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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여제(麗濟)동맹 11

오늘의 쉼터 2014. 11. 1. 20:20

제25장 여제(麗濟)동맹 11

 

 

 

10월이 되자 이세민은 마침내 출정을 결심하고 장안의 늙은이들을 불러 연회를 베풀었다.

그는 노인들에게 말하기를,

“요동은 옛날에 중국 땅이었다. 그런데 고구려의 막리지가 그 임금을 살해하고

내 말을 듣지 않으므로 짐이 친히 가서 그곳을 경략(經略)하려 한다.

만일 짐의 원정에 노인들이 아들과 손자를 바쳐 같이 가게 해준다면 짐은 끝까지

그들을 보살피고 자식처럼 어루만지며 사랑할 것이니 내 약속을 믿고 염려하지 말라.”

하고는 베와 조를 넉넉히 하사하였다.

모든 이가 이세민의 출정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지 말라고 만류하는 신하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이세민이었다.

그는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자들이 출정을 반대한다고 믿었다.

“근본을 버리고 말단으로 향하는 일, 높은 것을 버리고 낮은 것을 취하는 일,

가까운 것을 버리고 멀리 가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좋지 않음을 짐인들 어찌 모르겠는가?

그러나 개소문이 임금을 시해하고 대신들을 모조리 죽여 없앴으니

그 나라의 힘없는 백성들은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오로지 대국의 구원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를 무시하는 것이 어찌 천자의 도리이겠느냐?

그래서 불리한 줄을 알면서도 고구려를 정벌하려는 것이다.”

그는 정복욕과 개소문에 대한 감정을 천자의 도리라는 말로 위장했다.

게다가 대다수의 고구려 백성들은 모두 연개소문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눈치였다.

황제의 뜻이 워낙 강하니 반대하던 자들도 급기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만국의 새와 짐승까지 장안으로 모여든다는 정관치세,

중국 대륙은 완전히 그의 것이었다.

11월에 이세민은 드디어 장안을 떠나 낙양에 이르렀다.

그는 임시로 마련한 처소에서 전 의주자사 정천숙(鄭天璹)을 불렀다.

정천숙은 이미 나이가 많아 사직한 사람인데 일찍이 수양제를 따라 고구려 정벌에 나섰던 경험이 있었다. 이세민이 요동의 실상을 묻자 그 역시 난색을 표했다.

“요동은 길이 멀어 군량을 옮기기 어렵고 동이(東夷)들은 성을 잘 수비하므로 빨리 함락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세민은 노신의 만류를 웃으면서 일축했다.

“수양제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그는 크게 육로와 수로, 두 갈래로 군사를 내려고 마음먹었다.

먼저 형부상서 장량(張亮)을 평양도행군대총관으로 삼아 강(江), 회(淮), 영(嶺), 협의 군사 4만 명과

장안, 낙양에서 모집한 장병 3천 명, 전함 5백 척을 거느리고 내주(萊州:산동반도)로부터

바다를 건너 평양으로 진격하게 하였다.

이로써 공격의 한 축인 수로가 구축된 셈이었다.

육로의 수장인 요동도행군대총관은 이세민이 가장 아끼는 장수 이적이 맡았다.

이적은 보병과 기병 6만과 난주(蘭州:감숙성 동부), 하주(河州)의 항호병(降胡兵)을 거느리고

유주(북경)에 집결하라는 명을 받았다.

또한 행군총관 강행본(姜行本)과 소감 구행엄(丘行淹)에게는 여러 군사들을 독려해

안라산(安羅山)에서 운제와 충차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황제가 친히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근에서 용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성을 공격하는 데 쓰는 기기를 바치는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세민은 또 신라와 백제, 해와 거란에도 사신을 보내 군사를 이끌고 길을 나눠 고구려를 치도록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이세민은 조서를 지어 다음과 같이 천하에 유시하였다.

고구려의 개소문은 그 임금을 시해하고 백성들을 학대하니 인정상 나는 이를 참을 수가 없다.

지금 유주와 계주를 순행하여 요(遼:요동)와 갈(碣:갈석)에 이르러 그 죄를 묻고자 하니

지나는 군영과 숙소에서는 노력과 비용을 아끼도록 하라.

옛날, 백성을 잔학하게 내몬 수양제는 백성을 사랑하였던 고구려를 쳤으나 반란을 꾀하는 군대로써

평화로운 무리를 공격한 까닭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 필승을 확신할 다섯 가지의 이치를 말할 수 있다.

첫째는 대국으로서 소국을 치는 것이고, 둘째는 순리로 역리를 치는 것이며,

셋째는 치(治)로써 난(亂)을 평정하고, 넷째는 편안함으로써 어지러움을 상대함이며,

다섯째는 열락으로 원망을 대적하는 것이니 어찌 승리를 의심하겠는가.

백성들은 조금도 의구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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