했다.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사모님, 제가 닦겠습니다. 제 실숩니다.”

 

봉수는 그녀의 손에서 걸레를 빼앗으려고 하다가 손을 잡고 말았다.

그녀의 손이 닿자 골반 부근에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봉수는 손을 떼며 뒤로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녀가 ‘쿡’소리를 내며 웃었다.

봉수도 어색하게 웃었다.

 

“웃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그녀가 수건과 쟁반을 들고 서서 말했다.

봉수는 다시 한번 입을 벌리고 웃었다.

 

“다시 타다 드릴게요.”

 

“아, 아닙니다. 복사도 다 끝났는데…”

 

봉수가 일어나 의자에 앉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그녀는 히죽 웃기만 했다.

 

‘웃음이 헤픈 건가, 아니면…’

 

봉수는 그제야 회사 선배들의 말이 떠올랐다.

 

‘부장 집에 가거든 여우를 조심해라,

시험에 들지 마라,

직장생활 종칠 수 있다.’

 

선배들의 말이 부장의 부인을 두고 하는 말인 듯했다.

봉수는 복사가 끝났음을 확인하고 컴퓨터를 다운 시켰다.

서류 가방을 들고 서재에서 나올 때 그녀가 다시 커피 잔을 들고 들어왔다.

 

“다시 타 왔는데…”

 

그녀가 아양을 부리듯 말했다.

입사동기인 미스 신보다 더 어린 말투였다.

게다가 아무리 살펴보아도 40대론 보이지 않았다.

봉수는 혹시 낮잠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는 그녀 몰래 허벅지를 꼬집어보았다.

따끔했다.

 

“고, 고맙습니다만 복사도 끝났고 에, 또, 시간도 없어서요.”

 

봉수는 괜히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가로막은 채 비켜줄 태세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좀 전의 실수 따위는 잊은 듯했다.

 

“그러시면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코가 참 잘 생겼네요.”

 

그녀가 느닷없이 코 얘기를 했다.

 

“네?”

 

그녀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봉수는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걷는 건지 떠가는 건지 감각이 없었다.

그녀가 따라왔다.

 

“사모님, 시간이 없어서, 마신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봉수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서도 그녀의 가슴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래요, 우리 부장님 잘 도와주세요. 잘 부탁드려요.”

 

봉수는 그녀에게 한번 더 웃어 보인 뒤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봉수는 발이 둥둥 뜬 채 걷는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야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안으로 들어서니 전신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졌다.

낯바닥은 붉고 바지 앞섶이 툭 불거져 있었다.

 

‘이게 무슨 망신이야!’

 

봉수는 엘리베이터 벽 쪽에 붙어 서서 머리를 쥐어박았다.

다음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서고 젊은 여자가 올라타며 봉수를 살폈다.

봉수는 슬그머니 서류가방으로 바지 앞섶을 가렸다.

 

“이번 열차는 구파발, 구파발행 열찹니다.”

 

봉수는 겨우 몸을 진정시켰다.

바지 앞섶을 부풀게 했던 기운도 꺾였다.

그래도 골반을 자극했던 기운과 손바닥에 남아 있는 말랑거림은 여전했다.

 

‘정말 여우한테 홀린 기분이네.’

 

봉수는 벤치에서 일어나 전동차를 타는 곳으로 걸어나갔다.

 

사람들이 내렸다.

왜 그런지 여자들만 눈에 띄었다.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손에 CD 케이스를 들고 내리는 모습이 봉수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 CD!'

 

기껏 복사를 해선 부장 집에 그대로 두고 나온 것이다.

 

회사에서 개발한 라이크라 소재 섬유의 탄성과 운형 복원력을 실험한 데이터로 영역(英譯)해

강 부장에게 보내야할 자료였다.

오늘 중으로 보내야했다.

 

봉수는 전동차를 탔다가 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내렸다.

 

‘이거 미치겠군.’

 

다시 다녀오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1주일 전에 끊은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봉수는 강 부장이 사는 아파트로 향하며 담배 가게를 찾았다.

 

“디스 주세요.”

 

담배 값도 파격적으로 오른 터라 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강 부장의 부인을 본 한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천하의 박봉수가 이게 무슨 꼴이람.’

 

봉수는 이글거리며 쏟아지는 햇빛을 원망스럽게 올려다보았다.

 

봉수는 아파트 입구에 서서 강 부장이 사는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담배를 두 대를 연거푸 피고 강 부장이 사는 아파트 라인으로 들어섰다.

 

“뭐 잊고 오신 게 있는 모양입니다.”

 

“네.”

 

경비가 알은 체를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봉수는 강 부장의 집 앞에 서서 한동안 망설였다.

 

‘죄 진 것도 아닌데…’

 

봉수는 초인종을 누르려고 손을 뻗다가 문이 빠끔히 열린 걸 보았다.

도망치듯 나오는 바람에 문이 제대로 닫힌 걸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문손잡이를 잡고 슬그머니 열어보니 문이 열렸다.

문 아래에 있는 바닥 걸림쇠가 내려와 있었다.

그것 때문에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저, 사모님, 사모님…”

 

봉수는 현관에 서서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거실로 선뜻 들어서기가 망설여졌다.

 

“사모님, 저 박봉숩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새 슈퍼에라도 다니러 나간 듯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갔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냥 몰래 들어가서 들고 나올까?’

 

봉수는 그녀를 다시 마주치는 게 민망해 발소리를 죽이고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복사해 놓은 CD가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봉수는 CD를 가방에 넣고 뒷걸음질로 나와 서재 문을 소리나지 않게 닫았다.

 

봉수가 현관을 향해 돌아서려는 순간 화장실 문이 열리며 수건으로 앞가슴을 가린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막 샤워를 하고 나오는 중이었다.

그녀는 현관 앞에 얼어붙은 듯 서있는 봉수는 보고 놀라 수건을 떨어트렸다.

한 순간에 그녀의 몸이 드러났다.

뽀얀 가슴과 꼿꼿하게 선 유두, 풍성한 둔부와 숲. 미끈하게 흘러내린 허리선.

봉수는 질끈 눈을 감고 말았다.

 

진국은 신호등의 노란 불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 조선시대 고문도 잔인했죠.”

 

진국은 곁에 앉은 송림의 다리를 슬쩍 훔쳐보았다.

스커트 아래 무릎이 한 뼘쯤 나와 희게 빛났다.

 

송림은 창 밖을 내다보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요?”

 

뒷좌석에 앉은 애란이 앞 좌석 쪽으로 몸을 바짝 당겨 앉으며 물었다.

진국은 룸미러에 담긴 그녀를 보았다.

밉상은 아닌데 통통하고 넓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작아 정이 통 가질 않았다.

 

“조선시대 양반가에서 머슴들을 다스리는 문풍지형이라는 고문 기술이 있는데요,

사실 기술이랄 것도 없죠.

오스트레일리아가 왕국 시절 만든 손가락 으깨는 그 고문 기계에 비하면

고통이 적은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따지면 더 무서운 기술이죠.”

 

진국은 목소리를 한껏 내리 깔고 말했다.

 

“문풍지형이요? 그게 뭐예요?”

 

애란은 적극적으로 진국의 말에 호기심을 보이는데 정작 애를 태우는 송림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죄 지은 머슴들의 얼굴에 문에 바르던 창호지를 덮고 물을 뿌리는 고문이에요.”

 

진국은 송림의 옆얼굴을 쳐다봤다. 잡티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신호등 불빛이 바뀌고 차가 출발하자 애란의 몸이 뒤로 젖혀지며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

 

‘뚱뚱하니 둔하지.’

 

진국은 애란을 못 본 척했다.

 

“그게 무슨 기술이에요?”

 

그제야 송림이 진국을 바라보며 관심을 보였다.

 

“송림 선배가 몰라서 그렇지.

사람 얼굴에 문풍지를 덮고 물을 뿌리면 마르면서 숨통을 조이거든요.

손 하나 대지 않고 사람 죽이는 기술인데 양반가에선 은밀하게 그렇게 머슴들을 다뤘다고 하더라구요.”

 

진국이 침을 튀기며 말했다.

 

“어머, 그래요. 진국씨는 정말 해박해요, 송림아, 안 그러니?”

 

이번에도 애란이 더 크게 관심을 보였다. 애란의 말에 송림은 코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왼쪽 다리를 들어 오른쪽 다리 위로 올려 꼬며 앉았다.

허벅지 안쪽 살이 눈부셨다.

날씬하니 좁은 공간에서도 그런 자세가 가능했다.

 

‘내가 우습다 이거지, 반드시 내 배 아래 깔리는 날이 있을 거다.’

 

차는 어느새 회사 앞에 다다랐다.

 

“진국씨, 수고하셨어요.”

 

송림이 차에서 내리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대가 달아나지 못하게 적당히 잡아끄는, 너무 가까이 다가들었다 싶으면 밀어내는 말투였다.

도무지 그녀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수고는요, 먼저들 올라가세요.”

 

진국은 회사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두 여자의 뒷모습을 보았다.

송림은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듯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T자 팬티를 입었는지 속옷라인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 애란은 헐렁한 면바지를 입고 있어 몸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진국은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차를 파킹시킬 무렵 봉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국아, 어디냐? 나 정말 큰일났어.”

 

“무슨 큰 일?”

 

“강 부장 마누라랑 알몸으로 마주쳤어.”

 

진국은 그 말에 놀라 핸들을 놓쳤다.

그 바람에 범퍼가 주차되어 있는 흰색 소나타의 문짝을 긁었다.

 

“강 부장 마누라랑 했다고?”

송림은 속옷 샘플을 들고 이미지 실로 들어섰다.

 

기획실 차 실장과 의류지원팀 박 과장, 수석 디자이너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국과 함께 일산의 공장에서 가져온 샘플들이었다.

건강바람이 분 뒤 속옷에 황토와 숯을 첨가한 제품들이었다.

게다가 디자인과 스타일도 심플하면서 섹시한 컨셉이어서 회사에선 기대가 컸다.

 

“모델들은?”

 

차 실장이 출입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늘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을 보였다.

 

“들어오고 있습니다.”

 

송림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다섯 명의 모델이 들어왔다.

하나같이 늘씬한 몸매의 모델이었다.

차 실장과 박 과장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송림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모델의 몸매나 얼굴에 따라 옷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두 사람의 입이 귀에 걸린 걸 보니 모델들에게 만족한 모양이었다.

 

“파티션 뒤로 따라오세요.”

 

이미지 실엔 작은 실내 무대와 간이 조명, 회의 탁자 그리고 파티션으로 가려진 공간이 있었다.

모델들이 송림을 따라왔다.

 

“오늘도 회식해야 돼요?”

 

모델 중의 한 명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야 여러분들 일 끝나자마자 보내드리고 싶지만…”

 

“너는 아직 이 바닥에서 크려면 멀었다.”

 

회식에 대해 물었던 모델에게 다른 모델이 옷을 벗으며 대답을 했다.

그녀들의 나신이 하나 둘 펼쳐졌다.

속옷 모델인 만큼 완전히 발가벗어야 했다.

 

“실장님 말 한마디면 다음날 바로 전속되는 거야.”

 

누군가 또 낮게 중얼거렸다.

송림은 몸매와 피부색을 보며 입어야 할 속옷을 분배했다.

그 중 티 한 점 없는 채연의 몸이 유독 송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대로 멈춰서 있다면 마네킹이라고 할만큼 상체와 하체의 균형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우유 빛이었다.

그녀에겐 넓은 T자 팬티와 셋트인 속옷을 주었다.

여성의 둔부에서 질과 항문을 지나 엉덩이의 골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T자 팬티의 불편함을 고려해 엉덩이 골 부분을 조금 넓게 넓힌 형태의 팬티였다.

 

채연이 입으니 그 속옷은 마치 그녀를 위한 속옷 같았다.

그녀 뿐만 아니라 다들 풍성한 가슴과 풍성한 숲을 지니고 있었다.

부러웠다.

 

그녀들이 작은 무대로 올라섰다.

차 실장이 턱을 손으로 받쳐들고 모델들을 바라보았다.

박 과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석디자이너만이 속옷에 관심을 보였다.

 

“한번 돌아봐.”

 

실장의 말에 모델들이 뒤돌아 섰다.

 

누구보다 채연의 엉덩이가 아름다웠다.

위로 단단하게 올라간 탄력도 탄력이지만 둥근 엉덩이 밑살과 엉덩이 골 양쪽의 흰 살도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상큼해 보였다.

 

“이번 모델들은 몸들이 좋네. 다시 앞으로 서 봐.”

 

차 실장은 금방이라도 침을 질질 흘릴 것만 같았다.

모델들이 다시 앞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차 실장과 박 과장이 채연의 둔부에만 유독 초점을 맞추었다.

 

“속옷이 불편하지 않나?”

 

모델들이 주섬주섬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래도 두 사람의 눈길은 채연의 둔부 쪽에 향해 있었다.

수석디자이너 역시 채연의 둔부를 바라보았다.

송림은 뭔가 잘못된 점이라도 있는가 싶어 채연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팬티의 면적이 작다 보니 털이 무성한 사람이

입기는 약간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는데 팬티의 사타구니 라인을 따라

한 두 가닥씩 음모가 튀어나와 있었던 것이다.

송림은 독사 같은 눈으로 세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채연의 몸만 바라보았다.

채연도 그들의 눈길을 느꼈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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