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251> 24장 장관의 사랑 [4]

오늘의 쉼터 2014. 11. 8. 18:36

<251> 24장 장관의 사랑 [4]

 

 

(498) 24장 장관의 사랑 <7>

 

 

 

 

 

 

방으로 들어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런, 기다리고 계시네.”

7시 5분 전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오미도 따라 웃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장관 각하.”

둘만의 독대였지만 서동수는 어색하지 않았다.

 

오늘 나오미는 진분홍색 투피스 정장 차림이다.

 

흰 레이스가 달린 재킷에는 단추가 여러 개 달렸다.

 

자리에 앉았을 때 서동수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나오미를 보았다.

“투자 유치에 대한 축하 자리라고 해둡시다. 친선 모임이라고 해도 좋고.”

“감사합니다. 장관 각하.”

한식당이어서 종업원에게 한정식을 시킨 서동수가 소주도 주문했다.

 

나오미도 같은 걸 마시겠다고 했다. 다시 둘이 되었을 때 서동수가 말했다.

“내 조부께서 일제강점기에 동양척식주식회사(東洋拓植株式會社)에 근무하셨어요.

 

나오미 씨는 들어 보셨나?”

나오미가 머리를 기울였다. 눈이 더 가늘어졌다가 커졌다.

“모르겠는데요?”

“1908년에 일본이 조선의 토지와 자본을 수탈하기 위해서 만든 회사지.

 

아주 악랄했기 때문에 100만 명이 넘는 조선 농민이 땅을 빼앗기고

 

만주 벌판으로 쫓겨났고 일본인이 대거 조선땅에 이주해서 땅 소유주가 되었어요.”

“…….”

“내 조부가 그 동양척식회사 간부였죠.

 

머리가 좋으셔서 일본 학교에 관비 장학생으로 들어가 졸업하시고

 

그 위세가 당당한 동척의 간부가 되신 겁니다.

 

가난한 집안의 수재였던 조부는 출세하신 겁니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나오미를 보았다.

“조사해봐요. 다 나올 테니까.”

“장관 각하.”

나오미가 반짝이는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갑자기 왜 그 말씀을 하십니까?”

“지금은 한국에서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지만, 모르고 있을 테니까 말이오.”

어깨를 편 서동수가 말을 이으려다 입을 닫았다. 음식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음식을 솜씨 있고 빠르게 배열해놓은 종업원들이 나갔을 때

 

수저를 들면서 서동수가 들자는 시늉을 했다.

 

나오미가 젓가락을 들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만일 알게 되면 나를 싫어하는 인간들은 나를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매도할 겁니다.

 

내가 얼굴도 모르는 조부의 후손이라고 말이오. 그 피가 흐른다고도 하겠지.”

다시 빙그레 웃은 서동수가 갈비찜을 들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내가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얼마 동안 조부 제사 때 절도 안 했다는 것을 발표할 수 있을까요? 못 합니다. 차라리 가만있는 게 낫지 왜 할아버지를 모욕합니까? 나는 엄연한 손자인데.”

“…….”

“한국은 그런 나라요.

 

일본과 그렇게 얽힌 채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을 살아오고 있단 말입니다.”

“…….”

“서기 1592년 4월 13일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만 대군을 조선에 보냈어요.

 

그 전쟁이 7년 동안 갔습니다.

 

조선인 수백만 명이 죽고 끌려갔지요.”

“…….”

“그전에 고려 말기에는 왜구라는 일본 해적단이 1년에 360회 침략했다는 기록이 적혀 있습니다.

 

고려 왕조는 왜구 때문에 망했다고들 합니다.”

그때 나오미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차분한 표정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요?”

 

 

 

 

 

(499) 24장 장관의 사랑 <8>

 

 

 

 

 

 

요점을 말하라는 것이었다.

 

수저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잔에 소주를 따랐다.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을 겁니다.”

서동수가 나오미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나는 내 대(代)에 얽힌 일본과의 인연만 밝힌 거요.

 

그것이 수백 년, 천 년이 넘도록 이어지면서 얽혀진 것이 지금의 한·일 관계요.”

“원한의 역사인가요?”

불쑥 나오미가 묻자 서동수는 한 모금 소주를 삼키고 나서 웃었다.

“내가 보기에 일본에게 한반도는 약탈, 지배의 대상이었지.

 

그런 사고가 1000여 년간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

“그렇게 만든 한반도 정권의 책임도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각성해야 할 부분이지만.”

“…….”

“지금도 일본 지배층, 정치권에서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한국을 대합니다.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 덮으면서 말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

“한국 국민성요?

 

요즘 일본 정권이 일본군 위안부를 부정하고 전범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2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수십 만의 한민족과 식민지 통치를 오히려 미화해도 일본 제품은

 

한국에서 잘 팔립니다. 잊고 있단 말입니다. 용서할 준비도 되어 있어요.”

그때 나오미가 말했다.

“조선은 스스로 원해서 일본과 합방한 것 아닌가요?

 

일본은 합방 후에 내선일체 정책으로 조선 경제를 일으켰고 빈곤에서 탈출시켰지 않습니까?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게 된 것도 합방 때문이고요.”

서동수가 시선을 나오미한테서 식탁에 놓인 소주잔으로 옮겼다.

 

그렇게 교육받았으니 어쩌겠는가? 억지 소리가 아닌 것이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서동수가 혼잣말로 욕을 했다.

“개놈의 시키들.”

웃음 띤 얼굴로 말해서 나오미한테는 욕처럼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오미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오미 씨는 그렇게 교육을 받았겠지요. 이해합니다.”

방금 서동수는 2차 세계대전 말 일본을 공격했던 미국과 소련을 향해 욕을 한 것이다.

 

연합군이 독일에 했던 것처럼 일본을 철저하게 응징했다면 지금의 일본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당시 미국은 더 이상의 미군 피해를 막고자 원자폭탄 두 개를 떨어뜨리고 일본의 항복을 받아 냈다.

 

그러고는 소련의 남하를 저지시키려고 38선을 그어 놓고 동북아의 미국 방위선을 일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전범국이며 패전국인 일본이 순식간에 미국의 우방이 되어 경제 부흥을 이루었다.

 

6·25전쟁이 일본 경제 부흥의 결정적인 동기가 된 것도 우습다.

 

연합군의 보급창 역할을 하면서 산업이 불길 일어나듯 일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은 한반도를 철저히 이용해 먹고 작금에 이른 것이다.

 

그때 나오미가 술잔을 들고 말했다.

“장관 각하, 고맙습니다. 조부님 이야기까지 들려주신 것에 감동했습니다.”

“나도 나오미 씨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습니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나오미를 보았다.

“앞으로 자주 만나야 될 것 같습니다.”

“저한테 역사 교육을 시켜 주시려는 계획이죠?”

문득 서동수는 심장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7년간 조선 반도를 유린했을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조상은 무사했을까?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3> 24장 장관의 사랑 [6]  (0) 2014.11.13
<252> 24장 장관의 사랑 [5]  (0) 2014.11.13
<250> 24장 장관의 사랑 [3]  (0) 2014.11.04
<249> 24장 장관의 사랑 [2]  (0) 2014.11.02
<248> 24장 장관의 사랑 [1]  (0) 201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